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그 후, 언리얼과 탐험 예능

도대체 이 낯선 예능 프로그램들은 뭘까. 지상파 예능들 속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두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 <두니아>와 KBS <거기가 어딘데>다. 이게 과연 지상파 예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두 프로그램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다. 물론 그 낯설음 때문에 지상파 시청률로는 낮은 3%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하고 있지만, 화제성과 반응은 뜨겁다. 그 도전이 현재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의 연출자들이 각각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을 풍미한 MBC <무한도전>과 KBS <1박2일>에서 잔뼈가 굵은 PD들이라는 점이다. <두니아>의 박진경, 이재석 PD는 우리에게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유전자의 뿌리는 <무한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물들이다. <거기가 어딘데>의 유호진 PD는 <1박2일>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 PD이기도 하다.

이들을 뿌리를 들여다보면 지금 이들이 실험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도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두니아>는 아예 대놓고 ‘언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새로운 프로그램 형식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건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 새로운 대안으로서 ‘언리얼’의 세계를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가 게임의 세계로 익숙한 ‘가상현실’ 세계다. 게임의 공간 같은 두니아라는 ‘언리얼’ 세계를 던져놓았기 때문에(그 곳은 그래서 공룡이 출몰하는 곳이다) 출연자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애매한 지대에 놓이게 된다. 일정 부분은 대본을 통한 가상 연기를 보여주지만 다른 부분은 진짜 이 낯선 섬에서의 생존과정을 담아낸다. 그래서 한강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유노윤호가 순간 두니아라는 섬으로 워프하면서 그 곳에서는 별 쓸모없어 보이는 자전거가 그와 같이 정글에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지만,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그 자전거의 바퀴를 불 위에 올려놓고 조리판처럼 쓰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던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새로운 경험들이 두니아라는 세계에서는 가능해진다.

<거기가 어딘데>를 통해 유호진 PD가 하필이면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을 찾아가게 된 건 그 곳이 아직까지 예능 프로그램이 가지 않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박2일>이 국내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어 시도하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난 사이에 너무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외 곳곳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은 사막 탐험을 시도하게 됐다는 것.

사막이라는 낯선 공간을 선택한다는 건 다만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 텅 빈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니만큼 새로운 예능 문법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는 독특한 자막과 편집을 통해 웃음은 물론이고 의미까지도 잡아내는 색다른 예능의 방식을 끌어낸다. 이것은 <두니아>가 언리얼이라는 가상현실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적인 편집과 자막을 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는 물론 지상파로서는 성공했다 말하기 어려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 시도가 포스트 <무한도전>과 <1박2일>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도전으로 다가온다. 당장의 시청률보다는 이제는 지나가버린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 그 후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사진:KBS)


변화 없는 주말예능, ‘두니아’가 가져온 신박한 낯설음

적어도 새로움 하나만으로 보면 MBC 새 주말예능 <두니아>의 실험은 독보적이다. 그건 그 시간대의 지상파 주말예능들과 비교해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KBS <1박2일>, SBS <런닝맨>은 한 마디로 장수예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한 시대를 지나왔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복면가왕> 역시 이제는 오래된 트렌드인 육아예능과 음악예능이다. 새로 시작한 SBS <집사부일체>가 그나마 이 시대의 스승을 찾아가 이런 저런 체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새 프로그램이지만, 그 형식이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두니아>는 다르다. ‘언리얼’을 주창한 것처럼, 이 예능 프로그램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새롭다. 물론 그 낯설음은 “도대체 저게 뭐지?”하고 물을 정도로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세계’라는 부제는 이 프로그램이 스스로 그 낯설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실로 처음 만난 세계처럼 익숙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단지 도시에서 지내던 이들이 문득 두니아라는 곳으로 워프하게 되고 그 곳에서 생존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노윤호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정혜성은 광화문 광장에서, 우주소녀 루다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권현빈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두니아라는 곳으로 소환된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설정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두니아라는 공간에 떨어져서 겪는 일정 부분의 일들은 실제가 아닌 연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연기가 미묘하게 실제와 연관되어 있다. 두니아라는 공간에 떨어지게 되고 저 나름대로 거기서 살아나가야 하며 어느 공간으로 이동해 다른 이들과 합류해야 한다는 것이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인위적인 설정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나머지 부분은 그들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바로 이 채워야 되는 경험적 부분들은 연기가 아닌 실제 리액션이 담겨지게 된다. 

프로그램이 미적 형식으로 차용하고 있는 게임의 틀은 바로 이런 가상과 현실이 더해진 두니아라는 공간이 바로 게임 속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아마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대단히 낯설게 다가왔을 두니아라는 공간은,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을 게다. 결국 게임이라는 것이 가상공간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몰입이 가능한 것이고, 그 안에서 하는 자신의 행위는 일정한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리얼한 일들이 아닌가. 

<두니아>는 그 낯설음을 상쇄시키기 위해 첫 회부터 마치 게임을 연상시키는 자막과 편집을 연출의 틀로 제시했다. 마치 AI 모드가 작동되고 있는 것처럼 출연자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자막이 다소 ‘병맛 코드’의 유머 섞인 멘트들을 덧붙인다. 자신을 보호할 나무 하나를 구하는 것도 아이템을 얻는 게임 속 방식으로 편집되어 보여지고, 심지어 멘트 없이 탐험에만 열중하는 권현빈에게는 ‘방송분량’을 걱정하는 자막이 더해진다.

<두니아>의 세계가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런 게임 속 세상을 경험하면서 느끼던 감정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가상과 현실을 오고간다.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몰입하는 자신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며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를테면 유노윤호가 보여주는 과한 몰입에 연기와 실제가 섞여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막이 그렇다. 리얼한 상황 속에서 언리얼한 개입이 들어갔을 때 웃음이 터지고, 또 언리얼한 상황이지만 과하게 리얼한 몰입을 하는 출연자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이유다.

물론 이 ‘처음 만난 세계’는 지상파 예능들의 현 주소라고 할 수 있는 주말예능 시간대에서 더더욱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은 첫 방 시청률 3.5%라는 수치를 통해 드러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새로운 세계가 변화 없는 주말예능에 ‘돌연변이’ 같은 신박한 자극을 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시청자들은 이 실험에 손을 들어줄까. 처음엔 낯설어도 기꺼이 적응기를 가지며 즐거움을 찾아내줄까. 대부분의 게임 적응기가 초반엔 어색하지만 차츰 몰입을 통해 더 큰 즐거움을 찾아주듯이.(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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