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왜 사랑보다 우정이 더 소중해보일까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저 <섹스 앤 더 시티>를 닮았다. 전직 걸 그룹 출신인 네 여자들이 함께 모여 신세한탄을 할 때면 더욱 그렇다. 한 때 누군가에게는 로망이었을 잘 나갔던 걸 그룹이지만 현재 나이 들어 살아가는 모습들은 하나 같이 쉽지 않다.

 


'한번더 해피엔딩(사진출처:MBC)'

이혼 후 재혼 컨설팅 업체를 차려 일하는 한미모(장나라)는 오랜 만에 구해준(권율)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 남자 결코 쉽지 않다. 어딘지 타인을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 욕심이 강해보이는 남자. 친절해보이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에 한미모는 어딘지 이건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그에게 이혼한 전처가 자꾸 마음을 보낸다.

 

모태 솔로로 살아온 고동미(유인나)는 기껏 만난 남자가 사랑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다. 한미모와 함께 일하는 백다정(유다인)은 힘겹게 이어온 결혼생활을 이제 끝내려 한다. 불임인 남편 때문에 겨우겨우 시험관시술로 득남했지만 몸이 망가져 부부관계를 갖지 못한 지 오래됐다. 그러더니 덜컥 유방암에 걸려 수술까지 받게 된다.

 

홍애란(서인영)은 걸 그룹 당시 섹시 천사였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모두에게 잊혀진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어쩌다 남자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지만 어째 막상 하려니 마음이 찜찜하다. 결국 결혼을 앞두고 모든 걸 뒤집어버린다.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결혼 혹은 재혼을 앞둔 네 여자들의 고민들을 담았다. 어딘지 <섹스 앤 더 시티> 혹은 그 드라마를 우리 식으로 풀어냈던 <달콤한 나의 도시>를 빼닮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혼과 재혼이 이제 그리 낯설지 않게 된 현재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 여자들 모두 남자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혹은 저마다 겪어온 삶이 있어서인지 이제 결혼을 얘기해도 넘어서야할 산들이 너무 많다. 여주인공인 한미모의 상황은 대표적이다. 그녀는 사실 송수혁(정경호)을 좋아하지만 자식을 둔 처지 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는 그 때문에 구해준 사이에서 헷갈린다. 게다가 송수혁은 아이를 낳은 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아내 때문에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사랑이 쉽지 않은 그들이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네 사람의 우정은 빛난다. 사기를 당한 고동미와 함께 홍애란은 그 사기꾼을 찾아가 그를 무릎 꿇린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방암이라고 말하는 백다정의 말에 친구들은 진심으로 걱정해준다.

 

사실 어찌 보면 이 네 사람이 서로 우정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삶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굳이 결혼을 목표로 남자를 만나고 만나려하는 일들이 너무 피곤해보이기도 한다. 이미 한번 겪어 본 결혼을 왜 또 굳이 하려고 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과연 지금도 행복을 위해서는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 번 더 해피엔딩>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남녀 사이의 사랑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를 다루지만 그럴수록 커지는 건 행복의 조건이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결국 제목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네 여자들이 다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꼭 결혼이어야 할까

엄마의 로망은 불륜이 아니라 자기생활이다

주말 밤 가족들의 때아닌 토론(?)이 벌어진다. 그간 엄마로서 희생하며 살아온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렇다고 ‘1년 간 휴가’를 간다는 건 좀 아니라는 의견과 그간 희생해온 대가로 ‘1년도 적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다름 아닌 ‘엄마가 뿔났다’ 이야기. 모든 가사활동에서의 해방을 주장한 뿔난 엄마, 김한자(김혜자)는 결국 집을 나오는 길에 남편의 차안에서 “너무 좋아!”하고 소리지른다. 그 장면은 마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하던 모 회사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엄마(김혜옥)는 늘 자신을 무시해온 권위적인 남편에게 “이제 헤어지자”고 말한다. 애써 차려준 밥상에서 곱게 먹어도 시원찮을 판에 늘 투덜투덜 반찬투정을 해대는 남편은 그 말마저 무시한다. 은수(최강희)는 그런 아빠를 잘 알기에 엄마의 심정을 이해한다. 심지어 엄마가 아빠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하지만 은수는 여전히 엄마가 이혼까지 하겠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이유는? 엄마니까.

은수나 김한자네 식구들이 엄마가 집을 나가겠다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도 어쩌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다들 그렇게 사는데 유난 떠네’하면서. 하지만 이런 정서에는 무언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 즉 엄마로써 당연히 해야하는 의무 같은 것에 대한 가족 구성원들의 뿌리깊은 정당화가 숨겨져 있다. 이런 엄마들을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엄마니까’라는 건 무언가 문제가 있다.

이틀이 지나서야 엄마의 생일이 지난 걸 알게된 자식들에게 “너희들 왜 날 무시해?”하고 김한자가 말하는 것은 단지 그 기억 못한 생일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일 년 중 하루, 생일날에 선물이나 용돈 챙겨주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말하면서 나머지 364일을 엄마로서의 의무에 더 충실하라 강요받아온 그 숨막히는 세월 때문이다. 뒤늦게 하게된 생일 상에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온 자식들은 그것으로 또 일 년을 넘겨보려 했지만, 김한자는 이미 알아버렸다. 그런 매년의 이벤트가 자신의 인생에서 자기만의 삶을 지워버리고 있었다는 걸.

매년 5월8일이면 떠들썩하게 어버이날이라 해서 이 땅의 자식들을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린다. 자식이 부모 공경하는 것이 무에 나쁠 것인가. 중요한 것은 그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평상시에 부모의 행복을 살뜰히 살피는 것이 아닐까. 이 어버이날의 전신으로 만들어졌던 ‘어머니날(1956)’이 사실은 전통적인 부모의 상(신사임당 같은)을 내세우며, 끊임없는 인내와 희생을 강요하는 역할을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은수가 이혼을 결심한 엄마에게 “엄마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도 늘 엄마는 자신의 이름이 거세된 엄마로만 불려지길 바랐던 건 아닐까. 엄마가 원하는 건, 생일이나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탈법적인 불륜이나 탈선도 아니다. 그저 자기 생활을 갖고 싶을 뿐이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엄마들의 자기 주장은 그저 뿔난 엄마들의 반란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여전히 꿈꾸기 힘든 엄마들의 로망이다.

현대여성의 두 로망, 연애냐 결혼이냐

이제 두 명의 여성 사이에서 남성이 한 명을 선택하던 시대는 갔다. 대중문화의 키워드로 ‘칙릿(Chick 젊은 여성+ Literature 문학)’이 떠오르는 것처럼 이제는 여성이 여러 남성들 중 하나를 선택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두 남자, 태오(지현우)와 영수(이선균)는 바로 그 여성들의 로망이 투영된 그 남성들로, 은수(최강희)는 그 사이에서 갈등한다.

연하지만 어른스러운 태오, 지현우
“예쁨 받는 거 말고 사랑 받고 싶어요. 귀여운 어린애가 아니라 남자로써.” 태오의 이 말에 은수는 마음이 저리다. 우연히 만난 첫날, 원나잇 스탠드를 하게 되면서 활활 타오르게 된 연하남 태오와의 사랑에 있어서 은수는 스스로의 벽을 세워둔다. 현실과 유리된 듯한 알콩달콩한 태오에게서 달콤함을 느끼지만 그 현실과의 거리감에서 늘 태오는 아이취급을 받는다. 태오는 31살 현실에 치일대로 치인 은수에게 여전히 달콤한 사랑을 꿈꾸게 만들지만 친구들에게 보이기에는 쑥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태오는 그렇게 철모르는 아이가 아니다. 늘 생활의 중심에 은수를 세우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기에 그 순수함이 아이처럼 보일 뿐이다. 오히려 그를 아이로 만드는 건 이제 그런 열정을 보이기엔 스스로 나이 들었다 생각하는 은수다. 과음으로 늦잠 자는 은수를 위해 후배 여자에게 부탁해 대신 회사에 전화를 하게 할 정도로 태오의 배려는 깊다. ‘당신은 날 사랑한 적이 없어요’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태오는, 이제 직장생활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이 되어버린, 그래서 그런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기엔 너무 나이 들어버린 현대여성들의 로망을 보여준다.

연상이지만 소년 같은 영수, 이선균
“미안하지 않아도 돼요. 고맙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미안하다면 고마운 마음도 잊을께요. 미안한 마음 잊어요.” 그만 만나자는 은수의 말에 특유의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영수가 하는 이 말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세월처럼 묻어난다.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영수는 서른 여섯의 훈남. 이 나이 많음이 오히려 편안함과 여유, 따뜻함으로 전화되어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것은 그가 여전히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난 첫날 관계를 가져버린 태오와는 상반되게, 영수는 은수의 손 한 번 잡지 못하는 존재다.

무언가 아픔이 많았던 인물이지만, 그래서일까 상대방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영수를 편안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이유가 된다. “가끔씩 낮은 목소리로 얘기할 때 이 사람이 깊은 바닥의 이야기를 내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진지함과 순수함, 그리고 능력과 연륜, 게다가 꿈을 잃지 않은 영수는 이제 나이 들어가는 현대여성들에게 여전히 현실적으로 꿈꿀 수 있는 로망이 되어준다.

연애하고 싶은 남자, 결혼하고 싶은 남자
태오와 영수, 이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지현우와 이선균은 그 본래의 이미지를 그대로 드라마에 투영한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연하남으로서 여성들의 로망이 된 지현우는 특유의 순수하고 선한 웃음으로 오히려 연상인 여성을 배려해주기까지 하는 인물이다. 반면 이선균은 ‘커피 프린스 1호점’을 통해 그 훈남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그는 원숙하지만 소년 같은 순수함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달콤시’가 보여주는 태오와 영수, 혹은 완소남 지현우와 훈남 이선균은 현대여성들의 로망으로서 이율배반적이지만 여전히 꿈꾸고 싶은 두 요소를 지닌 존재들이다. 연하에 순수하고 열정적이지만 어른스러운 태오가 연애하고 싶은 남자라면, 연상에 능력 있고 진중하지만 때론 소년 같은 영수는 결혼하고 싶은 남자다. ‘달콤시’가 전해주는 달콤함은 이들이 어느 쪽이든 현실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환타지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랴. 힘겨운 현실 속에서 환타지라도 잠시 동안의 그 달콤함에 젖어보는 것이. 은수의 말처럼 늘 자신을 먹여 살려온 자신에게 “때론 칭찬해줘도 좋은 날”은 늘 있는 법이다.

SBS 드라마 전성시대, 그 인기의 비결

SBS의 연초 드라마 시청률 성적표는 좋지 않다. 월화에는 MBC의 ‘이산’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고, 수목에는 ‘뉴하트’가 포진해 30%가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뉴하트’가 종영하는 시점에 맞춰 시작한 SBS의 ‘온에어’가 수목의 밤을 장악한 후, 그 바통을 ‘일지매’로 넘겨주었고, ‘이산’이 종영한 월화의 자리는 SBS의 ‘식객’이 차지했다. MBC는 ‘스포트라이트’와 ‘밤이면 밤마다’같은 전문직 장르 드라마로 승부했지만 시청률 10% 전후를 전전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KBS는 작년에 이어 일일드라마를 빼놓고는 주중드라마에서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SBS는 주중드라마 모두를 장악했고 최근에는 ‘달콤한 나의 도시’같은 프리미엄 드라마로 금요일 밤을 공략하면서 불륜드라마로 인식됐던 금요드라마를 바꿔나가고 있다. 주말 드라마로서 ‘조강지처클럽’과 ‘행복합니다’가 역시 수위를 차지하고 있어 SBS 드라마는 오랜만에 일주일 내내 시청률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월화의 밤, ‘이산’이 지나간 자리
‘이산’이 종영한 후, 월화의 밤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변칙 편성이 난무할 정도로 치열한 편성전쟁이 치러진 후, 그 승자는 ‘식객’이 되었다. ‘최강칠우’와 어느 정도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역시 ‘식객’이 앞서나간 것은 무엇보다 원작 드라마가 갖는 힘 때문이다.

SBS는 작년 ‘쩐의 전쟁’으로 만화 원작 드라마에 강점을 보인 바 있다. 만화 원작 드라마는 일단 그 자체로 극화되어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는 이미 탄탄한 스토리가 짜여져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동명의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더해진다. 그것은 전문직 장르 드라마가 갖춰야할 전문성이 이미 원작 단계에서부터 꼼꼼한 취재를 통해 확보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식객’이 ‘이산’이후의 월화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작 드라마가 갖는 탄탄한 스토리와 허영만 화백 특유의 전문성이 무리 없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식객’에는 드라마의 힘을 더해주는 요소들, 즉 팽팽한 대립구도, 전문적인 이야기, 음식이라는 소재의 강점, 감동이 있는 스토리, 게다가 음식에 대한 철학적인 논점까지가 모두 잘 버무려져 있다. 물론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연기자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수목의 밤, 전문직과 사극의 대결
MBC가 ‘누구세요’로 주춤하는 동안, SBS는 ‘온에어’라는 방송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전문직으로 다루면서 수목의 밤을 장악했다. 이어 절치부심 내놓은 MBC의 ‘스포트라이트’는 초반 ‘일지매’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면서 전문직 드라마와 사극의 대결구도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초반의 관심을 얼마나 잘 이끌어갔느냐에 달려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초반 탈주범 장진규 에피소드라는 초강수를 내보이면서 주목을 끌었으나 결과적으로 이것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너무 일찍 보여준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에피소드 드라마 형식으로 병렬적으로 구성된 ‘스포트라이트’는 드라마의 흐름을 끊는 역할까지 해 시청률 상승에 족쇄가 되었다. 게다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미완적으로(정치적으로 해결) 해결되는 모습은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감을 상쇄시켰다.

한편 ‘일지매’는 ‘스포트라이트’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초반부 화려한 일지매의 액션을 보여주고는 그 일지매가 되어가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보여주었던 것.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상승곡선을 이루면서 시청률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KBS의 ‘태양의 여자’는 꽤 잘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타방송사의 작품들만큼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이것은 최근 들어 사극과 전문직 드라마가 아니면 좀체 화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말해준다.

주말드라마, 명품이거나 공식이거나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요즘, 금요드라마는 주말드라마와 함께 얘기될 수밖에 없다. 그간 금요드라마가 주부대상의 성인드라마가 되어왔던 것은 이탈되어가는 시청층을 그나마 충성도가 높은 주부들에게서 찾아보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바 크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주창하는 새 금요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는 거꾸로 가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같은 세련된 성인 미드에 익숙한 시청층을 공략한 것. 10%대를 유지하는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금요일의 색깔을 바꾸었다는 의미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주말 드라마로서 ‘행복합니다’나 ‘조강지처클럽’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주말 트렌드를 읽어낸 결과다. 이 드라마들은 일단 어렵지 않고 캐릭터나 관계만 알고 있으면 몇 회 정도는 못 봐도 그다지 무리가 없는 정도의 편안한(?) 작품들이다. 이동이 많은 주말 밤에 너무 꽉 짜여진 드라마는 부담이 된다. ‘달콤한 인생’같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시청률 경쟁에서는 정작 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BS의 주말드라마는 이러한 공식에 충실한 트렌드를 이미 ‘황금신부’를 통해 확인한 바 있고 지금의 드라마들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KBS의 ‘엄마가 뿔났다’같은 경우는 이러한 주말 트렌드를 김수현 작가 특유의 색깔로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예외적인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헤게모니는 일 년에도 몇 번씩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는 방송사의 드라마 관계자들을 만나면 흔히 이 주기적인 헤게모니의 이동을 얘기하곤 한다. 그것은 마치 시간이 지나면 응당 자신들의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려운 입장에서 부단한 노력과 투자가 있었기에 헤게모니의 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SBS의 드라마 평정은 한동안 이어질 수도 있고 또 언젠가 타 방송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과정에서의 노력이 좋은 드라마라는 결실로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환타지보다는 공감을 끌어내는 ‘달콤한 나의 도시’

SBS 금요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는 여러 모로 ‘섹스 앤 더 시티’를 닮았다. 조금씩 다른 성향과 직업을 가진 커리어 우먼들이 캐릭터들로 등장하는 것이 그렇고, 문화의 아이콘으로 생각될 수 있는 도시, 즉 뉴욕과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그러하며, 거기서 다루어지는 것이 그네들의 솔직한 연애와 사랑의 이야기라는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와 ‘섹스 앤 더 시티’를 근본적으로 다른 드라마로 만드는 요인이 있다. 그것은 뉴욕과 서울이라는 공간과의 거리감이 만들어내는 시청자의 수용태도에서 비롯된다. 뉴요커가 보는 ‘섹스 앤 더 시티’는 공감을 자아내는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가 될 수 있겠지만, 서울에 사는 우리들의 눈에는 환타지로 받아들여진다.

‘섹스 앤 더 시티’가 우리에게 인기 미드로서 자리잡은 것은, 그네들의 도발적인 성담론이 우리 사회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저들은 자유롭게 구가한다는 점에서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뿐이다.

여기에 스타 벅스 모닝커피와 뉴요커로 상징되는 독특한 뉴욕 문화에 대한 동경, 그리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보여주었던 뉴욕의 패션 트렌드까지 ‘섹스 앤 더 시티’는 우리네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꿈꾸고 싶은 환타지 그 자체였다.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명품들의 상찬은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고, 따라서 그런 도시에서의 로맨스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그만큼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막연한 뉴욕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국적인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는 실제 우리네 시청자들이 현실로서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다루는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대신 우리가 ‘달콤한 나의 도시’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은 그 속에 담겨진 현실성 있는 이야기들에 대한 공감이다.

그러니 지금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이 두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갖는 재미는 사실은 상반된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가 환타지에 대한 동경이라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동시대의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리얼한 상황에 대한 공감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과장된 파티 문화 속에서 어떤 뉴욕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꿈꾼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의 퇴근 후 조촐한 술자리에서는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정서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섹스 앤 더 시티’가 화려한 상류층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소박하지만 예쁜 서민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는 섣불리 재벌집 2세들이 등장해 환타지를 조장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족하고 모자란 인물들이 각자 현실에서 부딪치는 사건들을 진솔하게 꾸미지 않고 보여줄 뿐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섹스 앤 더 시티’보다 좋은 이유는 바로 이 점, 즉 막연한 환타지로의 침잠보다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꿈과의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품드라마의 조건, 돈이 아닌 작품성

대충 아줌마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직업이나 상황을 재료로, 삼각 사각으로 엮은 멜로를 조리법으로, 그리고 결국에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조미료로 맛을 내곤 했던 금요 드라마들은, 이제 이 ‘달콤한 프리미엄’의 맛에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 같다. 프리미엄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 조미료 가득한 금요일 밥상 위에, 제대로 된 맛을 선보이고 있는 ‘달콤한 나의 도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무미건조하고 답답하기만 했던 입에 물린 도시라는 재료조차 달콤해진다.

‘드라마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의 편편들은 저 스스로 자신들의 맛이 최고라고 외친다. 시청자들의 드라마 밥상은 그래서 양적으로는 전라도 백반만큼 풍성해졌지만 그렇다고 젓가락이 모든 반찬들에 가 닿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메인 요리에서 밀려난 어떤 음식들은 재수 없게도 젓가락 한 번 가지 않은 채 물려져 쓰레기통으로 던져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들은 기본적인 맛에 충실하기보다는 일단은 젓가락을 가져가게 하기 위한 자극적인 방식들을 동원하게 되었다.

영화에 ‘5분의 법칙’이 있듯이 드라마에는 이제 ‘첫 회의 법칙’이라는 것이 생겼다. 첫 회에 모든 걸 보여주지 못하면, 그래서 그 입맛을 당기지 못하면 영영 젓가락이 오지 않을 거라는 강박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월화드라마들의 치열한 편성전쟁은 바로 그 첫 회에 ‘올인’하는 드라마들의 처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첫 회에 드라마들은 대부분 화려한 액션 신(사극)을 보여주거나, 해외 로케(멜로 드라마)를 하거나, 긴박한 상황(전문직 장르 드라마)을 연출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그렇게 시작한 드라마들이 첫 회 이후에도 그 맛을 계속 보여주는 지는 의문이다.

이런 첫 회에 강박적인 여타의 드라마들과는 상반되게 ‘달콤한 나의 도시’는 그 첫 회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드라마는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은수(최강희)가 처한 상황, 즉 옛 애인은 결혼을 하고, 자신은 늘 똑같은 도시의 일상으로 챗바퀴 돌 듯 돌아가는 그 상황을 독백으로 담담하게 시작한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자극적인 영상 대신에, 커피 자판기 앞에서 늘 잔돈이 없다며 돈을 빌려가는 상사에게 ‘이 자판기는 1000원짜리 지폐도 들어간다는 걸 모르는 걸까’하는 식의 공감 가는 대사를 풀어낸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가장 진한 맛이라 할 수 있는 은수의 친구들의 일상들이 그 위에 겹쳐진다. 유희(문정희)나 재인(진재영) 같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꼭 존재하는 매력적이지만 물리지 않는 그 친구들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바로 이 담담하지만 점점 끌리는 맛을 가진 드라마다. 그것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자극적인 쓰디쓴 도시 생활 속에서의 달콤한 맛을 꿈꾸는 도시인들의 환타지가 조미료 대신 맛을 낸다. 따라서 이 맛은 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드라마가 ‘프리미엄’인 것은 그 촘촘한 구성력과 연출력, 그리고 도시인들의 가슴에 콕콕 박히는 공감 가는 대사들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그것은 눈과 입과 귀를 먹게 하는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공감이라는 특제 조리법으로 조리된 마음을 열게 하는 맛이다. 금요일의 드라마 밥상이 그만큼 더 기다려지는 것은 매일 매일 반복되는 자극적인 밥맛에 입이 물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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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연애시대’를 꿈꾸다

불륜이나 신파 없이 금요일 밤의 드라마를 채울 수 있을까. 한 때 이 질문의 답은 ‘없다’였을 지도 모른다. 일찌감치 금요일밤의 트렌드를 장악해버린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강력한 불륜 앞에 그 어느 방송사의 드라마도 대적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8시 뉴스를 방영하고 곧바로 9시부터 그것도 2회에 걸쳐 파격 편성된 SBS의 드라마들이 성인드라마(거의 불륜이 많은)를 연달아 기획해왔던 이유는, 그 금요일이란 시간대 때문이었다.

한 편에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버티고 서 있었고, 다른 한 편에는 주5일 근무제로 공백이 된 안방극장의 젊은 시청층 대신 남게된 중장년층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이제 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본격적인 변화의 기류는 새로 시작한 금요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부터 비롯된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이제 31살 도시 직장여성들의 솔직 담백한 연애담을 담고 있다. 여기서 키워드는 제목에서 보이듯이 ‘도시’와 ‘연애’다. 이 제목만으로 언뜻 떠오르는 건 바로 최근에 영화화된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미국 드라마다. 여기에는 뉴욕이라는 도시와 거기서 생활하는 네 명의 여성들의 연애담이 등장한다. 대신 ‘달콤한 나의 도시’에는 세 명의 여성, 오은수(최강희)와 남유희(문정희), 하재인(진재영) 이렇게 세 명의 여성의 이야기들이 중첩된다.

중요한 것은 ‘도시’라는 키워드다. 그것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시티’가 뉴욕의 문화적 트렌드를 기본 바탕에 깔고 가는 것처럼, ‘달콤한 나의 도시’도 서울로 대변되는 도시의 문화적 트렌드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주로 도시적 공간, 즉 영화관이나 카페, 술집, 혹은 원룸형 집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도시적 감성들을 잡아낸다. 바로 이런 세련된 부분들이 같은 금요일 밤의 연애 드라마라고 해도 질척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드라마가 되는 이유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꿈꾸는 이런 도시적 연애의 감성은 한때 명품드라마로 주목받았던 ‘연애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연애시대’에서처럼 프리미엄드라마를 주창하고, 정이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도시와 여성과 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박흥식 영화감독이 연출을 하고 있다는 점은, 역시 영화인들에 의해 최초로 시도되었던 드라마 ‘연애시대’의 연장선상에 이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첫 1,2회를 통해 판단되는 것은 금요드라마가 이제는 불륜 없이도 된다는 것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31살의 연애담을 담고 있지만 그 표현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진한 딥키스와 처음 만나 하룻밤을 지내는 이야기는 파격적이지만 그것이 무리 없이 읽히는 것은 저 ‘섹스 앤 더 시티’가 무기처럼 들고 나왔던 그 솔직대담함 때문이다. 솔직한 주인공들의 대담한 이야기는, 오히려 감춰지고 숨겨짐으로써 구질구질해지는 멜로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게 해준다.

이렇게 금요 드라마의 중심부에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게 된 것은 그간의 금요일 밤 성인 드라마들이 어떤 한계를 보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불륜드라마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점차 화제에서 비껴나게 된 금요드라마는 잘 하면 불륜에서 연애로, 금요트렌드를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제 2의 ‘연애시대’를 꿈꾸게 되는 것은 가장 비판받았던 금요 드라마를 가장 찬사 받는 명품 드라마 시간대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역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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