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친구들이 새삼 확인시킨 제주의 다양한 모습들

제주가 이토록 다채로운 재미를 주는 곳이었던가. 사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주의 여러 명소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소개된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게 익숙할 법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소개하는 제주여행은 남다르다.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인도 친구들이 그들의 시선으로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것도 새롭게 담아내기 때문이다. 

멕시코 친구들이 찾은 ‘도깨비도로’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제 너무 흔해져서 ‘도깨비도로’를 찾는 사람들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그것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걸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멕시코 친구들이 그 곳을 찾아 시동을 끈 차가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걸 경험하고 놀라워하는 장면은 새삼 이 공간을 흥미롭게 만든다. 

차에서 내려 직접 그 도로를 경험하기 위해 물을 바닥에 따르고, 귤을 굴리지만 생각만큼 거꾸로 굴러가지 않아 당황하는 멕시코 친구들의 모습도 우습지만, 다른 관광객이 놓은 작은 병이 굴러가는 걸 보고는 동글동글한 친구 파블로를 일부러 굴려보는 장면은 ‘도깨비도로’에서도 느껴지는 멕시코 친구들의 유쾌함이 느껴진다. 

독일 친구 페터와 다니엘이 아침부터 든든하게 김치와 곁들여 한 끼를 챙겨먹고 오른 한라산도 새롭게 다가왔다. 눈 덮인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도 풍광이지만, 이들을 알아보는 등산객 아저씨가 그들은 물론이고 제작진에게까지 음식을 나눠주는 모습은 새삼 ‘산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줬다. 페터와 다니엘이 그 아저씨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느꼈듯이.

알베르토가 제안해 이탈리아 친구들이 체험한 바다낚시는 그들의 첫 경험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알베르토는 어려서부터 이웃집 아저씨 때문에 낚시를 해왔다고 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바다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하지만 의외로 가장 많은 물고기를 낚은 루카 앞에서 알베르토는 멋쩍어질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친구들이어서 그저 음식 하나를 먹어도 그 느낌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탈리아 친구들이 제주 특유의 고기국수 맛에 푹 빠지는 모습이나, 인도 친구들이 산낙지를 통째로 집어 넣어 끓여 먹는 해물탕의 비주얼에 놀라다가, 그 맛에는 더욱 놀라는 모습 또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어찌 보면 그들이 한 제주여행 자체가 새로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그것도 다양한 나라의 저마다 다른 문화와 취향을 가진 그들이기 때문에 제주여행의 모든 면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국수를 먹어도, 산을 오르거나 거기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도 모든 게 달라보였던 것.

그토록 많은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래서 국내는 이제 어느덧 너무 흔해진 느낌마저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면 이런 느낌 자체가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을 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독일 친구들과는 달랐던 젊은 러시아 여성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기는 짧게 마무리됐다. 5회에 걸쳐 방영됐던 독일친구들편에 비교하면 3회 만에 마무리된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은 너무 짧아 이제 시작하려다 바로 끝나버린 느낌이다. 물론 독일친구들 이전의 멕시코친구들 역시 3회 분량으로 방영됐던 걸 생각해보면 이들의 여행기가 짧았던 게 아니라 독일친구들의 여행기가 남달리 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특별했으니 길었을 수밖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하지만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은 그들 나름대로 특별한 면면들을 담고 있었다. 동물을 좋아해서 수족관을 가서 물고기를 보며 “귀엽다”를 연발하고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물고기를 먹는 이색적인 하루를 보여주거나, 한류 팬으로서 그 캐릭터 상품들을 살 수 있는 곳에서 쇼핑을 하고, 젊은 여성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또 당연히 관심이 있는 한국 화장품을 폭풍 쇼핑하는 모습 등은 독일친구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러시아친구들의 색다른 여행의 모습이었다.

여러모로 독일친구들의 여행과의 비교 때문에 소소하게 보였지만 지나고 보니 러시아친구들은 또 다른 색깔의 여행을 보여줬다고 느껴진다. 일단 세대가 독일친구들보다 훨씬 젊다. 따라서 독일친구들이 여행에 있어서 서로를 배려하거나 좀 더 학구적인 자세를 갖는 등 성숙한 면들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러시아친구들은 젊은 또래들이 보여줄 만한 여행에서의 좌충우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걸 단적으로 드러낸 게 대학가를 여행하는 도중 아나스타샤가 갑자기 “더 이상 못하겠다”며 힘겨움을 토로하며 생긴 갈등이었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차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유독 습도가 높은 날씨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상황, 오해로 인해 어딘지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 아나스타샤의 감정이 터져버린 것. 

결국 여행 일정을 모두 접고 숙소로 돌아와 버렸지만, 사실 이런 사소한 다툼들이나 갈등들은 여행 도중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자주 싸우지만 또 금세 친해지는 게 그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일들이지만 현장에서는 자못 심각했던 그런 일들을 러시아 친구들이 보여준 건 그래서 독일친구들의 늘 좋았던 여행과는 사뭇 다른 여행의 면면을 드러내줬다. 

그런 갈등이 지나고 나서 서로 말 한 마디로 화해를 하고 금세 다시 친해져 찜질방으로 향하는 러시아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다. 불가마의 뜨거움과 얼음방의 차가움을 오가며 냉탕온탕의 단짠 체험을 즐기거나, 처음 해보는 안마의자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하는 모습은 그 날 낮에 있었던 갈등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행복한 순간들로 남게 됐다. 그리고 이어진 러시아 음식점에서의 편안한 식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의 술 한 잔은 이 젊은 친구들의 여행에 괜찮은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 나이 대에 각기 가진 취향들이 다르니 그 여행의 양상도 달라진다. 이것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사실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 겪는 문화적 충돌이라고 하면 어찌 보면 비슷한 것들의 반복처럼 보인다. 언어적 차이, 문화적 차이, 음식이나 숙소의 차이 같은 게 그것이다. 그래서 여러 번 반복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그런 우려를 날려주는 건 그 여행자들의 다른 취향들이다. 이 취향들이 있어 또 다른 여행기가 나온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서 그들의 한국 체험기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들의 눈으로 여행으로 하는 ‘그들의 취향 체험’이기도 하다.

이런 게 진짜 여행,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쏟아진 찬사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시청률 상승곡선은 실로 놀랍다. 시청률 1%대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은 다니엘 린데만의 독일친구들이 출연하면서 2.4%(닐슨 코리아)로 훌쩍 뛰어올랐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심지어 ‘노잼’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재미보다는 진지함이 돋보였던 다니엘 린데만에 대한 호감이 일단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독일친구들의 한국여행기가 하나하나 공개되면서 시청률은 간단히 3%를 넘겼고 14일 방영된 프로그램은 전국 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수도권 시청률은 무려 4.5%에 달했다. 케이블 채널, 그것도 그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MBC 에브리원으로서는 최근 거둔 최고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독일친구들의 무엇이 이토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 것일까. 정규방송으로 들어오면서 첫 회에 게스트로 나온 크리스티안과 멕시코 친구들의 여행기 역시 흥미로웠던 건 사실이다. 한국의 이문화 체험 자체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잡아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하나 먹어도 지하철을 타도 우리에겐 일상인 것들이 그들에게는 사건이었다. 바로 그 점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일상이 사건이 되는 지점 속에서 우리도 일상을 재발견하게 됐으니.

이렇게 충분히 예열(?)을 끝낸 이 프로그램은 다니엘 린데만의 독일친구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독일친구들의 여행기가 남달랐던 건 그 여행 방식 자체가 독특했기 때문이다. 그간 많은 여행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 지역에 가서 즐기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면, 이들의 여행은 한국 탐구 그 자체였다. 모든 것들을 신기해하고 거기서 자국 혹은 유럽의 문화와의 차이를 비교해보려 하며 체험을 통해 한국을 느껴보고 싶은 열정 같은 것들이 있었다. 

판문점이나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해 통일 독일과 분단된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하고 그 역사를 공감하는 대목이나, 경주로 가서 불국사와 대릉원 그리고 안압지를 둘러보며 그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외국인의 시선은 시청자들 또한 반색하게 만들었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져 나온 한정식을 맛보며 연신 감탄을 쏟아내고, 폭염 속에 굳이 북한산 정상에 올라 서울의 전경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확인하는 그들의 여행은 우리가 봐왔던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그것은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공감의 발견이었다. 그저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그 곳의 문화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거기서 어떤 공감대를 찾아가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우리에게 확인시켜준 여행의 또 다른 측면이었다. 우리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가능하게 했다는 그 관점의 변화가 가져온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이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말하게 됐다. TV만 틀면 쏟아져 나오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연예인들을 출연시켜(심지어 연예인 가족까지) 해외여행을 보내고 거기서 저들끼리의 즐거움을 보여주곤 하던 그 틀에 박힌 여행의 양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쏟아진 찬사는 그래서 연예인 여행이 지겨워진 대중들이 느끼던 갈증을 채워줌으로써 생겨난 면이 있다. 국내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지점이다.

‘어서와’, 어째서 ‘1박2일’에서는 못 보던 걸 볼 수 있을까

정말 우리는 많은 것들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외국인 친구들의 시선으로 보는 모든 신기한 것들을 사실 우리가 정말 대수롭지 않게 대해왔다는 사실이 주는 부끄러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독일청년 다니엘이 한국을 찾은 친구들을 데리고 경주로 간 까닭은 “서울이 아닌 한국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사실 우리에게 경주에 대한 기억은 부박하기 그지없다. 기껏해야 수학여행 때 단체로 가서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같은 유적들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그 대부분의 기억일 테니. 

물론 이런 편견을 깨고 경주가 가진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tvN <알쓸신잡> 경주편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인문학적 접근이 주는 ‘생각할 거리 많은’ 경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적 풍경 속에 담겨진 낯선 시선이 주는 특별함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담겨 있었다.

경주에 내려 차를 타고 불국사를 향해 가는 길 문득 다니엘이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리야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지만 다니엘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가를 설명해줬다. 그는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다양한 소리와 의미를 담아내는 한글이 마치 퍼즐 같다고 했고, 그의 독일친구는 쉽게 “나는 ○○○입니다”를 따라하더니 이를 응용해 “너는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보는 패널들이 친구가 응용력이 대단하다고 말하자, 다니엘은 한글이 그만큼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 그렇다고 말했다.

불국사에 가서도 독일친구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풍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다못해 전통적인 지붕 하나도 신기해하고, 그 곳의 자연 풍광들이 “유럽정원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정원들은 인공적으로 꾸며진 부분들이 많지만 우리의 사찰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찰에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는 단청들을 보며 감탄하고, 교과서에서 그토록 우리가 많이 봐왔던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며 거기에 들어갔을 노력들을 생각한다. 

대릉원의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도 모든 게 신기한 독일친구들은 연실 대능 앞에서 김치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고, 천마총에 들어가서는 그 정교한 세공이 들어간 금관 같은 유물들에 감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구조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주의 이런 유적지에 영어 설명이 없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우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지만, 경주 같은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 외국인에 대한 이런 배려가 없었다는 건 또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곳곳을 여행하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아마도 KBS <1박2일>일 것이다. 지금껏 10년이 훌쩍 넘게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전국 곳곳에 거의 족적을 남겼을 프로그램이지만, 어쩐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똑같은 경주를 가서도 <1박2일>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인다. 물론 <1박2일>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네 풍광들을 보여줘 온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마치 그들이 가는 곳을 우리가 처음 가는 듯한 낯선 설렘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것이 모두 가능해진 건 외국인이라는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하지도 또 느끼지도 못했던 둔감한 것들이 이들 타자들의 시선에서 보니 새삼 느껴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서 우리의 사는 모습과 여행지를 새롭게 발견해내는 차원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볼까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이 가치야말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는 아닐까.


DMZ부터 서대문형무소까지 ‘어서와’, 독일친구들이 준 먹먹함

왜 이들은 한국을 여행하며 굳이 DMZ와 서대문형무소를 찾아갔을까.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다니엘 린데만의 독일친구들은 하고 많은 여행지 중 우리네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을 먼저 찾았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 역시 겪었던 분단과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네 역사의 현장들이 그만큼 궁금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사실 우리들에게는 너무 가까이 있어 오히려 잘 가지 않고 또 기억해내지 않는 곳이 그 곳이었을 게다. 그래서인지 이 독일친구들이 DMZ에서 새삼 분단국가의 현실을 다시 드러내주고, 자신들의 통일된 국가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장면들은 우리에게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로 다가왔다. 연일 긴장 구도가 팽팽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조차 너무 오래도록 지속 반복되다 보니 우리들은 조금 분단의 현실에 둔감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게 DMZ를 새벽부터 출발한 투어로 땅굴까지 들어가 체험한 그들이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서대문형무소로 달려간 것 역시 시청자들로서는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 투쟁을 벌이다 투옥되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던 많은 분들의 정신들이 깃든 그 곳을 이 독일청년들이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는 MC와 패널들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아픈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고 일본은 아직도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고 이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려 한다는 것에 대해 그 부당함을 얘기하는 독일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청자들 또한 먹먹해졌을 게다. 우리가 얼마나 이 역사적 아픔을 세계와 공유하려 했던가.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된 사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얼마나 국제사회에 강변해왔던가. 독일친구들의 행보는 그래서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는 위로의 의미로 다가왔다. 

또한 그들 역시 과거 나치즘이라는 아픈 역사를 겪었고 그래서 그걸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사과 없는 일본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 역시 그 아픈 역사에 대한 청산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청산 중”이며 그러니 “일본도 시작해야 된다”는 말에는 이런 아픈 역사의 청산에는 시효가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그저 지나쳤던 것들이 저들의 시선으로는 새롭게 다가오는 것. 그것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가진 놀라운 흡입력이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말하는 우리의 역사보다 저들이 말하는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것도 자신들 또한 비슷하게 겪은 일들을 통해 우리네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니 더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독일청년들이 이토록 호감을 줄 수 있었던 건 단지 우리네 아픈 역사를 돌아봤다는 그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다만 거기서 타국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우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팬텀싱어2’, 세상은 넓고 숨은 실력자들은 넘쳐난다

1월에 종영한 <팬텀싱어>는 겨우 반 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 기간으로는 짧게 느껴지는 공백기다. 약 7개월여 만에 방송이 되는 것이지만 사전 녹화를 생각해보면 6개월도 안 되는 기간 만에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조금 이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김형중 PD가 밝힌 것처럼,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가 이렇게 빨리 시즌2로 돌아온 데는 그만큼 충분한 실력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단 첫 회 만에 확인할 수 있다. 김주택 같은 이태리에서 날아온 이미 세계적인 러브콜을 받는 바리톤이 출연하는가 하면, 독일에서 건너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같은 인물도 있었다. 또 조민규 같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테너도 있었고, 연기력까지 겸비해 무대장악력으로 눈길을 끈 바리톤 권성준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다양한 출신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사연들이다. 사실 조민규 같은 희소성 있는 목소리는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오페라에서는 너무 날렵한 음색 탓에 혹평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윤종신은 <팬텀싱어>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만 하면 된다며 그 목소리를 칭찬했다. 이런 점은 <팬텀싱어>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줬다. 기존의 틀에서는 어울릴 수 없어도 크로스오버를 통한 새로운 틀을 추구하는 <팬텀싱어>에서는 그것이 색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김주택 같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바리톤이 <팬텀싱어>에 출연하게 된 사연도 흥미로웠다. 그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팬텀싱어> 출연에는 여러모로 오페라라는 대중들에게는 조금은 멀리 떨어진 장르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고픈 마음이 느껴졌다. 제 아무리 좋은 오페라라고 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그의 말은 그가 부담스런 오디션에 참여한 중요한 이유였다. 

조민규나 김주택, 김동현 같은 제대로 성악을 배운 이들의 무대는 자못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들에게는 굉장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팬텀싱어2>에 출연한 아마추어들은 프로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는 반전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시즌1의 ‘성공한 덕후’라고 자칭한 최진호와 평범한 회사원인 강형호였다. 

최진호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결코 쉽지 않은 곡을 너무나 편안하게 소화해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강형호는 <오페라의 유령>의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antom of the opera)를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불러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특히 강형호는 때론 부드러운 여성적인 보이스로 때론 강렬한 남성적인 보이스를 모두 소화해내 중창단에서 다양한 색깔이 가능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즉 시즌2는 시즌1의 성공으로 인해 더 강력한 출연자들이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넘어온 세계적인 실력파가 있다면 그들조차 감동받는 발굴되지 않은 원석의 아마추어들도 있었고, 독특한 목소리 때문에 각 분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크로스 오버를 추구하는 <팬텀싱어>에는 최적화된 인물도 있었다. 결국 <팬텀싱어> 같은 음악 프로그램의 핵심은 다양한 출연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두고 보면 시즌2가 시즌1보다 훨씬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음악적으로도 시즌1이 주로 이태리 음악에 치중되었다면 이번 시즌2는 첫 방송에서부터 러시아 음악은 물론이고 독일 가곡 같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레퍼토리들이 등장했다. 출연자들도 다채롭고 레퍼토리 또한 다양해진 <팬텀싱어2>. 왜 서둘러 시즌2로 돌아왔는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비정상회담>, 에네스 간 자리 다니엘이 메우나

 

JTBC <비정상회담>에서 사생활 문제로 중도 하차한 에네스 카야는 프로그램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그가 갖고 있는 토론에 불을 지피는 역할은 초창기 <비정상회담>의 확실한 동력이었다. 보수적인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그 존재가 빠져나가면서 <비정상회담>이 위기를 맞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하지만 그가 빠져나가자 그에게 가려져 있던 <비정상회담>의 다른 출연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샘 오취리야 본래부터 예능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주목되기 어려웠지만 한국말이 어색한 장위안이나 기욤이 점점 토크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여기에 알베르토와 다니엘 그리고 똘똘이 스머프 타일러가 가세하면서 토크의 격을 높였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인물은 단연 독일 대표로 뒤늦게 합류한 다니엘이다. 다니엘은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예능감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웃긴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웃음을 빵빵 터트리는 인물에 가깝다. 본인이 웃어버리는 존재는 타인을 웃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는 뜻밖에도 대단하다. 그것은 그가 보여주는 독일인 특유의 이성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국의 세금제도를 얘기하면서 독일의 싱글세가 급여의 50%로 심각하다고 한 다니엘의 말은 즉각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싱글세 논란은 이미 국내에서도 벌어졌던 사안이다. 싱글세를 부여하진 않아도 결과적으로는 싱글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어 있는 세제 시스템에 대해 국내의 많은 혼자 살아가는 이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니엘은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이 결혼과 출산률이 낮은 사회문제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일 수 있다는 걸 말해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다니엘의 존재감이 가장 빛났던 것은 히틀러에 대해 그가 얘기할 때였다. 그는 잘 몰라서 그런 거 같은데 가끔 히틀러가 멋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택시에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독일 사람으로서 내리고 싶다. 독일에서 그런 말을 하면 잡혀간다. 히틀러는 정말 악마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솔직하게 “1차 대전은 독일이 잘못했다고 자국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거기 앉아있는 출연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장위안은 방금 다니엘이 한 말 중 감동받은 게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제1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잘못한 거라고 하는 걸 들었다. 나중에 우리 아시아도 유럽연합처럼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정상회담>을 하기 전엔 마음이 닫혀있었는데 방송을 통해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열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니엘은 토크 방식은 확실히 에네스와는 다르다. 에네스가 상당히 공격적이라면 다니엘은 모든 걸 포용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그 속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때로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소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에네스만큼의 위트나 유머를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찌 보면 바로 그 점 때문에 다니엘에 대한 호감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결국 <비정상회담>이란 프로그램의 힘은 각자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타국과 비교해보고 또 어떤 사안에 대해 이성적인 토론을 해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비정상회담>이 예능이 흔히 하는 웃음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토크쇼로 흘러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비정상회담>의 핵심은 이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웃기지 않고 때로는 지나치게 진지해 보이는 다니엘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는 웃기지 않아서 또 예능감이 없어서 오히려 주목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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