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예능은 안된다? <삼시세끼>가 다른 까닭

 

농사과 예능의 만남은 <삼시세끼>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KBS <청춘불패>가 아이돌들과 함께 농촌으로가 정착형 예능을 보여준 바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것은 농사가 생각과 달리 쉽지 않고 또 그렇게 노동이 많이 투여되는 만큼 방송으로서 그림이 많이 나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하지만 그래도 농사라는 소재를 예능은 끊임없이 건드렸다. MBC <무한도전>이 벼농사 미션을 무려 1년간 해 뭥미를 기부하기도 했지만 역시 예능의 한 미션에 1년을 투여한다는 건 무리한 감이 있었고, KBS <인간의 조건-도시농부> 역시 도시의 옥상에서 농사를 짓는 시도를 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삼시세끼> 고창편이 본격적인 벼농사를 시도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이러한 많은 시도들과 그 어려움이 먼저 떠오르는 건 그래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삼시세끼> 고창편은 차승원이 말하듯 만재도에 비해 몇 배는 힘들다는 것이 느껴졌다. 만재도에서야 할 수 있는 게 물고기를 잡거나 홍합 같은 걸 채취해 먹는 것이니 생각보다 노동이 세지는 않았을 게다. 하지만 <삼시세끼> 고창편이 살짝 보여준 모내기는 이 벼농사가 만만찮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삼시세끼>가 첫 회에 10% 시청률을 훌쩍 넘겨버림으로써 농사 예능이라는 미션을 하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그 부담감을 없애버린 점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과 제작진의 힘이다. 뭐든 척척 멋지게 요리를 해내는 차승원이 있고, 그를 그림자처럼 보조해주는 손호준과 새내기 남주혁이 새로운 케미를 만들어가는 와중에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선뜻 합류해준 유해진으로 분위기는 훨씬 화기애애해졌다.

 

특히 차승원과 유해진의 이른바 아재 파탈<삼시세끼> 고창편이 다소 힘겨운 벼농사 미션을 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콤비답게 툭툭 건네는 아재 개그는 잘 웃지 않던 남주혁마저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차승원을 까마득한선배라 칭하더니, 손호준을 마득한선배, 자신을 득한선배라고 말하는 식의 유해진의 농담은 조금은 긴장하고 있는 남주혁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프로그램을 조금은 자유롭게 내버려두고 실제로 느끼는 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제작진의 접근방식도 이번 <삼시세끼>에 대한 몰입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육체적으로 피곤하면 낮잠 한 잠 자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는 걸 제작진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자는 모습 또한 그대로 내버려두고 방송에 내보낸다. 모내기를 할 때는 그만큼의 힘겨운 노동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이 저녁 때의 삼겹살 파티가 주는 즐거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 그것이 바로 노동이 주는 힘겨움과 즐거움이 아닐까. 농사는 힘들지만 그렇게 하루의 피곤을 맛난 저녁으로 풀어내는 것.

 

그러다 보면 <삼시세끼>가 이번 고창편에서 궁극적으로 그리고 싶어 하는 그 그림, 바로 한 끼의 밥을 위해 농부들이 하는 그 숭고한 노동이 주는 그 감동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와 햇볕과 그리고 농부의 노동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작품, 그것이 삼시세끼 우리가 먹는 그 밥의 행복이 아닌가.

 

무엇보다 이런 어려운 미션을 즐겁게 풀어가는 아재 파탈, 차승원과 유해진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힘들어도 농담 하나를 툭툭 던져 그걸 웃음으로 풀어내고, 소박한 저녁 한 끼로 하루를 보상받게 해주는 그런 능력은 다름 아닌 이 놀라운 아재들의 삶의 경륜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그들이 있어 그 어렵다는 농사 예능도 즐거워질 수 있으니.

유해진의 사람냄새, <삼시세끼>의 정서

 

tvN <삼시세끼> ‘고창편에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반색했다. 사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새롭게 남주혁이 합류했지만 영화 스케줄 때문에 유해진의 참여여부가 미정이라는 소식은 아쉬움을 넘어서 <삼시세끼> ‘고창편에 대한 불안감까지도 갖게 만들었다. 역시 완전체는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조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스케줄을 조정해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불안감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토록 대중들의 환호를 이끈 것일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사실 만재도에서 찍은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화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는 차승원이다. 이른바 차줌마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차승원은 뭐든 척척 요리를 해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삼시세끼> 어촌편이 섬이라는 공간에 붙박여 있으면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을 즐겁게 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차승원과는 사뭇 다른 정서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유해진이다. 물론 하루의 저녁거리를 위해 물고기를 잡으려는 그 갈증이 분명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유해진에게서 남은 인상은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채 헛헛한 발걸음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 주던 쓸쓸함같은 것이다.

 

아무런 소득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괜스레 웃어 보이고 허세를 떨기도 하지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서민들의 퇴근길 정서다. 쥐꼬리 만 한 월급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살다가 돌아오는 가장의 발길. 가족들의 저녁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애써 가장으로서 웃어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모습 같은 것들이 유해진에게서 전해지는 짠한 정서였다. 물론 그러다 어느 날 물고기 횡재를 얻어 어깨가 들썩들썩하는 모습도 정겨웠지만.

 

차승원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나서 어스름해지는 시각, 술 한 잔의 힘을 빌어 이런 저런 살아왔던 이야기를 건네는 유해진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그것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찍는다기보다는 그저 오래도록 함께 해온 동료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 여행에서 진솔한 마음을 털어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유해진의 이러한 힘을 쭉 뺀 자연스러운 모습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는 특유의 공기 같은 걸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옛날식 라디오를 찾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신청한 노래를 들으며 흥겨워하는 모습. 이만한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그것은 서민들 누구나 퇴근 후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차승원이 <삼시세끼>를 지루할 틈 없이 음식의 향연으로 채워준다면, 유해진은 그 음식을 놓고 갖는 저녁 시간의 사람 냄새 가득한 정서를 채워준다. 입도 즐겁고 속도 든든하지만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건 다름 아닌 유해진의 이런 사람 냄새 덕분이다. 그의 합류에 팬들이 환호하는 건 그래서다.

<삼시세끼>의 자연, 사람, 음식이 남긴 것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 지...” <응답하라1988>에 흘러나오는 동물원의 혜화동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2가 종영했다. 종영에 즈음해 생각해보면 <삼시세끼>가 하려던 이야기는 그 가사의 한 구절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참 많은 것들이 <삼시세끼>를 통해 환기되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만재도는 이제 너무나 친숙한 섬이 되었다. 그 누가 열 시간 넘게 달려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외로운 섬이라고 하겠는가. <삼시세끼> 어촌편이 두 차례의 시즌으로 펼쳐놓은 만재도의 구석구석들.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이던 세끼 집과 주인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아 보이는 만재슈퍼,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지던 수평선들, 늦여름에 물장구 치고 놀던 바다, 참바다 유해진이 낚시를 하던 포인트들과 잔뜩 기대하게 만들던 통발 놓던 포인트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곳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가족 같은 사람들. 도시에서 눈 돌려봐야 건물에 막히고 마는 우리의 시야가 잊고 있던 그 자연의 구석구석을 <삼시세끼>는 우리에게 돌려주었다.

 

그 곳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니 더욱 좋을 수밖에. <삼시세끼>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투덜대고 어딘지 결벽증이 있어 보이지만 만드는 음식 속에 그 사람의 정이 듬뿍 느껴지는 차중마 차승원, 물고기를 잡지 못한 날이면 한껏 의기소침해지고 그러다 물고기를 잡은 날은 한껏 허세를 부리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참바다 유해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마치 자식처럼 동생처럼 끈끈함을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막내 손호준.

 

그 곳을 찾은 박형식, 이진욱, 윤계상은 손님이라기보다는 머슴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그들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을 것이다. 손님이 아니라 한 가족 같은 느낌을 주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은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진정한 식구의 훈훈함을 보여주었다.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만재도의 자연과 사람과 음식은 그렇게 우리가 잊고 살아가던 것들의 가치를 되새겨 주었다.

 

도시에 다시 모여 결국은 잡지 못한 참돔과 돌돔을 먹으며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만재도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부터 묻어나 있었다. 유해진은 언제고 힘들어질 때 혼자라도 만재도를 꼭 찾아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다시 제각각 돌아간 일터에서 또다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갈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만재도에서의 그 여유롭던 한 끼와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던 한 때와 산체 벌이와 함께 뒹굴던 시간들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그 곳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삼시세끼>를 통해 그 곳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 우리들도 간혹 만재도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지도. 그럴 때면 우리도 잠시 이 곳을 떠나 저 곳으로의 일탈을 꿈꿔보는 건 어떨지. 그 곳에 가면 어쩌면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있던 것들을 되찾을 수도. 차승원과 유해진과 손호준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진욱이 <삼시세끼>에 만든 새로운 이야기들

 

tvN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2에 이진욱이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워낙 팬층이 확실한 인물이기도 했지만 <삼시세끼> 만재도라는 환경과 이진욱이라는 인물이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런 궁금증은 이제 <삼시세끼>처럼 어느 정도는 그 이야기의 흐름이 보이는 예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유해진은 낚시하고 차승원은 요리하고 손호준은 두 사람을 도와 허드렛일을 하는 모습은 물론 여전히 재밌지만 그 패턴이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버렸다. 게스트는 결국 이 패턴에 변수를 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물 자체가 호기심을 주는 이진욱의 캐스팅은 상당히 주효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만재도에 들어온 이진욱은 정말 방송 같지가 않다고 말하기도 했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저 정말 한 거 없는데 방송이 나갈까요?”하고 예고편에서 묻기도 했다. 하지만 설마 이진욱이 한 게 없었을까. 본방에서 이진욱은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껏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있을 때만 해도 별 관심이 없던 만재도 주민들이 그를 보기 위해 세끼 집 앞에 모여들었던 것.

 

이진욱이 차승원과 함께 낚시를 가게 되면서 유해진은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그토록 어렵게 물고기를 잡아온 게 이진욱에 의해 단번에 깨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놀랍게도 이진욱은 넣었다하면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신들린 낚시를 보여주었다. 커다란 부시리를 척척 낚아 올리고 놀래미까지 잡아서 그 날 밤 배터지게 회를 먹는 광경이 펼쳐졌다. 유해진의 기뻐하면서도 의기소침한 모습은 지금까지의 <삼시세끼> 스토리를 단번에 뒤집는 새로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진욱이 만든 이야기의 변화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차승원의 조수로 나서더니 아예 손호준의 자리까지 꿰차 버렸다. 그러자 손호준과 유해진이 둘 다 자신들의 자리를 잃었다며 씁쓸해하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물론 그건 실제 씁쓸함이라기보다는 예능적인 상황에서 나온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게스트는 더욱 빛났고 손호준과 유해진은 그걸로 웃음을 줄 수 있었으니.

 

이진욱이 이런 이야기의 반전을 줄 수 있었던 건 사실 유해진과 손호준이 그간 해온 일련의 과정들이 그 밑바탕을 깔아줬기 때문이다. 만일 유해진이 바다에 나가 척척 물고기를 잡아오는 낚시꾼이었다면 만재도에서의 낚시나 간간히 잡아온 물고기로 음식을 해먹는 장면들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손호준이 알아서 척척 차승원의 보조가 되어주는 장면은 이 예능에 훈훈함을 더해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이들이 깔아놓은 이 밑바탕 위에서 이진욱은 별로 한 것 없는 것처럼 여겨도 꽤 많은 것들을 뒤집어놓은 셈이 되었다. 이것은 캐스팅의 힘이고 스토리텔링의 힘이기도 하다. 이진욱이 심지어는 <삼시세끼> 4의 멤버로까지 불리게 된 건 제작진은 물론이고 출연진들이 그간 쌓아놓은 이야기들 덕분이다. 물론 그 이야기를 단박에 뒤집는 놀라운 이진욱이라는 게스트의 공적 또한 빼놓을 수 없지만.



유해진 잡고, 차승원 요리하고, 손호준 돕고 먹고

 

마치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 나올 법한 안빈낙도(安貧樂道)가 아닐 수 없다. <삼시세끼> 만재도에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이 그려나가는 시간들이 그렇다. 이들이 완전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세 사람이 이 만재도 살이에 완벽한 조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만재도에 들어가자마자 유해진은 돼지비계에 된장을 발라 통발을 던질 준비를 한다. 그것이 문어를 잡는 데 가장 효과가 있다는 주민들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 그래서 서둘러 자신의 자전거인 다크호스를 타고 바다로 나가 통발을 던져 놓는다. 그 사이 차승원은 무를 쓱쓱 잘라 깍두기를 뚝딱 담가놓고 손호준은 자리를 비운 유해진 대신 불을 피우려 안간힘을 쓴다.

 

철이 좋은 것인지 유해진은 지난 겨울보다 손맛을 꽤 보고 있다. 루어낚시를 던지면 그래도 꽤 묵직한 놈들이 올라온다. 물론 낚시꾼들의 로망이라는 돌돔을 잡는다는 건 아직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올라오는 우럭이니 놀래미니 하는 것들로도 충분하다. 바닷가를 나갔다 오면 어깨가 처져 돌아오던 지난 겨울과 달리 요즘 그는 묵직한 물고기 몇 마리로 심지어 차승원 앞에서 거드름을 피운다. “뭐 좀 맛있게 좀 해봐.”

 

차승원은 차줌마라는 별칭에 걸맞게 집안 살림에 손을 놀리는 일이 없다. 그래서 단 하루만에 김치만도 여러 통 만들어내고, 이전에 만들어 항아리에 넣어뒀던 잘 익은 김치를 꺼내 정성만 살짝 넣은 기막힌 김치찌개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물론 유해진이 잡아온 우럭을 깻잎에 싸먹을 수 있게 회치는 솜씨도 대단하다.

 

유해진이 잡고 차승원이 요리하는 사이 손호준은 집안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마치 다 읽고 있었다는 듯이 척척 해낸다. 차승원이 뭐라 얘기하기도 전에 원하는 그릇이나 조리도구를 갖다준다. 무엇보다 손호준은 그저 가만히 있어도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마치 부모가 자식이 먹는 걸 보며 즐거워하듯 뭐든 잘 먹고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워주는 인물. 단수가 되어 물이 잘 나오지 않자 낙차를 이용해 물이 콸콸 나오는 호스를 만들어낸 유해진에게 진정한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순수한 아이 같은 사람. 그가 손호준이다.

 

이러니 더할 나위 없다는 표현은 이들 세 사람에게 딱 맞는 것일 게다. 물론 완전히 풍족하다 할 수는 없는 생활이다. 하지만 함께 공동 작업을 하고 그 대가로 물고기 몇 마리씩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만재도 사람들의 그 훈훈한 삶이 그렇듯이 이만한 자족적인 생활도 없을 것이다.

 

<삼시세끼> 어촌편2가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냈다는 것은 이들 완전체들의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로망이 도시인들에게 그만큼 컸다는 걸 방증한다. 매일 돈을 벌기 위해 직장과 집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왔다 갔다 하는 도시인들의 삶. 그들은 잠시만이라도 이렇게 스스로를 섬에 가둬 놓고 어부사시사안빈낙도를 꿈꾸지 않았을까. 모든 벼슬을 내려놓고 귀향한 이들이 오히려 고립된 섬에서 느꼈을 자족감을 우리는 어쩌면 <삼시세끼>를 통해 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삼시세끼> 차승원과 유해진, 같이 가는 좋은 친구

 

배우로서도 나이를 참 잘 먹고 있는 배우야.” 영화 <관상>의 송강호가 마지막 바다 장면에서 보여준 회한과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연기에 대해 차승원이 불쑥 이야기를 꺼내자 유해진이 그렇게 말한다.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지만 차승원은 송강호가 연기나 뭐나 다 묵직하다고 표현한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아마도 <삼시세끼> 어촌편2를 다시 찍기 위해 들어온 만재도에 비 내리는 저녁의 처연함이 한 몫을 했을 게다. 빗속에서 전쟁처럼 한 끼를 때운 두 사람은 비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며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라면 조금은 쑥스러워 꺼내놓지 않았던 속내의 이야기도 풀풀 풀려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갑자기 차승원은 송강호의 이야기에서 유해진의 이야기로 방향을 돌린다. “그런데 자기도 그래. 자기 연기도 마찬가지야. 자기도 잘 나이 먹는 거야. 아니 진짜 빈 소리가 아니라. 잘 나이 들고 있어. 나이를 잘 들어야 돼.” 어쩌면 차승원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영화 <관상>과 송강호 이야기까지 에둘러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잘 나이 먹는다는 것, “잘 늙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말하며 차승원은 그 이유를 줄줄이 얘기한다. “이게 굉장히 힘든 게 뭐냐 하면 하는 일도 분명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윤택해야 되고 사람들 하고 관계도 좋아야 되고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되어야 절충이 돼야 이게 사람들이 보기에도 멋있게 늙는구나 하는 거지. 하나만 핀트가 나가도..”

 

40대 중반을 넘겨 50으로 향하는 나이에 있는 중년들에게 이만큼 공감 가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40대 초반만 해도 늙는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깊게 생각하지는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40대와 50대는 어감이 다르다. 이제 늙는 것그것도 잘 늙는 것에 대해 얘기할 나이다. 실로 차승원과 유해진이 얘기하는 것처럼 잘 늙는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런데 흔히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나이대의 친구들이 늘 그렇듯이 차승원은 유해진의 삶을 격려한다. “아유 자기는 이대로만 해. 이대로만 하면 돼... 뭐가 걱정이야 이대로만 하면 그냥 잘... 살았다. 욕 안 먹고... 그리고 건강. 그럼... 건강만 잘...” 물론 잘 살았다는 것이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람마다 잘 산 것에 대한 기준을 다 다를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어떤 삶이든 그런 정도의 격려를 받을 자격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연기 얘기에서 늙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건강 이야기로 끝나는 이 레파토리는 어쩌면 많은 나이 들어가는 중년들이 친구들과 만나면 나누게 되는 바로 그것이기도 하다. 술을 마시고 있지만 술을 줄이라고 얘기해주고 건강 걱정을 서로 해준다.

 

유해진에게 차승원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그는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다는 투로 담담하게 같이 가는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느낌. 그게 대단한 것처럼 여겨지진 않지만 어딘지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것. 이것이 오래 함께 가는 친구가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잘 버텨낸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도 잘 버텼어. 잘 버틴 거야 우리는 잘 버틴 거야..” 중년의 나이쯤 되다 보면 이제 삶이란 것이 굉장한 축제가 아니라 어찌 보면 하루하루를 잘 버텨낸 어떤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중년이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잘 늙어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행복한 거라는 것. 그렇게 잘 늙어가고 있다고 말해주는 같이 가는 좋은 친구가 있으니



<배캠>에서 듣는 만재도 유해진의 신청곡이라니

 

지난 105일 저녁 7시 즈음,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는 특별한 노래신청(?)이 들어왔다. 라디오를 듣던 분들이라면 반색했을 노래신청. 바로 참바다 유해진이 보낸 노래신청이었다. 과거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했을 때 언제든 노래신청을 하라 했던 배철수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유해진은 마돈나의 ‘La Isla Bonita’를 신청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그 노래를 신청한 곳이 흥미롭다. 다름 아닌 <삼시세끼> 어촌편2를 찍기 위해 떠난 만재도에서 신청한 노래라는 것. 배철수는 이 조금은 애잔하면서도 신나는 리듬의 마돈나 노래를 틀어주며 그 노래를 듣고 어깨 춤을 들썩일 유해진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아마도 그건 동 시간 그 사연과 노래를 들은 청중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1을 눈여겨봤던 시청자들이라면 유해진이 그 만재도 벽지의 집에서 찾아낸 조금은 낡은 라디오를 기억할 것이다. 구멍가게가 하나 뿐인 섬이다. 그것도 주인이 언제 문을 열어줄지 몰라 갈 때마다 헛걸음을 하게 하는 구멍가게. 그러니 문화생활이라고 별게 있겠는가. 그런 곳인지라 낡은 라디오의 직직 대며 나오는 노래가 남다른 감흥으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월요일 저녁. 어딘지 일주일의 첫 날이 주는 피곤함을 달래주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뜻하지 않게 흘러나온 만재도 참바다 유해진의 음악신청은 잠시나마 도시의 바쁜 일상을 떠나 그 멀고도 먼 바다 한 가운데의 섬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도시에서 떨어진 만큼의 그 여유로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고, 거기에 유해진이라는 어딘지 유유자적하는 인물이 그것도 마돈나의 ‘La Isla Bonita’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일 상상은 생각만 해도 마음 한 구석을 흐뭇하게 만든다.

 

1987년도에 마돈나가 발표한 ‘La Isla Bonita’란 노래의 뜻은 영어로 ‘The Beautiful Island’라고 한다. 그러니 그 출렁이는 듯한 음률에 더해진 이런 의미는 만재도라는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이번 주부터 방영될 <삼시세끼> 어촌편2가 갑자기 그리워지는 건 당연지사다. 라디오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삼시세끼>를 연결해주었고 그로써 도시와 섬을 연결해주었으며 나아가 도시인의 지친 마음과 저 섬의 유유자적을 연결해주었다.

 

유해진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노래를 신청하고 그 노래가 흘러나오는 과정은 <삼시세끼> 어촌편이 갖고 있는 일상의 느낌을 잘 말해준다. 누구나 노래를 신청하는 라디오가 아닌가. 유해진은 이 노래신청을 통해 <삼시세끼>에서의 자신이 배우가 아닌 도시를 잠시 떠나 섬에 들어간 아주 보통 사람의 일상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그러니 대중들이 그의 일상에 쉽게 공감하고 동조하는 것일 게다. <삼시세끼>에서 유해진의 모습에는 과장됨이 거의 없다.

 

<삼시세끼> 정선편이 마무리되고 금요일 밤이 어딘가 헛헛함을 느꼈다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해준 위안과 편안함이 적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갑자기 들리는 유해진의 만재도 소식에 반색했다면 잠시 멈춰 누리는 여유에 우리가 그만큼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낡은 라디오와 <배철수의 음악캠프><삼시세끼>. 달라도 닮은 구석으로 우리의 일상을 조금은 숨쉴 수 있게 해주는 존재들이 아닌가



차승원과는 사뭇 달랐던 이은우의 만재도

 

지금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PD는 깜짝 놀라 베니스 영화제까지 초청받아 갔다 오신 분이 아르바이트를 하냐며 되물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시급을 받는데 조금 올랐다며 웃었다. 그녀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로 주목받았던 여배우 이은우다. <SBS스페셜> ‘여배우와 만재도 여자편에서 이은우는 우리에게 <삼시세끼>로 잘 알려진 그 섬, 만재도로 들어갔다. 돌아올 기약도 없이.

 


'SBS스페셜(사진출처:SBS)'

그녀는 왜 목포에서도 뱃길로 다섯 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그 외딴 섬으로 들어갔을까. 아니 <SBS스페셜>은 왜 만재도에 굳이 여배우를 대동하고 들어갔을까. 그것은 만재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그 삶을 그저 보여주기보다는 제대로 공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우라는 낯선 이방인이 들어서자 몇 안 되는 마을 주민들은 그녀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하다못해 마을의 개도 이방인을 향해 짖어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점점 섬사람들을 닮아갔다. 그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신산한 삶을 들으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술 때문에 남편을 먼저 보냈다는 부녀회장님과 소주 한 잔을 하며 역시 술 때문에 아버지를 먼저 보낸 이은우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비오는 날 비를 피하기는커녕 때맞춰 해야 할 밭일을 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난 그녀는 할머니의 흙투성이 장화를 씻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물고기 맛을 들이면서 통발로 물고기를 잡고 그걸 척척 회를 떠먹는 모습은 영락없는 섬 여자처럼 보였다. 섬 여자들이 하는 주낙 작업을 하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살갑게 딸처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낯선 섬에 동화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섬에서 수십 년을 끝없는 노동 속에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낸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그녀는 깊은 공감을 했다. 비바람에 파도가 몰아치고 때로는 바다가, 술이 남자들을 먼저 떠나보내도 그녀들은 거기 굳건히 서 있는 만재도처럼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여배우 이은우에게 그녀들의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10년 동안 해온 여배우로서의 삶. 열심히 해왔지만 아직도 잘 보이지 않는 그 삶 속에서 이걸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녀.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까지 받았지만 제대로 상영도 되지 않은 영화. 그 복잡한 심사는 그 섬 마을에 사는 여자들의 삶 앞에서 조금은 위로받지 않았을까. 거센 파도 속에서도 물질을 하는 그분들을 통해 어떤 용기를 갖지 않았을까.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밟았던 만재도가 하나의 놀이터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SBS스페셜>이 이은우를 통해 들여다본 만재도의 삶은 거세고 억센 파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힘겨운 삶 앞에서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여자들의 강인한 얼굴과, 오히려 힘겹기 때문에 더 피어나는 미소들은 그래서 이은우에게는 더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섬을 빠져나오는 날, 이은우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면서 동시에 힘겨운 자신의 삶에 대해 더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만재도 여자들이 전하는 위로이자 격려였을 것이다. 바리바리 챙겨주는 만재도 엄마들의 정은 이은우에 한껏 빙의될 수밖에 없었던 도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섬에 들어갔다 나오는 이은우는 마치 작품에 들어갔다 나오는 여배우를 닮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이은우에게서 꽤 괜찮은 여배우의 느낌을 갖게 된 건 그 섬 여자들과의 교감에서 어떤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삼시세끼> 만재도에 차승원 정선의 박신혜

 

<삼시세끼> 어촌편에 차승원이 있었다면 정선편에는 박신혜가 있었다. 곱창집 딸답게 맛난 곱창, 대창 구이를 맛보게 해주더니, 들깨 미역국, 송사리 튀김, 파전에 이어 박신혜표 초간단 샤브샤브까지 선보였다. 이서진은 연실 넌 왜 못하는 게 없냐고 보조개를 만들었고, 김광규는 못 먹는다는 날계란에 샤브샤브를 맛나게도 먹었다. 옥택연은 시키지도 않은 소주로 만든 모이토를 선보였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게스트인지 호스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일을 하는 박신혜는 주변 사람들도 일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선보였다. 다들 멍하게 앉아 있는 그들에게 한숨 한 번 쉬어주고 눈빛 한 번 날리기만 해도 남자들은 알아서 재게 몸을 놀렸다. 괜히 그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만들었던 것. 박신혜의 한 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세 남자들을 보며 나영석 PD그녀의 노예라고 놀리기도 했다.

 

그 넓은 밭에 옥수수를 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박신혜의 에너지는 옥택연을 펄펄 날게 만들었다. 이서진의 말대로 박신혜는 옥택연이 지금껏 해온 노동량의 세 배 이상을 일하게 했다. 힘겨워 보이는 이서진과 김광규 팀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달달한 귀농 신혼부부 포스를 내는 그들은 그것이 일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그들의 달달한 모습을 보며 이서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서도 집에서 깍두기를 담그는 박신혜와 옥택연의 모습은 훈훈한 정경을 만들었다. 그 달달함 때문에 괜스레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김광규는 밖에서 설거지를 하며 이것이 가장 속편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신혜가 특별했던 것은 손쉽게 맛난 음식들을 척척 만들어주면서도 주변 인물들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남자 호스트들은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진심으로 무언가를 해주려는 마음이 가득했다. 밤새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하기 위해 15분 만에 꺼져가는 아궁이의 불을 지피는 세 남자의 모습이라니.

 

이서진이 바게트를 구워내는데 있어서도 그렇게 긴장한 데는 박신혜라는 게스트가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초조하게 마치 산모가 아기를 낳는 걸 기다리듯 화덕 앞에서 빵이 구워지길 기다리는 이서진의 모습은 지금껏 <삼시세끼> 이래 처음 보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생각 외로 잘 구워진 바게트를 더욱 맛나게 만든 장본인도 결국은 박신혜였다. 그녀는 없는 재료를 탈탈 털어 마늘을 다지고 올리브유와 설탕, 소금을 넣어 바게트 위에 얹을 토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토핑을 얹어 다시 구워진 마늘 바게트는 비주얼도 맛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요리가 되었다.

 

사실 요리도 요리지만 박신혜가 독보적인 역대급 게스트가 된 것은 그녀가 만들어내는 <삼시세끼>의 완전히 다른 느낌들 때문이다. 힘겨운 노동 속에서도 달달한 웃음이 끊이지 않고, 없는 재료를 갖고도 충분히 넉넉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 이것은 어쩌면 <삼시세끼>라는 어른들의 소꿉장난이 도시인들의 로망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박신혜에게 너 고정해라는 이서진의 말이 그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건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일 테니까.

 

<삼시세끼>의 숨은 출연자, 봄이라는 계절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도 언제 가는지 모르게 사라져 간다. 이러다 보면 금세 땀이 송글송글 피어나는 여름이 올 것이다. 도시인들에게 계절은 이렇게 지나간다. 쳐다 볼 여력도 없이 어느 순간 봄이고 어느 순간 여름이며 그렇게 뭐 한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반이 지났다 싶으면 서늘한 가을을 훅 지나 겨울이 온다. 사계절이 지나도록 한 해 동안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그 헛헛함이란.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새롭게 시작한 <삼시세끼>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우리를 지나쳤던 계절들을 다시 소환한다. 겨우내 심어놨던 야채며 채소들이 싹을 틔우고, 앙상하기만 했던 나무에 순이 올라와 터질 듯한 꽃봉오리를 피우는 그 봄의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곳으로 다시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새롭게 가족이 된 김광규가 찾아와 온기를 채운다. 봄이 오는 그 시간 동안 염소 잭슨은 두 아기염소의 엄마가 됐고, 밍키는 못 알아볼 정도로 훌쩍 자랐다.

 

시간의 흐름을 담는다는 건 그 무의미하게 흘러가기만 하던 반짝이는 순간들을 완전히 새롭게 본다는 뜻이다. 겨울 그들을 수수지옥으로 끌어들였던 텅 빈 수수밭에 가득 자라난 풀들을 트랙터로 갈아엎으며 그들은 그 곳에 다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낼 씨앗들을 심어놓을 것이다. 작물들은 그저 식재료가 아니라 그 시간을 머금고 자라는 존재들이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작물들을 키워 나온 재료들로 만든 음식 또한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가 읍내로 나가는 걸 최소화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물론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김광규가 해나가는 세끼 라이프의 미션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이처럼 시간을 머금은 작물들이 식재료로 사용된 음식으로 만들어질 때의 그 순간들을 더 많이 기록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 먹는 음식과는 달리, 파김치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긴다. 너무 양념을 묽게 만들어 실패한 파김치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옥택연의 이야기가 그 음식에는 기록된다. 스크램블은 그냥 스크램블이 아니다. 그것은 닭그룹의 마틸다가 닭장을 빠져나와 어느 담장 밑에 낳아놓은 달걀로 만든 스크램블이다.

 

만재도 차승원에 밀리고 <꽃보다 할배> 최지우에 밀렸다며 절치부심(?)한 이서진이 끓여주는 감자 고추장찌개가 더 맛있게 보이는 건 단지 맛만이 아니라 거기 담겨진 시간들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감자 하나하나를 썰어내고 솥단지에 고추장을 풀어 양념 간을 한데다 사정하듯 얻어낸 꽁치 통조림을 통째로 투입해 만든 찌개. 감자전이 더 입맛을 돋우는 것도 마치 묘기라도 부리듯 전을 뒤집던 옥택연의 시간들이 거기에는 녹아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그들이 하는 일이란 시즌1과 별다를 바 없다. 농사를 짓고 밥을 해먹고 가축들을 돌보며 필요한 작은 공사들을 하는 것. 하지만 그 같은 일들이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그냥 지나쳤으면 잘 보이지 않았을 시간의 기록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봄이라는 계절을 또 하나의 출연자로 초대하고 있는 예능이라니. 이러니 당해낼 재간이 있나. 봄을 담은 <삼시세끼>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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