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파’, 장혁은 공감 가는데 어째 손여은은 영

한 때는 존경받던 챔피언이었지만 승부조작 사건으로 협회에서조차 영구제명 된 권투선수 유지철(장혁). 먹고 살기 위해 심지어 신약 임상실험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된 이 인물은 그 약물이 가진 괴력을 도박 격투기장에서 경험한다. 부작용 때문에 피실험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그걸 이겨낸 유일한 그는 온갖 비난을 다 받으며 다시 격투기 선수로 링 위에 오른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가 한 가족의 가장이라는 사실이다. 

MBC 월화드라마 <배드파파>는 몇 가지 이야기 코드들이 합쳐져 있다. 하나는 한 집안의 남편이고 아빠라는 ‘가장’의 무게감을 담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격투기 소재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아드레날린24>처럼, 약물 투여를 통해 변신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더해져 있다. 

이미 헤밍웨이가 매료됐던 것처럼, 사각의 링은 하루하루 세상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가장들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주기에 적당한 장소다. 그 위에 선 유지철은 가족을 위해 두드려 맞아도 결코 쓰러질 수 없다. 자신이 쓰러지는 순간, 가족이 무너진다 생각되기 때문이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자신이 욕을 먹어도 가족이 살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족의 행복은 딸이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또 아내가 그 글 쓰는 재주를 돈을 벌기 위해 야설을 쓰는데 소모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어다주는 일이다.

이것은 다소 과장되게 그려진 ‘가장 판타지’다. 돈이 좋은 가장의 최우선 조건으로 대두되는 건,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다. 그는 그 흔한 드라마의 클리셰들 중 하나인 친구에게 재산을 전부 투자했다가 망했고, 딸은 이미 연예인급으로 알려진 친구와 다투다 그를 다치게 해 그 어마어마한 치료비를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아내에게 옛 친구이자 자신의 라이벌인 성공한 격투기 선수 이민우(허준)가 자서전을 미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유지철을 둘러싼 이 모든 불운들은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유지철은 ‘돈’을 벌기 위해 또다시 부정한 방법을 쓰기로 한다. 해서는 안 될 신약을 복용한 후 그 힘으로 경기에서 이기는 것. 무슨 일인지 종합격투기 프로모터인 주국성(정만식)은 그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7번의 경기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마치 유지철 앞에 나타난 구세주처럼 보이지만 그는 어딘가 유지철의 뒤통수를 칠만한 사연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어쩌면 신약의 비밀을 알고 있고 그 약의 부작용을 유지철이 이겨냈다는 걸 알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인물일 지도 모른다. 

돈에 의해 불운해지고, 그 돈을 벌어 다시금 행복을 찾으려 링 위에 오르는 유지철이라는 가장의 이야기는 그래서 다소 과장되고 극화된 면들이 있지만 우리네 현실을 그대로 상징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아마도 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가장들이라면 이 유지철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 선택들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약점은 바로 이 유지철이라는 가장에 대한 짠한 공감을 위해 희생되는 주변인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주변인이 바로 그의 아내인 최선주(손여은)다. 다시 시작하려는 남편을 말리는 최선주가 이민우의 자서전을 빌미로 강릉까지 함께 가고, 바닷가에서 서로 물을 끼얹으며 까르르 웃는 장면은 이 인물이 유지철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불륜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을 세우는 건, 유지철과 이민우 사이에 대립각을 세우기 위함이다. 

또 승부조작 사건으로 이름만 올라와도 구설에 시달리는 아빠 때문에 발레를 포기했지만, 댄서의 꿈을 꾸고 있는 딸 유영선(신은수)도 마찬가지다. 명품가방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딸의 이야기는 사실상 유지철이라는 가장을 위한 에피소드로만 처리된다. 모든 이야기가 ‘배드파파’ 유지철에게 집중되어 있는 건,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한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주변인물들이 능동적으로 보이지 않고 소비되는 건 너무 작위적인 느낌을 만든다. 

시청자들이 장혁 때문에 보긴 보는데, 불륜 설정까지 들어가 있는 것에 영 공감하지 못하는 건 그 설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작위성의 문제 때문이다. 최선주라는 인물이 능동적인 선택으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아니라, 유지철의 이야기를 전제로 해서 이리저리 동원되는 캐릭터처럼 보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가장의 이야기라 반가운 면이 있으면서도, 한 편으로 남는 아쉬움은 바로 이 점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링 위의 극적인 이야기로 담겠다는 그 의도는 좋지만, 그러기 위해 지나치게 그 가장을 중심으로 세워두고 주변인물들을 거기에 맞춰 배치하는 건 전체적인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유지철이라는 가장에 공감하면서도 남는 아쉬움이다.(사진:MBC)

'흉부외과' 고수의 질문, 당신의 심장은 누구 위해 뛰고 있나

당신의 심장은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가. 또 누구를 위해.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는 그 소재를 다름 아닌 흉부외과에서 가져왔다는 점에서 다소 이런 문학적인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JTBC <라이프>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소개되었듯이, 병원은 그저 환자를 돌보는 곳만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체가 되었다. 그러니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의료행위는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흐름이 어느새 병원까지 깃들어, 이제는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하나의 무서운 시스템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똑같이 하나씩 갖고 있는 심장으로 유지되는 생명이지만, 돈과 권력의 차등에 따라 누군가는 계속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차갑게 식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그렇다면 그 심장을 다루는 흉부외과 의사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어느 쪽으로 심장이 뛸 것인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힘없고 가난한 환자와 당장 하지 않아도 되지만 명령에 의해 당장 수술을 해주면 권력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환자. 응당 의사라면 전자에 심장이 뛰어야하겠지만, 막상 그런 선택으로 겪게 되는 현실은 생각보다 혹독하다. 

실력은 있지만 지방의대를 나와 스펙이 없는 박태수(고수)는 자신이 펠로우하는 의사 황진철(조재윤)의 잘못된 수술을 눈감지 못한다. 그래서 황진철을 징계 받게 하지만, 바로 그 일은 박태수에게 주홍글씨로 남아 어느 병원으로 가도 지워지지 않는 흠집으로 남는다. 갖은 핍박을 받으면서 노예처럼 병원의 펠로우 생활을 하지만 그가 버티는 이유는 식당 일을 하는 홀어머니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어머니가 쓰러져 당장 수술 받지 않으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의사는 태산병원에서 역시 자신처럼 같은 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지만 실력 하나로 버티고 있는 최석한(엄기준)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어머니를 살리긴 했지만 확장성 심근증으로 심장이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박태수는 생명을 외면하지 못하는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태산대 출신이 아니라 해원대 출신이고, 그래서 태산대 출신으로 이뤄진 병원의 성골 의사들에 의해 배척받으며 그들이 꺼리는 수술을 떠맡아 한다는 점에서 박태수는 최석한을 닮아간다. 워낙 수술 중 사망 건수가 많아 그것이 의사들의 생명 줄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위험한 환자는 받지 않으려는 구희동(안내상) 같은 의사들이 그 성골이다. 당장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그들의 심장은 권력을 향해 뛴다. 병원장 윤현일(정보석)은 대권후보의 심장수술을 하면서 그 수술이 성공하면 “돈이 얼만데”라고 말하는 의사다. 그에게 VIP들의 심장과 가난한 서민들의 심장은 다른 가격으로 매겨진다.

<흉부외과>는 그래서 병원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병원 바깥의 우리네 현실이 담겨있다. 누구나 실력이 있다면 인정받는 것이 상식적인 세상이지만, 이 곳은 그 상식이 철저히 무너진 세상이다. 실력이 있어도 돈과 권력이 없으면 그 실력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핍박받지만, 정반대로 돈과 권력이 있는 이들은 실력이 없어도 그 자리를 유지하며 실력 있는 이들을 노예처럼 부린다. 극화된 이야기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실 인식이 아닐 수 없다. 

<흉부외과>에는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드라마는 그 도입부분에 대권후보에게 이식될 심장을 훔쳐 도망치는 박태수의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똑같은 심장이고 똑같은 생명이지만 권력자에게만 그 심장과 생명이 가는 그 부당함을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진짜로 심장은 훔친 의사들은 박태수 같은 이들이 아니라 저 권력 있는 자들이 아닐까. 시청자들의 심장을 훔칠 가슴 뛰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SBS)

‘쇼미더머니777’, 돈과 성공 판타지로 만들어진 힙합씬

이번 Mnet <쇼미더머니777>에는 이전 시즌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들이 보인다. 그 첫 번째는 갈수록 점점 지원자가 늘고 있는 1차 예선전의 장관을 모두 삭제해버렸다는 점이다. 별거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사실 방송 제작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선택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껏 <쇼미더머니>에서 항상 처음 시선을 끌었던 건 바로 이 1차 예선전이 연출하는 장관과, 거기서 늘 존재하기 마련인 특이한 출연자들을 통한 이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슈들 중에는 힙합에서 늘 논쟁이 되던 이른바 ‘힙합 아이돌’과 언더그라운드 사이에서 가중되던 ‘진정성 논란’ 같은 뜨거운 것들도 있었다. 

게다가 1차 예선전에 몰리는 참가자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쇼미더머니>가 명실공히 국내 힙합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오디션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것을 들어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제 더 이상 그런 왁자지껄한 연출이 불필요하다는 자신감이다. 우선 화제가 필요했던 시기를 지나온 건 이미 오래고, 많은 진정성 논란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국내 힙합에서 <쇼미더머니>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1차 예선전의 세 과시는 이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쇼미더머니>는 시즌7까지 오면서 국내에서 힙합을 하는 거의 모든 이들(물론 아직도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이 있지만)을 그 장으로 끌어들였다. 이를테면 LA에서 한인 힙합을 이끈 수장으로 이번 시즌 참가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루피는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는 래퍼들을 정조준 해 비난했던 인물이었다. 스윙스가 그에게 “마음을 바꾼 계기”가 궁금하다며 루피가 했던 그 비난의 표현들을 반복적으로 끄집어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루피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들어가서 저만의 길을 가려고 노력을 해봤고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후에 이런 결심을 내리게 됐다. 사실 굉장히 긴장된다. 긴장감을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참가자들에게 리스펙이 생기는 것 같다.” 이 얘기는 무얼 말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루피가 쿨하게 드러낸 참가의 속내는 ‘돈’이었다. 그는 돈을 벌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힙합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쇼미더머니>는 그걸 촉발시킨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짧은 오디션 기간을 거쳐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부를 과시했다.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장신구들과 화려한 스포츠카가 그들의 후광을 만들었다. 

힙합과 돈 혹은 성공의 관계는 본토에서 도저히 성장의 사다리를 탈 수 없는 시스템 속에 갇힌 흑인들이 실제로 그 가난한 삶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로서 힙합이 인식되었기 때문에 박수 받는 성공사례로 공감되는 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의 힙합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일까. ‘국힙’이라고도 불리는 국내의 힙합은 그 태동 자체가 중산층 이상의 부유한 환경이 전제되어야 먼저 접할 수 있는 장르였다. 그러니 부의 과시는 가난을 뛰어넘기 위한 기회의 의미라기보다는 물질적 욕망의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쇼미더머니777>은 본래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시즌1부터 말해주었던 것처럼, 힙합과 돈의 상관관계를 더더욱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이전 시즌과 달라진 더 중요한 특징은 이전까지는 그래도 힙합의 진정성이니, 스웨그니 하며 살짝 뒤로 밀쳐 두었던(그렇다고 그게 주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돈과 성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이 첫 선을 보이는 래퍼 평가전에 들어간 ‘파이트머니’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제 참가자들은 무대에 나와 실력을 보이고 프로듀서들은 그 참가자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배팅을 할 수 있다. 물론 프로듀서가 배팅을 해도 참가자가 후에 그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건 도박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게 프로듀서들이 배팅한 금액의 합계가 그 참가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물론 <쇼미더머니777>은 1차 예선전 따위는 편집해버리고, 그 많던 논란을 통한 이슈메이킹도 모두 지워버릴 만큼 실력자들이 넘쳐났다. 이미 힙합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스내키 챈이나 슈퍼비 같은 인물은 물론이고, 해외파로서의 루피와 나플라, 우승후보로 나플라와 나란히 거론되며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는 키드 밀리, 독특한 색깔을 가진 PH-1이나 본원적인 힙합의 색깔을 거의 화석처럼 그대로 갖고 있는 듯한 차붐은 물론이고, 15살이라는 나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무서운 힙합 영재 디아크 등등, 그 출연한 무대만으로도 꽉 차는 실력자들이 가득했다. 2시간 가까이 방영되는 그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게 할 만큼 놀라운.

그래서일까. 그 즐거운 몰입감이 깊어질수록 남는 씁쓸함도 적지 않다. 논란을 통한 이슈들이 거의 사라졌고 실력자들은 넘쳐나는 <쇼미더머니777>이지만, 시즌 7을 ‘777’로 바꿔 넣어 도박의 잭팟의 의미를 강조해 넣은 건 자본의 힘이 압도하는 국내 힙합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신정수 국장은 래퍼들이 말하는 돈의 의미에 대해 “돈 앞에 굴복하지 말고, 돈으로 재능을 살려는 사람들한테 굴복하지 않고 나는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배팅시스템은 “현재 가장 핫한 1등을 하고 있는 래퍼가 누구인지를 돈이라는 장치로 예능적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지 도박적으로 한탕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그 시스템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돈의 가격으로 매겨지는 힙합 아티스트들의 수직 계열화라는 점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게 자극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재미 이면에 놓여진 자본의 미소가 꽤나 씁쓸하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얼굴에 핑크빛 복면을 쓰고 참가했다 떨어지게 된 마미손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힙합의 본질을 드러내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미 성공한 래퍼가 복면까지 쓰고 도전한 후 탈락하는 그 과정은 오히려 전혀 돈과는 상관없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777>은 그런 점에서 보면 그다지 지역을 근거로 둔 힙합씬이 별로 없는 국내에서, 돈과 성공판타지로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방송 힙합씬이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사진:Mnet)

망가진 자들의 연대 ‘나저씨’, 괜찮다고 진짜 괜찮은 걸까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선균) 앞에는 두 개의 세계가 병치되어 있다. 그 한 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도 서슴없이 하는 회사. 왕전무(전국환) 측이 박동훈을 상무로 올리려는 것도 반대파인 도준영(김영민) 대표 측과 대결하기 위함이다. 심사를 대비해 왕전무의 측근들은 박동훈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이지안(이지은)과의 관계를 미리 추궁한다. 그들에게 사실관계 그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또 이지안을 잘라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관계를 설명할 그럴 듯한 스토리를 짜서 박동훈에게 대비하라고 한다. 

건물의 안전을 진단하고 대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회사지만, 이 회사의 내부는 무너질 듯 불안하다. 경영진들이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살길에만 더 몰두하고 있어서다. 도준영파와 왕전무파의 정치대결은 상대방에게 미행을 붙일 정도로 극에 달해있다. 죽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정치 싸움 속에서 회사가 하는 안전진단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다. 건물주들의 뒷돈을 받아 대충 안전하다 서류를 만들기도 하고, 제대로 안전진단을 한 박동훈 같은 사람을 앞뒤 꽉 막힌 인간이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이 세계에 가치 따위는 없다. 오로지 돈과 권력이 가치가 되는 세계다. 

하지만 박동훈의 앞에는 또 다른 한 세계가 있다. 그건 정희네 선술집이다. 그 곳에는 ‘망가진 자들’ 혹은 ‘끝난 자들’이 모여든다. 그 술집을 운영하는 정희(오나라)가 그렇다. 그는 스님이 된 겸덕(박해준)과 연인 사이였지만, 이젠 그렇게 홀로 남아 선술집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매일 술에 취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들고, 모두가 돌아갈 집이 있지만 자신은 그 일터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삶이다. 그래서 괜스레 퇴근을 해보기도 하고, 빨래와 세수를 하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아직은 “괜찮은 삶”이라고 말한다. 

그 곳을 찾는 아저씨들은 한 때 그래도 번듯한 직장에 지위까지 있었던 인물들이지만 지금은 한 마디로 ‘망가진 자’들이다. 그런데 그 망가진 자들이 함께 모여 술판을 벌이는 그 곳은 왠지 따뜻하고 훈훈하다. 세상에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 하나의 연대가 되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그런 세상 밖에 세상이다. 연기력이 없어 늘 구박받고 살아가는 최유라(나라)가 그 곳을 찾아 아저씨들이 “망가진 게 너무 좋다”거나 “끝난 사람들이라 부럽다”거나 하는 건 그래서다. 망가졌어도 끝났어도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박동훈은 그 망가진 자들 중 한 명이면서 동시에 저 이전투구의 세상에 발을 디딘 자다. 세상의 더러운 일들이 벌어져도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삼아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도저히 희생이라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 일도 벌어진다. 아내 윤희(이지아)가 도준영 대표와 바람을 피운 일이다. 그는 친구인 겸덕을 찾아가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겸덕은 말한다. 희생 말고 좀 이기적이라도 먼저 행복해지라고. 

박동훈이 힘겨운 건 모두가 포기하며 살아가는 가치를 지켜내며 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적당히 타협하고 가진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면 쉽게 살 수 있는 길이 있지만, 그에게는 ‘정희네’ 사람들이 가진 그 ‘망가진 자들’을 이해하고 때론 존경하는 마음이 남아있다. 춘대(이영석)가 이지안을 보살펴온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존경합니다”라고 말하고, 이지안이 할머니 봉애(손숙)를 보살피며 사는 모습을 보고는 “착하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받는 불이익들을 그는 감수한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그가 그런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해고하라고 하지만 박동훈은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에서 그 누가 이렇게 홀로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을 알아봐 줄까. 또 망가진 자들이 한 때는 저마다 빛나는 존재였다는 걸 그 누가 말해줄까. 

<나의 아저씨>는 그래서 세상이 버린 가치를 지키다 망가져간 이들을 위한 헌사를 담고 있다. 이지안에게 봉애가 박동훈은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그는 박동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윤희가 한 불륜이 “넌 이런 대접 받아도 싼 인간”이며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박동훈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치를 지키려 애쓰는 이들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세상. 이지안의 눈물은 그들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담고 있다. 왜 우냐는 봉애의 질문에 이지안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인간의 가치가 무너진 갑질 세상 속에서 그 가치를 봐주는 이가 있다는 위로만큼 큰 게 있을까.(사진:tvN)

배우는 게 더 많았던 ‘윤식당2’, 우리도 이들처럼 살려면

저들의 아름답고 여유 넘치는 삶을 바라보다 보면 자꾸만 우리네 삶이 눈에 밟힌다. 우리는 어째서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tvN 예능 <윤식당2>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걸 확인하는 건 바로 이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만 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볼 뽀뽀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이들이 남이 아니라 마치 가족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이웃이라서가 아니다. 그건 타인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달라서다. ‘윤식당’이라는 음식점이나 거기서 일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그들에게는 완전한 타인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식당’을 찾아온 그들에게서 배타적인 시선은 거의 느낄 수가 없다. 그것보다는 반가운 얼굴들이고, 타국의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는 것에 설레는 모습들이다.

떠나는 길에 꽃집 아주머니가 말했듯, 어느새 ‘윤식당’ 사람들은 가라치코의 이웃이 되어 있었다. 걸어서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에 있는 식당 사람들은 ‘윤식당’에서 회식을 한 후 친구처럼 스스럼없어졌고, 헤어질 때는 한국에 꼭 놀러가겠다는 말을 건넸다. 동네 카페 주인분도, 정육점 사장님도 모두가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들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따뜻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아이를 살뜰하게도 챙기고 아내에게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가정의 행복이 최우선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또 “돈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들처럼 살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 날 윤식당을 찾은 한 손님의 이야기에서 그 이유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손님은 한국이 세계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고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손님은 “말도 안돼. 완전 끔찍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대기업에 다들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 곳에서 하루에 12시간씩 일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난 조금 일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거든”이라는 그의 말에서 새삼 느껴지는 건 우리가 얼마나 경쟁적인 삶에 내몰려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치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가라치코 사람들의 행복이 가능한 건 우리와는 달리 ‘경쟁적이지 않은 삶’을 그들이 살아가고 있어서다. 당장 누군가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런 삶의 환경 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여유 있는 삶을 꿈꿀 수 있을까. 그리고 다름 아닌 그러한 경쟁적인 삶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이미 충분하다고 해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박차에 박차를 가하는 이른바 글로벌 기업들이다. 일이 그걸 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 하지 않으면 더 불행해질 것 같은 경쟁적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생존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사회에서 가라치코 같은 삶을 어떻게 꿈꿀 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분노와 갈등들이 어떤 해결점이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 분노와 갈등이 더 첨예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경쟁적인 삶’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윤식당2>는 물론 가라치코 마을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그들이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행복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어째서 저런 삶을 현실이 아닌 하나의 판타지로서만 봐야할까.(사진:tvN)

‘품위녀’, 김선아는 왜 돈을 얻고도 허망해진 걸까

“박복자씨,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난 처음부터 그걸 알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면 행복할 수가 없는 거예요.”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 우아진(김희선)은 박복자(김선아)에게 그렇게 말한다. 마침 박복자는 과거 호텔에서 우아진을 처음 봤을 때 그녀가 입었던 하얀 원피스를 자신도 만들어달라고 말하던 참이었다. 도대체 왜 박복자는 그 하얀 원피스에 집착하고, 우아진은 그런 그녀를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 JTBC)'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색색의 원피스가 아닌 하얀 원피스를 입은 우아진. 아마도 박복자는 그런 우아진의 모습을 처음 접하며 거기서 우러나오는 ‘품위’를 자신도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부모 없이 자라 버림받는 비천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그것. 하지만 도무지 자신을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은 가치. <품위 있는 그녀>가 그려내는 모든 사건의 시작이 바로 거기서부터였다면 박복자의 욕망이 그리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그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하지만 박복자는 그 품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돈이라고 오해했을 게다. 거기서부터 비뚤어진 욕망이 비롯된다. 안태동을 유혹하고 그의 진심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 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안태동의 재산을 모두 가로채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그것이 그토록 그녀가 원했던 우아진에게서 보이는 그 품위를 얻게 했을까. 

부유층의 동태를 그들의 집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감청함으로써 파악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려 하는 풍숙정의 오풍숙(소희정)은 절대로 박복자가 그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하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박복자 스스로도 넘치는 돈을 가졌지만 자신이 본래 얻으려 했던 그 ‘품위’는 얻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우아진을 찾아와 그녀처럼 자신도 만들어달라고 애원한다.

우아진은 처음부터 박복자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 우아진을 만났을 때 칸딘스키와 마티스를 알아보고 예술에 대한 어떤 동경 같은 걸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돈에 대한 욕망과는 다른 개인적 성취나 성장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이내 돈에 대한 욕망으로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우아진이 다시 박복자의 마음을 돌리는 순간에 칸딘스키와 마티스를 언급하는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은 애초에 박복자가 가졌던 본래의 마음으로 되돌리는 열쇠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

<품위 있는 그녀>는 첫 회에 박복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그런 장치를 만든 건 이 드라마가 그녀의 폭주 끝에 벌어진 살인사건이 있었고, 그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 장치가 가진 의미심장함은 ‘죽음’을 이 욕망에 대한 폭주 직전에 슬쩍 꺼내 보여줬다는 점이다.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우아진이 함께 하는 마음공부 모임에서는 저마다 유서를 써와 읽는 시간을 가진다. 결국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것을 전제하고 바라보면 박복자가 가진 그 욕망의 허망함이 공감된다. 제 아무리 돈을 많이 얻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삶의 ‘품위’가 얻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삶의 품위란 죽음을 전제로 바라볼 때 그 삶이 얼마나 자신에게 진심어린 삶이었는가를 통해서만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안태동 회장의 집은 그런 점에서 보면 욕망의 허위로 가득 채워진 곳이다. 그 곳에는 주인들도 혹은 일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그 욕망의 수레바퀴 안에서 휘둘린다. 박복자는 그 부유함이 삶의 품위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세계 속으로 뛰어들지만 그것은 욕망의 수레바퀴에 휘둘리는 일일 뿐이라는 걸 엄청난 재산을 얻은 후에 돌아오는 허망함 속에서 깨닫는다. 우아진은 그 세계 속에서 그나마 자신을 지키며 살아오던 인물이지만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후 그런 삶이 그 속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탈출하는 인물이다. 결국 우아진은 홀로서고 그 누구와 비교되지 않는 자신만의 삶에 충만함을 느낌으로써 품위를 얻는다. 

<품위 있는 그녀>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건 이 안태동 회장의 집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진정한 삶 사이의 긴장감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누구나 느끼는 갈등 상황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강남의 부유층들이 살아가는 삶을 막연히 동경하고 그래서 그렇게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지만, 그들의 실제 삶이 과연 동경할만한 것인가 그리고 그 품위라는 것이 돈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래서 막바지에 이른 <품위 있는 그녀>에서 궁금해지는 건 박복자를 누가 살해했는가 하는 그 의문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박복자가 그 세계 속으로 들어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느끼는 감정의 동요와 변화들이 어떠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죽음의 끝에서 그녀는 과연 진정한 삶의 품위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까. 그래서 그녀가 동경하던 우아진의 삶이 사실은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존재했다는 걸 알게 될까. 칸딘스키와 마티스를 동경하던 그 마음 속에.

‘삼시세끼’, 산양유 하나로 이런 훈훈한 정경이라니

왜 하필 바다목장이었을까.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나영석 PD는 바다목장을 굳이 마련한 이유에 대해 “낚시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반은 진담 반은 농담이었을 게다. 낚시라는 소재가 방송에서는 물론 들인 시간에 비해 나오는 분량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낚는다는 그 사실이 주는 즐거움이 있고, 그 낚은 걸로 삼시 세끼를 챙겨먹는 이 프로그램이 또 잘 어울린다는 건 이미 첫 번째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이 보여준 바 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러니 낚시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새로운 그림을 원했다는 게 더 맞을 게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목장에서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잭슨 패밀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는 풍경. 그리고 그 젖을 짜는 특이한 체험만으로도 ‘어촌편’의 남다른 그림이 되어줄 테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은 여기에 룰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들이 짠 산양유를 제작진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정자에 마련된 잭슨살롱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 득량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고마움의 표시인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렇게 마을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정자에 냉장고 하나 마련해 놓고 매일 짠 산양유를 제공해드리는 것뿐인데, 그것 하나가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의외로 크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산양유를 냉장고에 넣기 위해 가는 길에 마을 분들과 출연자들은 교감하게 된다. 게스트로 온 한지민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내려가서는 어르신들에게 산양유 드셔봤냐며 맛은 어떻냐고 묻는다. 그 짧은 장면 속에서 어르신들의 훈훈한 정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급기야 옆집 아저씨는 별거 아니라는 듯 비닐봉지로 둘둘 싼 걸 냉장고에 넣어두며 “산양유 값”이란다. 시골 마을에서 이처럼 음식을 주고받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산양유를 맛보신 어르신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만무다. 마을 분들은 김치도 넣어주고 잡은 게나 소라도 넣어준다. 출연자들에게 이런 의외의 득템은 이번 <삼시세끼>의 색다른 행복감이 될 수밖에 없다. 마을 분들에게는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몰라도 받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무언가를 받은 느낌. 그건 바로 정이다. 

그렇게 받은 게나 소라가 <삼시세끼>의 밥상 위로 올라온다. 한지민이 마음을 졸여가며 정성을 다해 만든 해신탕에 마을 분이 준 게와 소라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시청자들로서는 그런 밥상의 풍경 자체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다음번에는 또 어떤 분이 산양유 값이라며 무엇을 넣어주실 지가 궁금해진다. 이 정자에 마련된 ‘잭슨살롱’은 그저 냉장고가 아니라 마을 분들과 외지에서 온 출연자들, 제작진들 사이에 오고가는 마음이 나눠지는 공간이 된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음식을 먹는 일이 너무 편의적이고 기능적으로 되기 마련이다. 그만큼 바쁘고 모든 음식들이 돈을 주고 사고파는 어떤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환산되는 세계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이나 마음 같은 걸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물건과 물건의 교환이 아니고(물건과 돈의 교환은 더더욱 아닌) 마음과 마음의 교감이 되는 잭슨 살롱이라는 공간이 주는 로망은 도시인들에게는 의외로 크게 다가온다. 

그렇게 음식을 주고받으면서 나눠진 마음 때문일까. 한지민이 화투 치는 동네 어르신 옆에서 살갑게 말을 붙이고, 그녀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며 마치 물가에 내놓은 자식을 보는 듯 걱정 한 가득, 대견함 한 가득을 드러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은 섬이지만 득량도의 이 동네에 드리워지는 한 가족 같은 포근함.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는 도시의 삶에서는 도무지 느끼기 어려운 그런 것이 그 안에는 담겨져 있다.

‘품위녀’, 김희선이 보여주는 품위란 무엇인가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왜 ‘품위’를 얘기하고 있는 걸까. 부유한 삶이 마치 ‘품위’를 가져다 줄 것처럼 보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것이 틀렸다는 걸 시작부터 끄집어내 놓는다.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하는 강남의 아줌마들은 명품으로 도배를 한 모습으로 앉아 있지만 전혀 품위를 느끼기가 어렵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그들은 대화는 한 마디로 속물적이다. 누가 무슨 한정판 명품을 샀는가 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 중산층의 학생들이 오는 것을 꺼리는 특권의식을 드러낸다. 나아가 누가 누구와 바람이 났느니 하는 뒷얘기가 수다의 소재로 오른다. 요트를 빌려 한 턱 내는 파티에는 그녀들을 시중 들 젊은 사내들이 올라탄다. 품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돈이면 뭐든 다 되고, 충분히 부유함에도 돈을 더 벌 수 있거나, 그 돈으로 치장하는 것이 자신의 격을 올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 속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우아진(김희선)이다. 그녀는 자신이 부유하다고 해서 그것을 드러내고 갑질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모임 사람들과 적당히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긴 하지만, 그녀가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대하는 모습은 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은 속물적인 그녀의 집안사람들과도 그녀가 다른 점이다. 

그녀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은 그녀의 딸이 엄마에 대해 하는 말에서 드러난다. “엄마가 그랬어. 상대방이 부족하다고 내가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내가 더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그녀는 최소한 가진 것을 위세로 내세우는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그녀를 마치 딸처럼 생각해 조언과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그녀는 그 아주머니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 집에 안태동 회장(김용건)의 마음을 얻어 그 안사람 자리를 차지한 박복자(김선아)는 가난을 뛰어넘기 위해 온 몸을 던져 그 위치에 오르지만 그녀 역시 품위라는 걸 찾아보기 어렵다. 그녀는 칸딘스키에 대해 척척 얘기할 정도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녀가 하는 행동은 저 브런치 자리에서 속물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이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안사람 자리를 차지한 그녀는 그 권력을 이용해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제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 어딘지 음모가 엿보이는 새로운 사람을 메이드로 뽑아 자신의 측근으로 세우려 한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 그려지는 세계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축소판처럼 여겨지고, 그 축소판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나 아니며 어떻게든 선을 넘어 그 권력을 쟁취한 자들이 모두 품위 없는 짓들을 벌이고 있다는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 작품은 결국 우리 사회가 가진 ‘천민 자본주의’의 속성을 ‘품위’라는 관점으로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품위는 어떻게 얻어지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이 드라마는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답변을 하는 인물이 바로 우아진이다. 물론 그녀 역시 이 속물적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고통이지만 그렇다고 그녀는 거기에 굴복하거나 그들처럼 속물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바람 난 남편과 딸의 미술선생을 불러 말 몇 마디로 그들을 굴복시키는 모습이나 갑자기 시어머니로 들어오게 된 박복자에게 결혼 전 계약서를 쓰게 하는 대목은 그래서 더 통쾌하게 다가오고, 이 우아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우아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품위라는 것이 돈이나 권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다. 그녀에 대해 심지어 일하는 분들까지 지지를 보내는 건 그녀가 평상시 해왔던 타인을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가 딸에게 “상대방이 부족하다고 내가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내가 더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말했듯, 저 속물적인 천민자본주의의 실체를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옥자', 감동적인 서사를 위해 봉준호가 심어놓은 상징들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는 단순명쾌한 영화다. 도축될 위기에 처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돼지 옥자를 미자(안서현)가 구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 단순한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에 봉준호 감독은 무수히 많은 상징들을 넣어 그 울림을 극대화했다. 영화는 단순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슈퍼돼지 옥자를 포함해)이 처하는 상황과 그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선택과 행동은 그래서 곱씹어보면 꽤 많은 의미들로 읽혀진다. 

사진출처:영화<옥자>

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옥자와 미자가 초반 보여주는 벼랑 끝에서의 생존 장면은 그저 대상이 아닌 가족으로서의 둘의 관계를 곧바로 드러내고 후에 이어질 옥자 구출작전에 아무런 고민도 없이 뛰어드는 미자의 행동을 너무나 쉽게 이해시킨다. 영화 속에서 미자는 마치 자연 그대로를 캐릭터화한 것처럼 고민하고 생각하기보다는 행동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가 끝나고 나도 미자가 달리고 또 달리는 그 장면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건 그래서다. 

옥자를 끌고 간 미란도 서울사무소를 찾아간 미자가, 투명해 저 앞에 안내원이 보이지만 단단해 결코 뚫고 들어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창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도 대단히 인상적이면서 상징적이다. 그건 앞뒤 재지 않고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미자의 직진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본으로 구축된 그 회사의 말끔한 세계가 결코 이 작은 소녀에 의해 부서질 것 같지 않지만 그녀가 만든 충돌의 울림으로 인해 의외로 깨져버린다는 걸 그 장면은 드러낸다. 그건 아마도 이 영화가 자본의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저들과 싸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단초를 담아낸 것일 게다. 

결국 미자는 옥자를 구출하려는 그 행위를 바로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언론에 노출되게 함으로써 ‘울림’을 만들어낸다. 옥자 같은 슈퍼돼지가 유전자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것에 대한 불편함을 미자 같은 농민들에 의해 친환경적으로 길러졌다는 것을 통해 상쇄시키려던 글로벌 기업 미란도의 CEO 루시(틸다 스윈튼)는 미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 ‘울림’을 다시 덮기 위해 그녀와 옥자의 감동적인 상봉식을 계획한다. 

하지만 그런 포장 역시 동물해방전선(ALF)에 의해 끔찍한 고기공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실패로 돌아가자 루시가 이끌던 미란도는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낸시 손으로 넘어간다. 루시가 그나마 친환경적 이미지 같은 거짓 홍보를 통해서나마 이 고기산업을 이해시키려 했다면, 낸시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본주의적 판단만을 내린다. 가격을 낮추면 결국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이것은 아마도 노골화된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하는 대목일 것이다.

공장은 마치 수용소의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끔찍하고 슬프다. 공장으로 끌려 들어가는 슈퍼돼지들의 물결 속에서 돼지들은 생명을 잃은 채 고기로 분해되어 포장된다. 그런데 똑같은 위기에 처한 옥자를 미자가 구해내는 방식이 의미심장하다. 보다 액션을 통해 구출작전이 벌어질 것처럼 여겨졌지만, 의외로 간단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옥자를 사기 위해 모았지만 살 수 없게 된 걸 알고 대신 산 금돼지를 옥자의 가격으로 지불하는 것. 아마도 루시는 거부했을 이 제안을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해 결정하는 낸시는 받아들인다. 금돼지를 쥔 그녀에게 미자는 고객이다. 돈과 생명은 그렇게 교환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마지막 엔딩에 들어가 있다. 옥자를 구해나오는 미자의 발걸음이 철조망 저 편으로 가득 채워져 공장으로 끌려 들어가는 슈퍼돼지들을 바라보며 한없이 무거워질 때, 가족으로 보이는 슈퍼돼지 부부가 새끼를 철조망 바깥으로 밀어내는 장면이다. 마치 아이를 부탁한다는 듯 얼굴로 마음을 전하는 그 슈퍼돼지 부부를 뒤로 두고 새끼는 옥자의 입 속에 숨겨져 그 홀로코스트를 빠져나온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될 이미지는 ‘입’이다.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유전자조작으로 탄생한 슈퍼돼지가 스테이크로 나와 그것을 시식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최고”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생명에 대한 불편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그 고기가 한 때는 말을 알아듣는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사람은 고기를 먹어치우지만, 옥자는 그 입에 새끼를 숨겨 생명을 구한다. 사람들은 공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렇게 생산된 고기를 듣지 않는 대가로 맛있는 식사를 한다. 그들에게 생명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대상일 뿐. 반면 미자는 집으로 돌아와 옥자와 할아버지와 함께 소박한 식사를 한다. 그것은 우리 식의 정서로 ‘식구’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 

옥자의 귀에 대고 미자는 무언가 귓속말을 한다.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옥자에게 했는지는 알 수 없고, 또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렇게 이야기를 건네는 존재로서 생명을 대하는 모습이니까.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돼지의 이야기지만, 이토록 감동적인 서사가 가능한 건 그 단순명쾌한 이야기 안에 봉준호 감독이 곳곳에 심어놓은 상징들 덕분이다.

‘쌈마이’, 무엇이 이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가로막나

“왜 짐이 이것 밖에 안 되냐?” 이젠 헤어져 자신의 짐을 챙겨달라는 백설희(송하윤)에게 김주만(안재홍)은 화가 났다. 그건 아마도 그녀에게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리라. 무려 6년 간 사귀면서 그녀가 자신을 위해 산 물건들이라는 것이 한 박스도 안 되는 싸구려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토록 살뜰히도 챙겼던 그녀가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백설희는 결국 김주만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그렇게 빠져나간 백설희의 빈자리를 김주만은 톡톡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매 순간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러니 그녀가 없는 자리가 마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프고 허전하고 멍할 수밖에. 

그들이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김주만이 자신을 따르던 인턴 장예진(표예진)의 집에서 어쩔 수 없이 외박을 하고 들어온 것이었지만, 그것만이 이별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미 이전부터 그들 관계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지나치게 김주만만을 챙기고 자존감이 바닥인 백설희. 그녀의 사랑은 헌신적이지만, 그런 헌신은 김주만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온통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든 그녀를 현실적으로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6년 간을 뛰고 또 뛰었지만 그다지 바뀌지 않는 현실. 최고는 아니어도 “중간” 정도를 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녀가 말하는 ‘소소한 행복’은 그에게는 어떤 무력감을 주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주만과 백설희의 이별은 서로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챙기려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서로 사랑하고 챙기는 것이 행복으로 이어지겠지만, 그것이 무거운 현실 앞에 서게 되자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 백설희를 위해 김주만은 전셋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 애써왔고, 김주만을 위해 백설희는 그를 챙겨도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 이들의 이별이 남다른 아픔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쌈마이웨이>는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쉽게 부숴버리는 현실을 담고 있다. 그들은 그저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하고픈 일을 하는 것을 꿈으로 여기고, 최고는 아니더라도 중간 정도의 행복을 원하지만 그건 번번이 갑질 하는 현실 앞에 무너진다. 그 현실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청춘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비열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쌈마이웨이>는 이런 현실에 대한 청춘들의 ‘돌려차기 한 방’을 그리려 한다. 그래서 일찍이 가난한 현실 때문에 접었던 무도의 꿈을 고동만(박서준)은 다시 걸어가려 하고, 스펙이 없어 접었던 아나운서의 꿈을 최애라(김지원)는 다시 꿈꾼다. 그렇다면 김주만과 백설희는 이 현실 앞에 무너진 사랑 앞에서 어떤 ‘돌려차기’를 보여줄까. 그깟 현실 따위 훌훌 털어내고 다시 그들은 사랑할 수 있을까. 

고동만과 최애라의 꿈이 작게라도 이뤄지길 바라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김주만과 백설희의 사랑이 그 현실 앞에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성공과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바깥에서 얼마든지 꿈을 꾸고 사랑할 수 있기를. 저 부조리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시스템이 그들을 무릎 꿇게 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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