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강호동, 이를 넘을 수 있는 해법은

 

지금 강호동은 위기다. 그는 복귀 후 무려 일곱 개의 프로그램(<무릎팍도사>, <스타킹>, <달빛프린스>, <우리동네 예체능>, <맨발의 친구들>, <별바라기>, <투명인간>)에 차례로 투입되었지만 여기서 네 개 프로그램(<무릎팍도사>, <달빛프린스>, <맨발의 친구들>, <별바라기>)은 페지 되었고 남아있는 세 개의 프로그램 역시 폐지설이 나오는 등 그다지 좋은 상황을 만들고 있지 못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KBS <투명인간>2%(닐슨 코리아)대 시청률을 내면서 폐지설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 시청률이라면 종편에게도 밀리는 상황이다. <투명인간>의 출연진들은 끊임없이 셀프 디스를 해가며 도와 달라 간청을 하지만 프로그램이 그런 방식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점점 더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6%대 시청률로 그나마 선전하는 중이다. 한때는 4%대까지도 떨어졌던 것이 정형돈이 투입되고 테니스, 족구 등의 종목을 하면서 조금씩 반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투입하고 있는 자원들을 생각해보면 6% 시청률로 만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보다는 다른 출연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꽤 높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이 성과를 강호동의 것으로 두기가 애매하다.

 

SBS <스타킹>9%의 시청률을 내고 있지만 이것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수치는 강호동의 진행 능력이라기보다는 출연자들의 섭외와 기획이 더 좌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스타킹>의 포맷 구성은 대중들에게는 그만큼 익숙하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형식은 조금은 트렌드에서 빗겨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호동의 위기는 사실 복귀한 후 그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에서 비롯됐다. 강호동이 다시 돌아온 판은 그 1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트렌드가 자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토크쇼 시장은 점점 물러나고 리얼리티쇼가 점점 부상되던 시기였다. 그러니 이 판세를 읽었다면 강호동은 기존의 스튜디오물이나 아니면 캐릭터쇼에 가까운 리얼 버라이어티는 피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게다가 강호동이 대중들을 향한 진정성을 드러내 보이려 했다면 좀 더 강도 높은 현장 속으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심지어 김병만이 <정글의 법칙>을 통해 살벌한 정글 속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시기였다. 그런 그가 제 아무리 맨발로 해외를 뛰어다닌다고 해도 그 고생의 강도가 별반 느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리얼리티쇼로서의 자기 모습을 좀 더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강호동의 MC 스타일이 지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중심에 서서 모두를 끌고 다니는 강력한 리더십의 메인 MC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불필요해졌다. 그것은 무수한 카메라가 각각의 액션들을 가장 자연스럽게 포착하기 위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중심을 내세우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그것은 진행의 힘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가리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강호동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바로 이 메인 MC가 되려는 강호동의 모습이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색한 모습을 앉아 있기만 해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손호준을 떠올려보라. 물론 강호동은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지만 그래도 진행하려는 욕심보다는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려면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말 그대로 리얼한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형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스타킹>, <투명인간> 그 어느 것도 리얼리티쇼의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지 않다. 이 프로그램들은 아쉽게도 지금은 조금 지나간 트렌드의 형식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호동만이 지금 현재 그가 처한 위기를 넘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형식 자체가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우는 프로그램을 아예 피하는 편이 낫다. 차라리 <진짜사나이> 같은 여러 출연자들이 투입되는 프로그램에 한 사람으로서 들어가거나 <나 혼자 산다>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상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게 그에게는 지금 더 절실하다. MC 강호동을 버리고 인간 강호동을 보여주는 길. 해법은 그것밖에 없다.

 

예능 트렌드의 변화, 스타 MC 모두의 문제

 

MBC <별바라기>가 조기종영을 결정하면서 강호동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복귀한 후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는 거의 바닥이다. MBC <무릎팍도사>가 폐지됐고, KBS <달빛프린스>SBS <맨발의 친구들>도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종영됐다. 그나마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그의 주특기인 운동을 살려 버텨내고 있지만 계속되는 프로그램의 종영은 그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별바라기(사진출처:MBC)'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건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의 변화는 한 때 스타로서 정상에 군림하던 MC 파워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최정상의 스타MC인 유재석도 이 흐름에서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그가 새롭게 이끌고 있는 KBS <나는 남자다>는 겨우겨우 5%대의 시청률을 버텨낼 뿐 이렇다 할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재석 스스로도 이런 식으로는 시즌2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SBS <런닝맨>도 위기다. 그래도 10%대를 유지했던 <런닝맨>은 최근 6%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반면 동시간대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낸 것을 염두에 둔다면,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의 추락은 현재 스타MC 파워가 과거에 비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잘 말해준다. 걸스데이 혜리의 3초 앙탈 하나가, 또 저질 체력의 여전사(?) 김소연의 악바리 정신 하나가 그 어떤 스타 MC들의 팬덤보다 더 힘이 세졌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신동엽이나 김구라 같은 진행형 MC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 두 MC는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트렌드에 동승함으로서 타 스타 MC들보다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할 뿐이다. 하지만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김구라가 출연하지만 3%에 머물고 있는 SBS <매직아이>는 대표적이다.

 

즉 강호동의 위기는 강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 MC들 전체가 겪는 문제라는 점이다. 다만 그가 더 위기처럼 도드라져 보이는 건 잠정은퇴 선언을 하면서 과거 그가 했던 프로그램과 단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했지만 마침 그 시기는 스타 MC 파워가 점점 사라지는 시점이었다. 일반인들이 점점 예능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외국인도 그 범주의 하나다), 연예인들도 하나의 리더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각개전투 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러니 하나의 꼭지점으로서 전체를 리드하던 스타 MC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타 MC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최근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한 관찰카메라가 가진 특징을 통해서도 쉽게 드러난다. 즉 관찰카메라는 그 자체로 중심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전후좌우 도처에 숨겨져 각각의 인물들의 행동을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구도에서는 도드라진 스타 MC들이 불필요해진다. 다만 각자 가진 자신들의 진짜 매력을 숨겨진 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토크쇼 같은 스튜디오 예능이 점점 힘이 빠지는 건 이런 관찰카메라의 시선이 만들어낸 수평적인 느낌과 진정성의 강도를 이들 스튜디오 예능에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예능은 그 구조상 카메라가 중심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걸 깨기 위해 JTBC <비정상회담> 같은 경우에는 아예 탁자를 부채꼴로 놓지 않고 과감하게 일렬로 세우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중심을 세우기보다는 토론이 갖는 양대 구도를 세우기 위한 포진이다.

 

또한 스튜디오 예능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인위성(스튜디오라는 공간 자체가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은 최근 시청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정성의 강도를 떨어뜨린다. 이것은 때로는 <런닝맨> 같은 야외형 예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런닝맨>처럼 야외로 나간다고 해도 스튜디오와 다를 바 없는 어떤 일정한 틀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최소한 <12>처럼 여행이라면 일상이 되겠지만 <런닝맨>은 여행이 아니라 게임이다) 그 리얼리티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강호동이 표징하는 것처럼, 지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 변화는 스타 MC들 모두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기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답이 없는 건 아니다. 그나마 강호동이 잘 버티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처럼,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일상처럼 맞는 예능이면서 동시에 중심에 서기보다는 많은 출연자들(일반인 포함) 중 하나로 설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제 스타 MC들이 찾아내야할 새로운 위치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타 MC가 사라져가는 왕좌 없는 예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이 부활하려면

 

화요일 밤이 왁자지껄해졌다. 강호동의 귀환.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강호동과 이수근의 재회다. 사실 강호동이 잠정은퇴 선언으로 <1박2일>을 빠져나가고 나서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을 느꼈던 이수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수근은 강호동이라는 비빌 언덕 안에서 강력한 개인기와 순발력을 선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강호동의 행동이나 말투 하나하나가 익숙한 이수근은 때론 그를 무식하다며 몰아세우기도 하고, 때론 그에게 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웃음을 만드는데 익숙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그런데 이런 사정은 강호동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잠정은퇴에서 복귀 후 어딘지 옆자리가 허전한 느낌을 준 것은 강호동이라는 캐릭터에는 까불고 당하는 조력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에서는 유세윤이, <1박2일>에서는 이수근이 그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첫 번째 미션으로 선정된 탁구의 본게임이 시작되기 전 그 준비과정을 그린 첫 방송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사람의 합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플래카드에 거대한 붓으로 그들이 이번 대회의 소원으로 선택한 ‘헹가래’라는 글자를 쓰는 과정에서 맨손으로 붓을 짜는 복불복(?)은 <1박2일>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가위바위보에서 계속 져 붓을 짜던 이수근이 새까매진 손으로 “장갑 좀 벗을께요”하는 식의 즉석 상황극이 그렇고, ‘헹가래’의 철자를 두고 딱밤으로 강호동의 이마에 점을 찍어 ‘정동남 만들기’를 선보이는 장면이 그렇다. “예능 아닙니까?”하는 이수근의 말은 <1박2일> 시절의 ‘버라이어티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아직까지 최강창민의 두드러진 활약이 눈에 띄지 않지만 그의 역할은 강호동, 이수근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프로그램에 비주얼적인 면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비주얼이 앞으로 만날 여성들과의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강호동, 이수근과의 비교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최강창민의 이런 가능성이 드러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MC 조합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때 그 때의 미션에 맞게 함께 대결을 벌일 게스트를 잘 뽑는 일이다. 첫 번째 탁구 대회 미션 게스트 중 단연 눈에 띄는 게스트는 박성호와 조달환이다. 연예인 탁구단 회장으로 출연한 박성호는 탁구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선생 캐릭터를 즉석에서 만들어 강호동에게 면박을 주기도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게스트 중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준 인물은 박성호가 추천한 조달환일 것이다.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낯선 조달환은, 이름이 풍기는 어딘지 코믹함과 신비스러움(?)을 기대하게 만들다가, 거의 신기에 가까운 탁구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동네 예체능>의 대결이 그저 동네 단합대회 같은 소소함에 머물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2회 정도의 분량으로 하나의 미션이 구성된다고 볼 때(물론 이건 미션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1회분의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은 예능적으로 풀어질 가능성이 높고, 2회분은 스포츠가 주는 팽팽한 대결의 맛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달환 같은 인물은 2회분의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인물인 셈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그 제목에서부터 풍기듯 예능(1회분에 주로 보여질)과 체육(2회분)을 결합한 데다 ‘우리동네’라는 일반인 참여 콘셉트를 포함시킨 프로그램이다. 확실히 <달빛프린스>의 정적인 분위기보다는 활력이 넘치는 동적인 이 분위기에서, 예능과 체육 그리고 일반인은 강호동에게는 최적의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야심찬 기획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강호동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조달환 같은 화제의 인물 혹은 ‘우리동네’의 특별한 일반인들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즉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은 ‘예체능’보다 ‘우리동네’라는 점이다. SM식구들의 대거 출연은 물론 같은 소속사인 강호동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강호동이 해야 할 일은 예전 <1박2일>에서 여행 중 만났던 일반인들을 즉석에서 웃고 울리며 캐릭터를 만들던 모습이나, <스타킹>에서 참가자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큰 리액션을 보임으로써 그들을 올려 세우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이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동네 예체능>이 사는 길이고, 또 강호동이 살아나는 길이다.

안되는 토크쇼, 왜 자꾸 만들까

 

왜 안되는 걸 자꾸 만들어내는 걸까. 토크쇼의 추락은 그 끝을 모른다. 그 신호탄은 유재석이 그토록 오래 이끌어왔던 <놀러와>가 폐지되는 것으로 이미 정점을 찍었다. 강호동의 KBS 예능 복귀작인 신상 토크쇼 <달빛프린스>가 5% 남짓의 시청률에 머물렀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유재석과 강호동 같은 발군의 MC들이 투입되어도 추락하는 토크쇼를 보며 그다지 놀랄 필요는 없다. 그것은 MC들의 탓이라기보다는 작금의 토크쇼라는 형식 자체가 자초한 일이 더 크기 때문이다.

 

'놀러와'(사진출처:MBC)

작년 신상 토크쇼의 아이콘이 되었던 <힐링캠프>를 보라. 대선후보들이 줄줄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만 해도 <힐링캠프>는 승승장구 했었다. 하지만 단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이 토크쇼의 시청률은 거의 6-7%대까지 떨어졌다. 이경규라는 백전노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현정이 MC로 데뷔했던 <고쇼> 역시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더니 결국 종영하고 말았다. 캐스팅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따왔지만 시청자들은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MBC 목요예능의 고전을 일시에 해결해줄 것 같았던, 강호동의 복귀와 함께 재개된 <무릎팍도사>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시청률은 그렇다 치고 화제성면에서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놀러와>의 후속작으로 들어온 <배우들>은 심지어 2.3%라는 시청률로 곤두박질쳤다. ‘이럴 거면 왜 <놀러와>를 폐지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만한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토크쇼들은 하는 족족 추락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나오는 걸까.

 

그간 토크쇼들이 해왔던 것은 이른바 연예인들의 사생활 끄집어내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강심장>처럼 아예 대놓고 누가 더 센 사생활을 폭로할 것인가를 내세우는 토크쇼나, <놀러와>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스스로 내밀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토크쇼나 다 마찬가지였다. 또 <힐링캠프>나 <승승장구>처럼 1인 게스트와 좀 더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도 마찬가지고 북 토크쇼라는 새로운 형식을 차용한 <달빛프린스> 같은 신상 토크쇼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대중들에게 그만큼 강력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미 너무 많은 토크쇼들이 나와서 무수히 많은 연예인 사생활을 털어놓다 보니 그 신선함도 떨어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네들 역시 일반인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제 아무리 강력한 사적인 이야기를 갖고 나온다고 해도 그게 연예인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갖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제 식상한 연예인 이야기보다 오히려 <안녕하세요>에 나오는 일반인들의 사적인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로 옮아온 것이다.

 

토크쇼가 결국 소통의 쾌감을 주는 예능의 형식이라면 작금의 소통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인식을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연예인의 사적인 이야기나 신변잡기는 더 이상 소통의 쾌감을 주지 못한다. 그것보다 대중들은 이제 좀 더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 한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가 훨씬 얇아진 현 세태에서 왜 연예인이라고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우리들이 들어줘야 한단 말인가. 이런 소통에 대한 변화된 대중들의 인식은 작금의 토크쇼들이 일제히 곤두박질친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작금의 대중들은 소통이 말만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동반하는 진정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스튜디오에 앉아서 ‘인생이 어떻고 삶이 어떻고’하는 이야기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좀 더 현실과 현장과 부딪치면서 말만이 아니라 몸과 땀으로 보여주는 소통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토크방식이 아닐까. 토크쇼는 좀 더 스튜디오를 벗어나 현실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연예인 사생활만 팔고 있을 것인가. 아무리 포장을 달리한다고 해도 한 꺼풀 벗겨내면 결국 연예인 사생활 끄집어내기로 일관된다면 유재석이나 강호동, 이경규 같은 발군의 MC들이 온다고 해도 토크쇼는 살아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중들은 진짜를 원한다. 진짜 소통이 되는 토크쇼, 진짜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토크쇼, 진짜 현실이 거기 묻어나는 토크쇼. 바로 그것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다.

강호동 복귀 첫 새 형식, <달빛프린스>가 성공하려면...

 

작년 말에 복귀했지만 첫 번째 새로운 예능 도전으로서 <달빛프린스>는 강호동에게는 그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콘셉트만 두고 보면 나쁘지 않다. ‘북 토크쇼’라고 지칭한 것처럼 교양과 예능을 한데 묶어내려는 시도는 꽤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강호동의 첫 도전치고는 시청률이 5.7%(agb닐슨)로 너무 낮다. 지난 주 종영된 <승승장구>의 시청률 9.3%에서 꽤 많이 하락한 수치이고, 경쟁 프로그램인 <강심장>이 9.1%로 오히려 시청률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좋은 지표는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달빛프린스'(사진출처:KBS)

그 이유는 아무래도 <달빛프린스>라는 토크쇼가 가진 양면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교양과 예능의 하이브리드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갖고 있는 형식이다. 장점으로 보면 ‘책을 읽는다’는 대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책 속의 구절을 갖고 퀴즈 형식으로 내는 문제는 사실 문제 자체라기보다는 거기 출연한 MC들과 게스트들의 사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기 위한 훌륭한 장치로 기능한다.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별>에 나오는 첫 키스의 구절을 가져오면서, 이서진과 MC들이 농도 높은 첫 키스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한 위험성도 존재한다. 이 흥미로움은 예능의 관점으로 보는 시청자들에 한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만일 책에 대해 조금은 진지한 관점을 갖고 있는 시청자라면 소설을 밑바탕에 깔아놓고 결국은 MC들의 신변잡기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달빛프린스>는 본질적으로 교양이 아니라 예능이라는 점에서 웃음과 재미에 더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능적인 토크들이 너무 강하게 진행되다 보면, 마치 책 이야기는 저 뒤로 물러나고(그저 이용된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오히려 책을 면죄부 삼아 더 강한 사생활 토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첫 회이기 때문에 그 적절한 균형과 조율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달빛프린스>는 사적인 이야기가 폭로와 신변잡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다가가게 하려는 장치들을 이미 갖추고 있다. 시청자들이 참여해 책을 읽고 문제를 낸다는 점이 그렇고 게스트가 문제를 맞출 때마다 얻은 상금을 좋은 일에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책이 갖고 있는 교양적인 이야기들이나 종종 뜬금없이 올라오는 명언 자막도 수위 높은 토크들을 눌러주고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교양과 예능이 가진 양면성은 결과적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 의해 긍정 혹은 부정으로 반응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변수로 작용하는 건 새 프로그램에 등장한 강호동과 그와의 새로운 조합을 이룬 탁재훈이다. 그들이 가진 이미지는 프로그램에 역시 양면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이들 MC들에 대해 평상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시청자라면 그 이미지를 통해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프로그램마저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강호동은 여러 모로 이 부분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결과야 어떻든 세금 문제로 잠정은퇴라는 과정을 겪었다는 것은 강호동에게는 치명적인 이미지의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과거처럼 강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그간 방송 트렌드가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의 타격으로 인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화요일 밤 경쟁 프로그램이, 자신이 갑자기 잠정은퇴하면서 힘겨워졌던 <강심장>이라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강호동과 탁재훈의 조합은 토크쇼의 역학관계로 보면 괜찮은 시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애드립의 소유자인 탁재훈의 독주는 강호동처럼 강한 캐릭터와 함께 있을 때 오히려 편안해지는 특징이 있다(과거에 이 역할은 신정환이 해주었다). 하지만 이 토크쇼만의 특징인 교양과 예능의 접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강호동과 탁재훈의 조합은 이 토크쇼 콘셉트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무식한 콘셉트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던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이었고, 시종일관 변죽을 때리는 것으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탁재훈이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예능은 웃기는 재주가 아니라 진정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시대가 되었다. 탁재훈이 그토록 절정의 예능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은 그의 캐릭터가 좀체 진지해질 수도 또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세금 문제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강호동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따라서 어찌 보면 탁재훈과 강호동은 이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달빛프린스>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달빛프린스>가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양과 예능의 균형점을 잡아내야 하고,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많이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좀 더 실질적인 과제를 <달빛프린스>는 갖게 된 셈이다. 또한 타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탁재훈과 강호동의 이미지 변신이 가능해져야 프로그램도 살아날 수 있다. <달빛프린스>는 여러모로 숙제가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 숙제들을 넘어설 수 있다면 예능의 새로운 장을 개척해내는 성취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또한 강호동과 탁재훈에게도 하나의 큰 전기가 될 것이다.

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가졌던 기대감에 비해 그 결과가 너무 소소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복귀 신고식을 치른 <스타킹>은 첫 회에 무려 16.2%(agb닐슨)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그 후로 시청률은 13.4%, 10.7%로 뚝뚝 떨어졌다(물론 최근 약간 반등했지만). <무릎팍도사>는 정우성이 게스트로 나온 첫 회에 8.7%에서 시작해 6%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물론 이 몇 회의 시청률 추이를 갖고 강호동 복귀의 효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킹'(사진출처:SBS)

이렇게 된 것은 복귀하는 강호동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그가 했던 프로그램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이 그 기대감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렸다. <스타킹>은 그가 예전에 했던 그 전성기를 한참 지난 포맷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무릎팍도사> 역시 달라진 토크쇼 환경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속에서 강호동은 마치 1년 전에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 1년의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는 <달빛프린스>는 어떨까. 아직 방영이 되지 않아 어떤 형태일 것인가를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그 형식이 토크쇼라는 것은 분명하다.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하고 그 책에 따라서 주제가 선정되는 북 토크 형식이라고 한다. 강호동을 위시해 최강창민, 용감한 형제, 정재형, 탁재훈이 함께 MC로 투입되었다.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이예지PD에 대한 신뢰가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떨까. 과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세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토크쇼라는 점이 그 기대를 상당부분 떨어뜨린다. 너무 많아진 토크쇼들 속에 또 하나의 토크쇼라는 점도 그렇지만, 강호동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또 하나의 토크쇼를 하는 셈이니 말이다. 어떤 다른 면모를 보여줄 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토크쇼는 강호동의 진가를 끄집어내기에는 약한 면이 있다. <무릎팍도사>처럼 확실하게 그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토크쇼도 쉽지 않은 판이다.

 

강호동의 강점은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더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시베리안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자신의 MC 이미지를 가장 인상 깊게 만들어낸 것은 <1박2일>에서 이렇게 외쳤을 때이다. 너무 소리를 지른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강호동의 최대 자산이라면 바로 그 강인한 인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겨울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계곡에 서슴없이 들어가고, 밀려오는 파도 속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만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강호동만의 특별함이 묻어난다.

 

왜 강호동은 자신만이 가능한 이 야생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까(그렇다고 <1박2일>에 들어가란 얘기는 아니다). 하긴 그렇게 그에게 최적화된 예능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만일 강호동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면 그 야생의 힘을 끄집어낼 수 있는 형식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제 아무리 강호동이라는 거물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한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방송사들의 강호동 활용법에는 그래서 강호동에게나 대중들에게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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