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국민면접’, 기대 못 미쳤어도 의미 있는 까닭

대선주자들의 대통령 취업을 국민들이 면접한다?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그 발상이 발칙(?)하다. 대통령을 하나의 직업으로 설정하고 그 직업의 사용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라는 걸 명확히 내놓고 있다. 물론 우리는 모두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이런 명확한 관계설정으로 국민이 대통령을 대하는 지는 의문이다. 

'대선주자국민면접(사진출처:SBS)'

대통령을 국민을 위한 일꾼으로 바라보기는커녕 여전히 받들어야 할 왕으로 보고, 그 왕에 대한 충성이 사사롭게는 집안에서의 효도와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그 제목이나 기획에서부터 아예 대놓고 대통령을 하나의 직업인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직업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국민의 말을 듣고 그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일이라는 것. 

그 첫 번째 면접에 응한 대선주자는 여러 리서치에서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이다. 마치 회사에서 치러지는 면접처럼 국민을 대변하는 면접관들 앞에서 문재인은 그간의 이력과 국정운영 관련한 여러 사안들에 대한 생각과 소신 등을 밝혔다. 직업인으로서의 대통령을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회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검증절차’를 갖는 것. 문재인은 그래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잘못된 이미지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했고, 일종의 압박면접으로 부여된 특정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하는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생각만큼 신랄한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대선주자로 나온 이들을 위한 ‘홍보와 해명의 시간’처럼 보여지기까지 했다. 질문들은 너무 의도가 있어 보였고 거기에 따른 답변도 마치 해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분명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후보라면 그게 대통령이라도 반드시 제대로 된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누구나 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SBS는 최근 선거에 관련된 아이템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그것이 국민적인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SBS가 그 아이템들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제대로 된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방송된 [SBS스페셜] ‘대통령의 탄생’ 편에서는 대선캠프에서 실제로 뛰었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통령이 어떻게 탄생해왔는가를 들여다보면서 실체가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가 선거를 갈랐다는 뼈아픈 진실을 드러내줬다. 그리고 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선거방송들이 얼마나 안이한 후보검증을 하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줬다. 

지난 11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디도스 사건의 비밀’에서는 선거장소가 이해할 수 없이 엉뚱한 곳으로 바뀌기도 하고, 마침 선관위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 자체가 되지 않아 선거당일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들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또한 선거 과정에 당락을 바꾸기 위해 동원되는 갖가지 불법적인 행태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SBS의 일련의 행보는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물론 방송사로서 국민들이 가진 최대의 관심사가 이번 대선이라는 걸 읽어낸 기획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거기에 얹어진 메시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거’를 치르자는 목소리다. 사전에 충분히 후보 검증 과정을 갖고 또 선거 당일에도 어떤 의혹이 생기지 않는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국민 모두가 그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물론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내용들로 채워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얻은 것이 있다면 말의 내용들이 아니라 그런 내용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후보의 생각과 태도 같은 것들이 아닐까.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공약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떤 과거를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미래의 그림을 그릴 것인가를 판단해내는 일이다. 지난 선거 같은 뼈아픈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박사모 보이콧 <더킹>의 질문,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더킹>에는 우리네 역대 대통령들이 자료화면 그대로 등장한다.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까지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통령들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들은 그저 시대적 상황을 알려주는 배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들의 앞길이 꽃길이 되느냐 흙길이 되느냐가 결정되고, 그래서 마치 대선은 미래를 판돈으로 내건 도박판처럼 그려진다.

 

사진출처:영화<더킹>

지금껏 시국과 시대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조폭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었다는 건 우리네 정치사에 드리워졌던 어두운 그림자를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더킹>의 주인공은 조폭이 아니라 검사다. 그것도 상위 1%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검사. 한강식(정우성)은 그 정점에 있는 인물이고 그를 오른팔 역할을 하는 양동철(배성우)은 어느 날 후배검사인 박태수(조인성)를 자신들의 라인에 끼워 넣는다. 영화는 태수라는 인물의 개인사이면서 그의 성공과 추락 과정들이 엮어진 시대사를 그린다.

 

영화에서 이 1%에 해당하는 비뚤어진 권력욕에 물든 비리 검사들은 조폭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다만 손에 피 묻히고 오물을 만지는 일들을 직접 하는 조폭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점점 권력의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태수에게도 그런 그림자 역할을 자청하는 고향친구 두일(류준열)이 붙는다. 라인을 타고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가는 그에게 가족과 친구는 일종의 걸림돌이 된다. 이 권력 시스템에서 가족관계나 친구관계 같은 수평적 체계는 서열화 되기 마련인 권력 체계에는 점점 맞지 않는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비리검사들이 하는 일이란 지속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 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은 권력을 바꾸게 되고 그럴 때마다 라인을 제대로 타지 못하면 추락하게 되는 게 이 권력 시스템의 룰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알아맞히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태수의 목소리로 그가 겪은 일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깔린 내레이션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인물이 성공하기 위해 하는 일련의 선택들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하고 심지어 곤두박질치는 그 과정들을 똑같이 간접경험하게 만들고, 그 삶의 선택들을 반추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다소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훈적 틀을 벗어나 어떤 통쾌함과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건 영화가 유지하고 있는 일종의 마당극 같은 풍자적 요소들 덕분이다. 다소 과장된 연출로 보여주는 이런 풍자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고구마 시국에 얹혔던 체기를 시원한 사이다로 가라앉혀주는 힘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마취적인 사이다에만 머무는 영화라는 건 아니다. <더킹>의 덕목은 이러한 풍자극의 사이다를 느끼게 해주면서도 동시에, 태수의 개인사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나쳐온 대통령들의 면면들과 그들이 대통령이었던 시대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해주고, 당시의 부조리들이 어떻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시국을 만들었는가를 가늠하게 해준다는 것.

 

흥미로운 건 영화 중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모습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결정이 내려지고 비통해하는 야당 의원들 모습이 비춰진 후 국회에서 박근혜 의원이 웃고 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 한 장면만으로 <더킹>은 기묘한 반전을 이루는 현 시국의 이야기까지를 끼워 넣는 효과를 만든다.

 

한편 박사모의 한 회원은 <더킹>을 보이콧 하자는 제안을 카페에 올렸다고 한다. 지난 <아수라> 무대 인사에서 박근혜 나와라고 외쳤던 정우성이 출연하고 있다는 이유다. 갖가지 드러나고 있는 부정들로 인해 탄핵 정국을 맞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여전한 무비판적 추종에 대해 <더킹>이라는 영화는 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그알>, 어째서 현 시국을 악의 연대기라 명명했을까

 

이건 차라리 소설이나 영화여야 하지 않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파헤친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40년 고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다만 그 영화가 평이한 드라마가 아니라 악에서 악으로 이어지는 사회극이자 스릴러 나아가 <곡성> 같은 오컬트 장르까지 연상시킨다는 게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일제강점기에 일본 순사를 지낸 최태민이 독립운동을 위한 밀정이라 주장했다는 내용은 영화 <밀정> 이야기의 최태민식 해석처럼 보였다. 전문가는 시험도 안보고 순사 추천을 받았다는 건 그가 일제에 충성도가 높았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그의 밀정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확인했다.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친일파들이 자기 친일 경력을 숨기기 위해 많이 한다며 해방 후 최태민이 개명을 한 걸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암살>의 염석진(이정재)을 떠올리게 했다.

 

최태민이라는 인물의 삶은 마치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처럼 거짓말과 사기로 점철된 삶의 연속이었다. 무려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 훗날 만들 사이비 종교를 준비하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살다보니 교주가 된 것인지 각종 종교를 전전하다 박근혜와 인연이 되어 구국선교단으로 승승장구하게 된 삶. 그리고 그 인연의 고리에는 육영수 여사의 서거로 인해 생겨난 약해진 감정을 최면으로 파고들었다는 마치 <곡성>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의혹 제기도 들어 있었다.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끝장나고 청와대를 떠나 박근혜가 자리한 육영재단은 사실상 최태민 일가의 사적 축재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적 조직에 가까웠다. 여기서 최태민에서 최순실로 이어지는 악의 연대기가 본격화됐고 10.26 사건으로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의 대통령 만들기는 마치 종교나 군사조직처럼 진행되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리 분석은 이 영화 같은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는 2년 전 60명을 상대로 조사한 이미지 분석 결과, 60명 중 40명이 박 대통령을 혼군, 즉 어리석은 지도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다음이 얼굴마담’. 황 전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 전 교수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시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직 사퇴를 말실수해 대통령직 사퇴로 얘기한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는 “15년간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도 그냥 대통령이라는 마음으로 지냈다는 것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심리가 내가 자라던 집에 돌아가서 우리 아버지의 나라를 내가 주인으로서 지키는 것, 거기에서 내 집을 뺏겨가지고 쫓겨났을 때 그 이후에 아버지에 대해서 상당히 욕되게 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의 사회 작동 원리에 맞지 않는 박정희식 통치의 방식들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주 최선을 다해서 사익을 추구했다, “권력을 가지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방식 때문에 결국 오늘의 이 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고 지적한 김윤철 경희대 교수의 이야기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한 악의 연대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그 어두운 시기를 하나의 실타래로 꿰어냈다. 그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결코 영화가 돼서는 안되는 현실이기에 보는 내내 참담함을 금치 못하게 했지만. 우리가 살아온 한 시대가 어쩌면 한 사기꾼에서 사기꾼으로 이어지는 농단의 연대기였다니.

<그것이 알고 싶다>, 결론보다 중요한 질문 그 자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방송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추적을 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 시간 역시 현재 국민을 들끓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역시 이 방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만든 이유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묻고 또 물었고 이에 대해 많은 제보자들이 증언을 했다. 2010년 한 바이오 회사에서 일했다는 제보자는 이미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현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그 회사에서 “VIP들의 예약을 받아 정맥 시술 얼굴에 시술하는 일을 했었다.”지금 대통령으로 계신 분 또한 예약을 잡아드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제보자의 이야기대로라면 그 자체가 심각한 불법이었다. 당시 회사 측에서 한나라당에 로비를 많이 했으며, 따라서 국회의원이나 연예인들도 많이 와서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받은 시술은 자가지방줄기세포 주사로, 지방에서 자가 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해 정맥이나 얼굴에 주사를 맞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장 이희영 의사가 말하는 것처럼 명백한 불법이다. “줄기세포 수여나 판매는 법적으로 동일하게 여겨진다. 공짜로 줘도 법으로 금지돼있다. 명확한 불법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바이오 업체의 이야기가 중요한 건, 그 업체가 2011년 사망사고를 내면서 문을 닫은 후 개원한 병원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차움 병원이라는 사실 때문이고, 세월호 7시간의 미스테리에서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 병원과의 관련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증언들에 대해 청와대 측이나 병원 측에서는 무응답이거나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를 한 차움 병원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병원에 내방한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참사 앞뒤로 열흘 정도는 그와 관련된 인물이 병원을 찾은 기록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병원의 숨은 제보자들의 증언들과는 엇갈렸다. 제보자들은 병원 측이 보도가 시작된 이후 기록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즉 증거 인멸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속 시원한 해명을 청와대측에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당시의 행적을 얘기하지 않았고 김기춘 당시 비서관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당시 일 분 일 초까지 알려고 하는 게 잘못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대통령의 행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늘 상 대통령의 행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었고, 국가적 재난 상황 같은 것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그 11초까지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기록하고 공개한다고 했다.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정부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무려 90분 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끊임없이 추적하고 여러 제보자들을 인터뷰하고 청와대와 관계자들에게 질문했다.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나아가 우리네 국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가 답할 때만이 그 의혹은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그 질문 속에 이미 현 국정운영의 잘못된 면면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거나 회피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답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의혹에 대한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언론의 가치. <그것이 알고 싶다>90분간의 질문을 통해 그걸 보여줬다

드라마가 시시해진 이유

 

종영한 <더 케이투>에 대해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던 이정진은 자신이 맡은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현 시국 이야기를 꺼냈다. “전개, 스토리보다는 시국이 아쉽다. 저희 드라마에 나쁜 사람이 많이 나오는데 별로 안 나빠 보인다. 차라리 저희 드라마는 착하다. 나랏돈을 쓴 게 아니라 자기 돈을 쓰지 않았냐. 그리고 전 국민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두 윤아만 괴롭혔지.”

 

'뉴스룸(사진출처:JTBC)'

아마도 인터뷰를 한 기자는 당황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에 뉴스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정진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아니다. 그 전엔 정치에서 여당, 야당도 몰랐다. 요새 뉴스가 너무 버라이어티 하니 그렇다. 뉴스를 안 볼 수가 없지 않나. 돈 받고 극장에서 해도 웬만한 흥행 영화보다 잘 될 것 같다.”

 

이 짤막한 인터뷰 내용에 담겨진 것처럼, 사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가 심지어 시시하게 여겨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저건 드라마일 거야 했던 그런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연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같은 뉴스의 타이틀은 거의 한 편의 영화제목을 방불케 한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성형외과이야기나 심지어 프로포폴같은 단어들은 대통령이라는 지칭과 만나면서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정진의 말대로 이런 뉴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이번엔 2011년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이다.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인 이 드라마에서 길라임은 남자 주인공인 김주원(현빈)과 영혼이 바뀌는 캐릭터다. 아버지가 화재 사고로 죽고 맨주먹을 살아온 털털한 스턴트우먼. 그녀는 김주원이라는 재벌2세를 만나고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JTBC <뉴스룸>은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2011년 초부터 차움병원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왜 하필 길라임이었는가,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캐릭터와 박 대통령 사이의 심리적 동질감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그걸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 누군가가 가명으로 당대에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을 쓰는 경우는 흔하다. 그것은 애정의 표현일 수도 있고 그저 어떤 가명이라도 찾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일 수도 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과 길라임이라는 어쩌면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라면 보다 중요한 일들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그 이름의 연관성보다 대통령에 붙은 길라임 같은 단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떨까 실로 비애스럽다.

 

<더 케이투> 같은 드라마에서도 대통령의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게 실종되고 정치 쇼만을 일삼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봤던 장면들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더더욱 시시한 느낌을 준다. 그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걸 생생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개콘>, 이래도 압력이 없었다 말할 수 있을까

 

KBS <개그콘서트>에 돌아온 민상토론은 그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유민상과 김대성이 함께 하던 리얼 사운드라는 코너의 주제로 검찰청에서 곰탕 먹는 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민상이 주제가 바뀌었다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전하자 곧바로 무대는 민상토론으로 재배치되었다. 송준근은 곧바로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그 사안을 토론 주제로 올렸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돌아온 민상토론의 풍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운동권 개그맨이 된 유민상은 좌측에 앉았고, 고향이 대구라며 대표적인 친박 개그맨이 된 김대성은 우측에 앉았다. 김대성이 먼저 유민상에게 최순실씨는 아시지 않냐?”고 묻고는 안다고 말하자 대뜸 누나 동생 하는 사이로 몰아붙여 그를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장난 하지마 죽는다 너라고 유민상이 으름장을 놓자 저거 보십시오. 저렇게 자기 권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라고 김대성이 다시금 몰아세웠다.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유민상의 극구 부인에 대해서도 김대성은 많이 들어본 이야긴데? 아 요즘 뉴스에 나오는 분들이랑 똑같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형 입을 다 맞춘 거야?”라고 되물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모든 정황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부인하는 그들에 대한 풍자를 이어갔다.

 

연설문을 유출하고 수정했다는 최순실 게이트의 내용도 그대로 패러디됐다. 대본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유민상에게 김대성이 지금 연설문을 뜯어 고치고 있습니다.”라고 묻는가 하면, 문고리 3인방이 아니라 4인방이었다고 몰아붙이자 김대성이 화가 나 대본을 집어던지자 유민상이 어이구 이 귀한 개콘 대본을 어디로 유출시키고 있습니까?”하고 되물었다. 마침 최순실 분장으로 뒷자리에 관객으로 앉아 있는 이수지가 그 대본을 주워 뜯어고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민상토론은 대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담기도 했다. 갑자기 시작한 맞춤범 퀴즈에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문구가 나오자 당황한 유민상이 왜 그래 진짜.. 이거 아니야...”라고 한 말에 토론을 진행하는 송준근은 아 이게 아니다? 그럼 이게 맞는 거다?”하며 박근혜 게이트라는 푯말을 들어 보였다. <개그콘서트>가 지금껏 했었던 풍자들 중 이처럼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겨냥한 풍자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몰아세워진 유민상이 자신이 아니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부인하자, 송준근이 한 명만 조사 받으면 된다? 그게 누굽니까? 설마?!”하고 외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모든 의문점이 대통령을 향해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조차 고압적인 모습을 보인 유병우 전 수석에 대한 풍자 역시 빠지지 않았다. 김대성이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요? 당신이 검찰이야?”라고 묻자 유민상이 그래? 당신이 검찰이야? 검찰에 가서 얘기하겠다잖아요? 자기는 검찰에 가도 저렇게 팔짱끼고 웃으면서 조사받을 수 있다..”고 김대성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김대성이 노려보는 시선을 보여줘 검찰에 출두할 때 기자들의 질문에 노려봤던 유병우 전 수석의 모습을 그대로 패러디해보였다.

 

마침표는 유민상이 왜 그래 진짜.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라는 말로 찍혔다. 그리고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진짜?”하고 물으며 마침 뒷좌석에 앉아 있던 최순실 분장을 한 이수지를 바라보고 그녀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장면은 현 사태를 압축해놓은 듯한 뉘앙스를 만들었다.

 

사실 <개그콘서트>에서 날선 현실 풍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꽤 이전부터 나왔었다. 그 날카로움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채운 건 유행어의 남발과 비하가 섞인 몸 개그의 연속 같은 것들이었다. <개그콘서트>가 힘이 빠진 건 바로 이런 현실이 코미디에 투영되지 않으면서 그저 표피적인 웃음에 머무르면서였고, 또한 이렇게 식상해진 코너들이 변화하지 않고 무한정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제기된 것이 외압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항상 외압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그랬을까.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지난 주부터 과감해지기 시작한 <개그콘서트>의 풍자는 어쩌면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압력은 존재했었다는 걸 반증해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에도 민상토론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계속됩니다.” 이렇게 민상토론은 끝을 맺었지만 앞으로도 <개그콘서트>는 계속 이런 풍자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간절히 바라게 된다. 본래 개그의 한 지평인 풍자가 <개그콘서트>의 현실 감각을 채워줄 수 있기를.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비정상회담>이 현 시국을 말하는 화법

 

아이들을 위해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에요.” JTBC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올린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서 미국 대표인 마크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위기 속의 평정심을 가진 자여야 하며 그래서 새벽에 울린 비상전화에도 늘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밑에는 <비정상회담>이 달아놓은 의미심장한 자막이 눈에 띄었다. ‘비상시국엔 언제든 연락이 되어야.’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아마도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각국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질문한 건 지금의 정국과 무관한 선택이 아니었을 게다.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대구의 한 여고생이 자유발언으로 했던 말처럼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고 있는 이번 사안에서 최순실은 사실 게이트의 역할을 한 것이고 실제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게 대중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의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묻는 일은 거꾸로 우리네 대통령에 대한 질문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표 마크가 말한 그 자격들에서 시청자들은 우리네 대통령의 해당사항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다른 비정상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똑같이 발견하게 되는 비애다. 멕시코 대표 크리스티안은 토론실력을 이야기하며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대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경청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야 나중에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도 했다.

 

프랑스 대표 오헬리엉은 연설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을 연 연설문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말했다. 독일 대표 닉은 총리의 자질은 국민들의 희망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건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 대표 오오기는 총리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은 필수덕목이라고 했고, 이탈리아 알베르토는 국제적 인지도와 권력이 있는 사람으로 유럽연합 등에서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파키스탄 대표 자히드는 종교와 국가를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에서 불거져 나온 샤머니즘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비정상회담>의 성시경은 이어서 측근비리에 대한 논제를 던지며 의미심장한 농담을 덧붙였다. “측근비리. 보통 성씨가 최씨죠. 최측근.” 그리고 미국 대표 마크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가 남편의 저격사건 이후 점성술사에게 빠져 심지어 국정 정책에까지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처한 최순실 게이트와의 싱크로율 때문에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이 이번 국가적인 사태에 즈음해 그 시국을 말하는 독특한 화법이다.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비정상들이 해외 각국의 이야기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비교점과 유사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 <비정상회담>의 토론이 그 어떤 풍자나 패러디보다 신랄하게 다가온 이유다

요즘 뉴스 못 본 듯’, <무도>가 꼬집은 현실

 

헬륨 풍선들을 가득 매달자 두둥실 떠오르는 몸. MBC <무한도전>그래비티 특집은 러시아로 가기 전 사전 무중력 체험으로 애니메이션 <>의 한 장면을 재현해냈다. 초등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장면을 실현해내며 <무한도전> 출연자들도 아이들처럼 들뜰 수밖에 없었다.

 

가장 몸무게가 낮은 광희는 허공으로 붕붕 뜨는 몸에 두려우면서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였고, 몸무게가 100킬로를 넘는 정준하는 비록 완전히 몸이 뜨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에 반색했다. 마지막으로 체험을 하게 된 박명수는 순식간에 고공으로 떠오르자 그 기분을 온 나라에 웃음꽃이 피었다라고 표현했다. 그 때 그 장면에 자막 하나가 덧붙여졌다. ‘요즘 뉴스 못 본 듯’.

 

아마도 지금 같은 시국이 아니었다면 그저 아이처럼 즐거울 수 있는 체험이고 도전이었을 테고 그래서 말 그대로 웃음꽃이 필 수도 있는 장면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 날은 그러기에는 시국이 너무 암울했다. <무한도전>이 방송되던 시각 서울 청계광장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불거진 대규모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요즘 뉴스 안보시는 듯이란 자막은 이런 시국상황을 염두에 둔 <무한도전>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어 풍선을 타고 허공에 붕붕 떠오른 박명수의 장면에는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란 자막이 덧붙여졌다. 그 자막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서 박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의 증거로 지목됐던 오방낭 복주머니 퍼포먼스를 떠올리게 하는 글귀였다. 최순실씨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파일 중에는 박대통령 취임식 당시 했던 오방낭 복주머니 퍼포먼스의 그 오방낭이 저장되어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야기한 국민적 허탈감과 분노는 최근 다양한 패러디 사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지난 <무한도전> ‘우린 자연인이다특집에서의 한 장면을 따온 패러디다. 산골에서 현실과 유리된 채 살아오는 상황극 설정을 하면서 정준하가 뜬금없이 이런 멘트를 던진다. “대통령은... 지금 누구예요?” 물론 그 멘트는 상황극 속에서 그가 진짜 몰라서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차갑게 식어버린 대중정서는 이 장면을 똑 떼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패러디가 되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분노하는 지점이 바로 그 질문 속에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국민들의 삶을 비전문적인 어느 한 인물의 결정으로 좌지우지했다는 걸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현실을 가져와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어떤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것. 그것이 패러디의 힘이다.

 

이 패러디가 보여주고 있듯이 <무한도전>의 자막 한 줄은 대단히 짧지만 그동안 현실을 줄곧 대상으로 하여 풍자해왔던 그 전통 속에서 패러디의 힘을 발휘한다. 함부로 웃기조차 힘들어 맘 편히 프로그램을 보며 웃기도 힘든 현실 속에 전하는 작은 한 줄의 힘. <무한도전>의 자막 센스에는 이런 특별함이 담겨져 있다. 이러니 이 프로그램을 지지할 수밖에.

얼음들이 떠올리는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운 아이들

 

아이들은 착하게도 끝까지 어른들의 통제에 따랐다. 하지만 그 어른들은 심장 따위는 없는 얼음들같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을 희생시켰다는 죄책감과 부채의식 때문인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지켜내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아프게도 떠올리게 만든다.

 

'악동뮤지션(사진출처:YG엔터테인먼트)'

<표적> 같은 영화를 봐도 먼저 비리로 얼룩진 무능한 공권력이 떠오르고, <엔젤아이즈> 같은 드라마를 보며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 빠져들다가도 119소방대원들이 마주하는 긴급 재난과 응급 상황들에 덜컥 마음 한 구석이 내려앉는다.

 

<쓰리데이즈> 같은 스릴러 장르 드라마에서도 먼저 보이는 건 책임지는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심장이 뛴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준 모세의 기적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유독 안타까웠던 골든타임이 떠오른다. 지금 이 땅의 어른들의 마음이 모두 이렇지 않을까. 일상을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세월호와 거기서 희생된 아이들에 멈춰 있다.

 

이런 와중에 맞는 어린이날이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유독 간절할 수밖에 없다. 무심코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악동뮤지션의 얼음들이라는 노래가 마음 한 구석을 후벼 파는 건 그래서일 게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전에 발표된 이 곡을 세월호 참사와 관계 지어 이야기한다는 건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우연히 벌어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토록 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도 여전히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변화하지도 않았던 어른들의 예고된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악동뮤지션이 어른들을 얼음들에 빗대 왜 그렇게 차가울까라고 질문하는 그 속에는 이미 변하지 않던 어른들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셈이다.

 

아이들조차 따뜻한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차가운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도 저 혼자 살아남겠다고 탈출한 선장과 일등항해사 같은 얼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저 학교에서도 오로지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식의 입시지옥 속에 아이들을 밀어 넣고 있지 않았던가. 아이들은 얼음들이 만들어낸 경쟁체제의 시스템 속에서 늘 관리대상이었지 따뜻한 생명의 존재들이 아니었다.

 

얼음들이 녹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노래가 나올 텐데. 얼음들은 왜 그렇게 차가울까. 차가울까요.’ 악동뮤지션이 아이의 순수한 목소리로 얼음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심지어 준엄하게까지 다가온다. 배가 침몰하는 그 순간까지 천진함을 잃지 않았던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선생님을 걱정하던 그 목소리는 더 쟁쟁하게 귓전에 울린다. 아이들은 그 때조차도 끝까지 어른들을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을 위한 온전한 세상이어야 할 날. 그러나 얼음들의 중대한 과오를 눈앞에서 목도한 지금은 우연히 듣는 노래 한 자락마저 어른들을 비통하게 만든다. 어른들이 서둘러 도망치는 순간 한 아이는 두려워하는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전해준 그 인간적인 따뜻함이 제발 얼음들을 녹여주기를. 유독 슬픈 어린이날이다.

<쓰리데이즈>, 달라진 대통령상이 말해주는 것

 

난 무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좀 벌겠다고 애쓴 게 그게 죄냐?” 재신그룹 김도진 회장(최원영)의 이 한 마디는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의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오로지 돈이 된다면 뭐든 정당화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 그것이 바로 김도진이 아닌가.

 

'쓰리데이즈(사진출처:SBS)'

<쓰리데이즈>는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총성에서부터 시작되는 드라마다. 지금껏 콘텐츠 속에 등장하는 대통령이라면 그래도 말 한 마디로 문제를 척척 해결해내는 최고 권력자였다. 하지만 <쓰리데이즈>에서의 대통령을 보라. 그는 자신을 죽이려는 세력의 총구를 피하기 위해 도망치는 인물이다.

 

또한 대통령이라 하면 과거의 도덕성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인물로 그려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쓰리데이즈>의 대통령 이동휘(손현주)는 한때 팔콘의 개였던 인물이다. 그는 무기거래를 위해 북한에 거액의 돈을 건네고 남한 양진리에 남파 공작원들을 침투하게 만든다.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킨 후, 무기거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도진 회장은 이동휘의 인명 피해는 없게 해 달라는 요청을 어기고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다. 그 정도의 사건이라야 무기거래까지의 성사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발하는 이동휘에게 김도진은 대통령직을 제안한다. 결국 대통령도 자본의 힘에 의해 세워지는 세상이다.

 

그러니 자본이 맘에 들지 않는 대통령을 제거하려 한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이제 남은 건 경호원들의 특별한 직업정신뿐이다. 저격사건이 벌어질 때 일반인들은 몸을 피하는 게 상식이지만 이들은 총을 향해 몸을 던져 대신 총알을 받아내도록 훈련받은 인물들이다. 이 직업정신은 위기에 몰린 대통령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다.

 

하지만 그것마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호실장 함봉수(장현성)는 김도진 회장이 이동휘의 과거를 폭로하자 경호해야할 대통령에게 총구를 돌린다. 그리고 부하 경호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원죄의식처럼 대통령의 과거는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다.

 

이처럼 <쓰리데이즈>의 대통령 이동휘는 여러모로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대통령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거기에는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깔려 있다. 권력자들이 때로는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무고한 양민들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것. 이것은 지금 현재 양극화의 길로 들어선 우리네 경제가 힘없는 서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 같은 일부 권력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위에 존재하는 자본의 생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좀 벌겠다고 애쓴 게 죄냐는 말 속에는 그래서 한때 경제만 살리면 다 된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나를 상기시켜준다. 자본은 그 생리상 부를 축적하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른다. 그런데 그게 죄가 아니라고?

 

<쓰리데이즈>의 대통령 이동휘는 그래서 지금 자신이 한때 잘못 생각했던 것들을 되돌리기 위해 속죄의 길을 걷는 중이다. 경호관의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저격범들의 총구 앞에 세워 놓는다. 하지만 이런다고 자본의 생리가 바뀔까.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자본의 힘. <쓰리데이즈>는 어쩌면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속죄와 희생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러한 자본의 생리를 모든 이들이 인지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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