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예능이 재미를 추구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

아마도 낮은 시청률로 인한 조급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뜨거운 형제들-효자 되다'편은 리얼 예능이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시골 집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찾아 일일 아들 노릇을 하고 헤어질 때 "또 와"라는 말을 듣는 것을 미션으로 한 이번 편에서 시골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물론 순박하신 그분들은 애써 웃음을 짓고 애써 좋다고 말씀하셨지만, 기광과 쌈디가 반말을 툭툭 내뱉는 장면들이나,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에 반찬이 김치뿐이라며 계속해서 투정하는 장면들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럼 막내는 버려도 되는겨?" 김장을 더 담그라는 말에 기광이 이렇게 말을 놓은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반말은 진짜 아들이라면 응당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무례가 아니라 오히려 친근함의 표현일 테니까. 하지만 이 짧은 프로그램 속에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연출된 장면 속에 진짜 아들인 양 반말을 해대는 것은 그저 무례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첫 만남에서 반말까지 가려면 그만한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편집된 것인지 아니면 아예 대놓고 친근한 척 뻔뻔하게 연기를 하려 한 것인지 그런 장면은 생략되었다.

게다가 뜬금없이 쌈디가 할아버지께 "어머니 밤에 심하게 괴롭히신다면서요?"하고 자꾸 묻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무례한데다가,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멘트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런 말이 우연히 튀어나왔다고 해도 연출에서는 분명 편집했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편집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것들을 재미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박명수가 일일 엄마가 된 할머니에게 이런 저런 요리가 먹고 싶다고 요구하고, 할아버지에게는 그리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염색을 권하는 것도 예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염색이 실패해 머리가 퍼렇게 된 결과에도 애써 웃으시고, 시간은 두 시간이나 있었는데 반찬이 왜 김치 밖에 없냐고 타박하는 박명수에게도 그저 웃어 주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는 건 불쾌한 일이다. 물론 재미를 위해 박명수는 특유의 상황극을 한 것이지만, 그 상황극이 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된 것은 출연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자의 문제가 더 크다. 연출자가 상황극과 리얼 예능을 혼동한 것이다. 지금껏 '뜨거운 형제들'은 아바타 소개팅 같은 상황극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하지만 '되면 한다'라는 코너로 새롭게 재정비되면서 프로그램은 상황극이 아닌 리얼 예능이 되었다. 특정 현실 속에서 일일 교사, 일일 아들, 일일 엄마가 되는 것은 리얼 예능이지 상황극이 아니고 상황극이 되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투입되는 곳은 가상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기 때문이다.

상황극을 연출해 재미를 뽑아내려 한다면 자칫 현실에 사는 분들이 소외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있다. 우리가 흔히 리얼 예능에서 '민폐'라고 부르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상황극은 재미만 만들면 되지만 리얼 예능은 그 현실 상황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미도 만들어질 수 없다. 도대체 시골 어르신들을 세워두고 "또 와"라는 말을 듣기 위해(목적 자체가 순수한 것이 아니다) 마치 게임처럼 상황극을 연출하는 장면에 누가 진짜 즐거운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뜨거운 형제들'이 새롭게 가져온 컨셉트인 '되면 한다'는 그래서 위험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하면 된다'처럼 무언가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태도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부여된 상황 속에서 어떤 인물이 '되면' 그걸 '한다'는 수동적인 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골학교의 일일 교사가 되면 그걸 하는 것이고, 시골마을 어르신들의 일일 아들이 되면 그걸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를 통해서 웃음을 끌어내려는 목적이지만, 여기에는 리얼 예능이 갖추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한 진정성이 빠져있다. 그들은 진정으로 되려하지 않는다. 그저 미션으로 부여되는 '어떤 말'을 듣는 것이 목적이 된다.

이 미션이 환기시키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오지에 사시는 시골 어르신들을 찾아가 하룻밤을 지냈던 '1박2일'이다. 같은 아이템이지만 왜 느낌은 이렇게 다를까. 화면으로 드러나는 작은 진정성의 차이는 이렇게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뜨거운 형제들'이 싫든 좋든 리얼 예능을 선택했다면, 그 리얼한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되면 한다'라는 슬로건을 붙였지만 진짜로 되려고 해야 한다. 그러려면 웃음보다 재미보다 더 필요한 것이 배려다. 현실 속 인물들이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한 공감의식이 없다면, 프로그램 멤버들과 실제 현실 속의 인물들은 겉돌게 되고 나아가 프로그램은 자의든 타의든 현실을 이용하게 된다. 이것은 물론 출연진들도 숙고해야 하는 문제지만, 그보다 더 제작진들이 깊이 생각해야 될 문제다.

'일밤', 재미만큼 공감으로 정체성을 구축해야

공익예능을 벗고 '일밤'은 재미로 무장했다. '뜨거운 형제들'은 아바타라는 새로운 장치를 들고 나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재미를 선보였고, '오늘을 즐겨라'는 예능에는 첫출연 하는 신현준과 정준호를 내세워 상황극과 리얼 사이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공익이라는 대의만으로는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인 웃음을 전달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한 듯, '일밤'은 어떻게 하면 웃음을 줄 수 있을까에 골몰했다.

실제로 웃음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이 두 프로그램은 꽤 강력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만들어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 한때 '뜨거운 형제들'이 10%대의 시청률에 도달하면서 '일밤'을 재점화시킬 것으로 고무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 '일밤'의 시청률은 고작 6%대에 머물고 있다. 새롭게 시작한 '런닝맨'이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현재 10%대 시청률에 도달한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결과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일요일 밤 예능을 거머쥐고 있는 '해피선데이'가 '남자의 자격'과 '1박2일'로 쌍끌이를 하면서 도무지 틈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런닝맨'이 선전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꼭 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오늘을 즐겨라'는 애초 '1박2일'의 시간대에 편성되어 경쟁구도를 이끌어갈 것으로 여겨졌으나, 갈수록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오늘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을 보여주고 이를 모아서 1년 후 책으로 묶어낸다는 처음의 기획의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현재 '오늘을 즐겨라'는 스포츠 버라이어티로 바뀌었다. '빵을 즐겨라' 이후에 '육상을 즐겨라'로 시작된 이 스포츠 버라이어티는 그 후로 '축구를 즐겨라', '마라톤을 즐겨라', '양궁을 즐겨라'로 이어졌다.

김성주 아나운서가 투입되고 해설 개그의 일인자 이병진이 고정적으로 배치된 것은 이런 변화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스포츠 소재들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양궁을 즐겨라'에서만 봐도 사과 맞추기 같은 볼거리에다, 복불복이 가미된 식사 내기 양궁대결의 웃음이 분명한 재미거리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병진의 빵빵 터지는 해설은 이 코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재미도 역시 '오늘을 즐겨라'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고정적인 시선을 잡아끌기에는 부족하다. 즉 '1박2일' 하면 여행을 '남자의 자격' 하면 아저씨들의 감동을 '런닝맨' 하면 게임을 떠올릴 수 있지만, 작금의 '오늘을 즐겨라' 하면 떠오르는 게 스포츠다. 그런데 이 스포츠와 '오늘을 즐겨라'는 컨셉트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1년 후에 과연 책으로 묶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한편 앞에서 끌고 나가야될 '뜨거운 형제들'은 아바타 소개팅에서 멈춰서 있는 형국이다. 초기 아바타라는 컨셉트는 그 파괴력으로 '뜨거운 형제들'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 이 아이디어는 그다지 확장되지 못했다. 중간에 신구세대 간의 소통이라는 의미로 기성세대 연예인들과 젊은 연예인들이 아바타로 짝을 짓는 '아바타 주식회사'가 시도되었지만 이것도 몇 회 후에는 흐지부지되어버렸다. 현재는 '일치게임', '불일치게임' 같은 것이 프로그램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아바타는 반복적으로 소비되면서 그 참신함을 잃고 있다.

토니 안이 투입되면서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지는 알 수 없지만 김구라가 자진 하차하는 상황은 '뜨거운 형제들'에게 그렇게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뜨거운 형제들'은 김구라와 박명수가 앞에서 치고 나가고 탁재훈이 옆에서 거들어주며 젊은 쌈디나 이기광이 밑에서 받쳐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뜨거운 형제들' 역시 '오늘을 즐겨라'처럼 재미 면에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좀체 오르지 않는 것은 잦은 프로그램 코너의 변화가 가져오는 불분명한 정체성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모두 '무한도전'처럼 매번 형식 자체를 바꿔가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는 없다. 이런 형식실험이 '무한도전'에서 가능한 것은 그것 자체가 '무한도전'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 밤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일밤'이 매번 형식 실험을 하는 것은 무리수다.

지금 '일밤'이 갖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이나 '오늘을 즐겨라'는 그 형식 자체가 나쁘지 않다. 그러니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새로운 아이템을 끼워 넣으려고 하는 것보다는 애초 기획의도를 재점검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최초의 아이템들을 좀 더 폭넓은 세대와 공유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재미만큼 중요해진 것은 의미다. 이것은 공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 속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공감을 찾을 수 있다면, '일밤'은 현재 갖고 있는 코너의 본래 형식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일밤'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인이 해야 할 역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기광의 존재는 미미했다. 하지만 그 시트콤을 겪고 난 후, 기광은 부쩍 자랐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상을 깨는 예능감을 선보인 이기광은 결국 '일밤-뜨거운 형제들'에 발탁되었고, 이어 '김승우의 승승장구'에도 MC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로서 활약하는 기광은 이로써 연기, 노래, 예능까지 섭렵한 만능돌이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쌈디(사이먼 디) 역시 처음 '뜨거운 형제들'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프로그램에 쉽게 안착할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기광처럼 자체발광의 외모는 아닌데다, 어딘지 능글능글한 면모가 나이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쌈디는 특유의 능글맞음을 캐릭터로 세우면서 '뜨거운 형제들'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슈프림팀의 멤버로서 그가 부른 '땡땡땡' 같은 곡은 특유의 이런 캐릭터가 돋보이는 곡으로, 예능과 가수활동이 어떤 시너지까지 만들어낸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연예계 활동이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신인들로서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쉽게 안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주말 프라임 타임 대의 예능 프로그램은 기량이 뛰어난 MC들의 격전장이다. '뜨거운 형제들'에서 함께 서 있는 탁재훈, 김구라, 박명수, 한상진, 박휘순 같은 MC들은 이들에 비하면 엄청난 선배들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바로 이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음으로써 이들은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었다. 쌈디는 '박휘순 장가 보내기' 프로젝트에서 박휘순을 조종하는 역할을 맡아 활약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여성들 앞에서의 능수능란함은 오히려 능구렁이 캐릭터를 가진 쌈디가 더 선배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쌈디는 일련의 아바타 프로젝트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가상극에서 곤혹스런 상황 속에 들어와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얘 완전 내 스타일이야"라고 애드립을 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대선배들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은 이기광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김구라와 씽크로율 100%의 아바타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해낼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게다가 그는 예능 속에서 자신을 버릴 줄도 아는 아이돌이다. 작은 키를 캐릭터로 세우기도 했고, 여성들 앞에서 조금은 민망할 수 있는 미국춤을 추고 의외로 선배들을 조종할 때 독한 면모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런 망가짐은 선한 웃음 한 방과 잘 빠진 복근 하나면 쉬 날아가 버리는 것이지만.

이기광이 '승승장구'에까지 안착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특유의 자신감 때문이다. 도대체 김승우 같은 아버지뻘(?)의 대선배 밑에서 자칫 건방져 보일 수 있는 농담까지 툭툭 던질 수 있는 아이돌 찾기가 쉬운가. 하지만 쌈디나 이기광이 선배들을 몰아세우고 때론 굴욕을 주는 농담을 던지는 것은 선배 당사자들에게나 예능 프로그램에도 좋은 일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뒤집기(선후배)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예능이 웃음을 줄 생각은 안하고 선후배 간의 예의 차리는 모습만을 연출하는 것만큼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도 없다. 게다가 이 어린 친구들의 무례(?)는 마치 형 동생 사이 같은 친근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악의가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이든 MC들과 함께 젊은 MC가 나란히 세워지는 것은 그 형식 속에 젊은 MC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젊은 세대들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나이든 세대와의 교감을 대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예의를 차리는 모습 보다는 성큼 성큼 선을 넘어버리는 이들의 자세는 그들이 어떻게 예능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뜨거운 형제들'이 아바타 주식회사를 차린 까닭

'뜨거운 형제들'은 젊은 층에게는 말 그대로 뜨거운 아이템이다. 아바타라든가 가상극 같은 콘셉트가 젊은 층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다가, 웃음의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다른 어떤 것들보다 강한 게 사실이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진짜 속내인지 아니면 그것조차 연기인지 알 수 없게 펼쳐지는 돌발 상황은 '리얼'을 강조하는 현 예능에도 잘 맞아 떨어진다. 리얼을 확보하기 위해 야외로만 나가는 현 예능의 트렌드를 거꾸로 뒤집어 스튜디오에서 상황극을 통해 리얼한 웃음을 만든 것도 주효했다. '뜨거운 형제들'이 뜨거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의 뜨거움이 주로 젊은 층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주말 예능으로서의 한계로 지목된다. 즉 온 가족이 모여 보게 마련인 주말예능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보편적인 시청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뜨거운 형제들'의 성패가 놓여있다는 얘기다. 또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연출된 '아바타 소개팅'이 이제는 식상해졌다는 이야기도 '뜨거운 형제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상황극은 콘셉트 자체는 재미있지만 '뜨거운 형제들'의 '한방'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 상황극은, 물론 열혈 시청자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인식되겠지만, 보통의 시청자들에게는 과거 콩트 코미디로 오인될 소지가 높다.

'뜨거운 형제들'이 새로운 콘셉트로 내세운 '아바타 주식회사'는 게스트를 초청해 조종사 혹은 아바타가 될 기회를 줘 그들이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꿈을 대리체험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뜨거운 형제들'의 이런 변화는 뜨거움 속에도 존재하는 한계를 스스로 인식했다는 반증이다. 이로서 '뜨거운 형제들'은 새로운 가능성들을 장착하게 되었다. 먼저 '아바타 주식회사'가 중심 콘셉트로 자리잡음으로써 상황극은 따로 연출될 필요가 없어졌다. 이 코너 속에 상황극은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뜨거운 형제들'을 뜨겁게 달궈놓은 아이템인 '아바타 소개팅'이 '아바타 주식회사'라는 형태로 확장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사실 '아바타'라는 콘셉트는 프로그램의 시스템이지 내용이 아니다. 따라서 '아바타 주식회사'는 아바타 시스템을 근간으로 남겨놓은 채, 소개팅이라는 내용에만 국한되어 있던 콘셉트를 다양한 차원들로 넓혀놓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주식회사를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들이 아바타 시스템을 통해 해결된다는 점은, 지금껏 형제들끼리만 즐기던 차원에서 이제 타인들도 이 즐거움에 동참시키는 차원으로 이 프로그램이 전환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즐거움에 동승할 타인들로 이제 '뜨거운 형제들'이 주목하는 것은 중장년층이다. 재미는 있지만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는 아바타라는 시스템을,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욕망이나 꿈을 해결해주는 과정을 통해 보여줌으로서 보다 쉽게 이해시키려는 의도다. 그래서 송대관이나 태진아가 아바타로 등장하는 것은 '뜨거운 형제들'로서는 큰 의미가 있다. 중장년층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세대가 공감하는 툴로서의 아바타 시스템을 실연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만일 이게 효력을 발휘한다면 '뜨거운 형제들'의 뜨거움은 좀 더 넓은 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피선데이', 타겟팅된 예능의 이유 있는 롱런

'남자의 자격'에서 나이 50줄에 들어선 이경규는 앞치마를 한 채 소속사 사장을 위한 한 끼 식사를 차린다. 안 되는 솜씨로 계란말이를 하고 콩나물국을 끓이며 어묵반찬을 만들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그걸 찍는 젊은 VJ는 이경규를 '오빠'라고 부르며 심지어 "귀엽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최고령자인 이경규를 잡는 카메라가 이러니 다른 멤버들은 오죽할까. 김태원은 딸을 위해 생전 처음 탕수육이란 요리를 해보고, 가스불 켜는 것도 버거워 하는 이윤석은 절친 서경석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육개장을 만든다.

이 '나이 들었다'는 사실이 가져오는 일종의 장애(?)는 '남자의 자격'이 주는 재미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다. 사실 이들이 뭘 해도 재미있는 이유는 그들이 나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질 체력과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에 뭘 해도 모양 빠지는 행동들은 그 기본 바탕이다. 이 남자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일들을 하거나 혹은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 꿈으로만 갖고 있던 일들을 해나가는 것에는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즐거움이 존재한다. 이 아저씨들은 진지하게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부엌에서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해보고, 한 편으로는 젊은이들만의 문화처럼 보였던 것들, 예를 들면 패러글라이딩이라든가, 팬덤 문화 같은 것들을 체험한다.

중요한 건 바로 이 나이 든 아저씨들이 여성들이 하는 일이나 젊은이들이 하는 도전을 한다는 콘셉트가 가진 폭넓은 타케팅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 나이 든 아저씨들이 하는 엉뚱한 짓에 빵 터지고, 나이든 세대들은 말 그대로 이 아저씨들에 감정이입 돼서 그들의 도전을 대리체험한다. 여성들은 아저씨들의 어이없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부엌일들을 보면서 한없이 유쾌해진다. 프로그램이 세대와 성별 간의 어떤 교집합을 만들어주는 것. 바로 이 점은 '남자의 자격'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이것은 '해피선데이'의 또 다른 날개인 '1박2일'도 마찬가지다. '1박2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판타지를 갖게 마련인 여행이라는 소재를 깔고 있어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타겟층이 넓다.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 위에 복불복이라는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는 게임적인 요소의 결합은 재미와 의미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 1년에 한 번씩 연례행사로 벌어지는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은 이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폭넓은 시청층을 갖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해피선데이'의 예능들은 작금의 신상 예능으로 등장해 젊은이들에게 제목처럼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만큼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누군가 누군가를 조종한다는 아바타라는 콘셉트가 가진 힘은 그것이 작금의 젊은 세대들의 이른바 온라인 라이프 스타일과 맞닿는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이 있다. 하지만 이 젊은 세대에게 뜨거운 예능이 나이든 세대에게도 뜨거운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어딘지 젊은 세대들만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예능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건 확실히 선입견이다)을 만든다.

이것은 새롭게 시작한 유재석의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새로운 예능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은 다분히 지금껏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간들이 시골로 한정됐던 것을 벗어나려는 야심찬 차별화 전략이다. 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게임 역시 젊은 세대들에게 소구하는 점이 많다. 그것은 딱딱한 일의 공간을 재미와 놀이의 공간으로 바꾼다는 그 콘셉트가 작금의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세련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것은 어떤 공감대다. 끊임없이 게임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왜 그래야하는지를 잘 모르겠는 상황은 재미를 반감시킨다. 특히 나이든 세대들에게 목적 없는 놀이는 익숙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바로 이런 점은 '런닝맨' 역시 타켓팅에 있어서 어떤 한계를 만들어낸다. 주말 저녁 시간대의 예능은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좀 더 소구층의 폭이 넓어진 게 사실이다.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스토리성이나 진정성 같은 특징들이 좀 더 나이든 세대들을 끌어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재미로만 따진다면 주말 예능의 최강자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신상 예능으로서 '뜨거운 형제들'은 아예 '재미'를 기획의도로 내세운 만큼 확실한 웃음을 선사하며 새로 시작한 '런닝맨'은 기존 예능의 코드들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유재석이라는 검증된 MC가 만들어내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하다. 하지만 타겟팅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왜 '해피선데이'가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가진 넓은 소구층. 이것이 '해피선데이'라는 예능이 롱런하는 이유다.

정상방송하는 '해피선데이', 뜨거운 '일밤', 달리는 '런닝맨'

예능의 최대 격전지,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송3사의 사활을 건 싸움이 시작될 전망이다. MBC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SBS '일요일이 좋다'에서 유재석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갖게 만드는 '런닝맨'이 가세한다. 애초에 KBS 파업으로 하이라이트 편성될 것으로 여겨졌던 '해피선데이'도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상방송을 하게 됨으로써 이 예능 삼국지는 더 흥미진진하게 되었다. 그 향배는 어디로 향할까. 각 프로그램들의 장단점과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해피선데이'가 하이라이트로 편성되었다면, 주말 예능은 자칫 '뜨거운 형제들'과 '런닝맨'의 대결구도로 흘렀을 가능성이 짙다. 새롭게 구성된 프로그램들인데다가 '무한도전'의 1인자 유재석과 2인자 박명수의 대결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피선데이'가 가세함으로써 이 대결구도에 강호동과 이경규가 포함되게 되었다. '1박2일'은 최근 내우외환이 깊지만, 그래도 그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어느 순간에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예능감의 이수근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게다가 '해피선데이'의 주시청층은 충성도가 높다. 연령대도 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몇몇 변화에는 웬만해서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와,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스토리 전개가 압권이다. 무엇보다 '해피선데이'의 다른 한쪽 날개인 '남자의 자격'에 대한 호응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타 방송사 예능들이 '1박2일'이 방영되는 시간대를 피해 앞부분에 자사의 신상 예능을 편성하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은 '1박2일'이 아니라 '남자의 자격'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박2일'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자리를 잡은 '남자의 자격'은 충분히 타 방송사의 신상예능과 붙어 선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은 말 그대로 뜨겁다. 아바타 소개팅이 반응을 얻고 나서 조금씩 변주해가는 것도 흥미롭다. 캐릭터도 점점 잡혀가고 있는 추세다. 그저 아이돌로만 여겨졌던 이기광은 예상외로 신선한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고, 사이먼D도 특유의 능글능글한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여기에 박휘순은 웃기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개그맨 특유의 근성을 보이는데다, 돌아온 예능돌 노유민의 사차원과 신상 캐릭터로 때론 진지하면서도 엉뚱함으로 웃음을 주는 한상진도 주목을 끈다. 조합이 잘 맞지 않을 것만 같았던 김구라와 박명수의 조화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고, 탁재훈의 예능감은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바타 소개팅에 너무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벌써부터 형식이 너무 식상하다는 평가를 나오게 하고 있다. 재미는 있지만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자칫 새로운 예능을 급격히 소진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변주시키느냐는 것이다. 상황극 설정은 지금껏 야외만을 고집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신선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황극은 그 자체로 인위적인 설정이기 때문에 반복되면 쉽게 식상해질 수 있다. '일밤'의 또 다른 축인 '단비'는 그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에서는 성공을 못 거두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만큼은 확실히 뜨겁다는 것이 '일밤'의 선전을 기대하게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SBS의 '런닝맨'은 유재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초반 시청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일단 우리가 흔히 봐왔던 시골 버라이어티에서 벗어난 도시 버라이어티라는 점이 신선하다. '1박2일'이 야생의 모험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런닝맨'은 도시의 모험이라는 점에서 그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다. '런닝맨'을 단순히 도시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라 치부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많은 이들의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정 공간을 빌려서 하는 게임 속에는 게임의 재미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놓여진 물건들이나 상품들에 대한 도시인들의 욕망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강한 게임과 판타지를 자극하는 욕망이 공존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런닝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X맨'의 또 다른 변형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한 편으로는 '무한도전'에서 이미 많이 봐왔던 추격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첫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효리에 대한 논란도 불씨로 남아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뭐라 단정 짓기가 어렵다. '일요일이 좋다'의 다른 한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2'는 폐지되고 다음 주부터는 '영웅호걸'이 새롭게 포진할 예정이다. 이로써 '영웅호걸'이 어느 정도 '런닝맨'을 받쳐줄 것인가도 관건이 되고 있다.

주말 예능은 이제 새로운 신 삼국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두터운 고정 시청층을 갖고 있는 '해피선데이', '뜨거운 형제들'로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는 '일밤', 기존 코너들을 모두 하차시키고 유재석을 투여한 '런닝맨'을 위시해 새롭게 시작하는 '일요일이 좋다'. 그 향배가 어디로 흘러갈 지는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 향배가 어느 쪽이든 팽팽한 대결구도 자체가 주말 예능에 어떤 긴장으로 작용하고, 그것이 결국 프로그램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주말 예능의 판도가 뒤흔들렸다. 프로그램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문제가 겹쳐서였다. 주말 예능의 최강자였던 '1박2일'은 파업의 여파로 기존 방송분의 하이라이트를 방영했다. 하이라이트가 방영되는 도중에 '불법파업'이라는 자막이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주말 예능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기염을 발휘했지만 KBS의 파업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1박2일'의 다소간의 추락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1박2일' 내적인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김C가 빠져나가면서 생각 외로 그 공백은 크게 느껴진다. '1박2일'이 갖고 있던 다큐적인 분위기가 상당 부분 약해진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MC몽의 병역 기피 논란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수근이 선전하고 있지만 여러모로 불안한 것만은 분명하다. SBS에서 새롭게 시작한 '하하몽쇼'는 MC몽의 여파로 프로그램까지 비난받는 결과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금기시 되는 두 가지가 병역과 국적 문제라고 볼 때, 이 문제는 '1박2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패밀리가 떴다2'는 왜 생겼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내려졌다. 유재석 이효리가 이끌던 '패밀리가 떴다'와 전혀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없는 시즌2는 윤상현, 김원희는 물론이고 윤아와 택연 같은 젊은 피를 수혈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비판만 받다가 물러나게 됐다. '패떴2'의 문제는 프로그램의 재미가 없다는 차원보다는 매력이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 법하다. 즉 호의적인 시선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해도 줄곧 비판의 도마 위에 서게 됐다. 새롭게 시작하는 '런닝맨'으로 SBS가 다시 주말의 강자로 등장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반면 '일밤'은 최근 외적인 요인들 덕분으로 편성에서 톡톡한 이득을 얻었다. SBS가 월드컵에 치중하는 동안 '뜨거운 형제들'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인상을 남겼고,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나는 상황에서 KBS의 파업으로 '해피선데이'가 하이라이트 방송을 하게 되자, 10%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주말 예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중요한 것은 단지 편성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형제들'의 재미가 한 몫을 했다는 점이다. '아바타 소개팅'은 이미 식상한 포맷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뜨거운 형제들'을 궤도에 끌어올리는 견인차를 했던 소재임은 분명하다. 이제 이 틀을 발전시키든가, 아니면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면 '뜨거운 형제들'은 타 방송사의 비어있는 편성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잘 알 수 없다. KBS의 파업 여파가 다음 주에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그 틈을 타고 새롭게 시작하는 SBS의 '런닝맨'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인지, 아니면 '뜨거운 형제들'이 더 뜨겁게 타오를 것인지 그 어느 것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분명한 것은 다음 주가 어떤 주말 예능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예감이다.

'뜨거운 형제들', 그 리얼 상황극의 가능성

'뜨거운 형제들'이 서 있는 지점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지대다. '뜨거운 형제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형제들(?)은 인위적으로 구성되었다. 그 인위성은 김구라와 박명수 같은 좀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강한 캐릭터가 한 자리에 서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노련하고 재기발랄한 탁재훈과 의외로 진지한(?) 박휘순, 의외로 허술한 노유민도 독특하고, 예능 신상으로서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한상진이나 사이먼D, 이기광이라는 조합도 낯설다. 이 어색한 느낌의 구성만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은 마치 김구라가 진행했던 '절친노트'의 초반 시절을 연상시킨다.

억지로 구성한 팀은 바로 그 인위성 때문에 오히려 리얼하다.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고, 어색하다는 점은 이들이 서로 팀이 되거나 어떤 상황 속에 들어가 그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쇼의 '리얼'을 확보해준다. 여기에 부여되는 미션 또한 인위적이다. 이른바 '상황극'이 제시되는 것. '아바타 소개팅'은 소개팅에 나가는 아바타와 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이 짝패를 이뤄 애프터를 성공시키는 상황극을 미션으로 제시했다. 이 인위적인 틀 속에서 조종하는 자와 조종당하는 자의 리얼한 속내가 드러난다.

조종하는 자는 자신이 직접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시키고 싶은 것을 맘껏 시키고, 조종당하는 자 역시 자신의 의중과 상관없는 행동이라는 틀 속에서 자유롭게 연기(?)한다. 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상황극은 그러나 바로 그 느슨함 때문에 리얼해진다. 박휘순이 시키는 상황을 꼬박꼬박 수행하는 반면, 이기광은 때론 명령을 반역한다. 사이먼D가 나이에 비해 능글능글한 모습을 연출하는 반면, 노유민은 여전히 미성숙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김구라와 박명수의 폭주, 한상진의 섬세함과 탁재훈의 장난기는 시키는 자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새롭게 시도된 '뜨거운 상황극 - 네 형제를 알라'편은 '뜨거운 형제들'이 가진 상황극의 묘미를 극대화해 보여준다. 박명수는 자신을 의심하는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극 속으로 들어가 즉석에서 애드립만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김구라는 육탄공세하는 이웃집 여인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상황극 속에 자신만의 논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기광은 학생으로 사이먼D는 선생으로 탁재훈은 형사로 상황극 속에 투입되어 극단적인 상황 속으로 몰리고, 그 속에서 그들은 저마다의 성격과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절친노트'의 초반부 같던 어색한 관계들은 이러한 상황극의 미션을 통해 조금씩 '뜨거운 관계'로 변화해 간다.

이처럼 '뜨거운 형제들'이 서 있는 곳은 상황극이라는 틀 속에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 뜨거운 지점이다. 상황극. 즉 설정은 지극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적인 극이지만, 그 상황에서 보여주는 형제들의 반응은 100% 리얼이다. 이 '리얼 상황극'은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다. 주로 토크쇼 등을 통해서 우리는 이 형식을 목도한 적이 있다. '해피투게더'의 '웃지마 사우나' 같은 코너나, '무한도전'에서 종종 벌어지는 추격극 같은 미션들은 모두 리얼 상황극이다. 박명수가 이 리얼 상황극의 일인자라는 점은 '뜨거운 형제들'의 정체성이 그의 역할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규정되고 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뜨거운 형제들'은 박명수가 유재석과 콤비를 이루며 여러 코너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던 그 상황극의 확장판 같은 묘미를 선사한다.

물론 '뜨거운 형제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리얼 상황극을 하나의 특징으로 밀어붙일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치 '무한도전'처럼 이 프로그램은 어떤 하나의 형식의 틀에 갇혀 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뜨거운 형제들'이 뜨겁게 보여주고 있는 그 중심에 가상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는 박명수식 리얼 상황극의 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런 형식은 동시간대 경쟁 예능들인 리얼 버라이어티쇼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가능성도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일밤'의 기대주, '뜨거운 형제들'의 가능성

'일밤'이 새 카드로 꺼내든 '뜨거운 형제들'은 독특하다. 일단 그 제목이 특정한 아이템을 지칭하지 않고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기존 '일밤'의 코너들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단비'나 '우리 아버지' 같은 코너는 제목이 한정적이다. 따라서 그 코너가 다루는 이야기의 소재는 제목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다르다. 이 제목은 코너의 이야기 소재를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거기 등장하는 인물에 집중한다. 따라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형제들이 등장한다는 것만 정해져 있을 뿐, 그들이 어떤 소재로 어떤 미션을 할 것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차이는 '뜨거운 형제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사라져버린 '일밤'의 여타 프로그램과는 달리 자유롭게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만든다.

처음 미션으로 시작하고 있는 '아바타 소개팅'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겉으로 보기엔 가상현실이 일반화된 시대에 새롭게 버전업된 짝짓기 프로그램 같지만 그건 지극히 겉만 본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 소개팅에 나가는 아바타가 되고 누군가는 그 아바타를 조종하는 상황은 그 어느 짝짓기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지점의 재미를 끌어낸다.

소개팅이라고 하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틀 속으로 들어가면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바타를 조종하는 이는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아바타가 되는 이는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 아니라 조종하는 자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즉 부담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것은 마치 일상적으로 가상에 접속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재미는 있으면서도 부담은 적은.

그 속에서 박휘순은 시키는 대로 폭탄짓을 하고, 이기광은 잘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망가지는 모습을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사이먼D는 느끼한 목소리로 랩을 구사하고, 노유민은 아직도 자신이 전성기인 양 착각하며 민망하게도 옛 아이돌 때의 춤을 춘다. 그걸 시키는 형들, 탁재훈, 김구라, 박명수, 한상진은 아우들의 소개팅 자리를 통해 자신들의 속내를 감정이입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우들인 아바타와 그걸 조종하는 형들 사이에 마음이 충돌한다. 세대 간의 차이는 이 직접적인 접속의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보통의 쇼들이 보여주는 자와 그걸 보는 자로 나뉘어져 감정이입되는 대신, 이 코너는 조정하는 자, 보여주는 자, 보는 자로 삼분되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다채롭게 만든다. 우리는 나이든 탁재훈이 박휘순을 조종하는 그 마음 속에 들어갔다가, 그걸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박휘순의 입장으로 옮겨가고 또 그걸 바라보는 소개팅 상대방의 입장으로 시점이 이동된다. 이렇게 시점이 다양하게 이동하면서 그 재미 역시 다채로워진다. 즉 '아바타 소개팅'의 재미는 소개팅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보다 그 여러 시점이 주는 재미가 더 크다.

하지만 이 '아바타 소개팅'은 '뜨거운 형제들'이 가진 진면목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코너는 이 '형제들'이라는 캐릭터와 부딪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미션들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바타'적인 성격, 즉 '형제가 서로를 분신처럼 도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기본 전제가 필요하지만, 이 단서조항은 부담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코너의 특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뜨거운 형제들'이 가능성을 갖는 것은 '일밤'이 부활을 주창하며 시도했던 이른바 '공익 버라이어티'의 과도함에 어떤 균형점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공익적인 소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예능의 본분은 웃음을 주는 것이다. 어쩌면 그 웃음이 예능의 가장 큰 공익이기 때문이다. '헌터스'는 프로그램화하기에는 너무 뜨거운 소재였고, '에코하우스'는 지나치게 교과서적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코너 자체는 좋았지만 다채로운 스토리를 발굴해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코너였다. '단비'는 그 취지나 시도 자체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일밤'의 좋은 예능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만 역시 웃음에는 취약했다.

결국 '뜨거운 형제들'은 뜻은 좋지만 웃음은 약했던 '일밤'의 기대주가 되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이다. 예능답게 웃음에 집중하면서, 그 형식이 담은 다채로운 스토리를 통해 어느 순간에는 세대를 넘는 형제애를 담아내는 공익적인 가능성까지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형제들'이 얼마나 뜨거워질 지 아직까지 성급하게 뭐라 확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코너의 뜨거움에, 추락했던 '일밤'의 회생 가능성이 달려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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