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로맨스>, 이미지 반복한 황정음과 새 이미지 만든 류준열

 

MBC <운빨로맨스>가 종영했다. 성적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첫 회 10.3%(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마지막회에는 6.4%까지 떨어졌으니. 이렇게 된 건 운에 기대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던 것과, 이야기 전개 상 밀고 당기는 멜로는 많았지만 신선하다고 여겨질만한 새로운 이야기들이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웹툰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드라마 리메이크에도 큰 기대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역시 웹툰 리메이크는 좀 더 드라마적인 현실성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각보다 난관에 부딪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빨로맨스>의 힘이 그나마 끝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연기자들 덕분이다. 특히 류준열의 경우,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매력적인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응답하라1988>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정환 역할은 끝까지 자제하는 캐릭터였다.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지만 그 속내를 좀체 표현하지 않는 인물. 이것이 팬들에게는 오히려 강력한 츤데레매력으로 어필되기도 했다.

 

<운빨로맨스>의 제수호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응답하라1988>에서 꼭꼭 숨기고 있던 류준열의 다양한 얼굴들을 끄집어내준 인물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모태 솔로에 극도의 이성으로 자기보호를 위해 오히려 까칠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지만(이 모습은 어딘지 <응답하라1988>의 정환을 닮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차츰 심보늬(황정음)를 통해 각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때론 화를 내고 때론 고백을 하는 캐릭터로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류준열이 제수호 캐릭터를 확실히 잘 소화해냈다고 여겨지는 건 이런 변화를 잘 계획해 그려냈다는 점이다. 초반의 제수호의 모습과 마지막에 이르러 보여주는 제수호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변화는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 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류준열이 꽤 괜찮은 준비된 배우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기존 작품의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 류준열과 달리, 아쉽게도 황정음은 이번 작품이 그다지 그녀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연기한 심보늬라는 캐릭터가 기존 작품들의 캐릭터와 그리 다른 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운에 지나치게 기대는 모습은 처음에는 코믹하게 다가왔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는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가 되었다.

 

결국 이번 작품에서 황정음의 공적이라면 아쉽게도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끄집어내준 점 정도에 머물렀다. 물론 그것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연기를 위해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열성에 비하면 캐릭터가 그것을 너무 받쳐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래도 류준열이라는 배우가 확실히 빛났다는 건 이 작품이 남긴 작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닥터스>의 박신혜-김래원, <운빨>의 류준열-황정음

 

지상파들의 드라마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tvN 드라마의 급성장이 주는 자극은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고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끝없이 추락할 거라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캐스팅이다. 누가 캐스팅되었고, 그 연기자가 얼마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또 팬덤을 갖고 있는가는 드라마의 성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월화드라마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SBS <닥터스>는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3<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2009<미남이시네요>로 확실한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넌 내게 반했어>, <상속자들>을 거치면서 배우로서의 색깔을 점점 채워나간 박신혜는 이번 <닥터스>에서는 조금은 반항적이면서 여성들도 선망할 멋진 걸 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혜정이란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착하고 밝은 소녀로서의 이미지만 보여왔던 그녀의 이런 변신은 <닥터스>라는 어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의학 성장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상대역으로 등장한 김래원은 <천일의 약속><펀치> 같은 다소 무거운 캐릭터의 옷을 벗어버리고 따뜻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홍지홍 역할을 선보이고 있다. 교사이자 의사 역할인 극중 홍지홍의 모습은 김래원의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기의 면면들을 끄집어내주기에 충분했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서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가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은 이 멜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닥터스>와 경쟁작으로 동시에 시작된 <뷰티풀 마인드>는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여겨지지만 아쉽게도 장혁과 박소담의 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장혁이 하는 공감 제로의 의사 역할은 쉽지 않은 것이다. 때론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때론 아픔이 느껴지는 그 면면들을 연기해내야 한다. 하지만 장혁에게서는 여전히 <추노> 대길이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또한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소담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우에 대한 호감도나 몰입은 <닥터스>와의 대전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힘을 좀체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수목드라마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추락해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미니시리즈 편성시간대로 자리해있는 수목드라마가 이처럼 10% 시청률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가 처한 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운빨로맨스>가 그마나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류준열과 황정음이라는 두 배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운빨로맨스>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초반의 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이야기들도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상당부분 사라져버렸고, 대신 심보늬(황정음)와 제수호(류준열)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것은 스토리의 힘이라기보다는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배우들의 팬덤과 그들 팬덤이 요구하는 장면들을 충족시켜주는 데서 나오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의 힘이라는 것이다.

 

종영한 <국수의 신>이나 새롭게 시작한 <원티드> 모두 스토리의 힘을 강조한 작품들이지만 캐스팅의 힘만으로 보면 <운빨로맨스>를 이기기가 어렵다. <국수의 신>은 주인공 천정명보다 악역인 조재현의 힘이 더 많이 느껴진 드라마로 종영했고, <원티드>의 김아중은 엄마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그리 강하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운빨로맨스>의 선전은 그나마 황정음과 류준열에게서 기대되는 캐릭터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고 있고, 그들이 또한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생겨났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캐스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까닭은 작품의 편차가 압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평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렇게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작품 선택이 그만큼 신중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갈수록 더 드라마의 성패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운빨로맨스>, 어째서 <또 오해영>이 못되는 걸까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첫 회는 황정음, 류준열이라는 캐스팅과 동명 원작 웹툰의 기대감 때문에 10.3%(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3회 만에 8%로 떨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로맨스가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제대로 인물에 몰입되었다면 시청률이 올라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지금 현재 <운빨로맨스>가 처한 현실이다.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나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가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을 알리고 있는 요즘 어째서 <운빨로맨스>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걸까. 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오해영(서현진)이나 공심이(민아)를 떠올려보면 이 인물들이 가진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인물과 집안과 스펙으로 비교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캐릭터들. 하지만 <운빨로맨스> 심보늬(황정음)에게서는 그런 현실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녀가 처한 현실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신세를 져야 하는 동생을 둔 인물이다. 마침 최고의 게임회사인 제제팩토리에서 입사시험을 보던 중에 당한 사고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 회사에 합격하고도 입사하지 않고 작은 게임회사인 대박소프트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회사는 망하기 일보직전이다.

 

사실 이러한 심보늬라는 인물의 설정은 그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를 상당 부분 흐트러뜨린다. 즉 마침 제제팩토리 시험 중에 당한 동생의 사고라는 것이 그녀가 그 회사를 저버리는 이유가 될까 싶은 것이다. 현실적이라면 병상에 있는 동생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식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이유로 제시되고 있는 건 그녀의 캐릭터다. 그녀는 운수에 민감하다. 그녀가 만든 기획안이 제제팩토리 제수호(류준열)의 눈에 들어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그녀는 여기서도 갈등한다. ‘재수 없는 회사에 들어가는 게 꺼려진다는 이유다. 결국 그녀가 그 회사에 들어갈 결심을 하게 되는 건 무속인 아저씨 구신(김종구)의 말 한 마디 때문이다. 거기에 그녀의 액운을 풀어줄 호랑이띠 남자가 있다는 말.

 

물론 운에 이토록 집착하는 캐릭터가 우습긴 하다. 게다가 호랑이띠 남자라면 액운을 풀기 위해 누구든 하룻밤을 불사하려는 심보늬와, 그런 운수 따위는 결코 믿지 않을 이성을 장착한 무성애자 제수호의 조합은 흥미로운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웃음이 현실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너무 운에 집착하며 그것 때문에 심지어 비현실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심보늬라는 캐릭터는 그만한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해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심보늬는 이토록 운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한참 능동적인 선택을 해야 할 청춘이 결국은 운빨이라며 일종의 자포자기를 하는 모습은 왜 일어나는 걸까. 지독히 불운한 청춘이 왜 그 불운과 맞서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운수에 집착하는 걸까. 물론 이런 질문들은 드라마를 무겁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최소한의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이런 질문들에 드라마는 살짝이라도 답해줘야 하지 않을까.

 

황정음과 류준열은 전작에서 그러했듯이 이 작품에서도 열일하는 연기자들이다. 특히 황정음은 어찌 보면 감정 선이 일정하지 않은 이 드라마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몰입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연기자들이 열심히 해도 캐릭터가 그걸 받쳐주지 못하면 그다지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는 인물들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알콩달콩한 케미는 그 공감대 위에서만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운빨로맨스>, 웹툰으로는 몰라도 드라마로는

 

MBC <운빨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먼저 그 캐스팅이 그렇다. 작년 <그녀는 예뻤다>로 로코퀸의 탄생을 예감케 했던 황정음이 돌아왔고, <응답하라1988>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이 합류했다. 그러니 이 캐스팅의 팬덤만으로도 드라마는 들썩일 수밖에.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게다가 <운빨로맨스>는 원작인 웹툰으로 이미 일정한 팬덤을 가진 작품이다. <멍순이>를 연재했던 김달님의 웹툰으로 운빨로맨스는 꽤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최근 tvN <또 오해영>이나 SBS <미녀 공심이> 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도 <운빨로맨스>에 기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째 첫 회가 주는 느낌은 이런 기대감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것 같다. 아직 본격적인 로맨스에 들어가기 전 남녀 주인공의 만남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너무 떨어진다. 사실 시작부분에 몇 개의 에피소드로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인 제수호(류준열)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시퀀스는 카지노에서 특유의 계산능력으로 칩을 싹쓸이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것은 그의 계산적인 성격과 능력을 드러내는 장면이긴 하지만 그게 인물을 매력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자주인공 심보늬(황정음)은 갖가지 알바를 하면서 제수호와 여러 차례 악연으로 엮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그녀가 가진 불행, 즉 동생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 와중에 점과 운수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이 캐릭터가 소개된다.

 

잘 나가는 CEO 남자주인공과 불행해도 씩씩한 캔디형 여자주인공. 사실 이 조합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너무 많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뤄왔던 캐릭터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빨로맨스>는 여기에 이라는 변수를 집어넣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서 하룻밤을 보내라는 무속인의 말 때문에 제수호에 접근하는 심보니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하지만 이 설정 역시 웹툰이라면 모를까 드라마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웹툰이 가진 만화적 특성상 점 때문에 절박하게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래도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심보늬가 운에 이처럼 집착하는 것이 단지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납득되고 공감할만한 현실적 이유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팬덤은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에 역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만들어낸다. 그만큼 기대감을 잔뜩 키워놓았는데 그것을 드라마가 채워주지 못하면 실망감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황정음과 류준열, 그리고 웹툰 원작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운빨로맨스>가 넘어야할 산이다. 첫 회의 아쉬움을 차츰 채워줄 수 있을지 다음 회의 면면이 주목된다

<꽃청춘>이 봐야할 아름다움, 풍광이 아닌 사람들

 

tvN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에서는 이 여정의 최종 목적지인 빅토리아 폭포에 도달한 청춘 4인방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실로 놀라운 풍광의 빅토리아 폭포였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멀리서 보면 물안개가 끊임없이 피어나고 무지개는 무시로 걸려있어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그걸 목도한 청춘들의 감회가 없을 수 없다. 그들은 모두 하나 같이 압도적인 풍광 앞에 말을 잇지 못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마치 동화에 세계에 들어간 것만 같은 풍광 속에서 폭포를 옆에 두고 걸어오는 네 사람의 모습은 한 마디로 그림 같았다. 그러고 보면 그들이 거기까지 달려가면서 봐왔던 장면들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막과 동물의 왕국을 연상시키는 사파리 그리고 도시를 거쳐 물의 축제가 벌어지는 빅토리아 폭포까지.

 

아마도 시청자들이 이런 느낌을 가질 정도니 거기 직접 여행에 참여한 출연자들과 제작진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그 아름답고 심지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풍광은 압도적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풍광들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들의 모습이 있었다.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그리고 박보검. 이 네 사람의 마치 형제처럼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마음은 청춘의 고단함 속에서도 빛나고 있었으니.

 

경표형이 텐트 쳐주시지 재홍이형이 밥 먹여주시지 준열이형이 운전해가지고 이곳저곳 다 데려다 주시지 저는 아무 것도 해드리는 게 없는 거예요.” 박보검은 인터뷰에서 형들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실로 류준열은 6백 킬로가 넘는 거리를 괜찮다며 홀로 운전했고, 안재홍은 변변찮은 재료로도 최고로 맛나는 음식을 매번 챙겨줬으며, 고경표는 뚝딱뚝딱 텐트 치고 접는데 베테랑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말하는 박보검 역시 형들을 알게 모르게 챙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모르게 옷을 개어주고, 설거리를 하거나 정리정돈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카메라 곳곳에서 잡혔다. 게다가 피곤할 형들을 위해 차에서 잠을 자는 걸 자청하기도 했다. 그런 동생을 위해 형들은 숙소 침대를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 아름답게 여겨진 건 이들 네 사람이 보여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총무를 덜컥 맡아 남들은 즐길 때 홀로 돈 계산에 걱정을 하는 고경표나, 학교 선배이기도 한 안재홍이 그런 고경표가 부담 때문에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모습. 운전이 미숙해 번번이 사고를 낸 박보검에게 짐짓 괜찮다며 등을 두드려줬던 류준열이나 그런 형들이 고마워 무슨 이야기를 할 때면 눈물부터 글썽이는 박보검.

 

압도적인 풍광이나 도로 위로 지나가는 기린, 가까이서 보이는 코끼리와 온통 분홍빛으로 호수를 물들이는 홍학 떼들의 비현실적인 장면들.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 편에는 그 어떤 여행보다 그런 이국적인 장면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에 더 띄고 공감하게 되는 건 어떤 청춘들보다 더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컸던 네 청춘이 아니었을까. 아프리카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힘겨웠던 시절을 겪었기에 더 절절했을 그 마음.

<꽃청춘>, 높이 난 만큼 추락의 상처도 깊지만

 

tvN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은 나영석표 예능이 늘 그래왔듯이 그 기획부터 이미 대박이었다. <응답하라1988>로 한창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4인방,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종영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시청자들이라면 그 연장선으로서 <꽃보다 청춘>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고픈 마음이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이미 <응답하라1988>의 포상휴가를 떠났던 그들이 푸켓에서 나영석 PD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대중들은 반색했다. 대중들이 정확히 원하는 그 포인트를 나영석 PD 특유의 오글거리지 않는 스타일로 짚어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아프리카로 떠난 그들. 이런 상황 자체를 뒤늦게 통보받고 후발대로 박보검이 합류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다 모인 그들이 마치 형제처럼 서로를 토닥이며 여행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훈훈함을 주었다.

 

그들은 한 번도 그런 여유를 만끽한 적이 없었던 청춘들처럼 들떠 있었고, 모든 것 하나하나가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 억눌렸던 청춘의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풀려났던 것이 문제였던가. 가운을 입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 장면과 수영장에서 팬티까지 벗어 던지고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아슬아슬한 느낌을 안은 채 방영되었다. 청춘의 한 때 치기라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비매너 논란은 의외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껏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에서 자잘한 논란거리는 나왔지만 이만큼의 큰 파장은 처음이다. 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나영석 PD의 성향이지만 어딘지 이번 논란을 일으킨 장면들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늘 출연자도 제작진도 또 시청자도 즐겁고 흐뭇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논란의 장면들은 출연자와 제작진은 어떨지 몰라도 결코 시청자들이 편안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제작진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의외로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춘의 한 때로서 이해할 수 있다는 동정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늘 비호 받는 나영석 PD표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 또한 등장하기도 했다. 즉 이제는 비매너 논란이라는 사안 자체에서 벗어나 지금껏 늘 대중들에게 호의적이었던 나영석 PD표 프로그램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어쩌면 이것은 논란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결국 나영석 PD에 대한 무한지지는 그 프로그램들이 워낙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웬만한 논란이 나와도 나영석 PD가 나서서 한 마디 하면 가라앉을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꽃보다 청춘>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꽃보다 청춘>이 예전만큼 재미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이미 아이슬란드편에서부터 조금씩 흘러나왔다. 물론 아이슬란드라는 놀라운 풍경들이 모든 걸 압도하고 있었지만 본래 <꽃보다 청춘>의 재미는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이슬란드편에서 인물들보다 주목된 건 풍광이었다. 오로라는 멋있었지만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은 새롭다기보다는 이미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던 이미지의 재연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었다.

 

이것은 곧바로 이어진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도 마찬가지다. 물론 <응답하라1988>로 한껏 높아진 관심 때문에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는 대박 아이템이 되었지만 그 인물들은 <응답하라1988>의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여줄 뿐 새로운 면모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들의 새로운 면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류준열은 의외로 뛰어난 소통능력과 추진력을 보여주었고, 안재홍은 긍정적이며 여유 있는 성품을 드러냈다.

 

중요한 건 그런 면모들이 그다지 부각되는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꽃보다 청춘>이라는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생겨난 피로가 아닐까. 그나마 시즌제로 어떤 휴지기를 두고 방영됐을 때는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아이슬란드편에서 바로 나미비아편으로 이어지면서 그건 반복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장소와 풍광만 달라졌을 뿐.

 

나영석 PD는 이제 새로운 아이템을 시작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꽃보다> 시리즈도 아니고 그렇다고 <삼시세끼>도 아닌 또 다른 참신한 아이템만이 그의 비상을 지속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이번 <꽃보다 청춘><응답하라1988>의 콜라보는 시청률에서는 대박을 내주었지만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에는 큰 상처를 주었다. 그간 늘 높이 날아왔기 때문에 이번 추락의 충격은 더 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에게 이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항상 대중들의 눈높이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던 그가 아닌가.

<꽃청춘>, 우리들이야말로 그대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자 오늘도 한 번 외치고 시작할까?” “감사하다!” 이 구호는 이제 tvN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의 오프닝이자 엔딩이 되어가고 있다.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그리고 박보검. 처음에는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던 박보검 때문에 시작된 구호였다. 하지만 그 구호는 어느새 그들 모두의 마음이 되었다. 푸켓에서 나영석 PD에게 기쁘게(?) 유괴되어 아프리카 나미비아까지 이렇게 함께 오게 됐다는 사실이 그들은 못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사한 모습이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아마도 현실에 살아갈 때에는 그런 여유를 전혀 맛보지 못했을 터다. 이 청춘들은 나미비아까지 가서 어둑한 저녁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초성 게임을 하다가도 근데 여기가 아프리카야!”라고 말하면서 깔깔 대고 웃을 정도로 자신들이 그러고 있다는 걸 신기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었길래 이 여행 속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게 됐던 걸까.

 

<꽃보다 청춘><응답하라1988>에서 이들이 오디션을 봤던 그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고경표는 선우 역할을 하기 위해 몇 주 만에 살을 쪽 빼오는 열정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아저씨 같은 모습이라고 신원호 PD는 말했지만 그의 살이 빠진 모습은 점점 더 고등학생 선우를 닮아갔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던 그다. <SNL 코리아>를 통해 세고 코믹한 캐릭터들을 소화하던 그가 <응답하라1988>의 정극 캐릭터에 도전했던 이유다.

 

고경표가 <꽃보다 청춘>에 합류해 함께 나미비아로 떠나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꽃청춘> 같은 프로그램은 사랑받는 사람이 나가는 곳 아니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류준열 역시 <응답하라1988>의 오디션을 보고 자신이 발탁됐다는 사실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여행에서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류준열이다. 자신감 있는 영어로 낮선 현지에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또 동생들을 보듬어주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건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청춘의 많은 난관과 질곡들이다.

 

안재홍은 <응답하라1988>에 오디션을 본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평소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그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에 놀라워했고, 그래서 자신 역시 오디션만이라도 보고 싶었다는 것. 낯을 가리고 긴장한 탓에 오디션이 처음에는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결국 그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내는 정봉의 대사 몇 줄을 발견한 후에는 그도 제작진도 모두 웃을 수 있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1988>에서 엄마 역할이었던 김선영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사를 오디션에서 하다가 목이 메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가 눈에 아른거렸을 것이다. 활짝 웃을 때조차도 마음이 서늘해지는 어딘지 상처가 많아 보이는 박보검이 아닌가. 그가 극중에서 눈물을 흘릴 때 시청자들이 먹먹해졌던 건 그 연기 속에 그가 살아냈던 작지 않은 삶의 아픔 같은 것들이 느껴졌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일까. “감사하다!” 이렇게 늘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마음 한 구석에 짠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응답하라1988>이나 <꽃보다 청춘> 같은 프로그램이 대단하기 때문이겠지만, 도대체 청춘이라는 자산 하나만으로 도전하지만 얼마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면 오디션을 통과한 사실이나, 함께 여행을 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토록 감사해하는 걸까.

 

아니 이것은 어쩌면 하나의 주문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감사하다고 말하다 보면 정말 감사한 일들이 생긴다고 박보검이 말한 것처럼. 사실 이 청춘들이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시청자들이 더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그들의 앞날에 늘 감사한 일들이 생겨나기를. 이 척박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도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일베 논란, 근데 왜 하필 지금일까

 

이것은 유명세일까. tvN <응답하라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에 갑자기 일베 논란이 벌어졌다. 그가 예전에 SNS에 올린 절벽 사진과 두부운운하는 글귀가 화근이 됐다. 이 사진과 글귀의 조합이 그가 일베라는 증거라는 주장이 나왔고 그것은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커져가며 마치 기정사실인 양 유포되었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류준열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측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이 주장이 사실 무근이며 나아가 억측에 달라붙는 추측성 댓글과 게시물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준열 본인도 직접 나서 저는 일베가 아닙니다라고 얘기했고 자신이 올렸던 사진과 글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물론 이러한 해명이 모든 걸 말끔하게 지워버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벌어지는 무수한 논란들과 그에 대한 해명이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류준열 당사자의 해명은 당연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모두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이런 일은 애초에 이런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어쨌든 안타깝게도 류준열은 최고로 뜨거운 위치에 서게 된 상황에서(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 의미 없이 올린 사진과 글귀가 뜨거운 논란으로 변하는 소셜포비아에 직면하게 됐다.

 

연예인들의 일베 논란은 의외로 뜨겁다. 일베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중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에게 일베라는 단어가 겹쳐지는 건 엄청난 파장을 만들어낸다. 물론 연예인의 일베 논란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 진위도 알 수 없고 증거로 내세운 것도 너무 조악한 이 상황에 이토록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는 건 어딘지 소모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왜 하필 지금 류준열의 일베 논란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면 이 논란으로 가려진 다른 더 중요한 사안들이 우리들 앞에 놓여져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사실 그토록 많은 연예 가십을 이용한 사안 덮기의 음모론 역시 그 진위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실제로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갑자기 터져 나온 연예계 논란이 당대의 중대 사안들을 덮어버린 사례를 우리는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작년 벌어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나, 이로 인해 지목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끝없는 말 바꾸기 논란, 때마침 겹쳐진 세월호 1주기가 쏟아내는 정치권 이슈들 같은 중차대한 정치권 사안들이 나왔을 때,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장동민이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여성비하 발언이 인성 검증 논란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이태임과 예원의 반말 욕설 논란이 벌어지면서 시선이 흩어졌던 것을 떠올려 보라.

 

물론 오비이락일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연예인 논란이(그것도 확실치도 않은 문제제기로 벌어지는) 당대의 중대 사안들을 덮어버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류준열 일베 논란이 시끄러운 가운데 지금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갑자기 나온 류준열 일베 논란이 그저 유명세라고? 이런 중대 사안이 연예인 논란으로 가려져 이득을 보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볼 문제다.

<꽃청춘>, PD 납치극(?)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동참하는 까닭

 

몰래카메라에 납치극(?). tvN <꽃보다 청춘>에서 나영석 PD의 눈이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다. 사실상 섭외가 그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꽃보다 청춘><응답하라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 네 사람을 나미비아 여행길로 끌고 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무려 두 달 전부터 마치 <응답하라1988> 스텝인 양 <꽃보다 청춘>VJ를 스파이로 투입해 그들이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만드는 한편, 사실상 푸켓 포상휴가 역시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 편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준비되었다. 푸켓에 몰래 따라간 나영석 PD는 납치 디데이까지 그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호텔에서 나오지 않은 채 몇 끼를 나시고랭으로 때우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나미비아에 가는 걸 전혀 모르고 국내 스케줄 때문에 귀국한 박보검을 빼고 나머지 세 사람은 나영석 PD가 연출한 대로 몰래 카메라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김성균부터 라미란까지 이미 한 사람씩 인터뷰를 통해 이 몰래 카메라에 동조한 <응답하라1988> 가족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를 깜짝 속이는데 성공했다. 나영석 PD가 나타나자 그들은 마치 환영을 보는 듯한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어찌 보면 꽤 오래도록 반복되어온 몰래카메라, 납치극 설정이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에서 유연석, 바로, 손호준이 만난 날 그대로 여행을 떠났던 건 그것이 대책 없어도 즐거울 수 있는 청춘의 여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서도 사전 미팅처럼 만난 자리에서 조정석, 정우, 정상훈이 그 자리에서 공항으로 납치됐고(?), 후발대로 합류한 강하늘 역시 시상식장에서 턱시도 차림 그대로 납치되어 아이슬란드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번은 푸켓 현지에서 납치되어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상황이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꽃보다 청춘>의 몰래카메라 납치극이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방식들이 동원되고 그 방식은 갈수록 치밀해진다. 그런데 어찌 보면 늘 비슷한 패턴의 몰래카메라 납치극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시청자들은 늘 그 나영석 PD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에 똑같이 동화되는 것일까.

 

그것은 나영석 PD의 섭외 방식에 해답이 있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의 배낭여행에 동참하는 출연자들을 대중들이 기꺼이 환영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 넣는다. <응답하라1988>이 끝나고 류준열이나 박보검 같은 출연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었다. 그러니 이들의 여행을 들여다보고 싶은 건 누구나의 인지상정이다. 그들은 어찌 보면 대중들이 납치를 해서라도함께 하고픈 인물들이 아닌가.

 

나영석 PD는 여기서 정확히 시청자들의 입장을 대신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나영석 PD의 시선을 따라서 치밀한 계획을 하고 결국 출연자를 속이고 납치해 떠나는 그 일련의 과정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동참할 수밖에 없다. 기분 좋은 몰래카메라고 기분 좋은 납치극이다. 속이는 과정도 기분 좋지만 그렇게 속은 출연자들이 그것을 기분 나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영광스러운 납치로까지 받아들이는 그 결과도 기분이 좋다.

 

나영석 PD는 방송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또 그걸 보는 시청자도 모두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나영석 PD의 몰래카메라 납치극이 늘 옳게 여겨지는 건 이런 그의 방송 철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는 나영석 PD의 남다른 소통 능력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짧게 2분 정도 흘러나온 아프리카 나미비아편의 예고편에 대한 반응이 폭발했다. 아이슬란드의 풍광이 워낙 대체불가여서인지 나미비아 예고편에 등장한 배경들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기 등장한 <응답하라1988> 쌍문동 4인방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역시 4인방의 얼굴 담당(?), 박보검이 차에서 눈을 감은 채 시원한 바람을 맞는 장면이 예고편의 첫 대목을 장식했다. 그 편안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이 시청자들의 가슴에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은 장면. 시청자들을 위해 <응답하라1988>을 끝까지 촬영하느라 몸도 마음도 피곤했을 그가 그토록 편안한 얼굴을 내보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그 같은 차 안에 함께 한 친구들,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역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프리카 어딘가의 풍광을 바라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유려한 음악과 함께 마치 춤을 추듯 퍼득이는 옷자락마저 흥겹고 그 바람이 내는 소리는 시청자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어딘가 사막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류준열의 얼굴은 <응답하라1988>을 보며 그토록 보기를 원했지만 보여주지 않았던 그 얼굴이었다. 항상 무표정하고 때로는 침울하게까지 느껴졌던 그의 얼굴이 아닌가. 늘 뒤편에 서서 속내를 숨기곤 했던 우리의 정환이. 그는 <꽃보다 청춘>에 와서 비로소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 시청자들의 마음도 환해졌다.

 

붉은 모래 위에 맨발로 덤블링을 하는 고경표는 마치 발레리노가 된 듯한 우아한 동작으로 넘어졌고, 극중 정봉의 캐릭터가 뚝뚝 묻어나는 안재홍이 모래 한 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섹시하게 부는 장면은 이 <꽃보다 청춘>에 웃음과 재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박보검의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행복감에 젖어있는 표정은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네 사람이 어떤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 장면을 마치 그의 꿈결처럼 몽환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마지막으로 점점 커져가는 폭포수의 소리는 2분 예고편만으로도 점점 커져버린 기대감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은 이미 그 기획만으로도 성공한 아이템이 되고 있다. <응답하라1988>의 종영이 남긴 아쉬움은 고스란히 <꽃보다 청춘>의 자양분이 되었다. 푸켓으로 떠난 포상 휴가에서부터 납치해가는(?) 이벤트를 벌인 건 역시 나영석 PD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일거수일투족이 이미 화제가 되어버렸으니.

 

짧은 예고편이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건 그 짧은 영상 안에 <응답하라1988>을 통해 우리를 기분 좋게 했던 네 배우들의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응답하라1988>을 지지하는 마음은 네 배우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충분히 즐기고 휴식하고 행복해지는 모습을 원하게 만들었다. 그걸 2분의 예고영상 안에 채워 넣다니.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나영석 PD의 남다른 소통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216)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006)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921,290
  • 116661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