‘골목식당’이 음식점에도 백종원에도 솔루션이 되는 방법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백종원의 푸드트럭>의 골목 상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의 음식점들에 일련의 솔루션을 제공해 각각의 음식점은 물론이고 골목을 살린다는 것이 그 취지다. 

이대 앞에서 첫 시도된 <골목식당>은 시작점에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하며 자못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잘 나가던 상권에 임대료가 올라, 가게의 원주인들이 이주를 해나가고 결국 골목에 새로 들어오긴 했지만 상권 자체가 계속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상황을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해결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방송을 통해 상권이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그 후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골목식당>은 그래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면이 있었다. 그건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백종원이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통해 음식점에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그것이 통했을 때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 때문이었다. 

여기서 촉매제 역할을 해준 건 백종원의 솔루션에 대해 저항하기도 하는 가게 주인들이었다. 이대 앞에서는 백반집 아주머니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결국 솔루션을 받아들였고 음식 맛도 좋아졌으며 당연히 손님들도 늘어나는 모습은 갈등의 해소와 함께 좋은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 이어진 필동에서는 백반집 아주머니보다 더 한 고집불통 국숫집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육수대결에서 백종원이 이기면 그가 알려주는 대로 하겠다던 약속을 꺾고 솔루션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극으로 치닫던 갈등도 결국은 백종원이 먼저 내민 손으로 해결됐다. 그는 국숫집을 찾아가 아주머니가 적어준 재료 원가 가격표대로 육수를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그 원가 계산이 얼마나 틀려 있는가를 확인시켜 줬고, 돈이 남지 않는 이유는 생각만큼 많이 팔지 못한 반면 육수는 손님이 먹는 것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해줬다. 

굳이 상권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백종원이 자신의 음식장사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들을 실전에 활용하고 거기에 방송이라는 특유의 홍보효과를 더해 어려운 음식점들을 돕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요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백종원의 솔루션에 담긴 진정성을 얼마나 시청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는 음식점 주인들이 저마다의 고집을 갖고 있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솔루션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한 바 있다. 대신 그 분들이 하는 장사를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약간의 방향성이나 아이디어를 더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바로 이 점은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힘이라고 보인다. 너무 거창할 것 없이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는 영세한 음식점을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돕는다는 그 마음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이라는 것. 

백종원은 방송 중에 “비법은 나누라고 있는 것”이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이건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네 현실에서 비법이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하는 어떤 것으로 여겨져 온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떡볶이집 주인에게 말했듯 성공해서 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면, 그래서 그 진심이 방송을 통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골목식당>은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을 게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성공한 사업가와 대중적인 방송인 사이에 서 있는 백종원이 향후에도 대중들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사진:SBS)

‘한끼줍쇼’, 왜 이경규가 요즘 대세인지 알겠네

요코하마에서 한인 찾기. 조금 과장을 더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힘든 일일 수 있다. 한인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일일이 초인종을 눌러 사는 분이 한국인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물론 이경규가 과거 몇 개월 일본에서 생활한 적이 있어 일본어를 조금 하지만, 그래도 익숙지 않은 그 일본어로 의향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이곳은 일본이다. 좀체 속내를 보이지 않는 그 성향처럼 문도 잘 열어주지 않는 곳.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여름특집으로 요코하마를 저녁 한 끼를 함께 할 미션지로 선택한 건 그래서 조금은 무리해 보인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본어가 능숙한 밥동무를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이내 사라져버렸다. 망원동에서 했던 그 실패의 기억을 이경규와 강호동은 떠올렸다. 일본에 와서 하게 되는 ‘초심 특집’이 아니냐고 투덜댔다. 

사실 강호동은 이번 미션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것은 일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길바닥에서 아무나 붙잡고도 쉽게 친해지던 그 즐거운 ‘소통병’은 낯선 요코하마의 거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그는 이번 특집이 ‘이경규 특집’이라고 자꾸만 내세웠다. 그에게 부담과 책임을 모두 지움으로서 나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을 나름 새웠을 것이다. 잘되면 기적 같은 일이 되고, 잘 안 되도 충분히 그 노력과 도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 

이경규는 의외였다. 보통 이런 부담과 책임감을 늘 피하려는 모습으로 방송에서 자주 비춰졌고, 스스로도 ‘날방’을 하나의 콘셉트로 표방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낯선 타지에서 온전히 방송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이가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이경규는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열정을 보여줬다. 40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서 한인들이 사는 곳을 찾기 위해 일본인들에게 묻고 또 물었고, 그래서 어찌 어찌 찾게 된 한인 음식점과 부동산을 통해 한인들이 대체로 어디에 사는 지를 알아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일일이 맨션의 초인종을 눌러 확인하지만 아예 한인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끊임없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실패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겨우 만나게 된 한국인 아줌마는 그래서 한국말 하나, 또 문을 열어주었다는 그 자체로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인연이 되려고 했던 것인지, 마침 김치수제비를 만들고 있었다는 아줌마는 그 소박한 저녁을 함께 나누며 타지에서의 생활이 주는 고충과 그러면서도 굳건히 버티며 밝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이경규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 그를 부르는 여러 지칭들을 갖게 됐다. ‘예능 대부’라고 불리기도 하고 ‘갓경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지칭들이 대부분 의미하는 건 오랜 세월 예능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경륜 같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한끼줍쇼>가 보여준 건 이경규가 지금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이 단지 오래 하면서 갖게 된 노하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늘 날방을 내세우곤 했지만(물론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도 그렇고 그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 깊숙한 곳에 담겨져 있는 진정성이나 열정 같은 것들이 이번 <한끼줍쇼>에서는 느껴졌다. 그래서 요코하마에서의 이경규에게서는 웃음보다는 땀이 더 많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 같으면 결코 가지 않았을 정글 같은 곳에도 그가 이제는 들어가 생고생을 자처하는 게 새삼스럽게 보인다. 오래도록 그를 정상의 위치에 있게 해준 건 그저 재능과 끼만이 아니라는 걸 이번 <한끼줍쇼>는 제대로 드러내줬다.

<위대한 유산>이 서민들의 눈높이로 다가온 까닭

 

MBC <위대한 유산>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이 우리에게 먼저 상기시키는 건 안타깝게도 찰스 디킨스의 소설 같은 것이 아니다. 사회가 워낙 금수저 흙수저 같은 암담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보니 이 위대한 유산이라는 제목도 꼭 그런 이야기마냥 들린다. 하지만 적어도 <위대한 유산>에 있어서 금수저 따위의 우려는 접어도 좋을 듯하다. 이 예능이 비추고 있는 세계는 우리네 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대한 유산(사진출처:MBC)'

부산 영도의 강지섭의 부모님이 무려 43년 간이나 운영하고 있다는 중국집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곤 하는 그런 중국집과 별 다를 바 없다. 아니 어찌 보면 도시에서 점점 기업화되고 있는 중국 레스토랑과는 전혀 다른 변두리의 소박하고도 정감 가는 동네 중국집이다. 어느 대기업 2세가 어울릴 법한 강지섭이라는 배우와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가 그 중국집 문을 열고 들어가 어색한 아버지와 마주 앉는 순간,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부산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오래도록 사용해서 바닥이 검게 그을려버린 전기장판에 앉아 서울에서 찾아온 아들을 보는 부모의 얼굴은 무심한 듯 반가움이 역력하다. 하지만 강지섭이 이 곳에 온 이유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함이다. 그 유산이란 다름 아닌 중국집에서 한 평생 요리를 해 오신 아버지의 그 요리 노하우다. 철가방 들고 동네 배달을 나가 아주머니들과 한바탕 어우러지고, 늦게 돌아온 아들에게 지청구를 날리며 중국집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아버지의 모습. 아마도 이 이야기 속에서 강지섭은 요리 기술을 넘어선 삶의 노하우가 아닐까.

 

걸 그룹 AOA의 찬미 하면 먼저 떠올리는 것이 화려한 무대지만, 그녀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엄마의 작은 미용실. 그 작은 미용실에서 엄마는 찬미를 언니와 동생과 함께 홀로 오롯이 키워냈다. 그 미용기술을 배우러 온 찬미에게 엄마는 대뜸 단골손님의 머리를 맡기고는 가위질을 해보라고 시킨다. 어렵게 기술을 배웠던 자신과는 달리 좀 더 빨리 그 노하우를 전수해주고픈 엄마의 마음과, 서툴러도 열심히 해보려는 딸의 마음 게다가 불안해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단골손님의 마음까지 그 안에는 우리가 도시에서 잘 느끼지 못하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강지섭이 중국집 노하우를 배우기 위함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 진정한 유산이 무엇인가를 직접 체험을 통해 알아보려 하는 것인 것처럼, 찬미 역시 그 미용기술 전수를 통해 알려하는 건 그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은 돌보지 않고 쉬지 않고 가위질을 하면서 세 딸을 잘 키워낸 엄마가 전하는 진짜 유산일 것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이제 잘 큰 딸이 엄마를 이해하는 그 마음을 내비칠 때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전하려는 유산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삶의 가치라는 걸 드러낸다.

 

동명의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 본래 전하려는 유산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너무나 물질화된 세상에 살다보니 유산이란 분쟁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재산이거나 금수저 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부모의 후광 같은 의미로 변질되어 버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위대한 유산>이 포착하고 있는 강지섭네 중국집과 찬미네 미용실 이야기는 우리네 서민들의 삶을 통해 오히려 진정한 유산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의 눈높이를 찾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유산>은 꽤 괜찮은 예능의 지점을 찾아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석음식 요리에 담긴 <백선생>의 엄마들 생각

 

명절 귀성길의 피곤함도 잊고 고향집으로 달려가는 건 거기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마음은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아이처럼 보이는 자식 입으로 음식 하나라도 더 넣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많은 음식을 해먹여도 어머니의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다. 돌아오는 길 바리바리 챙겨주는 음식 속에는 그래서 어머니의 자식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집밥 백선생(tvN)'

하지만 그렇게 챙겨준 명절 음식도 어머니처럼 차려주는 사람이 없어 냉장고를 전전하다 버려지는 게 다반사다. <집밥 백선생>이 추석이 지나고 남겨진 음식을 이용한 요리와 그 음식들을 좀 더 오래도록 보관하고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준 건 그래서 실용적인 가치 그 이상을 담고 있다. 거기에는 음식을 챙겨준 엄마들의 정성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백종원이 알려준 남은 명절 음식을 보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꽤 기발하다. 잡채와 나물을 잘게 잘라서 유부에 넣어 유부보따리를 만든다거나, 나물들을 한 끼 분량으로 접시에 소분해 담아 그걸 비닐에 흐트러지지 않게 담고 고스란히 냉동실에 얼려 두고두고 비빔밥을 해먹는 방식은 실제로도 써먹기 딱 좋은 말 그대로의 노하우.

 

백종원의 노하우를 통하자 명절 음식은 재활용해야할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품요리가 될 수 있었다. 윤상은 그 요리를 시식하며 이게 어떻게 재활용이냐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 찌개 같은 경우는 아예 전을 사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하나의 요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방송이라고 해도 이런 자기만의 노하우를 선선히 알려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백종원은 사업가다. 하지만 사업가라고 해서 모든 것들을 이익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어찌 되었든 백종원이 요리 무식자들인 남성들에게 요리를 전파하고 그것이 실제로 부엌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닌가. 많은 쿡방들의 영향이겠지만 요리하는 남성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단번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명절 풍경이 조금씩 달라질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음식준비가 여성들만의 노동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즐거움이 되는 일. 그것이 명절을 진짜 명절답게 해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실제 부엌을 들어가는 건 아직 요원해도 남자들의 요리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는 일은 이 모든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하는 요리는 특별하지 않다. 또 그는 스스로를 셰프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그는 늘 흔하게 우리가 먹던 음식들을 좀 더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또 셰프가 아니어도 백종원의 요리 방송이 지지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서 요리를 통해 느껴지는 그의 섬세한 마음이다.

 

명절 음식들이 버려지지 않고 좀 더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보관법을 알려주는 백종원에게서 느껴지는 건 이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주신 엄마들에 대한 마음이다. 그 마음을 오래도록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집밥 백선생>이 명절에 남은 음식을 이용해 만든 요리에는 그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 보여주는 요리 신세계

 

“참 쉽쥬?이 말은 <집밥 백선생>에서 참 많이 나오는 말이다. “얼마나 간편한지 한번 보세요.” 이 말도 마찬가지다. 백종원은 단 20여분 만에 달래간장, 두부졸임, 꽈리고추볶음, 마늘쫑 볶음, 네 가지의 밑반찬을 뚝딱 만들어내면서 연실 쉽고 간편하고 빠르다는 걸 강조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렇다면 맛은? 뚝딱 만들어냈지만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제자들은 저마다 백선생이 만든 밑반찬을 먹어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시청자들도 아마 똑같은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화면으로 보는 비주얼만으로도 그 맛이 느껴질 정도니까.

 

이것은 <집밥 백선생>만이 보여주는 요리의 마력이다. 마치 마술사나 된 것처럼 뭐든 그 손에 닿기만 하면 평범한 재료들이 맛있는 요리로 변신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재료들이다. 고추, 두부, 달래, 마늘쫑 같은 흔한 재료들이 어떻게 간단하게 밥도둑이 될 수 있는가를 백선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요리라고 하면 우리는 이상하게도 일품요리를 떠올린다. 잘못된 편견이다. 뭔가 거한 요리 하나가 주는 임팩트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삼시세끼를 주로 챙겨먹는 일품요리라기보다는 밑반찬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어쩌면 일품요리는 좀 배워서 할 수 있는 사람도 밑반찬 만드는 건 서툴 수 있다. 그건 말 그대로 엄마들의 노하우가 묻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선생은 이 노하우를 선선히 보여준다. 돼지고기 간 것에 간장과 설탕을 넣고 끓여 만든 이른바 만능간장의 레시피를 알려주고, 그거 하나면 거의 모든 재료들을 요리로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이다. 요리란 늘 받아먹기만 했을 때는 엄청나게 어렵고 특별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 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백선생처럼 요리경험이 충분한 스승이 주는 약간의 배움이 필요하다.

 

쿡방이 대세라지만 <집밥 백선생>은 화려한 요리의 세계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것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요리의 일상화. 요리는 엄마가 해주는 것이라거나, 요리사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것. 누구든 약간의 팁만 안다면 쉽고 빠르면서도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요리라는 걸 <집밥 백선생>은 보여준다.

 

4명의 제자들은 그래서 이 일상의 요리 신세계가 신기한 시청자들이 빙의될 수 있는 인물들로 꾸려졌다. 투덜투덜 대고 아는 척 하지만 요리는 처음인 김구라나 요리 좀 아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4차원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박정철, 아무 것도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습득력이 좋고 응용력도 보이는 손호준과 아예 아무런 요리의 기본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래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윤상. 이들은 요리의 세계에 한 번도 발을 딛지 않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몰입이 되는 인물들이다.

 

이런 제자들에게 몇 가지 팁만으로도 요리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만드는 백선생은 그래서 이를 시청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의 초간단 초강력 레시피는 요리무능자들에게 실제로 해보고 싶은 욕망을 건드린다. 요리가 이렇게 쉬울 수가... 이러다가 누구든 요리 한 가지씩은 뚝딱 해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도래 하는 건 아닐지. 요리는 특별하지도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닿아있는 백선생의 요리 꿀팁은 더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런닝맨>, 딱지왕으로 새로운 전기 마련하나

 

SBS 주말 예능 <런닝맨>이 마련한 전국 딱지 대회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기획된 아이템이다. <런닝맨> 제작진은 일반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작년부터 고민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전국 딱지 대회다. 오랜 고민의 결실인 듯 <런닝맨>의 전국 딱지 대회는 딱지 하나로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아가 이 게임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전기이자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이 재밌는 게임을 하는 당사자가 연예인들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었을 게다. 이것은 게임이 제아무리 기상천외하고 재밌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느낌보다는 저들끼리 웃고 즐기는 느낌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런닝맨>이라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가진 특성도 한 몫을 차지했다. 일반인과 함께 뛴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그렇게 참여를 시킨다고 해도 누구와 함께 어떤 공간에서 할 것인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런닝맨> 전국 딱지 대회는 이런 고민에 대한 괜찮은 해답을 보여주었다. 무작위로 뽑은 전국의 일반인들이 아니라 그 대상을 대학과 대학생으로 좁힌 것은 프로그램의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이미 <캠퍼스 영상가요>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 가능성이 입증된 공간이 대학이다. 대학생들의 리액션과 끼, 에너지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딱지를 치고는 넘어가지 않자, “시간을 거스르는 자!”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계속 딱지를 쳐 하하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대학생도 있었고, 마침 학원이 휴강이라 달려왔다는 유재석을 닮은(?) 입담 좋은 여학생도 있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프로그램에 담아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우승자에게 장학금을 상금으로 줄 수 있다는 것도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취업 전쟁으로 지쳐 있는 그들에게 잠시 간의 숨 쉴 틈으로서의 놀이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것. 요즘처럼 경쟁에 내몰려 놀이와 멀어질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이 <런닝맨>이 마련한 전국 딱지 대회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갔을 것이다.

 

이렇게 전국 대학에서 대표로 뽑힌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치 이종격투기 경기를 벌이듯 딱지 대회를 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었다. 초대가수로 에이핑크가 나와 학생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자 유재석이 딱지치기가 이렇게 큰 규모로 진행될 줄 몰랐다고 한 말은 이 아이템이 가진 웃음의 가능성과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한 것이었다. 그것은 이종격투기만큼 흥미진진하고 그 어떤 예능보다 큰 웃음을 준 딱지치기라는 단순한 놀이 하나가 가진 힘을 말해주는 것이다.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딱지치기 대회의 우승은 결국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지석진 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 딱지치기 대회라는 아이템은 부지불식간에 <런닝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그것은 저들끼리 노는 것보다 함께 놀 때 더 재미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우습게 봤던 딱지치기 같은 놀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토록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사회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놀이문화를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며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아이템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미 수년 간 달려온 길을 통해 <런닝맨>과 출연자들은 놀이의 고수들이 되었다. 이제는 그 노하우를 일반 대중들에게 나누어주고 함께 노는 방법을 알려 줘야할 때다. 우리 사회에 놀이가 필요한 곳은 대학 이외에도 끝없이 많을 것이다. 생업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허리 펴고 놀까 말까한 농어촌의 어르신들도 좋고, 매주 월요일마다 월요병을 토로하는 직장인들도 좋으며, 아이들 가르치느라 본인은 놀 겨를이 없는 선생님이나, 군 복무에 여념이 없는 군인들도 좋을 것이다. 그 어디든 놀이가 필요한 곳이면 나타나 그들과 함께 즐거움의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슈퍼히어로, 놀이의 고수 <런닝맨>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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