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집' 소지섭·박신혜가 우리 대신해주는 행복 실험이란

tvN <숲속의 작은 집>은 나영석 PD가 말했듯 ‘심심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숲 속에 덩그러니 집 한 채 지어놓고 지내보라고 한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미션들이 부여된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거나 잠만 자거나 하는 모습은 물론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는 로망이지만, 방송으로 계속 보기에는 지나치게 ‘심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미션들은 조금 황당할 수 있는 것들이다. 3시간 동안 밥 먹기 같은 미션이 그렇다. 물론 그 미션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인문학적’ 실험을 해보기 위한 미션들이다. 한 끼를 먹는데 보통 우리가 쓰는 시간은 극히 짧을 수밖에 없다. 직접 해먹기보다 사먹는 일이 익숙해진 도시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3시간 동안 밥을 먹으라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오히려 도시생활에서의 ‘먹는 행위’에 대한 것들을 반추해낼 수 있다. 

박신혜는 평소에 빠르게 먹다보면 자신이 먹어야 하는 양보다 훨씬 많이 먹게 돼서 힘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체할 때도 많았고. 하지만 천천히 먹어보니 의외로 너무 배가 불러서 먹기가 힘들더라고 했다. 즉 도시생활에서의 먹는 행위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소지섭은 평소에는 끼니를 때운다는 먹어왔다고 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3시간 동안 밥 먹기를 해보자 먹는 거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숲속의 작은 집>은 박신혜와 소지섭이라는 피실험자를 내세워 도시인들의 미니멀 라이프 체험을 대리해보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그런 체험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래서 이들은 대놓고 ‘실험’이라고 표현하고, 박신혜와 소지섭을 이름대신 피실험자 A, B 이런 식으로 부른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지워내야 실험의 결과가 좀 더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들이 여러 주어진 미션들을 대리해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투명하게 이 두 인물이 주목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는 레드카펫이나 시상식장, 혹은 화보 촬영장이나 드라마, 영화 촬영장에서 소지섭과 박신혜의 모습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는 그 이미지들이 그러하듯이. 

하지만 이 아무 것도 없는 숲 속에 덩그러니 던져진 두 사람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박신혜와 소지섭은 서로 상반된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 저마다의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이러한 숲속 체험에 박신혜보다는 소지섭이 훨씬 더 최적화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건 이들의 성향이 달라서다.

처음 올 때부터 잔뜩 짐을 갖고 왔다가 ‘필요 없는 물건을 줄이라’는 첫 미션에 울상이 된 박신예의 모습과, 애초부터 단출하게 이 숲에 들어온 소지섭의 덤덤한 모습은 그래서 대비된다. 박신혜는 한 끼를 해먹어도 제대로 해먹으려 하는 성격이고, 소지섭은 고기 한 덩이에 감자를 구워 투박하게 먹는 성격이다. 

3시간 밥 먹기 미션을 하다가 “제작진에게 실패를 안겨드리겠다”고 말하며 웃는 박신혜에게서 느껴지는 건 밝은 긍정의 에너지다. 뭐 꼭 성공해야 하나 하는 그런 강박 자체가 별로 없어 보인다. 또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보인다. 혼자 세 시간 밥 먹는 건 어려워도 엄마랑은 더 오랫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소지섭은 소탈하고 단단히 내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도시생활보다 어쩌면 이런 조용한 숲속생활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성향이 보인다. 세 시간 동안 밥 먹는 일도 느릿느릿 장작을 패서 숯을 만들어 고기와 감자를 구워 먹는 여유를 보인다. 그가 야외에서 밥을 먹을 때 어디선가 다가온 까마귀 떼들과 개 두 마리는 그래서 이상하게도 그와 잘 어우러지는 풍경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누구나 저마다의 매력은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도시에서의 부대끼는 생활이 그런 매력들을 드러나지 않게 하거나 혹은 왜곡시킬 뿐. 어쩌면 저런 자신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속에 들어가게 되면 그 매력은 다시금 고개를 드러내지 않을까. <숲속의 작은집>은 행복실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이지만, 무언가를 딱히 하지 않더라도 그런 왜곡 없는 세상에서는 저마다의 진짜 매력이 비로소 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마 행복도 거기서 찾아지지 않을는지.(사진:tvN)

‘무도’ 미래예능연구소, 어째서 미래가 잘 안보였을까

이건 현 예능에 대한 고도의 비판인가 아니면 그저 안이한 기획의 결과인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새로이 시작한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은 한 공간에 11명의 피실험자들을 모아놓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그들을 관찰하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미래의 웃음을 연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특별한 그 실험 상황 속에서 저마다 드러내는 본능과 속내를 관찰하는 쪽에 더 무게중심이 실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별것도 아닐 수 있는 이름 대신 사용될 1번부터 11번까지의 등번호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출연자들은 신경전을 벌였다. 그것이 향후 서열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 때문이었다. 서열을 정하기 위해 한바탕 벌인 닭싸움에서는 연합과 배신이 계속 이어졌다. 이른바 땅꼬마 유니언으로 연합한 하하, 양세형, 딘딘, 유병재가 그 연합과 배신의 주역들이었으나 그들이 급기야는 서로 싸우기 시작하면서 가만히 멍하게 서 있기만 했던 크러쉬가 1번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어진 건 피, 땀, 눈물을 모으는 미션. 이 미션에는 100만원의 참가비가 걸려 있었다. 저마다 땀을 흘리기 위해 운동을 하고 감정을 짜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역시 이어진 건 난투극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저녁 시간대에 땀과 눈물을 모으는 미션은 자칫 시청자들이 보기에 불편한 장면들일 수 있었다. 웃음을 위해 시도하는 미션들이었지만 그래서 억지로 짜내는 땀과 눈물은 웃음마저도 너무 억지로 짜낸 듯한 인상을 주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미션은 ‘먹방의 효과’에 대한 실험이었다. 즉 짜장면을 먹는 먹방을 보고는 짜장면 앞에서 30분을 먹지 않고 버티면 전원이 음식을 제공받는 미션이었지만, 모두가 예상했을 것처럼 이기주의가 미션을 망치고 순식간에 짜장면이 사라져버리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그 이기주의의 주인공은 역시 누구나 쉽게 예상했을 박명수였다. 

그리고 반복된 김치찜, 라면을 두고 벌어지는 먹방 실험. 하지만 실험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한 번 무너져버린 신뢰는 더 쉽게 무너졌다. 나중에는 그 뜨거운 라면을 냄비째 들고 뛰고 맨 손으로 집는 등의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장면도 이어졌다. 배정남의 반전 배신이 웃음을 주었지만 미션 자체는 그리 신선한 느낌이 없었다. 그건 결국 ‘미래예능연구’라는 포장을 했을 뿐, 또 다른 먹방처럼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의 첫 번째 방영분만을 두고 보면 ‘서열게임’, ‘땀, 눈물 짜내기’, ‘먹방 게임’이 그 내용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소재는 ‘미래예능’이라고 붙이기에는 너무나 과거 예능들의 반복이 아닐까. 늘 게임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놓는 미션들이 바로 이 서열게임이고 억지상황에 땀과 눈물 짜내기이며 먹방이 아닌가. 

물론 후반부에 어떤 반전이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러한 ‘과거 예능’들의 식상함을 오히려 비판하고 풍자하기 위한 밑그림이 전반부의 내용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몇 회에 나뉘어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그 회차분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한 내용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적어도 이번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의 전반부는 제목이 만들어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예능연구소’라고 했지만 미래보다 과거의 반복이 더 많이 보였으니.

<무도>의 초심 찾기, 인지도 미션부터 재정비까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재석은 자신을 몰라보는 어르신을 만난 후 재차 그렇게 말했다. 강원도 산골까지 찾아가 막상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어르신을 만난 유재석은 미션을 성공(?)시켰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자신을 모르는 분을 찾는 미션. <무한도전>에서 농담처럼 시작한 이 기상천외한 미션은 그러나 출연자들에게는 초심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왜 당황하지 않겠는가. 무려 11년이다. 11년을 매주 한 주도 쉬지 않고 방송에 온 몸을 던졌고 그렇게 TV로 얼굴을 알렸다. 유재석 같은 경우, 여러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뛰고 또 뛰었다. 대상만 14차례 받았다. 그러니 대중들 중 그를 몰라보는 게 이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찾고 또 찾아보니 있었다. 그를 모르는 분들도.

 

물론 유재석의 경우 산골에서 사시는 어르신이라 특수할 수 있지만 함께 미션에 나선 다른 출연자들의 경우는 생각 외로 너무 빨리 미션이 종료되는 굴욕을 맛봤다. 하하는 자기 동네나 다름없다던 연남동에서 오전도 가기 전에 못 알아보는 어르신을 만나 미션이 종료됐다. 광희 역시 방송 분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빨리 미션이 끝나버렸다.

 

정준하와 박명수는 유재석과 함께 경동시장으로 가서 어르신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누구나 다 알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지만 의외로 미션은 아슬아슬했다. 결국 박명수의 제안으로 판문점 근처 마을까지 오게 된 그들은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로 미션을 마무리하게 됐다. 정준하는 얼굴 자체를 몰라봤고 박명수는 얼굴은 알아봤지만 이름은 박상면이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었다. 무려 11년을 함께 했는데 누군 알아보고 누군 몰라보는 상황. 보는 시청자들은 빵빵 터졌지만 당사자로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갖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무한도전>에 합류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양세형의 경우는 그의 닮은꼴이라는 백청강과 그리고 비슷한 키의 하하가 함께 하면서 훨씬 재밌는 상황들을 만들었다. 가로수길에서 시작한 미션에서 양세형이 주인공이지만 하하를 더 알아보는 시민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양세형은 결국 한 건물주 아주머니에 의해 미션이 끝나 버렸다. 단 몇 분 만에 연남동에서 굴욕을 얻은 하하지만 양세형은 더 몰라보는 상황을 확인한 것. 그런데 그보다 더 한 굴욕을 겪은 건 다름 아닌 백청강이었다.

 

서로가 도토리 키 재기 하듯 고만고만한 인지도를 갖고 자기가 더 낫다고 주장하고, 때론 상대방의 인지도 없음을 갖고 놀리다가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 당황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준 양세형은 역시 대세라는 지칭이 모자라지 않는 예능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역시 난 아직 멀었구나라고 자조하는 모습은 이번 미션이 보여주는 초심 찾기의 일면을 드러냈다.

 

하긴 11년이나 계속 방송을 하고 있고, 그것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무한도전>을 하고 있다면 자신의 이름 정도는 누구나 알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해준 이번 미션은 여러 모로 출연자들에게는 11년 전 평균 이하를 주창하던 그 초심을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은 앞으로 7주 간 재정비의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3주간 <사십춘기>라는 정준하와 권상우가 출연하는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고, 나머지 4주는 그간 <무한도전>의 레전드편들을 모아 재편집해 내보낼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재정비는 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유재석은 명확히 했다. <무한도전>정상화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너의 이름은이라는 미션을 통해 느낀 초심처럼 앞으로 7주 간의 정상화를 통해 다시 첫 출발선에 섰던 그 마음가짐 그대로 돌아올 <무한도전>을 기대한다. “더 열심히 해야겠네라는 말에 담겼던 그 진심 그대로.

캐릭터에 여행 더한 <신서유기3>, 상상초월 놀이 한 판

 

대체 왜들 이러는가.’ tvN <신서유기3>가 중국 계림에서 벌인 첫 번째 기상미션에는 이런 제목이 붙었다. 아침 8시 이후에 미션이 시작된다고 전날 나영석 PD가 얘기했지만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7시가 되기 전부터 일어나 스스로들 기상미션을 수행한다. 6명 중 3명만 아침으로 나올 완탕을 먹을 수 있다는 말 한 마디에 은지원은 다른 방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가버리고 안재현과 강호동은 가까스로 문을 열고 나와 역습을 가한다.

 

'신서유기3(사진출처:tvN)'

뒤늦게 일어난 송민호가 잠긴 방문 대신 창문으로 나오자, 이수근과 은지원은 아예 숙소 바깥으로 나가 그 대문을 철사로 잠그려 한다. 그걸 알아차리고 송민호와 안재현도 문밖으로 나오고 뒤늦게 문이 잠기는 걸 본 강호동은 얼굴을 내밀다 문틈에 머리가 끼어버린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강호동이 괜스레 달리는 척 하자 모두들 어딘지도 모른 채 달려가고, 놀랍게도 우연히 당도한 주차장에서 그들은 버스를 발견하고 올라탄다.

 

대체 왜들 이러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건 당연하다. 미션 자체가 제시되지도 않았는데 도무지 밑도 끝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뛰고 달리는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언 버전의 손오공 분장(?)을 하느라 뒤늦게 나온 규현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면서 이 알 수 없이 뛰고 또 뛰는 기상미션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 미션의 끝을 보면 결국 선택에 의한 복불복이다. 두 개의 버스로 3명씩 나눠 탄 그들에게 9시 쯤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나영석 PD는 한 버스에 올라탐으로써 그 버스에 탄 3명의 승전보를 알린다. 이 버스에 탄 규현, 은지원, 안재현이 완탕으로 먹으러 갈 때, 나머지가 탄 버스는 아침도 못 먹고 답사를 하러간다.

 

이 아침 기상미션은 <신서유기3>라는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출연자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됐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속고 속이고 뛰고 달리는 뜬금없는 기상미션을 하는 것에 대해 출연자도 시청자도 그다지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미 <신서유기>도 시즌3를 했지만, 이런 식의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복불복은 <12> 시절부터 지금껏 익숙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런 익숙함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게임에 들어간다고 해도 새로 들어온 규현이나 송민호 모두가 쉽게 동화될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중국 계림으로 떠나긴 하지만 그 목적이 따로 없다. <12>이나 <꽃보다 청춘> 같은 시리즈의 주목적은 여행이다. <삼시세끼>는 여행보다는 시골 살이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3>는 그 목적이 무엇일까. ‘서유기라는 중국 고전을 끌어옴으로써 그 목적지를 중국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신서유기3>의 목적이 여행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은 서유기혹은 드래곤볼캐릭터를 가져와 분장을 시킨다. 이런 분장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신서유기3>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해준다.

 

그건 바로 놀이다. 이들은 아예 시작부터 대놓고 놀이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고, 중국의 어느 지역을 놀이의 장소로 정한 것이며 심지어 그 놀이 속에서 캐릭터까지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놀이에 중국이라는 낯선 여행지가 덧붙여지고 거기에 서유기의 캐릭터까지 더해지면서 평시에는 하기가 쉽지 않은 놀이들이 가능해진다. 물론 <무한도전>은 서울 도시 한 복판에서도 캐릭터 분장을 하며 대로를 활보하기도 했지만, <신서유기3>는 그래도 여행이라는 현실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틈을 벌려주고 거기에 캐릭터까지 부여해줌으로써 놀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이제 왜 이들이 낯선 계림의 한 공간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뛰고 또 뛰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가가 이해가 된다. 또 그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게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핵심은 여행에 캐릭터를 더하고 아예 목적을 즐거운 놀이로 정해놓은 것이다.

 

이것은 <신서유기3>가 가진 색다른 나영석 PD표 예능의 또 다른 버전이다. 여행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지만 <꽃보다> 시리즈가 해외 배낭여행의 진수에 방점을 찍고, <삼시세끼>가 시골살이를 통해 우리네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면, <신서유기3>는 캐릭터 놀이를 더해 아잇적 순수한 즐거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다음 날 출근할 일에 한껏 무거워진 마음을 잠시 동안 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의 세계로.

정준하 대상 만들기에 담긴 2017<무도>

 

한 해의 미션 만드는 방법으로 이만큼 좋은 기획이 있었을까. 작년 한 해 맹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우수상에 머문 정준하를 위해 MBC <무한도전>이 이른바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꼽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법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건 겉으로 보기엔 말 그대로 연예대상 뒷풀이에서 정준하가 했다는 어떻게 해야 대상을 탈 수 있는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능의 대선배인 이경규를 초대해 대상을 위한 꿀팁을 듣기도 했고 KBS에서 연예대상을 탄 김종민을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큰 목적은 대상을 내심 꿈꾸는 정준하를 세워두고 2017<무한도전>이 도전할 미션들을 꺼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청자 의견을 통해 나온 갖가지 미션들이 제시됐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정준하 대상을 몰아주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그 미션들을 핀볼을 통해 뽑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스터섬의 모아이상과 머리 크기 비교하기’, ‘베어 그릴스와의 생존 대결’, ‘아프리카 도곤족과 메기 낚시하기’, ‘미국 드라마 출연’, ‘메시와 족구대결’, ‘뗏목 타고 한강 종주가 그렇게 해서 올해 정준하가 대상을 받기 위해서는 해야 될 미션으로 뽑혔다. 그 하나하나가 <무한도전>에게는 올해의 프로젝트가 될 만한 것들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올해의 프로젝트가 될 만한 미션들이 뽑혀지는 과정이다. 이른바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기치를 내세우자 다른 멤버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과정들을 즐겼다.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고, 특히 정준하라는 멤버들이 흔히 놀려먹기 좋은 캐릭터이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는 허울일 뿐, 사실상 이 미션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모두 함께 해야 하는 일들임에 틀림없다. 정준하가 앞서서 이 프로젝트를 해나갈 때 다른 멤버들이 뒷짐 지고 있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과정은 작년에 했던 행운의 편지특집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가 더 어려운 미션을 제시해 다른 멤버를 골탕 먹이려 하는 그 심리를 이용해 사실은 한 해의 프로젝트들을 꺼내놨던 행운의 편지특집처럼, 정준하를 놀리듯 엄청난 미션들을 부여하는 걸 즐기게 해놓고 사실은 다른 멤버들도 함께 해야 하는 올해의 프로젝트를 세웠던 것.

 

이것은 <무한도전>의 미션 제시 방식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김태호 PD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미션을 기획하게 만들어 참여시키고 있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게임 방식 같은 것을 활용해 그 미션 기획 과정 자체도 하나의 미션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첫 방송이 하필이면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2017<무한도전>의 그림을 예감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준하라는 인물의 존재감이다. 그를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한 회의 분량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어찌 보면 한 해의 미션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 조금은 바보 같은 캐릭터로 늘 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서 있는 정준하지만, 그가 <무한도전>에서 얼마나 큰 지분을 갖고 있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그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한 대상감이다. 올해 그로 인해 만들어진 미션들까지 수행한다면 더더욱.

<원티드>는 과연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미션으로 제시된 목표 시청률은 20%. 만일 이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면 아이가 죽는다. SBS 월화드라마 <원티드>에서 여배우 정해인(김아중)은 아들 현우의 유괴범이 제시한 라이브 방송에서 그런 미션 시청률을 달성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그녀는 아들을 구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범인이 내는 미션들을 해결해야 한다.

 

'원티드(사진출처:SBS)'

그 미션에 목표 시청률 20%가 들어가 있다는 건 흥미롭다. 왜 하필 범인은 정해인으로 하여금 높은 시청률을 거두는 방송을 하게 만든 것일까. 추정되는 이유들은 너무나 많다. 범인이 방송관계자라면 높은 시청률을 통해 이익을 가지려는 것일 게다. 정해인의 스토커라면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방송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을 보기 위함일 수 있다. 어쩌면 정해인의 방송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범인의 의도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드라마가 좀더 뒤로 가야 확실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목표 시청률 20%를 내세웠다는 건, <원티드>라는 드라마가 방송의 선정성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20%를 무조건 달성하기 위해서, 그래서 아들을 무사히 구해내기 위해서, 정해인은 선정적인 방송도 불사해야 한다. 첫 번째 미션으로 차 트렁크에서 발견한 아이의 엄마가 학대받았다는 걸 굳이 증명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그 옷을 찢는 행위는 그래서 그 의도가 시청률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방송의 선정성은 이 엄마와 아이가 받은 학대만큼 가혹할 수 있다. <원티드>에서는 방송이 표방하고 있는 아이를 구하려는 한 여배우의 간절함이라는 겉면 뒤편에 그것을 통한 저마다의 또 다른 목적들이 어른거린다.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는 아이의 생명보다 특종을 얻고 그 르뽀를 책으로 출간하려고 하고, 형사는 사건을 해결해 진급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물론 방송의 목적 역시 아이를 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시청률이다. 그 시청률 뒤에는 방송사의 이익과 방송사와 연결된 정치까지 엮어져 있다.

 

아이의 유괴라는 그 본질은 표방되고 있을 뿐 저마다 각자의 욕망들이 그 이면에서 꿈틀댄다. <원티드>에서 이런 허깨비들이 아닌 본질에 가까운 이들은 엄마인 정해인과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진심으로 아이를 구하려 노력하는 형사 차승인 뿐이다. 그들은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이를 구하려 어떤 짓이든 하는 것이지만,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은 심지어 정해인과 범인이 투톱인 드라마를 찍는 것이라 여기며 범인의 별명을 뭐라 지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선정적인 방송의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전효성)의 시선은 희비가 교차된다.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정해인의 원티드라는 방송에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반색하다가, 방송국 앞에서 선정예능물러가라고 데모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녀 역시 이래도 되는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고민을 싹 지워버리는 건 방송국에 게시된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이다. 20.3% 시청률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 웃음을 짓는다.

 

이것은 시청률의 마법(?)이 아닐 수 없다. 그 수치를 위해서는 아이의 생명 따위는 선정적인 방송의 소재로 소비되어 버린다. 저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이 갖는 양가적인 감정처럼, 처음에는 방송이 지켜야할 어떤 선들이 시청률이 주는 쾌감들과 교차하며 심사를 복잡하게 했을 것이지만 점점 깊숙이 그 시청률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베테랑 작가 연우신(박효주)이나 신동욱(엄태웅) PD처럼 비정해진다.

 

어쩌면 이 세계는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표징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이가 유괴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자신들의 게임만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진술을 받던 형사 차승인(지현우)은 문득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네가 절대 잘못한 게 아냐. 어른들이 잘못한 거야. 내가 어른들을 대표해서 사과할게.” 그건 진심일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처럼 저들만의 목표로 현실이 질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인 아이는 소외되고 있는 현실.

 

<원티드>는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자극적인 방송의 양상들이 드라마의 극성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범인이 내세우고 있는 20% 시청률이라는 목적은 <원티드>라는 드라마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목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티드>라는 드라마의 실제 시청률은 6%에 머물러 있다. <원티드>는 과연 이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드라마가 메시지로 던지고 있는 것처럼, <원티드>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끝까지 할 이야기를 해내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모쪼록 좋은 메시지가 좋은 시청률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현실이 그것을 받쳐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무도> 미션 선정 과정만으로도 대박

 

<무한도전>은 올해 어떤 도전들을 할까. 아마도 시청자들이라면 여기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느 것보다 클 것이다. 10년을 해온 도전의 시간들이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템 찾기도 쉽지 않을 터. <무한도전> ‘행운의 편지는 이것을 역발상했다. ‘행운의 편지라는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올해의 도전 아이템을 끄집어냈던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제 제작진이 던지는 미션을 출연자들이 도전하는 형태는 과거만큼 재밌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그 강제성 때문에 출연자가 시도하는 도전 자체에 진정성이 느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작년부터 선택한 것은 아이템 자체를 출연자들이 계획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같은 아이템은 박명수와 정준하의 머리에서 나와 실제로 대박을 만들었다.

 

<무한도전> ‘행운의 편지특집은 이 아이템 개발 방식을 살짝 틀어놓았다. 작년의 아이템 개발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었다면 행운의 편지특집을 통한 아이템 개발은 당사자는 하기 싫어하겠지만 누군가 했으면 하는 것을 적어 넣는 것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타인이 했으면 하는 것을 제시하도록 하자 더 센 아이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박 아이템은 작년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로 힙합에 입문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도전이다. 결국 하하의 편지 배달 성공으로 정준하는 <쇼 미 더 머니>에 도전하게 됐다. 이미 <쇼 미 더 머니> 제작진의 환영 의사가 나온 상황이니 올해 이 힙합 오디션에서 정준하의 모습을 보는 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미션 재벌이 된 정준하는 이 밖에도 유재석의 편지로 북극곰 아빠가 되는 극한 노동 미션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 타기박명수의 몸종 되기의 미션까지 부여받게 됐다. 박명수는 정준하의 편지 배달로 폭포수 밑에서 자연인 되기미션을 하게 됐고 유재석은 광희의 편지 배달로 엑소와의 콜라보 무대를 올해 도전하게 됐다. 김태호 PD가 편지 아이템들만 보고도 올해의 ‘5대 기획이라고 얘기했을 만큼, 모두가 기대되는 아이템들이다.

 

흥미로운 건 <무한도전>이 이 새 아이템 개발을 하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재미있는 도전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자신이 미션을 부여받지 않기 위해 도저히 도달하기 어려운 고층빌딩이나 수족관, 암벽등반장 같은 곳에 우체통을 설치하는 과정이나, 그 곳에 편지를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출연자들의 모습 자체가 하나의 재밋거리가 될 수 있었다는 것. 미션을 선정하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미션으로 만들어낸 건 발상의 전환이다.

 

타인을 힘들게 하기 위한 무한 이기주의(?)’는 웃음을 주었지만 거기에는 더불어 다른 출연자를 배려하는 마음도 묻어났다. 즉 힘겨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고통이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광희가 그 어려운 암벽 등반장을 올라가 유재석이 달아놓은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장면이 짠하게 감동을 주었던 건 그래서다. 이로써 유재석은 엑소와의 콜라보 무대를 올해의 미션으로 부여받게 되었다.

 

행운의 편지 특집으로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올해 치러야할 몇 가지 도전들을 갖게 됐다. 물론 그것이 정준하에게 집중되어 그의 특집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아이템 개발은 <무한도전>의 또 다른 진화로 보인다. <무한도전> 행운의 편지로 시작된 신년의 미션들은 올해도 꿀잼을 예고하고 있다



초심 잃은 <아빠를 부탁해>, 무엇이 문제일까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이경규는 딸 예림이를 데리고 한편의 <체험 삶의 현장>을 찍는다. 한 시골의 소 축사로 간 그들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소똥 치우기로 하루를 보낸다. 이경규가 딸을 데리고 축사로 간 명분은 자신이 한 때 목축업에 뜻을 두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딸에게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명분과 달리 이들이 하루 종일 축사에서 한 것은 소똥 치우는 일을 하는 상황이 주는 웃음 만들기에 가까웠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노동 없이 말장난으로 하는 웃음보다야 확실히 낫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한때는 날방의 일인자(?)’라고도 불리던 이경규가 아닌가. 그의 노동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그의 예능에 대한 자세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몸소 힘겨운 노동을 하는 것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을 왜 하느냐다. 시골에서 딸과 소똥을 치우는 일이 <아빠를 부탁해>가 지향하고 있는 아빠들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것은 결코 보통의 아빠들이 딸과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누가 봐도 방송의 한 미션이라는 것이 드러날 때 예능의 자연스러움은 깨져버린다. 힘겨운 노동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다지 효과가 없게 나타나는 건 그래서다.

 

이것은 서천으로 조재현과 딸 혜정이 여행을 떠나는 것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로 드러난다. 즉 아빠와 딸이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야 누구나 공감할만한 일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여행이 너무 자주 등장했다. 이경규와 예림이 추억여행을 다녀오고 조재현과 혜정이 서천 여행을 떠나고... 이런 식으로 여행은 출연자들에게 돌아가며 로테이션 되는 것 같다.

 

물론 여행이 주는 일상탈출과 그 속에서 아빠와 딸이 조금은 가까워지는 시간들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너무 단조롭다. 서천에서 벌어지는 축제나 그 축제에서 맨손으로 전어를 잡는 건 사실 너무 흔한 장면이다. 그러니 이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평상시 아빠가 자주 쓰는 말을 하게 만드는 미션 설정 같은 조미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아빠와 딸의 관계가 묻어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설정된 미션과 게임들은 <아빠를 부탁해>의 기획의도 자체를 흐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이경규나 조재현은 초기부터 출연해 꽤 오래도록 딸들과 교감을 해왔기 때문에 이미 어색했던 관계가 상당히 풀어져 있어 이런 미션 같은 조미료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새롭게 투입된 이덕화 부녀와 박세리 부녀는 어떨까. 먼저 이덕화와 딸 지현은 너무 게스트에 의존하는 느낌이 짙다. 둘만 있는 자리가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박지우가 출연해 춤을 가르치고, 이동욱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아빠와 딸의 관계에 집중시키기보다는 게스트에 시선을 빼앗기게 만든다. 본말이 어긋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박세리와 아빠 박준철이 <아빠를 부탁해>의 가장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특별한 일을 한다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저 일상적으로 장을 보고 음식을 먹고 산행을 하고 집에서 다이어트 비디오를 보며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이런 류의 방송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하다못해 관상과 손금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빠를 부탁해>에 걸맞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게 이들 부녀다.

 

<아빠를 부탁해>는 나이든 아빠들과 소원했던 딸이 조금씩 그 관계를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하는 건 아빠들이다. 늘 굳건히 가족의 중심에서 묵묵히 서 있어 오히려 그 존재를 깜박 잊고 있었던 아빠들을 재발견하는 데서 공감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비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과한 미션을 부여하면서 그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이제 그 소원했던 관계가 풀어져 아빠와 딸이 어느 정도 소통하는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면 더 이상 방송으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게 없기 마련이다. 애초에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편이 낫다. 또 다른 문제나 상황을 갖고 있는 아빠들을 통해 폭넓고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 그것이 <아빠를 부탁해>가 처음 그대로의 좋은 기획의도를 살리면서도 지속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1박' 문근영, 진짜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란

 

근영아 내가 너 이렇게 만들려고 부른 거 아냐.” 김주혁은 생각 외로 너무나 <12>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근영에게 그렇게 말했다. 문근영에게서는 <12>의 이 모든 상황들이 즐겁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미션을 들을 때면 누구보다 집중해서 룰을 이해하려 했고, 복불복 게임을 할 때는 몸을 사리는 법이 없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은근 식탐을 보이는 문근영은 다음 미션을 성공할 시 얻을 수 있는 음식을 보며 아 맛있겠다. 근데 다 술 안주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누를 타고 먼 거리를 가서 음식이름이 적힌 푯말을 가져오는 미션에서는 남달리 단련된(?) 체력을 보여주며 마치 조정경기 선수나 된 것처럼 쉬지 않고 노를 저었다. 심지어 그녀는 시간이 남는다며 다시 한 번 그 먼 곳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승부욕 또한 넘쳐났다. ‘노래자랑 선곡 쟁탈전에서 의자 뺏기게임을 하면서 문근영은 의외의 괴력(?)을 보여줬다. 그 운 좋다는 정준영을 일찌감치 엉덩이로 밀어내버린 그녀는 신지도 밀어내고 결국은 여유 있게 우승을 했다. 의외의 승부욕과 힘을 갖고 있는 그녀지만 표정은 늘 수줍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련의 모습에서 문근영에게 느껴지는 건 진짜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늘 방에만 콕 박혀 지낸다는 그녀였다. 하긴 가까운 슈퍼에 가는 것도 그녀를 알아보는 이들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을 거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순식간에 국민 여동생이 되었던 그녀. 그러니 그 한참 놀 나이에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단발머리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자기가 자기 손으로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미용실에 가서 다듬어달라고 했다는 것. 머리 하나 자르는 것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12>은 진짜 처음 공개적으로 하게 된 놀이가 아닐 수 없었다. 싱글벙글 웃는 그녀의 모습에 보는 이들까지 흐뭇해진 건 그래서다.

 

그런데 <프로듀사>의 효과일까. 마침 <12>이 기획한 여자 사람 친구 특집또한 달라보였다. 문근영에게서는 <프로듀사>에서 <12>에 출연했던 신디가 떠올랐다.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복불복 미션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나 다른 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어우러지는 모습이 <프로듀사>의 신디라는 인물과 자꾸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밝고 활기찬 모습만큼 그 뒤에 숨겨져 있을, 적은 나이에도 결코 적지 않을 아픔 같은 것이 느껴졌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근영의 모습이 주는 짠함. 오죽하면 <12>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나마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일까.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이나 쓸쓸함이라니.

 

<프로듀사> 신디라는 캐릭터를 통해 슬쩍 들여다본 아이돌의 삶은 그래서인지 <12>에 출연한 여자사람들에게서 어떤 페이소스 같은 걸 느끼게 만들었다. 이것은 아마도 <12>이라는 프로그램이 늘 즐거움을 주면서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어떤 애잔함의 정체가 아닐까 싶다. 이건 연예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지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이나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가끔씩 너무 열심히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으로 느껴지는 훈훈함과 애잔함. 큰 웃음 속에서도 느껴지는 이런 정서가 <12>을 자꾸 들여다보게 만드는 진짜 힘은 아닐까.

 

강호동보다 최대리, <투명인간>의 가능성

 

대중들은 특히 강호동에게 인색하다. 한 때 국민 예능이라고도 불렸던 <12>로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던 그 기억이 여전히 그에게는 꼬리표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첫 회 4%를 기록한 강호동의 <투명인간>은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급한 이들은 강호동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낮은 시청률을 그대로 실패로 단정하곤 한다.

 

'투명인간(사진출처:KBS)'

이것이 강호동의 딜레마다. 다른 출연자가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첫 회에 4%를 기록하면 요즘 같은 지상파 상황에서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강호동은 다르다. 이것은 그와 쌍두마차를 이뤄 한 시대를 구가해온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한때 최고의 시청률로 기억되던 그들을 시청자들은 좀체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때 이들을 섭외하려고 줄을 섰던 방송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이들에 대한 매력은 분명하지만 또한 부담감도 그만큼 크다는 걸 일선의 제작진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인간>은 올해 강호동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으로서 주목됐다. 하지만 첫 회에 4%, 2회에 3.5%(닐슨 코리아)로 떨어지면서 벌써부터 실패를 단정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첫 회와는 조금 달라진 2회의 변화를 통해서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첫 회가 문제가 됐던 것은 웃음과 재미의 포인트가 약했다는 점이다. 웃음을 잃은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준다는 그 취지와 의도는 대중들이 공감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회사에서 억지로 웃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보니 진짜 웃음의 포인트들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된 것은 문제로 지목되었다. 웃음은 상당부분 리액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웃지 않으려 작정한 직장인들을 웃긴다는 건 전문 예능인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다.

 

2회는 첫 회와 달리 그냥 무작정 웃기는 게 아니라 어떤 미션을 부여함으로써 약간의 준비를 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호동에게 김우빈의 극중 대사를 하게 하고, 강남에게 노래를 통해 반응을 이끌어내게 하며 또 게스트로 출연한 이유리에게 국민 악역 연민정의 연기를 하게 하는 설정은 확실히 준비 없이 웃기는 맨땅의 헤딩식의 첫 회보다는 더 많은 웃음의 포인트를 찾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결과를 떠나서 그 과정 자체가 훨씬 나아졌다는 점이다. 웃기려는 투명인간과 웃음을 참으려는 직장인의 대결 그 자체를 통해 보는 이들이 웃을 수 있다면 성패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빛난 건 로션 최승진 대리가 하하와 정태호의 로션 공격을 막아내면서 준 큰 웃음이다.

 

소개에서부터 학창시절 부처라 불렸다는 최승진 대리는 삼둥이를 닮은 외모에 어딘지 초탈한 듯한 평정심을 보이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최대리의 얼굴부터 머리까지 로션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하하와 정태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콩트 코미디를 구성하는 힘을 발휘한다. 여기서 웃음은 하하나 정태호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래 그 와중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최대리에게서 나온다.

 

이것이 <투명인간>이 발견해낸 새로운 웃음의 포인트다. ‘부처 핸섬이 된 최대리의 모습은 <투명인간>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만들어낸다. 우스운 상황에서 웃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웃긴 일인가. 그 사실을 묵묵히 버텨내는 직장인들을 통해 찾아낼 수 있다면 이 프로그램의 취지도 재미도 거기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4%에서 3.5%로 떨어진 시청률의 수치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또 지나친 강호동에 대한 의지는 강호동 본인에게도 또 프로그램에도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연예인과 직장인이 유리되는 것이 아니라 대결과정 속에서도 하나의 팀이 되어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강호동보다 더 최대리가 <투명인간>의 가능성이라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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