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풍자는 있는데 참신함이 떨어진다

“야 인턴! 넌 뭐가 그렇게 신나서 실실거려?” 직장상사인 부장 박영진이 이제 갓 들어온 인턴에게 그렇게 지청구를 날린다. 그런데 이 인턴 박소영 보통 내기가 아니다. 당하지만 않겠다는 듯 부장이 한 말을 또박 또박 받아 되돌려준다. “부장님은 뭐가 그렇게 화나서 씩씩거리세요?” 그러면서 월급은 언제 주냐고 묻자, 부장은 얄밉게도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돈 타령”이란다. 그러자 또 이 인턴의 사이다 반박이 이어진다. “그러는 부장님은 돈도 제대로 안주면서 왜 일 타령이세요?” 관객의 박수갈채가 터진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KBS <개그콘서트>의 ‘불상사’에서 인턴 박소영이 등장하는 이 부분은 확실히 눈에 띈다. 그것이 단지 직장 내 부조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사이다 발언이 담겨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부장으로 대변되는 구세대가 갖고 있는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과 인턴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부딪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시원한 일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세대의 일에 대한 생각 같은 걸 읽게 된다. 

“야 열정페이란 말 몰라?” 부장의 한 마디에 “페이를 주셔야 열정이 생기죠.”라고 재치 있게 받아넘기고, “야 내가 너 땐 이런 식으로 안했어.”라고 논리가 부족해지면 들고 나오는 자세에 대해 “저도 부장님 되면 이런 식으로 안할 거예요.”라고 당차게 대꾸한다. 그러자 부장은 역시 나이를 걸고넘어진다. “30년 전에는 너 같은 애 뽑지도 않았어.” 하지만 인턴은 “30년 전에는 저 태어나지도 않았어요.”라고 물러서지 않고, 급기야 부장이 “이게 어디서 말대답이야?”라고 화를 내자, “말을 하시니까 대답을 하죠.”라고 되받는다. 그리고 퇴근한다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퇴근 후 깨톡으로 일시키지 마세요.”라는 말은 작금의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놓은 퇴근 없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되는 노동의 현실을 드러낸다. 

<개그콘서트>의 ‘불상사’는 이 박소영이 하는 인턴 역할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부분들은 사실 그리 인상 깊게 남지 않는다. 그건 너무 익숙한 코드를 반복하고 있거나 아직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해 미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칭찬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잔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계속 말을 바꾸는 송왕호가 연기하는 이중인격 팀장 캐릭터는 흥미롭지만 생각만큼 공감을 주지는 못한다. 

‘불상사’라는 코너가 어떤 부분은 흥미롭고 또 공감에 웃음까지 주지만 어떤 부분은 그저 구색처럼 붙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지금의 <개그콘서트>의 전체 상황을 축소해놓은 듯 보인다. 즉 노력하고 있는 건 분명히 느껴지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땀복근무’ 같은 코너는 마치 과거 ‘마빡이’ 같은 노동 강도로 웃음을 주려 안간힘을 쓰지만 몸이 힘든 만큼의 웃음의 강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전설의 미남 개그맨 정명훈’ 같은 코너는 호들갑스럽게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정승환으로 인해 정명훈에게 잔뜩 부담을 주는 특이한 콘셉트의 코미디지만 이것 역시 진짜로 웃기지 않는 정명훈의 멘트가 나올 때는 약간 맥이 풀려 버린다. 과정은 흥미롭지만 결과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세젤예’는 예민한 사람들의 조합을 통해 오해하는 상황들을 빚어내는 것으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코너다. 하지만 ‘이게 실화냐?’ 같은 코너는 여자들 두 명을 앉혀놓고 화장을 했냐 안했냐 가지고 계속 따지고 드는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고자 하지만, 그것이 요즘 같은 현실에 왜 중요한지는 알기가 어렵다. 

‘연기돌’은 도입 부분에 잔뜩 긴장해 대사를 계속 틀리게 말하는 임성욱과 후반부에 지나치게 연기론에 대해 운운해면서 화장실 청소원 연기에 과장되게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라고 대사를 던져 웃음을 주는 이수지가 주목되지만 오나미 부분은 너무 익숙한 설정이라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대통형’은 <개그콘서트>가 풍자가 왜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어가지 못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코너는 비슷한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실제 이슈가 됐던 말들의 패러디는 나열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참신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풍자라면 소재를 가져오되 그걸 그 코너가 가진 색깔로 녹여 내거나 비틀어야 비로소 참신한 웃음을 만들 수 있다. 

‘돌아가’처럼 늘 반복되는 조폭개그나 ‘1대1’처럼 너무 오래도록 반복되어 이제는 시들해진 코너들이 곳곳에 채워져 있는 상황으로는 <개그콘서트>가 트렌드를 선도했던 과거의 그 힘을 되찾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상사’의 박소영이나 ‘연기돌’과 ‘부담거래’ 등에서 캐릭터를 200% 살려내는 이수지 같은 보석들이 보이지만, 너무 많은 클리셰들 속에 같이 묻혀 버리는 경향이 있다. 

<개그콘서트>의 힘은 결국 팀플레이에서 나온다. 몇몇 개그맨만의 특별함으로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쉬운 접근이나 틀에 박힌 캐릭터의 반복 같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개그맨이나 개그들도 눈에 들어올 테니 말이다.

‘개콘’, 풍자는 더 이상 그저 용감한 발언이 아니다

“대체 어느 나라 장관입니까? 우리도 일본에 십억엔 주고 야스쿠니 신사 철거하라고 하세요.” KBS <개그콘서트>의 ‘대통형’은 매주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후 <개그콘서트>의 달라진 모습이긴 하다. 물론 예전에도 정치권에 대한 날선 풍자를 했다가 개그맨이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는 대놓고 현 시국을 비난하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유라, 우병우와 김기춘, 조윤선에 이어 반기문까지 ‘대통형’은 대중들의 입에 회자되던 논란거리들을 조목조목 코너로 가져왔다. 이번에는 대권 행보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국내에서 본격 활동에 들어간 반기문 전 총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민을 위한답시고 나섰지만 정작 서민 살이는 잘 모르는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되었던 행동들을 그대로 개그 소재로 갖고 온 것. 

뿐만이 아니다. 소녀상 철거와 위안부 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대통형’은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덜컥 합의를 했다는 발표를 하고는 계속해서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외교국제부 장관 홍현호에게 대통형 서태훈은 거듭해서 “할머니들께서 합의에 동의했냐?”고 물었다. 결국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는 홍현호의 모습을 통해 당사자의 합의 없이 이뤄진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매주 현 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거리들을 소재로 가져와 거침없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대통형’에 대한 반응은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이건 풍자가 아니라 그저 현실의 재연이라며 게으른 코미디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나아가 이처럼 현 시국이 담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그저 단순해 재연하는 코미디는 정치 혐오만을 부추긴다는 지적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단 1년 전만 해도 <개그콘서트>에서 이러한 시국에 대한 ‘용감한 발언들’은 그 자체로 ‘사이다’라며 대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었다. 과거 ‘동혁이형’이나 ‘용감한 녀석들’을 떠올려 보라. 그 때 그 코너들은 개그맨들이 대놓고 직설적으로 당대 현실에 대한 날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대통형’은 더 센 소재와 대상을 두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반응이 영 시원찮은 걸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어떤 정치나 시사 문제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는 건 그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발언’을 용감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개그콘서트> ‘대통형’이 주말에 이르러 그 주에 있었던 사안들을 갖고 어떤 비판을 가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새롭거나 용감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미 그런 정도의 발언들은 뉴스는 물론이고 시사 프로그램 그리고 <썰전>이나 <말하는 대로>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 나오는 이야기들이고, 나아가 인터넷만 열면 너무 많이 들어서 심지어 식상해질 정도가 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그걸 뒤늦게 반복 재연하는 건 별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이런 경우 중요해지는 건 풍자 본래의 색깔이 그러하듯,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그걸 담는 참신한 형식적 틀이나 시도들이다. 그런 형식적 틀이 한 차례 에둘러 이야기해줄 때, 그리고 그 틀 자체가 새로움으로 다가올 때 그 풍자가 게으르다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SBS <웃찾사>의 ‘뿌리 없는 나무’ 같은 코너가 그렇다. 이 코너는 소재로서 당시의 어떤 사안들을 갖고 와 녹여내더라도 그 형식적 틀(조금은 모자란 듯 목소리를 내는 왕)은 온전히 ‘뿌리 없는 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풍자와 비난은 다르다. 그저 비판 의식을 코미디라는 본연의 신선한 형식적 틀에 넣어야 비로소 비난이 아닌 풍자가 된다. 또한 이러한 무언가를 비판하는 입장에 선 이들은 무엇보다 조심해야할 것이 그 타깃을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병신년’ 운운하며 하는 풍자라는 것이 엉뚱하게도 시국을 비판하는데 ‘여성 혐오’가 덧씌워지는 건 이런 조심성이 결여되어 나타나는 결과다.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든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저 시국을 소재로 담는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풍자라는 평가로 이어지는 건 아닌 시점에 들어섰다. 코미디적인 완성도와 시국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시선을 담아내지 못하는 단순한 재연은 자칫 시국에 발을 얹는 기회주의자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풍자의 진정성을 얻는 길. 그건 결국 그 코미디가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독자적인 색깔을 완성도 높게 그려내는가에 달려있다.

흔들리는 <개콘>, 그래도 유민상이 있다

 

뭘 하든 국민들은 다 불만이 있기 마련이에요. 집값이 오르면 오른다고 불만. 내리면 내린다고 불만. 이게 다 사회 불만세력들 때문이야. 가만히 보면 평양에서 내려온 간첩이 있어. 간첩이!” KBS <개그콘서트>의 시국풍자 개그 대통형에서 총리 역할을 유민상은 총리 역할을 연기한다. 불쑥 색깔론을 드러내는 총리 유민상에게 철없는 대통령 서태훈이 묻는다. “평양냉면 좋아하세요?” 그렇다고 하자 이어지는 말. “간첩이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사실 대통형의 이런 대사들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대사가 어디선가 익숙하게 들었던 것들이고 그것이 분통을 터트리게 했었던 이야기들이라는 걸 떠올리고 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총리에게 한 방 먹이는 대사는 통쾌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유민상의 역할이다. 그는 제대로 꼰대 정치인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한 방 먹을 때의 리액션을 취해줘야 한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입을 댓발 내밀면서 -”하고 소리를 내는 모습. 어떤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에서 빵 터진다.

 

촛불정국이 계속이고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 ‘대통형같은 시국 풍자 개그의 강도는 과거에 비하면 훨씬 세졌다. “청와대에서는 올림머리하는데 90분이나 걸린다거나 웬놈의 주사가 청와대에 그렇게 많나며 이건 청와대가 아니라 청와대부속병원 아니냐는 대사, “5년 있다 방 빼야 되는데 뭐 그 전에 뺄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말, 재벌들이 힘들다는 이야기에 힘들긴 뭐가 힘들어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도 않고 몇 십억씩 그냥 선의로 주더만하고 쏘아붙이는 대사 등은 지금의 시국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 풍자들은 잠시나마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시국풍자가 지금 같은 시국을 맞아 갑자기 튀어나오기보다 평상시에도 계속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알게 모르게 압력을 느끼는 그 고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풍자라는 것이 더 필요했던 거 아니냐는 역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풍자란 결국 힘 있는 자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하지 못해 에둘러 현실을 꼬집는 것이니 말이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개그콘서트>대통형같은 코너가 어떤 진정성을 갖게 되는 건 유민상 같은 고참 개그맨이 그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민상토론을 통해 에둘러 할 말을 못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의식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말들을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싸잡아 몰아세우는 그 상황 속에서 유민상은 특유의 그 억울한 리액션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최근 시국에 맞춰 민상토론2’가 새롭게 시작되면서 또다시 유민상은 그 코너의 중심을 잡아줬고, 그 연장선으로 등장한 대통형에서도 꽉 막힌 총리 역할로 웃음을 주고 있다. 이번 새롭게 만들어진 민상토론2’대통형이 시국에 맞춰 갑자기 생겨난 코너로서 어떤 아쉬움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과거나 지금이나 자기 역할을 해온 유민상이 있어 어떤 최소한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

 

그러고 보면 <개그콘서트>에서 이제 고참의 위치에 선 유민상의 존재감이 새삼 느껴진다. 현재 세젤예에서도 또 사랑이 Large’에서도 그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캐릭터를 세우고 있다. ‘사랑이 Large’처럼 과거 아빠와 아들코너에서도 보여줬던 뚱뚱한 캐릭터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역시 유민상이 진가를 발휘하는 건 민상토론’, ‘세젤예’, ‘대통형등에서 일관되게 보여주는 억울하게 당하는 캐릭터다.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건 결국 개그맨들이 세대교체가 되면서 새로운 세대가 <개그콘서트>의 중심을 잡지 못한데서 나오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누구보다 캐릭터 소화 능력이나 연기력이 수준에 올라있는 유민상은 늦게 피어난 개그맨이지만 지금 확실히 <개그콘서트>의 중심 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개콘> 풍자의 부활에서 느껴지는 개그맨들의 고충

 

민상토론2’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개그콘서트>대통형은 더 직접적으로 현 시국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민상토론의 콘셉트는 시사나 정치에 대해 할 말은 있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상황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시사 풍자는 직접적이기보다는 애써 빙 둘러가는 형태로 이뤄졌다.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어라고 변명하면서 풍자하는 방식이었던 것.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반면 대통형은 대놓고 서태훈이 대통령 캐릭터로 등장하고 유민상이 국무총리, 이현정이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호가 교육부 장관, 김대성이 문체부 장관, 홍현호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출연한다. 국정 운영의 파행에 대한 직접적인 풍자를 담는다는 점에서 민상토론의 간접적인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깨톡으로 회의하려는 대통령 이야기나, 높은 자리에 있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내놓는 비아그라, 1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골품체조’, 취업이 어렵다는 말에 대통령도 5년 계약직인데 그걸 다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서태훈의 이야기나, “누구는 말만 하니까 말도 주고 돈도 주더라는 비선실세 최순실 이야기 등등 현 시국에 대한 풍자가 대놓고 다뤄졌다.

 

풍자라는 것이 그러하듯이 보는 이들의 답답한 속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풀어내는 그 힘을 대통형은 그대로 보여줬다. 이런 시사 풍자 개그가 다시금 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만 해도 용감한 녀석들이나 사마귀 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같은 시사 풍자가 신랄했던 개그 코너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사마귀 유치원으로 최효종이 피소된 바 있고, ‘용감한 녀석들은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 조치를 받기도 했다. 2014년 등장했던 닭치고같은 코너는 애초에는 신랄한 정치풍자를 담고 있었지만 서서히 이런 색채는 빠지고 대신 몸 개그로 변화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나마 그 때까지는 이런 시사 개그들이 계속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 시사 풍자 개그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그나마 등장한 민상토론이나 횃불투게더같은 코너는 오히려 제대로 풍자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는 코너였다. 게다가 ‘1 1’ 코너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등장해 시사풍자를 보여줬던 이상훈은 어버이연합에 의해 피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에 고소당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들은 의외로 개그맨들 본인들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진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가 만났던 한 개그맨은 이런 압력이 의외로 크다며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걸 털어놓은 적도 있다. 그 개그맨은 이렇게 스트레스에 시달릴 바에는 아예 시사 풍자 같은 걸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나마 지금 <개그콘서트>의 시사 풍자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진 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학교든 회사든 길거리든 어디서든 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상토론2’에 이어 더 신랄해진 대통형같은 코너가 나오는 것에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짠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개그맨들이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코미디 같은 웃음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가감 없는 표현의 자유를 열어주는 일.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이런 작은 숨통 하나 틔워주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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