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는 남자여자 따로따로?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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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간다. 그 진원지는 ‘우리 결혼했어요’. 연예인들의 가상으로 설정된 알콩달콩한 부부생활을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보여주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과거 남자여자 따로따로 존재해온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짝짓기 프로그램의 만남
새롭게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에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는 이색적으로 남성 출연자들 속에 이효리, 박예진이 투입된 것은 이 변화의 바람을 예고한다. 이 여성 출연자들의 투입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연애 감정 같은 좀더 다양한 코드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패밀리가 떴다’의 일등공신으로서 이효리와 박예진이 지목되고, ‘사랑해 게임’이 주목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주 방영이 예고되어 있는 ‘무한도전’에서 ‘무한걸스’와 6대6 미팅을 벌이며 커플 버라이어티를 시도한다는 것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실 케이블에서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남녀간의 만남이 더 많이 이루어져 왔다. 청춘남녀의 소개팅을 다룬 엠넷의 ‘아찔한 소개팅’, 올리브의 ‘키스 더 데이트’같은 리얼리티쇼는 물론이고, 극단적으로는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 - 나는 펫’도 남녀의 은밀한 연애감정을 주로 다뤄왔다.

이것은 심지어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 출연진들에 의해 꾸려져 가는 ‘무한걸스’에서 그 도전 과제 중 하나로서 멋진 남자들과의 소개팅은 늘 시도되었던 소재이다. 그러니 ‘무한걸스’ 입장에서 보면 ‘무한도전’과의 미팅은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공중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원조격으로 주로 남자들만의 도전에 치중되어 있었던 ‘무한도전’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공중파와 케이블의 만남
‘우리 결혼했어요’가 케이블TV 짝짓기 프로그램의 공중파 버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면 이러한 변화양상을 공중파 전체에 파급시킨 것은 역시 그 진원지를 케이블TV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한도전’과 ‘무한걸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로 각각 팀원이 구성되어 성격도 다른 두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만남이면서 동시에 공중파와 케이블의 만남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든 케이블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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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는 케이블TV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갖는 선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사실은 동거생활을 보여주면서도 그 선정성이 가려지는 것은 마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상큼 발랄한 영상들과 이야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 공간에서 남녀가 함께 잠을 자야하는 상황에 있는 ‘패밀리가 떴다’는 유사가족 같은 분위기로 그 위험성을 넘어서려 한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모두 동거나 혼숙이라는 음성적인 코드를 결혼과 MT 같은 긍정적인 모드로 바꿔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윤리적인 잣대보다는 그것이 진짜 리얼리티에 효과적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남자들만의, 혹은 여자들만의 팀원들이 갖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각자의 리얼리티를 끄집어내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혹자는 이 이성들이 함께 생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정말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미 케이블에서 예고되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짝짓기 프로그램과의 동거는 이제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분명한 점은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는 공중파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리티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상인지 출연진들조차 혼동을 일으키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 놓여져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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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을 웃음으로 채우는 개그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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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멤버들의 주 직업은 가수다. 그 가수들 틈에 유일하게 개그맨으로 끼어 있는 이수근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가수들이 웃기는 것은 덤이지만, 개그맨이 웃기지 못하는 것은 존재 자체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그맨들이야 언제 어디서건 억지로라도 설정을 만들어 웃기려고 노력하는데 적응이 되어있기 마련. 하지만 꾸미지 않는 모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이러한 노력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이수근이 ‘1박2일’에서 웃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꾼을 자처한 점은, 개그맨으로서의 이수근보다 시골 생활에서의 맥가이버 같은 이수근 개인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내기 위함이다. 초반부 웃기는데 있어서 가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이수근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은 그가 개그맨이라는 점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반면, 이수근이 개그맨으로서의 이미지보다는 자신 속에 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가랑비에 옷 젖듯 보여진 그의 캐릭터는 일꾼 이미지를 바탕에 만들어줬고, 그 위에서 개그는 좀더 생활 밀착형이 되었다.

‘1박2일’ 백두산 특집편의 첫 번째 방송에서 출연진들은 그 대부분의 시간을 배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 배라는 한정된 공간은 사실 무언가를 늘 보여줘야 한다는 쇼의 입장에서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특정 공간에 도착해 어떤 미션을 수행하거나, 돌발적인 상황을 맞아 새로운 여행의 국면으로 들어가거나 하는 것이 ‘1박2일’의 묘미라면, 그 중간 중간 이동시간 같은 빈 공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이 빈 공간은 이수근에게는 단독으로 올려진 개그콘서트 무대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어딘가로 떠날 때, 그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을 웃음으로 채워주던 재주 많은 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

1박2일이라 엉덩이에 새겨진 운동복을 보고는 “중국사람들이 보면 꿰맨 자국인 줄 알겠다”고 하거나 다들 엉덩이를 쭉 빼면서 “1박2일!”하고 소리치며 즐거워할 때, 혼자 거꾸로 옷을 입는 것만으로 큰 웃음을 주는 이수근은 그가 역시 개그맨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배 안에서 중국인 출신 여승무원들과 벌어진 즉석 짝짓기 게임에서 후춧가루댄스를 추고, 엉터리 중국어로 웃음을 주는 것은 저 ‘개그콘서트’라는 무대에서는 어쩌면 식상한 개그일지 모르지만, 이렇듯 딱히 할 것 없어 무료해질 수 있는 시간 속에서는 포복졸도의 웃음으로 다가온다.

‘1박2일’속에서의 개그맨 이수근이 가진 이미지는 지금 세상에서 비범함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서민들을 닮았다. 그들은 늘 어느 한 분야에서는 베테랑이었지만 이 어려운 시국 속에서 평가절하 되었고, 그것을 또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요즘처럼 일보다는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주목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진짜 일꾼이면서, 그 어려움조차 웃음으로 전화시키는 존재들이다. 인생길이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길에서의 그 과정을 닮았다면, ‘1박2일’에서 ‘생활 속에서의 개그콘서트’를 보여주며 빈 공간을 웃음으로 채워주는 이수근은 그 여행길에서 힘겨울 때마다 얼토당토않은 말로 웃음을 주는 오랜 친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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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이명한 PD의 리얼 버라이어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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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대한 열광은 기존 기획된 쇼에 대한 식상함에서부터 비롯된 바가 크다. 일정한 대본과 연출의 틀 안에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예측하면서 만들어내던 기존의 기획 프로그램들은 요즘처럼 대중화된 영상매체 속에서 살아가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가 어렵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조악한 영상이라도 진짜이지, 잘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다.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여행이라는 아이템으로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고 있는 ‘1박2일’의 이명한 PD는 최근의 이런 경향에 대해 “리얼 버라이어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 말한다. 현장에 나가기 전까지 무언가를 잔뜩 짜서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돌발적인 상황을 발견하고 그것을 영상 속에 잡아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보따리는 늘 두둑하다”
이 이명한 PD의 발견하는 리얼 영상은 ‘1박2일’이 가진 여행이란 아이템과 잘 맞아떨어진다. 여행이란 사실상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고, 또 그 여행 속에서 실로 괴로운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돌아와 보면 풍성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물론 완벽한 준비 없이 떠나는 마음에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명한 PD는 떠나기 전에 작았던 보따리는 돌아오는 길에는 이미 “늘 두둑해져 있다”고 한다.

“처음 현장에서 두둑한 보따리를 가져왔을 때는 우리가 운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두 번이 되고 또 세 번이 되면서 이제 어느새 일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단지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작은 계기로 시작된 어떤 일상적인 일이 때로는 엄청나게 커다란 결과를 안겨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됐죠.”

실로 충주대에서 벌어진 게릴라 콘서트나 경남 거창에서 갑자기 결정된 전국노래자랑 출전, 백령도에서 해병대와 함께 한 씨름대회 같은 것들은 여행이 가지는 의외성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누군가 툭 던진 한 마디에 본래 계획했던 코스는 지워지고, 전혀 다른 방향의 길이 열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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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면 진면목이 나온다”
따라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명한 PD의 생각이다. 이것은 연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출연진들에게도 요구되는 사항이다. “처음에 팀에 합류하게 되면 대개 기존 기획된 쇼에 적응되었던 출연진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차츰 상황에 적응하면서 오히려 그간 기획된 쇼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도 하죠.”

‘1박2일’의 캐릭터들이 자연스러운 것은 무리한 설정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래 각자가 가졌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캐릭터를 ‘발견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즉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캐릭터들까지 모두 ‘발견’이라는 한 단어로 꿰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은지원처럼 ‘1박2일’이라는 한 배를 타고서 더욱 주목받게 된 출연진들은 타 프로그램에서 발견하기 어려웠던 진짜 자기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1년이 거의 되어 가는 ‘1박2일’은 이제 시즌2의 마음으로 좀더 생활에 밀착된 이야기들을 할 것이라고 한다. 한 겨울의 혹한기가 오히려 ‘1박2일’에게 기회를 제공해줬던 만큼, 여름은 오히려 도전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문에 이명한 PD는 “날씨보다 중요한 건 자연스럽게 만나는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라며, “일단 부딪쳐보면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라는 신념을 보여주었다. 하긴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이나 하나같이 우리에게 새롭지 않은 것은 없지 않은가.

‘1박2일’이라는 하룻밤의 여행은 우리에게 그 일상 속에서의 새로움을 상기시키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상은 이제 생활이고 그 생활 속에서는 사실 조명되지 않은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잡아내고 발견해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연기하지 않는 것이 진짜 연기’라는 말이 있듯이, 이명한 PD는 ‘연출하지 않는 것이 진짜 연출’이란 말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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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쇼, 생활을 담아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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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은 매회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청자들을 찾는다. 이것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실제로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성공하는 아이템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창기에 ‘무한도전’이 한 이 수많은 시도들이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의 밑거름이 된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1박2일’이나 ‘우리 결혼했어요’는 물론이고, 새롭게 속속 탄생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나 ‘이 맛에 산다’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무한도전’의 이 ‘도전들’ 속에 포함되었던 아이디어들을 보다 집중시키고 극대화시킨 결과들이다. 적어도 그것은 ‘무한도전’이 가져온 형식 위에서 가능했던 아이디어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넓이의 도전에서 깊이의 도전으로
하지만 정작 이 모든 가능성들을 만든 ‘무한도전’이 현재 좀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유는 무얼까. 나들이가 많아지는 시기적인 요인이 분명 그 어려움을 일정부분 만든 것은 맞지만, 같은 상황에도 타 프로그램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은 이유를 그 탓으로만 보기 어렵게 만든다.

그것은 오히려 무한히 새로운 아이템을 끄집어내야 하는 ‘무한도전’의 형식이 피곤해진 반면, 그 토대 위에서 한 가지 아이템을 파고든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시청자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갔다는데 있다. 그 사이 ‘무한도전’의 ‘넓이의 도전’은 보다 집중력을 만들어주는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의 ‘깊이의 도전’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한 우물을 파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그 아이템이 여행이나 체험 혹은 결혼 같은 생활 밀착형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아이템이란 일회적인 이벤트성의 소재가 아니라, 꾸준히 발굴되고 변주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일상적 도전에서 일상적인 도전으로
게다가 이 생활의 아이템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더욱 리얼하게 만들어준다. 적어도 리얼리티 요소로서 창작동요제나 지구특공대 같은 아이템보다는 월드컵 응원전이나 댄스스포츠 같은 것들이 더 현실감이 있다. 그것은 실제 일반인들이 할 수도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팀만이 가능한 생활에서 유리된 비일상적인 도전들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리얼리티가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무한도전’의 달라진 위상은 이 비일상적인 도전을 더욱 가속화시키는데 이것은 자칫 시청자들에게는 비호감이 될 우려가 있다. 과거 ‘무한도전’이 말 그대로 아무런 힘이 없는 평균 이하의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었을 때는 그들의 어떤 도전이든, 시행착오든 그것은 호감으로 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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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권력이 되었다. ‘이산’같은 사극에 출연해 화제가 될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하게 되었고, 비록 무산되었지만 ‘청와대 특집’을 생각할 정도의 힘이 생겼다. 특히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힘있는 자들의 비일상적인 도전’은 그 자체가 공감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무한도전’, 초심보다는 변화해야 한다
최근 방영된 ‘돈을 갖고 튀어라’편은 지난 ‘경주 보물찾기’편에서 전조를 보였던 그 스릴러적인 긴박감을 부여해 그간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분위기를 쇄신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수작의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정준하 기차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미 최고가 된 ‘무한도전’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과거의 그것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한도전’은 이제 좀더 보통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내려와야 한다. 이것은 현재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무한도전’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서민들의 눈높이로 낮추려는 시도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저 스스로 만들어낸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가 가져온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 ‘무한도전’이 필요한 것은 단지 초심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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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성은 쇼의 생리지만, 지나치면 리얼리티를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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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무모한 도전’시절, 출연진들이 삽을 들고 포크레인과 도전을 했을 때, 시청자들은 왜 저들이 저런 무모한 짓을 할까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 몸 개그를 유발할 수 있는 가학적인 설정은 이제 그것이 ‘웃기다’는 것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진다. ‘무한도전’의 황사대비특집에 대한 예고장면에서, 정형돈의 얼굴에 한 초록색 물감칠에 대한 네티즌 의견이 엇갈리는 건, 이 가학성이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시청자들은 그 장면에 정형돈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학적 설정은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한 특징을 이루었다. 복불복 게임으로 대변되는 ‘1박2일’의 가학적인 장면들은, 단지 누가 한 겨울에 밖에서 잘 것인가 같은 비교적 보이스카우트 시절을 연상케 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 진 그들은 간장이나 까나리 액젓을 통째로 들이마시거나, 보기에도 위험천만인 겨울철 높은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생계 버라이어티쇼라는 ‘라인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출연진들의 실제상황, 즉 생계가 거기서 언뜻언뜻 보이기 때문에 그 자극적 상황이 종종 진정성으로 연결되는 미덕이 있을 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학성은 출연진들과 연출자와의 묘한 대결구도까지 만들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김태호 PD를 종종 ‘악마’라고 부른다. 자신들이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빠뜨리고는, 그들이 그 상황 속에서 허우적댈 때 오히려 연출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출연진들은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박2일’에서 멤버들은 어느 순간 잘 대해주면, ‘이건 또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식으로 의심을 한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상황과 반응이지만, 그래서 실제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지만, 그래도 웃음 끝에 씁쓸한 구석이 남는 건 왜일까.

단지 가학적인 장면을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한 쇼에 포함된 가학적 상황과 그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기실, 현실사회 속에서의 우리네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는 그 모든 상황들이 통제되는 것에 만족한 웃음을 지을 수 있지만, 그 상황의 중심부에 서게 되는 밑바닥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대중들은 도무지 자기 앞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들로 하여금 묘한 가학-피학적 심리상황을 만들어낸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피학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속에 가학적인 앙금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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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쇼는 이런 상황을 역전시켜 그 현실의 앙금을 털어 낸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의 멤버들을 우리는 위에서 보면서 즐긴다. 밑에 있는 그들은 상황 속에서 허우적대는데 그 상황 자체가 가학적일수록 우리는 더 리얼하게 느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쇼가 끝났을 때이다. 그 순간 시청자는 바로 저 TV 속 캐릭터들이 처한 현실 상황 속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끄트머리에 남는 씁쓸함의 정체이다.

그러니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설정하는 상황의 지나친 가학성이 왜 논란을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학적인 장면을 보는 시청자의 마음 속에는 가학-피학의 양면성이 존재하는데, 지나친 장면은 오히려 그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가학성은 쇼의 생리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피곤한 삶을 살아온 시청자들에게 그 짧은 시간의 일탈을 위한 가학성을 그다지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너무 지나친 상황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여 불편하게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면으로 보나 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전성시대는 이 시대의 현실을 거꾸로 보여주는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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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팀원 집착 버리고 유연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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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의 지존이었던 ‘무한도전’의 시청률 하락을 갖고 요즘 말들이 많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제 ‘무한도전’이 한계에 봉착했다느니, 군 복무로 빠져버린 하하의 빈자리가 크다느니 하면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태호 PD는 “시청률 하락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시청률 보다 중요한 건 실험성”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시청률 하락에 대해 스스로 ‘나들이가 많아지는 봄철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을 하는 걸 보면 그 역시 시청률에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김태호 PD가 가진 지금의 문제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대박 났던 아이템을 반복하기보다는 실험성에 중점을 둔 아이템들을 계속 발굴할 것이며, 이 점이 ‘무한도전’만의 차별성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이것은 지금의 ‘무한도전’을 있게 해준 힘이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청률 하락은 김태호 PD가 말하듯 봄철 한 때의 소소한 현상에 불과할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것은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 형식이 없는 자칭 ‘무형식’ 프로그램이다. 물론 ‘무한도전’이라는 틀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는 기존 프로그램들이 갖던 특별한 진행방식 같은 정해진 형식이 없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는 것이다. 바로 이 ‘무형식’은 그간 짜고 치는 고스톱 같던 대본에 맞춰 진행되던 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이 ‘무형식’은 과연 장점만 있는 것일까.

시청자들의 요구를 잘 살펴보면 이율배반적인 구석이 있다. 시청자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 진짜 리얼한 상황을 보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한다. 리얼한 상황이야 무형식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편안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일관된 형식, 즉 프로그램의 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바로 그 일관된 형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팀원들은 어떤 때는 무도장에 갔다가, 어떤 때는 하하의 집에 간다. 이 두 형식 간의 일관성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것은 물론 저 김태호 PD가 말하는 ‘실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일관된 형식이 부재하다는 점은 또한 ‘무한도전’의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한다. 어떤 특정한 상황 속에서의 리얼리티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무한도전’처럼 그것이 일관된 형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다음 번을 기약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댄스스포츠를 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던 ‘무한도전’이 인도를 간다고 해서 똑같이 박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그 일관된 형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템에 따라 시청자들의 호응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이 형식을 버리고 대신 취한 것은 캐릭터다. ‘무한도전’은 프로그램의 일관성을 형식이 아닌 등장하는 캐릭터로 유지해나간다. 즉 ‘무한도전’은 매 회마다 계속 상황이 바뀌고, 상황에 따른 형식 또한 바뀌는데, 여기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캐릭터다. 이것이 유난히 ‘무한도전’의 캐릭터 의존도가 높은 이유이다. 캐릭터 의존도로 치면 여타의 리얼버라이어티쇼들도 마찬가지로 높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무한도전’만큼은 아니다.

예를 들어 ‘1박2일’은 지상렬이나 김종민, 노홍철 같은 캐릭터가 빠져나가도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반면, ‘무한도전’은 하하 한 명이 빠져나가는 것에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 이것을 가지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그것은 ‘무한도전’의 캐릭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1박2일’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한도전’에는 없는 그 무엇이 ‘1박2일’의 캐릭터 의존도를 낮춘 것일까.

그것은 ‘1박2일’이 적어도 ‘여행’이라는 편안한 일관된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독도를 가거나 가거도를 가고, 제주도를 가거나, 혹은 서울 한강 둔치를 간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여행이라는 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시청자들이 ‘1박2일’에 기대하는 것은 그것이 어디가 됐든(여기서 어디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아이템이다), 여행 그 자체다. 이것은 무슨 무슨 특집이라고 매번 홍보해야 하는 ‘무한도전’이나 ‘라인업’이 갖지 못한 ‘1박2일’만의 장점이다. 이 ‘1박2일’이 가진 ‘일정한 틀(여행) 안에서의 무형식(리얼리티)’은 저 이율배반적인 대중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해결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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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도전상황은 바로 그 ‘무한도전’만의 장점이었던 무형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무형식은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켰지만, 동시에 어떤 편안한 틀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이기도 하다. 도전이란 고정된 틀이 아닌 늘 새로운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니까.

이런 분석을 하는 것은 ‘무한도전’이 그간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에 끼친 영향력을 깎아 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지금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도전’ 역시 변화해야할 시기에 와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함이다. ‘무한도전’은 지금의 ‘도전에 대한 강박’을 벗어버리고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어떤 ‘도전의 형식’이라도 갖추어 그 안으로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편안한 리얼리티’를 마련해야 한다.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가 이끌어 가는 게 분명하지만, 그것보다 앞서는 것은 캐릭터로부터 계속되는 애드립을 끄집어내게 만드는 일관된 상황, 즉 프로그램 형식이다.

이렇게 한다면 ‘무한도전’은 캐릭터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양한 외부의 캐릭터들이 이 열려진 형식 속으로 마음껏 들어와 제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러한 틀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특정 방송사가 특정 개그맨을 붙들어맬 수 없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무한도전’이 발굴한 캐릭터들은 ‘해피투게더’ 같은 어느 정도 형식이 갖추어진 쇼에서 그 힘을 발휘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지금 바로 그 만만찮은 도전 상황에 서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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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이로 보는 연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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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전성시대, 이제는 견공 상근이 마저 떴다. ‘상근이의 일기’, ‘상근이 미니홈피’는 ‘1박2일’ 제 7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상근이의 인기를 말해주는 대목. 회당 40만 원의 고액(?) 출연료를 받는 상근이는 ‘아현동 마님’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등 연예인 못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안티마저 없으니 캐릭터 전성시대에 이만한 캐릭터가 있을까.

흔히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관건은 캐릭터에 있다고 한다.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1박2일’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은초딩, 허당 같은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축된 캐릭터는 마치 드라마가 그러한 것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상황과 사건들을 용이하게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 웃기지 않은 행동도 과거 그 캐릭터가 구축되게 만든 어떤 사건과 연관되면 웃음을 주고 그것은 또한 캐릭터를 더욱 강화시킨다.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견공인 상근이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된 것일까. 물론 견공에게도 어떤 성격 같은 것이 있겠지만 그것을 쇼를 통해 캐릭터로까지 발전시킨 것이 오로지 상근이 혼자만의 몫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사실 연출력의 힘이다. 갑자기 출연진들을 향해 달려드는 상근이의 영상 위에 강렬한 록기타 반주를 띄우자, 순간 상근이는 락커가 됐고, 은지원의 발부리에 오줌을 누고, 슬레이트를 겁내는 상근이와 은지원에게 달려드는 상근이의 영상을 절묘하게 편집하자 상근이는 은초딩과 앙숙이 되었다. 상근이의 캐릭터 이미지는 이처럼 연출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다른 출연진에게도 어느 정도는 해당되는 것이다. 이승기에게 ‘허당’이라는 캐릭터 닉네임이 붙은 것은 네티즌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김C가 어느 날 내가 너에게 호를 주겠다며 ‘허당’이라 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것은 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 은초딩은 ‘울릉도 독도를 가다 편’에서 은지원이 유치한 말을 한 것에 대해 노홍철이 ‘초딩, 초딩’이라 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후 이승기와 은지원이 등장할 때, 자막은 그들을 허당과 은초딩으로 설명하면서 캐릭터는 구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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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구축의 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경쟁구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라면에 우유를 넣어먹는 에피소드’이다. “라면에 우유를 타 먹으면 다음날 붓지 않는다”는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역시 캐릭터에 걸맞는 강호동이었고, 그러자 그의 완력에도 아랑곳없는 은초딩이 “그럴 거면 안 먹고 말지”하고 되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허당 선생이 “라면 다 먹고 우유 먹으면 되잖아요”하고 쐐기를 박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화가 오고갈 때 함께 제시되는 자막이다. 거기에는 ‘막상막하 허당 승기와 은초딩’이라 적히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을 캐릭터들간의 각축장으로 바꿔 놓는다.

상근이와 은초딩의 대결구도는 저 허당과 은초딩의 대결구도와 유사한 양상을 띄면서 상근이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러니 캐릭터 전성시대가 도래한 이유에는 출연자들의 노력 이면에 연출자들의 탁월한 연출력이 전제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무한도전’과 ‘1박2일’같은 ‘캐릭터라이즈드 쇼(Characterized Show)’의 성공한 캐릭터들 뒤에는 김태호 PD나 이명한 PD 같은 제 7, 제 8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박명수보다 더 악마 같은 김태호 PD라는 말이나, 역시 쫀쫀하게 출연진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악명 높은 이명한 PD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부각되어온 것이다. 캐릭터를 세우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스타PD가 탄생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 아닐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진짜 힘은 바로 그 연출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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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cktail & Dream - 상근이가 있는..

    Tracked from 쓸쓸하고 아름답고 격렬하고 황홀한 나의 이야기  삭제

    Cocktail & Dream 바텐더 케인과 카리스 비니를 쓴 케인.. 씨익~~ 칵테일 쇼를 하고 있는 바텐더 카리스 명절이 끝나고 신림동 상근이(?)가 있다는 칵테일바를 찾았다 입구엔 묵직하고 푸짐하게 생긴 녀석이 드러누워 있는데 쌀 한 가마정도의 크기..^^;; 이 녀석이 눈만 꿈벅이지 않았으면 아무도 그를 몰랐을 것이다 그레이트 프레니즈種 인 양순이는 너무 얌전해서 내가 별명을 나무늘보라고 지어주었다 칵테일바 엔 젊은친들로 꽉찼고 화려한 칵테일..

    2008/02/20 20:49

리얼리티쇼에 웃음만큼 필요한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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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무정형, 무개념, 무의미로 정의하는 리얼리티쇼 전성시대. 이 정의는 재미만이 오락 프로그램의 지상과제가 된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리얼리티쇼에서 무정형은 이해가 되지만 무개념과 무의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의 개념과 의미를 갖기 마련이며, 그것을 상실한 재미추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무한도전’이 한 때 인기도가 주춤했던 것은 바로 재미추구에만 몰두하면서 드러난 한없는 무의미, 무개념에 조금씩 지쳐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댄스스포츠 특집’편은 이 무의미와 무개념을 일거에 날려버리면서 다시금 ‘무한도전’의 상승세를 만들었다. 그 이유는 이 특집이 그간 무의미와 무개념으로 보이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맨 얼굴을 드러내면서 이면에 숨겨졌던 진정성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가끔은 마음을 보여주세요
‘무한도전’, 독주 체제에 뛰어든 ‘라인업’과 ‘1박2일’은 처음 기획단계부터 이 부분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인업’이 주창하는 ‘생계 버라이어티’는 그 자체로 개그맨들의 진정성을 담보한다. 프로그램 안에서의 경쟁은 물론 과장된 부분들이 있지만 실제 개그맨들 사이에서의 경쟁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경민이 보여준 뜻밖의 눈물은 실제상황의 진정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리얼리티쇼의 신뢰성을 부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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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라인업’의 생계를 위협하는 장본인은 말 그대로 ‘무한도전’ 자체이기 때문에 ‘라인업’은 초반부, ‘무한도전’에 대한 과도한 경쟁의식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종잡기가 어려웠다. ‘무한도전 따라하기’라는 비아냥이 나온 것은 그 경쟁의식으로 인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무거운 생계와 ‘무한도전식’의 가벼운 재미가 겉돌았기 때문이다.

‘라인업’이 ‘태안봉사활동’을 통해 방향성을 재미보다는 진정성에 맞춘 것은 따라서 적절한 것이라 여겨진다.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이나, 군인들에게서조차 오지로 인식되는 최전방, 그리고 그 자체로 숭고함을 가진 일터로 달려가 말 그대로의 ‘체험 삶의 현장’을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이제 이경규식의 공익적 개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경규의 개그세계는 ‘양심냉장고’와 함께 빛을 발했던 경험이 있다.

때론 따뜻함을 전해주세요
한편 ‘1박2일’은 여행이라는 컨셉트 자체가 의미를 내포한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요즘, 국내 여행지로 달려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네 산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이것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격상 오지로 달려가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지역에 대한 따뜻한 조명의 의미를 갖게 된다. ‘독도편’에서 그 곳을 지키는 분들에게 자장면을 손수 만들어준다거나, ‘가거도편’에서 오지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피자를 만들어주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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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비단 오지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리고 시골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그 따뜻함을 전해주는 ‘1박2일’의 멤버들은 때론 거기서 역시 시골에 계실 자신들의 부모님의 자화상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 멤버들과 어르신들의 공감대는 때론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고, 계층을 아우르며, 세대를 끌어안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때론 그 힘을 의미 있는 곳에 써주세요
최근 들어 ‘무한도전’이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김태호 PD 역시 한 인터뷰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요즘,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 인기도를 타 프로그램과 접목시켜 시너지를 얻으려는 것이지만 그것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무한도전’의 이러한 무한노출이 가져오는 이미지의 과잉소비가 자칫 생명을 단축시키지나 않을까 애청자로서 저어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무한도전’만이 가지는 무한재미의 추구는 피로도를 더 깊게 만든다. 재미란 점점 더 큰 것을 요구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조금 떨어지는 재미에 대해 그만큼 가혹한 평가를 받는 상황을 만든다. 그러니 이제는 ‘무한도전’도 웃음과 재미에 대한 강박을 조금 벗어내도 좋을 것이다. ‘라인업’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내려 하는 것처럼, ‘무한도전’은 ‘도전 지구탐험대’같은 ‘도전하는 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어쨌든 캐릭터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기에, 이제는 무얼 해도 큰 웃음을 끄집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만큼, 그 힘을 조금은 의미 있는 쪽에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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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SBS 라인업 특징 비교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 MBC ‘무한도전’이 그 포문을 열고 나머지 방송사들이 연달아 ‘리얼’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꺼내놓으면서 이제 방송3사는 모두 저마다 색깔을 갖춘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제공하고 있다. MBC의 ‘무한도전’, KBS의 ‘1박2일’, SBS의 ‘라인업’이 그것이다.

도전하는 MBC의 ‘무한도전’

MBC의 방송 성격을 보면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면모들이 드러난다. 이것은 MBC의 사풍과도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MBC는 드라마에서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일단 시도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무한도전’은 바로 그런 도전정신 속에서 나올 수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자체 포맷도 그 도전정신이 그대로 투영된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초반 4%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무한도전’의 도전을 방송사가 감당하지 않았다면, 또한 ‘무한도전’ 스스로 끝없는 변신의 도전을 취하지 않았다면 현 20%에 육박하는 예능의 지존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의 세계는 초반부 얼토당토않은 상황(무리한 도전, 무모한 도전에서 보여준)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출연진들에 걸맞는 리얼한 상황들(패션쇼나 드라마 같은)을 보여주다가 이제는 도전 목표를 조금씩 상향하고 있다. ‘댄스스포츠 특집’편이 큰 웃음과 함께 어떤 감동까지 주는 이유는 이제 ‘무한도전’의 도전이 현실에 더 바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들은 댄스스포츠대회에 실제 참가하기 위해 몇 달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그 몸치들의 도전은 그것이 현실에 기반 한다는 점에서 웃음과 함께 감동을 준다. 지존의 자리는 이처럼 끝없는 도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MBC는 ‘무한도전’을 통해 그 사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건전한 KBS의 ‘1박2일’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최근 ‘1박2일’은 점점 그 팬층을 넓혀가며 주말의 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1박2일’에는 무리하지 않고 보수적이지만 그 안에서 충분한 재미를 끌어내는 저력을 가진 KBS 방송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질 수 있는 도에 지나친 몸 개그나 신변잡기적 요소들은 ‘1박2일’로 들어오면 여행이라는 건전한 코드 속에서 용인된다. ‘1박2일’이 주장하는 야생은 그 야생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우리가 가진 동물적인 본능으로 이해시킨다. 배가 고프고, 춥고, 졸리고 하는 원초적인 상황들이 주는 웃음은 여행의 양면성(낯선 세계에 대한 설렘, 동경과 낯선 세계의 불편함)에서부터 비롯된다.

여행이 주는 장점은 거기서 의미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박2일-독도편’이 보여준 웃음과 감동은 독도라는 오지에서 겪는 출연진들의 불편함과 그 불편함을 감당하며 묵묵히 오지를 지키는 사람들이 교차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출연진들(물론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이 매회 여행을 떠난다는 상황은 출연진들 개개인의 캐릭터를 구축함과 동시에 그들간의 끈끈한 유사가족의 틀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오랜 전통을 가진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을 예능 프로그램화 한 ‘1박2일’은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준다기보다는 익숙한 소재를 재해석하면서 재미를 유발한다.

절박한 SBS의 ‘라인업’

반면 SBS의 ‘라인업’은 절박하다. ‘라인업’은 리얼리티의 요소로서 생계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막장에 몰린 듯한 개그맨들이 대거 출연해 서로 살기 위해 웃기는 마당이 펼쳐진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는 설정이지만 그것이 실제 상황인 경우도 있다. 김경민이 방송 도중 흘린 눈물은 ‘라인업’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의 성격을 정확히 집어낸다. 상황이 리얼한 게 아니고 출연진 자체가 리얼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라인’은 규라인, 용라인처럼 우스운 상황으로 보여지지만, 이것은 실제 개그계의 생존모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라인업’의 절박함은 SBS 예능프로그램의 절박한 심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SBS는 MBC ‘무한도전’이 등장하기 전까지 예능의 지존자리에 있었다. ‘야심만만’과 ‘X맨’은 사실상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근간을 만든 개그맨들을 배출한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개그맨 자체의 캐릭터를 중심에 세운다는 점에서 SBS는 사실상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SBS는 예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끝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처절함은 ‘라인업’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개그맨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도전모드를 갖춘 MBC의 ‘무한도전’, 건전모드를 가진 KBS의 ‘1박2일’, 절박모드를 가진 SBS의 ‘라인업’은 공교롭게도 각각 방송사의 색깔을 그 리얼 버라이어티쇼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상황 속에 개그맨들이 리얼한 애드립을 보여준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성격상 비슷한 구석을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색깔이 유지된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만큼 주말 밤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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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현실감 부여한 리얼 버라이어티쇼, ‘1박2일’

갑갑하고 답답한 도시를 탈출한 연후에 접한 야생 속에서 당신은 진정으로 편안했던가. 인공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야생은 그 자체로 도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그런 점에서 도시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스스로 ‘야생 버라이어티쇼’라 칭하듯 프로그램 속에서 연예인들은 야생의 불편함이 주는 도전을 희화화한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연예인들은 타지에서 밥 한 끼를 챙겨먹는 거나, 하룻밤 잠을 청하는 것 자체도 신선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시청자들은 그 간단한 일상조차 심각한(물론 설정이지만) 도전으로 바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공감과 과장의 문턱을 넘나들며 웃음을 터뜨린다. 물론 ‘1박2일’은 저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캐릭터와 상황코미디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거기에 이 여행이란 컨셉트는 독특한 차별성을 부여한다.

‘무한도전’에 와서 그 형식이 정착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그 안에 캐릭터 개념을 정착시키면서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시트콤과 유사하다.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특정한 상황(도전) 속에 투여되면서 보이는 반응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포스트‘무한도전’을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무한도전’이 그 희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피했던 무게 있는 현실감을 넣기 시작했다. ‘라인업’이 프로그램 속에 개그맨으로서의 생존이라는 극한의 현실적인 도전을 넣었다면 ‘1박2일’은 좀더 부드럽지만 분명한 현실인 여행이란 도전을 넣었다.

마치 부모를 잃은 상황 속에서 개그맨이 웃기기 위해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 사실을 알아버린 관객이 도저히 웃음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쇼가 현실감이 극대화됐을 때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리얼리티쇼가 늘 현실에서 한 발짝 정도 허공에 붕 뜬 도전상황만을 연속적으로 보여줬을 때, 시청자들은 그 비현실감에 캐릭터 쇼가 가진 몰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야생이란 여행 컨셉트는 가장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여행은 그 자체로 현실에서 벗어나서 느끼는 또 다른 현실(야생)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현실에서 벗어나지만 그 역시 현실이라는 부분이 그걸 겪는 캐릭터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그들이 겪는 상황은 비현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존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존재하는 ‘불편함’ 정도라는 것이 리얼리티와 더불어 경쾌함을 부여한다. 게다가 여행 속에는 그 자체로 드라마적인 극적 만남이 동반된다. 그들이 엮어 가는 사연들은 리얼리티쇼의 의외성을 만들어주면서도 드라마적인 훈훈한 감정을 끌어낸다. 강호동이 밥을 얻기 위해 찾아간 어느 시골집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나 잠깐 시골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장면은 ‘1박2일’ 같은 여행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이것은 마치 로드무비가 갖는 낯선 곳에 대한 대리체험욕구를 버라이어티쇼 형식으로 끌어온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영동으로, 통영으로, 전주로, 울릉도-독도로 달려가는 강호동을 포함한 여섯 명의 멤버들은 함께 여행하고픈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매김한다. 또한 그들은 물론 1박2일이지만 그 시간동안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서 형제 내지는 적어도 호형호제하는 선후배와 같은 유사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앞으로 그들이 이 코너 속의 여행을 통해 엮어 가는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관계는 더 끈끈해지고 그 속에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는 더 깊어질 것이란 점에서 ‘1박2일’은 강력한 포스트 ‘무한도전’의 후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리얼리티쇼에 여행 컨셉트가 가진 도전의 현실성, 게다가 훈훈한 감동까지 갖춘 야생 버라이어티쇼, ‘1박2일’이 가진 차별점이자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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