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권선징악 <마녀>, 고구마 현실이 한몫 했다

우리는 이미 KBS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가에 대해 대부분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결국 마이듬(정려원)은 잃어버렸던 엄마를 찾았고,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던 조갑수(전광렬)는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마이듬과 함께 여러 사건들을 수사해온 여진욱(윤현민)과의 로맨스까지. 이런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은 이 드라마가 초반에 깔아놓은 문제들로 인해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의외의 반전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흔히들 법정드라마가 가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반전을 꼽지만 <마녀의 법정>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반전을 주기보다는 예상했던 대로의 권선징악을 그렸다. 그러니 이야기만으로 보면 조금은 밋밋했을 드라마다. 이미 다 알고 있고 또 그러하기를 기대했던 것들을 드라마가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

하지만 이런 반전 없는 사이다의 법정극이 반전의 성공을 기록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월화드라마의 경쟁 속에서 최약체로 지목됐었고, 실제로도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마녀의 법정>이었지만 그 끝은 최고 시청률에 호평 가득한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반전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걸까.

이렇게 된 건 아무래도 경쟁작들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SBS <사랑의 온도>가 지지부진한 사랑과 이별 공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MBC <20세기 소년소녀>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된 건 이 두 드라마가 지나치게 사적인 멜로의 늪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의제들을 드라마 속으로 가져온 <마녀의 법정>은 더 도드라질 수 있었다. 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요즘, 성폭력과 성희롱, 성추행 같은 성범죄 사건들을 소재로 가져온 <마녀의 법정>은 다소 그 결말은 권선징악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자체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분명했다. 

일상으로 침투해 있는 성폭력의 문제들을 콕콕 짚어 법정으로 끌고 나온 이 드라마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정서를 잡아 끌 수 있었다.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아니 어디서든 벌어지는 문제들이지만 단죄되지 않고 넘어가던 성범죄의 사례들이 어떤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또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오히려 2차 피해를 입는 일들을 이 드라마는 제대로 건드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이토록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답답한 현실을 드라마로나마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마이듬 같은 사이다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승소만을 바라보며 피해자의 입장조차 생각하지 않던 이 캐릭터가 차츰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흐뭇한 일이 되었다. 

반전 없는 명쾌한 권선징악. 적어도 성범죄에 있어서만큼 어쩌면 시청자들은 이런 단순 명쾌함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성범죄를 다루는 법정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녀’가 되어야 한다는 그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마녀의 법정>은 어떤 지향점만은 분명히 전해줬다고 여겨진다. 성 범죄로 더 이상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 세상과 나아가 성 평등한 세상에 대한 희망.(사진:KBS)

신고

‘마녀의 법정’의 사회적 의제 vs ‘사랑의 온도’의 사적 멜로

사실 액면으로만 봤을 때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토록 차갑게 식어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따뜻한 말 한 마디>, <상류사회>, <닥터스> 같은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하명희 작가의 작품이고, 작년 <또 오해영>에 이어 <낭만닥터 김사부>로 스타덤에 오른 서현진과 신인배우답지 않게 급성장하고 있는 양세종이 출연한 작품이다. 

'마녀의 법정(사진출처:KBS)'

실제로 이 드라마는 초반 괜찮은 반응을 이끌었다.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고 드라마의 색깔에 맞게 따뜻한 연출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서현진, 양세종, 김재욱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그 인물의 섬세한 심리변화를 제대로 표현해줘 잔잔하면서도 결코 약하지 않은 극적인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해줬다. 

반면 KBS <마녀의 법정>은 방송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기대감을 주는 작품은 아니었다. 정도윤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낯설었고, 물론 전광렬이나 김여진의 출연이 드라마에 무게감을 주었지만 주인공들인 정려원이나 윤현민은 <사랑의 온도>와 비교해보면 그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배우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첫 회에 6.6%(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이 나온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첫 회에 좋은 인상을 남긴 <마녀의 법정>은 2회에 9.5%의 시청률로 반등했고 4회만에 최고 시청률 12.3%를 찍었다. 그리고 줄곧 월화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사랑의 온도>의 추락과 <마녀의 법정>의 상승곡선은 시청자들의 이동을 명확히 보여준다. MBC <20세기 소년소녀>는 논외의 작품이 되었다. 줄곧 2%대의 시청률로 역대 최하의 기록을 세우며 시청자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진 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희비쌍곡선이 말해주는 건 뭘까. <마녀의 법정>이 던지고 있는 사회적 의제가 <사랑의 온도>가 자꾸만 빠져 들어가는 사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압도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드라마가 가진 세련미는 <사랑의 온도>가 훨씬 나은 면이 있지만, 소재나 이야기만을 두고 보면 <마녀의 법정>이 다루는 사건들이 훨씬 더 다채롭다. 

<마녀의 법정>은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은 물론이고,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반인 동영상 유출사건, 아동 성폭행 사건 그리고 성폭력 살인사건까지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들을 다루고 있다. 성 평등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요즘, <마녀의 법정>의 이야기들은 그 소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마이듬(정려원)과 여진욱(윤현민)이라는 통상적인 남녀 캐릭터의 선입견을 깨는 검사들이 사건을 해결해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성 역할을 뒤집어보는 묘미를 선사한다. 승소하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이듬과 오히려 피해자의 입장을 깊이 공감하며 사건 해결만이 아니라 그 아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진욱의 합은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의 결합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다시금 보게 되는 건 마이듬을 연기하는 정려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저력이다. 꽤 오래도록 여러 작품을 연기해온 그 공력이 이제는 훨씬 자연스럽게 그의 연기에서 묻어나오고 있다. 냉철하면서도 때론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마이듬이라는 캐릭터를 정려원은 충분히 공감하게 연기해 보여준다. 

반면 ‘사랑의 온도차’를 보여주겠다던 애초의 의도에서 점점 치정으로 치닫고, 결국 부모와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쳐 흔들리는 <사랑의 온도>의 인물들은 너무 뻔한 구도 앞에서 그 연기조차 퇴색된 모양새다. 좋은 연기는 좋은 캐릭터에서 나오고, 좋은 캐릭터는 좋은 이야기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사랑의 온도>는 그 이야기가 너무 뻔하다. 물론 섬세한 심리묘사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먼저 다채롭고 신선한 이야기가 담보됐을 때 이야기다. 

결국 <마녀의 법정>이 <사랑의 온도>를 압도한 건 그 다양한 사건들이 현실적인 사회적 의제를 건드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사랑의 온도>가 가진 그 사적인 멜로는 갈수록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멜로라고 해도 그것이 함의하는 사회적 관계의 문제들을 ‘온도’라는 시점으로 풀어냈다면 조금 낫지 않았을까. 시청자들은 이제 지극히 사적인 사랑이야기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싶은 것이다.

신고

멜로가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 좋을까 나쁠까

멜로가 무슨 죄가 있을까. 어떤 멜로는 호평을 받고 어떤 멜로는 비판을 받는다. 이를테면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같은 로맨틱 코미디는 그 반응이 꽤 좋다. 하지만 초반 좋은 반응을 얻었던 SBS <사랑의 온도>는 조금씩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시청률이 3.8%(닐슨 코리아)까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사랑의 온도>는 7% 대까지 추락했다.

'마녀의 법정(사진출처:KBS)'

이런 사정은 수목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MBC <병원선>은 초반 그 소재적인 특별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삼각 멜로가 이어지면서 의학드라마가 갖는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지고 평이한 멜로드라마가 되고 있다는 실망감이 이어졌다. 시청률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재찬(이종석)과 홍주(배수지)의 멜로가 점점 부각되고 있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건 멜로가 그저 우리가 봐왔던 평이한 드라마 문법과는 사뭇 다른 신선함이 있어서다. 예지몽을 통해 서로에게 닥치는 위기를 감지하는 두 사람은 그걸 뛰어넘으며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어간다. 또한 그렇게 가깝게 된 관계는 위기상황에 대한 몰입을 높이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즉 같은 멜로를 장르적 소재로 차용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새로운가 아닌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다. 또한 멜로가 그저 사적인 멜로의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멜로를 통해 담고 있는 결혼 포기 세대의 현실 정서가 그렇다. 

한때 드라마에 멜로는 어떤 장르든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틀도 깨지고 있다. 그저 그런 멜로를 그리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고 시청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걸 지표로 드러내주는 드라마들도 꽤 많아졌다. KBS <마녀의 법정>이 애초에 지상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던 <사랑의 온도>를 앞지른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마녀의 법정>은 물론 멜로코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성추행이나 성폭력 같은 사건들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거의 드라마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 역시 멜로 없이도 상승세를 타는 드라마다. 갑질과 불륜 그리고 폭력 같은 문제들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모여 세상에 대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멜로보다는 그래서 ‘동지의식’이 더 강조되었다. 때론 복수 그 자체보다 복수자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이 더 눈에 띨 정도다. 

KBS <매드독>도 보험사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멜로 없이 팽팽한 대결구도로 이어가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시청률은 낮은 편이지만 최강우(유지태)와 김민준(우도환)의 과거부터 얽힌 악연이 궁금증을 자아내며 현재의 사건들에 대한 몰입을 높여주고 있다. 

통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멜로는 잘 쓰면 자극제가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흔히 말하는 ‘기승전멜로’라는 표현 속에는 잘 나가던 장르물에 멜로가 갑작스럽게 들어와 잘 어우러지지 않을 때 나오는 불만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멜로의 구도 속으로 끌어들이는 다소 풍자적이고 블랙코미디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경우는 잘만 풀어내면 오히려 좋은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멜로 코드는 거꾸로 잘 되는 드라마와 잘 되지 않는 드라마를 판별해내는 리트머스지가 되기도 한다. 

그리려면 새롭게 잘 그려내던가 아니면 아예 그리질 말던가. 지금이 시청자들이 그토록 많은 멜로들을 접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정서다.

신고

작심하고 나선 tvN, 방송사 드라마 전쟁 혼전 속으로

한때 드라마 대전은 지상파 3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KBS, MBC, SBS가 그 주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 주 이 공고했던 3파전은 4파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tvN이 본격적으로 월화수목 주중 드라마 전쟁에 들어섰고, JTBC가 금토드라마에, OCN이 주말드라마에 포진하면서 방송사 간의 드라마 전쟁은 혼전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사진출처:tvN)'

JTBC와 OCN이야 본래 그 편성 시간대의 드라마 방영을 해온 것이니 큰 변화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 변화를 만든 건 tvN이다. 지상파 주중 드라마가 밤 10시에 시작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tvN은 이보다 30분 앞당긴 9시 30분이라는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 한 주 간의 결과는 어땠을까. 

tvN이 월화 시간대에 세운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2.6%(닐슨 코리아)의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아직까지 월화 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SBS <사랑의 온도 (10.3%)>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그래도 지상파 드라마 중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MBC <20세기 소년소녀(4.2%)>에는 근접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건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그 반응에 있어서는 이미 <20세기 소년소녀>를 압도하고 있다고 보인다. 케이블에서의 2%와 지상파에서의 4%는 그 의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톡톡 튀는 로맨틱 코미디에 홈리스와 하우스푸어라는 청춘들의 현실을 담은 단짠드라마로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그래서 향후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tvN이 수목에 세운 <부암동 복수자들>은 단 1주일 만에 더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수목이라는 시간대에 처음으로 들어온 것치고는 4.6%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한 것. 이는 수목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KBS <매드독(4.8%)>에 근접한 수치다. 이 드라마 역시 세 여성들의 복수를 매개로한 워맨스가 주목되는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주말드라마로서 들어온 <변혁의 사랑>도 2.6%로 시작해 2회 만에 3.6%를 기록하며 예사롭지 않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그 안에 프리터족 같은 청춘의 단상을 현실적인 밑그림으로 깔아놓은 것이 주효했다. 편안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이야기의 균형이 좋은 반응을 만들어낸 요인이다. 

tvN이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으로 거의 융단폭격을 하면서 방송가는 일주일 내내 드라마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 시청자들로서는 그만큼 선택권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게다. 과거 지상파 드라마들만의 경쟁 속에서 늘 나오던 어떤 패턴화된 드라마들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이라면 장르적 속성을 강화시키고 때론 영화적인 문법을 가져온 tvN표 드라마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변화는 지상파 드라마에도 괜찮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 달라진 드라마의 양상을 보여주는 지상파 드라마들로 <사랑의 온도>, <마녀의 법정>, <당신이 잠든 사이에>, <매드독> 등이 방영되고 있고, 여기에 JTBC <더 패키지>나 OCN <블랙> 같은 새로운 시도들도 주목되고 있다. 

너무 고착화된 지상파 드라마 3파전의 양상 속에서 시청자들은 분명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야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지만 tvN이 내놓은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은 단 한 주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들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변화가 향후 우리네 드라마 전체에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신고

‘마녀의 법정’, 사이다 정려원과 반가운 김여진의 등장만으로도

“내가 부장님을 흥하겐 못해도 망하겐 할 수 있죠. 어차피 나도 못 들어가는 특수부 부장님도 못 들어가야 공평하지 않겠어요?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며)웁스 쏘리. 죄송한 김에 야자타임도 잠깐 하겠습니다. 야 오수철. 만지지 좀 마. 너 왜 내가 회식 때 맨날 노래만 하는 줄 알아? 니 옆에 앉기만 하면 만지잖아. 그리고 굳이 중요한 일도 아니면서 굳이 귓속말 하면서 귀에 바람 좀 넣지마. 무슨 풍선 부니? 아 맞다. 너 처음에 회식할 때 내 얼굴 뽀뽀하면서 딸 같아서 그랬다고? 어우 이걸 친족 간 성추행으로 확 그냥.”

'마녀의 법정(사진출처:KBS)'

일상화 되어 있는 성추행과 성폭력. KBS 새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첫 회에 꺼내놓은 화두는 그 시작부터 강렬하다. 성추행과 성폭력을 막고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에게 단죄를 해야 할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라니. 회식 자리에서 찾아온 기자의 다리를 주무르고 어깨에 손을 얹고 피해서 나온 그 기자를 쫓아가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부장 검사. 자신도 그런 일상적 성추행을 당해왔지만 상사이기 때문에 덮고 넘어가려 했던 마이듬(정려원)은 그렇게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분명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실감하곤 그간 억눌렀던 공분을 터트린다. 

결국 이 일로 마이듬이 좌천된 부서가 예사롭지 않다. 검찰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부서인 여성아동범죄 전담부서인 것. 거기서 그가 만나게 되는 여진욱(윤현민) 검사는 소아정신과 출신으로 타자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남다른 공감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 역시 부장검사의 성추행 사건에 피해자 쪽을 대변하다 이 부서로 오게 되었고, 그 부서를 직접 만든 인물은 민지숙(김여진) 부장검사로 마이듬의 엄마가 과거 성고문 사건을 폭로하려던 그 검사다. 

<마녀의 법정>이 첫 회의 포진만으로도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해졌다. 그것은 여성과 아동 관련 범죄를 본격적으로 세우는 법정드라마다. 부장 검사마저도 그게 범죄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 일상화된 폭력. 그래서 더더욱 잘 보이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그 어떤 범죄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건들을 이 드라마는 정조준하고 있다. 

많은 법정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검사는 최근 드라마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일 게다. 이 모든 것이 적폐청산에 대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정 드라마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이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는 범죄들이다. 심지어 그것이 범죄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던 사건들. 

이런 점은 <마녀의 법정>이 그 어떤 사이코패스가 등장해 연쇄살인을 벌이는 드라마들보다 더 강렬한 이유다. 그런 사건들보다 더 빈번하게 일상 속에, 통상적인 관례라는 이름으로 혹은 그것이 당연한 사회생활이라고 치부되며 남모르는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던 사건들이기에 더 피부에 와 닿는 것. <마녀의 법정>은 그래서 마이듬과 여진욱이라는(이 두 성의 조합이 마녀다) 남다른 검사들이 마녀처럼 사회의 악과 싸우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사이다 검사로서의 면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정려원도 반갑지만,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한동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김여진이 돌아왔다는 건 더더욱 반갑다. 게다가 이들이 KBS 새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 또한 반갑다. 그토록 많은 성폭력이나 성추행, 아동학대 같은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 많았음에도 어째서 이제야 이를 정면에서 다루는 드라마가 나왔는지 그게 의아할 지경이다. 물론 드라마가 비뚤어진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것이 범죄인가는 확연히 보여줄 거라는 점에서 <마녀의 법정>에 거는 시청자들의 기대는 적지 않다.

신고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183)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3973)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7/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880,845
  • 588589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