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 사태가 요구하는 건 방송사의 체질 개선이다

이번 김생민 사태는 미투 운동의 또 다른 시사점을 보여줬다. 제 아무리 시대와 맞아 떨어져 대세로 떠오른다고 해도, 과거의 잘못된 일로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로 떠올랐던 김생민도, 또 그 대세를 서둘러 캐스팅했던 프로그램들과 광고들도 모두 지금 그 혹독한 후폭풍을 맞는 중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그는 하차하게 됐고,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프로그램은 아예 폐지됐다.

대세로 떠올랐던 김생민을 모델로 세운 광고들은 많아진 만큼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송출되고 있는 광고들은 내려질 수밖에 없게 되었고, 들리는 바로는 이미 찍었지만 아직 송출되지 않은 광고들까지 된서리를 맞은 상황이라고 한다. 김생민에게 소속사라는 보금자리를 준 SM C&C는 이 뜻하지 않은 리스크로 인해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됐다. ‘대세’라는 이름은 이 뒤집혀진 상황 속에서 ‘대 위기’로 바뀌었다.

여기서 우리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만일 10년 전 벌어졌던 이 사건에 대해 당시 방송사나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나서서 적극적인 처벌과 해결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만일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어쩌면 김생민 개인에게도 잘못을 확실히 인지하게 함으로써 어떤 갱생의 기회가 주어졌을 지도 모른다. 또 지금처럼 폭탄(?)을 떠안은 채 대세로 떠올라 결국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무너뜨리는 파장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김생민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건 당연하지만, 결국 이 사태에서 우리가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은 이 사태를 방조하고 키워온 방송사의 잘못된 권력구조와 거기서 비롯되는 기형적인 문화들이다. 김생민의 문제도 문제지만, 이러한 방송사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어디서 제2의 김생민이 생겨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주지하고 있듯이 방송사에 이처럼 비뚤어진 권력구조가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작가나 스텝들처럼 비정규직으로서 방송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PD를 위시해 그 밑으로 작가와 스텝들의 수직적 구조가 형성된다. 만일 외주제작사가 방송사 소속 PD의 지휘를 받게 되는 상황이면, 이러한 갑질 구조는 더 가혹해진다. 과거 MBC 사태가 한창일 때 <리얼 스토리 눈>에 터졌던 갑질 논란은 단적인 사례다.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방송사에서도 이런 일들이 가진 리스크를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대본에 이제 ‘성희롱 예방 수칙’이 게재되고 있는 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소 수동적인 수칙 게재보다 중요한 건 사태가 벌어졌을 때 확실한 처벌을 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고, 그와 함께 PD와 작가 스텝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10년 전 그 때 방송사가 제대로 대처했다면 지금 같은 엄청난 후폭풍의 재앙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기 위한 방송사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KBS)

장동민에 이어 유상무까지, 이 리스크를 왜 감당하나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이 한 마디의 대사는 예고편만으로도 대중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강희(백윤식)라는 재벌과 손잡은 언론사 주필은 무슨 짓을 하든 대중들은 쉽게 흥분하지만 쉽게 잊어버린다는 걸 그렇게 자극적인 말로 표현한다. 사실 대중들을 흥분시키는 말이지만, 실제로 대중들을 그렇게 취급하는 듯한 일들이 무시로 벌어진다. 잘못을 저지르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사과 몇 마디 던지고는 그만이라는 태도를 볼 때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또 다시 옹달샘 이야기다. 이번 구설의 주인공은 유상무다. 그는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은 모텔에서 그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한 여성이 신고를 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몇 시간 만에 그녀는 신고를 취소했다. 그러자 유상무측은 그녀가 여자 친구이며 술을 마신 후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다시 마음을 바꿔 고발을 하면서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조사가 진행 중이니 유상무가 성폭행을 했는가 아닌가는 알 수 없다. 그러니 그 진위에 대한 것들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될 사안이다. 하지만 해프닝이라고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여자 측에서 신고까지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그건 법적인 차원을 떠나 자기 관리에 있어서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상무는 자신의 동료인 옹달샘 멤버들이 잇따른 구설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주지해 더 조심하고 조심해야할 때다. 대중들의 귓전에는 아직도 작년 옹달샘 멤버들이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그 제정신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목소리들이 여전히 쟁쟁하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나와 공개 사과를 했지만 활동을 잠시 접고 자숙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자숙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럴 듯 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과를 한 후 각자 방송으로 돌아가 더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것이 그들의 논리로는 자숙이니까. 하지만 그건 엄연히 그들의 논리일 뿐이다. 어떤 대중도 그들이 방송을 통해 자숙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건 때문에 방송을 통해 보기 힘들다는 대중들의 토로가 이어졌지만 그들은 무시했다.

 

이건 그들을 받아준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작은 구설에 휘말려도 심지어 통편집을 하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옹달샘에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그 논리는 그들만큼 재밌는 예능인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들의 생각이고 논리였다. 대중들은 그들이 하는 다소 가학적인 코미디들이 과거의 사건과 연결되며 재미보다는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시되었다.

 

그리고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장동민이 한 코너에서 했던 모습들로 인해 한 자녀 가정 조롱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장동민은 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지만 역시 다른 프로그램들은 계속 방송을 강행했다. <오늘부터 대학생>이라는 프로그램은 새로 만들어졌지만 시작부터 장동민 출연으로 시끌시끌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의 PD 역시 장동민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가 자숙하는 마음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고.

 

이번에 터진 유상무의 성폭행 의혹은 지금 현재 KBS에서 준비 중인 신규 예능인 <외개인>에도 이미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현재 방영되고 있는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장동민에 겹쳐 유상무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도대체 방송사와 제작진들이 왜 이토록 옹달샘을 감싸며 그 리스크를 감당하려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째서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려 하는 것일까. 이건 상식적인 일도 아니며, 나아가 대중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어차피 대중은 금세 모든 걸 잊어버리는 개 돼지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스타, 이점만큼 리스크도 커져버린 까닭

 

JTBC는 결국 이영돈 PD가 출연하는 두 프로그램을 모두 내려버렸다. <에브리바디>는 본래 종영을 준비 중이었던 걸로 알려졌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영돈 PD가 간다>2월에 시작해 3월에 폐지된 비운의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영돈 PD가 간다(사진출처:JTBC)'

프로그램의 폐지 발표는 사안이 터지고 조금 지난 후에 이뤄졌지만, 사실 이 결단은 이영돈 PD가 식음료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바로 그 때 이미 JTBC의 긴급회의를 통해 정해진 사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신뢰에 금이 가게 한 행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방송을 한다는 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영돈 PD의 이번 논란과 방송 폐지결정은 지금 현재 방송가가 갖고 있는 스타 리스크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방송사가 이영돈 PD 같은 스타를 영입하는 이유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 스타가 가진 이미지나 신뢰를 방송사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JTBC는 손석희 앵커를 영입해 시사 보도 분야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를 가져온 바 있다. 이미 예능과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대중적 지지를 갖고 있는 JTBC는 이영돈 PD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교양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스타를 데려와 어떤 성과를 가져가려면 그 스타가 지속적인 이미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영돈 PD는 그릭 요거트를 탐사보도의 아이템으로 하면서 타 업체의 식음료 광고를 찍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 그는 그런 행위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프로그램 폐지가 결정된 후 이영돈 PD는 다시는 광고를 찍지 않겠다며 자숙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중들이 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해졌다. 이태임과 예원 사태가 보여주듯 사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 사태로 인해 이태임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예원 역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사안은 스타 개인에 머물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진다. 스타 리스크는 이제 껴안았다가는 프로그램마저 날아가는 후폭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병헌을 두고 벌어진 50억 협박사건은 고스란히 그가 출연한 영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협녀><내부자들>은 일찌감치 제작이 끝났지만 이병헌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개봉 시기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사건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그것이 남겨놓은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다. 이 여파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벌어진 김태우와 길건의 계약문제를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으로 인해 김태우가 출연하고 있는 <오 마이 베이비> 역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은 사실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리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대중들의 시선은 을의 위치에 있는 소속 연예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김태우가 눈물을 쏟아내며 이 문제를 길건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게 된 건 이런 정서적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과연 이런 일을 겪은 김태우가 <오 마이 베이비>에서 예전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이영돈 PD의 사례처럼 스타 의존도가 거의 100%인 프로그램은 문제가 생기면 접을 수밖에 없다. 스타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기에 따르는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이 안정적이고 탄탄하다면 이런 문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세금문제가 논란이 되어 장근석이 통편집됐지만 승승장구했던 <삼시세끼> 어촌편은 단적인 예다. <삼시세끼>는 그 프로그램의 단단한 힘으로 오히려 더 승승장구했다. 스타에 대한 의존보다는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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