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손석희 앵커브리핑이 만든 울림

“적어도 저희들이 생각하기에 언론의 위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 있으며 그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국가를 향해서는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저널리즘에 대한 소신을 그렇게 밝혔다. 사실 이 이야기가 그리 특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스스로도 밝혔듯이 “교과서적인, 뻔한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의 이 교과서적인, 뻔한 얘기가 주는 울림은 컸다. 그건 심지어 비장하기까지 했다. 지난 주말 홍석현 회장의 사임으로 불거진 대선출마설은 JTBC <뉴스룸>으로서는 소문이라고 해도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앵커브리핑을 통해 말하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공적 영역이지만 사적 영역”이기도 하다. 이것은 JTBC <뉴스룸>이 삼성 관련 사안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과연 제대로 보도를 할 것인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던 이유다. 그 때마다 <뉴스룸>은 그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라도 하듯이 할 이야기를 당연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은 시청자들이 <뉴스룸>에 신뢰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뉴스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객관적인 사실 보도를 해야 하는 소임을 맡고 있지만, 결국 그 뉴스를 하는 방송사는 하나의 회사이고, 그 회사는 방송을 허가하는 정치권력과 그 방송사가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광고료로 지탱된다. 그러니 정치권력이나 그 광고를 내는 광고주를 비판한다는 건 자칫 뉴스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것은 어쩌면 언론인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딜레마일 것이다. 즉 언론인들이라면 손석희 앵커가 말하는 것처럼 “시민사회에 진실을 전하는 것”이 그 소임이지만, 그들 역시 자신이 속한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그저 교과서적으로 진실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딜레마에 대해 손석희 앵커는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이 그 소신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할 선택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았다. “저나 기자들이나 또 다른 JTBC의 구성원 누구든. 저희들 나름의 자긍심이 있다면, 그 어떤 반작용도 감수하며 저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지키려 애써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능력은 충분치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의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비장하기까지 한 소신의 고백.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정답 같아 보이지만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이 어떤 울림을 만든 건 그것을 공공연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그것은 스스로도 밝혔듯 “저널리즘의 실천”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지금까지 <뉴스룸>의 성취가 어느 한 순간 불쑥 이뤄진 것이 아니라 매번 한 걸음씩의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일 <뉴스룸><그알>마저 없었다면...

 

2016년이 저물어가는 이즈음 국민들의 소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마치 억눌렸던 무언가가 터져버린 느낌. 숨겨졌던 국정 농단의 실체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느꼈던 그 허탈함과 참담함. 그래서 끝내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절실한 마음들이 새록새록 가슴에 피어난다. 다시금 되돌려 생각해보면 이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그저 묻혀버렸다면 그 끔찍함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우리가 다시 들여다봐야 할 건 언론이다. 언론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었을까.

 

'뉴스룸(사진출처:JTBC)'

MBCKBS의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자신들이 나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줬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일선 기자들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들 역시 목소리를 내려 했으나 윗선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은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는 광장을 취재하는 것조차 국민들의 비아냥을 듣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뉴스룸>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렇게 꽉 막혀버린 국민의 시야를 제대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어준 고마운 프로그램들이다. 만일 이런 시국이 국민들 모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뉴스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민이 뽑아 놓은 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그것이 모두 그들의 사익을 위한 일들로 채워졌다는 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걸 우리가 몰랐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합리적 의심을 어떤 사안이든 관계없이 던지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또 어땠을까.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들이 의혹을 남기고 있는지 의식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상식적으로 판단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었을 게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위한다는 식으로 앞에서는 얘기하면서 사실은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 일들이 묻혀졌다면...

 

<뉴스룸>은 올해의 마지막 앵커브리핑을 통해 머피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연거푸 벌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는 뜻이라는 것.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엄청난 비리들은 결코 숨겨지지 못한 채 하나하나 실체를 드러나며 터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들은 감춰지려 해도 감춰질 수 없는 일들이었다. 결국 일어날 일들이 우리 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혹자들은 뉴스를 보는 것만도 분노를 참을 수 없고 심지어 너무나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4일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가 소설가 박민규의 이야기를 빌어 말한 것처럼,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가장 큰 역할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눈을 뜨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방송에서 가장 중요했던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뉴스룸><그것이 알고 싶다>가 되지 않을까. 이 프로그램들 같은 국민의 진정한 눈이 되어줄 수 있는 언론이 내년에는 더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기를.

SBS 절치부심하는데 MBC는 시대 역행

 

SBS <8뉴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내놓았다. 김성준 앵커가 2년 만에 다시 복귀했고 뉴스의 방식도 달라진다. 김 앵커가 내놓은 개편안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포만감을 줄 수 있을 만큼소상하게 알려주고, 둘째 기자의 역할로서 현장을 지키며, 셋째 뉴스 진행 시간에도 벌어지는 상황을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라이브쇼로서의 뉴스에 충실하고, 넷째 시청자들이 묻고 기자가 답하는 뉴스를 지향하겠다는 것.

 

'SBS8뉴스(사진출처:SBS)'

이러한 뉴스의 방식은 JTBC <뉴스룸>을 연상시킨다. 백화점 나열식 뉴스는 지양하고 가장 관심이 갈 수 있는 이슈들에 집중하며 앵커 혼자 브리핑하는 게 아니라 기자가 출연해 집중 보도하는 형태. 이런 점들을 김 앵커 역시 상당 부분 수긍했다. 또한 <뉴스룸>을 이끄는 손석희 앵커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도 자신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SBS 뉴스의 이러한 변화는 새롭게 SBS 사장으로 부임한 박정훈 사장의 취임사로부터 일찌감치 감지된 바 있다. 박 사장이 취임사에서 한 이야기의 7,80%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하여 제대로된 언론의 기능을 하지 못한데 대한 반성과 성찰이었다. 그리고 박 사장은 공정보도자율성 보장을 재차 천명했다.

 

SBS <8뉴스>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시 다가갈지는 시간을 조금 두고 봐야 되는 문제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변화를 기치로 내걸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가장 지탄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지상파 뉴스들이었다. 그토록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전혀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

 

이런 변화를 촉발시킨 건 그래서 다름 아닌 JTBC <뉴스룸>이다. <뉴스룸>은 손석희 앵커를 기용해 기존의 지상파 뉴스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매거진 형태의 뉴스를 시도했다. 물론 초반에는 이런 뉴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보여준 진정성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고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보도는 언론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뉴스룸>이 이번 보도들로 얻어간 건 지상파 뉴스를 압도하는 시청률만이 아니라 방송사에 대한 신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SBS 뉴스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지금 KBSMBC에서는 어떤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질 않는다. KBS는 공영방송이니 그렇다 치지만 MBC는 어떤 면에서는 시대와 역행하는 흐름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였던 박상권 기자가 지난 14일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난 것에 대해 사내에서는 이것이 보복성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기자는 지난 123차 촛불집회 이후 현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함께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이정민 아나운서, 이 프로그램의 담당 부장이었던 임영서 주말뉴스부장도 보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는 것. 박 기자는 지난 11일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서 앵커로서 언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지금 현재 MBC 뉴스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건이다. 심지어 촛불집회에서 취재하는 것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MBC 뉴스로서 기자들은 심한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보도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MBC 뉴스가 지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현재 뉴스 보도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가에 대한 무감각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뉴스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JTBC <뉴스룸>은 그걸 촉발시켰고 변화하지 못했던 지상파 뉴스들은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그나마 상업방송인 SBS는 이러한 질타를 엄중히 받아들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MBC는 여전히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렇게 시청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뉴스,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성과남긴 JTBC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어언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종편이 그 지칭에 걸맞는 방송을 해왔는가 하는 데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종합 편성이라고 하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편성했어야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일부 예능과 함께 뉴스 보도에만 집중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모체인 언론사들의 방송정도로 종편을 평가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런 종편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이 바로 JTBC. 다른 종편들과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종편이라는 프레임에 넣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JTBC는 뉴스 보도에서부터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성과를 남김으로써 종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JTBC가 가장 빨리 방송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른 장르였을 뿐이다. 다른 분야 역시 JTBC는 초반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해 제작했던 건 JTBC가 여타의 종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시사와 예능을 덧붙인 <썰전>JTBC 예능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이 JTBC 예능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마녀사냥>19금 예능의 세계를 열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거나 새로운 예능으로의 변주를 꾀하는 등 다채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큰 데 비해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여타의 종편들이 5년이 지난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는 건 선뜻 투자를 한다는 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는 달랐다. <빠담빠담>에서부터 <밀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명품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런 투자에 힘입어 이제는 JTBC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신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JTBC가 종편 프레임을 뛰어넘는 데는 지속적인 드라마 편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JTBC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 건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어 만들어낸 보도, 뉴스, 교양 덕분이다. 여타의 종편들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보수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JTBC균형 있는 보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상파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팽목항까지 직접 가서 다뤘던 것은 JTBC 뉴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지상파 뉴스 보도들까지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단순 보도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는 지금의 뉴스 홍수의 시대에 왜 JTBC <뉴스룸>이 제대로 된 뉴스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는가를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이처럼 JTBC는 지난 5년 간 예능과 드라마와 뉴스 보도까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룸으로써 종편을 뛰어넘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위상을 만들었다. ‘종합 편성이라는 말에 가장 걸 맞는 성과와 진화를 이루었던 것. JTBC에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JTBC는 더 이상 종편이 아니다. 그저 JTBC일 뿐.

어쩌다 지상파 뉴스는 신뢰를 잃어버렸나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순하고 실한 주인 놀리는 하바타’,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최순실 게이트를 겨냥한 자막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때 이런 현실을 풍자하는 자막은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즈음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JTBC 뉴스룸(사진출처:JTBC)'

이런 흐름은 실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감이 크다는 반증일 게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에 담겨져 있는 건 국민들이 저들에 의해 당했다는 허탈함이다. 심지어 뉴스를 보며 묻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는 부모들의 한숨 소리도 들려온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대중들은 그것이 나와 유리된 사안이 아니라 내 일상까지 파고든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예능처럼 일상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저마다 자막을 통해 이 사안을 풍자하고 있는 데는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의 자막들을 보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요즘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지상파 뉴스들이 과연 제대로 국민들의 눈과 입이 되어주고 있었는가에 대한 비판의식. ‘최순실 게이트를 증거를 통해 조목조목 분석하고 그 사안의 중대성을 전파한 JTBC <뉴스룸>은 거꾸로 지상파 뉴스들이 무엇을 했던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면서 JTBC <뉴스룸>이 연일 경신하고 있는 높은 시청률은(8.7%까지 솟아올랐다) 그저 수치가 아니다. 거기에는 반대로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들까지 얹어져 있다. 이런 중대한 사안들을 보도하지 않고 도대체 무슨 뉴스들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던가. <뉴스룸>에 쏟아지는 찬사는 지상파 뉴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나서서 자막을 통해서나마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나름의 목소리를 낼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하게 뉴스와 보도 기능이 약화된 MBC의 경우는 지상파 뉴스가 최근 어떤 길을 걷고 있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뉴스데스크><피디수첩>은 권력과도 맞서서 진실을 밝히려 애썼던 프로그램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때 날선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제작진과 기자들은 대부분 밀려난 상태다. 진실을 밝히는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된 당연한 이유다.

 

제 아무리 다채널화된 미디어 환경이고, 정보의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여전히 방송사의 가장 큰 기능은 역시 뉴스와 보도 기능이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 속에서 오히려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취사선택해 보여주는 일은 이제 뉴스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 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지상파 뉴스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요즘 뉴스 못 본 듯’, <무도>가 꼬집은 현실

 

헬륨 풍선들을 가득 매달자 두둥실 떠오르는 몸. MBC <무한도전>그래비티 특집은 러시아로 가기 전 사전 무중력 체험으로 애니메이션 <>의 한 장면을 재현해냈다. 초등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장면을 실현해내며 <무한도전> 출연자들도 아이들처럼 들뜰 수밖에 없었다.

 

가장 몸무게가 낮은 광희는 허공으로 붕붕 뜨는 몸에 두려우면서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였고, 몸무게가 100킬로를 넘는 정준하는 비록 완전히 몸이 뜨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에 반색했다. 마지막으로 체험을 하게 된 박명수는 순식간에 고공으로 떠오르자 그 기분을 온 나라에 웃음꽃이 피었다라고 표현했다. 그 때 그 장면에 자막 하나가 덧붙여졌다. ‘요즘 뉴스 못 본 듯’.

 

아마도 지금 같은 시국이 아니었다면 그저 아이처럼 즐거울 수 있는 체험이고 도전이었을 테고 그래서 말 그대로 웃음꽃이 필 수도 있는 장면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 날은 그러기에는 시국이 너무 암울했다. <무한도전>이 방송되던 시각 서울 청계광장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불거진 대규모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요즘 뉴스 안보시는 듯이란 자막은 이런 시국상황을 염두에 둔 <무한도전>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어 풍선을 타고 허공에 붕붕 떠오른 박명수의 장면에는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란 자막이 덧붙여졌다. 그 자막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서 박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의 증거로 지목됐던 오방낭 복주머니 퍼포먼스를 떠올리게 하는 글귀였다. 최순실씨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파일 중에는 박대통령 취임식 당시 했던 오방낭 복주머니 퍼포먼스의 그 오방낭이 저장되어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야기한 국민적 허탈감과 분노는 최근 다양한 패러디 사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지난 <무한도전> ‘우린 자연인이다특집에서의 한 장면을 따온 패러디다. 산골에서 현실과 유리된 채 살아오는 상황극 설정을 하면서 정준하가 뜬금없이 이런 멘트를 던진다. “대통령은... 지금 누구예요?” 물론 그 멘트는 상황극 속에서 그가 진짜 몰라서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차갑게 식어버린 대중정서는 이 장면을 똑 떼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패러디가 되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분노하는 지점이 바로 그 질문 속에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국민들의 삶을 비전문적인 어느 한 인물의 결정으로 좌지우지했다는 걸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현실을 가져와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어떤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것. 그것이 패러디의 힘이다.

 

이 패러디가 보여주고 있듯이 <무한도전>의 자막 한 줄은 대단히 짧지만 그동안 현실을 줄곧 대상으로 하여 풍자해왔던 그 전통 속에서 패러디의 힘을 발휘한다. 함부로 웃기조차 힘들어 맘 편히 프로그램을 보며 웃기도 힘든 현실 속에 전하는 작은 한 줄의 힘. <무한도전>의 자막 센스에는 이런 특별함이 담겨져 있다. 이러니 이 프로그램을 지지할 수밖에.

뉴스의 존재가치, 의혹에 대한 정당한 질문

 

사실 뉴스는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 이상 과거 같은 위치를 갖기는 힘들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뉴스의 속보성을 거의 가져가는 상황이고, 방송 기자들조차 시민들이 현장에서 모바일로 즉시 찍어 올리는 그 자료들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TV에서 뉴스의 무게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JTBC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그것은 뉴스 자체가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뉴스 역시 어떤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최근 최순실씨 관련 단독 보도를 연일 쏟아내며 그 어떤 방송 콘텐츠보다 화제의 중심에 오른 JTBC뉴스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시대에 뉴스의 새로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의 연설문 등이 사전에 유출되어 최순실씨에 의해 수정 보완되었다는 증거가 JTBC가 입수한 최씨의 PC를 통해 확인되면서 그간 여러 매체에서 의혹으로만 불거져왔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결국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그 관계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사과문의 내용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인정하는 수준이고, 그 문건 유출이 연설문 같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자료들인 것처럼 발표된 것에 대해 많은 매체들이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사과문이 발표되고 몇 시간 후 JTBC뉴스는 이 내용들을 뒤집는 또 다른 자료들을 단독 보도했다. 그것은 PC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출된 문건의 수준이 남북 간 접촉 기밀은 물론이고 외교, 경제 같은 중대한 사안들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들이었다. 사과문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JTBC뉴스는 이밖에도 이 PC자료들 속에 최순실씨가 정부 요직 인선에 관여했을 정황들은 물론이고, 보안으로 기자들에게까지 함구했다 나중에 SNS에 사진을 올려 알려진 박 대통령의 저도 휴가 사진의 미공개분까지 들어있어, 국정 운영의 중대사부터 시시콜콜한 사안들까지 최순실씨가 간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실 요즘 뉴스는 물론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같은 속 보이는 구성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정반대의 의미로서 국민들이 당연히 의문시하고 그래서 질문을 던질만한 국정운영에 있어서의 사안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선택적 눈치 보기를 하는 경우는 많아졌다. 결국 뉴스가 세상의 모든 소식들을 전할 수 없는 매체적 위치이기 때문에 결국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선택과 집중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할 것을 하는 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깎아먹는 일이다.

 

최근 JTBC 뉴스는 최순실씨 보도로 말 그대로 시청률 대박을 내고 있다. 244%(닐슨 코리아) 훌쩍 넘긴 시청률은 25일에는 그 두 배인 8%를 넘어섰다. 어떤 이들은 JTBC에서 뉴스가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달성하기 힘들었던 최고 시청률을 낼 수 있을 거라 예견하곤 한다. 뉴스가 저평가되는 시대에 JTBC 뉴스는 어떻게 한 방송사의 가장 뜨거운 킬러 콘텐츠가 된 것일까.

 

선택과 집중은 어쩔 수 없는 뉴스의 현실이다. 이것저것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담아내겠다는 듯한 태도는 이미 속보성에서 밀리고 있는 뉴스가 취하기에는 너무 무모한 일이고 그건 나아가서 너무 많이 쏟아지는 뉴스들 속에서 중요성에 따라 취사선택해야 하는, 어쩌면 작금의 뉴스가 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뉴스가 모든 걸 보도하던 시대는 끝났고 그건 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신 뉴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뉴스의 입장과 시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입장에 걸맞는 뉴스를 선택해 볼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집중할까 하는 건 이제 뉴스의 본질이 되었다. JTBC 뉴스의 선택과 집중에 대해 이처럼 대중적인 지지가 생겨나고 있는 건 그래서 뉴스의 시대는 저문 것이 아니라 변화한 것이란 걸 생각하게 만든다. JTBC 뉴스는 뉴스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JTBC <뉴스9>, 학부모 인터뷰가 말해주는 것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다.” JTBC <뉴스9>에서 진행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2학년 학생의 학부모 김중열씨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애써 분을 삭이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실종된 자식을 둔 애끓는 부모의 마음과 동시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구조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는 없었다.

 

'뉴스9(사진출처:JTBC)'

일단 정리가 안 되고 지휘체계도 없다.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조차 없는 것 같다. 단순히 시간만 보내려고 하는 느낌만 받고 있다.” 김중열씨의 말은 아마도 지금 흘러가는 시간을 보고 있는 것이 피말리는 고통일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 그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정부의 말이나 조치를 믿지 못하고 있었다.

 

군경잠수부보다 오히려 민간잠수부를 더 신뢰했다. 그는 군경잠수부가 15분 작업에서 실상은 5분 정도밖에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고 지금껏 그들이 한 것이라고는 방 2개 수색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성과는 대부분 민간 잠수부가 했다여기는 방송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830분쯤 가장 공영적이어야 하는 방송에서 조명탄이 터지는 모습을 방송했는데 그 모습이 다가 아니다.” 그의 증언에 따라면 조명탄이 터지고 있다고 구조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너무 답답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학부모들이 배를 빌려 현장 바다까지 나가봤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과 달리 구조활동을 하는 배는 한 척도 없었다는 것. 배가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제지하는 배도 없었고 그저 조명탄 터트리기에만 바빴다고 한다.

 

그러니 민간인 구조팀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날 밤에도 민간인 구조팀 두 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명탄을 터트려주지 못해 작업을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조명탄을 주문하면 허가받는데 20, 터트리는데 40분이 걸리는 그런 상황이라는 건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게다. 정부의 구조작업이 전혀 적극적이라 여겨지지 않으니 민간인 구조팀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집계 발표하는 것조차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실종자 수 집계를 몇 차례나 번복함으로써 혼선을 불러왔고, 처음에는 심지어 전원 구조되었다는 식의 거짓 발표까지 나오기도 했다. 김중열씨도 그 날 낮에 팽묵항의 최고 책임자가 공식 발표한 생존자 명단에 자신의 아이 이름도 있었다며 어떻게 들어가 보지도 않고 생존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조는커녕 집계 발표조차 엉터리라는 것이다.

 

문제는 재난방송을 방송사들마다 앞 다퉈 하고는 있지만 김중열씨의 말대로 그것이 지금 현재의 진짜 상황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분석하고는 있지만 실제 구조 작업의 실상은 재난방송들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자칫 재난방송이 재난의 실제 상황을 덮어버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있다. 무언가 하고 있는 것처럼 방송만 떠들썩하고 실상은 다르다면 그건 실종자 가족들에게 얼마나 허탈한 일이겠는가.

 

재난방송은 거의 비슷한 장면들을 거의 무한 반복하며 틀어주고 대신 그 위에 멘트만 달리해 달아놓는 상황이다. JTBC가 시도한 것처럼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보려 노력하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공영방송을 신뢰하기가 어렵게 된다. JTBC <뉴스9>의 학부모 인터뷰는 현장의 실체를 드러내주면서 동시에 우리네 재난방송이 가진 부실함을 보여주었다.

<뉴스9>, 손석희가 하니 뉴스도 다르네

 

손석희라는 이름 석자의 위력이 이렇게 컸던가. 그가 앵커로 나선 <뉴스9>은 확실히 달랐다. 17일 방송된 <뉴스9>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문제로 점점 불안감이 높아지는 수산물 아이템으로 구성된 묶음 뉴스는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news9(사진출처:JTBC)'

먼저 손석희는 일본을 연결해 후쿠시마 현장을 직접 취재한 영상으로 그 방사능의 위험성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유령도시로 변한 그 곳의 새로운 주인들로 등장한 야생동물들은 실로 충격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항구에서 조업을 서두르는 어부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뉴스는 실로 입체적이었다. 손석희가 진두지휘하는 스튜디오에서 일본의 특파원이 연결되고 그 특파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취재 현장과 토쿄에서의 여론 취재를 각각 소개함으로써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다각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이어진 것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인터뷰다.

 

이 인터뷰는 손석희 특유의 집요함이 돋보였다. 국민들이 실감하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 사이에 얼마나 큰 온도차가 있는가를 손석희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보여주었다. 기준치를 언급하며 수입금지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윤진숙 장관에게 손석희는 꽤 많은 방사능 수치가 보고되고 있는 도쿄나 홋카이도 역시 수입금지 지역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결국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의 우려를 이유로 제시하는 윤 장관에게 손석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사안인데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니냐”는 따끔한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흔히 장관을 모셔놓고 적당한 질문과 답으로 넘어가는 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나 의혹이 있는 점 등을 피해가지 않고 직접 던지는 그런 인터뷰. 이런 자세야 말로 국민들을 대변하는 투명한 매체 역할로서의 앵커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식의 다양한 시각을 담는 입체적인 접근법은 다른 묶음 뉴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관련한 사안도 <뉴스9>에서는 좀 더 포괄적인 입장에서 청와대의 너무 잦은 인선에 대한 잡음의 문제를 거론하는 측면에서 다뤘고, 나아가 현재 공무원 인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행정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작용까지를 꼬집는 식으로 훨씬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뉴스9>이 형식적으로 바꾼 가장 큰 것은 앞 부분에 묶음식의 기획뉴스들을 배치하고 스트레이트성 뉴스를 뒤로 놓은 점이다. 그리고 이 기획뉴스를 스튜디오와 현장, 인터뷰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묶어 훨씬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석희 특유의 날카로운 지적과 민감한 사안도 에둘러가지 않는 질문이다. 이것은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더해주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고 좀 더 지켜봐야 <뉴스9>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 보여주고 있는 손석희의 새로운 뉴스 실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저녁 8시, 9시면 여기저기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곤 있지만 믿을 수 없어서, 또 너무 나열식으로 아무런 초점을 잡아주지 않아 오히려 복잡하고 혼동만 줘서 뉴스를 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그런 뉴스들 속에서 손석희의 뉴스는 확실히 뉴스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모쪼록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길, 그래서 그 변화가 다른 뉴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JTBC로 앵커 복귀하는 손석희, MBC는 왜?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한다. 지난 2000년 MBC <아침뉴스 2000> 이후 13년만의 앵커자리 복귀다. 그런데 그가 복귀하는 곳은 친정인 MBC가 아니라 JTBC다. 앵커로서 또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라디오 MC로서 손석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 아나운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런 아나운서를 놓치는 건 방송사로서는 크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즉 MBC를 떠나 JTBC에 새로운 둥지를 튼 손석희 사장은 그 거취 자체로 그간 MBC의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가를 말해준다.

 

'JTBC 뉴스 시사(사진출처:JTBC)'

손석희의 앵커 복귀로 JTBC의 시사 보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물론 지금껏 채널A나 TV조선 같은 종편 채널들의 시청률에 목맨 마구잡이식 보도 행태로 종편 전체의 시사 보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손석희가 JTBC의 보도 부문 사장으로 영입되고 온전히 그의 손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 맡겨진 상황이니만큼 얼마나 다른 방송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석희가 아닌가.

 

손석희가 앵커로 복귀할 <뉴스9>이 뉴스의 패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미 속보전에서 뉴 미디어에 밀려버린 TV 뉴스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뉴스 보도 패턴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뉴스9>은 이러한 관행적으로 해온 리포트의 백화점식 나열을 자제할 거라고 한다. 대신 당사자나 전문가 인터뷰, 심층취재를 강화해 TV 뉴스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

 

이밖에도 시사 부문에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정관용 라이브>를 맡고, MBC에서 퇴사해 프리선언을 한 문지애 아나운서가 일일 교양 프로그램 <당신을 바꿀 6시>의 진행자로 나선다고 한다. 여기에 역시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가 된 오상진 아나운서는 이미 <비밀의 화원>이라는 프로그램에 MC로 활약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손석희, 문지애, 오상진 모두 MBC가 밀어낸 아나운서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사적인 네트워크의 시각을 볼 필요는 없다. 프리선언한 아나운서들이야 방송이 생계일 수밖에 없고 문지애나 오상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된 아나운서들이 아닌가. 그러니 이들이 JTBC로 가든, 아니면 케이블 방송을 하든(오상진은 실제로 여러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그것을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게다.

 

다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왜 MBC는 이렇게 촉망받는 아나운서들을 모두 온전히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밀어냈던가 하는 점이다. 아나운서들은 사실상 방송 배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런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 직업군들이다. MBC 사태에 대해 그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문지애나 오상진이 방송국 내에서 어떤 처지였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수한 선배들이 아직도 프로그램 하나 맡지 못하고 외곽으로 떠돌고 있지 않은가.

 

보통의 회사원들이 사표를 낼 때와 마찬가지로, MBC 아나운서들이 줄줄이 사표를 쓴 것 역시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나 진로가 있었을 것이다. 즉 문지애 아나운서나 오상진 아나운서가 류승룡이 소속된 프레인 TPC에 모두 전속계약을 한 것은 이들 역시 나름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사표를 내는 이들을 관리하지 못한 건 역시 회사의 책임이 크다. 손석희를 비롯해 최일구, 문지애, 오상진 등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빠져나가면서 MBC는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 상당부분 놓친 게 사실이다.

 

한때 서민들의 입과 귀를 대변해주었던 <MBC뉴스데스크>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PD수첩>이나 <시사매거진 2580> 같은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진 상태다. 교양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다큐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한 때 금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MBC스페셜>은 근 몇 년만에 그 존재감을 상실한 상태다.

 

결국 방송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특히 방송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얼굴인 아나운서의 위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그 얼굴들로만 보면 MBC는 JTBC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뉴스 시사 프로그램이 사실상 방송의 신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것은 MBC로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MBC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을까. 물론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앞으로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행보는 MBC에게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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