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2' 우리도 이상순·효리와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싶다

비 내리는 날의 감각과 감성들이 깨어나는 것만 같다. 폭설이 내렸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날,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의 감성과 감각들도 촉촉해졌다. 손님들이 모두 놀러 나간 후,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된 이효리와 이상순이 빗속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장면은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들려오는 빗방울이 데크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에, 그 톡톡 터지는 그림 같은 정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뜨끈한 물속에서 고즈넉한 우산 안에 들어간 두 사람이 일깨워주는 감각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욕탕의 따뜻함과 빗방울의 시원함, 그리고 조용할 때야 비로소 들리는 빗소리들과 한적할 때야 비로소 보이는 빗방울들이 온 몸의 감각을 깨우는 그런 느낌들이 비 오는 <효리네 민박2>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비가 오면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이효리가 굳이 이상순이 품을 들여 애써 펴 놓은 우산 바깥으로 나와 비를 온몸으로 맞는 건 그래서일 게다. 촉촉이 내리는 빗물과 어우러지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 그래서 문득 너무 애쓰며 버텨왔던 어떠한 노력들도 그다지 불필요해지는 느낌. 이효리가 말하는 ‘자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비가 오면 본래 소리는 더 낮게 깔리고 더 잘 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에서 어디 그런 낮은 빗소리가 들려올 틈이 있을까. 하지만 갑자기 흥이 난 임윤아가 핑클의 ‘블루레인’을 부르는 소리는 아주 작게 불러도 이층까지 들려온다. 그 노래를 이효리가 함께 부르다가 결국 옥주현까지 전화로 연결해 맞춰가는 하모니가 그 어떤 공연보다 기분 좋게 다가오는 건 노래 자체 때문이 아니라 비 오는 날의 어떤 설렘 같은 게 거기 더해져 있어서다. 비, 추억이 깃든 노래,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 같은.

어둑어둑해지는 민박집으로 하나 둘 비를 피해 둥지로 돌아온 새들처럼, 저마다의 먹거리 한 가지씩을 가져온 손님들이 그걸 한 상에 늘어놓고 풍족한 저녁을 함께 하는 모습도 그 어느 때보다 정겹다. 민박객 중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크게 많은 일을 한 것 같지 않아도 저런 곳이라면 마음이 한없이 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서 놓고 온 많은 일들을 잠시 모두 잊어버린 채 그 집과 사람들이 깨워내는 감각과 감성들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 들어 자연이 주는 감각과 감성들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TV를 볼 때이다. 관찰카메라의 시대에 더더욱 정교해진 카메라들은 도시 생활을 하며 느끼지 못하고 잊고 있던 많은 소리들과 장면들을 속속들이 포착해 보여준다. 차 소리에 귀먹고 불야성 같은 도시의 빛에 눈먼 우리들의 감각을 아이러니하게도 관찰카메라가 잡아낸 소리와 장면들로 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들 때문에 오히려 비 오는 날이 더 기다려지는 요즘, 비 오는 어느 날 제주도의 한 집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은 그래서 남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효리네 민박2>를 보다 저들이 비가 오니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이제 한 번쯤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돌리고픈 마음이 드는 것도.(사진:JTBC)

<삼시세끼>, 그들이 보여준 것은 일상의 특별함이다

 

이제 <삼시세끼>는 시즌 종료를 앞두고 있다.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이것도 마지막이구나라는 말을 한다. 모내기 했던 벼가 어느새 익어가고, 폭염으로 뜨거웠던 여름이 이제는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고창에서 그들은 마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처럼 시내에 나가 짜장면 한 그릇의 호사를 부리고 구시포 해수욕장에서 빙수를 먹는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렇게 하릴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다 세끼집으로 돌아와서는 읍내에서 사온 고등어로 저녁을 준비한다. 세끼집에서의 일상도 특별할 것이 없다. 이미 시청자들은 여러 번 봐서 익숙할만한 풍경들이 반복된다. 오리집을 하루 종일 뱅뱅 도는 유해진의 반려견 겨울이는 그 날도 그것을 반복하고 그러다 새까맣게 흙투성이가 되자 유해진은 물로 겨울이를 씻겨준다.

 

그토록 빠져들었던 탁구가 시들해지자 야구 캐치볼을 하는 풍경은 <삼시세끼>의 한가로움을 잘 드러낸다. 마치 <개그콘서트>의 오성과 한음 코너를 보는 듯한 여유로움. 중학시절 야구선수였다는 차승원의 너무나 익숙한 캐치볼과 타격에 맞춰 마치 연습을 하듯 기이한 소리를 내며 나이스 캐치를 하는 유해진의 즐거운 한 때는 사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속에서 오히려 대단한 즐거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어스름해지기 시작할 무렵 차승원은 일찌감치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시작해 오래도록 푹 익혀놓고 어묵 김치찌개를 만들어 저녁상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맛있게 먹고는 늘 그랬다는 듯 문학모임을 빙자한 술 한 잔을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그들은 하루를 보낸다.

 

다음날도 역시 특별할 것 없는 한가한 하루가 시작된다. 갈비를 닮은 구름을 보고는 유해진이 오늘은 갈비를 먹어야겠는 걸.”하고 말하고, 그 말이 씨가 되어 저녁 갈비찜을 위해 한낮의 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노동이 우선인 것 같지만 그건 오로지 목적이 갈비찜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일은 생계와는 무관한 일종의 놀이가 된다.

 

<삼시세끼>는 어느덧 사건이라는 것이 전혀 벌어지지 않는 그 한가로움이 특징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미 시청자들은 이 세계가 익숙해졌고 그리고 그 익숙한 세계를 즐기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이렇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케이블 채널에서 10% 시청률을 넘긴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물론 나영석 PD<삼시세끼>라는 막강한 브랜드가 이미 만들어졌지만 그 브랜드에 의한 관성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현상이다. 오히려 <삼시세끼>의 이 하릴없는 정경을 지금의 시청자들이 즐기고 있다고 보인다. 별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즐기는 상황. 별 일이 매번 벌어지고 그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는 도시인들에게는 이런 익숙함과 편안함이 어떤 힐링으로도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그 누가 한가로움을 예능의 재미 요소로 끌어들이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 예능이라고 하면 무언가 굉장한 재미를 끝없이 이어 붙여야 하는 듯한 강박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그 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굉장한 재미는 아니지만 보통의 별 일 없는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그 한가로움의 맛이 또 다른 재미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있다. 별 것이 없기 때문에 매료되는 세계라니. 우리 현실이 얼마나 복잡한 지를 에둘러 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삼시세끼> 남주혁, 시골생활 적응기가 보여주는 훈훈함

 

금방 따갖고 온 방울토마토로 디저트를 만드는 차승원 뒤에서 유해진이 특유의 말장난 개그를 시작한다. “방토야? 방토?” 방울토마토를 줄여 방토라 부르더니, “오늘이 방토라며 방만한 토요일이라고 아재개그를 던진다. 손호준도 남주혁도 별로 반응이 없는 이 아재개그에 차승원만은 키득댄다. tvN <삼시세끼>가 흔하게 보여주는 풍경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첫 촬영 때 이 아재개그가 영 적응이 안돼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던 남주혁이 두 번째 촬영에 유해진과 짝을 이뤄 오리집을 뚝딱뚝딱 만들면서 아재개그에 대해 묻는다. 유해진은 아재개그를 하려면 뻔뻔해야 되고 몇 번 눈물도 흘려봐야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듯 남주혁은 유해진이 이리와 보시게라고 말하자 시계요?”하고 물어 그를 웃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자.”하고 말하자 자요?”하고 또 아재개그를 던지는 남주혁에게 유해진은 대견해 죽겠다는 듯, “보람 있다고 말한다.

 

남주혁은 여러모로 이번 <삼시세끼> 촬영에서 가장 낯선 상황에 서 있는 인물일 게다.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이미 만재도부터 익숙해져온 이들이지만 남주혁은 새로 합류했고 그들과 평소 그리 가까웠던 사이도 아니다. 게다가 가장 막내고 차승원은 모델에서 배우까지 대선배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남주혁은 전형적인 도시 청년이다. 입맛도 초딩 입맛이라 차승원은 그를 위해 어떻게 하면 달달 짭짤한 맛을 낼까를 고민하고, 유해진은 애들이 고기를 원한다며 일을 해 돈을 비축해놓으려고 한다. 청국장을 끓여내 어떻겠냐고 묻자 남주혁은 잘 먹진 않지만 나쁜 기억은 없다고 에둘러 자신의 입맛을 얘기한다.

 

그렇게 어색하고 낯설 수밖에 없는 남주혁에게 유해진은 조금씩 편안하게 해주려는 노력을 보인다. 차승원과 손호준이 요리부(?)를 꾸리고 오리 집을 만드는 유해진의 설비부(?)에 남주혁이 슬쩍 합류하자 유해진은 저기 있는 거보다 심적으로 훨씬 편해 여기가라고 말해 차승원의 깐깐함에 대한 두 사람의 공감대를 만들어놓는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일들이라 그 변화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실감하기가 쉽지 않지만, 남주혁은 아주 조금씩 이 시골 살이와 <삼시세끼> 팀들에 어우러지고 또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색하게 아재개그를 치고, 차승원이 만든 청국장을 진심으로 맛있게 먹는다. 먹고 나면 척척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차승원처럼 일찌감치 설거지를 하고, 손호준이 입에 넣어주는 작은 방울토마토 몇 개를 맛나게도 먹는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겉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일들처럼 보인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왔던 뚜렷한 미션의 성격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밥 해먹고, 무언가를 만들고, 모내기를 하거나 복분자를 따는 일을 하고 그러면서 서로 아재개그 같은 걸 던지는 그런 일상들을 우리는 그리 오래도록 깊게 쳐다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삼시세끼>처럼 그 일상에 카메라를 깊게 드리우고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고는 의외의 따뜻함이나 훈훈함 같은 걸 느끼게 된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점점 그들을 닮아간다는 것. 시골 생활이 영 어울리지 않을 법한 도시 청년 남주혁이 어쩌면 고창 주민처럼 보이는 유해진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그를 닮아가는 모습이 주는 훈훈함은 우리네 일상에 담겨진 기적 같은 변화들의 비의를 살짝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게 닮아가고 익숙해지는 것이 다름 아닌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이것이 그다지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삼시세끼>의 숨겨진 비밀이다

<삼시세끼>, 유해진 합류 전과 후 뭐가 달랐나

 

차승원은 어딘가 어색해했다. 당연할 것이다. 얼굴만 봐도 척척 그 속내를 알아채고 같은 나이 또래에 함께 배우 생활을 해온 그 경험치를 공유해온 친구, 유해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맞아주는 손호준과 새롭게 가족이 된 남주혁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지만 툭 던지는 아재개그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보며 차승원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물론 차승원 역시 새로 합류한 남주혁을 세심히 살피고 챙겨주었다. 배우 이전에 모델 대선배인 차승원이 남주혁에게는 못내 어려운 선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트에서 남주혁이 우유를 만지작대면 그걸 좋아하나보다 하며 사주고, 그의 입맛을 배려해 떡볶이 떡을 사와 닭복음탕에 넣어주었다. 어려워할 그에게 불 잘 지핀다며 칭찬을 해주고 뭔가를 시킬 때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배려의 모습은 훈훈하긴 하지만 <삼시세끼>가 본래 갖고 있는 그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는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이었다. <삼시세끼>가 애초에 정선에서 이서진과 옥택연을 출연시킨 건, 그들이 이미 <참 좋은 시절> 같은 드라마로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굳이 어색한 만남의 과정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서 시작부터 투덜대고 못하는 밥이나마 챙겨 먹으며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별다른 사적 관계가 없는 남주혁의 출연에 유해진의 부재는 차승원으로서는 이번 <삼시세끼>가 만만찮게 다가왔을 것이다. 유해진 같은 존재가 있어 같은 또래끼리 치고 박고해야 편안해질 텐데, 두 명의 후배들 위에서 선배로 시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차승원은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차승원은 새 삼시세끼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요리에 들어갔다. 텃밭에서 야채를 가져와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 그렇게 뚝딱 한 끼를 해먹고는 바로 저녁엔 뭐 먹을까를 고민하는 그들은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 돌아와 닭볶음탕을 해먹는다. 그렇게 어찌 보면 이 첫 날의 모습은 마치 차승원이 요리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다소 어색한 분위기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유해진이 이 마을로 슬슬 걸어 들어오면서 깨져나갔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재개그를 툭툭 던지는 유해진은 바로 어제 만재도에서 나온 사람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는 동네 이장님댁에 가서 차승원을 놀래키기 위한 이장 분장을 하면서도 너무 잘 그 동네에 어우러졌다. 물론 뒤태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유해진이라는 걸 척 알아맞히는 차승원 때문에 몰래카메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성된 완전체는 이제야 비로소 <삼시세끼> 같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골 길을 함께 걸어가며 유해진과 차승원은 비로소 특유의 아재스럽지만 푸근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개그들을 늘어놓는다. 후배인 남주혁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선배들을 친구처럼 대하라며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그 모습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빠져들게 했다. 카메라가 부감으로 빠져나가며 비추는 네 사람의 즐거운 모습은 그래서 고창의 어느 마을과 조금씩 어우러져가는 이들을 잘 표현해주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 것일까. 그것은 그에게서 배어나오는 시골스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남주혁은 아무래도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모델 같은 도회적 느낌을 준다면, 유해진은 진짜 시골 이장님 같은 푸근한 인상이다. 그것은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이러니 <삼시세끼>에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케줄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만 하루의 격차를 두고 유해진 합류 전과 후로 <삼시세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것만큼 유해진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일이 있을까. 유해진의 합류로 본격화된 완전체의 고창에서의 시골 살이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불가사의, <삼시세끼>의 성공이 말해주는 것

 

이 프로그램 망했어!”로 시작한 이서진은 <삼시세끼>의 마지막에도 여전히 지금도 이 프로그램이 살아있다는 게 불가사의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시세끼>는 그저 살아남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이룬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려 12%의 시청률을 내면서 금요일 밤 tvN이 채널 헤게모니를 가져오게 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도대체 이 망했다고 자평하던 프로그램은 어떻게 이런 정반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그 망했다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내려오는 불문율의 편견 속에 있다. 즉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응당 이러해야 하며, 또 이런 건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불문율. 이를테면 낚시나 등산 같은 소재는 예능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금기로 여겨져온 바 있고, 복불복 같은 게임을 보험처럼 가져가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얘기도 하나의 법칙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니 <삼시세끼>처럼 복불복 게임도 없고, 마치 낚시나 등산처럼 너무나 잔잔하게 흘러감으로써 보여지는 장면이 단조로운 시골 살이의 예능에 대해 스스로 망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바로 이 망할 거라는 속단으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함으로써 성공을 일궜다.

 

세끼 집에 한정된 공간의 한계는 오히려 그 집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밀 묘사함으로써 뛰어넘었다. 즉 별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집 구석구석에 카메라들을 설치하고 오래도록 들여다보자 의외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더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주의깊게 살피지 않은 것일 뿐 옥수수가 자라고 채소들이 자라나고 동물 친구들이 성장해 자식을 낳고 하는 일들은 사실 하나하나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기적처럼 변해가는 광경들 속에서 적응 못하던 이서진과 옥택연이 조금씩 환경에 동화되어가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그래서 어느 순간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 되었다. 사실 그 시간의 흐름과 그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를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은 도시의 바쁜 삶이 그런 것들에 오래도록 시선을 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망작이라고 예측했던 것을 명작으로 만들어낸 것은 이 선입견 때문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골 살이의 예능을 시도했다는 것과, 그것을 그 어느 것보다 더 열심히 만들어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사실 시골에 카메라를 드리운다 해도 거기서 좀 더 새로운 이야기들을 찾아내겠다는 제작진의 마음이 없었다면 <삼시세끼> 같은 시골의 발견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얹어진 중요한 포인트는 이서진이 말하는 것처럼 도시의 삶에서 잠시 떠나와 이 시골에서의 하룻밤을 보내는 게스트들이다. 게스트들의 마음은 말 그대로 우리네 도시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똑같이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대를 주었다. 그들의 즐거움이 우리의 즐거움이 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박신혜나 최지우, 손호준 같은 이들이 더더욱 이 시골살이를 즐겁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그렇게 일 년을 휘돌아 이제 <삼시세끼> 정선편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 일 년 동안 벌어진 많은 사건들(?)은 영상 속에서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처럼 남았다.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당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추억이 된다는 것. 망하는 아이템이라며 피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예능 제작자들은 이제 오히려 망한다는 아이템들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저 피하지 말고 부딪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삼시세끼>의 성공은 일깨워주고 있다



정착 예능의 시작, <삼시세끼>의 성공비결

 

도대체 이 세계의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마음 훈훈하게 만들었을까. 과거 나영석 PD<12>유목 예능(?)’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삼시세끼>는 이른바 정착 예능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아무 것도 하는 일 없고, 그저 잠시 멈춰서 있는 것처럼 보인 이 <삼시세끼>라는 정지의 시간은 우리가 그토록 바쁘게 움직이고 이동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시켰다. 거기에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시간들이 비로소 손에 잡히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유목 예능이나 정착 예능이나 도시를 떠난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두 다른 성격의 예능은 시간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유목 예능은 끝없이 움직이고 이동함으로써 도시의 삶이 우리에게 부여한 시간의 일상화를 깨는 힘을 발휘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살아온 도시인들에게 여행의 의미는 바로 그 일상 탈출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삼시세끼> 같은 정착 예능은 그렇게 부유하며 끝없이 바쁘게 떠돌 듯 시간을 살다보니 정작 손에 잡히지 않고 하나로 묶여지지 않는 시간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찾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도시를 떠나 정선의 한 공간에 들어간 두 남자는 가을에서 겨울까지를 지내며 도시에서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시간들을 한 웅큼 잡아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쌓여가는 것들. <삼시세끼>라는 정착 예능이 놀라웠던 것은 그 쌓여가는 시간을 우리 앞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집 한 쪽 옆으로 가득 메워져 수수노예들을 양산했던 거대했던 수수밭이 어느 순간 다 거둬져 그 수수가 껍질이 벗겨지고 빻아지고 수수부꾸미로 재탄생하는 그 과정은 시간이라는 마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작은 상자 속에 누워있던 밍키가 어느새 훌쩍 자라 집을 기웃거리는 동네 개들을 쫓아내며 제법 역할을 하게 만든 것도 그 시간의 힘이고, 처음에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던 밥상이 차츰 채워지며 이 초보 농부들에게도 그 밥상을 더 채우고픈 마음을 들게 만든 것도 그 시간이 가능하게 한 일들이다.

 

여행과 농사는 마치 인류가 유목을 하다가 정착함으로써 문화를 만들어냈던 그 원천이다. 멈춤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그저 산개하고 날아가 버리던 시간을 축적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삼시세끼>는 물론 그것을 의도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정착을 통해 하나하나 쌓여진 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들인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찾아왔던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기억 하나하나는 그 삼시세끼집 구석구석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최지우가 담가놓았던 김치를 서진과 택연이 꺼내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서진이 갖다놓은 화목 난로에 먼저 도착한 택연이 불을 피운다. 하다못해 아궁이에 땔감을 던져 넣을 때마다 그들은 어쩌면 어르신들이 오셨을 때 끓였던 곰탕과 고아라와 택연이 그 앞에서 알콩달콩 보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시간의 진정한 의미다. 우리는 어쩌다 보니 도시에서 살며 시간의 향기를 잃어버렸다. 매일 매일 반복적으로 시간을 쓰고 하루를 보내다보니 정착해 있어도 그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점점 잊게 된 것이다. 물론 잠시 동안의 피곤을 풀어주는 왁자지껄함이 있지만 그것도 어떤 손에 잡히는 시간의 묶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삼시세끼>는 그 시간의 묶음으로 한 다발 우리에게 선사했다.

 

<삼시세끼> 같은 정착 예능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그만큼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이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삼시세끼 먹는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시간의 진정한 의미인지도 모른다. 화려한 메뉴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와 진정한 소박한 한 끼를 나누는 그 진정한 시간에 대한 희구. <삼시세끼>가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 이유다.

 

<삼시세끼>, 수수밭에 수수노예들은 없다

 

<삼시세끼>는 드디어 수수지옥을 벗어났다. 이서진과 옥택연에 이승기와 김광규라는 두 노예(?)를 충원한 노예 수수F4’는 끝끝내 수수밭에 남은 수수들을 모두 베었다. 그 과정에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을 보다 못한 제작진까지 모두 수수밭에 투입되기도 했다. 일을 해본 나영석 PD는 뒤늦게 노동 강도가 외외로 세다는 걸 깨닫고는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왜 그들은 굳이 그 수수밭을 끝까지 베었을까. 수수를 갖고 뭔가 만들어먹는 것도 아니다. 설혹 그 수확한 수수를 내다 판다고 해도 그런 돈벌이가 프로그램에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수수에 그렇게 집착했는가가 궁금해진다.

 

그 의문은 그러나 의외로 쉽게 풀린다. 그 수수밭을 베는 장면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엄청난 수수밭 앞에 마름처럼 나타난 나PD고기 한 근에 수수 한 가마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우습다. 그것은 물론 예능의 코드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에 일종에 암묵적으로 허용된 놀이를 하는 듯한 뉘앙스도 들어있다. 고기를 먹으려면 수수를 베어야 하는 놀이.

 

여기에는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놀라운 매력의 원천이 숨겨져 있다. 많은 이들이 <삼시세끼>가 시골 라이프를 권장하는 귀농 프로젝트처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사실 <삼시세끼>와 귀농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나영석 PD 또한 인터뷰를 통해 밝힌 사실이다. <삼시세끼>는 시골에서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바쁜 도시생활에 지쳤을 때 나도 하루 정도는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서 단순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그 소박한 소망을 채워준다.

 

이것은 생활이라고 하기 보다는 23일 정도의 작은 여행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그것은 아마도 나영석 PD가 일관되게 해온 여행이라는 소재의 또 다른 버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시세끼>는 이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실생활과는 조금 거리를 둔 프로그램이다. 거기서 출연자들은 <12>처럼 한 끼를 먹기 위해 돈을 벌거나 미션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필요하다면 읍내에 나가 음식 재료들을 사와도 된다. 나영석 PD는 의외로 거기에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준다.

 

만일 <삼시세끼>귀농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리얼리티를 갖고 만들어졌다면 이처럼 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현실 자체보다는 그것을 잠시 벗어나 소소한 삶이 주는 또다른 풍요로움을 누려보게 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성공 포인트다. 그래서 그들이 하루 종일 삼시세끼를 챙겨먹으며 하는 일들은 하나의 어른들을 위한 소꿉장난의 성격을 갖는다.

 

소꿉장난이라고 하면 어딘가 너무 한가로운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 일이나 생산성에서 벗어나 온전히 놀이로서 접하는 <삼시세끼>의 세상은 우리에게 그동안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면이 있다. 그토록 외치던 생산성이 사실은 우리를 삶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거기서 깨닫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성과 무관한 수수밭 베는 일에 투입된 네 사람을 노예라 부르고 수수 F4’라고 부르지만 거기 진짜 노예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을 했다기보다는 하나의 게임 같은 놀이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수수밭은 그래서 노동의 공간을 놀이의 공간으로 바꿔놓은 <삼시세끼>의 상징물처럼 보인다. 그들은 물론 허리가 빠지게 수수를 베었지만 그것이 고기 한 점이라는 흥미로운 놀이 때문이라는 점은 이 수수밭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늘 일과 생산성 관점으로만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이런 놀이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을 위한 소꿉장난은 그래서 어쩌면 그 어떤 위로나 위안보다도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삼시세끼>가 바꾸고 있는 시골 동네에 대한 이미지

 

작은 시골 동네에서 철물점을 하며 살아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삼시세끼>에는 이른바 동식이네 철물점이 자주 등장한다. 읍내에 나가는 것이 농부의 로망이라는 이서진이 읍내에 나오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바로 이 동식이네 철물점이다. 처음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였지만 차츰 친숙해진 그들은 마치 동네 형 동생 같은 관계가 됐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서진이 철물점에 자주 가게 된 것은 집에 수리할 일들이 자꾸 생기기 때문이다. 고마운 계란을 낳아주는 닭들을 위한 집도 마련해 줘야 하고, 염소 잭슨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게 비닐로 바람막이도 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서진이 철물점에 가는 이유는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거기 다름 아닌 동식이가 있기 때문에 그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사실 시골 동네의 철물점에서 물건을 사는 건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필요에 의한 물건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왜 굳이 그 철물점에서 일하는 동식이라는 이름을 끄집어내고, 그를 마치 동생 찾듯이 찾는 이서진과의 관계에 주목했을까. 잭슨의 바람막이 작업에는 동식이가 집까지 와서 직접 일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인터뷰까지 방송에 내보냈다.

 

저는 강원도 정선에 녹송철물에 일하고 있는 임동식이라고 합니다.”라고 수줍게 말하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에게 제작진이 묻는다. “영업비밀이 있으세요?” 동식이는 수줍은 듯, “어 해맑게 웃는 거?” 하며 진짜 그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비닐을 재단하면서 어리버리한 손호준과 프로페셔널 동식이는 대조된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거 비닐 안 재고 잘라도 되냐는 이서진의 질문에 그는 또 환히 웃으며 이미 자신이 팔 대중으로 쟀다고 말해 그를 감탄하게 했다.

 

<삼시세끼>가 동네 청년 동식이라는 인물을 오롯이 이 프로그램의 구성원처럼 포착해낸 데는 이 프로그램만의 성격이 묻어난다. <삼시세끼>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작은 일상의 특별함들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시골 마을에서 만나는 그 무엇도 사소한 것이 있을 수 없다. 철물점 동식이는 물론이고, 늘 가는 슈퍼마켓의 주인아주머니, 시장통의 풍경들, 그리고 가끔 물 마시러 들리는 관공서까지 이 프로그램에서는 중요한 소재이자 출연진들이 된다.

 

이렇게 소소함들에 한 걸음 더 다가가자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시골처럼 여겨졌던 이 정선의 마을이 점점 우리 마을처럼 친숙해진다. 동네 사람들은 남이 아니라 이웃이 되고, 그들의 삶 또한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삼시세끼>는 그 따뜻함을 갖고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모습을 통해 작은 시골 동네의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어딘지 한번쯤 찾아가 하룻밤이라도 지내고픈 그런 인간미 넘치는 공간의 이미지.

 

철물점에서 일하는 해맑은 웃음이 영업비밀인 동식이는 이제 스물 세 살이다. 그 나이의 청춘들은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여주는 동식에게서는 심지어 우리네 현실에 지친 미생의 청춘들이 부러워할만한 행복감마저 묻어난다.

 

모두가 성공을 위해 도시로 모여들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작아도 자신만의 일이 있고 따뜻한 이웃들이 있는 시골의 삶은 어쩌면 하나의 로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삼시세끼>는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세세하게 포착해냄으로써 막연한 겉모습의 화려함과는 비교될 수 없는 소박한 시골 삶의 가치를 찾아내주고 있다. 동식이의 해맑은 미소는 진짜 시골 삶이 갖고 있는 행복의 비밀을 보여주었다.

 

극과 극으로 시너지 만든 최강 라인업

 

주말 예능은 한 가지 프로그램만의 동력으로 힘을 쓰기가 어렵다. 저녁 5시부터 8시까지 무려 3시간 동안 온 가족을 TV앞에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라인업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SBS <일요일이 좋다>의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은 환상의 라인업을 구성한다. 극한 야생의 정글로 우리를 데려가는 <정글의 법칙>은 안온한 도시에서 즐거운 게임을 벌이는 <런닝맨>과 극과 극의 느낌을 주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글의 법칙2'(사진출처:SBS)

툰드라로 간 <정글의 법칙>은 특별하고 복잡한 미션을 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타 방송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영상을 제공한다. 극한의 공간 속에 던져진 병만족이 그저 걷거나 잠을 자거나 먹을 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기에는 특별한 조미료를 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풍미를 내는 야생 날 것의 묘미가 들어있다.

 

보통의 공간이라면 물을 건너는 행위가 그렇게 재미있게 보여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느끼게 만드는 툰드라의 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은 한때 <1박2일>이 한겨울에도 계곡이나 바다만 보면 입수하던 그 강한 자극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박태환 선수를 능가할(?) 속도로 물을 건너는 리키의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 먹을 것이 없어 야생쥐를 잡으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이 <정글의 법칙>만이 가진 야생성을 드러낸다. 도시라면 쥐를 잡기 위해(그것도 잡아먹기 위해서) 그토록 노력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겠는가. 새알이라도 챙기려고 엄청나게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간 김병만이 그러나 새둥지 안에 입을 벌리고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들을 본 후 그 예쁜 모습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장면은 한 편의 우화 같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만일 이렇게 강렬한 야생의 풍경을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에 이어서 비슷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들어갔다면 아마도 시청자들은 피곤해졌을 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극한의 야생을 간접체험한 후, 우리는 <런닝맨>이라는 조금은 편안한 도심의 게임 속으로 안내된다. <정글의 법칙>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면, <런닝맨>은 즐거움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 극과 극의 대비지만 바로 그 대비 때문에 양자가 더 강화된 느낌을 갖게 된다.

 

사실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이 라인업을 갖추기 이전에 최강 라인업은 단연 KBS <해피선데이>였다. <남자의 자격>이 중년 남성들의 도전을 전면에 보여주면 <1박2일>은 전국 곳곳으로 시청자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1박2일>이 시즌2에 접어들면서 본래의 맛을 못 찾게 되면서 라인업이 깨졌다. 다만 최근 들어 시즌2를 선언한 <남자의 자격>이 살아나고 있다. <해피선데이>는 과연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이라는 최강 라인업을 깰 수 있을까.

 

MBC의 <일밤>은 사실상 라인업이 없어서 경쟁에서 늘 뒤쳐졌던 게 사실이다. <나는 가수다>가 한참 절정의 인기를 끌 때도 그 힘을 쌍끌이해줄 프로그램은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신입사원>, <집드림>, <바람에 실려>, <룰루랄라>, <꿈엔들>, <남심여심> 그리고 <무한걸스>까지 그 어떤 프로그램도 <나는 가수다>와 보조를 맞춰주질 못했다. 홀로 서 있는 <나는 가수다>는 그래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자체적인 힘으로 서야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주말 예능은 그 특성상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임이 아니다. 하나가 앞에서 끌어주면 다른 하나가 뒤에서 받쳐줘야 그 최강자가 되는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은 그 극과 극의 조합으로 최강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주말 저녁 정글과 도심을 오가는 이 두 예능 프로그램은 각각이 아니라 붙어있기 때문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

'1박2일'과 '패떴'은 모두 여행을 컨셉트로 삼고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접촉에 대한 이 두 프로그램의 방향은 사뭇 다르죠. '1박2일'은 '집으로'편에서 볼 수 있었듯, 현지인들과의 보다 긴밀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반면 '패떴'은 정반대입니다. 도착하는 순간, 그 집 주인분들을 여행보내드리고, 하루를 온전히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즐깁니다. 집 주인조차 도착했을 때와 떠날 때 잠깐 만날 지경이니 현지인들과의 접촉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패떴'이 지금껏 단 한번도 현지인들과 만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음식을 만들어 주민들과 나눈 적도 있고, 지역주민들을 모셔놓고 미니 공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는 어딘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그것은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현지인과 어우러지는 형식이기보다는 패밀리들끼리의 놀이판 같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뭐 꼭 시골에 갔다고 시골 분들과 만나고 함께 어우러져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여행 버라이어티는 기본적으로 그 장소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어쩌면 이것은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도시에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들의 윤택한 삶의 뒤편에 병풍처럼 서서 바보처럼 모든 것을 내주는 시골에 대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1박2일-집으로'편에서 기산댁 할머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다가 문득 거기서 환하게 웃고 즐거워하는 이들을 낯설게 여깁니다. 왜 자신은 이 산골에서 하루종일 고단한 노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한탄을 손주같은 순길이(이승기)와 멍충이(MC몽)에게 해주죠. 그러자 그 둘은 일어나 할머니 앞에서 즉석 공연을 펼칩니다. 바로 그 장면은 '1박2일'이 가진 여행의 미덕을 드러내는 것이었죠.

예능 프로그램은 웃겨야 하고, 따라서 여행 버라이어티도 여행이라는 틀 속에서 웃음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웃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 점은(그것이 또 시청률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도시에서 시골로 가져간 논리일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반드시 시골의 진짜 힘겨운 삶과 부딪치는 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1박2일'이나 '패떴'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최소한 그 시골이라는 공간을 조명하는 태도에 '따라 그 민폐아닌 민폐는 소통이 될 수도 있고 그저 민폐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1박2일'이 찾아간 기산리 마을의 이야기는 그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웃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들은 거기서 비로소 그분들과 교감하고 웃음과 눈물을 나눔으로써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패떴'에는 시골의 공간 속에서 도시적 아이콘처럼 보이는 손담비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패떴'이 어떤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서 그랬는지, 그나마 남아있던 시골적 감수성(도회적 감수성이 부딪치는)은 사라지고, 폐가로 상징되는 공포의 공간으로서의 시골과, 촌스러움 속에서도 도시적 세련됨을 과시하는 아이템들이 더 많이 등장했죠.

아마도 '1박2일'이 보여준 산골 어르신들과의 교감이 준 감동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패떴'의 그림들이 그것과 비교되면서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은 말입니다. '패떴'은 여전히 시청률 최고의 주말 예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시청률이 바로 그 시골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폐쇄적인 형식을 벗어버리고 좀더 현지인들과 다가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그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면서 또한 현재 '패떴'이 처한 고인 물 같은 프로그램의 매너리즘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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