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2’, 절묘한 타이밍과 흥행불패 공룡이 만든 시너지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하 쥬라기 월드2)>은 지난 6일 개봉 첫 날만 무려 12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운 것. 이 기록은 지난 2015년 개봉해 550여만 관객을 동원했던 <쥬라기 월드>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그것도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본래 <쥬라기 공원>이 갖고 있는 명성과, 그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을 떠올려 보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쥬라기 월드>는 그다지 평가가 좋지 못했다. 스케일은 ‘공원’에서 ‘월드’로 커졌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는 촘촘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런 사정이라면 <쥬라기 월드2>의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쥬라기 월드2>는 첫 날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열광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 첫 번째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현충일에 개봉한 <쥬라기 월드2>는 마침 이르게 한여름 같은 더위와 맞물려 마치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 긴 연휴도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도 애매한 휴일에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려든 이유다. 그런데 마침 극장가에 세워진 영화들 중 블록버스터로서의 요건을 보여주는 작품이 <쥬라기 월드2>를 빼고는 없었다. <데드풀2>나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 있었지만, 두 작품은 모두 한 차례 흥행바람이 지나간 터였다. 

또 <독전>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었지만 사실 마약을 소재로 하는 누아르에 휴일날 아이들 손잡고 영화관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쥬라기 월드2>만한 선택이 있을 리 없었다. 실제로 첫 날 <쥬라기 월드2>가 방영되는 상영관에는 맨 앞자리까지 꽉 차 있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아무리 좋았어도 관객들을 끌만한 콘텐츠의 요인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2>는 그 소재가 블록버스터로서는 어느 정도 믿고 보는 ‘공룡’이 아닌가. 사실 내용이 부실했어도 1편에 550만 관객이 들었던 이유도 어찌 보면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주는 블록버스터로서의 신뢰감이 컸기 때문이다. 뛰어다니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는 만족감을 주는 게 공룡 콘텐츠가 가진 힘이니 말이다. 

게다가 형만 한 아우 없다고는 하지만 <쥬라기 월드2>는 1편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볼거리에 있어서도 화산폭발로 잿더미가 되는 이슬라 누블라섬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는 긴박감과 스피드를 보여줬고, 저택에서 벌어지는 공룡들과의 일대 격전 또한 충분한 스릴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시킨 살인무기 ‘인도미누스 랩터’와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이 키워 인간과 공감하는 공룡 블루의 대결은 마지막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결국 <쥬라기 월드2>의 역대급 오프닝 기록은 절묘한 타이밍에 적절한 블록버스터로서 공룡을 소재로 한 <쥬라기> 시리즈가 가진 볼거리와 내용이 적절히 만족되면서 생겨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입소문이 난데다, 주말 그리고 다음 주 지방선거일까지 더해져 <쥬라기 월드2>의 흥행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영화'쥬라기 월드2')

‘독전’, 마약 범죄 느와르에 숨겨놓은 우리네 삶의 풍경들

영화 <독전>은 제목처럼 독하다. 이야기가 독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독하며 그걸 연기해내는 배우들은 더더욱 독해 보인다. 한 마디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들, 조진웅, 故 김주혁, 류준열, 차승원, 김성령, 박해준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진서연까지 모두가 소름끼치는 연기 몰입을 보여준다. 관객으로서는 그들의 연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어떻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마약을 두고 벌어지는 느와르 영화의 전형처럼 강렬한 장면들이 관객의 시선을 온통 집중시키는 바람에 이해영 감독이 이 느와르를 통해 담아놓은 많은 종교적 뉘앙스들이 슬쩍슬쩍 뒤로 숨겨진다. 이건 <독전>이라는 영화 제목의 영문명이 조금은 엉뚱하다 싶은 ‘Believer’라는 데서도 찾아질 수 있다. 겉면은 ‘독한 전쟁’이지만 그 내면에는 ‘믿는 자’들을 내세운 삶에 대한 종교적 통찰을 숨겨놓은 듯한.

워낙 맹렬하고 독한 범죄 현장의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 채워져 있는지라, 영화의 시작점과 끝점에 등장하는 눈이 하얗게 쌓인 풍광 속을 달려가는 원호(조진웅)의 모습은 어찌 보면 이 느와르를 표방한 영화에는 사족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시작점과 끝점은 영화를 다 보고나면 사족이 아니라 사실은 이 느와르 영화를 훨씬 더 확장해서 볼 수 있는 열쇠라는 걸 알게 된다. 마치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확인하기 위해 세상의 끝에 다다른 듯한 원호의 모습은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한 단면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독전>이라는 느와르 영화에서 이런 종교적 뉘앙스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이 영화 전편에 깔려 있는 ‘이선생’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세워져 있어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이선생을 만나려 하거나 그를 사칭하거나 그를 잡으려 한다. 물론 느와르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 속에서 이선생은 거대 마약 조직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거물’이고 그래서 그를 만나려는 자들은 그와 거래를 하려 하거나, 그의 명성을 이용하려 하거나 혹은 그를 검거하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이선생의 존재를 숨겨 놓는다. 그래서 그 가상의 존재를 두고 벌어지는 인물들의 지옥 같은 전쟁이 벌어진다. 아무도 믿지 않는 자나 그를 사칭해 권력을 쥐려는 자는 그래서 그 지옥 속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그를 잡으려 하는 자는 결국 허상만은 잡게 된다. 그나마 끝까지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원호만이 이선생의 실체 앞에 다가간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 이선생 앞에 선 원호는 그렇게 이선생을 좇으며 살아온 삶이 허망하다는 걸 느낀다. 그는 문득 이선생에게 묻는다. 그렇게 “살면서 행복했던 적이 있었냐”고. 마치 이선생을 잡으면 자신의 삶이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지만, 막상 그 앞에 서게 되면서 그는 문득 깨닫게 된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고집스럽게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그 세상의 끝에까지 오게 됐던 것인지. 

<독전>은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그 ‘독한 전쟁’을 느와르를 즐기듯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그 느와르의 질감을 독한 핏빛으로 만들어낸 배우들의 열연은 소름끼치도록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느와르를 통해 종교적인 구원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이해영 감독의 속삭임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순 없다. 영화 앞과 끝을 이어주는 그 황량하고 추운 동토 속을 구도하듯 차를 몰고 나가는 원호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아른거리는 그 여운이 주는 재미를.(사진:영화'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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