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정우성의 진심 느껴진 영화보다 난민촌 참상

보통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서 게스트와의 이야기를 주도하던 손석희 앵커의 모습이 사뭇 달라보였다. 그것은 그 자리에 나온 정우성이 거의 모든 걸 다 설명할 정도로 깊이 있게 로힝야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날 ‘배우’를 앞세우기보다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라는 자신의 또 다른 위치를 앞세웠다. 그래서 그를 소개하는 자막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먼저 써져 있었고 그 옆에 가로치고 ‘배우’라 적혀 있었다. 

손석희 앵커는 ‘문화초대석’ 시작부터 “영화배우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리포터 역할”을 하셔야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고, 정우성은 그 말이 당연하다는 듯 “친선대사가 하는 역할이 결국 그런 역할”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지금 현재 국제사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로힝야족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그 역사적인 배경까지 들어가며 세세히 설명했다.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인 필리포 그란디에게서 들은 로힝야족들의 참상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만난 “여성 대부분이 강간을 당했고 아이의 대부분이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목격했고 부모의 대부분이 아이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했다. “20년 전 르완다 대학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 그것이 정우성이 자신이라도 빨리 그 곳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고 했다.

정우성은 쿠투팔롱 난민촌의 역사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며 당시 미얀마 군부에서 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로 선포하면서 방글라데시에 있는 이 곳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8월 25일 폭력사태가 터지면서 난민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 미얀마의 버마족들과 로힝야족들의 갈등은 종교적 문제와 함께 19세기 영국의 신탁통치 때 로힝야족을 이용한 역사적 사건들로 더 커지게 됐다고 했다. 

정우성의 로힝야족 참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깊었다. 그저 난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참상을 역사적인 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 점들을 손석희 앵커도 느꼈을 게다. 그래서 그는 굳이 “친선대사”라면 “이름만 걸어놓고 계신 건 아닐까” 솔직히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오늘부로 완전히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정우성이 주연인 영화 <강철비>가 개봉하는 날이었다. 그러니 손석희 앵커 입장에서는 게스트로 초대한 정우성에게 영화 이야기를 묻는 건 하나의 예의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우성의 반응은 의외였다.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고 굳이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놓자 “개봉했습니다. 이 정도만 할까요.”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뉴스룸>에 나온 것이 영화 때문이 아니라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로힝야족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손석희 앵커의 질문으로 영화 이야기를 잠시 나눴지만, 그는 곧바로 자신이 다녀온 난민캠프의 참혹함을 알리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그들의 참혹함을 몇 마디 말로 전하기에는 참 모자란 게 많다”는 말을 덧붙였고, “6.25라는 전쟁을 겼었고 실향과 난민에 대해서는 어떤 민족보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여지도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걸 강변했다.

정우성이 달리 보였다. 한때는 그저 잘생긴 배우 정도로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연기파 배우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국제 사회 문제 등에도 남다른 인식과 개념을 가진 배우로 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거꾸로 이런 남다른 개념이 그가 하는 연기에도 남다른 깊이를 만드는 것이라 여겨졌다. 본인은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영화 <강철비>의 정우성에게서 느껴진 그 연기의 깊이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뉴스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JTBC)

故 김주혁 비보에 손석희가 전한 그의 따뜻했던 가슴

10월 30일 JTBC <뉴스룸>의 손석희가 전하는 ‘앵커브리핑’은 30년쯤 전 야근 중이다 교통사고 제보를 듣고 현장에 나갔다 겪은 일로 이야기를 열었다. 사고 현장에 급히 나가보니 이미 운전자는 사망한 뒤였고,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면허증을 찾는데, 여전히 그의 가슴이 따뜻하다는 데 놀랐다는 것. 

'뉴스룸(사진출처:JTBC)'

손석희가 ‘앵커브리핑’에서 30년도 더 된 시절에 겪은 이 일을 먼저 꺼내놓은 까닭은 그 날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친숙한 ‘구탱이형’이자 또 한 편으로는 드라마 <아르곤>의 김백진 앵커였던 김주혁이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예능에서는 그토록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동시에 연기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철저했던 배우. 김주혁이 우리를 떠났다. 

너무 갑작스런 비보인지라 김주혁의 사망소식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KBS 예능 <1박2일>을 통해 한껏 대중들과 친숙했던 그 모습에서 최근에는 배우라는 본업으로 돌아가 확고한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특히 <아르곤>을 통해 단단한 앵커의 역할을 200% 소화해내면서 역시 천생 배우라는 걸 실감하게 해주었던 그가 아니던가.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가늠해보면 김주혁은 최근 들어 드디어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돌아온 배우라는 직업이고 그래서 영화 <공조>와 <석조저택살인사건>에서의 악역 연기는 훨씬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면이 있었다. 또 아직 개봉하진 않았지만 <흥부> 같은 풍자사극으로 과거 <방자전>을 통해 보여줬던 그의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손석희가 ‘앵커브리핑’을 통해 김주혁의 비보를 애도하는 모습이 더 짠하게 다가왔던 건, 마침 그가 연기했던 <아르곤>에서의 앵커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손석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은 ‘특정 모델’을 염두에 두고 한 연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 시대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드러내는 작품이었기에 그 역할은 아마도 자연스럽게 손석희라는 언론인의 면면을 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마침 얼마 전에는 저널리즘을 다룬 드라마에 출연해서 그 나름의 철학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어서 비록 그것이 드라마이고 또 연기였다고는 해도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연대감도 생겼던 터….” 많은 이들이 그 캐릭터가 손석희 앵커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지만, 손석희 앵커는 거꾸로 그의 연기에서 ‘일종의 연대감’을 느꼈다고 했다. 손석희 앵커가 고인이 된 김주혁에게 보내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가장 큰 애도와 찬사가 어우러진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안타깝게 생을 버렸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가 여전히 살아있다. 항상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인물이었고 연기에 혼신을 불태웠던 천생 배우였던 그는 그렇게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손석희 앵커가 말하듯 우리는 알고 있다. “굳이 손을 넣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의 가슴이 따뜻하리라는 것”을.

‘뉴스룸’ 故 김광석 부인 서해순 인터뷰, 의혹만 더 커진 까닭

경황이 없었다. 아마도 JTBC <뉴스룸>에 인터뷰를 자청한 고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가 손석희 앵커와 30분 간 나눈 이야기의 주요 내용은 그것이 아니었을까. 손석희 앵커는 고인과 고인의 딸의 죽음에 대해 꽤 많은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의문이 가는 부분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먼저 고인의 딸 서연양의 사망을 알리지 외부에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손석희 앵커는 질문했고, 서해순씨는 “경황이 없었다”고 답했다. 마침 부친도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었다는 것. 여기에 대해 손석희 앵커는 2007년 4월 부친이 돌아가신 후 서연양이 사망한 것이 8개월 뒤였기 때문에 “경황이 없었다는 건 그렇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해순씨는 부친 사망 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경황이 없었다는 게 아니고 식구들하고 이제 돈 문제나 여러 가지 돌봐주는 부분에 있어서” 오락가락하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다시 데리고 왔다”는 것. 손석희 앵커가 가진 왜 10년 동안이나 딸의 사망소식을 알리지 않았느냐는 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손 앵커는 서해순씨에게 “언제 서연양의 죽음을 밝히실 생각이었냐”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거기 돌아오는 답변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홍대 앞에서 팬클럽 친구들을 만나 그 얘기를 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얘기를 할 상황이 안됐다”고 했다. 

손 앵커의 질문은 저작권 관련 항소심 당시 서연양이 사망했는데 그걸 밝히지 않은 것이 재판에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냐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서해순씨는 “시간상 그게 맞지 않다”고 말했다. 손 앵커는 재차 확인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항소심 중간에 김서연 양이 사망했다”는 것. 서해순씨는 딸의 사망신고를 꽤 늦게 해서 과태료까지 물었다고 했다. 손앵커는 딸의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고 사망신고도 늦게 한 것에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양이 살아있는 것으로 되어야 인접권 상속이 서해순씨에게 유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질문들에 대해서도 결국 서해순씨한테서 돌아온 답변은 “경황이 없었다”는 것이거나 “오래 된 거라”는 것이었다.

손 앵커는 “10년이란 세월이 과연 오래됐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판단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한 후, 고 김광석씨의 사망 당시 의문점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메모광”이었는데 “유서 한 줄 남기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의문, “119를 부른 시간이 한 50분 지나서였다”는 것에 대한 의문 또 당시 “술 먹고 장난하다 그렇게 된 거다”라고 인터뷰 했던 내용에 대한 의문 등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해서도 서해순씨의 답변은 “당시 정신이 없어가지고”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나중에는 “자살한거다”라고 인터뷰했던 내용을 거론하자, 자신은 그런 내용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영화에 “서해순씨의 얼굴과 함께 나온 멘트”라고 하자 또 나온 얘기는 “오래돼서 20년 됐고 당시 경황도 없었고...”였다. 

손 앵커는 “모든 문제가 오래되고 경황이 없었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질문 드릴 게 별로 없는데요”라고 했다. 그 역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 인터뷰 내용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다. 시종일관 손 앵커가 던진 질문들은 상식적인 의구심에 대한 것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들에 대해 “경황이 없었다”고 줄곧 답변한 서해순씨의 인터뷰는 의혹만 더 커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뉴스룸’ 손석희도 머쓱, 숙연해진 이효리의 생각·노래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기는 싫다. 어떤 뜻인지는 알겠는데 이거 가능하지 않은 얘기가 아닌가요, 혹시?”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효리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순간 손석희는 기분 좋은 당혹감을 느꼈을 법하다. 그래서 농담을 섞어 질책하듯 이효리에게 말했다. “질문한 사람을 굉장히 머쓱하게 만드시네요...” 라고.

'뉴스룸(사진출처:JTBC)'

<뉴스룸>의 손석희와 이효리. 어찌 보면 쉽게 보지 못하는 조합이다. 과거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되곤 하던 이효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4년 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그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말하는 것에 있어서도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속에는 듣는 이들을 공감시키고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천하의 손석희 앵커까지. 

새로 낸 신보의 선 공개곡인 ‘서울’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면서 전한 서울에 대한 생각은 그녀가 지난 4년 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잘 드러내주었다. “서울을 미워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사실은 “서울이 어두웠고 나빴던 게 아니라 서울에 살 때 제가 뭔가 좀 어둡고 답답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울’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춤에 대해 이야기하며 손석희 앵커가 “요가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자, 이효리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수긍했다. 과거 같으면 그런 평가를 부인하려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보니까 요가랑 춤이랑 그렇게 완전히 다른 게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육체, 몸을 가지고 뭔가를 표현하는 거니까.” MBC <무한도전>에서 그녀가 춤 선생으로 소개했던 김설진 현대무용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과거 그녀가 보여주려는 춤을 췄다면 이제는 자신의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

손석희 앵커는 새 앨범에서 ‘변하지 않는 건’이라는 곡의 가사를 소개했다. ‘변하지 않은 건 며칠 전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식빵. 여전히 하얗고 보드랍기만 한 식빵.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이상해. 변하지 않은 건 너무 위험해.’ 손석희 이야기처럼 그건 마치 ‘환경문제’를 의미하는 가사처럼 들렸지만 이어지는 가사는 그것이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 ‘얼마 전 잡지에서 본 나의 얼굴. 여전히 예쁘고 주름 하나 없는 얼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이상한 저 얼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과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고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걸 이야기하는 가사. 그리고 한 마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변하지 않는 걸 위해 우리는 변해야 해.’

손석희 앵커는 또 다른 곡인 ‘다이아몬드’를 소개하며 ‘그대여 잘 가시오. 그동안 고생 많았다오. 그대여 편히 가시오.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오.’라는 가사의 대상이 누구냐고 물었다. 어찌 보면 남녀 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효리는 그 곡을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기사를 읽다가 쓰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권력이나 무슨 기업에 맞서 싸우시다가 힘없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게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그분들에게 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이 곡을 썼다고 했다. 

손석희 앵커는 굉장히 뭉클해하며 그 ‘숙연한’ 가사에 의미를 더해주었지만, 정작 이효리는 그것이 거창한 일로 비춰지는 걸 저어하는 눈치였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전했을 뿐이라는 것. 사회적인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온 이효리에게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참여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이효리의 그 단순한 답변에 손석희 앵커는 또 한 수 배운 얼굴이었다. “사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죠”하고 덧붙였다. 

<뉴스룸>을 통해 보여진 이효리의 모습에서는, 지난 4년 간 그녀가 말한 ‘모순덩어리 삶’에 대한 깨달음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훌쩍 성장한 그녀가 느껴졌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때론 그렇게 꿈꿀 수 있는 것이 불가능을 가능하게도 한다는 걸 그녀는 어느새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발표한 노래 속에 그녀의 삶이 담겨지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뉴스룸>, 손석희 앵커브리핑이 만든 울림

“적어도 저희들이 생각하기에 언론의 위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 있으며 그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국가를 향해서는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저널리즘에 대한 소신을 그렇게 밝혔다. 사실 이 이야기가 그리 특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스스로도 밝혔듯이 “교과서적인, 뻔한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의 이 교과서적인, 뻔한 얘기가 주는 울림은 컸다. 그건 심지어 비장하기까지 했다. 지난 주말 홍석현 회장의 사임으로 불거진 대선출마설은 JTBC <뉴스룸>으로서는 소문이라고 해도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앵커브리핑을 통해 말하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공적 영역이지만 사적 영역”이기도 하다. 이것은 JTBC <뉴스룸>이 삼성 관련 사안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과연 제대로 보도를 할 것인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던 이유다. 그 때마다 <뉴스룸>은 그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라도 하듯이 할 이야기를 당연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은 시청자들이 <뉴스룸>에 신뢰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뉴스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객관적인 사실 보도를 해야 하는 소임을 맡고 있지만, 결국 그 뉴스를 하는 방송사는 하나의 회사이고, 그 회사는 방송을 허가하는 정치권력과 그 방송사가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광고료로 지탱된다. 그러니 정치권력이나 그 광고를 내는 광고주를 비판한다는 건 자칫 뉴스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것은 어쩌면 언론인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딜레마일 것이다. 즉 언론인들이라면 손석희 앵커가 말하는 것처럼 “시민사회에 진실을 전하는 것”이 그 소임이지만, 그들 역시 자신이 속한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그저 교과서적으로 진실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딜레마에 대해 손석희 앵커는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이 그 소신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할 선택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았다. “저나 기자들이나 또 다른 JTBC의 구성원 누구든. 저희들 나름의 자긍심이 있다면, 그 어떤 반작용도 감수하며 저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지키려 애써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능력은 충분치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의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비장하기까지 한 소신의 고백.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정답 같아 보이지만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이 어떤 울림을 만든 건 그것을 공공연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그것은 스스로도 밝혔듯 “저널리즘의 실천”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지금까지 <뉴스룸>의 성취가 어느 한 순간 불쑥 이뤄진 것이 아니라 매번 한 걸음씩의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JTBC 전성시대, 뉴스·드라마·예능 다 잡았다

늘 지금만 같으면 JTBC라는 방송사 브랜드는 지상파의 자리를 지워버릴 듯싶다. 개국한 지 5년이 조금 지났지만 JTBC는 뉴스면 뉴스, 드라마면 드라마, 예능이면 예능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위상을 만들어낸 것일까.

'뉴스룸(사진출처 :JTBC)'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최고의 뉴스 브랜드를 꼽는다면? 많은 이들이 서슴없이 JTBC <뉴스룸>을 꼽을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영입된 후 JTBC의 보도부문은 그간 지상파 뉴스들이 언론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그 빈자리를 채워왔다. 공영방송이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JTBC <뉴스룸>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직접 팽목항까지 내려가서 끝까지 보도했던 세월호 참사 보도는 JTBC의 뉴스가 가진 진정성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보도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들은 그간 속고 있었던 국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었다. 뉴스 프로그램 하나가 이토록 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건 거꾸로 말해 제대로 된 뉴스 프로그램이 얼마나 부재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뉴스룸>은 이제 지상파도 그 새로운 형식이 가진 효용성을 인정하는 뉴스 프로그램이 되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은 초창기부터 JTBC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썰전>, <비정상회담> 같은 시사, 교양 정보를 예능과 접목한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끌었다. 물론 <아는 형님>이나 <한끼줍쇼>, <님과 함께2> 같은 웃음에 포커스가 맞춰진 예능 프로그램이나, <히든싱어>, <팬텀싱어> 같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형식들 중에서 특히 JTBC의 정보가 섞인 예능프로그램은 최근 들어 시국과 만나면서 펄펄 날고 있다. <썰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말하는대로> 같은 시국 버스킹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았다. <한끼줍쇼>는 웃음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보여주는 서민적 정감이 어우러진 감동까지 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이나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 같은 드라마가 초창기 JTBC의 드라마 투자에 대한 일종의 선언적 의미를 가졌다면,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의 <밀회>는 완성도로서나 대중성으로서는 양자를 만족시킨 완성도 높은 JTBC 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로도 다양한 드라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JTBC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그 후 아쉬웠던 건 시청률이었다. <욱씨남정기>가 작년 그래도 3% 시청률을 내며 선전했지만 여전히 갈증은 남아있던 차에 이제 새롭게 시작한 <힘쎈여자 도봉순>이 그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2회 만에 5.7%를 기록한 이 드라마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 뉴스에서 독자적인 색깔의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드라마까지 JTBC는 확실한 성과를 내며 방송사의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일궈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그간 누려온 헤게모니 속에서 어떤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중단없이 투자하고 달려온 결과다. 게다가 비지상파로서 승승장구하던 케이블 채널 tvN마저 뉴스 프로그램의 부재로 인해 JTBC에 밀리고 있는 형국. 실로 JTBC 전성시대다.

<썰전>의 독한 혀와 정치인과의 거리두기

 

원래 표방하는 바가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면서요? 그런데 그 독한 혀라는 것이 나쁜 뜻에서의 독한 혀가 아니라 서로 토론을 통해서 실체적인 어떤 것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독한 혀겠죠. 그렇게 계속 유지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다만 부탁드릴 것은 녹화를 월요일에 한다면서요? 그걸 하루나 이틀 정도 늦추면 제작진들이 굉장히 힘들다면서요? 도저히 못하나요? 대개 노력하다 보면 되거든요.”

 

'썰전(사진출처:JTBC)'

손석희 앵커는 200회를 맞은 JTBC <썰전>에 대해 한 마디를 요구하는 제작진에게 그렇게 바람을 전했다. 이 날 방송은 200회답게 수많은 정치인들의 축하 영상이 잇따랐다. 현재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은 물론이고 정세균 국회의장, 유승민 의원, 노회찬 의원, 김성태 의원, 표창원 의원, 장제원 의원 등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역시 이 축하 영상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 프로그램에서 유독 많은 얼굴을 보였던 손석희 앵커였다. 그가 던진 몇 마디 말 속에 그간 <썰전>이 해온 적지 않은 공적들과 또 앞으로 나가야할 길까지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썰전>이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말 그대로 독한 혀의 의미는 시사 토크를 하되 좀 더 센 이야기, 즉 자극적인 면을 강조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이철희 소장은 좀 더 진지한 정치 토론의 자세를 유지하려 했지만, 강용석 변호사는 주로 정치인들의 뒷얘기, 가십쪽에 치중하는 면이 많았다. 물론 그것이 정치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손석희 앵커가 말하는 독한 혀의 진짜 의미는 아니었을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독한 혀가 시작된 건 그래서 이철희, 강용석이 하차하고 새롭게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진용을 짜게 되면서다. 이때부터 <썰전>은 좀 더 본격적인 시사 정치 문제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기 시작했다. 물론 예능적인 재미의 틀들이 편집을 통해 가미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건 우리가 그간 썰어내지 않으면 잘 몰랐던 그 시사 정치 문제들의 실체를 그들의 독한 혀를 통해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손석희 앵커가 말한 진정한 의미의 독한 혀가 만들어낸 변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뉴스룸>도 이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그저 팩트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팩트에 담겨진 다양한 의미들을 상식적인 추론에 의해 짚어보고 있는 것처럼, <썰전>은 그 특유의 예능적 방식을 통해 팩트에 담긴 실체를 추적한다. 저들만의 용어처럼 여겨지던 정치 언어들을 유시민과 전원책은 우리들의 언어로 풀어준다.

 

결국 <썰전>을 통해 시청자들이 얻은 가장 큰 것은 그간 너무 복잡해보이고 때로는 저들만의 언어로 되어 있어 소외감을 주는 시사나 정치 이야기를 이제는 누구나 회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정치는 실제 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의 참여로서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썰전>의 영향은 실로 지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회를 맞아 축하영상을 보내온 많은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썰전>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어찌 보면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썰전> 출연은 굉장한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썰전>의 이런 위상을 계속 유지해가기 위해서는 저 손석희 앵커가 말했던 본질에 충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체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독한 혀를 표방하고, 또한 정치인들과도 일정 부분의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썰전에 출연하실 의향은 없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손석희 앵커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비판과 견제를 다하는 일. 손석희 앵커가 던진 몇 마디 말 속에는 <썰전>이 나갈 방향성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신년토론' 전원책 후폭풍 왜 생겨난 걸까

 

시청률 11.8%. 이 수치만 봐도 신년을 맞아 JTBC가 마련한 신년특집 대토론 2017년 한국 어디로 가나는 분명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 토론 자리에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을 앉힌 행보는 여러모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의미 있는 포석이었다고 보인다. 떠오르는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그들의 JTBC 토론 프로그램 출연은 다른 대선 주자들의 출연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신년특집 대토론(사진출처:JTBC)'

하지만 시청률면에서도 또 향후 대선 정국을 앞두고 내놓은 좋은 포석의 기획면에서도 괜찮다 여겨졌던 이 특집 프로그램은 또한 방송 이후 꽤 큰 후폭풍을 낳았다. 그것은 전원책 변호사의 막무가내식 토론 태도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답답한 대중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 예능으로 급부상한 <썰전>의 주역인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토론에 함께 참여한다는 소식은 그것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지만 어째 방송에서 보여주는 전원책 변호사의 모습은 <썰전>의 그것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거침없는 언변이야 <썰전> 그대로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대방의 말을 막거나 끊고 자기 할 말은 누가 뭐래도 끝까지 하는 모습은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진행을 맡은 손석희 앵커조차 전 변호사님!”을 여러 차례 외치다 듣지도 않는 모습에 실소를 터트렸고, 유시민 작가는 역시 여러 번 <썰전>을 통해 전 변호사의 그런 모습에 익숙하다는 듯 능숙하게 진짜 보수는 잘 안 듣는구나, 그런 오해를 유발하게 돼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신년토론에서 전 변호사가 한 이야기들은 그 내용만으로는 문제될 것이 별로 없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날카롭게 이른바 대선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들이 던져지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은 이런 내용들만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말에 담겨진 매너와 태도다. 시청자들은 전원책 변호사의 일방통행식 토론 태도를 보고는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썰전>의 시청자게시판에는 하차 요구가 빗발쳤다.

 

이렇게 된 건 물론 전원책 변호사가 이번 신년토론에서 무언가 다른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신년토론<썰전>이 방송 형식 자체가 다른데다, 생방송과 편집의 차이가 극명하게 다른 느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썰전>은 시사를 다루지만 그렇다고 형식 자체가 시사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능이라는 형식으로 시사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다소 과한 표현들이나 유머들도 모두 수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썰전>의 편집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이슈들이 쏟아져 나와 추가촬영이 계속 이어지자 전원책 변호사는 생방송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 김구라는 일언지하에 그건 불가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어느 정도 편집이 되어야 방송이 그나마 어떤 균형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김구라는 베테랑 방송인답게 알아차리고 있었을 것이다.

 

편집은 다소 부적절한 말들이나 너무 오래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모양새들을 잘라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자막과 CG까지 사용해서 거기 앉아 있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단두대같은 발언으로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에서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해주었지만 그런 발언이 아무런 편집과정 없이 그냥 내보내지면 그 느낌은 사뭇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썰전>은 이렇게 예능이라는 틀과 편집이라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신년토론은 그런 장치를 걷어내 버림으로써 그 민낯을 보여준 셈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전원책 변호사는 예전 MBC <100분토론>에 나왔을 때도 여전히 일방통행식의 토론 태도를 보였었다는 시청자들의 새삼스런 반응들이 나왔다.

 

신년토론은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썰전>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준 면이 있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예능적인 편집이 얼마나 토론자들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만들어내고 있는가를 드러내줬다는 것이다(이러한 이미지 세탁 논란은 예전 강용석 변호사가 나왔을 때도 그런 지적들이 있었다). 항간에서는 그래도 전원책 변호사와 합을 맞춰가는 유시민 작가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더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신년토론의 후폭풍을 경험한 시청자들로서는 <썰전>이 다시 보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썰전>부터 <힙합의 민족>까지, <뉴스룸> 효과 톡톡

 

신년부터 JTBC는 승승장구다. <뉴스룸>은 종편역대최고 시청률인 11.3%(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그리고 이어진 특별기획 신년토론은 이보다 더 높은 11.8%를 기록했다. 이 날 <뉴스룸>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이 모인 것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덴마크 현지경찰에 체포되는 그 과정이 단독보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 체포 자체가 JTBC 기자의 제보에 의한 것이었다. 그간 잠적 도피 중인 정유라의 체포까지 가능하게 했다는 건 놀라운 기자정신의 발로가 아닐 수 없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이어진 신년토론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집중됐다. 무엇보다 조기에 치러질 것이 유력한 대선의 후보로 지목되는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자리인지라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패널로 참여한 <썰전>의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함께 했고, 무엇보다 과거 <100분토론>을 이끌었던 손석희 앵커가 자리함으로써 그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의 막무가내식 토론 진행에 대한 잡음들이 생기긴 했지만, 이 기획 자체는 여러 프로그램들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 중심에 <뉴스룸>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 <썰전>이 지원 사격하고 있었으며 그 구도는 과거 <100분토론>의 향수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러니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신년부터 승승장구한 JTBC의 핵심적인 진원지를 들여다보면 역시 <뉴스룸>이 있다. 작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준 <뉴스룸>은 언론이라면 그래야할 모습들로 시청자들의 무한한 지지를 얻었다. 그래서 지상파 뉴스들을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에 있어서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뉴스룸> 효과는 거기에만 머문 것이 아니다.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 효과는 JTBC 프로그램들 전반에 미쳤다. <썰전>의 거침없는 시국에 대한 사이다 비판들이 나올 때마다 역시 JTBC라고 시청자들이 말했던 건 그 이면에 <뉴스룸>이 보여준 바람직한 언론의 자세가 그 밑바탕을 제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던지는 이야기들은 속 시원한 시국에 대한 한 방이면서 동시에 복잡해 보이는 사안들을 쉽게 풀어내주는 역할도 보여줬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믿고 보는 <뉴스룸>의 지원사격을 톡톡히 받았다. <뉴스룸>에 이규연이 직접 출연해서 최순실 사태에 대한 심층 취재한 내용들을 인터뷰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인터뷰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효과는 뉴스 보도 프로그램을 넘어서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드라마까지 영향을 미쳤다. <말하는 대로>는 본래 버스킹과 길거리 강연을 덧붙인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시국을 맞아 더 날선 풍자와 직설이 덧붙여진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힙합의 민족2>는 힙합 오디션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2016년을 주제로 한 미션에서는 현 시국에 대한 날선 가사들이 봇물을 이뤘다. <말하는 대로><힙합의 민족2>가 그런 면들을 드러낼 때마다 시청자들은 ‘JTBC니까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반응을 내보였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역시 지금 시국과 맞아 떨어져 원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로 해석한 면들이 주목을 끌었다. 한 학생의 죽음에 대해 그 진실을 밝히려는 아이들과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대결구도가 세월호 참사의 상황들을 환기시킨다는 것.

 

물론 JTBC 프로그램들의 이런 승승장구가 모두 <뉴스룸> 하나의 효과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뉴스룸>이 만들어낸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그 노력에서 비롯된 방송사에 대한 지지가 다른 프로그램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뉴스프로그램 하나의 힘은 이처럼 한 방송사의 위상을 바꿔놓을 정도로 지대하다는 걸 <뉴스룸>은 보여주고 있다

만일 <뉴스룸><그알>마저 없었다면...

 

2016년이 저물어가는 이즈음 국민들의 소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마치 억눌렸던 무언가가 터져버린 느낌. 숨겨졌던 국정 농단의 실체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느꼈던 그 허탈함과 참담함. 그래서 끝내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절실한 마음들이 새록새록 가슴에 피어난다. 다시금 되돌려 생각해보면 이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그저 묻혀버렸다면 그 끔찍함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우리가 다시 들여다봐야 할 건 언론이다. 언론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었을까.

 

'뉴스룸(사진출처:JTBC)'

MBCKBS의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자신들이 나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줬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일선 기자들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들 역시 목소리를 내려 했으나 윗선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은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는 광장을 취재하는 것조차 국민들의 비아냥을 듣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뉴스룸>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렇게 꽉 막혀버린 국민의 시야를 제대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어준 고마운 프로그램들이다. 만일 이런 시국이 국민들 모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뉴스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민이 뽑아 놓은 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그것이 모두 그들의 사익을 위한 일들로 채워졌다는 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걸 우리가 몰랐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합리적 의심을 어떤 사안이든 관계없이 던지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또 어땠을까.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들이 의혹을 남기고 있는지 의식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상식적으로 판단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었을 게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위한다는 식으로 앞에서는 얘기하면서 사실은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 일들이 묻혀졌다면...

 

<뉴스룸>은 올해의 마지막 앵커브리핑을 통해 머피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연거푸 벌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는 뜻이라는 것.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엄청난 비리들은 결코 숨겨지지 못한 채 하나하나 실체를 드러나며 터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들은 감춰지려 해도 감춰질 수 없는 일들이었다. 결국 일어날 일들이 우리 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혹자들은 뉴스를 보는 것만도 분노를 참을 수 없고 심지어 너무나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4일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가 소설가 박민규의 이야기를 빌어 말한 것처럼,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가장 큰 역할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라면, 그 눈을 뜨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방송에서 가장 중요했던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뉴스룸><그것이 알고 싶다>가 되지 않을까. 이 프로그램들 같은 국민의 진정한 눈이 되어줄 수 있는 언론이 내년에는 더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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