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우리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해왔다.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아이돌, 힙합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그 명맥을 잇고 있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그 수명을 거의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무슨 죄가 있으랴. 음악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지 않은 것이 죄라면 죄일 뿐.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 어게인>은 그런 점에서 이러한 오디션 형식이 아닌 여행과 버스킹이라는 형식 속에 음악을 담아내려 한 시도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둔 후 임재범을 주인공으로 시도했던 <바람에 실려>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또 간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그 프로그램은 당시 오디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의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을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져왔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됐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날아가 그 영화 속 버스킹이 등장했던 그 곳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영화라는 원천적인 스토리의 밑그림이 있고, 그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명곡들을 유희열의 반주와 함께 이소라와 윤도현이 부른다는 그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마력 같은 힘이 집중되는 건 역시 이소라다.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 때 ‘바람이 분다’를 불러 단 몇 초만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가수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소라가 노래를 부르는 그 대목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하게 만든다.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읊조리는 것처럼 조곤조곤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쉽게 깨질 것 같은 유리병 같아서 듣는 이들조차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듣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어떤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이미 <원스>를 봤던 많은 관객들이 그 감동의 원천이 바로 거기 등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통해서였다는 걸 확인했듯이, <비긴 어게인> 역시 음악인들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가지려는 그 진정성이 발견된다. 버스킹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것을 그렇게 만든다. 길거리,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노래를 듣게 하며 그 노래에 심지어 감동을 하게 만드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이 그 버스킹이라는 행위 속에는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우리네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설정은 저 <윤식당>에서 윤여정이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먹는가를 바라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음식처럼 음악도 사람과 사람을 공감시키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윤도현의 긴장감 속에는 그래서 어떤 기대감이 뒤섞인다.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는 더블린의 숙소에서 연습 삼아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노래를 평가했지만 거기 함께 연주한 유희열이나 노래를 듣는 노홍철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노래에 깊게 빠져들었다. 더블린, <원스>, 버스킹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얹어 부르는 노래. 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녀의 노래가 어떤 힐링으로 다가온 이유다.

‘무도’, 3주 만의 재방송인데도 왜 이렇게 재밌었을까

겨우 3주가 흘렀을 뿐이지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남긴 빈자리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3주 만에 그것도 과거에 방영했던 내용 중 재밌었던 부분을 다시 편집해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 반가움은 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레전드편으로 꾸며진 재편집본 자체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있을 분량들이었다. 첫 번째 시간으로 보여준 ‘캐릭터 쇼’ 베스트에서는 훨씬 젊었던 시절의 박명수와 유재석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무한도전>을 떠났지만 과거 이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길, 노홍철, 정형돈의 모습이 등장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공동4위로 올랐던 ‘정총무가 쏜다’편에서는 편의점에서 출연자들이 산 물건을 정준하가 계산할 때 노홍철이 귀신 같이 한 구석에 놓여진 빈 병을 발견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계산이 틀려야 정준하가 돈을 내기 때문에 노홍철의 이런 모습은 역시 브레인이자 사기꾼 캐릭터로서 맹활약했던 그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2위에 오른 ‘무한상사’편에서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드래곤이 과할 정도로 멋진 의상을 입고 출근하자, 정형돈이 데리고 가서 특유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촌스러운 의상으로 그를 갈아입히고 등장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패션 스타일과 자신감으로 평범 이하의 자신을 최고라 자칭하던 정형돈의 면면이 그리워지는 대목이었다. 

결국 ‘캐릭터 쇼’ 베스트 1위는 캐릭터 제조기라고 불리는 박명수에게 돌아갔다. ‘명수는 12살’ 특집에서 박명수는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옛 놀이를 하는 것으로 큰 웃음을 주었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게 되는 쓸쓸함을 보여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방송분에서 오징어(오징어 가이상이라고 불렸던) 놀이를 하는 중 ‘만근추(몸을 무겁게 해서 누가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무공)’를 흉내 내는 길이 정준하에게 한 방에 밀려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방영됐다.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그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재방송이라고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간 3주 간의 공백기에 있었던 출연자들의 근황토크를 앞부분에 넣어 그간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방 재배치’를 한 박명수의 이야기와, 쉬는 동안에도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스크린 야구장에서 유재석이 굴욕을 당했던 이야기들도 근황토크만으로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이 레전드편이 무엇보다 추억을 자극했던 건, 그 베스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출연자들의 멘트들이 재방송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표현대로 <무한도전>은 일종의 ‘방학(?)’을 맞았다. 그런데 방학 기간 마치 친구들이 더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듯이 3주 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재방송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11년 간 달려온 그 길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은 그 길을 함께 해온 팬들에게는 추억이 돋는 시간이었을 게다. 물론 그 방송분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재미를 주었을 테고.

3주 만에 재방송 편집본만으로 느껴지는 반가움이 이 정도다. 그러니 이 방학이 끝나고 온전히 돌아올 <무한도전>에 대한 반가움은 또 얼마나 더 클 것인가. 물론 당장은 방학이 아쉬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출연자들의 재정비를 위해서도 또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맞을 수 있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게 3주 만의 레전드편을 통해서도 충분히 납득될 수 있었다.

요리와 집은 다르다, 진입장벽 너무 높아

 

쿡방에 이어 집방이 뜬다? 작년 말 집 꾸미기를 소재로 한 일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나왔던 이야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집방에 대한 반응은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방의 품격(사진출처:tvN)'

먼저 시청률이 그걸 잘 말해준다. ‘남자들의 방송을 모토로 하고 있는 XTM이 일찌감치 시도했던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는 물론 꽤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다. 아내 몰래 남편이 자신이 꿈꾸는 공간으로 집을 개조하거나 인테리어를 꾸미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은 남자들의 로망을 건드리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 마니아적인 성격은 1% 시청률을 넘기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XTM이라는 케이블 채널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방송이었지만 집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까지는 역부족이었다.

 

<수컷들의 방을 사수하라>는 사실 엄밀히 말해 집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쿡방을 잇는 집방이라고 한다면 직접 요리를 하듯 직접 집을 고치는 셀프의 개념이 핵심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저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접 시연해보고 때로는 고친 것을 자랑하기도 하는 일상을 바꾸는 트렌드로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컷들의 방을 사수하라>는 바로 이 셀프의 개념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tvN이 방송 복귀한 노홍철을 중심에 세워두고 선보인 <내 방의 품격>은 어떨까. 이 프로그램은 그 성격이 집방에 가장 가깝다. 인테리어의 전문가를 앉혀 놓고 고칠 집의 견적을 내놓게 한 후 이른바 방스타라고 불리는 셀프 인테리어를 한 사람을 불러와 놀랍게 싼 가격으로 집을 고친 노하우를 일러주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가 3천만 원 가까이 든다고 했던 인테리어를 단돈 200여만 원에 해결하는 내용이니 시청자들의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기성품을 사거나 아니면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고치게 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완벽하게 자기 맘에 드는 집을 꾸미기가 어렵다. 결국은 셀프 인테리어의 노하우는 그 양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이 프로그램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겨우 1.3%(닐슨 코리아)에 머물고 있다.

 

JTBC는 작년 쿡방 전성시대를 이끈 <냉장고를 부탁해>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 요리를 집 인테리어 대결로 바꿔놓은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그나마 나은 시청률을 갖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2%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의뢰인의 냉장고 대신 집을 그대로 스튜디오에 재연한다는 야심찬 기획을 보여줬지만 생각 외로 반응은 별로다.

 

왜 그럴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쿡방 열풍을 통해 일상 소재로 들어온 방송이 패션()과 음식()을 이미 다뤘다면 이제 집 고치기()를 다루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음식이나 옷과 집은 진입장벽 자체가 다르다. 물론 이들 집방들은 집 고치기가 일상적으로 몇 만 원씩 투자해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체감율은 낮은 편이다. 결국 집을 고친다는 건 그만한 비용이 든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니 싼 가격을 얘기해도 그게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쿡방이 가졌던 이른바 셀프 힐링의 요소를 집방이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이들 프로그램들이 부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집 사는 건 고사하고 전셋집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제 집도 아닌데 집 고치기에 적다고 해도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이 어떤 힐링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 아무리 스몰 럭셔리가 큰 꿈이 사라진 시대의 작은 욕망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먹는 문제라는 생존과 연관된 작은 사치와 집 꾸미기 같은 생존 그 이상의 욕망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집방이 어떤 트렌드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더 낮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실을 감안한다면 집 고치기는커녕 망치 드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심지어 돈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일반인들을 그 소구대상으로 삼아야 비로소 집 꾸미기에 대한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집방이 쿡방처럼 쉽게 불이 붙지 않는 이유는 그 진입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을 꾸미기에는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

<무도>, 광희의 존재 각인시킨 추격전의 묘미

 

이건 추격전의 새로운 진화다. 부산을 배경으로 실제 형사들과 함께 추격전을 벌인 <무한도전> 공개수배 특집은 지금껏 해왔던 추격전과는 차원이 다른 클라스를 보여줬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형사와 본부 그리고 시민들의 공조가 이뤄졌고 그 안에서 <무한도전> 멤버들도 더 실전처럼 긴박감 넘치는 도주를 해야 했다. 실제와 상황극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긴장감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새로운 추격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유재석과 광희. 유재석은 역시 베테랑답게 추격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는 도주 중에도 자동차와 휴대폰 그리고 돈을 찾는 세 가지 미션을 모두 수행해냈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어드벤처 장르물을 보는 듯한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유사시 대피시설로 만들어진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은 마치 스파이물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고, 옛 해사고에서 휴대폰을 찾는 과정은 공포물의 한 대목이었다. 게다가 하수처리장에서 돈을 찾는 광경까지 유재석은 그 날의 미션을 마치 한 겨울의 공포특집 같은 긴장감과 웃음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유재석만큼 놀라운 활약을 보인 인물이 광희다. 식스맨으로 발탁되어 벌이게 된 첫 추격전이라 그만큼 긴장했을 광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노홍철의 빈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와의 비교점이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무한도전>의 갖가지 추격전에서 상당한 재미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이 노홍철이 아니던가.

 

하지만 노홍철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광희는 놀라운 추격전의 적응력을 보여줬다. 노홍철이 특유의 명석한 두뇌로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며 추격전을 하나의 심리전으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줬었다면, 광희는 그 소심함이 오히려 극도의 집중력으로 발휘되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게다가 특유의 친화력은 그의 추격전을 그를 돕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추격전으로 만들었다.

 

하수처리장에서 추격하는 형사를 따돌리기 위해 물가로 뛰어드는 장면은 마치 포식자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의 필사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빗속에서도 오래도록 좁은 공간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나 혼자라도 도망치기 위해 카메라 감독조차 쫓아올 수 없을 정도로 종잇장 같은 몸매로 창틀을 빠져나가고 지나는 레미콘 차를 얻어 타고 도망치는 과정도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처럼 다가왔다.

 

흥미로운 건 광희의 놀라운 친화력이다. 어딘지 약해보이지만 이 친화력은 이 추격전에서 그를 끝까지 가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친구인 동준의 아버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옷을 바꿔입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리고 유재석과 한 은행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의심스런 그를 살피기 위해 은행 길 건너편의 집으로 들어가 추이를 살피는 조심스러움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광희는 그 가게의 주인의 마음을 얻었고 결국 그 가게 주인은 끝까지 광희를 숨겨주고 도주하게까지 도와줬다,

 

마지막 탈주지점인 헬기장으로 가는 길에서도 광희의 친화력은 빛을 발휘했다. 그는 지나는 한 학생에게 무작정 다가가 옷을 바꿔 입자고 했고 마치 그 학생이 광희인 것처럼 꾸미고 자신은 카메라맨으로 위장해 헬기를 타려고 했다. 광희와 그 학생 그리고 헬기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게 된 여자까지 세 사람은 어느새 마치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처럼 파이팅을 외쳤다.

 

물론 먼저 도착해 헬기를 타고 있었던 형사에 의해 잡히긴 했지만 광희의 가능성이 충분했던 미션이었다. 그 가능성은 소심해서 오히려 모든 걸 세세하게 살피고 계획하는 그 성격과 누구든 서슴없이 다가가 도움을 요청하고 또 쉽게 친해지는 그 친화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후일담으로 광희는 그것이 <무한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하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오롯이 광희라는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킨 미션이 아닐 수 없었다.



윤은혜, 신은경, 노홍철, 박명수, 그들의 사과 뭐가 달랐나

 

왜 어떤 사과는 받아들여지지만 어떤 사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연예계 논란은 연말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연예계에 대한 투명함은 점점 더 요구되는 상황이고, 따라서 방송에서 잠깐 나온 영상이나, 어느 날 갑자기 들춰진 사생활은 여지없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언제든 논란이 나오는 것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숙명이 된 상황이다.

 


'내방의 품격(사진출처:tvN)'

완벽할 수는 없다. 제 아무리 철저히 자기관리를 한다고 해도 한 번의 실수는 저지를 수 있다. 물론 논란은 가급적 나오지 않아야 마땅하겠지만 논란이 불거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오히려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런데 논란에 사과를 하고 나와도 오히려 비난만 가중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선선히 넘어가는 이들도 있다. 도대체 무슨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의상표절이 논란이 벌어졌던 윤은혜의 사과는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사과가 정식으로 한 것이 아니라 모 행사장에서 그 사과의 주체나 대상이 생략된 채 툭 던져진 한 마디 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중들은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논란이 벌어진 이후에도 윤은혜의 모습은 중국에서의 그것과 국내에서의 그것이 사뭇 다르다. 이 점 역시 그녀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사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보다 신속해야하고 또 그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점이다. 윤은혜는 그 시기를 놓쳤다. 국내에서 이미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이 점은 마치 중국시장에 대한 태도와 상반되게 국내 팬들을 무시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전 소속사와의 분쟁과 함께 전 시어머니가 한 인터뷰 내용이 기화가 되어 거짓 모성애논란에 휩싸인 신은경 역시 사과의 시점을 놓친 점과 그 진정성이 아직 대중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두 가지 점에서 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시점을 놓친 건 드라마 촬영 때문이라고 해도 여러 방송사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했던 사과와 해명에는 납득 갈만한 명쾌함이 없었다.

 

게다가 해외여행과 쇼핑의 과소비는 명확한 물증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신은경의 해명이 변명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이에 대한 문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해외여행과 쇼핑 문제가 야기하고 있는 신뢰성의 추락은 이 문제까지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노홍철은 새롭게 정규편성된 tvN <내방의 품격> 제작발표회에 나와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는 어떤 말로 사과를 드려도 제가 저지른 큰 잘못이 씻기지 않을 거라는 걸 느꼈다. 여러분께 드린 실망감을 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90도로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그는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도 피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대중들의 입장은 호의적인 편이다.

 

이것은 단지 사과의 방식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간 자숙의 기간을 통해 계속해서 보여줬던 진심어린 행동들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몇 차례 시민들이 찍은 사진으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대중들과 소통을 하면서도 자숙 중인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MBC 파일럿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여기에 대해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선선히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무한도전>에 등장한 가발업체가 사실은 동생이 하는 회사라는 게 밝혀져 논란에 휩싸인 박명수는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이유를 해명했다. 급하게 장소를 구하는 과정에서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이 논란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했으며 홍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재차 사과했다. 박명수의 경우는 사과의 내용보다는 그간 <무한도전>에서 해왔던 그 일련의 과정들이 그 사과의 진정성을 믿게 해준 것이라고 봐야 될 듯싶다.

 

이처럼 어찌 보면 똑같은 사과의 모습이지만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똑같으 사과라도 그 차이를 만드는 건 평상시의 행동이라는 점이다. 그가 어떤 행동과 과정을 보여 왔는가에 따라 사과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사과의 정석이란 어쩌면 말이 아니라 그간 쌓여진 행동들에 의해 판가름 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사람의 평상시 모습이 바탕이 되어야 그 진정성도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무도>의 정체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에 있었다

 

<무한도전>이 위기란다. 하긴 위기란 수식어를 하도 달고 다녔던 <무한도전>이라 그런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물론 위기론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건 최근 몇 가지 악재들이 겹치게 되면서다. 불안장애로 인해 방송중단을 선언한 정형돈은 위기론에 방아쇠 역할을 했다. 다시 5인 체제가 된데다 새로 들어온 광희는 아직 100% 적응이 완료된 상황이 아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게다가 최근 박명수의 웃음사냥꾼웃음사망꾼이라는 노잼이 된 데에 대한 불안감도 위기론 속에는 뒤섞여 있다. 10% 초반대로 다시 떨어진 시청률. 여기에 방송 복귀한 노홍철이 <무한도전>에 합류할 것인가에 대한 추측에 대해 찬반이 나뉘어있다는 점도 <무한도전>으로서는 부담을 갖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모든 위기의 징후들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위기라고 여겨지지 않는 건 왜일까. 가장 큰 건 김태호 PD라는 존재다. 출연자들이 계속 바뀌거나 이탈하는 상황이 위기론을 들고 나오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사실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이 아닌 그걸 만드는 PD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유재석이라고 해도 어떤 제작자와 프로그램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의 성공 지분은 이서진이나 옥택연보다 나영석 PD가 더 많다. <삼시세끼>를 나영석 PD가 아닌 다른 PD가 만든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에서 우리는 항상 전면에 나와 있는 출연자들을 보고 있지만 사실 그 뒤에 서 있는 김태호 PD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출연자들의 무한도전은 이미 김태호 PD무한도전으로 바뀐 지 오래다. 김태호 PD가 새로운 형식 도전을 쉬지 않고 해왔기 때문에 이미 최고의 위치에 선 출연자들도 계속 <무한도전>에서 거듭날 수 있었다. 만일 <무한도전>에 진짜 위기가 생긴다면 그건 김태호 PD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일 것이다. 몇몇 출연자들의 문제가 아니고.

 

5인 체제는 이미 식스맨 프로젝트를 통해서 봤듯이 오히려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당시 5인 체제라는 불안감이 식스맨 프로젝트라는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식스맨 프로젝트는 이미 광희가 식스맨이 됐다고 해서 시효가 끝난 건 아니다. 당시에 후보자들로 올랐던 식스맨들은 사실상 <무한도전>의 객원 M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출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5인 체제의 나머지 빈 자리는 오히려 <무한도전> 시스템을 자극해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너무 익숙해져 변수가 사라져버린 6인 체제보다는 한 자리의 변수를 남겨놓음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고정으로 6인을 채우려하기보다는 그 한 자리를 매회 프로젝트별로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인물로 채워 넣어준다면 그건 신선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박명수의 이른바 웃음사망꾼이나 웃음장례식<무한도전>식의 위기 대처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무한도전> 망작의 상징처럼 거론됐던 좀비 특집을 생각해보라. 너무 짧은 시간에 실패로 끝나버린 그 도전을 김태호 PD는 앞뒤에 상황극적 요소들을 덧붙여 실패 과정 자체를 하나의 웃음의 요소로 바꿔주었다. 박명수의 웃음사냥꾼도 그 노잼 아이템을 앞뒤 웃음장례식이라는 상황극을 더함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시청률은 <무한도전>의 위기론이 나왔던 가장 많은 요인 중 하나지만 사실 <무한도전>은 아이템에 따라 시청률 등락이 가장 다이내믹하게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일정한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무한도전>의 정체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시청률보다 중요한 건 <무한도전>이 계속 도전을 하고 있느냐 하는 점일 게다.

 

<무한도전>이 위기라고? 글쎄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위기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과정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김태호 PD는 성공과 실패에 대해 성공하면 그걸로 좋은 것이고 실패하면 또 한 번의 도전할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고, 사실상 될 때까지 도전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한도전인 것이다.



<위대한 유산>의 호평,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혹평

 

부활의 김태원은 연주를 끝내고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자폐를 갖고 있는 아들과의 음악을 통한 교감. 밴드와 함께 한 연주는 여전히 서툴렀지만 적어도 김태원에게는 기적 같은 연주로 기억될 것이었다. 자폐를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무려 15년 동안이나 피하다시피 해왔다는 아들이었다. 하지만 짐으로 생각했던 아들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위대한 유산(사진출처:MBC)'

랩퍼 산이 역시 울컥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중단시켰다. 힘겨운 이민 생활에서 오래도록 청소원으로 일해오신 아버지. 너무 힘겨운 삶 때문에 한 때는 엇나가기도 했던 아버지를 미워했다는 산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학교에서 하는 청소 일을 도우며 산이는 아버지가 겪었을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변명을 하기보다 사과의 말을 먼저 전하는 아버지를 보며 산이는 아버지가 타지에서 겪었을 외로움을 공감했다.

 

에이핑크 보미는 365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를 잠시 쉴 수 있게 해드리고 그 일을 대신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님들과의 약속 때문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가게 문을 여는 부모님. 보미 앞에서 그토록 강한 모습만 보여 왔던 엄마가 살짝 눈물을 보였을 때 보미는 결코 쉽지 않으셨을 그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어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유산이 재산 같은 것일까. <위대한 유산>에서 김태원은 아버지와 행복했던 기억을 아들에게 유산으로 주고 싶어 했고, 산이와 보미는 아마도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삶 자체가 커다란 유산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위대한 유산>의 감동은 그것이 억지스럽게 짜낸 것이 아니라 진짜 날것의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는 건 그래서다.

 

반면 노홍철의 복귀작으로 이미 방영 전부터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던 또다른 MBC의 추석 파일럿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왜 호평보다 혹평을 더 듣게 되었을까. 자숙 중이었던 노홍철과 여행작가 태원준,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 모델 겸 배우 송원석, 대학생 이동욱이 함께 1인당 18만원으로 20일간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콘셉트. 사실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진 콘셉트를 거의 대부분 예능으로 차용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혹평이 쏟아진 건 단지 노홍철의 복귀를 둘러싼 이견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잉여라는 제목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출연하는 출연자들이 과연 잉여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그 진정성의 문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진짜가 아닌 잉여라는 콘셉트를 가장한 듯한 출연자들의 면면은 실제로 그들의 힘겨운 유럽 일정조차 공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세상에 자칭 잉여라고 강조하는 진짜 잉여가 있을까. 하지만 서로 자신이 잉여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진짜 그런 처지에 놓인 청춘들에게는 어찌 보면 씁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렇게 잉여라는 타이틀로 자숙 후 첫 복귀 방송을 한 노홍철이 향후 방송에 버젓이 출연하는 모습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결국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그 진정성의 실패로 인해 즐겁게 웃으며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위대한 유산>MBC가 추석을 맞아 내놓은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의 성과가 되었지만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그 진성성의 결여로 인해 혹평받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 두 프로그램의 성패는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성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걸 잘 말해주고 있다



스타만으론 힘겨워진 환경, PD 찾는 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연일 화제다. 유재석이라는 대어를 낚으면서다. 여기에 노홍철과 김용만과의 계약 사실까지 이어지면서 항간에는 MBC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FNC로 헤쳐모이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지금껏 특정 기획사에 소속되어 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표격인 유재석이 먼저 움직였다는 건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만일 FNC<무한도전>의 나머지 출연자들, 정준하, 하하, 박명수가 합류하게 된다면 그 힘은 실로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함께 모여 다른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 기획사 소속인 아이돌 그룹 같은 시너지를 만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레발(?)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김태호 PD 같은 훌륭한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건 콘텐츠 위에서다. <무한도전>10년 째 승승장구하면서도 여전히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었던 데는 김태호 PD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김태호 PD는 출연자들의 일상까지도 관리해나가는 일종의 매니저 역할까지가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훌륭한 제작자가 전제되지 않는 스타 MC들이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는 SM C&C. SM C&C는 강호동이라는 대어를 잡아 놓고도 그 효과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12>에서 같이 활약했던 이수근이 합류했지만 그 역시 불법 도박 혐의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SM C&C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예능인은 신동엽과 전현무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활약하는 건 그들의 주 종목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개인 기량이 중요한 분야이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결국 강호동과 이수근이 어떤 숨통으로서 찾은 것도 나영석 PD. 나영석 PD가 준비하고 있는 <신서유기>는 과거 <12>의 멤버들이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을 전제로 깔고 있다. <서유기>의 내러티브를 차용해 바닥에서부터 인간이 되어가는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FNC가 유재석과 <무한도전> 멤버들을 품는 것이나, SM C&C가 일찌감치 강호동 같은 스타 MC를 끌어들인 것은 지금의 변화하는 콘텐츠 시장을 두고 볼 때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이제 기획사들은 스타들만 갖고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들을 다양한 형태로 얹을 수 있는 콘텐츠를 이들 기획사들이 직접 제작하고 나선 건 그래서다.

 

최근 이 흐름은 지상파의 PD들까지 기획사들이 스카우트하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예체능>, <두근두근 인도>를 연출했던 이예지 PDSM C&C로 이적한 건 단적인 사례다. 이제 스타만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PD들이 기획사에서는 그만큼 절실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콘텐츠는 이제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기성 플랫폼에 맞출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나영석 PD<신서유기>를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것이 그간 물의를 빚은 이수근 같은 출연자에게 그나마 편한 무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플랫폼과 상관없이 콘텐츠만 좋다면 어디든 세워질 수 있고 또 상품으로 가공될 수 있는 현 콘텐츠 시장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플랫폼 시대는 저물고 콘텐츠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간 홀로 지내던 유재석이나 <무한도전> 멤버들이 FNC에 합류하는 건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홀로 서서 방송사에 목매는 존재들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혹은 인터넷이든 상관없이 송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역시 필요한 건 훌륭한 PD. 아무리 유재석이라도 김태호 PD 없는 그를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노홍철의 자숙, 묵묵히 그를 기다리는 대중들

 

자숙 중이지만 역시 그 녀석은 대중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존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 한 장에 대중들의 반응이 쏟아진다. 자숙 중이기 때문에 시민들과 만나도 인증사진을 찍지 않는 그 녀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찍힌 사진이 기사화되고 인터넷 댓글은 기다리겠다는 의견으로 가득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사실 노홍철 측에서도 스스로 밝힌 바지만 아직 복귀 얘기를 하는 건 시기상조다. 음주운전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무한도전> 같은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자였기 때문에 그 책임감도 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홍철에 대한 이런 관심과 반응이 여전하다는 건 향후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가 돌아올 때 그 반응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란 걸 예감케 한다.

 

그 녀석은 이제 하나의 캐릭터가 되었다.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불편함을 줄까봐 붙여놓은 호칭이 그 녀석이다. 이후 그 녀석이란 호칭은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기사를 통해서도, 또 시상식장에서도 자주 이용되었다.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확고한 팬덤의 영향이 크겠지만 뭐든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유재석의 힘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은 또한 노홍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컸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노홍철은 <무한도전>에서 그의 사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심지어는 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기도 했던 인물이다.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는 꽤 괜찮은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건 지금 현재 관찰카메라로 이동하고 있는 예능 트렌드에 그가 상당히 근접해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 그였으니 <무한도전>의 변화를 이끌 대항마로서 그에 대한 기대감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이 큰 만큼 실망감도 큰 법이다. 그러니 그만큼의 자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그를 아끼는 대중들 역시 그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가 제대로 자숙기간을 거쳐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근황 소식이 간간이 올라올 때면, “보고 싶다는 그리움을 토로하다가도 그래도 좀 더 자숙하라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장동민 같은 일부 연예인들은 사회적 논란을 만들고도 버젓이 방송을 강행하고 있어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맹기용처럼 논란이 계속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도 제작진이 무리하게 방송을 강행함으로써 오히려 당사자에게 고통만 더 크게 만드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은 하는 것보다는 안하는 편이 당사자나 프로그램에나 모두 득이 되는 일이다.

 

복귀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며 부인하는 그 녀석’. 그리고 그런 근황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리움을 토로하면서도 더 자숙하라고 말해주는 팬들. 또 그런 그에게 그 녀석이라는 애증의 캐릭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 이것은 어쩌면 한 때의 실수나 잘못으로 자숙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모범답안처럼 다가오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노홍철은 없어도 그 녀석은 여전히 살아있다



<무도> 식스맨, 흥미롭지만 남는 아쉬움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부터 논란까지 벌어졌던 MBC <무한도전>식스맨’. 그 첫 방송에는 기대만큼 남는 아쉬움도 많았다. 첫 회에 식스맨 물망에 오른 이들은 장동민, 김영철, 전현무, 데프콘, 광희, 주상욱이었다. 이밖에도 예고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서진, 유병재, 강균성, 홍진경, 홍진호 같은 인물들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 등장한 후보들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다. 장동민이나 전현무, 데프콘 같은 인물은 이미 대세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유병재나 강균성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했지만 역시 타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존재들이다.

 

사실 식스맨은 <무한도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다. 길에 이어서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남은 다섯 명으로는 여러 미션들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은 되어야 팀을 나눌 수도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미션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어딘지 애매하다.

 

노홍철을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지만, <무한도전>이 그런 무리수를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고,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인물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먼저 첫 방송에 나온 인물군들을 보면 각각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후보들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과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사실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 고유의 분위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색깔을 내다보면 <무한도전>과 마찰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한도전>에 맞춰주다 보면 자기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미 바깥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새로운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한도전>이 독특한 것은 거기 출연자들이 거의 무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해오는 과정들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 멤버들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건 자칫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예능인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식스맨으로 넣는 건 <무한도전>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잘 나가는 이들이 저희들끼리 이리저리 모여 잘 나가는 건 <무한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잘 못나갈 때 평균 이하로 시작해 지난한 노력을 통해 지금 현재의 최고 위치에 올라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스맨은 여러 모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서는 존재감이 없거나 신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들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식스맨이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 애거시라는 청춘은 멋진 스파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시작했다. 다만 스파이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식스맨은 그런 자질과 가능성이 있으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예능인으로서 자리하지 못한 인물군에서 나오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내로 들어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때, 그 인물은 실제로 <무한도전>의 멤버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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