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성과남긴 JTBC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어언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종편이 그 지칭에 걸맞는 방송을 해왔는가 하는 데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종합 편성이라고 하면 뉴스와 드라마, 예능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송을 편성했어야 하지만, 지금의 종편은 일부 예능과 함께 뉴스 보도에만 집중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모체인 언론사들의 방송정도로 종편을 평가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런 종편의 흐름 속에서 그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곳이 바로 JTBC. 다른 종편들과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종편이라는 프레임에 넣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JTBC는 뉴스 보도에서부터 드라마, 예능, 교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성과를 남김으로써 종편을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방송사로 자리 잡았다.

 

JTBC가 가장 빨리 방송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이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른 장르였을 뿐이다. 다른 분야 역시 JTBC는 초반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편성해 제작했던 건 JTBC가 여타의 종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시사와 예능을 덧붙인 <썰전>JTBC 예능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역시 그 연장선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든싱어> 같은 프로그램이 JTBC 예능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마녀사냥>19금 예능의 세계를 열었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며 자리를 잡거나 새로운 예능으로의 변주를 꾀하는 등 다채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켰다.

 

사실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가 큰 데 비해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여타의 종편들이 5년이 지난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하지 못하는 건 선뜻 투자를 한다는 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는 달랐다. <빠담빠담>에서부터 <밀회>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명품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런 투자에 힘입어 이제는 JTBC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신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JTBC가 종편 프레임을 뛰어넘는 데는 지속적인 드라마 편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JTBC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진 건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어 만들어낸 보도, 뉴스, 교양 덕분이다. 여타의 종편들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보수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JTBC균형 있는 보도를 기치로 내걸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지상파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팽목항까지 직접 가서 다뤘던 것은 JTBC 뉴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언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며 지상파 뉴스 보도들까지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단순 보도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는 지금의 뉴스 홍수의 시대에 왜 JTBC <뉴스룸>이 제대로 된 뉴스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는가를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이처럼 JTBC는 지난 5년 간 예능과 드라마와 뉴스 보도까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룸으로써 종편을 뛰어넘어 지상파까지 압도하는 위상을 만들었다. ‘종합 편성이라는 말에 가장 걸 맞는 성과와 진화를 이루었던 것. JTBC에 보내는 대중들의 지지는 지난 5년 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JTBC는 더 이상 종편이 아니다. 그저 JTBC일 뿐.

클라라는 왜 협박에 마녀사냥까지 당했나

 

검찰은 클라라의 손을 들어줬다.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클라라와 그녀의 아버지 이승규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대신 이규태 회장은 오히려 클라라를 협박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수됐다. 이규태 회장은 클라라의 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그녀에게 막말로 너한테 무서운 얘기다만 한 순간에 보내버릴 수 있다”, “불구자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걸 왜 모르느냐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SBS스페셜(사진출처;SBS)'

클라라를 둘러싼 사건들은 이제 그녀의 무죄로 가닥을 잡는 형국이다. 그녀가 주장한대로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대목이 있었다는 것이고, 나아가 그녀는 이규태 회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연예인 지망생과 기획사 사이의 구태에 가까운 갑을관계의 프레임으로 다시 다가오고 있다. 띄워주겠다는 기획사와 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구들을 따라야 하는 연예인 지망생의 갑을관계.

 

그렇다면 이제 시간을 되돌려 그녀가 어째서 협박까지 당하고도 오히려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었는가 하는 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 순간에 보내버릴 수 있다는 이규태 회장의 말은 그의 영향력이 연예계 전반에 걸쳐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진정 그가 말한 대로 한 순간에 보내버릴 수 있는그의 힘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이번 사태가 터졌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그다지 클라라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즉 사안의 진위와 상관없이 그녀의 이미지는 너무 섹시 이미지쪽으로만 편향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대중들에게 그녀는 그렇게 섹시 이미지를 내세워 스타가 되려는 인물로만 보였다. 실제로 그녀는 시구를 한 것 이외에는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연기도 노래도 나아가 예능에서도 그다지 주목할 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이런 상황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은 부메랑처럼 클라라에게 오히려 날아왔다. 대중들은 지금껏 성적 이미지로만 노출된 그녀에게 성적 수치심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언론도 이 대중들의 정서를 상당부분 동조했다. 다른 연예인 지망생과 기획사 사이에 벌어지는 성폭력이나 성추행, 성희롱에 대해서 늘 대중이나 언론이 을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 지망생 편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었다. 이렇게 된 건 그녀의 연예계 입성 전략이 너무 성적 이미지로만 맞춰져 있었던 탓이다.

 

결정적인 한 방은 한 매체의 이규태 회장과 클라라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 공개에서 비롯됐다. 이 매체는 문자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거기에 주석을 달았다. 그러면서 성적 수치심을 주장한 클라라가 오히려 이규태 회장에게 비키니와 란제리를 입은 사진을 보낸 사실을 고스란히 보도했다. 그것은 클라라의 화보촬영에 대한 보고사항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이런 사진을 게재하면서 오히려 성적 매력을 어필한 건 클라라였다고 못을 박았다.

 

이 보도는 클라라에 대한 그나마 남아있던 동정까지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가 되었다. 하지만 사안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SBS스페셜>이 이규태 회장의 방산비리 문제를 다루면서 클라라에게 했던 협박 내용이 육성으로 공개된 것이다. 그 목소리와 내용은 실로 한 사람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클라라가 피해자일 수 있겠다는 심증이 생겨난 건 이규태 회장이 저 보도매체가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하며 어찌 보면 신사적으로 그려낸 이미지에 균열이 생기면서부터였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클라라가 협박도 당했고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 했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일종의 마녀사냥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녀의 연예인 입성 전략이 콘텐츠는 없고 섹시 이미지로만 남아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 섹시 이미지로만 몰아붙여 사생활까지 끄집어내 가십 장사에 일관한 일부 언론매체의 폭로다. 사안은 일단락됐지만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삼포세대에게 멜로보다 강력한 <미생>의 판타지

 

최근 들어 드라마 속 멜로는 왜 그렇게 시들해져버렸을까. 여전히 멜로가 들어가야 시청률을 담보한다는 방송사 드라마 기획자들의 진단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늘 수치로서 분명한 결과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단순한 양적 시청률과는 무관하게 멜로는 외면받기도 한다. 각기 다른 계층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그 계층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적어도 이 시대에는 너무나 공허해진 이야기가 되었다.

 

'미생(사진출처:tvN)'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이미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시대에 통상적인 멜로는 마치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가 되거나, 때로는 전혀 효과가 없는 엉뚱한 처방약처럼 보인다. 그래서 요즘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현실이 아닌 TV 프로그램으로 대리 경험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마녀사냥>이 그렇고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러하며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 예능이 그렇다. 이를 다루는 멜로는 <밀회>처럼 그나마 사회적 의미를 덧붙였을 때만 잠깐 주목되는 어떤 것일 뿐, 이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함만 남았다.

 

<미생>이라는 대박 리메이크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방영되게 된 이유가 멜로를 굳이 넣지 않으려는 윤태호 작가의 의지때문이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다. 윤태호 작가는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멜로가 <미생>이 그리는 세계를 변질시킬 것을 저어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회사라는 살벌한 전쟁터에서의 삶에 멜로의 달콤함을 덧붙인다는 건 어딘지 맞지 않을뿐더러,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생>에는 그래서 멜로가 없다. 장그래(임시완)와 안영이(강소라)의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감정의 공기는 있지만 그건 멜로라고 말하기 어렵다. 선차장(신은정)이라는 워킹맘에서 결혼과 출산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은 멜로가 그리는 결혼과 출산의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비애가 그 인물이 그려내려는 결혼과 출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것은 삼포세대와 동일한 입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축복해주기는커녕 또냐?”고 인상을 찡그리는 게 우리네 직장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 멜로를 대치하는 더 강력한 관계가 <미생>에는 존재한다. 그것은 남녀 관계의 차원을 넘어선 인간관계의 이라고 할만하다. 장그래라는 사회 초년생이 어찌 어찌해 들어와 살게 되는 영업 3팀의 오과장(이성민)과 김대리(김대명)는 직장이라는 조직이 갖는 어쩔 수 없는 갈등들을 보여주면서도 마치 때론 형 같고 때론 삼촌 같은 훈훈한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낸다. 오과장은 이 스펙 없는 장그래라는 청춘을 겉으로는 신뢰하지 못하고 밀어내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한다. 장그래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고 그 사실을 오과장이 알아주는 딱풀에피소드는 두 사람 사이의 밀당처럼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미생>이 직장을 꿈꾸는 이들이나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얻은 것은 회사라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노동(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시스템에 대한 이 작품의 태도 덕분이다. 이 작품은 아예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스템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시스템이 가진 부조리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하지만 영업 3팀이라는 작은 공동체는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작은 저항과 다독임을 통해 이 밥벌이로 치부되는 일터에 그만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건 다름 아닌 그 구성원들이다. 장그래와 오과장, 김대리가 엮어가는 회사생활 관계의 썸들은 그래서 그 어떤 비현실적인 멜로의 썸보다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다. 오과장 같은 상사가 있다면, 장그래 같은 부하직원이 있다면 또 김대리 같은 중간 책임자가 있다면... 이런 상상을 하면서 그들 간에 벌어지는 관계의 성장은 그저 판타지라기보다는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 던지는 작은 대안이 아닐는지. 그런 점에서 장그래와 오과장은 요즘 드라마에서 가장 뜨거운 커플이다.

 

JTBC의 예능 영토 확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이 떴다. <비정상회담>으로 주목받게 된 그들이다. <비정상회담>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한국어 실력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우리나라 사람들 같은 그 한국적 정서로 우리를 놀라게 만든 그들이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들어오니 그 모습은 이제 단지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까지 나타났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사진출처:JTBC)'

인사성 밝은 에네스 카야는 방송 선배인 성동일과 박명수를 찾아 살뜰하게 인사를 하는 사회성 좋은모습을 보여줬다. 또 학생들이 에네스!”를 연호하자 에네스가 니 친구야? 에네스 형이지!”라고 말해 이 사람이 과연 터키 사람이 맞는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쉬는 시간에 책상에 얼굴을 기대고 잠든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은 영락없는 우리네 고등학생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누가 이들을 외국인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들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고등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거기에 흥미로운 지점이 생겨났다. 그것은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네 고교생들의 교육이 이들의 시선에는 낯설고 힘겨운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교육의 문제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투입된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즉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은 <비정상회담>에서 인기를 모은다고 그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에 끼워 넣어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적확하게 프로그램에 어울리고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투입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최근 예능에서 지상파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되는 JTBC가 예능의 영토를 확장해가는 방식이다.

 

JTBC 예능이 성장해온 과정은 한 프로그램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새끼를 쳐 가는 일련의 흐름을 담고 있다. <썰전>에서 주목받은 강용석 변호사가 <유자식 상팔자>를 진행하고, ‘예능심판자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허지웅이 <마녀사냥>에서 빛을 보더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도 출연하는 식이다. <비정상회담>의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새 영역을 넓히는 것처럼.

 

사실 <비정상회담>이 화제가 되면 될수록 제작진들이 고민했던 것은 여기 출연하는 외국인들을 어떻게 계속 끌어안고 갈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즉 이들과는 어떤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지상파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이 들어온 행보를 보면 그 적절한 대안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즉 이미 주목받은 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은 어찌 보면 제 식구 챙기기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그 프로그램에 투입된 이유가 거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인가 아닌가의 문제다. 즉 이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은 그 적절함의 사례가 된다. 아마도 지상파에 비해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JTBC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의 영토 확장은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보인다. 이제는 지상파에서 잘나가던 박명수 같은 연예인마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하고 있는 것처럼 조금씩 JTBC의 예능 영토는 넓어지고 있다.

 

<비정상회담>, 이런 기적 같은 토크쇼가 있나

 

점점 이 외국인들의 매력에 빠져든다. JTBC <비정상회담>에 가나 대표 샘 오취리처럼 이미 예능 프로그램으로 익숙해진 웃기는(?) 외국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차츰 그 옆에 앉아 있는 자못 진중하고 신뢰가 가는 중국 대표 장위안이 눈에 들어오고, 우리나라 사람보다도 더 보수적인 터키 대표 에네스 카야의 까칠함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지적인 미국 대표 타일러 라쉬나, 여성을 예술작품처럼 대한다는 이태리 대표 알베르토 몬디, 또 멋진 영국 신사 제임스 후퍼도 빼놓을 수 없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세계 남자 실체 보고서라는 주제로 나누는 대화는 마치 <마녀사냥>의 글로벌판 같은 흥미로움을 안겨준다. 거기에는 나라는 달라도 남자라는 똑같은 지점이 주는 국가를 초월한 공감대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 간 문화의 차이에 따라 너무나 다른 의견의 충돌이 생겨나기도 한다. 마치 워밍업을 하는 듯 각 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늘어놓고 각국 비정상 대표들이 그 편견에 대한 반박을 하는 과정에서는 솔직한 그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 여자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것에 대해서 여자처럼 행동하는 남자는 여자들이 싫어한다며 진심으로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터키 대표 에네스 카야와 그래도 여자가 원한다면 들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샘 오취리의 설전은 물론이고, 갑자기 벌어진 샘 오취리와 기욤 패트리의 자존심을 건 팔씨름도 흥미롭다. <비정상회담>이 이토록 별거 아닌 이야기와 상황에도 흥미로움을 주는 건 여기 출연하는 외국인들이 예능을 한다기보다는 진짜 진지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한 번 입을 열 때마다 큰 반향을 몰고 오는 장위안의 경우, 중국에 대한 편견을 하나하나 들어보며 어이없어 하다가도 스스로 중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에는 겸허하게 도덕의식의 부족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는다. 자칫 보수적인 이미지가 될 수도 있는 에네스 카야가 괜찮게 다가오는 것도 그가 말하는 대목이 진짜 자신들의 문화이며 생각이라는 걸 솔직하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태리 남자들이 여자를 밝힌다는 말은 발끈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태리 대표 알베르토는 어느 정도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는, 그렇게 남자들이 여자를 좋아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우리나라에 노인 공경이 있듯이 이태리에는 여성 공경(?)’이 있다는 것. 여성을 먼저 배려하고 챙기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결과라는 것이다.

 

사랑 표현에 대해 이야기 하다 갑작스레 제안된 일본 대표 타쿠야의 중국 대표 장위안을 상대로 한 사랑고백 상황극은 이전에 이 토크쇼에서 만들어졌던 일본과 중국의 심상찮은 기류를 떠올려 보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타쿠야의 사랑고백에 장위안이 역사를 들고 나오자 타쿠야가 상황극일 뿐인데 그걸 그렇게 진지하게 받으면 어떡하냐고 장위안을 질책하고, 그 말에 장위안이 미안해하는 모습은 이 토크쇼가 가진 특별한 점을 잘 드러낸다. 국가 간의 다소 껄끄러운 문제들도 <비정상회담>이 추구하는 지극히 비공식적인 토크쇼에서는 충분히 풀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두 사람이 토크쇼가 끝난 후 소주를 기울이는 장면이 살짝 들어간 것은 이 토크쇼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놀라운 건 이들이 이렇게 때론 의견충돌을 일으키고 때론 공통분모를 찾아내고는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외국인들에 대한 생각의 변화다. 물론 요즘은 해외여행이 그만큼 자유로워져서인지 외국인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외국인하면 어딘지 나와는 다른 존재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을 통해 보여지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그런 존재가 아니다. 문화적 차이는 조금 있어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그들은 언제든 우리와 소통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준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백 번 외국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며 함께 공존할 것을 외치는 것보다 이렇게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특정한 화제를 갖고 벌이는 토크의 용광로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지금 여기 출연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서 왠지 정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변화인가.

 

미남들의 수다 <비정상회담>, 연예인 토크보다 낫네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토크쇼 <비정상회담>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2회 만에 2%에 육박하는 시청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참신한 형식이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간에 방영된 SBS <힐링캠프>는 지상파라는 플랫폼 우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4%대까지 추락했다. 항간에는 이제 연예인 신변잡기 토크쇼는 식상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토크쇼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들 말한다. 주중 11시대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던 토크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재석이 이끌던 <놀러와>가 폐지되었고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역시 폐지되었다. 이 양대 스타 MC가 현재 출연하고 있는 <해피투게더><별바라기> 역시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에 있어서도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토크쇼가 고개를 숙인 이유는 물론 토크쇼라는 형식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말을 중심으로 하는 소통은, 요즘의 리얼리티 카메라 시대에 진정성의 면에서나 영상적인 측면에서나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태생적인 한계만이 이유일까. 그렇지 않다. 토크쇼는 최근 생긴 트렌드가 아니고 오랜 세월을 버텨냈던 방송의 고전적인 형식이다. 중요한 건 형식 자체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진화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JTBC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내놓은 일련의 토크쇼들은 토크쇼의 추락이 태생적인 형식의 한계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썰전>, <마녀사냥> 그리고 최근 시작한 <비정상회담>이 그 새로운 토크쇼들이다. <썰전>은 토크쇼의 지평을 정치와 비평 분야로까지 넓혔고, <마녀사냥>19금 연애 토크쇼의 새장을 열었으며 <비정상회담>은 해외 각국의 청년들을 출연시킨 글로벌 토크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최근 시작한 <비정상회담>은 그 형식과 기획면에서 토크쇼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토크쇼가 <비정상회담>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녀들의 수다>가 그런 시도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미녀가 아닌 미남들을 출연시킨 부분은 이 토크쇼의 괜찮은 차별화라고 여겨진다. <미녀들의 수다>가 문화 다양성을 알려주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불편하게 여겨졌던 건 미녀라는 출연자들 구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었다. 때로는 마치 성 상품화하는 듯한 느낌에 논란이 생긴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미남들(?)이 출연하면서 이런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는 사라져버렸다. 또한 이들이 함께 모여 나누는 대화의 주제 역시 훨씬 과감해졌다. 혼전동거를 소재로 심지어 자신들의 동거 경험을 커밍아웃하는 이야기는 <미녀들의 수다>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좀체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이것은 비지상파로서 JTBC가 갖는 플랫폼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소재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마녀사냥>이나 <썰전> 역시 그 형식의 참신함과 도발성은 지상파가 다룰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썰전>의 정치 토크는 그렇다 치고 예능심판자같은 코너는 지상파 3사를 모두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바깥에 있는 종편이나 케이블 같은 방송사들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형식이다. <마녀사냥>19금 토크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지상파에서 시도하려 했다가 불편함만 잔뜩 양산했던 <화신>이나 <매직아이> 파일럿은 그 단적인 사례다. <비정상회담>에서도 새로운 형식 위에 파격적인 토크 주제를 얹을 수 있는 건 그것이 종편이라는 틈새 플랫폼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이 아닌 여러 나라의 외국인청년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예인 토크쇼의 신변잡기에 지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것은 또한 토크쇼의 경제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비정상회담> 같은 토크쇼는 초호화 게스트 섭외에 열을 올릴 필요가 거의 없다. 그만큼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는 얘기다.

 

지상파 토크쇼의 추락. 이것은 어쩌면 지상파가 가진 역설적인 한계인지도 모른다. 한때는 적은 비용으로 그만한 효과를 거둔 효자상품이었던 토크쇼는 이제 종편이나 케이블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뒷북치듯 따라 하기 바쁜 지상파 토크쇼들의 태만 역시 그 이유로 지목된다. 위기의식을 좀 더 느낀다면 지금처럼 여전히 연예인 신변잡기만 늘어놓는 토크쇼를 반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백상 대상, 도드라진 케이블과 종편 콘텐츠

 

50회를 맞은 백상예술대상TV 부문 대상은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전지현에게 돌아갔다. 전반적으로 보면 이번 백상예술대상은 <별그대>JTBC <밀회>에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별그대>는 중국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친 새로운 한류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고, <밀회>는 정성주 작가의 대본과 안판석 감독의 연출 게다가 김희애, 유아인의 호연이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다.

 

사진출처:백상예술대상

흥미로운 건 이번 TV 부문 대상에서 MBC에게 거의 상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작 받은 것이 <기황후>에서 타나실리 역할을 했던 백진희에게 돌아간 여자 신인 연기상이다. 꽤 높은 시청률을 냈던 작품이고, 하지원의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지만 이처럼 상이 인색했던 데는 아무래도 이 작품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역사왜곡이라는 논란의 지점을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칫 이런 작품에 상을 줬다가는 역사왜곡에 손을 들어주는 제스처처럼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S<굿닥터>가 작품상을 받았고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정도전>의 조재현이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것으로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만일 이 두 작품이 없었다면 KBS 역시 드라마 부문에서 이렇다 할 상을 받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이 호평을 받은 건 SBS. SBS는 대상의 전지현 이외에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이보영이 여자 최우수 연기상, <별그대>의 김수현이 남자 인기상, <상속자들>의 박신혜가 여자 인기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올해 SBS<쓰리데이즈><신의 선물 14> 등등 지상파 3사 중 제일 괜찮은 작품들을 쏟아냈다.

 

주목되는 건 예능 작품상으로 tvN<꽃보다 할배>, 남자 예능상으로 <마녀사냥>의 신동엽이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JTBC의 드라마 연출상과 극본상을 받은 <밀회>까지를 생각해보면 케이블과 종편(특히 JTBC)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이것은 분명 작년하고는 다른 흐름이다. 작년에도 여자 최우수 연기상으로 JTBC <아내의 자격>에서 호연을 펼친 김희애가 상을 받고 또 여자 신인 연기상에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가 받았지만, 올해의 시상은 훨씬 더 케이블과 종편 쪽에 더 많은 힘이 실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최근 대중들이 느끼는 트렌드 변화하고도 고스란히 맞물려 있다. 지상파들이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준 반면 케이블과 종편이 점점 그 빈틈을 파고 들어왔다는 점이다. 물론 지상파 중에서도 SBS는 드라마에서 발 빠르게 트렌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KBSMBC는 상대적으로 트렌드 쫓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렇게 된 데는 최근 TV 시청 패턴이 본방에서 모바일이나 IPTV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시청자들은 좀 더 선택적인 시청을 하고 있고 그러한 시청패턴은 콘텐츠에 훨씬 마니아적인 집중도를 요구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케이블과 종편은 이러한 요구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보인다.

 

물론 상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에 투영된 대중들의 정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또 다른 요구로서 읽힐 수 있다.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의 선전은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식상함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요구. 이것이 요즘 대중들이 방송사에 바라는 것일 게다.

예능에 중독된 일중독 사회

SPECIEL 2014.03.29 08:40 Posted by 더키앙

일상이 예능이 된 사회의 디스토피아

 

 

방송의 중심에 교양이나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이 선 지는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감은 방송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이 해오던 사회적 실험이나 관찰은 예능과 만나 이른바 관찰 카메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최근 종영된 <> 같은 프로그램은 교양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예능화된 경우이고, <정글의 법칙>은 교양팀과 예능팀이 합쳐져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 혼자 산다>, <오 마이 베이비>, <백년손님-자기야>, <심장이 뛴다> 등등.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본래는 교양에서 했던 소재나 방식을 예능의 문법으로 껴안아 제작된 것들이다. 이제 예능은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처럼 아마존에 사는 원주민들과의 공감과 교류를 다루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예능의 확장은 드라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어낸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면 그 안에 꽤 <개그콘서트>류의 코미디가 엿보이는 걸 볼 수 있다. 극중 여주인공인 전지현이 하지마-”하고 외치는 장면은 개그우먼 오나미의 유행어를 패러디했다. 이런 코미디 코드들이 능수능란하게 사용될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의 박지은 작가가 한때 예능 작가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능의 드라마 분야로의 확장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을 쓴 이우정 작가는 <12>부터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같은 히트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방송국에서의 예능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 때는 교양PD, 드라마PD 그리고 예능PD 순으로 암묵적인 순위가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PD가 첫 번째로 꼽힌다. PD 지망생들 중에도 예능PD가 되겠다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른바 스타 PD가 과거에는 드라마에서 나왔다면 요즘은 예능에서 주로 배출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 <12>의 나영석PD는 대표적이다. 예능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회가 교양의 시대에서 재미, 놀이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경쟁력인 사회다. 호이징가가 말한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의 출현이다.

 

하지만 예능의 위상이 놀이의 시대를 말해준다고 해도, 사회가 일보다 놀이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일 중독 사회혹은 피로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심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늘 1위다. 일에 대한 강박으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인들은 일도 일이지만 가족들이나 지역사회 같은 타 집단들과의 교류가 끊겨버리는 문제를 겪는다. 심지어 주말에 집에 있어도 대화와 교류가 없던 가족들이 투명인간 취급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다, 관계도 소원해진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건 다름 아닌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바빠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빠들은 <아빠 어디가>를 보며 위안을 받고, 변변한 여행 한 번 가기 힘든 이들은 <12>을 보며 대리 충족을 받는다. 현실 여건이 맞지 않아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세상에 혼자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다. 좀체 새로운 도전을 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이들이 <무한도전>을 보고, 제대로 된 교제 경험이 별로 없는 이들은 <>이나 <마녀사냥>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이성의 심리를 읽어보려 애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은 그나마 이런 현대인들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예능에 푹 빠진 사회가 보여주는 일중독 사회의 디스토피아는 우리 사회의 어둠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신동엽의 게이 연예인 언급이 돌 맞을 일인가

 

저는 심지어 연예인 중에서 어떤 여자가 결혼을 해요. 그런데 이 남자 게이에요. 근데 이 여자는 자기가 결혼할 남자가 게이라는 걸 몰라요. 게이 중에서 결혼한 남자들 굉장히 많거든요. 애도 낳고... 근데 이거를 얘기를 해줘야 되는 건지...”

 

'마녀사냥(사진출처:JTBC)'

<마녀사냥>그린라이트를 꺼줘라는 코너에서 신동엽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연예인이야기를 꺼냈다. 이 내용은 한 매체에 의해 신동엽 게이 숨기고 결혼한 연예인 홍석천과 나만 안다”’는 제목으로 기사화 됐다. 기사 제목도 그렇고 이 기사의 내용만을 들여다보면 마치 신동엽이 게이 연예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의도적으로 꺼내놓은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한편 기사의 말미에 쓰여진 신동엽은 해당 남자 연예인 성 정체성에 관해 홍석천과 나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은 오보다. 방송에는 아예 그런 내용 자체가 들어 있지 않다. “홍석천과 나만 알고 있다는 멘트는 홍석천씨랑 저만 (그린라이트를) 안 껐네요.”라는 말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오보를 적시하고 그걸 제목으로 뽑아내자 기사는 마치 신동엽이 자극적인 멘트를 하기 위해 영리한 방식으로 폭로를 한 듯한 인상을 만들었다.

 

예상대로 기사 밑에 달려진 댓글들은 온통 신동엽에 대한 비난과 욕으로 가득 채워졌다. 댓글 속에는 신동엽이 이 멘트를 한 후 (아버지가 게이임을 밝혔던) 샘 해밍턴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는 전혀 방송 내용과 다른 글들도 덧보태졌다. 비난이 전혀 다른 사실들을 더하면서 심지어는 신동엽 자신이 그 연예인이 아니냐는 비상식적인 말까지 덧붙여졌다.

 

늘상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마녀사냥>에서 신동엽이 게이 연예인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것을 폭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이 날 선배가 밝힌 남자친구의 외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내용의 사연 때문이다. 즉 후배의 남자친구가 외도를 한 사실을 알고 있는 중간입장에서 이걸 밝히는 게 옳은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꺼내놓았던 것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오로지 게이 연예인이야기 폭로에만 초점이 맞춰진 기사는 앞뒤의 맥락을 뚝 잘라버림으로써 전혀 다른 뉘앙스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게다가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게이 이야기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기사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즉 거기에 홍석천이 이른바 게이 대표로 버젓이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신동엽이 게이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홍석천이 거기 앉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녀사냥>이 다루는 성담론의 수위는 높다. 그래서 19금 딱지를 붙인 것이고 성인들을 위한 솔직한 남녀 간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기도 하다. 게이 이야기 또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날 게이 연예인 언급을 하면서 신동엽이 굳이 덧붙인 멘트 역시 성 소수자에 대한 그의 배려가 묻어난다. “그런데 그런 게 힘들죠. 진짜 그런 상황이 되면은... 게이분들의 장점이 굉장히 많거든요. 굉장히 따뜻하고 섬세하고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닌가.”

 

물론 이 성에 있어 개방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와 취향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오보에 앞뒤 맥락을 끊고 자극적인 부분만을 끄집어내 이상한 뉘앙스를 덧붙인 기사는, 물론 그 기사 내용이 방송 내용을 그대로 붙인 것이라고 하더라고 그 편집 때문에 전혀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다. 이제 사실왜곡만이 오보인 시대가 아니다. 사실을 달리 편집하면 오보가 되는 시대라는 얘기다.

 

물론 오보는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인터넷에 뜨는 기사들을 보면 이것이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올해의 영화상에서 이정재와 송강호의 인사를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 논란이 만들어지고 결국은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은 단적인 사례다.

 

의도인지 실수인지 알 수 없으나 그 결과와 파장은 적지 않다. 그리고 이것은 마녀사냥이 대단한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소소해 보이는(사실은 소소하지 않은) 사안들에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흥미롭게도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마녀사냥>이다. 물론 여기서 마녀란 마녀사냥의 마녀를 뒤집는 이야기다. 당당해진 마녀의 이야기랄까. 그러니 <마녀사냥>이 당하는 마녀사냥은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크레용팝의 일베, 표절 논란, 과연 마녀사냥일까

 

시쳇말로 ‘진격의’ 크레용팝이 요즘은 논란의 크레용팝이 된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그것이 순전히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베 논란은 이미 있었지만 크레용팝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면서 그 논란도 점점 거인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의 걸 그룹 모모이로클로버Z를 거의 복사수준으로 표절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크레용팝(사진출처:크롬엔터테인먼트)'

항간에는 연일 계속 터지고 있는 크레용팝 논란을 마녀사냥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 보긴 어렵다. 마녀사냥이라면 전혀 근거 없는 이유를 갖다 붙여 집단으로 낙인을 찍는 것이지만,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이나 표절 논란이 전혀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여러 차례 일베 용어를 사용한 정도가 아니라 일베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점이 SNS 내용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표절 논란 역시 헬멧을 쓰고 트레이닝복을 입는 점이 같다는 그런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캐릭터 코스프레 코믹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점은 이 논란이 아주 근거 없다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물론 표절 논란까지 불거진 것은 일베 논란에서부터 비롯된 대중들과의 소통의 실패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생겨난 결과일 수 있다. 복제가 일상화된 시대에 표절은 이제 진실의 문제라기보다는 호불호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녀사냥’이라는 말은 이미 크레용팝 소속사 사장이 해명 글에서 먼저 사용한 말이다. 그는 ‘저희가 그냥 미우셔서 마녀사냥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썼다. 그 해명 글의 핵심적인 내용은 자신들이 영세한 기획사이고 그러다 보니 일베 뿐만 아니라 대다수 유명 커뮤니티에 가입해 ‘정보습득’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에 굳이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왜 사용했는지 의문이다. 이 말에는 자신들은 피해자일 뿐이고 대중들이 마녀사냥 하는 가해자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해명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일베 논란이 거세지자 크레용팝의 멤버인 웨이가 트위터에 해명의 글을 남기며 사용한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표현도 적절했다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특정인들을 지칭해서 사용한 말일 수 있지만, 보편적인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으로서 이런 식의 해명은 잘못된 일이다. 비판도 관심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면 비판하는 이들을 모두 돼지로 몰아세우는 표현을 쓸 수 있었을까.

 

일베 논란과 표절 논란을 떼어 놓고 크레용팝이라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걸 그룹 스타일과 그들이 내놓은 ‘빠빠빠’라는 곡만을 놓고 보면, 그것이 콘텐츠적으로는 꽤 괜찮은 도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껏 우리가 봐 왔던 천편일률적인 걸 그룹의 콘셉트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 들으면 좀체 잊혀지지 않는 ‘빠빠빠’라는 곡이 음악적으로 거둔 성과도 분명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시대에 콘텐츠보다 더 중요해진 것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제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대중과 소통되지 않아 비호감이 되어버리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이 아닌가. 한때 잘 나갔지만 소통에 실패해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티아라가 그렇고, 최근에는 비가 그렇다. 크레용팝이 지금 같은 소통방식을 계속 구사한다면 자칫 콘텐츠와 상관없이 논란만 무성한 걸 그룹으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논란들을 먼저 ‘마녀사냥’이라고 단정 짓는 순간부터 소통은 요원해진다. 그것은 연예인과 팬으로 엮어져야할 관계가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획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이제 걸 그룹의 활동도 진보와 보수 같은 이념적인 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활동들을 보이는 일베를 진정한 보수라고 보기는 어렵다(이건 보수쪽에서도 발끈할 일이 아닌가!). 즉 이것은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갖고 마녀사냥이니 이념의 문제니 거창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그저 상식의 문제다. 노골적인 성희롱과 고인에게 침을 뱉는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는 비상식적인 공간과 연루되어 있으니 대중들로서는 당연히 싫을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나. 물론 무명의 영세한 기획사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초반에 무리한 홍보 마케팅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입장에서는 잡음이 생길 자그마한 대중들의 정서까지도 배려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콘텐츠에 실패하면 또 다른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 하지만 소통에 실패하면 모든 걸 잃게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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