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이쯤 되면 믿고 보는 박신혜

 

이쯤 되면 믿고 보는 배우의 탄생이다. SBS 월화극 <닥터스>에서 박신혜는 지금껏 해왔던 이미지의 익숙함에 새로움을 더했다. 익숙함이라 하면 교복 입은 모습에 어딘지 동정이 가는 힘든 가정 형편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고, 새로움이라 하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조폭들을 일거에 진압(?)해버리는 조금은 반항기 있어 보이는 걸 크러시의 모습이다. 결국 연기자의 성장이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더해 가는가가 관건이라면 박신혜는 확실히 <닥터스>를 통해 그 성취를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의 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아픔이 많은 과거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는 새 엄마를 만나 새 가정을 꾸렸고, 그녀를 할머니 댁에 맡겼다. 하지만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며 살아왔던 할머니는 수술 도중 사망했다. 혈혈단신으로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왔을 혜정. 의혹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할머니의 죽음은 그녀가 의사가 되는 이유가 된다. 의혹을 밝히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의사의 입장을 이해해보겠다는 의도로 시작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럴수록 의혹은 더 깊어진다.

 

즉 혜정이라는 인물은 바로 이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어두움이 그 밑에 깔려 있어 어떤 우울을 만들지만, 동시에 그녀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홍지홍(김래원)이나 절친 천순희(문지인)에 의해 조금씩 마음이 풀어져간다. 혜정 앞에 갑자기 나타난 새 엄마와 그녀의 딸 유나(한보배)는 그녀에게는 없는 가족에 대한 애증을 이끌어낸다. 결국 <닥터스>는 혜정이라는 리트머스지에 주변인물들이 서로 화학반응을 함으로서 그녀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가는가를 들여다보는 드라마다. 그리고 이러한 혜정의 성장과 치유는 <닥터스>의 의사들이 환자들을 고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다.

 

혜정의 성장은 박신혜라는 연기자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교복 입은 여고생으로 시작해 어엿한 의사로 성장하고 그러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은 박신혜가 지금껏 해왔던 연기 히스토리와 또 앞으로 성장해갈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박신혜라는 연기자의 이미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청순함과 선함이다. 여고생 복장으로 나와도 여전히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 건강한 매력.

 

<미남이시네요>가 해외에서 반응을 보이며 한류스타로서 주목받게 된 박신혜는 <상속자들><피노키오>를 통해 이 본연의 매력 위에 절절한 눈물 연기를 더하면서 더 깊어진 연기를 보여줬다. <미남이시네요>부터 보여줬던 달달하면서도 풋풋한 멜로연기와 <상속자들><피노키오>를 통해 보여준 공감 가는 눈물 연기. 여기에 <닥터스>에서 박신혜는 액션 연기까지 소화 가능한 연기자라는 걸 증명해내고 있다.

 

젊은 여성 연기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즉 믿고 보는 여배우들을 이야기하면 김희애나 김혜수 같은 중견 연기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연상연하 커플이 많이 등장한 것도 어찌 보면 주목할 만한 젊은 신인들이 많이 배출되지 않아 믿고 보는 여배우들의 연령대가 높아져서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박신혜라는 연기자는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네 드라마가 가진 젊은 여배우에 대한 갈증을 확실히 풀어주는 면이 있다. 처음에는 여전한 여고생 같은 그런 풋풋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녀는 훌쩍 성장해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연기자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닥터스>는 그런 그녀의 면면을 혜정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벌써부터 심상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 드라마로 우리는 확실히 믿고 보는 로코 퀸의 탄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닥터스>의 박신혜-김래원, <운빨>의 류준열-황정음

 

지상파들의 드라마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tvN 드라마의 급성장이 주는 자극은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고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끝없이 추락할 거라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캐스팅이다. 누가 캐스팅되었고, 그 연기자가 얼마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또 팬덤을 갖고 있는가는 드라마의 성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월화드라마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SBS <닥터스>는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3<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2009<미남이시네요>로 확실한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넌 내게 반했어>, <상속자들>을 거치면서 배우로서의 색깔을 점점 채워나간 박신혜는 이번 <닥터스>에서는 조금은 반항적이면서 여성들도 선망할 멋진 걸 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혜정이란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착하고 밝은 소녀로서의 이미지만 보여왔던 그녀의 이런 변신은 <닥터스>라는 어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의학 성장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상대역으로 등장한 김래원은 <천일의 약속><펀치> 같은 다소 무거운 캐릭터의 옷을 벗어버리고 따뜻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홍지홍 역할을 선보이고 있다. 교사이자 의사 역할인 극중 홍지홍의 모습은 김래원의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기의 면면들을 끄집어내주기에 충분했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서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가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은 이 멜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닥터스>와 경쟁작으로 동시에 시작된 <뷰티풀 마인드>는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여겨지지만 아쉽게도 장혁과 박소담의 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장혁이 하는 공감 제로의 의사 역할은 쉽지 않은 것이다. 때론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때론 아픔이 느껴지는 그 면면들을 연기해내야 한다. 하지만 장혁에게서는 여전히 <추노> 대길이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또한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소담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우에 대한 호감도나 몰입은 <닥터스>와의 대전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힘을 좀체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수목드라마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추락해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미니시리즈 편성시간대로 자리해있는 수목드라마가 이처럼 10% 시청률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가 처한 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운빨로맨스>가 그마나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류준열과 황정음이라는 두 배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운빨로맨스>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초반의 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이야기들도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상당부분 사라져버렸고, 대신 심보늬(황정음)와 제수호(류준열)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것은 스토리의 힘이라기보다는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배우들의 팬덤과 그들 팬덤이 요구하는 장면들을 충족시켜주는 데서 나오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의 힘이라는 것이다.

 

종영한 <국수의 신>이나 새롭게 시작한 <원티드> 모두 스토리의 힘을 강조한 작품들이지만 캐스팅의 힘만으로 보면 <운빨로맨스>를 이기기가 어렵다. <국수의 신>은 주인공 천정명보다 악역인 조재현의 힘이 더 많이 느껴진 드라마로 종영했고, <원티드>의 김아중은 엄마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그리 강하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운빨로맨스>의 선전은 그나마 황정음과 류준열에게서 기대되는 캐릭터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고 있고, 그들이 또한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생겨났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캐스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까닭은 작품의 편차가 압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평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렇게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작품 선택이 그만큼 신중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갈수록 더 드라마의 성패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근석, 전략 수정이 절실하다

 

종영한 사극 SBS <대박>의 주인공은 단연 장근석이다. 여진구, 전광렬, 최민수 같은 인물들이 있지만 그래도 전체 이야기의 중심은 대길이라는 인물이 겪는 고난과 성장 스토리를 통해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가 서 있는 인물들 사이의 위치는 막중하다. 위로는 아버지인 숙종(전광렬)과 연결되고, 옆으로는 형제가 되는 연잉군(여진구)이 있으며 시대의 공적인 이인좌(전광렬)와 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박(사진출처:SBS)'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온전히 장근석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드라마 초반부터 중반 이후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건 독특한 숙종 역할을 맡은 최민수였고, 드라마가 끝까지 굴러가게 만든 장본인 역시 그가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서 조정을 농단하는 이인좌 역할을 연기한 전광렬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연기 공력의 틈바구니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장근석은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아버지인 백만금(이문식)이 죽고(물론 나중에 다시 살아 돌아오지만) 벼랑 끝에서 이인좌의 칼에 맞고 떨어지는 그의 모습은 그간 봐왔던 그의 연기와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 뱀을 물어뜯는 연기까지 선보였다. 그것은 마치 <레버넌트>로 꽃미남이 아니라 연기자라는 걸 확실히 증명해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보처럼 보였지만, 그런 노력은 그리 큰 효과를 가져 오지는 못했다.

 

장근석이 이처럼 <대박>을 선택하고 지금껏 해오지 않았던 연기에 도전한 건 스스로도 늘 현대극의 허세남 캐릭터에 붙박여 있는 것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현실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2009<미남이시네요>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공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매리는 외박중><미남이시네요>의 연장처럼 여겨졌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사랑비>는 아쉽게도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예쁜 남자> 역시 마찬가지. 장근석이 갖고 있는 꽃미남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소비했을 뿐, 이렇다 할 그의 성장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다.

 

배용준 이후 일본 한류의 새로운 물꼬를 튼 장근석이지만 후속작을 내지 못한다는 건 그에게는 커다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대박> 역시 대박이 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결과다. 물론 대본의 완성도가 높지 못했다거나, 함께 하는 연기자들의 면면이 워낙 강했다거나 하는 이유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쨌건 중심에 서 있던 연기자로서 드라마의 실패에 책임이 없다 말하긴 어렵다.

 

이번 <대박>을 경험하면서 장근석에게 필요한 건 적절한 전략의 수정이다. 연기변신이 절실하다고 해도 너무 급작스런 변화는 그에게도 또 그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연기자라면 이걸 넘어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장근석처럼 너무 강하게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는 연기자라면 적절한 수위 조절을 통한 변신을 꾀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시도와 그 의지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방법이 너무 과했다고 여겨진다. 자신이 갖고 있는 허세 꽃미남의 이미지가 자신의 경쟁력이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대박>은 여러모로 장근석이라는 연기자에게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지현 효과, 박신혜 효과보다 컸다

 

<별그대>노믹스.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경제효과를 지칭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별그대>의 경제효과를 추산하는 건 무려 3조원.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중국인들은 김수현과 전지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들이 입는 의류와 화장품은 물론이고, 전지현이 드라마 속에서 했던 치맥(치킨과 맥주) 문화에 빠져든다. 성지가 되어버린 <별그대> 촬영지는 중국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물론 중국에 진출했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이들도 <별그대> 특수를 누리기 마련이다.

 

'별에서 온 그대(사진출처:SBS)'

도대체 무엇이 다른 드라마와 달리 <별그대>의 경제효과를 이토록 크게 만들어냈던 걸까. 지난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는 이색적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 이 거창한 제목의 컨퍼런스에는 중국 전매대학 연극영상학부의 리셩리 교수, 북경방송국 드라마센터 마케팅부 샤오제 주간 그리고 CJ E&M China 드라마부문 책임 프로듀서인 정태상 PD가 발표자로 나왔다.

 

사뭇 진지하게 진행된 이 컨퍼런스는 <별그대> 열풍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중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별그대>의 중국 성공에 대해 리셩리 교수는 이미 한국 트렌디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어 있었고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는 점과 인터넷의 힘을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생겨난 경제적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 불균형은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양극화와 유사한 정서를 만든다는 것. 그것이 나라는 달라도 <별그대>라는 작품 하나가 양국에서 동시간대에 열광을 만든 이유라는 것이다.

 

동시간대에 한국과 중국에서 비슷한 열풍이 불었다는 점은 중요한 지점이다. 즉 과거 <겨울연가>로 인한 욘사마 열풍이나, <미남이시네요>로 촉발된 장근석 열풍은 국내와 해외의 온도차가 컸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꾸로 해외에서 먼저 터지고 그 다음에 국내에서도 관심을 갖는 순서로 한류바람이 불었다는 것. 하지만 <별그대>는 다르다. 국내와 해외가 동시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리셩리 교수가 얘기하는 양국이 비슷하게 겪는 양극화와 그 정서가 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중국은 하나의 나라라기보다는 하나의 대륙에 가깝다는 정태상 PD의 이야기는 리셩리 교수가 남방과 북방이 드라마를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남방의 정서가 따뜻한 멜로의 분위기를 가진 우리네 한류 드라마에 더 열광적인데 반해 북방의 정서는 정치 같은 딱딱한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적인 정서의 남방과 남성적인 정서의 북방으로 설명될 수도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별그대>의 열풍이 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산업적으로 더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로 여주인공 천송이의 캐릭터가 주효했다는 지적이었다. <상속자들>에 비해 <별그대>가 더 마케팅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던 이유는 여주인공이 화려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상속자들>의 여주인공은 가난한 신분이기 때문에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에도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한류 드라마의 힘을 여전히 장르적으로는 멜로의 힘으로 보고 있었다. <상속자들>의 이민호 열풍이나 <별그대>의 김수현 열풍 등 멋진 남자 주인공에 대한 주목은 한류 드라마가 중국의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이번 <별그대>가 특이했던 점은 전지현이라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열풍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수동적인 존재로서의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이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워너비가 됐던 점이 작용했다.

 

<별그대>는 종영했지만 여전히 <별그대>를 얘기하는 것은 중국에서 새롭게 촉발된 한류드라마의 열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장태유 감독은 지금껏 드라마를 갖고 이런 진지한 자리는 처음이라며 하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종영했지만 <별그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여운은 또다른 한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배용준과는 다른 장근석의 매력

'장근석 도쿄돔 크리쇼'(사진출처:와이트리미디어)

장근석은 연기자일까 가수일까. 물론 연기자다. 그것도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그는 아역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연기자라고 얘기하기엔 어딘지 미진하다. 이미 다섯 차례나 아레나 투어를 했고 거기서 선보인 자신의 곡만 해도 40곡이나 된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온전히 자신의 곡으로 채울 수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물론 가창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능력이 있다. 바로 연기다. 그의 무대는 그래서 연기와 노래가 잘 어우러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장근석이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알려졌고, 극중인물인 아이돌 그룹 A.N.JELL의 리더 태경으로 각인되었다. 드라마 속에 노래가 있었고, 연기자 속에 가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접합 부분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연기자인 장근석이 가수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독특한 지점이 생겨났다. '미남이시네요'라는 장근석 월드가 생겨나고 점점 넓혀지는 가운데, 그는 연기자로서도 가수로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도쿄돔에서 있었던 장근석 공연은 여러모로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4만5천명의 관객(일본 관객, 그것도 대부분이 여성) 앞에서 그는 자신만의 장근석 월드를 무려 3시간 반 동안 보여주었다. 프린스 월드라는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는 침실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가수들)을 소개하고, 클럽에서 놀고, 자전거를 타고 피크닉을 떠나고(그는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돔을 한 바퀴 돌았다), 자신이 프린스임을 선언했다. 거기에는 드라마적인 스토리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고, 그 위에 그의 노래가 얹어졌으며, 중간 중간 끊임없는 농담이 이어졌다.

K팝 가수들이 노래로 콘서트를 가득 채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다. 장근석은 일단 드라마적인 설정 공간으로 팬들을 초대하고 거기서 연기와 노래가 접목된 쇼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또한 배용준이 팬 미팅을 갖는 것과도 다른 방식이다. 만남과 대화의 진솔함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배용준 팬 미팅과 달리, 장근석은 그 안에 쇼적인 즐거움의 요소를 덧붙여 하나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장근석이 한류 스타로서 풀어나가는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한류를 기대하게 한다. 즉 드라마나 영화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 콘텐츠가 기반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의 쇼나 콘서트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방식이다. 이것은 코스프레 같은 콘텐츠 기반의 쇼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일본 같은 곳에서는 더없이 효과적인 방식이다. 또한 K팝 가수가 드라마 데뷔를 통해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연기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연기자가 거꾸로 드라마를 통해 가수로까지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 더 수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스토리가 가진 힘 때문이다. 가창력은 조금 못해도 스토리 속에서 들리는 노래는 전혀 다른 맥락을 갖게 된다.

장근석이 이런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은 경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와 노래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넘나들었고, 일본과 한국이라는 국가 사이에 놓여진 정서와 언어의 경계를 오히려 가능성으로 만들었다. 국가 간 차이에 따른 어색한 행동이나 언어는 때론 이국적으로도 느껴지고, 때론 귀엽게도 여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경계 넘기는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놓여진 거리감을 좁혔다는 것일 게다. 그는 스스로 '프린스'라고 얘기하면서도 굳이 자신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나, 조금 별난가요? 요즘 주목 받는 만큼 오해도 많이 받고, 충고를 많이 들어요. 오래 사랑 받으려면 신비주의를 택해라. 하고 싶은 말도 좀 참아라. 마음에 없는 행동도 해야 한다.하지만 나는 장근석인걸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인으로 남아서 길거리에서 셔플도 추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믿으니까요."

장근석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무언가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확실히 배용준과는 다른 장근석만의 매력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 한다. 수많은 경계들을 해체시키면서.

드라마 시청에 있어서 기분이 차지하는 것들

세상에 저렇게 불쾌한 드라마가 시청률은 왜 저리도 높을까. 어쩜 이렇게 유쾌한데도 왜 시청률은 도무지 오르지 않을까. 물론 불쾌와 유쾌란 기분의 차원이지만, 누구나 드라마를 보며 이런 의문을 품어보지 않은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취향이 대중들의 취향과는 다르다는 조급한 결론에 도달하는 분들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럴까.

그 이유는 시청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 불쾌와 유쾌를 나누는 기분의 차원뿐만 아니라, 그 위에 시청자와의 현실적인 공감대, 그리고 드라마의 완성도 같은 기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드라마가 유쾌한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다는 것은 다른 측면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또 반대로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다른 측면이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유쾌한 드라마, '천하무적 이평강'
‘천하무적 이평강’이나 종영한 ‘미남이시네요’ 같은 드라마는 대표적인 유쾌한 드라마다. 경쟁작에 밀려 시청률은 낮지만, 이들 드라마들은 시종일관 그 유쾌한 시간 속으로 대중들을 인도한다. 이들 드라마들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깝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이들 드라마들이 코미디의 특징을 가져가는 것은 바로 이런 긍정적인 극의 분위기를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가장 잘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자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 긍정적인 분위기의 드라마는 바로 그 현실 바깥에 서 있는 듯한 위치 때문에 모든 세대의 호응을 가져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즉 중장년층의 시선에서 보면 이 지나친 긍정론은 그들 세대에서 생각해왔던 ‘드라마는 그래도 현실적’이라는 기대치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 판타지는 만화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열광하는 이유가 된다. 이들 드라마들이 시청률이 낮은 것은 작금의 지상파 TV 리모콘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세대가 중장년층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이 유쾌함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은 것은 주시청층과의 현실적 공감대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쾌함에 풍자가 깃든 '그대 웃어요'와 '히어로'
하지만 ‘그대 웃어요’ 같은 드라마는 상황이 다르다. 이 드라마는 코미디라는 장르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또한 유쾌하고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시청률까지 사로잡고 있다. 처음 10% 초반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현재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사용하는 코미디가 지극히 현실과 맞닿은 풍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대 웃어요’는 웃음 뒤에 빈부의 문제나 소통의 문제 같은 현 사회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이 현실까지도 껴안고 있는 판타지는 중장년층에게 편안한 장르인 가족드라마 속에 녹여지면서 더 힘을 발하게 된다.

이러한 양상은 '히어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코미디가 갖는 과장된 상황들이 과장된 캐릭터들을 통해 그려지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현실 풍자가 들어 있다. 정의와 진실이 사라진 세상에서 작지만 그것을 지켜내려는 신념을 가진 자들의 안간힘은 이들 평범한 인물들을 '히어로'라고 부르는 이유가 된다. 물론 현재 이 작품은 '아이리스'라는 대작에 밀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 웃음 뒤에 남는 통쾌한 현실의 전복은 보다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된다.

유쾌함과 불쾌함을 오가는 '수상한 삼형제'
반면 ‘수상한 삼형제’는 불쾌함과 유쾌함이 왔다 갔다 하는 냉탕온탕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부분은 지극히 희화화되어 있지만, 어떤 부분은 불쾌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민폐형 캐릭터, 김건강(안내상)과 그 가족들이 지지고 볶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늘 밝음을 유지하려는 김이상(이준혁)이 그래도 형제라며 함께 모여 우애를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훈훈함도 느껴진다. 바로 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그려지는 현실의 불쾌함과, 그래도 때론 어떤 긍정을 보여주는 유쾌함의 반복은 이 드라마가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서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불쾌함만을 이끌어내면서도 시청률이 높았던 이른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최근 들어서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논란의 소지를 갖고 있는 드라마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 드라마들의 시청률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막장의 논란을 야기하면서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밥줘'라는 드라마는, 이제 제 아무리 시선을 받아도, 불쾌하기만 한 드라마를 이제는 대중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징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작품성을 위주로 보고, 어떤 이들은 그저 심심풀이로 보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즐겁기 위해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지극히 기능적인 관점, 즉 드라마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은 어떤 드라마의 특정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대중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여전히 이것이 시청률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데 제작자들의 고민이 있다. 일정한 작품성도 가지면서, 현실이 갖는 불쾌함과 판타지가 갖는 유쾌함을 어떻게 잘 엮는가의 문제는, 이제 대중들의 반응이 보이지 않는 제3의 제작자로 떠오르는 시대에 드라마의 성패로 자리하고 있다.

'미남이시네요', 그 비현실적 세계가 보여주는 현실

'미남이시네요'에서 고미남의 어투는 비현실적이다. "-다", "-까?"로 끝나는 그의 말투는 남장여자라는 설정 때문인지 군대식 어투를 그대로 빼닮았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하는 이들은 아마도 그 어투가 거슬렸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이 어투를 계속 듣다보면 거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심지어 그 어투가 어떤 묘미까지 주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다시 돌아보면 고미남의 비현실적 어투는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한 마치 하나의 훈련과정처럼 여겨진다. 이 어투가 적응되는 순간부터 당신은 '미남이시네요'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고미남의 어투가 비현실적인 것처럼 '미남이시네요'는 비현실적인 세계를 그린다. 아이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미남이시네요'에서 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부모에게 버려졌거나, 고아로 자라나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이다. 그것도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는 우리가 늘 신문기사를 통해 목도하고 있는 아이돌들의 진짜 힘겨운 현실 같은 것은 들어가 있지 않다. 사건사고 속에 등장하는 장기계약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하는 아이돌의 현실은 이 드라마와는 무관하다.

이유는?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현실보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판타지로서의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이돌의 실제 현실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돌 자체가 하나의 판타지를 근거로 서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이들이 꿈꾸는 스타고, 땅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저 해와 달처럼 하늘 위에 떠서 빛나는 존재로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니 그들이 판타지의 세계에서 추락해 현실의 중력 위에 놓여지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다.

'미남이시네요'가 그리는 세계는 바로 이 현실이 삭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아이돌의 세상이다. 그러니 현실적인 갈등은 이 세상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거나 대단히 미약하게 처리된다. 드라마가 본질적으로 갈등구조를 가져간다는 점에서 이 현실적인 갈등이 배제된 공간은 자칫 잘못하면 밋밋한 드라마를 만들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애초부터 현실적인 갈등 자체를 고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아이돌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현실에 대한 생각 없이 몰입되는 아이돌의 세계 속에서의 한바탕 가슴 쿵쾅대는 설렘이니까.

처음 고미남(박신혜)이 선 자리와 A.N.GELL의 리더인 황태경(장근석)이 선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그 거리감이 있어야 그만큼 설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팬덤과는 먼 거리에 있는 수녀원에서 살아가던 고미남이 A.N.JELL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세계로, 또 거기서 그 리더인 황태경에게로 점점 다가가고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고미남은 이 굳건히 닫혀져 대중들의 상상 속으로만 존재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판타지의 로맨스를 만끽하는 존재다.

남장여자라는 코드는 이 드라마에서는 정반대로 활용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같은 작품에서 남장여자 코드는 그 당사자가 연인에게 다가가고 또 드러나는 방식으로 사용되지만, 이 드라마에서 남장여자는 애초부터 팀원들에서 발각되어 오히려 그들의 보호를 받는 코드로서 활용된다. 즉 남장여자로 남자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남장여자를 남자들이 보호해주는 식이다. 그녀를 보호해주는 세 남자는 순정만화에서 갓 나온 듯, 한 명은 늘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고(제르미), 한 명은 보이지 않게 상대방을 배려해주며(강신우), 다른 한 명은 늘 건방지고 툴툴거리지만 나름 카리스마를 갖추고 그녀를 보호해주는(황태경) 인물이다.

'미남이시네요'는 이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현실의 무거움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이돌의 세계를 만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이 드라마가 닮아있는 순정만화나, 이 드라마가 소재로 삼고 있는 아이돌에 대한 판타지는 바로 이 드라마의 정체성이다. 우리는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 순정만화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 무거움을 내려놓기 위해 아이돌의 판타지 속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현실이 배제된 '미남이시네요'를 보면서 도대체 저게 무슨 쓸데없는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거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가 순정만화를 보거나 아이돌에 열광하면서도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들지 않았던 데서 오는 결과다. 이 드라마는 현실을 배제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거꾸로 사람들이 잊고 싶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 현실을 드러내주고 있다. 따라서 고미남의 비현실적 어투는 현실을 지워내는 지우개이면서, 이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가 된다.

'미남이시네요', '꽃보다 남자'일까, '커피 프린스 1호점'일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멋진 꽃미남들. 여성들이 들어갈 수 없는 그 금남의 공간에 남장여자로 들어가는 여성. 새로운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 프린스 1호점'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왕자님들이 모여 있는 금남의 커피 전문점으로 성별을 숨긴 채 여자 주인공이 들어갔다면, '미남이시네요'에서는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성 아이들 그룹 속으로 역시 남장여자인 주인공이 들어간다.

여 주인공인 고미남(박신혜)이 본래 수녀였다는 점은 이 아이들 그룹이라는 금남의 공간에서 앞으로 벌어질 우정과 애정을 넘나드는 로맨스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미남이시네요'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 국내최고의 인기그룹 A.N.JELL의 멤버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는 꽃미남들이다. 황태경(장근석)은 능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인물이고, 제르미(이홍기)는 웃는 모습이 예쁜 꽃미소 꽃미남이라면, 강신우(정용화)는 웃지 않는 꽃미남이다.

이 꽃미남들의 면면은 '꽃보다 남자'의 F4를 연상시킨다.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라는 지칭은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방영되었던 시기만 해도 어색한 것이었지만, 올 들어 일련의 꽃미남들이 쏟아진 드라마들을 통해 이제는 어떤 계보를 형성하는 느낌이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는 '내조의 여왕'의 30대 구준표 윤상현 신드롬으로 이어졌고, 그 윤상현과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는 여성판 '꽃보다 남자'라는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만났다. '미남이시네요'는 그 연장선 위에 서 있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드라마를 온통 꽃미남의 세상으로 만든 것일까. 그것은 꽃미남이 드라마에 부여하는 판타지가 가진 파괴력을 먼저 들어야 할 것이다. 주 시청층인 3,4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꽃미남들은 향수어린 순정만화 속 판타지를 그 드라마 속에서 찾게 만든다. 어딘지 구질구질한 현실이 삭제된 그 공간 속에서는 여성들이 원하는 모든 판타지가 꽃미남들과 함께 구현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꽃미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는 경향은 마치 게임을 하듯 꽃미남을 아예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순정만화 속에서 갓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이들 꽃미남들에게서 현실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실과는 상반된 세계 속에 살아가는 듯한 그들은 상대적으로 보잘것없고 지극히 현실적인 여성을 중심으로 포진해 그녀를 꿈꾸게 만든다. 이 비현실성과 현실성의 부조화가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TV 이편에 앉아있는 시청자를 TV 저편의 세계와 이어주는 역할.

드라마가 현실에 부재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꽃미남 드라마'의 계보화를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공식처럼 굳어지는 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다. 또한 '꽃미남 드라마'는 어떤 선망의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그 위에 손쉽게 상업적인 덧칠이 가능해진다. 드라마의 구도가 공식처럼 세워지고, 그 공식 위에 역할 놀이 하듯 꽃미남들이 포진된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치 이들이 패션쇼라도 하듯 드라마가 상품의 전시장이 되고 마는 것은 이 드라마들이 갖는 상업적인 편향을 잘 말해준다.

물론 '미남이시네요'가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들이 걸어가는 그 계보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진 드라마가 '꽃미남 드라마'들이 가는 그 길 밖으로 도드라져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적어도 지나치게 꽃미남을 표방한 '꽃보다 남자'보다는, 그래도 그 속에 여성들의 꿈을 잘 담아냈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니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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