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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더 레슬러'에서 이제는 나이든 프로레슬러인 랜디(미키 루크)는 링 위에서 미리 준비한 면도날로 이마에 작은 상처를 냅니다. 좀더 극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피를 흘리는 거죠. 이것은 프로레슬러라는 직업이 얼마나 배우라는 직업과 일맥상통하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링 위의 레슬러는 카메라 앞에 선 배우들처럼 어느 정도 짜여진 상황을 좀더 리얼하게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더 레슬러'는 바로 이 '보여지는 몸'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랜디는 링 위에 오르기 위해서 꼬박꼬박 운동을 챙겨서 하고(그것이 싸우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보여지는 몸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크죠.), 근육을 만들기 위해 약물도 복용합니다. 그뿐이 아니죠. 머..
불황기, 삶을 성찰하는 다섯 편의 영화들 불황기여서일까. 유난히 삶을 돌아보는 영화들이 눈에 띈다. 이미 독립다큐영화로서는 상상못할 대성공을 거둔 '워낭소리'는 물론이고, 또다른 독립영화의 맛을 보여주는 '낮술', 미키 루크라는 배우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더 레슬러',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한 인물을 통해 시간과 삶을 성찰하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리고 심지어 슈퍼히어로 영화지만 정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왓치맨'까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그 현실을 관조하게 해주는 이 영화들이 가진 삶에 대한 각기다른 시선들은 무엇이었을까. '워낭소리', 당신의 노동은 숭고하다 '워낭소리'의 그 잔잔한 울림은 소가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나가는 그 노동으로부터 울려퍼진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