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 해임, MBC 정상화에 남은 숙제들

결국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지난 9월부터 70일 넘게 이어져온 노조의 파업은 이제 정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번 해임안을 통해 겨우 MBC 정상화의 실마리가 보이게 됐지만, 이건 지난 70일 간의 파업만을 통해 얻은 성과는 아니다. MBC는 김재철 전 사장 이후부터 지금껏 너무 오래도록 시청자들로부터 멀어져갔다. 그만큼 이를 되돌리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장이 해임됐다고 해도 그와 수족처럼 함께 해온 MBC의 경영진들이 그 자리를 그대로 버티고 있는 이상 MBC의 정상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방송 장악을 시도했거나 이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처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엇나갔던 그 길을 되돌리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MBC가 예전의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뉴스, 시사, 교양 부문을 자율성을 다시금 확보해야 한다. 알다시피 시청자들은 과거 <피디수첩>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같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었는지를 알고 있다. 한때 국민의 귀와 입이었던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힘에 의해 핍박받으며 결국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MBC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뉴스데스크> 역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인력 구성에 있어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그 자리를 지키려 애썼던 이들이 모두 방출되어 있는 현재, 남은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뉴스 보도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힘이 바로 이 신뢰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부분에 대한 개혁 없이는 <뉴스데스크>의 복원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MBC는 과거 ‘MBC스페셜’이나 ‘눈물 시리즈 다큐’처럼 교양 부문에 있어서도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던 방송사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이후에 아예 교양국 자체가 와해되어버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런 과거의 MBC 교양이 갖던 존재감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 때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던 이들은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결국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좋은 프로그램이 좋은 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라진 교양국을 어떻게 다시 부활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그래서 MBC가 가진 또 하나의 숙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MBC 드라마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외주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외주제작사들마저 외면하는 방송사가 되어버린 건 이 역시 파행적인 간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막장드라마화한 주말드라마만이 겨우 남게 된 MBC 드라마가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이런 권위적인 구조를 깨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예능은 <무한도전>이 상징적으로나마 MBC를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능 분야에도 지난 10년 간 꽤 많은 인재들이 방송사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갔다. 늘 참신하고 새로웠던 MBC 예능 특유의 도전적인 분위기가 다시금 생겨나기 위해서는 그간 위축된 제작진들의 사기를 다시금 진작시킬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겸 사장의 해임으로 이제 겨우 MBC는 정상화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무려 10년 간의 엇나감이다. 그걸 되돌리는데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보여준다면 의외로 빨리 시청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사진:MBC)

어쩌다 지상파 뉴스는 신뢰를 잃어버렸나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순하고 실한 주인 놀리는 하바타’,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최순실 게이트를 겨냥한 자막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때 이런 현실을 풍자하는 자막은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즈음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JTBC 뉴스룸(사진출처:JTBC)'

이런 흐름은 실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감이 크다는 반증일 게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에 담겨져 있는 건 국민들이 저들에 의해 당했다는 허탈함이다. 심지어 뉴스를 보며 묻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는 부모들의 한숨 소리도 들려온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대중들은 그것이 나와 유리된 사안이 아니라 내 일상까지 파고든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예능처럼 일상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저마다 자막을 통해 이 사안을 풍자하고 있는 데는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의 자막들을 보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요즘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지상파 뉴스들이 과연 제대로 국민들의 눈과 입이 되어주고 있었는가에 대한 비판의식. ‘최순실 게이트를 증거를 통해 조목조목 분석하고 그 사안의 중대성을 전파한 JTBC <뉴스룸>은 거꾸로 지상파 뉴스들이 무엇을 했던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면서 JTBC <뉴스룸>이 연일 경신하고 있는 높은 시청률은(8.7%까지 솟아올랐다) 그저 수치가 아니다. 거기에는 반대로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들까지 얹어져 있다. 이런 중대한 사안들을 보도하지 않고 도대체 무슨 뉴스들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던가. <뉴스룸>에 쏟아지는 찬사는 지상파 뉴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나서서 자막을 통해서나마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나름의 목소리를 낼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하게 뉴스와 보도 기능이 약화된 MBC의 경우는 지상파 뉴스가 최근 어떤 길을 걷고 있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뉴스데스크><피디수첩>은 권력과도 맞서서 진실을 밝히려 애썼던 프로그램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때 날선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제작진과 기자들은 대부분 밀려난 상태다. 진실을 밝히는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된 당연한 이유다.

 

제 아무리 다채널화된 미디어 환경이고, 정보의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여전히 방송사의 가장 큰 기능은 역시 뉴스와 보도 기능이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 속에서 오히려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취사선택해 보여주는 일은 이제 뉴스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 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지상파 뉴스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없어야 한다.

MBC, 대중들의 편에 설 수는 없는 걸까

 

최근 <무한도전>은 향후 10년을 책임질 리더를 뽑는 선거특집을 방영했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아이템이고,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미래를 얘기하는 소재이지만, 그것은 또한 MBC라는 방송사나 나아가 정부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멤버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관료주의 타파투명성 확보등의 공약 문구는 그래서 지금의 MBC와 정부를 겨냥한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개과천선(사진출처:MBC)'

결국 <무한도전>이 이러한 선거특집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과의 소통이다. 시청자들 편에서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들어주기 위함이고,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위함이다. <무한도전>에 대한 지지층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자신의 편의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청자 지상주의를 내세우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수목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개과천선>은 피도 눈물도 없는 차영우펌의 변호사 김석주(김명민)가 어느 날 사고로 기억상실을 겪게 되고 자신이 변호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추악한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고 말 그대로 개과천선하는 드라마다. 김석주는 태안반도에 벌어진 기름유출 사건에서 사건을 일으킨 기업측에 서서 고통받는 어민들의 보상을 가로막았고, 승소하기 위해 한 여자 연예인의 치부까지 드러내 결국 그녀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게 만들었다.

 

자신이 자신을 돌아보는 흥미로운 구조를 가진 이 드라마는 결국 김석주가 어민들 입장을 자꾸 생각하게 되고, 또 자신이 궁지에까지 몰았던 여자 연예인을 위해 변호를 맡는 극적인 반전을 다룬다. 가해자인 자본과 대기업의 더러운 입으로만 살아왔던 그가 거꾸로 서민들과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것. 무엇보다 변호사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그가 기업이 아닌 서민들 편으로 돌아선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MBC라는 방송사의 현 상황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최근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단 몇 년만에 MBC는 너무나 다른 방송국이 되어버렸다. 지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MBC는 대중들의 눈과 입을 대변해주는 방송국이었다. <PD수첩>이나 <뉴스데스크> 같은 뉴스 시사프로그램은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콕콕 집어내었고, 드라마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었다.

 

하지만 그 몇 년 사이 어떤 일들이 벌어졌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은 더 이상 대중들의 눈과 입이 되어주지 못했고 드라마들 역시 막장드라마의 일일과 주말 편성은 물론이고 역사왜곡의 위험성이 있는 사극을 버젓이 강행했으며 최근에는 일선 PD들의 자율성을 깨는 PD 교체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기자와 아나운서들의 인사이동이 진행 중이고, 능력 있는 PD들은 견디지 못하고 방송국으로부터의 이탈을 시도 중이다.

 

항간에는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MBC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처럼 다시 대중을 위한 방송을 위해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무한도전>의 외침을 귀 기울일 수는 없는 일일까. 그 좋은 제작 능력으로 자본과 권력의 편에 서기보다는 서민들의 편에 서는 개과천선은 불가능한 일일까. MBC는 지금 대중들을 외면하고 침몰하느냐, 아니면 다시 대중들의 편으로 돌아와 생존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방송사의 근간은 자본과 권력이 아니라 대중들의 지지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구암 허준'에 구침지희가 주는 교훈 

 

허준을 소재로 한 드라마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재 중 하나는 이른바 구침지희(九針之戱)가 아닐까 싶다. 즉 아홉 개의 침을 침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닭에게 찔러 넣어도 닭이 아파하거나 죽어서는 안 되는 침술 경지를 대결하는 장면이다. 후한 시대 명의 화타의 전설적인 이야기지만 <구암 허준>에서는 이 구침지희가 최고의 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낙방한 유의태가 자신을 떨어뜨린 침술의 대가 양예수를 찾아가 벌이는 대결로 그려진다.

 

'구암 허준'(사진출처:MBC)

<구암 허준>의 원작인 이은성이 쓴 <소설 동의보감>에서는 이 구침지희를 ‘다섯 침까지가 범의, 여섯 침이 교의, 일곱 침이 명의, 여덟 번째 침은 대의, 마지막 아홉 침을 다 쓸 수 있으면 이미 침 하나로 모든 병을 다 볼 수 있는 태의’라 설명하고 있다. 허준 소재의 드라마에서 구침지희 에피소드는 유의태의 의술을 가늠하게 해주는 장면이면서 장차 허준과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가 벌이게 될 의술 대결의 전조가 되는 장면이다.

 

하지만 최완규 작가가 쓰고 이병훈 감독이 연출했던 <허준>에서 초반 대중의 관심을 한 방에 끌어들인 이 구침지희 에피소드조차 <구암 허준>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여전히 시청률이 6%에서 7% 사이를 오가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 <허준>이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걸 떠올려보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구암 허준>의 대본은 여러 차례 반복되며 풍부해진 소재 덕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허준(김주혁)이 유의태(백윤식)의 문하로 들어와 고초를 겪으며 의술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대목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흥미롭다. 병자에게 쓰는 물을 몰라 유의태에게 호된 꾸지람을 받는 대목이나, 예진아씨(박진희)에게 조금씩 의술에 눈을 뜨는 허준의 성장 과정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구침지희 같은 에피소드는 극적 긴장감을 높여주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즉 <구암 허준>의 시청률 하락은 콘텐츠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한 시간 남짓의 시간에 익숙해 있는 시청자들에게 30분 정도 분량으로 뚝뚝 끊어지는 일일극(그것도 사극)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편성의 문제이지 콘텐츠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 <구암 허준>이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시청률에서 그만큼의 성과를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는 즉흥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파격적인 편성 탓이 크다고 보인다.

 

시청률에 갈급하던 MBC가 8시 대로 <뉴스데스크>를 옮기는 파행 편성으로 결국 시청률에서도 빛을 보지 못하고 심지어 9시 대의 편성 공백을 만들어낸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아무리 ‘허준’이라고 하더라도 9시를 뉴스 시간대로 기억하는 시청자들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KBS 9시 뉴스>가 여전히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MBC의 8시부터 10시까지의 편성 전략이 총체적인 실패로 드러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구암 허준> 제작을 종용하면서 “9시대 시청률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2013년 3,4월이면 1등이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은 그가 자신만만해했던 4월에 오히려 방문진에서 해임안이 가결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청률을 빌미로 몇몇 프로그램들이 간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종영된 것도 문제지만, 적어도 그 근간인 편성만큼은 뒤흔들지 않았어야 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구암 허준>이 그간 시대를 넘어 네 차례나 반복되어 만들어지면서도 MBC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준 허준 콘텐츠의 유일한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릇 경영이라는 것은 마치 구침지희처럼 아홉 개의 침을 꽂으면서도 직원들에게는 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MBC의 경영진들이 꽂아 넣은 아홉 개의 침은 결국 그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중 잘못된 편성은 가장 치명적인 침이 되었다. <구암 허준> 같은 좋은 콘텐츠도 애물단지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김재철의 MBC, 그 잃어버린 3년의 의미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토록 공고하게 세워둔 MBC라는 방송사의 위상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은. 그 중심에는 이명박 정권과 함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김재철 사장이 있다. 이전에는 MBC 사장이 도대체 누구인지조차 잘 모르면서 방송을 즐겼던 대중들도 이제 김재철 사장이 누구인지 알 정도로 그는 MBC 프로그램의 추락을 초래했다. 그 전까지는 잘 몰랐던 사장 한 명의 위력을 실감하던 시간이었다.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가장 큰 문제는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무려 170일 동안의 파업을 벌였지만, 이로 인해 2백여 명의 MBC직원이 해직되거나 징계되었다는 것이다. <PD수첩>의 최승호 PD, 박성제, 박성호 기자, 정영하 노조위원장, 이상호 기자 등 8명이 해고되었고, 파업 관련자들을 본래 직종과 무관한 부서로 전보 처리하는 등 보복성 인사와 징계가 이어졌다. 대중들에게 친숙했던 MBC의 얼굴들이 일거에 사라져버린 것. 서울남부지법은 이러한 전보 처리 등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MBC의 얼굴들이 해고되거나 주변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게 망가진 것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다. MBC 하면 먼저 떠오르던 <뉴스데스크>나 <PD수첩>의 날선 비판의식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뉴스의 정부 편향성은 대중을 위한 뉴스가 아니라 정부를 위한 홍보에 머물렀고 당연히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렸다. <PD수첩>은 PD의 해고에 이어 작가 8명 전원이 해고당하고 대신 시용PD들이 배치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100분 토론> 또한 손석희가 빠지면서 급격히 신뢰도가 떨어졌고 결국 대중들의 기억에서조차 멀어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전문 인력들이 빠져나가자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 사고도 줄을 이었고 몇몇 아나운서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과 실수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그저 시청률에 목매달면서 <뉴스데스크>를 8시 대로 옮긴 것은 MBC 전체 프로그램의 틀을 뒤흔들었다. 시간대를 옮겼지만 여전히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3사 꼴찌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고, 9시 대에 <구암 허준>이라는 일일사극 파격 편성 또한 그다지 시청률을 가져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은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의 공백을 가져온 셈이다.

 

시청률에 대한 집착은 MBC 주말드라마의 막장으로 이어졌다. <메이퀸>은 아동학대에 가까운 자극적인 전개로 시작해 개연성 없는 인물들의 변화와 극악스러운 캐릭터들을 세움으로써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대중들의 냉랭한 비판을 받았고, 그 바톤을 이어받은 <백년의 유산> 또한 비상식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등장해 막장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오로지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져온 MBC 드라마의 비극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그림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드리워졌다.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8년 장수한 예능 프로그램인 <놀러와>가 떠난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종영되었고, 그 자리를 채웠던 <배우들>이라는 토크쇼 역시 시청률 난항으로 갑작스런 폐지를 맞았다. 아예 이제 MBC는 월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을 빼고 <MBC스페셜>을 편성함으로써 사실상 예능 포기선언을 한 셈이다.

 

이 월요일 저녁 시간대를 때우고 있는 <MBC스페셜>도 그 위상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 참신한 기획으로 다큐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금요일 밤의 최강자로까지 자리했던 <MBC스페셜>은 끝없는 편성 변경으로 인해 한없이 망가져버렸다. 눈물 시리즈와 <휴먼다큐 사랑> 같은 좋은 아이템들이 즐비했던 <MBC스페셜>의 추락은 MBC의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뼈아픈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사장 한 사람의 전횡으로 인해 방송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것이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을 떨어뜨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지난 3년 동안 MBC에서 벌어진 일이다. 방송의 성패가 프로그램의 질만큼 대중들이 그 방송사를 바라보는 정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 3년이 준 뼈아픈 교훈이다. 해고 노동자 복직, 변방으로 밀려난 직원들의 원대복귀 등등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는 문제다. 이 하나의 선택은 앞으로 MBC가 잃어버린 3년을 되돌려 다시 대중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인가를 가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양승은씨 아나운서가 맞긴 맞나요

 

이정희 후보가 언제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나? 지난 16일 주말 저녁 <뉴스데스크>에서는 귀를 의심케 하는 양승은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주통합당 이정희 후보가 오늘 토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습니다." 통합진보당 전 대선후보였던 이정희 후보를 ‘민주통합당 이정희 후보’라 말한 것. 말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중대한 사안이고 중대한 시기다. 대선을 겨우 3일 앞두고 있어 모든 유권자들의 귀가 뉴스보도에 집중되어 있는 시점이 아닌가.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통합진보당을 민주통합당으로 그저 말실수 한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너무나 엄청나다. 이정희 후보의 대선 TV토론 출연의 의미를 곡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정희 후보는 물론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권 교체를 이번 선거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두 후보의 정책노선이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양승은 앵커의 이 말실수(?)는 마치 이 두 후보를 한 카테고리로 묶어버린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정치적 상황에 민감한 유권자들이야 그 실수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권자들로서는 오해하기 십상인 잘못이 아닐 수 없다.

 

답답한 것은 양승은 앵커의 이런 실수와 그로 인한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에 양승은 앵커를 검색하면 쏟아져 나오는 단어들은 말실수, 멘트 실수, 방송사고, 논란 같은 부정적인 것들 일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지난 달 11일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대선이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고, ‘시사만평’ 코너에서는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말하는 방송 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런 방송사고가 MBC 뉴스에는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한 아나운서가 이렇게 반복해서 사고를 내는 건 심지어 그 의도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물론 지난 달의 멘트 실수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실수가 아니라 제작진이 스크립트를 잘못 넣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최재혁 아나운서 국장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생기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겹쳐서 사고가 나 안타깝다. 너그러운 시선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또 벌어진 사고. 이것을 어떻게 그저 우연히 생겨난 실수로 볼 것인가. 제 아무리 스크립트가 잘못 들어왔다고 해도,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멘트를 할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런 대처능력이 또한 필요한 자리가 앵커가 아닌가.

 

과거 올림픽 방송 때 양승은 아나운서는 이른바 ‘모자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나름 영국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의상이라고 해도 너무 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나운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이런 외적인 것이 아니라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있다. 바로 이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것을 하지 못하면 그 뉴스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참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양승은 아나운서의 잇따른 실수와 방송사고,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물론 그 반 이상은 제작진의 잘못이 맞겠지만 그것을 순간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앵무새처럼 전한 아나운서의 자질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쩌면 제작진의 의도로까지 비춰질 수 있을 게다. 한 번이야 실수로 눈 감아 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이미 어느 선을 넘어버렸다. 언제까지 시청자들이 엉터리 방송을 용인해줄 수 있을까. 이제 시청자들도 지쳤다.

MBC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가 오는 11월부터 시간대를 9시에서 8시로 당기기로 결정했다. 시청자들의 생활패턴에 큰 변화가 있다고 판단해 달라진 패턴을 반영했다는 것이 MBC측의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의 변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는 시청률 하락일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평균 11% 대의 시청률에서 올해 5%, 심지어 3% 대 시청률까지 곤두박질쳤다.

 

'MBC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MBC는 이 시청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 그 시간대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8시에 SBS가 뉴스를 먼저 하기 때문에 9시대의 뉴스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KBS가 9시 뉴스를 고집하면서도 20%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MBC의 시간대 변경의 변을 무색하게 만든다.

 

실제로 8시로 <뉴스데스크>가 옮겨간다고 해도 시청률 반등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들이 많다. 이미 주말에 8시 방영되는 <뉴스데스크> 역시 시청률에서 3-4%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방영되는 <SBS 8시뉴스>는 9-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말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주중 8시에 SBS와 맞붙게 될 MBC <뉴스데스크>가 쉽게 시청률 회복을 하기 어려울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SBS 8시뉴스>는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8시라는 파격적인 시간대를 편성하고도 평균 5-7%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SBS 8시뉴스>를 폐지하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역전되었다. <SBS 8시뉴스>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뉴스데스크>는 끝없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세대 중 20-40대의 시청률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이 <뉴스데스크>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시청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시간대가 아니다. 그것은 MBC라는 방송사의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뉴스 프로그램은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않지만 그 방송사의 상징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결국 방송사가 가지는 매체로서의 공신력에 의해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40년 만의 시간대 이동은(그것도 시청률에 밀려) 작금의 MBC가 대중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잃고 있는가를 스스로 보여주는 일이다.

 

사실 과거 MBC 뉴스만큼 철저히 대중들의 편에 서서 그 목소리를 담아내던 뉴스도 없었다. 권력과 잦은 부딪침을 겪은 것도 단연 MBC 뉴스의 몫이었다. 그만큼 대중들은 MBC 뉴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단 몇 년 사이에 그 지지는 비아냥과 조롱으로 바뀌었다. 날선 언론으로서의 비판 의식은 사라진지 오래고, 최근에는 지나치게 친 정부적인 뉴스로 보수화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은 MBC가 갖고 있는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다. MBC가 해야 할 것은 방송의 시간대 변경 같은 프로그램 외적인 변화가 아니다. 방송이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하는 방송편성과 프로그램의 내적인 변화가 있어야 MBC에 대한 대중들의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 방송사의 공신력이 생긴 이후에야, 예능이든 드라마든 다른 영역의 시청률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에서 방송사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큰 법이다. 제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도 그걸 품는 방송사에 대한 지지가 없다면 냉담한 반응만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이것이 현재 <뉴스데스크>를 포함해 MBC의 모든 프로그램이 난항을 겪고 있는 진짜 이유다.

예능과 시사 교양 모두 실종된 MBC

 

'MBC 뉴스데스크'는 한때 뉴스 프로그램의 간판 격으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특유의 권력에 굴하지 않는 따끔한 멘트와 시각들이 소외된 서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들은 모두 스타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지금의 뉴스데스크는 편성시간이 확 줄어버렸고 심지어 주말의 뉴스데스크는 단 15분이 고작이다. 대신 '세상보기 시시각각'이라는 VCR물이 뉴스의 빈자리를 때우고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는 'PD수첩'에서 '시사매거진 2580' 그리고 '100분 토론' 같은 인기 시사 프로그램들이 유독 많았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렸거나 본질을 잃고 마치 물 타기를 한 듯 프로그램 색깔이 흐릿해져버린 게 사실이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 이런 상황이니, 교양 프로그램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MBC스페셜'은 금요일 밤을 대표하는 다큐 프로그램이자, TV 다큐의 성공사례로 지목되었지만 언젠가부터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물론 파업 여파가 더 그 변화를 극명하게 보이게 해준 것일 게다. 하지만 이미 파업 이전부터 이런 변화는 눈에 띄게 일어났다는 것. 즉 이 변화가 파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이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파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방송, 특히 현실에 민감한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이 통제 받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프로그램이 자칫 그 눈과 귀를 막을 수도 있다. 파업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좀 더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함이다.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이 다를 수 없다. 예능은 그저 웃음을 주는 것으로 현실과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치부되기도 하지만, 어디 그런가. 지금의 예능은 현실과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대중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된다.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대표적이다. 11주째 결방의 이유도 분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파업에 대해 지지하는 대중들의 마음도 분명하다. 우리는 그저 방영되기만 하는 '무한도전'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웃음과 감동 그리고 의미를 주는 '무한도전'이 보고 싶은 것이다.

 

'무한도전', '황금어장', '놀러와', '우리 결혼했어요' 등등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건 모두 제대로 된 프로그램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외주로 채워 넣은 '일밤'이나 MBC측에서 겨우겨우 채워 넣은 방송이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타이틀만 같다고 같은 프로그램이 되는 건 아니다. KBS의 '1박2일'이 파업 와중에 편집 인력 몇을 투입해 만든 프로그램이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리는 건 그 때문이다.

 

남은 건 본래부터 외주로 채워지던 드라마들뿐이다. 그것도 자체 제작하는 주말드라마, '무신'과 '신들의 만찬'은 질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드라마들이다. 때 아닌 신파 설정으로 7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무신'과, 이해할 수 없는 멜로 구도의 급변으로 논란마저 겪고 있는 '신들의 만찬'은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하던 MBC의 위상을 옛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뉴스의 편성이 줄어들고,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사라지고, 예능도 없고, 드라마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방송. 이것은 어쩌면 파업이 아니라도 잘못된 인력운용으로 파행되는 방송사가 보여줄 풍경 그대로일 것이다. 케이블만큼도 볼 게 없는 작금의 MBC는 그래서 이 본질적인 문제를 그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식'의 인력운용과 버티기로 일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그토록 방송이 하고 싶은 이들이 눈물을 머금고 일선에서 벗어나 있는지, 또 그토록 제대로 된 방송을 보고 싶은 대중들이 긴 시간 동안 결방을 참고 있는지 MBC는 생각해봐야 한다.

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 뭐가 달랐나

"5년8개월만에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다는 자세로 소통과 공감을 뉴스의 기본축으로 삼겠다"는 최일구 앵커의 말대로 40년 만에 8시부터 시작하는 주말 '뉴스데스크'는 확실히 달랐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뉴스가 예능 프로그램만큼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는 뉴스의 선정에서부터 보도 순서, 보도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뉴스의 진행 방식까지 기존 뉴스의 모든 틀에 변화를 주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뉴스 프로그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첫 소식의 변화다. 개편된 주말 '뉴스데스크' 첫날의 첫 소식은 안개 소식으로 시작했다. 때 아닌 전국을 뒤덮은 안개 소식을 전하며 최일구 앵커는 "말 그대로 안개전국인데요"하고 운을 떼고는, 다음 청목회 로비 의혹에 대한 뉴스를 전하면서 "정치권도 안개에 휩싸였습니다"하고 '안개전국'과 '안개정국'을 이어 붙였다. 재치 있는 멘트로 딱딱해질 수 있는 정치권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접근시킨 것이다.

이튿날 첫 소식은 박지성 선수의 한 경기 두 골이었다. 이 뉴스를 전하면서도 최일구 앵커는 "한 경기 두 골을 기록하고 상대 울버 햄턴을 완전히 울보로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해 특유의 재치 있는 멘트를 선보였다. 최일구 앵커가 "다른 중요한 뉴스도 많지만 오늘 휴일이고 해서 산소탱크의 골 소식을 톱으로 정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주말 밤의 '뉴스데스크'는 늘 뉴스의 첫 소식이라면 등장하던 정치권 뉴스의 범주를 벗어난다. 즉 시청자가 원하고 듣고 싶은 뉴스를 먼저 앞에서 보여주고 정치권 소식은 뒤쪽으로 빼낸 것. 첫날 이명박 대통령이 G20 준비를 둘러본 소식은 뉴스 시작 후 23분 후에 전해졌고, 둘째 날 정치권 소식 역시 20여분이 지난 후에 전해졌다.

보도 방식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보였다. 그것은 현장 깊숙이 직접 기자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담아내려는 노력이다. 첫날 최일구 앵커는 전라남도 무안까지 달려가 낙지 어민들과 실제로 낙지를 잡아보고 그네들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어민과 똑같은 복장으로 앵커가 뻘에서 뒹구는 모습은 '뉴스데스크'의 한층 낮춘 보도 자세를 돋보이게 했다. "한 시간 동안 40번을 시도한 끝에야 겨우 낙지 한 마리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최일구 앵커의 말은 뉴스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만한 노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읽혀졌다. 한편 광부들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지하 550미터 막장으로 들어간 기자는 얼굴에 검댕을 묻혀가며 그들과 일해보고는 "저처럼 살찐 사람이 없다는 말 이제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뉴스라고 하더라도 땀이 배어있는 뉴스가 가진 진정성에 천착하는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최일구 앵커의 진행스타일이다. 그는 기존 앵커들이 혼자 앞에서 진행하는 형식이 아니라 기자들과 함께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KTX를 취재하는 내용에서 그는 "참 빠르긴 빠르죠. 주말 뉴스부 박승진 기자를 KTX에 태워서 취재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박기자는 이 KTX 때문에 지역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라고 말했고, 야생동물의 생존에 대한 소식에서도 "등산 중에 어린 야생 동물을 발견하면 측은지심으로 데려다 키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요 그러나 환경전문 허무호 기자는 아무리 선의라 해도 데려다가 키우면 야생동물의 생존이 허무해진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즉 앵커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자들의 목소리를 더 높여주는 진행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불필요해 보이는 멘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는 얘기를 하면서 "사장님한테 얘기해서 뉴스시간 좀 늘려달라고 해야겠습니다"라고 말한다거나, 기상캐스터에게 "어제보다는 덜 떨립니까? 새내기 캐스터가 이틀만에 적응하는 거 보니까 방송 소질이 꽤 있는 거 같습니다."하고 말하는 내용은 굳이 없어도 되는 멘트들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럽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전체 뉴스 프로그램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뉴스는 예능이 아니고 예능이어서도 안 된다. 정확한 정보를 신뢰감 있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보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실시간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작금에 이르러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지상파의 뉴스 프로그램이 뉴스의 일원화된 창구로서 기능하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는 어떤 식으로든 좀 더 지금의 시청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야 한다. 지금 최일구 앵커의 '뉴스데스크'는 이 변화된 뉴스의 환경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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