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에서 노사연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노사연이 신곡 발매를 하게 되어서 바쁜 일정 때문에 더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는 노사연의 하차 이유를 그렇게 밝혔다. 진짜 바쁜 일정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사연의 하차는 어느 정도는 예견한 일이었다. 시청자들 중 일부가 그가 <수미네 반찬>에서 하는 역할이 없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었던 터다. 

사실 <수미네 반찬>에서 노사연은 별 다른 역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김수미가 만드는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고 리액션을 하는 일과, 빠른 김수미의 요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셰프들에게 레시피를 일일이 복기해주는 일 그리고 가끔 김수미와 옛 이야기를 주고받는 역할 정도가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했던 일들이다. 

액면으로 보면 <수미네 반찬>에서 김수미와 셰프들, 여경래, 최현석, 미카엘은 그 역할이 사제관계로 등장부터 확실히 정해져 있지만, 장동민과 노사연은 일종의 감초 역할이었다. 너무 요리 프로그램으로만 흘러가는 걸 막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장동민과 노사연이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를 맡게 된 것. 

장동민은 역시 개그맨답게 재빨리 자기의 역할을 찾아냈다. 김수미의 다소 ‘불친절한 레시피’를 옆에서 중계방송하듯 풀어내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것이다. 장동민의 멘트 하나하나에 김수미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동민은 김수미와는 물론이고 셰프들과는 밀고 당기는 캐릭터로 프로그램이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유지하게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장동민이 이렇게 자기 역할을 찾아갈수록, 그 옆에 있는 노사연은 점점 하는 일이 없어보이게 되었다. 물론 ‘요리무식자’로서의 자기 캐릭터를 드러내며 웃음을 주는 포인트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그 상황은 어찌 보면 요리 프로그램과는 너무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설정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무반주 노래 부르기’ 같은 그만의 역할을 시도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건 역시 일회적인 것일 뿐 그만의 캐릭터가 되긴 어려웠다. 

그런데 과연 진짜 노사연이 역할이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어찌 보면 여기 출연한 모든 인물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그가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건 ‘교관과 훈련병(?)’ 같은 다소 센 느낌의 그 요리교실 속에서 어딘가 푸근한 편안함 같은 걸 그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큰 소리로 허허 웃는 그의 리액션은 김수미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강한 느낌을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어찌됐듯 ‘바쁜 일정 때문에’ 노사연은 얼마 진행되지도 않은 <수미네 밥상>에서 하차하게 됐다. 그런데 그건 과연 득일까 독일까. 물론 프로그램을 더 빵빵 터지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인물이 투입되어 프로그램에 활기를 만들 수는 있을 게다. 하지만 모두가 빵빵 터트리는 그 센 분위기를 한껏 푸근하게 안아주는 그런 역할은 누가 할 수 있을까.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사진:tvN)

'스푸파', 식욕유발자 백종원 특유의 감탄사에 담긴 진정성

도쿄의 우에노역 근처 아메요커 시장의 어느 고깃집. 우리에게 ‘야끼니꾸’로 알려진 양념고기를 백종원은 앞뒤로 잘 익혀 밥 위에 얹어 먹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음식 먹는 법을 이야기한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기 위해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건 겨우 150년 정도라며 그 음식에 깔린 역사적 배경이 밑반찬처럼 올라온다.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가 백종원을 통해 보여주는 일본 도쿄의 미식 기행 풍경이다.

쓰키지역의 시장에 들어선 백종원의 얼굴은 벌써부터 상기되어 있다. 그는 그 곳을 찾을 때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단골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가를 걱정하고, 여전히 2대째 영업하는 그 음식점을 발견하고는 반색한다. 소 내장을 일본식 된장에 넣고 푹 끓여낸 걸 덮밥으로 내놓는 그 곳. 사실 낯선 곳에서 그런 음식은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어 꺼리게 되지만,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푸드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미 그가 맛보고 빠져버린 음식이라며 그 음식의 맛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낯설어 도전하기 힘들어 보이는 음식이 백종원이 맛나게 맛보고 그 맛이 어떤 맛인가를 설명해주는 걸 듣게 되면서 한번쯤 저 곳에 가게 되면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으로 변모한다. 늘 익숙한 음식에만 길들여져 있는 게 우리네 입맛이지만, 백종원의 도전적인 음식에 대한 만끽은 보는 이들의 식욕까지 이끌어낸다.

초밥집에서 고추냉이를 더 얹어 참치 초밥을 먹으며 고추냉이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인들 특유의 참치사랑 이야기가 더해지고, 무려 110년 된 음식점에서 맛보는 오야코동이라는 닭고기 달걀덮밥을 먹으며 자신이 여태 먹은 닭고기덮밥 중 1등이라고 감탄한다. 갈아나온 닭고기가 마치 밥을 죽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설명이다. 

봄비 내리는 도교에서 찾아간 150년 전통의 소바집에서 백종원은 오리 소스에 찍어먹는 메밀국수를 시킨다. 음식을 기다리며 메밀이 일본에서 이렇게 국수로 만들어진 역사를 이야기하고, 음식이 나오자 메밀의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3단계 방식을 소개한다. 아직까지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지만, 아무 것도 찍지 않은 메밀을 그대로 먹어보는 백종원의 모습에서 그 맛은 어떨까가 궁금해진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가 아닌 ‘행복한 미식가’를 보는 듯한 프로그램이다.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행을 할 때면 맛집들을 중심으로 다닌다는 이야기를 했던 그답게, 그가 떠난 미식기행에서는 음식을 대하는 그의 진심어린 행복감이 드러난다. 그 진정성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공기를 만들어내고, 그 위에 맛을 더 맛나게 하는 음식에 대한 지식이 곁들여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백종원이 음식을 먹을 때 보여주는 진심어린 리액션이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맛볼 때 특유의 “아-”하는 목소리를 낸다. 그 감탄사 하나가 그 맛에 대한 어떤 설명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하필이면 월요일 밤 11시에 이런 식욕유발자 백종원이 보여주는 미식기행이라니. 다이어트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너무한 것 아닌가.(사진:tvN)

변신 꿈꾸는 ‘무도’, 조세호 투입은 그 신호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1시간 전’ 특집은 그 오프닝을 특이하게도 채팅창을 통해 했다. 마치 개인방송 화면들을 모아놓은 것처럼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각각 자신의 집에 설치한 카메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먹방을 살짝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오프닝은 과연 그냥 생겨난 것일까. 그건 어찌 보면 지금 달라진 방송 환경(인터넷이 일상화되어 개인 방송화되고 있는)을 <무한도전>이 적극적으로 담아내려 노력한다는 걸 의미하는 듯 보였다. 스마트한 생활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유재석이 낑낑대며 간신히 접속에 성공해 들어온 그 안간힘이 보여주듯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시간 전’ 특집은 늘 그러하듯 박명수의 말 한 마디로 비롯되어 생겨난 아이템이었다. 자신감으로 부딪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박명수의 그 말대로 무언가 일이 벌어지기 한 시간 전에 툭 던져진 출연자가 그 한 시간 동안 준비해 상황에 대처해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 

그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건 하하였다. 하하는 역시 방송 중 나왔던 생일축하 공연무대에도 선다는 이야기가 실제화 되었다. 한 어르신의 고희연에 축하공연을 하게 되었던 것. 다소 가족적이고 엄숙하기도 한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하하의 모습은 의외로 그 상황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리액션 덕에 웃음을 주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양세형은 호치민행 비행기에서의 일일승무원 체험이었다. 안전교육 때문에 한 시간이 아닌 두 시간 전에 상황에 투입된 양세형은 안 되는 영어 안내문을 연습하고, 실제 비행기에 탑승해 승객들을 서비스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 상황 속에서 역시 당황하면서도 당황하지 않은 척 하는 양세형의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이 아이템 첫 방송에서 특히 빛난 건 새롭게 <무한도전>의 고정멤버가 된 조세호였다. 조세호는 MBC 아침 방송의 일일 캐스터로 새벽부터 여의도 거리에 나가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기상 방송을 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영문도 모른 체 갑자기 캐스터로 그 자리에 서게 된 조세호는 첫 방송에서는 정보를 담지 못하는 실수를 했지만 차츰 적응해내기 시작했다. 동장군 분장을 하고 나선 두 번째 방송부터는 웃음도 주면서 정보까지 놓치지 않는 기상방송을 마무리해줬다. 

이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조세호의 ‘동장군 기상 캐스터’ 이야기는 인터넷을 통해 회자된 바 있다. 어딘지 과거 ‘타짱’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지만, 무엇보다 그 리얼 리액션이 주는 황당함과 얼떨떨함이 담긴 조세호의 표정은 압권일 수밖에 없었다. 어딘지 ‘억울함’의 아이콘처럼 표정을 보여주는 조세호가 때 아닌 동장군 차림으로 기상캐스터를 하고 있다니.

그런데 이 ‘1시간 전’ 특집은 최근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리얼리티 카메라’를 이제 <무한도전>이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출연자들을 갑자기 특정한 상황 속에 던져놓고 그 진짜 리액션과 상황 대처 능력을 들여다본다는 것. 이만큼 리얼리티 카메라의 재미요소를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물론 <무한도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면들이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고 있는 트렌드 변화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최근 트렌드인 리얼리티 카메라를 특정 리얼 상황 속에 출연자를 투입시키는 방식으로 뽑아내려 하고 있다. 새 멤버로 투입된 조세호는 그러고 보면 이런 변화에는 최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프로불참러’에서 이제는 ‘프로참석러’가 되어가는 조세호만큼 그 특정상황에 참석해 재미난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새 멤버가 있을까 싶어서다. <무한도전>의 변신에 조세호도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사진:MBC)

‘무도’ 김수현,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도 빛난 게스트의 정석

말 한 마디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 아마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동력이 아닐까. 하하가 자신의 인맥 자랑을 하다 우연히 김수현과 통화하게 된 자리에서, 볼링이 준프로급이라는 이야기에 “언제 볼링 한 번 치자”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본래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특집의 일환으로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미션에 도전하려 했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무산되자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김수현과의 볼링 대결이었던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결과적으로 보면 이 김수현 출연은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그 미션 수행보다 더 성공적인 재미를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무한도전> 출연으로 인해 김수현에 ‘입덕’했다는 이야기들이 솔솔 피어난다. 잘 생겼지만 어딘지 빈 구석도 내보이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김수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반응이 나오게 된 건 그가 단지 잘생겨서만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구처럼 ‘강원도 사투리’의 억양으로 말하는 모습이 우스워서만도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했던 건 그가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스트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스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그 대부분의 목적은 ‘홍보’가 되기 십상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신보를 발매했거나 아니면 드라마 방영이 임박했을 때 그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적당히 재미를 선사하면서 자신들이 하는 프로젝트를 홍보한다.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그들의 홍보용 멘트를 지원하기도 한다. 

김수현 역시 최근 영화를 찍었다. 오는 28일 방영 예정인 <리얼>이 그 영화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날의 목적인 볼링에만 집중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레인에 가랑이를 벌리고 서고 그 안으로 볼을 굴려 스트라이크를 잡는 묘기를 선사하기도 하고, 무려 50점을 접어주고도 거뜬히 이기는 프로 수준의 실력을 과시했다. 

의외의 웃음을 주는 모습도 보여줬는데, 그것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긴 웃음이었다. 강원도 사투리는 잘 생긴 이 청년에 ‘빙구’ 이미지를 덧붙여줬는데, 그 사투리 억양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겨울 내내 강원도 스키장에서 보내다 보니 생긴 습관이라고 했다. 의외로 구성진 그 억양을 <무한도전> 멤버들은 베테랑답게 놓치지 않고 집어내어 캐릭터화했다.

던져 놓고 결과를 보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는 이른바 ‘노룩패스’ 역시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어서 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실 볼링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레인을 확인하는 프로들이 스플릿으로 남은 핀을 대충 스페어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보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공항 ‘노룩패스’가 화제가 되면서 이 장면 하나 역시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김수현은 전화통화로 그저 지나가듯 한 말이지만 그 약속을 지켰고 방송에 나와서는 그 목적에 부응하는 볼링에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또 한류스타라기보다는 동네의 친한 동생 같은 살가움도 보여줬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보이는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덧붙여졌지만 그 안에는 어떤 의도나 부자연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 프로그램에만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라니. 시청자들이 기분 좋은 게스트의 정석을 그에게서 발견한 이유다.

입대하는 황광희, 빈자리 꽉 채워준 양세형

이제는 양세형의 존재감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사실 양세형은 아직까지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라고 소개된 적이 없다. 그저 언젠가부터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무한도전>에 서 왔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그만큼 <무한도전>의 멤버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지만, 양세형은 어느새 <무한도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온 <무한도전>은 광희의 군 입대 소식과 함께 어떤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주고 있는 양세형이 존재한다는 건 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양세형이 없는 상황에서 광희마저 군 입대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다섯 명 체재로도 쉽지 않은 <무한도전>은 네 명 체재로 돌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아마도 김태호 PD는 이러한 앞으로 닥칠 상황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양세형을 차근차근 <무한도전>의 한 자리에 세워두고 자연스럽게 그 적응과정들을 겪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시간은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은 물론이고 양세형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나아가 프로그램과 늘 함께하는 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광희가 ‘식스맨 특집’이라는 아예 내놓고 하는 검증시스템을 거쳐 <무한도전> 멤버로 들어왔다면, 양세형은 그런 거창한 특집이 아니라 차라리 프로그램에 실전 투입해 겪는 일종의 인턴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양세형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 캐릭터를 갖고 있다. 하하와도 약간 겹치는 면이 있지만 양세형이 다른 점은 ‘전문 패널’이라는 별칭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듯한 리액션과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이다. 제법 진지하게 말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어린이 같은 캐릭터는 그 진지함마저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는 <무한도전>에서도 그렇지만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 누구보다 재밌는 리액션과 패널 같은 맛 설명으로 자기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떤 게임이나 대결에 들어갔을 때 양세형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건 유치할 정도로 상대방을 놀리고 감정을 건드리는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웃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대결에 불을 붙인다는 점이다. 7주간의 정상화 기간을 거치고 돌아와 <무한도전>이 보여준 ‘하나마나 대결’ 특집에서 양세형이 특히 도드라졌던 건 그래서다. 

그는 끊임없이 뭐든 잘 한다는 식의 허세를 드러내며 상대방 팀을 약올렸지만 유재석과 함께 연거푸 게임에서 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대결이지만 그 대결을 팽팽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양세형의 ‘도발’이 꽤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 철인3종경기 대결에서 양세형은 수영 종목에서 말도 안되는 접영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었고 끝까지 아슬아슬한 대결 속에서 광희가 마라톤 주자로 나서 마지막 피니시 라인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입대하는 광희를 향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헹가래가 이어졌다. 광희와 양세형의 성공적인 이어달리기를 보는 듯한 그 광경은 마치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빈자리 없이 계속 달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광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떠나는 그 빈자리를 양세형은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연기신들도 <무도> , 곽도원 애청자의 팬심 인증

 

병정게임에 기반한 추격전을 하는 와중, 상암동 MBC 사옥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주지훈은 뜬금없이 <무한도전>의 대폭망 사례인 좀비특집이야기를 꺼낸다. 수백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준비했던 특집이 박명수가 사다리 하나를 치워버림으로써 그대로 끝나버렸다는 이미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전설이 되어버린 실패사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정우성, 황정민, 정만식, 김원해 같은 연기신들도 황당해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러더니 이제는 황정민이 슬쩍 자신이 봤던 퍼펙트센스에서 박명수가 눈이 가려진 채 승합차에 태워 헬기처럼 꾸며냈던 몰래카메라 이야기를 꺼낸다. 그걸 보며 웃겨 죽는 줄 알았다는 것. 그 이야기에 다른 연기신들도 맞장구를 쳐준다. 영화 속에서는 그 누구보다 존재감이 강렬한 연기신들이지만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 웃는 자신들을 이야기하며 스스럼없이 <무한도전>의 팬임을 인증한다.

 

출연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그것이 겨우 오프닝에 불과하다는 걸 안 연기신들은 은근히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순발력 있게 들어와 웃음을 빵빵 터트리게 만드는 그들이 바로 예능신이라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방인처럼 어색했지만 어느새 <무한도전> 깊숙이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예능 출연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곽도원은 심지어 덩치에 걸맞지 않은 귀여운 춤을 추고 곽블리라 불리면서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리액션을 보여준다.

 

본 게임에 들어가 추격전을 하면서도 그들은 이렇게 뛰고 또 뛰고 하루를 온전히 고달프게 보내는 <무한도전>의 노동을 실감한다. 일찌감치 <무한도전> 팀들에게 잡혀 포로가 된 곽도원은 그 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시청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설명하고 또 설명해도 게임의 룰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광희에게 하나하나 다시 설명해주고, 유재석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를 묻는 양세형에게도 친절하게 그 이유를 밝혀준다.

 

가까이서 그 장면을 보는 곽도원은 새삼 유느님의 진가를 실감한다. 이렇게 11년 간을 이끌고 온 그의 저력을. “형 도 닦아!”라고 말한 대목은 그래서 단지 농담만이 아니다. 물론 광희도 양세형도 모두 새내기에 가깝기 때문에 그토록 오랫동안 여러 추격전 속에서 갖가지 상황들을 경험한 베테랑 유재석에게는 비교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그는 모든 걸 설명해주고 새내기들은 그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MBC 사옥에 도착해 왕을 잡는 마지막 추격전을 벌일 때 이제 버려진 곽도원은 “<무한도전>을 이렇게 빡세게 만드는구나하고 의자에 누워버린다. 그리고 다른 동료 연기자들이 나타나자 무얼 아침부터 이렇게 힘들게 찍어대냐고 넋두리를 한다. 그들은 물론 재밌게 <무한도전>을 시청해 왔지만 그것이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나온다는 걸 직접 그 안에 들어와서야 실감했을 것이다.

 

이 날은 <무한도전>500회를 맞는 날이기도 했다. 500회 동안 그들은 아마도 연기신들이 추격전을 통해 느꼈던 그 노동의 강도로 쉬지 않고 달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동의 진정성들은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방송을 통해 조금씩 느껴졌을 것이다. 연기신들조차 <무한도전>의 팬임을 자처하게 되는 건 그들마저 놀라게 만드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남다른 노력이 쌓여진 결과다. 이러니 팬이 될 수밖에.

<무한도전> 귀곡성, 패러디도 공포도 역대급이었던 까닭

 

이건 또 다른 역대급 <무한도전>미션의 탄생이다. 여름철이 되면 일종의 공포 체험미션은 방송사마다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놀이공원에 가면 있는 귀신의 집에 들어가거나 흉가 체험을 하는 등의 미션은 오싹한 소름과 함께 빵빵 터지는 웃음이 공존하는 여름철 대박 아이템 중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귀곡성특집은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그 시작은 영화 <곡성>의 패러디였다. <곡성>의 캐릭터들 분장을 한 출연자들은 그래서 이것이 일종의 상황극일 것이라 착각할 만했다. 이 점은 다소 압박감을 가질 수 있는 출연자들이 영화 속 명대사들을 툭툭 던지고, 캐릭터 흉내를 내는 것으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줬다.

 

퀴즈로 문제를 맞춰 귀신(?)을 얻는 스튜디오 게임도 마찬가지다. 물론 어딘지 으스스한 스튜디오 분위기에 그들이 앉은 책상 밑에서 불쑥 귀신이 튀어나오는 설정은 이제 시작도 하지 않은 이 귀곡성특집의 만만찮음의 복선이었지만 그래도 공포 그 자체보다는 웃음이 더 컸다.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출연자들은 자신들이 귀곡성특집의 미끼를 물어버렸다는 걸 잘 알 수 없었다.

 

만일 제작진이 <대장금> 세트장에 직접 공포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그건 아마도 이번 귀곡성특집만큼의 공포도 또 재미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그 미션이 가끔 <무한도전>의 센 미션들에서 불거져 나오기도 하는 제작진의 악취미처럼 오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세트를 꾸미는 걸 온전히 출연자들의 몫으로 넘겨버리자 이런 논란의 소지들은 원천적으로 사라져버렸다.

 

대신 그 위에 올려진 것이 출연자들 사이의 오랜 시간 누적되어 쌓여진 캐릭터들이다. 늘 아이들처럼 각을 세우던 출연자들이 어디 한 번 당해봐라 하며 자신이 꾸미는 세트에 무시무시한 장치들을 해놓게 된 것. 하하는 그 악동 같은 캐릭터 그대로 만든 자신도 결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역대급 귀신의 집을 마련해 놓았다.

 

공포 특집에서 역시 가장 빛을 발한 건 정준하였다. 그가 어떤 리액션을 보여줄 것인가는 출연자들 역시 기대하게 만들었다. 산만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호들갑을 떨며 놀라 자빠지고 진심이 묻어난 그 공포 가득한 리액션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정준하만의 영역으로 이미 자리한 지 오래다. 그리고 정준하는 실제로 모두를 감동시키는(?) 리액션을 보여줬다.

 

천정에서 쑥 내려오는 귀신 장치 앞에서 지나치지 못하고 10여 분을 어쩔 줄 모른 채 서성대는 모습이나, 또 내려오려고 하자 때릴 지도 모른다MC 민지의 랩을 쏟아내는 모습은 특히 공포 체험에서 늘 빛을 발하던 그의 리액션만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다. 유재석이 말하듯 그건 미리 설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실제 상황으로서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에 생겨나는 리액션. 땀을 뻘뻘 흘리며 난 안되겠어라 자조하는 모습은 그것이 진짜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이번 <무한도전> 귀곡성 특집을 역대급 공포체험으로 만든 건 영화 <곡성>이 그러했듯이 슬쩍 상황극 패러디처럼 출연자들을 끌고 들어와 미끼를 물게 만들고 그들 스스로 서로를 공포에 빠뜨리겠다는 장난기 어린 치기를 끄집어내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완성은 그 안에 들어가 설정이 아닌 진심으로 리액션을 보여준 정준하로 완성되었다.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 제작진은 서로가 서로를 공포 속에 빠뜨리는 미끼를 던진 것뿐이고, 출연자들은 그걸 확 물어버린 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 <곡성>의 패러디는 물론이고 역대급 공포 체험까지 마련했으니 <무한도전>으로서는 한 번에 두 마리 물고기를 낚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정준하 같은 대어로. “히트다 히트란 유행어에 딱 어울리는 결과다.

여자사람친구 특집, 이게 바로 <1>만의 묘미

 

KBS <프로듀사>편집의 이해’, ‘러브라인의 이해’, ‘예고의 이해같은 부제가 달린 것처럼, 이번 <12> ‘여자사람 특집에 부제를 붙인다면 캐스팅의 이해정도가 되지 않을까. 설명이 필요 없는 귀여움의 끝을 보여주는 박보영과 문근영, 그리고 걸스데이 민아. 웃음과 경륜(?)을 책임지는 신지와 김숙, 게다가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까지. 본래 캐스팅이란 이처럼 섭외되는 순간 모든 이야기들이 준비될 때 완벽해지는 법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들의 등장은 <12>로 보면 별 것도 아닌 상황들을 특별하게 만들어버렸다. 오프닝에서 그녀들이 등장할 때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이 그랬고, 첫 등장부터 삶은 계란과 날계란 중 하나를 골라 상대방의 얼굴에 깨는 익숙한 복불복마저 그녀들과 함께 하자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금남의 지대처럼 여겨져 온 <12>에 들어온 여자 사람캐스팅의 파괴력은 이처럼 컸다.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게스트들의 출연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의 재미 또한 살려 놓았다. 오빠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드는 박보영은 계란을 아메리카노로 바꾸는 협상을 하면서 유호진 PD와 묘한 설렘을 만들어냈다. 마치 <프로듀사>에서 PD와 아이돌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를 보는 듯, 유호진 PD가 오히려 살짝 웃으며 박보영에게 양해를 부탁하자, 그걸 보던 신지는 PD끼 부린다고 꼬집었다.

 

한 번도 예능에 제대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문근영은 의외의 승부욕을 드러내며 점점 문대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복불복 게임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승패에 속내가 숨겨지지 않는 표정을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은 역시 예능 경험이 없어 오히려 더 리얼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헤어롤을 말고 함께 차 안에 앉아 천상 여자인 모습을 보여준 민아와 박보영은 마치 친자매 같은 훈훈함이 묻어났고, 테크노 여전사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극강 동안 이정현과 정준영의 오누이 같은 관계나 신지와 김종민, 김준호와 김숙의 끈끈한 관계는 웃음과 함께 <12>만이 가진 그 정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놀이공원에서 펼쳐진 복불복에서도 이런 <12>만의 훈훈한 정서들은 별 거 아닐 수 있는 장면들마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어찌 보면 이제는 누가 복불복으로 밥을 먹고 누구는 굶게 되는가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12>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여자 게스트들의 등장은 이 익숙함을 흥미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2>은 예전부터 외부인물들이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더 시너지가 만들어지곤 했다. 이를 테면 일반인들이 100여명씩 출연하곤 했던 시청자와 함께 하는 <12>’이나 외국인 근로자 특집, 박찬호 같은 특급 게스트 특집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게스트의 투입은 새로운 리액션들을 보여준다. 결국 <12>의 웃음은 복불복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복불복에 이은 리액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소금물을 마시게 되는 복불복도 늘 하던 기존 멤버들이 하는 것보다 박보영이 마시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복불복의 과정을 통해 게스트가 점점 고정 MC들과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그래서 호스트와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그 지점은 <12>만의 가족적인 재미를 가능하게 해준다. 박보영과 문근영, 민아, 신지, 김숙 그리고 이정현이 출연한 여자사람 친구 특집은 <12>만이 가진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그리고 그것은 게스트를 손님이 아닌 주역으로 만들어내는 <12>만의 리액션 웃음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애니멀즈'에는 왜 잭슨이나 산체가 없을까

 

가짜가 아닌 진짜를 보고픈 욕망은 이제 아이를 넘어서 동물로까지 예능의 영역을 넓혀놓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잠정적으로 폐지하고 <애니멀즈>를 세운 건 그래서 이러한 예능의 변화를 읽어내게 만드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애니멀즈(사진출처:MBC)'

동물들은 본능적인 리액션만을 보인다. <OK목장> 코너에서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라마가 출연자들에게 침을 퉤 뱉지 않고 고분고분 목에 방울을 달아줄 리 만무다. 은혁이 아예 작정하고 다가갔다가 얼굴에 온통 라마 침 범벅을 당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심할 여지없이 100% 진짜다.

 

<곰 세 마리> 코너에서 중국의 팬더 곰에 푹 빠져 계속 안아주던 박준형이 곰의 순간적인 발놀림에 턱에 상처를 입는 것도 100% 리얼이다. 박준형은 훈장처럼 밴드를 붙인 채 팬더 곰이 자신을 따르던 그 벅찬 느낌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 코너에서 강아지가 무서워 눈물을 흘리는 윤석에게 치즈를 입에 물려줬다가 떨어지자 강아지가 달려들어 아이의 입에 묻은 치즈를 핥는 장면도 연출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 코너는 윤석이 같은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강아지들의 반응까지 더해 보다 강력한 리얼 리액션을 보여주는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애니멀즈>가 그토록 관찰카메라의 제1 덕목이라고 하는 100% 리얼 리액션에 근접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청자 반응은 시원찮다. 시청률도 첫 회 4.7%에 이어 4.3%로 떨어지며 동시간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당연하게도 예능 프로그램의 관건은 리얼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그 예능에 걸맞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애니멀즈>의 재미라고 하면 제목이 보여주듯이 동물에게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들어 있는 세 코너들을 살펴보면 재미가 동물에서 나온다기보다는 동물과 함께 지내느라 생고생을 하는 출연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OK목장>은 동물과 동거를 한다는 점에서 생고생의 강도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 냄새도 냄새거니와 끊임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노동도 만만찮다. 그것도 부족해 간간히 들어오는 미션은 목장생활이 낯설 수밖에 없는 출연자들에게 멘붕을 안긴다. 동물들 또한 일상적으로 접하는 동물(강아지나 고양이)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도 그 경험은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러니 고생하는 출연자는 보이는데 정작 보여야할 동물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곰 세 마리>는 물론 이 인형 같은 곰 세 마리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보이지만 중요한 건 그 이상의 접근이나 교감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곰은 야생성이 있기 때문에 잠깐의 방심으로도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그러니 그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는 정도나 다가간다 해도 한두 번 안아주는 것이 방송의 한계일 수 있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는 너무 복잡하다. 강아지를 너무 많이 한정된 공간에 넣어두다 보니 그 한 마리 한 마리의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강아지에 의해 반응하는 아이들과 이 둘을 챙기느라 생고생 하는 서장훈이나 돈스파이크, 강남만 보이게 된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것 역시 <애니멀즈>라는 큰 기획의도에서는 조금 벗어난 포인트다.

 

우리는 tvN <삼시세끼>를 통해 잭슨이라는 염소나 밍키라는 강아지, 또 산체라는 강아지의 강렬한 존재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각각의 동물들과 출연자 사이의 내밀한 교감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엮으면서 일관된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시세끼>는 동물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 숫자가 적었고 그래서 더 주목도는 높아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결국 <애니멀즈>가 동물 버라이어티를 꿈꾼다면 바로 이런 잭슨이나 산체 같은 동물 캐릭터가 강렬한 존재감으로 읽혀질 수 있는 스토리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현재 <애니멀즈>에는 그 어떤 동물 캐릭터도 기억에 잘 남아 있지 않다. 그저 출연자들이 동물과 함께 지내는 어려움과 생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최근 들어 예능의 경향은 생고생 버라이어티에서 점점 워너비 버라이어티로 바뀌고 있다. 낯선 곳에서 생고생을 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웃기보다는 저런 곳에 나도 가고 싶다는 그 판타지가 훨씬 더 마음을 잡아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애니멀즈>의 생고생이 재미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그것은 동물과의 공존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또한 그 고생스러움이 주는 재미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대중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주말 저녁에 반드시 보고 싶은 동물 한두 마리 정도는 떠오르게 해줘야 <애니멀즈>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을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얻은 것과 남긴 숙제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남아있다. 터미네이터 같은 조교마저 미소 짓게 만들었던 혜리의 돌발 앙탈에서부터, 함께 힘을 합쳐 벽을 넘는 과정에서 서로 어깨와 머리를 내어주던 장면, 사다리를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 오르듯 힘겹게 오른 후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 모두를 울게 만들었던 악바리 김소연의 뭉클함, 다들 덜덜 떠는 두 줄 타기 유격 훈련에서 라미란이 보여줬던 그 의연함... 그 여운은 깊은 잔상으로 남았다.

 

'진짜 사나이(사진출처:MBC)'

항간에 재입대를 거론할 정도로 여군특집이 이토록 대박을 냈던 까닭은 남자 연예인들에게서는 좀체 발견하기 힘들었던 훈련 강도를 새삼 이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실제 훈련 강도가 여군특집이 더 높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훈련은 남자들이 더 세게 받았을지 모르지만, 거기서 나오는 체감은 여자들이 더 세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김소연은 그런 점에서 여군특집 최고의 기여자가 아닐까 싶다. 체력은 바닥이지만 끝까지 해내려는 그 악바리 정신력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 훈련과정들의 힘겨움을 200% 시청자들에게 실감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물론 다른 출연자들도 남다른 리액션(?)으로 여군특집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엄마 마음으로 훈련하는 동료들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홍은희가 그렇고, 마치 대대장님 포스를 보이며 동료들을 독려하고 챙기던 라미란이 그렇다. 말도 서툴지만 열심히 훈련에 뛰어든 지나나 군대문화 자체가 익숙지 않아 소대장에게 잦은 꾸중을 들었지만 유격교장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 맹승지, 두려운 훈련에서도 늘 처음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 혜리, 또 운동선수로서의 근성을 보여준 박승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처럼 남다른 리액션보다 더 중요했던 건 여군특집이 진짜 군대의 리얼 그 자체보다는 일종의 체험을 더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획적 이점이다. 남자들에게 군대는 리얼이냐 아니냐로 다가오지만, 여자들에게는 그 군대 체험이 얼마나 힘드냐 아니냐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따라서 리얼의 문제보다는 여성들이 남자들의 군대 체험의 강도를 느끼고 공감하는 모습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군특집은 <진짜사나이>의 부록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여성들을 군대에 보내 체험하는 걸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다. MBC 측은 여군특집의 존속여부에 대해서 일 년에 두 번 치러지는 부사관 훈련에 맞추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즉 진짜 여군을 뽑는 그 리얼 훈련과정에 맞춰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얘기다. 지당한 결정이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이 여군특집이 만들어낸 힘을 어떻게 하면 남자들의 <진짜사나이>로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지난 여군특집 유격훈련에 등장한 김수로와 서경석에 대한 대중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여군특집이 <진짜사나이>에 남긴 숙제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여군특집이 호감이 되어갈수록 <진짜사나이>의 남자들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진짜사나이>가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건 초창기부터 출연해 이제는 말년이 되어가는 김수로나 서경석 같은 인물들이 이제 어느 정도 군대생활에 적응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한 적응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초창기 모든 것들이 낯설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고참으로서의 모습은 사실 대중들이 그리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이다.

 

새롭게 투입된 인물들이 그 신참으로서의 군대 체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만 그 강도가 너무 극과 극으로 나뉘어보여지고 있는 건 <진짜사나이>의 또 다른 숙제가 되었다. 헨리는 너무 과도하게 군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천방지축의 캐릭터이고, 반면 천정명이나 박건형은 너무 군대 생활에 잘 맞아 떨어지는 FM병사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그 중간 어디쯤에 있어야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공감대가 생기기 쉽지 않다.

 

이번 여군특집이 보여준 것처럼 <진짜사나이>의 힘은 대단히 군대 생활을 잘 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멍병사들의 면면에만 집중한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실감하게 될 때 그 웃음이든 감동이든 생겨난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여군특집은 부록처럼 기획되었지만 본편인 <진짜사나이>에 꽤 많은 성패의 단초들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 숙제를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진짜사나이>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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