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매력’이 끄집어낸 서민 판타지, 그 놀라운 매력

못이기는 채 미팅에 나왔지만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온준영(서강준). 딱 봐도 그럴 법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꺼운 안경에 치아교정을 한 채 그 자리에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연애 숙맥에 의외로 자존심 강하고 섬세하지만 깐깐한 성격처럼 보이는 그런 인물이다.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이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드라마가 시시하던가 아니면 그 시시해 보이는 인물이나 일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던가.

그 온준영 앞에 나타난 이영재(이솜)는 그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지하철 치한을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해 경찰서까지 가는 오지랖의 소유자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오빠 이수재(양동근)와 함께 살아가면서 대학은 포기했다. 대신 헤어샵에서 일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간다. 그러던 그가 온준영을 만나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매일 같이 일하느라 쉴 틈 없던 그는 온준영과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뒤늦게 가방이 바뀐 걸 알고 헤어샵에서 다시 온준영을 만난 이영재는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의 머리를 해준다. 머리가 성감대인 것도 모른 채. 그 달달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첫 키스를 나눈다. 

<제3의 매력>이 담고 있는 연애담은 이처럼 우리가 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봐왔던 그런 판타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신데렐라가 등장하고 왕자님이 등장하는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는 더더욱. 여기에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서민들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사랑의 순간들이 있다. 온준영과 이영재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신데렐라나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는 왕자님 같은 이야기들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평범한 서민들의 연애담이다. 그것은 평범해보여도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소한 게 아니다. 다만 더 거창하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으리으리하고 운명적인 사랑의 판타지들만이 그럴 듯하게 드라마에서 다뤄져 소소하게 여겨져 왔을 뿐이다. 실상 그 소소해 보이는 것들을 깊게 들여다보면, 거기 놀랍게도 우리의 가슴을 휘어잡는 놀라운 ‘제3의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온준영이 다니는 대학의 화학과에서 주최한 일일호프에 참석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오늘부터 1일’의 연애를 시작하는 듯 보였지만, 이영재가 사실 대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자리에 함께 온 고등학교 동창에 의해 폭로되고, 두 사람의 1일은 그렇게 끝나버릴 위기에 처한다. 온준영은 이영재를 찾아가 대학생인지 아닌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너희들처럼 한가하게 연애할 시간도 없다며 “꺼져버리라”는 이영재의 독설을 들은 채 뒤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저마다의 위치에 서 있다. 온준영은 형사가 되었고 이영재는 헤어디자이너가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 아픈 헤어짐의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온준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옛날처럼 대하는 이영재가 밉게 다가오지만, 그 때 벌어졌던 사건을 듣고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영재가 독설을 던진 그 날, 사고로 그의 오빠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온준영은 자기 생각만 했던 자신이 오히려 미워진다. 그래서 한달음에 이영재에게 달려가 사과한다. “미안해. 아무 것도 몰라서... 내가 너무 미안해.” 

그 순간 이영재는 뭉클해진다. 그래서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이내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 짧은 순간, 이영재와 온준영의 소소해 보였던 사랑은 위대해진다. 너무나 평범한 한 형사와 헤어디자이너가 만나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머리를 매만져주고 그래서 입맞춤을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마법처럼 느껴진다. 스물의 나이에 ‘1일’을 겪은 두 사람은 그렇게 스물일곱의 나이에 다시 ‘2일’을 시작한다. 

<제3의 매력>을 보면 우리가 어째서 누구에게나 위대했던 저마다 가졌을 법한 ‘사랑의 연대기’를 소소하게 치부하고 타인의 판타지만을 욕망했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어째서 그 많은 멜로드라마들이 주인공들에게 재력, 외모, 권력만을 중요한 매력으로 그려냈을까. 그래서 사랑 속에 그 헛된 신분상승 판타지를 담아내려 했을까.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마치 그간 매력으로 그려지지 않던 보통 서민들의 일상적인 사랑담과, 그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내적으로 보여주는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제3의 매력’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펙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려 애쓰며, 너무 다른 취향을 가졌어도 그것이 오히려 너무나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그런 매력. 뽀글파마를 해도 귀여워 매만져주고 싶고, 오지랖이 넓어도 그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보고 싶은 그런 매력.

이 드라마는 ‘제3의 매력’을 가진 많은 배우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먼저 서강준을 다시 봤다. 이렇게 매력이 넘치는 배우인 줄은 몰랐다. 코미디와 멜로를 버무릴 줄 아는 이 배우는 술에 취해 토악질을 해도 귀엽게 느껴진다. 이솜을 다시 봤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이토록 매력적인 면면이 있었다는 걸 이 드라마를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밖에도 이 드라마에는 ‘제3의 매력’을 뽐내는 조연들이 넘쳐난다. 남다른 추리능력으로 오빠를 당황하게 만드는 동생 온리원을 연기하는 박규영, 워낙 생활연기의 진수를 보여줘 왔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더더욱 빛나는 이영재의 오빠 이수재를 연기하는 양동근, 톡톡 튀는 매력으로 웃음까지 책임지는 이영재의 절친 백주란 역할의 이윤지, 온준영의 절친으로 귀여운 카사노바 같은 현상현 역할의 이상이 등등... 실로 드라마 제목과 걸맞는 조연 구성이다.

1.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3회에 2.8%로 뛰더니 4회에는 3.3%를 기록했다. 이 수치적 지표가 말해주는 건 아마도 시청자들도 이 드라마가 가진 ‘제3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는 게 아닐까.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제3의 매력>은 그렇게 지금껏 멜로드라마들이 소외시켜왔던 보통 서민들의 판타지가 가진 놀라운 매력을 끄집어내고 있다.(사진:JTBC)

구박하는 계모, 출생의 비밀, 신파... ‘하나뿐인 내편’의 진부한 현주소

시간을 한 30년 넘게 되돌린 것 같다. KBS 새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은 아주 오래된 신파극의 설정이 고스란히 재연되어 있다. 병에 걸린 아내를 어떻게든 살리려 돈을 빌리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두 차례의 살인과 강도, 결국 아내는 사망하고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되는 현대판 장발장 강수일(최수종). 그를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해 고아원에 보내진 그의 딸을 자신의 딸처럼 키우는 김동철(이두일). 그 집안에서 알게 모르게 구박을 받으며 자란 콩쥐 혹은 신데렐라 김도란(유이), 도란을 구박하고 친딸인 김미란(나혜미)만을 챙기다 결국 그 출생의 비밀을 터트리는 소양자(임예진), 그 충격에 집을 나간 도란을 찾아 나섰다가 사고로 김동철이 죽게 되자 그 집에서 쫓겨나 울며 걸어가는 도란을 우연히 발견해 뒤따라가는 친아버지 강수일...

<하나뿐인 내편>은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던 아침드라마의 그 흔한 설정들이 뒤범벅되어 있다. 그래서 단 2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시청자들은 대충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 지를 가늠한다. 결국 아버지임을 숨긴 채 김도란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돕는 강수일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신파 설정), 김도란과 재벌2세 왕대륙(이장우)이 조금씩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김도란의 친아버지가 살인자였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랑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출생의 비밀 설정).

물론 이런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 전개가 나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하지만, 드라마의 대사나 연출을 보면 그런 기대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나뿐인 내편>에는 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혼잣말을 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사실 연극적인 연출에서 시작한 독백 혹은 방백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나 현실감을 깨기 때문이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지만 세상에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혼잣말은 이 드라마의 대본이 너무나 이야기 전달에만 집중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낸다. 인물의 대사와 행동들이 겹쳐지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그 상황을 이해하게 해야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그걸 인물의 혼잣말로 설명한다. 물론 한두 차례 꼭 필요한 상황에서야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그것이 하나의 작법처럼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작품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전형적이다. 죄책감과 가족에 대한 헌신이 더해져 유일한 ‘내 편’인 딸을 위해 뭐든 해주려 할 강수일이 그렇고, 외로워도 힘들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 딸 김도란이 그렇다. 왕대륙은 너무나 전형적인 재벌2세의 모습 그대로다. 2회 만에 뒷목 잡게 만드는 소양자 같은 인물도 마찬가지다. 

이야기 전개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기보다는 극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적 작가의 개입이 너무나 많다. 도란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금옥(이용이) 같은 인물이 등장하게 되면서 김동철은 도란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려 하고, 그 일이 사단이 되어 소양자가 그 출생의 비밀을 터트려버린다. 그 과정은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지만 어딘가 의도적인 흐름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되다보니 연기도 주목되지 않는다. 연기도 어느 정도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야 돋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드라마로 들어온 최수종도, 너무 주말드라마에 많이 나와 그 캐릭터가 반복되고 있는 듯한 유이도, 또 매력을 좀체 느끼기 어려운 이장우도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래서 도대체 <하나뿐인 내편>이 하려는 이야기는 뭘까. 그건 이미 제목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세상에 내편 하나 있으면 누구나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신파와 출생의 비밀이 버무려져 결국 그 귀착점은 다시금 오래 전부터 전가의 보도처럼 메시지로 등장했던 ‘가족주의’다. 물론 가족드라마가 ‘가족주의’를 드러내는 건 어쩌면 태생적인 한계일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금의 달라진 우리네 가족의 양태 속에서 어떤 고민 같은 게 담겨져야 하는 게 아닐까. 

만일 그 가족주의가 혈육의 끈끈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신파적 설정으로 그려진다면 <하나뿐인 내편>은 그나마 있는 편들도 잃을 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 알고 있는 이야기, 그것도 아침드라마를 구성하는 달라진 시대와 맞지 않는 틀을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KBS 주말드라마가 지금껏 유지되어온 힘은 가족드라마의 틀을 지켜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우리 시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족의 변화를 담아내고 고민해보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별 기대감이 사라진 채 틀어놓고 있는 아침드라마와 다를 게 뭔가.(사진:KBS)

드라마보다 더 설렌다, ‘하트시그널2’의 특별한 관찰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고 다음 회를 안 본 사람은 없을 듯싶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스튜디오 분량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보다 관찰카메라가 담아낸 일반 청춘들의 이름들이 더 회자되고, 심지어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누구와 연결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자신이라면 누굴 선택할 것이라는 ‘타입’에 대한 일종의 커밍아웃이 이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무엇이 이런 화제를 낳는 것일까.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2> 이야기다. 이게 과연 종편 채널 프로그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진일보한 연애 소재 프로그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관찰카메라라는 지금의 예능 트렌드 형식을 가장 적확하게 가져와 스튜디오 촬영과 분담해냄으로써, 지금껏 ‘짝짓기 프로그램’이라 비하되던 연애 소재 프로그램을 진화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트시그널2>에는 모두 8명의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였지만 차츰 상냥한 면모가 드러나며 여성들의 호감을 산 한의사 김도균, 앳된 외모에 뇌색미가 더해진 훈남 예비사무관 막내 이규빈, 멍뭉이 스타일로 설득에 능한 스타트업 대표 정재호, 그리고 뒤늦게 합류해 마성의 매력으로 연애 기류의 판도를 바꿔버린 김현우가 남자 출연자들이고, 도회적인 외모에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케터 오영주, 대학생으로서 호응과 리액션이 좋은 풋풋한 미소의 소유자 임현주, 배우지망생으로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송다은에 마지막에 출연한 털털한 성격이 매력인 김장미가 여자 출연자들이다.

저마다의 개성이 확실하고 따라서 매력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드러나던 서로의 마음은 조금씩 회가 진행되면서 변화된다. <하트시그널2>가 흥미로운 지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 속에서 인물들이 보이는 작은 행동이나 표정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해낸다는 점에 있다. 

이를 테면 초반부에 ‘비밀의 방’ 주인공으로 갑자기 등장한 ‘거침없는 카리스마의 매력’을 가진 김현우가 애초에 존재하던 기류를 변화시키자, 오히려 차분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던 김도균에게 여성들의 마음이 온통 기울어버리는 그런 감정 변화를 프로그램이 제대로 잡아내는 그런 부분들이다. 끌리지만 위험하게 느껴지는 김현우라는 존재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김도균에 여성들이 이끌리는 과정을 <하트시그널2>는 미세한 표정과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통해 끄집어낸다. 

<하트시그널2>가 진화된 형태의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걸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은, 이런 디테일한 감정들을 포착해내면서도 동시에 이들의 일상이 인위적인 설정이 최소화된 채 지극히 자연스럽게 담겨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을 통해 ‘시그널 하우스’의 남녀들의 일상을 큰 설정 없이 담아내고, 대신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그 영상을 보며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설명하고 맞춰나가는 스튜디오 분량으로 이원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트시그널2>는 마치 실제로 벌어지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 상황이 전개되지만, 그걸 바라보는 스튜디오의 이른바 연애심리 전문가들(?)이 더해주는 이야기가 일종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 출연하고 있는 인물 중 이 역할을 가장 잘 하는 인물은 그래서 연예인들보다는 작사가인 김이나와 정신과 의사인 양재웅이다. 이들의 예리한 행동분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출연자들의 행동들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들이 시그널을 읽어주는 코멘트들은 일종의 ‘연애 코칭’의 정보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프로그램에 중요한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준다.

보통 멜로나 로맨스를 얘기하면 떠올리게 되는 건 주로 멜로드라마다. 하지만 <하트시그널2>를 보게 되면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진짜 리얼리티로 벌어지는 남녀 관계의 세밀한 포착을 통해 그려지는 심리의 드라마가 훨씬 드라마틱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한때는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실전 연애에 약한 이들을 비아냥하는 표현으로 나온 적이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이제 이런 말이 가능해질 것 같다. ‘연애를 예능프로그램으로 배웠어요.’(사진:채널A)

'숲속집' 소지섭·박신혜가 우리 대신해주는 행복 실험이란

tvN <숲속의 작은 집>은 나영석 PD가 말했듯 ‘심심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숲 속에 덩그러니 집 한 채 지어놓고 지내보라고 한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미션들이 부여된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거나 잠만 자거나 하는 모습은 물론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는 로망이지만, 방송으로 계속 보기에는 지나치게 ‘심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미션들은 조금 황당할 수 있는 것들이다. 3시간 동안 밥 먹기 같은 미션이 그렇다. 물론 그 미션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인문학적’ 실험을 해보기 위한 미션들이다. 한 끼를 먹는데 보통 우리가 쓰는 시간은 극히 짧을 수밖에 없다. 직접 해먹기보다 사먹는 일이 익숙해진 도시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3시간 동안 밥을 먹으라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오히려 도시생활에서의 ‘먹는 행위’에 대한 것들을 반추해낼 수 있다. 

박신혜는 평소에 빠르게 먹다보면 자신이 먹어야 하는 양보다 훨씬 많이 먹게 돼서 힘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체할 때도 많았고. 하지만 천천히 먹어보니 의외로 너무 배가 불러서 먹기가 힘들더라고 했다. 즉 도시생활에서의 먹는 행위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소지섭은 평소에는 끼니를 때운다는 먹어왔다고 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3시간 동안 밥 먹기를 해보자 먹는 거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숲속의 작은 집>은 박신혜와 소지섭이라는 피실험자를 내세워 도시인들의 미니멀 라이프 체험을 대리해보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그런 체험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래서 이들은 대놓고 ‘실험’이라고 표현하고, 박신혜와 소지섭을 이름대신 피실험자 A, B 이런 식으로 부른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지워내야 실험의 결과가 좀 더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들이 여러 주어진 미션들을 대리해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투명하게 이 두 인물이 주목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는 레드카펫이나 시상식장, 혹은 화보 촬영장이나 드라마, 영화 촬영장에서 소지섭과 박신혜의 모습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는 그 이미지들이 그러하듯이. 

하지만 이 아무 것도 없는 숲 속에 덩그러니 던져진 두 사람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박신혜와 소지섭은 서로 상반된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 저마다의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이러한 숲속 체험에 박신혜보다는 소지섭이 훨씬 더 최적화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건 이들의 성향이 달라서다.

처음 올 때부터 잔뜩 짐을 갖고 왔다가 ‘필요 없는 물건을 줄이라’는 첫 미션에 울상이 된 박신예의 모습과, 애초부터 단출하게 이 숲에 들어온 소지섭의 덤덤한 모습은 그래서 대비된다. 박신혜는 한 끼를 해먹어도 제대로 해먹으려 하는 성격이고, 소지섭은 고기 한 덩이에 감자를 구워 투박하게 먹는 성격이다. 

3시간 밥 먹기 미션을 하다가 “제작진에게 실패를 안겨드리겠다”고 말하며 웃는 박신혜에게서 느껴지는 건 밝은 긍정의 에너지다. 뭐 꼭 성공해야 하나 하는 그런 강박 자체가 별로 없어 보인다. 또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보인다. 혼자 세 시간 밥 먹는 건 어려워도 엄마랑은 더 오랫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소지섭은 소탈하고 단단히 내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도시생활보다 어쩌면 이런 조용한 숲속생활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성향이 보인다. 세 시간 동안 밥 먹는 일도 느릿느릿 장작을 패서 숯을 만들어 고기와 감자를 구워 먹는 여유를 보인다. 그가 야외에서 밥을 먹을 때 어디선가 다가온 까마귀 떼들과 개 두 마리는 그래서 이상하게도 그와 잘 어우러지는 풍경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누구나 저마다의 매력은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도시에서의 부대끼는 생활이 그런 매력들을 드러나지 않게 하거나 혹은 왜곡시킬 뿐. 어쩌면 저런 자신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속에 들어가게 되면 그 매력은 다시금 고개를 드러내지 않을까. <숲속의 작은집>은 행복실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이지만, 무언가를 딱히 하지 않더라도 그런 왜곡 없는 세상에서는 저마다의 진짜 매력이 비로소 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마 행복도 거기서 찾아지지 않을는지.(사진:tvN)

‘효리네 민박2’, 이효리의 무엇이 주변을 빛나게 할까

신기할 정도로 빛난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 직원으로 합류한 임윤아는 물론이고, 단기 직원으로 합류했다 떠난 박보검도 이상할 정도로 더 빛나는 느낌이다. 물론 타고난 외모를 가진 소녀시대 멤버로서도, 또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배우로서도 주목받았던 그들지만 <효리네 민박2>는 지금껏 그들이 해왔던 색깔에 새로운 색깔 하나씩을 더 채워 넣어준 듯 새로운 매력들이 빛난다. 

임윤아의 <효리네 민박2> 합류 소식은 불안한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건 아무래도 톱 아이돌 걸 그룹의 얼굴이었으며, 연기자로서도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는 그의 다소 화려한 모습이 <효리네 민박2> 특유의 소탈함과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을 임윤아는 효리네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여 주인공처럼 머리를 질끈 묶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주방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며 어디로도 차를 타고 나갈 때면 나서서 운전대를 잡는 그 모습은 우리가 그간 임윤아의 반쪽만을 보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이상순이 서울에 일을 보러갔을 때 그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준 것도 임윤아였다. 몸살기가 있는 이효리를 일찍 쉬게 하고 박보검과 손님들을 척척 챙기는 임윤아는 우리가 그간의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당차고 어찌 보면 기댈 수 있을 만큼 의지가 가는 그런 인물. 그래서 이상순 대신 단기 직원으로 들어왔던 박보검도 임윤아에게 의지하는 면이 있었고, 이효리는 아예 대놓고 “이젠 윤아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윤아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어떤 의지가 가는 신뢰감의 매력을 또 하나의 색깔로 채워 넣었다면, 박보검은 훈훈한 외모만큼 싹싹하고 배려 깊은 모습으로 이효리, 이상순은 물론이고 손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새로운 색깔을 얻었다. 현실감 없는 완벽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먹방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먹는 걸 즐기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힘든 허드렛일을 나서서 챙긴다. 이효리의 눈에 하트가 생기고 그 모습에 이상순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단지 그가 잘 생겨서만이 아니다. 그만큼 보여지는 따뜻한 인성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서다. 

떠나는 마당에 이별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탐조부자와 예비신혼부부에게 일일이 문자로 아쉬움을 전하고, 마지막까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박보검에게 이효리가 “보검아 사랑해”라고 외친 건 물론 농담이 섞인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떠나고 난 후 그 부재에 느껴지는 커다란 빈자리는 그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도대체 <효리네 민박2>의 무엇이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시즌1의 아이유도 더 빛나게 만드는 걸까. 그것은 어찌 보면 <효리네 민박2>의 편안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일상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들은 저 TV 속에서 내려와 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고 그러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들의 진면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효리네 민박2>가 가진 매력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효리가 가진 특별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제주도 자연에 폭 파묻혀 지내는 그 일상의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그의 삶이 바로 이 프로그램 전체를 채워 넣는 공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그 속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가 남다른 호감을 갖게 만든다. 직원이든 손님이든, 유독 더 빛나게 보이는 이유, 그건 마치 폭설이 지나고 나오는 햇살처럼 존재들을 비춰주는 이효리가 거기 있어서다.(사진:JTBC)

‘미스티’, 치정극보다 김남주의 폭주를 더 기대하는 까닭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가 극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 건 다름 아닌 고혜란(김남주) 앵커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 때문이었다. 갖은 노력을 다해 올라선 뉴스 프로그램 앵커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못할 게 없는 인물. 젊은 한지원 기자(진기주)가 치고 올라오자 그의 부적절한 관계를 몰래 찍어 앵커 자리에서 낙마시킬 줄도 아는 결코 선하지만은 않은 그런 인물이 바로 고혜란이다. 

여기서 고혜란이란 인물의 매력 중 가장 중요한 건 ‘결코 선하지만은 않은’이라는 바로 그 지점이다. 성공하기 위해 좋은 집안에 배경을 가진 강태욱(지진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사랑보다는 ‘필요’에 의해 결혼한 그였다. 둘 사이에 갖게 된 아이도 앵커직을 더 붙들기 위해 상의도 없이 지워버렸다. 그래서 소원해진 부부지만, 대외적으로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꾸미는 ‘쇼윈도 부부’의 삶을 그들은 살아간다. 

고혜란이 결코 선한 인물이 아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인 건, 그의 이런 지나칠 정도의 절실함과 성공에 대한 폭주가 그만큼 커리어우먼으로서 어떤 성공을 거두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일이 엄청나게 어려운 우리네 현실을 에둘러 보여주고 있어서다. 지금껏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처럼 성공을 향해 무한질주하는(결국은 낙마하더라도) 남성 캐릭터들은 많았지만, 고혜란 같은 여성 캐릭터는 드물었다. 그러니 마지막에 파멸에 이르더라도 한번쯤 끝까지 욕망을 밀고 나가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고혜란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채워주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케빈 리(고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의 성추행을 의도적으로 찍은 매니저에 의해 협박을 당하며, 케빈 리와 고혜란의 관계가 직업적 관계 그 이상을 알아버린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의 복수 선언이 이어지면서 <미스티>의 고혜란이 갖고 있던 이런 매력들이 초반만큼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복수를 위해 서은주가 의도적으로 고혜란의 남편인 강태욱에게 접근하는 치정극에 가까운 이야기와, 감옥에서 출소해 곤경에 빠진 고혜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미스터리한 남자 하명우(임태경)의 ‘순애보(?)’ 같은 이야기는 조금은 맥이 빠지게 만드는 면이 있다. 

즉 서은주와 고혜란의 대결구도는 커리어우먼의 현실과의 대결을 그리는 듯 했던 <미스티>의 이야기에서 옆길로 샌 듯한 느낌을 주고, 하명우라는 일종의 숨은 ‘가디언’의 존재는 고혜란의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상당부분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린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던 고혜란이 갑자기 그를 돕기 시작한 강태욱과 하명우 같은 남자들에 의해 마치 드라마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미스티>의 시청자들은 치정극이나 보디가드식의 순애보를 보고 싶은 게 아닐 게다. 그것보다는 이 처절할 수밖에 없는 고혜란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끝까지 욕망을 펼쳐 나가고 그 끝이 파국이라고 할지라도 뛰어드는 그런 강렬한 커리어우먼상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물론 단 한 회만의 머뭇댐이고 옆길로 빠져든 것이라 여기고 싶다. 욕망의 질주와 그로 인한 파멸하는 인물을 통해 ‘선하게 지킬 건 지키고 산다’는 그런 식의 틀에 박힌 교훈이 아니라, 왜 그렇게 파멸할 정도로 뜨거운 욕망을 추구했어야 했는가를 보여주는 공감 가는 여성상을 보고 싶은 것이니.(사진:JTBC)

‘블랙’, 소재는 독특한데 어째서 이리도 어색할까

비행기를 탄 강하람(고아라)이 갑자기 옆에 탄 아이의 뒤편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는 경악하고, 기내의 많은 승객들에게도 그림자들이 있는 걸 알고는 미친 듯이 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OCN <블랙>이라는 드라마에 시선을 집중시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죽음을 보는 소녀가 타인의 죽음을 알면서 막지 못하는 그 능력을 ‘저주’라고 여길 때 그의 앞에 나타난 형사 한무강(송승헌)이 그건 ‘축복’이라고 말해주는 장면에서는 이 두 사람이 누군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벌어질 사건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블랙(사진출처:OCN)'

이처럼 <블랙>은 최근 들어 특히 많아진, 타임리프 같은 장르적 장치를 가진(타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재의) 드라마의 참신한 변주처럼 다가왔다. 그 많은 타임리프들이 그러하고 최근 방영되고 있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예지몽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다가오는 죽음’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담은 드라마들과는 또 다른 색깔을 가진 드라마. 게다가 한무강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다시 살아나는 대목은 향후 저승사자가 빙의된 그와 타인을 죽음을 보는 강하람과의 또 다른 모험담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살아난 한무강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속옷도 입지 않은 채 속이 다 보이는 환자복에 잠바 하나를 걸친 채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은 그 장르적 애매함으로 인해 드라마가 만들어놓은 긴장감을 흩어 놓았다. 마치 속을 다 보이겠다는 듯 쩍벌을 하고 앉거나 롱코트만 걸친 채 바바리맨처럼 여자화장실에서 옷을 열어젖히는 장면은 코미디를 의도한 것이지만 죽음이라는 무게감을 가진 이 드라마의 장르적 긴장감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즉 어느 정도의 유머는 괜찮을 법 했지만 이런 식의 ‘화장실 유머’가 가진 가벼움은 드라마의 성격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니 가뜩이나 연기로 해석하기 힘든 이 낯선 캐릭터 역시 어색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연기 변신을 의도한 듯 작정하고 뛰어든 모습이 역력한 송승헌이지만 그 장면들이 어떤 매력을 드러내기보다는 그저 망가진 느낌을 준 건 아쉬운 대목이다.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고아라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비행기 신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 경악하고 오열하는 그 장면이 주는 충격파는 충분했지만, 그 후로 이 캐릭터는 너무 울거나 자책하는 장면들이 반복됐고, 때때로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응답하라 1994> 이후 늘 보였던 익숙한 모습들이 보였다. 이건 연기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문제도 적지 않다. 한무강이나 강하람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이 몰입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블랙>이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소재가 독특할수록 캐릭터는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어야 시청자들에게 그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코미디와 스릴러가 상생하지 못하고 있는 장르적 혼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제시되지 못해 어색하게 느껴지는 연기. <블랙>이라는 괜찮은 소재의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해야할 숙제가 아닐까.

'청춘시대2', 류화영 보내고 최아라 맞이하는 성숙한 방식

JTBC <청춘시대>가 시즌2로 돌아왔다. 첫 방송은 일종의 워밍업에 가까웠지만 벌써부터 반가운 얼굴들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난다. 짠내 물씬 풍기던 청춘의 초상을 보여준 윤진명(한예리),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러블리 정예은(한승연),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털털한 매력의 소유자 송지원(박은빈).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하지만 시즌2에는 시즌1과는 달라진 모습들이 첫 방을 통해 확인됐다. 먼저 시즌1에서 풋풋한 첫 사랑의 매력을 풀풀 풍겨냈던 유은재 역할을 박혜수가 아닌 지우가 맡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이러한 바뀐 연기자가 그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해낼까 알 수 없지만 첫 방을 통해 보여진 연기는 무난한 편이다. 

시즌2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시원시원한 걸크러시의 모습으로 주목받았던 강이나(류화영)가 이별을 고하고,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의 새로운 멤버로서 조은(최아라)이 합류했다는 점이다. 사실 시청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시즌1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강이나와의 이별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즌2의 첫 방송은 사실상 강이나라는 캐릭터를 위한 한 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떠나는 그녀에 대한 아쉬움을 담았다. 중국 여행을 끝내고 귀국하는 윤진명을 마중 나가기 위해 공항으로 차를 끌고 나온 강이나가 사실은 초보운전이라 겪게 되는 코믹한 해프닝이 첫 방을 거의 채웠다. 

어쩌다 가게 된 산 속 펜션에서 주인을 묶어놓고 주인 행세하는 강도 때문에 겪는 해프닝.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가벼운 이야기를 통해 <청춘시대2>는 시즌1의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리마인드시켰고 떠나는 강이나와 합류하는 조은을 소개했다. 

<청춘시대>가 드라마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시즌2가 가능했던 건 벨 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를 중심으로 여러 청춘들의 에피소드들이 캐릭터별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시즌을 잇는 캐릭터가 한두 명만 있어도 이야기는 연결성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시즌2는 기존 캐릭터들을 대부분 이어가면서 조은이라는 새로운 캐릭터 하나를 더했다. 

캐릭터 중심의 에피소드로 흘러가기 때문에 <청춘시대>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그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매력이다. 윤진명은 그 시즌1에서의 짠내를 극복하고 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가 궁금하고, 시즌1에서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정예은이나, 모태솔로의 외로움과 대신 남다른 우정과 의리를 장착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송지원이 이제 제대로 된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해지는 건 시즌2는 지금의 청춘들의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즌1이 윤진명이란 캐릭터로 제시됐던 갑질 사회와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세월호의 잔상을 남겼다면 시즌2에서는 어떤 현실들이 제시될까. 첫 방의 워밍업만으로도 벌써부터 그 캐릭터들이 반갑고 그들이 만들어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비긴어게인’ 윤도현의 눕라이브, ‘나가수’와는 다른 매력

영국 체스터의 대성당이 보이는 길가를 걷다가 문득 홀로 버스킹을 하는 외국인에게 윤도현이 대뜸 묻는다. “같이 연주해볼래요?” 즉석에서 마련된 기타 듀오. 외국인 버스커가 치는 기타 연주에 윤도현이 슬쩍 반주를 맞춰준다. 마침 부는 바람이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즉흥으로 하는 연주이니 아는 멜로디일 리가 만무지만 어딘지 좋다. 낯선 곳, 낯선 외국인이지만 기타라는 악기 하나로 나누는 교감이 주는 행복감. 아마도 이것이 JTBC <비긴어게인>이 들려주는 음악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비긴 어게인(사진출처:JTBC)'

고풍스런 체스터 성당 안으로 들어와 그 푸른 잔디밭 위에 벌러덩 누운 윤도현과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희열은 문득 비틀즈의 노래들을 기타 반주를 해가며 흥얼거린다. 악기 연주와 작곡에는 천재적이지만 가창력에는 영 자신감이 없는 유희열의 노래는 음정도 틀리고 음 이탈도 생기지만 어쩐지 그 노래만의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윤도현은 “너무 좋다”며 노래를 끝까지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 하늘과 나무 그리고 유희열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담아 멋진 뮤직비디오 영상을 완성한다. 

문득 제작진들조차 그것이 방송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일까. 제작진 중 한 명이 윤도현에게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기타를 집어든 윤도현은 누워서 해도 되냐고 물은 후 누운 채 기타를 치면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부른다. 이른바 ‘눕라이브’. 누워서 부르는 것이니만큼 절절한 가창이 되지는 않지만 어딘지 그 한가로움이 노래에 묻어나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대 바깥에서 부르는 노래. 완벽한 음향이 갖춰진 것도 아니고 정해진 레퍼토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정해진 관객도 없다. 그저 옛날 형들(?)이 잔디밭에 누워 노래를 불렀던 그 자유로움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그런 광경. 아마도 스튜디오나 녹음실, 심지어 라이브 무대에서도 느낄 수 없던 무언가가 거기에는 있다. ‘현장감’이 주는 생생함과 그저 노래 부르는 것뿐, 다른 목적 자체가 지워져 있는 그 시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 그것이 <비긴어게인>의 음악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가 아닐까.

영화 <비긴어게인>에서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길거리에서 건물 옥상에서 그 배경음들을 그대로 담아 부르던 그 노래에서도 이런 음악의 느낌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심지어 기계음으로 틀린 음조차 고쳐 녹음할 수 있는 완벽해진 시스템의 시대에 우리는 어쩌면 더 허술함이 묻어나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음악을 원하게 됐을 것이다. 그레타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노래를 부르며 그 마음을 전할 때, 그 어떤 완벽한 사운드도 재현해내지 못할 그 감성이 전해지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비긴어게인>에 출연하는 윤도현이나 이소라는 모두 한때 MBC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의 무대를 선보였던 가수들이다. 가창력이라고 하면 결코 빠지지 않는 가수들. 그래서 매번 그들이 섰던 무대가 하나의 레전드처럼 남았던 가수들. 하지만 그 경합의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청을 돋웠던 그들의 면면과, 지금 <비긴어게인>에서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그 면면은 너무나 다르다. 어쩌면 그 경합의 무대들이 주던 피곤함을 훌쩍 떠나와 슬슬 부르는 그 음악 속에서 그들은 진짜 음악의 세계를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현실이 온통 경쟁이다보니 음악도 경쟁이었다. 하지만 그 경쟁의 음악들은 우리의 귀를 먹먹하게 했어도 그만큼의 피로함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이제는 그 경쟁의 무대를 벗어나 온전히 즐기는 음악 속으로 들어온 <비긴어게인> 같은 세계의 음악이 귀에 더 콕콕 박힌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잘 하려고 난리를 치는’ 저편에서 훌쩍 떠나온 그들은 이제 길거리에서, 잔디밭 위에서 심지어 누워 노래를 부른다. <나는 가수다>와는 너무나 다른 <비긴어게인> 윤도현의 눕라이브가 새삼 음악의 또 다른 매력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중이다.

‘수상한 파트너’, 법정물? 로맨틱 코미디!

법정물일까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일까. 검사와 변호사가 등장하고 살인사건이 전체 이야기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점은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가 법정 스릴러 장르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여주인공인 은봉희(남지현)의 주변을 맴도는 범인은 그 등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수상한 파트너(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러한 <수상한 파트너>가 포진시켜놓은 스릴러 장르적 틀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 간의 관계들을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의 장르적 성격은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두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접근금지명령’이란 부제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가진 법정물과 로맨틱 코미디의 절묘한 결합방식을 잘 보여준다. 

살인죄로 기소되었던 은봉희를 풀려나게 해줌으로써 검사복을 벗게 된 노지욱(지창욱). 그가 은봉희에게 인연이 아니라 악연이라며 다시는 보지 말자고 선을 긋지만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나뉘어 변호를 하다 다시 만나게 되고 관계가 이어지는 과정은 ‘접근금지명령’이라는 법적인 사안을 멜로적 관계와 연결시켜 해석해낸 독특한 이 드라마의 특징을 드러낸다. 

실제로 이들이 맡은 사건은 스토커를 하는 한 남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기고 여자의 집안까지 난입하다 체포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들 관계의 문제를 변호하고 해결하면서 은봉희와 노지욱의 관계 역시 가까워진다. 노지욱이 은봉희에게 악연이라며 내린 ‘접근금지’가 풀려나는 과정을 사건과 연계시켜 풀어낸 것.

그러고 보면 노지욱과 은봉희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적 관계들은 이들이 겪는 법적인 사건들과 엮어져 있다. 노지욱은 은봉희를 풀려나게 함으로써 지검장의 미움을 사게 됐고 결국 검사복마저 벗게 됐다. 또 그 후에도 은봉희가 지속적으로 지검장의 사찰을 당하며 변호사로서의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지검장을 찾아가 항변하다 또다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결국 노지욱은 그녀를 두둔하는 법적 행동을 할 때마다 불이익을 받게 되고 그래서 악연이라며 그녀를 멀리 하려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꾸만 그녀에게 빠져든다. 바로 이 지점이 법정물과 멜로가 만나는 곳이다. 멜로는 달달해지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 현실의 어려움이 만들어내는 장벽과 갈등들은 그래서 이들 사이의 멜로적 관계를 더 갈망하게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법정물을 빙자한 멜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이들이 처한 문제가 해결되고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는 법정물의 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고 그래서 진범을 잡는 과정과 그 사이에 만들어지는 사적인 멜로들의 교집합. 그것이 <수상한 파트너>가 가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건 역시 그 역할을 더 실감나게 만드는 지창욱과 남지현이다. 액션 연기와 동시에 멜로적 감성을 더해주는 지창욱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긴장감과 설렘을 만들어주고 있고, 무거울 수 있는 사안들을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로 밝고 발랄하게 만들어내는 남지현의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상큼함을 부여한다. 두 사람의 케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해지는 건 그 케미가 법정물과 멜로를 동시에 엮어내는 드라마의 특성 덕분이다. 물론 이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배우들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지만.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72)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61)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132,312
  • 205760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