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어딘데??’, 사막이어서 가능한 새로운 묘미들

<1박2일> 시절부터 그랬지만 유호진 PD에게 일이 의외로 커지게 되는 건 애초부터 기획된 결과만은 아니다. 사막 탐험 예능이라는 KBS의 새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도 마찬가지다. “왜 하필 사막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유호진 PD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박2일> 시절부터 해외로 나가면 어떤 걸 해볼까 고민해왔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해외여행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져 더 이상 새로운 걸 찾기가 어렵게 됐다고 했다. “결국 새로운 건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사막이 떠올랐고, 막연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녀온 답사여행에서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사막.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그러니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피해야할 곳 1순위에 올랐을 공간이 어쩌면 사막이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아예 닿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오히려 유호진 PD의 마음을 끌었다. 거기에 오롯이 인물들을 투입하고 그들이 마치 빈 도화지에 써나가는 그 행적의 기록들을 담아내는 건 ‘새로운 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 주어야할 재미 부분을 아무 것도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하는 걱정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첫 방송분을 들여다보니, 그게 기우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출연진들이 가진 저마다의 개성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예능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발대식에서 다들 “어쩌다 낚였다”며 그 자리에 모인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은, 심지어 사막 탐험을 설명하기 위해 탐험가 남영호 대장이 등장하자, “어쩌다 보니 남영호 대장까지 등장한다”며 슬슬 사막 탐험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대장을 맡게 된 지진희는 처음에는 과도한 의욕을 보이다가 조금씩 드는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차태현과 조세호는 어쩌다 이런 일까지 하게 됐는가를 후회하고 걱정하는 모습으로 또 배정남은 그 와중에 별 생각없이 자신의 역할로 주어진 먹을거리 담당에 충실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물론 그 웃음은 이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방영될 사막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생고생이 주는 힘겨움과 웃음의 양면은 의외로 희비극을 넘나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쩐지 짠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희비극적 요소는 다름 아닌 우리네 삶을 닮아있는 ‘사막을 걷는 행위’에서 이미 시작된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걷는 행위’는 우리가 도시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어떤 감흥을 이끌어낼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도시에서는 늘 보던 일몰 하나도 사막을 배경으로 떨어질 때 전혀 다른 감흥이 생겨나는 것. 또 음식 하나를 먹는 일이나,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일, 또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그 일 자체가 문득 그저 눈앞에 닥친 일들에 바삐 살아가던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같은 진중한 질문을 던지게 하지는 않을까. 

유호진 PD가 그 선택의 이유로 말한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빈 도화지 같은 공간이 바로 사막이다. 그리고 그 사막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일 수 있다. 어디로 걸을 것이며 그 빈 곳에 무엇을 그려 넣을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거기가 어딘데??>라고 묻지만, 결국 우리는 그 곳을 향해 걷는다. 그것은 생존의 길처럼 여겨지지만, 때론 그 길은 남다른 삶의 의미들을 만나게 되는 ‘실존의 길’이 되기도 하니.(사진:KBS)

‘시카고 타자기’, 이토록 문학적 상징들이 가득한 드라마라니

독특한 드라마. 아마도 tvN 새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런 표현이 적당하지 않을까. 총소리가 타자기 치는 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톰프슨 기관단총에 붙여진 별칭에서 따온 <시카고 타자기>라는 제목은 이 드라마가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일종의 문학적 해석이 가능한 상징들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 타자기(사진출처:tvN)'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가 시카고에서 발견한 한 타자기는 그에게 기묘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타자기는 1930년대 경성에서 글을 쓰던 자신과 친구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유진오(고경표), 그리고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듯한 전설(임수정)이 함께 어울렸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이 실제로 벌어졌던 일인지 아니면 한세주라는 작가의 상상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 타자기를 구입하려 하지만 팔지 않겠다던 주인은 타자기 스스로 자신을 한세주에게 보내달라고 찍어대는 기이한 광경에 놀라 결국 한세주에게 타자기를 보낸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타자기를 한세주에게 배달해주는 인물이 바로 전설이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우연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라마가 이를 허용해주는 건 다름 아닌 한세주라는 작가의 존재 덕분이다.

이 모든 우연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은 어쩌면 한세주라는 상상력이 넘쳐나지만 지금은 무슨 일인지 슬럼프에 빠져들어 점점 미칠 지경이 되어가는 작가가 재구성한 일들처럼 보여진다. 그것이 한세주의 욕망에서 비롯된 상상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즉 슬럼프에 빠진 그에게 전설과 시카고에서 배달된 타자기는 마치 동격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뮤즈’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전설이 계속해서 한세주에게 날리는 메시지는 “삼류소설 쓰지 말고 위대한 작품을 쓰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한세주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은 했지만 스스로에게 느끼는 어떤 자책감과 그래서 더 커지는 욕망의 목소리일 수 있다. 자신의 소설을 그대로 따라해 모방범죄를 저지른 스토커의 등장은 그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다. 자신의 소설은 마치 시카고 타자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톰프슨 기관단총처럼 누군가에게 무시무시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만큼. 

게다가 그 스토커가 한 말, 한세주가 자신에게 살인의 영감을 주었듯이 자신이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었다는 말이 그에게는 날카로운 가시처럼 박힌다. 그래서 한세주에게는 너무나 상반된 영감을 제공하는 두 인물이 양편에 서 있는 셈이다. 하나는 장르 소설 속에서 누군가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을 그려내게 하는 영감을 주는 스토커 같은 인물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삼류소설 쓰지 말고 위대한 작품을 쓰라며 영감을 주는 전설 같은 인물이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 한세주를 끝없이 몰아세우는 건 전속 출판사인 황금곰 대표 갈지석(조우진)이다. 그는 소설을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 본다. 소설의 성공을 게임과 영화 등등으로 멀티유즈하여 엄청난 비즈니스로 만들어내려 한다. 그래서 슬럼프에 빠진 한세주에게 유령작가를 쓰자는 은밀한 제안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유진오다. 그런데 드라마는 유진오라는 인물을 진짜 유령 같은 미스터리한 존재로 연출하고 있다. 어쩌면 그 역시 한세주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인물일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시카고 타자기>는 이처럼 창작자와 뮤즈라는 영감을 주는 관계를 멜로와 미스터리 등의 장르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해지는 건 전적으로 한세주라는 작가가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많은 판타지적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용인되고 이해되는 지점은 다름 아닌 성공은 했지만 어딘지 불안하면서도 해소될 수 없는 욕망을 가진 작가 한세주의 상상일 수도 있다는 문학적 개연성이 있어서다. 

이처럼 문학적인 상징들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을 대중적으로 설득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스러운 건 이런 상징들을 인물들의 밀고 당기는 멜로와 스릴러가 덧붙여진 장르적 긴장감 그리고 판타지까지 동원해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내는 진수완 작가와 김철규 감독의 공력이 있고, 이를 제대로 받쳐주는 유아인이나 임수정, 고경표 같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 타자기>는 지금껏 이런 형태의 드라마가 국내에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제작진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결코 쉽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 독특함 안에서도 어떤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가는 작가와 연출자 그리고 배우들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바로 이런 도전적인 시도 그 자체에 이 드라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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