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도전은 없고 안전함만 남은 예능프로그램들

지난 3월 31일 MBC 예능 <무한도전>은 563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그리고 두 달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 토요일의 TV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KBS <불후의 명곡>과 SBS <백년손님>이다. 시청률로만 보면 <불후의 명곡>이 9%(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거의 비슷한 <백년손님>이 8.9%로 뒤쫓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무한도전>의 자리에 들어온 MBC <뜻밖의 Q>는 3%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에 빠져있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시청자들의 관심 자체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요령부득의 상황이다. <무한도전>의 후속인지라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지만, 그걸 차치하고라도 예능으로서의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부정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불후의 명곡>이나 <백년손님>은 어떨까. 사실 두 프로그램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능동적인 시청이라 보기는 어렵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오래된 형식이고, 매번 비슷한 틀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찾아서 보기보다는 틀어 놓다 보니 보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들일 수밖에 없다.

<불후의 명곡>은 <나는 가수다>가 한참 화제가 되던 시절, 그 여파로 만들어졌던 프로그램이다. 파괴력은 <나는 가수다>에 떨어졌지만, KBS 특유의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지향하면서 지금껏 살아남았다. 정훈희 같은 가수가 전설로 추대되어 그의 노래를 박기영, 양동근, 케이윌 같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그 방식은 KBS에 걸맞는 보수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마치 월화드라마보다 <가요무대>가 더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처럼, 이 시간대에 수위를 차지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백년손님>은 애초에 남편들의 강제처가살이를 콘셉트로 삼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이만기와 제리 장모의 ‘톰과 제리’ 같은 툭탁대는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지금은 그 콘셉트에 그리 천착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후포리 남서방네 집에 샘 오취리와 강남이 찾아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처가살이’라기보다는 시골 체험에 더 가깝다. 하일 같은 원조 스타 외국인을 캐스팅하고 장모와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대목은 아무래도 외국인 예능 트렌드를 접목시킨 느낌이 강하다. 

<불후의 명곡>도 <백년손님>도 나름 저 마다의 재미가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어떤 도전적인 새로움을 보여주기보다는 늘 있던 것을 반복하고 있어 찾아서 보게 되지는 않는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자꾸만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무한도전>의 빈자리다. 현재의 안전하게만 보이는 토요일 저녁 TV풍경이 매주 새로운 도전들을 실험적으로까지 보여주며 기대감을 갖게 했던 <무한도전>의 공백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무한도전>이 없는 토요일 저녁 시간대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무한도전>이 매회 보여줬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나마 작은 새로움이라도 찾아보고 싶을 따름이다. 점점 그 시간대 자체의 기대감이 사라져가는 토요일 저녁을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범인은 바로 너’, 스포일러를 걱정해야 하는 예능이라니

드디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범인은 바로 너>가 그 1,2회를 공개했다. 10부작으로 100% 사전 제작이고 그래서 여타의 넷플릭스 콘텐츠들이 그러하듯이 한 시즌인 10부를 전부 하루에 공개할 걸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2회만이 공개됐다. 제작진 측에 따르면 이렇게 매주 2회씩 5주 간에 걸쳐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어째서 넷플릭스 콘텐츠들과 다른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인가가 궁금했다. 제작진은 그것이 ‘스포일러’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10부작을 한꺼번에 올리게 되면 뒷부분에 가서 등장하는 추리의 반전 요소들이 스포일러로 맥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포일러’라니.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회까지 들여다보니 이 프로그램은 그 장르적 특성상 스포일러의 위험이 다분했다. 초반에 함께 탐정으로 투입된 인물이 뒤로 가면 의외의 정체를 드러내는 스토리가 존재했고, 그런 스토리는 모르고 봐야 몰입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러한 스포일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이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색다른 지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런닝맨>도 초창기에 이런 스토리텔링을 실험적으로 구사한 바 있다. 이른바 ‘스파이 콘셉트’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런닝맨>은 뒤로 오면서 초반의 다양한 게임 형식 도전이라는 참신한 부분을 버리고, 대신 익숙한 단순 게임 버전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범인은 바로 너>는 그 초창기 <런닝맨>이 시도했으나 멈췄던 그 도전을 다시 재개한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허당 탐정단들이 추리를 하게 되는 그 상황 설정에 상당한 완성도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건 그 상황에 몰입을 이끌어내는 신스틸러 배우들이 대거 투입된 사실이다. 첫 회 ‘예고살인’에는 예지원, 이재용, 강남, 박나래, 김정태가 출연했고, 2회 ‘보물찾기’에는 우현, 김수로, 홍종현 등이 출연했다. 무려 56명의 신스틸러들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범인은 바로 너>가 영화적인 스토리텔링을 보다 완성도 높은 상황에 부여하려 했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게다가 또 다른 재미요소이자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게임에 있어서도 <범인은 바로 너>는 많은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첫 회에서 핵심적인 게임은 일종의 ‘탈출 게임’으로 점점 위급해지는 방의 변화 속에서 추리를 통해 방 하나하나를 빠져나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구성했다. 세트도 놀랍지만 그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도 신경을 썼다.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길을 열고 마지막에 이 두 팀이 양편에서 숫자를 조합해야 비로소 탈출할 수 있게 되는 게임 상황을 연출한 것. 

2회에서는 제주도에서 ‘보물찾기’를 한다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그 곳에 있는 미로공원이나 바다, 또 녹차밭 하나를 통째로 사다리타기 게임장으로 바꾸는 스펙터클함이 더해졌다. 추리를 해가는 쫄깃함에 웃음의 포인트도 예능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다. 초반에는 이런 형식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어색했지만 차츰 케미가 만들어지며 생겨나는 캐릭터에 의한 탐정단의 웃음 포인트도 향후에는 더 기대감을 주는 요소다. 

2회까지를 통해 보면 유재석이 왜 하필 이 프로그램에 선선이 도전했을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가장 큰 건 유재석이 지금도 추구하고 있는 캐릭터 예능의 극점으로서 이런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이 그의 마음을 잡아끌었을 거라는 점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 같기도 하고 예능 같기도 한 그 지점을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잡아내고 있다. 그건 바로 유재석이 가진 캐릭터를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사진:넷플릭스)

유재석의 넷플릭스 도전, 월드스타도 가능해질까

공교롭게도 MBC 예능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유재석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범인은 바로 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해 촬영과 편집이 모두 끝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각국 언어로 자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오는 5월 공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190여 개국 1억 1,700만 가입자에게 송출될 예정이다. 

<범인은 바로 너!>가 넷플릭스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런닝맨>을 만들었던 조효진 PD의 제안을 통해서였다. 조효진 PD가 넷플릭스 쪽에 아이템을 제안했고, 그 제안은 즉각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이 아이템에 반색한 건, 그 형식이 넷플릭스와 잘 맞아떨어지는데다, 방식 또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아무래도 전 세계를 상대로 하다보니 세계인 모두가 익숙할 수 있는 장르물들이 콘텐츠로 많이 포진되어 있다. 또 장르물들의 선호도가 압도적인 인기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김은희 작가의 <킹덤>처럼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투자를 원했던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장르적 색채를 가진 프로그램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런닝맨>에서 우리가 봐왔던 가상과 현실을 더한 ‘추리예능’의 성격을 갖고 있다.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세팅해놓은 가상 추리게임 속에 던져지고 그걸 실제로 풀어가는 모습을 웃음과 긴박감을 더해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이광수와 박민영, 안재욱, 김종민, 엑소 세훈, 구구단 김세정 등의 출연자들이 함께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신스틸러 배우들이 대거 게스트로 참여한다. 

이런 구도로 보면 이 프로그램이 <런닝맨>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유재석의 역할도 그 연장선이 아니냐는 의구심. 하지만 <범인은 바로 너!>는 <런닝맨>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100% 사전 제작되는 것이고, 10부작으로 완결성을 갖는 작품이기 때문에 리얼 예능처럼 보이면서도 한 편의 완성된 추리영화 같은 성격을 줄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1회의 첫 장면을 10회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하는 방식은 이러한 완성도를 높인 사전 제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유재석도 이 프로그램의 참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남는 아쉬움은 완성도일 수밖에 없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 갈증을 충분히 채워줬다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특히 이제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유재석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무한도전>이 종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미 13년 전에 만들어진 형식을 갖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현재의 트렌드 속에서 어떤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유재석은 그 남다른 캐릭터를 통해 지금껏 정상의 위치에 서 있는 예능인이다. 그는 지금의 트렌드인 리얼리티쇼보다는 자신의 캐릭터를 통한 도전을 통해 자기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범인은 바로 너!> 같은 보다 완성도 높은 캐릭터 기반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롤플레잉 게임처럼 캐릭터가 있고 세팅된 상황이 주어지지만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미션을 해결해가는 과정들은 모두가 리얼이다. 게임에 익숙한 현 세대들이라면 반색할만한 형식이다. 가상이지만 현실을 담는 이른바 ‘가상현실’의 시대에 잘 맞아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를 통한 월드와이드 전략 역시 유재석에게는 보다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에서 캐릭터쇼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너무 오래 비슷한 형식으로 반복되었기 때문에 지나간 트렌드처럼 보이는 것이지, 캐릭터쇼 자체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찰리 채플린은 지금도 그 캐릭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미스터 빈은 영국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어 있지 않은가. 아마도 유재석이 꿈꾸는 새로운 도전은 바로 그런 캐릭터일 것이다. 우리는 물론 외국에서도 기억될 수 있는.(사진:SBS)

‘무도’, 각각의 특집이 한 편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

매회 다른 특집들이 펼쳐지지만 최근 MBC <무한도전>을 보면 그 각각의 특집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느낌이다. ‘토토가3’가 17년 만에 H.O.T.를 위한 특별한 무대를 만들었을 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We are the future’ 커버댄스 무대를 준비했다. 하지만 공연 당일 무대에서 지나친 열정과 자만(?)으로 춤으로 추다 넘어져 자책하던 하하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바로 그 우연적 사건(?)이 이어지는 특집과 자연스런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게 됐다. 그것은 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셀럽파이브와의 만남으로 이뤄진 특집이다. 송은이, 신봉선, 김영희, 김신영, 안영미가 그 멤버로, 일본 고등학교 댄스팀인 TDC의 칼군무를 재연하고, 노래에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화제가 된 인물들이 바로 셀럽파이브. H.O.T. 커버댄스를 준비했던 <무한도전> 멤버들과 셀럽파이브의 춤 대결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딱딱 떨어지는 칼군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이의 개그우먼들의 조합. 이 언발란스함이 주는 웃음은 셀럽파이브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지만, <무한도전>에서는 이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해줬다. 그건 역시 <무한도전>의 특성답게 이들이 얼마나 놀라운 도전을 했는가 하는 점과 숨은 노력을 포착해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놀랍게도 아이돌들이 한다는 1.5배속 노래에 맞춰 딱딱 맞는 춤을 추었고, 그 영상은 실제 1.5배속으로 돌린 장면과 거의 같았다. 게다가 심지어 중간에 음소거를 시키고 이어진 춤에서도 여전히 틀림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칼군무를 보여줬다. 이들이 얼마나 이 무대를 위해 노력을 했는가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흥미로운 건 셀럽파이브에서 송은이를 ‘개그계의 안경선배’로 소개하고, 같은 멤버인 안영미를 “영미!”라고 부르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안의 화제로 자리 잡은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팀, 이른바 컬벤져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을 위해 노력해온 <무한도전>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는 점을 먼저 전제하고, 그간 동계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해왔던 일련의 도전들(컬링부터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을 끄집어내 보여줬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을 밑바탕 삼아 컬벤져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또 다른 특집을 예고했다. 컬벤져스와의 대결이 그것. 셀럽파이브의 ‘안경선배’ 송은이가 불렀던 “영미!”가 이제 진짜 그 장본인들의 출연으로 이어지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에 살짝 얼굴을 보여주며 그 도전장을 받아들이는 컬벤져스의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토토가3’에서부터 ‘셀럽파이브’ 그리고 ‘컬벤져스’로까지 각각의 특집이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 건 그러나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노력’과 ‘도전’이라는 공통분모가 이 일련의 특집들 사이를 촘촘히 이어주고 있어서다. ‘토토가3’의 무대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던 H.O.T.와 <무한도전> 멤버들, 칼군무를 선보이기 위해 춤을 추고 또 추었던 ‘셀럽파이브’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경기를 위해 남다른 땀과 눈물을 흘렸을 컬벤져스들. 

각각의 이야기지만 ‘도전’이라는 코드 하나로 묶여지며 이어지는 특집들. 아마도 <무한도전>이 그 오랜 세월 무수한 아이템을 시도하면서도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던 건 바로 이런 연결고리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무한도전>에 팬들이 기대하는 점일 게다.(사진:MBC)

'무도', 김태호 PD 하차선언 아쉽지만 이해되고 기대되는 이유사실 MBC <무한도전>처럼 한 프로그램을 10여년 넘게 계속 한다는 건 여러모로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물론 40년 가까이 하는 KBS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건 같은 포맷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니 <무한도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도전해왔고, 그 도전들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게 영향을 줘왔던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공력이 많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김태호 PD가 하차 의사를 밝힌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서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토록 시즌제를 외쳐왔고 휴지기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왔지만 받아들여진 적이 별로 없었다. 물론 딱 한 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바 있고, 때때로 파업이 오히려 휴지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었지만 김태호 PD가 원한 건 그런 종류의 일시방편적인 해법이 아니었다. 시즌제를 통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 했고, 그 역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했다.

가끔 나눈 전화통화를 통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해나가는 일이 예전보다는 쉽지 않아졌다는 걸 은연 중에 드러내곤 했다. 가장 큰 건 출연자들이 나이 들어가고 또 가정을 꾸리다보니 ‘도전’에도 나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체력이 다를 수밖에 없고, 한 집안의 가장이니 무작정 하고 싶다고 아무 도전이나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건 자연스러운 상황이고 팬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무한도전>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면 새로운 팬들 또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양세형과 조세호 같은 젊은 피가 간절했던 것이고, 그들의 수혈을 통해 기존 멤버들과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려 시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김태호 PD가 가질 수밖에 없는 창작자로서의 답답함일 게다. 연출자들은 결국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하나를 계속 해오면서 다른 시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의 창작자가 10년 넘게 한 프로그램에 머물며 그저 매주 돌아오는 방송일에 맞춰 방송분량을 채워 넣는 작업을 한다는 건 자칫 소모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리얼리티 예능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캐릭터쇼의 시대를 구가했던 <무한도전>의 틀이 한계를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리얼리티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점점 일정한 캐릭터를 갖고 상황극을 보여주는 캐릭터쇼가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생화를 이미 본 사람은 조화로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김태호 PD 같은 가능성이 무한한 연출자를 <무한도전>에 계속 묶어두는 일은 어쩌면 예능 전체로 보면 손실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인물들과 작업하는 김태호 PD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모습이 더더욱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확정된 일들은 아니지만, 김태호 PD의 <무한도전> 하차는 당장은 아쉽지만 향후에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상 <무한도전>의 제작에 있어서 김태호 PD는 전반에 걸쳐 관여하고 있지만 많은 후배 PD들이 실질적으로 연출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무한도전>은 어느 정도 협업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것.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에 드리우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그럴수록 그가 원하는 더 큰 바다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여러모로 예능계 전체에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이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의 하차가 아쉽지만 그래도 그가 어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사진:MBC)


‘팬텀싱어2’, 조민규와 배두훈이 만들어내는 큰 재미

사실 JTBC <팬텀싱어2>의 탈락자를 발표하는 시간은 항상 아쉽다. 특히 마음에 뒀던 참가자가 탈락자로 발표되는 그 순간은 애청했던 시청자들에게도 허탈감을 주기 마련이다. 지난 회에 조민웅이 그랬고, 이번 회에는 이정수가 그랬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텀싱어2>를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이유는 거기 남은 참가자들이 만들어가는 놀라운 무대들 덕분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번 시즌에 주목되는 두 인물이 있다. 그들은 바로 조민규와 배두훈이다. 

4라운드 4중창 경연에 이들이 시메 코스타, 고우림과 함께 한 팀 포레스트로 뭉쳐서 들려준 이매진 드래곤스의 ‘라디오액티브’는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번 시즌의 흥미로움을 극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록을 크로스오버를 통해 록 오페라로 편곡한 이 곡에서 역시 눈에 띈 건 늘 ‘전략가’라 불린던 조민규의 선곡과 곡 구성이다. 

사실 지금껏 <팬텀싱어2>에서 록을 편곡하는 도전은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조민규는 과감하게 도전적인 선택을 했고, 고우림의 저음과 시메 코스타의 고음 그리고 감미로운 매력을 가진 배두훈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섞고, 거기에 자신은 카운트 테너적인 고음까지 집어넣었다. 무대는 저음부터 고음까지를 오가는 다채로움과 그들이 한 목소리로 내는 하모니 그리고 극적인 연출까지 더해져 지금껏 봤던 어떤 무대보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것은 조민규를 왜 전략가라 부르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그는 함께 참여하는 팀원들이 지금껏 불렀던 노래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미 보여준 것들에서 또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선곡과 곡 구성을 시도한다. 도전적인 선곡이고 이미 기대했던 어떤 것을 항상 조금씩 깨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번 흥미진진한 무대가 된다. 

이번 무대에서 돋보였던 배두훈 역시 매 무대마다 계속 새로운 면면들을 보여줬던 싱어다. 사실 김주택과 함께 섰던 ‘꽃 피는 날’에서 모두가 김주택의 기량만을 기대했던 걸 여지없이 깨고 그 매력을 끄집어냈던 인물이 배두훈이었다. 트리오에서 조민규, 고우림과 만나 불러준 ‘Dell' Amore Non Si Sa’는 그 아름다운 하모니의 절정을 보여주었고, 이번 4중창에서는 윤종신 프로듀서가 말하듯 다양한 목소리의 매력 중 최고의 매력을 끄집어내 보여줬다. 

사실 <팬텀싱어> 시즌1은 그저 잘 하는 싱어들의 무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시즌2는 한차례 시즌을 겪은 터라 이미 패턴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상을 깨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해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팬텀싱어2> 제작진들을 웃게 만드는 두 인물이 바로 조민규와 배두훈이 아닐까 싶다. 

잘 하는 걸 잘 하는 무대는 이제 심심하다. 그것보다는 상상하기 힘든 도전적인 선곡과 편곡으로 또 다른 새로움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 그것이 조민규와 배두훈이라는 참가자가 <팬텀싱어2>에 만들어내는 큰 재미요소다. 그래서 조민규와 배두훈 같은 존재는 탈락자들이 여전히 아쉽지만 그래도 <팬텀싱어2>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비긴' 이소라·윤도현·유희열이 남긴 음악의 진짜 얼굴

과연 우리네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무수히 많은 오디션들이 쏟아져 나오며 음악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음악에 또 하나 수식어로 붙는 건 ‘경쟁’이었다. 서로 누가 더 잘 불렀는가를 뽐내고,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래서 음악이 더 절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음악의 본질이었을까.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프랑스의 몽블랑이 보이는 샤모니에서 마지막 버스킹을 끝으로 종영한 JTBC <비긴어게인>이 남다른 음악 예능으로 느껴진 건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비긴 어스’는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까지 함께 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낯선 타국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음향 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 현장의 돌발 사건들을 그대로 겪으며 때론 스스로 실패라고 자괴감을 갖게 되는 공연도 있었고, 때론 너무나 좋은 느낌을 주고받아 한껏 흥이 올랐던 공연도 있었다. 갑작스레 부는 바람에 스코어가 날아가기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스위스 몽트뢰의 시끄러워 난항을 겪은 버스킹에서는 한 하모니카를 들고 합주를 제안한 청년이 함께해 오히려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기도 했다. 

<비긴어게인>은 그래서 누군가와 대결하고 이기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그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난관들 속에서도 서로 목소리를 맞춰 그것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주는 공연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이 되었다. 

샤모니에서 하게 된 <비긴 어게인> 마지막 버스킹 공연은 그 취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히 경청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진 그 버스킹은, 들리게 하기 위해 소리지르기보다는 오히려 조용조용 부르는 것으로 더 잘 들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공연이 되었다. 그간 팝송을 섞어 부르던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 노래로 채워준 그 버스킹은 또한 음악이 가사는 몰라도 모두가 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걸 확인해준 무대이기도 했다. 

낮은 목소리들이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배려하며 하모니로 어우러지고, 그렇게 나온 하모니에 낯선 외국인들이 언어는 몰라도 빠져드는 모습은 <비긴어게인>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런 무대를 위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진짜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소통과 하모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음악 프로그램이 보여줬다는 것.

그 과정에서 이미 베테랑들이 이소라도 윤도현도 또 유희열도 저마다 가수로서의 또 다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소라는 이런 낯선 도전 자체가 힘겨웠지만 차츰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윤도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유희열은 여기서의 경험이 처음 음악할 때의 그 초심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이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이 여정을 통해 음악을 처음 대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그 계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동안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음악을 마치 경쟁하기 위한 무기처럼 그려오며 떠나온 그 먼 길을 되돌려, 다시 음악이 가진 본질 즉 소통과 하모니의 길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것일 게다. <비긴어게인> 시즌2와, 이를 통해 경쟁이 아닌 다른 면면들을 보여줄 많은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대한다.

‘무도의 밤’, 이런 시도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폭망도 있지만 대박도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무도의 밤’ 특집은 온전히 멤버들의 기획 하에 만들어졌다. 기획으로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대박이 아닐까 생각했던 아이템이 의외로 폭망하고, 별로일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템이 의외로 재미있다. 물론 폭망한 것도 조금만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괜찮을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긴 것도 있고, 훈훈하게 잘 마무리 되었지만 하나의 아이템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런 시도들이 있어 진짜 대박 아이템이 되기도 하는 것을.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무도의 밤’ 특집에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건 정준하의 ‘프로듀서101’이었다. 자신을 띄워줄 PD를 뽑는다는 이 아이템은 나영석 PD나 한동철 PD 같은 스타 PD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그다지 PD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김이 빠졌다. 결국 스튜디오까지 <프로듀스101>을 비슷하게 재연해 놓았지만 아무 PD도 오지 않으면서 허무하게 프로그램은 끝났다. 물론 그 지점 하나가 웃음 포인트이기는 했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너무 없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실패한 아이템인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PD들의 오디션이라는 콘셉트보다는 차라리 <무한도전> 멤버들을 모두 출연시킨 대국민 오디션으로 했다면 더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껏 시청자들과 함께 한 아이템들이 꽤 많았지만 달라진 예능 환경 속에서 다시금 ‘리부트’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연자들을 다시 띄워줄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팬들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재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박명수가 유재석을 섭외 카드로 초빙해 함께 했던 ‘프레쉬맨’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분들에게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겠다는 그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실감을 느끼게 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힐링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건 단지 그런 곳에서 채취한 공기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 역시 발상을 뒤집어 그런 오염된 환경에서 종사하는 분들을 모시고 직접 그런 산으로 바다로 가서 새삼 공기의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한다면 또 다른 느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의 작은 친구들의 파티 ‘작아 파티’는 키가 작은 이들의 공감대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첫 방송에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확장되지 못하고 <무한도전>에서 늘 해오던 방식대로 그들의 파티로만 마무리된 건 어딘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늘 해오던 방식이 아니라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이 아이템을 풀어봤다면 어땠을까. 이를 테면 스튜디오 파티 형식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가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조금 더 흥미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애초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대박의 기운을 감지하게 만든 아이템들도 있었다. 양세형이 연예계 게임 고수들과 일종의 ‘도장깨기’를 하는 ‘양세바리를 이겨라’ 같은 아이템은 의외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졌고, 마지막에 은지원과의 게임 대결은 보는 이들을 집중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게임 대회 같은 것을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무한도전>으로서는 충분히 확장해서 제대로 아이템화시킬 수도 있는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또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처음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할 때만 해도 그리 새롭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건 과거 어린이를 출연시키는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자주 시도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길거리로 나가 아무하고나 즉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그 시도는 유재석이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울 수 있었다. 특히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시민의 질문에 대해 은행에서 일하는 다른 분에게서 그 답을 듣는 대목은 충분히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소통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유재석과 잘 어울렸다. 사실 이대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도해도 될 만큼.

김태호 PD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도전의 실패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결국 성공과 실패 이렇게 결과가 나뉘는 거잖아요. 성공하면 그대로 좋은 거고 실패하면 한 번 더 할 수 있어서 좋은 거죠.” ‘무도의 밤’ 특집이 의미 있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무한도전>의 존재 의미를 새삼 드러내줬기 때문이다. 폭망하면 어떠랴. 대박 아이템도 그런 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폭망한 것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니.

‘한끼줍쇼’, 왜 이경규가 요즘 대세인지 알겠네

요코하마에서 한인 찾기. 조금 과장을 더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힘든 일일 수 있다. 한인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일일이 초인종을 눌러 사는 분이 한국인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물론 이경규가 과거 몇 개월 일본에서 생활한 적이 있어 일본어를 조금 하지만, 그래도 익숙지 않은 그 일본어로 의향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이곳은 일본이다. 좀체 속내를 보이지 않는 그 성향처럼 문도 잘 열어주지 않는 곳.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여름특집으로 요코하마를 저녁 한 끼를 함께 할 미션지로 선택한 건 그래서 조금은 무리해 보인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본어가 능숙한 밥동무를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이내 사라져버렸다. 망원동에서 했던 그 실패의 기억을 이경규와 강호동은 떠올렸다. 일본에 와서 하게 되는 ‘초심 특집’이 아니냐고 투덜댔다. 

사실 강호동은 이번 미션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것은 일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길바닥에서 아무나 붙잡고도 쉽게 친해지던 그 즐거운 ‘소통병’은 낯선 요코하마의 거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그는 이번 특집이 ‘이경규 특집’이라고 자꾸만 내세웠다. 그에게 부담과 책임을 모두 지움으로서 나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을 나름 새웠을 것이다. 잘되면 기적 같은 일이 되고, 잘 안 되도 충분히 그 노력과 도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 

이경규는 의외였다. 보통 이런 부담과 책임감을 늘 피하려는 모습으로 방송에서 자주 비춰졌고, 스스로도 ‘날방’을 하나의 콘셉트로 표방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낯선 타지에서 온전히 방송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이가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이경규는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열정을 보여줬다. 40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서 한인들이 사는 곳을 찾기 위해 일본인들에게 묻고 또 물었고, 그래서 어찌 어찌 찾게 된 한인 음식점과 부동산을 통해 한인들이 대체로 어디에 사는 지를 알아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일일이 맨션의 초인종을 눌러 확인하지만 아예 한인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끊임없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실패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겨우 만나게 된 한국인 아줌마는 그래서 한국말 하나, 또 문을 열어주었다는 그 자체로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인연이 되려고 했던 것인지, 마침 김치수제비를 만들고 있었다는 아줌마는 그 소박한 저녁을 함께 나누며 타지에서의 생활이 주는 고충과 그러면서도 굳건히 버티며 밝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이경규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 그를 부르는 여러 지칭들을 갖게 됐다. ‘예능 대부’라고 불리기도 하고 ‘갓경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지칭들이 대부분 의미하는 건 오랜 세월 예능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경륜 같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한끼줍쇼>가 보여준 건 이경규가 지금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이 단지 오래 하면서 갖게 된 노하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늘 날방을 내세우곤 했지만(물론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도 그렇고 그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 깊숙한 곳에 담겨져 있는 진정성이나 열정 같은 것들이 이번 <한끼줍쇼>에서는 느껴졌다. 그래서 요코하마에서의 이경규에게서는 웃음보다는 땀이 더 많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 같으면 결코 가지 않았을 정글 같은 곳에도 그가 이제는 들어가 생고생을 자처하는 게 새삼스럽게 보인다. 오래도록 그를 정상의 위치에 있게 해준 건 그저 재능과 끼만이 아니라는 걸 이번 <한끼줍쇼>는 제대로 드러내줬다.

‘무도’ 없는 동안, ‘불후’와 ‘3대천왕’은 뭐하나

토요일 저녁을 채워주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정상화’를 선언하며 재정비에 들어간 지 3주가 지났다. 그 자리를 <사십춘기>가 채웠다. 생각만큼 높은 시청률은 아니어도 권상우와 정준하의 블라디보스토크 가출여행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마흔을 넘긴 중년의 나이에 낯선 블라디보스토크의 여행은 말 그대로 개고생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빛났고, 그들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 따뜻했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 계속 부딪치기 일쑤였지만 그것이 예능적인 재미를 주었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그러니 단 3회를 하며 이 정도의 화제와 호평을 끌어낸 <사십춘기>는 괜찮은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권상우와 정준하 본인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여행이 되었고, 그 여행은 중년 혹은 중년을 맞을 시청자들도 공감할만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적으로 봐도 흥미로운 중년 커플(?)을 잘만 캐스팅하면 충분히 주중에 포진할만한 기획이 아닐까 싶다. 

반면 <무한도전>이 없는 시점에 경쟁 프로그램인 KBS <불후의 명곡2>나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은 어떤 면에서는 기회였다고도 볼 수 있다. 늘 <무한도전>의 화제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무한도전>의 공백기에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 모두 이렇다 할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에서 보면 <불후의 명곡2>가 11.7%(닐슨 코리아)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선두로 나섰지만 다시 10.9%로 떨어지며 소소해지고 있다. <무한도전>과 경쟁할 때 나왔던 시청률이 9% 후반대였던 걸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오히려 6.9%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6%까지 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불후의 명곡2>가 올랐을 때는 떨어지고 떨어졌을 때는 오르는 시청률 곡선을 그렸다. 

이 시청률표가 말해주는 건 <무한도전>이 없는 빈자리에서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늘 보던 고정적인 시청층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 

즉 <무한도전>의 빈자리에 편성된 <사십춘기>가 6%대 시청률에 머물렀다는 걸 떠올려보면 빠져나간 시청층은 아예 이 시간대에 TV 앞을 떠났다고 예측해볼 수 있다. 그 시간에 <무한도전>을 빼고는 무언가 강력한 콘텐츠 파워나 유인이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동시간대의 프로그램이 가진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굉장히 새롭다거나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저 틀어놓고 보기에는 적당할 정도의 그런 프로그램. 그래서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보기는 하지만 별 화제는 없는 프로그램. 관성적인 시청.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TV 시청패턴은 과거의 본방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 선택적 시청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스마트한 미디어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그저 틀어놓는’ 정도의 프로그램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프로그램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현재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틀어놓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시청자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져간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이 없어 ‘볼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주말에 <무한도전>이 없으니 비로소 보인다. 지상파 주말 예능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도전을 하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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