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미투·약자·적폐 현실 담은 노희경 작가의 저력

노희경 작가의 저력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경찰은 우리네 드라마에서 낯선 직업은 아니다. 흔한 형사물들 속에서 늘 등장했던 그들이 아닌가. 하지만 tvN 금토드라마 <라이브>에서 경찰은 우리에게 드디어 진짜 얼굴을 드러낸 느낌이다. 때론 딜레마에 빠지고, 매뉴얼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도 억울하게 당하며, 심지어는 올바르게 경찰 일을 해왔다는 것 때문에 중징계를 받기도 하는 경찰들. 영화 속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리경찰만 있는 것도 아닌,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라이브>는 담았다. 

노희경 작가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건, 경찰이라는 특정 직업을 깊이 있게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들을 포착해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성범죄를 다루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미투 운동의 한 자락이 포착되고, 국회의원들의 음주운전 거부 사건 같은 걸 다루며 역시 사회적 사안으로 떠오르는 갑질 행태가 담겨지는 식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염상수(이광수)가 오양촌(배성우)을 구하기 위해 총기를 사용한 것 때문에 오히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은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력 다툼 속에서 희생양으로 내몰리는 일선 경찰의 문제가 담겼다. 그 사건에서 보이는 건 검경의 수뇌부들이 저지르는 적폐청산의 문제와,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힘 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균형을 잃은 언론의 문제다. 결국 약자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고도 늘 힘 있는 자들이 빠져나가는 구실이 되는 현실을 맞이하기도 한다.

‘최고의 경찰 부부’라고 자임하는 오양촌과 안장미(배종옥)가 둘 다 중징계를 받는 대목도 그렇다. 특히 안장미는 연쇄 성범죄자를 붙잡은 장본인이면서도 오히려 ‘늦게 잡았다’며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수뇌부를 차지한 남성 권력들은 비겁하게도 안장미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뒤로 숨어버린다. 이것이 <라이브>를 통해 노희경 작가가 전하려는 경찰의 진면목이었다. 

드라마 초반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을 강제해산시키는 장면으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라이브>가 그리려는 건 공권력으로서의 경찰들을 두둔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들은 결국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들이고, 그래서 그 힘 있는 누군가의 잘못되고 비겁한 선택들이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경찰들까지도 모두 욕되게 하고 있다는 것. <라이브>가 비판하려는 건 그래서 그 잘못된 권력구조들, 경찰 수뇌부의 적폐에 대한 것이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염상수를 위해 그를 변호하는 오양촌이 ‘사명감’을 강조해왔던 자신을 후회한다고 말하며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고 묻는 대목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일선에서 사명감이 아니라면 버텨내기 힘든 갖가지 더럽고 두려우며 때론 힘겨운 일들을 해나가고 있지만, 적어도 그 사명감 하나는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애꿎은 그들을 희생양 삼는 비겁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경찰들이 진짜 접하는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우리 사회가 가진 갖가지 문제들이 드러난다. 그 어느 때보다 적폐청산과 사회정의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요즘, <라이브>의 일선 경찰들을 통해 전하는 노희경 작가의 메시지는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마치 우리 사회의 환부를 경찰이라는 특정 직업군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 느낌. 노희경 작가의 저력이 느껴진다.(사진:tvN)

‘라이브’, 이광수의 성장이 눈에 띄는 까닭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서 이광수가 연기하는 염상수는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고 실의에 빠져 아이를 방치한 엄마 밑에서 자랐다. 현장에서 방치된 아이를 두고 한정오(정유미)와 설전이 벌어졌을 때 염상수는 형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며 방치하는 엄마보다는 차라리 보육원 같은 시설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상처는 있었지만 따뜻한 형의 보살핌 또한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아픔이 많은 자가 타인의 아픔 역시 더 잘 공감하기 마련이다. 방치된 아이가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게 된 상황에서 염상수는 괴로워한다. 그 엄마가 수면제까지 모으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염상수는 그 아이가 무슨 일을 당할까 걱정한다. 경찰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염상수는 아이에게로 가서 먼 발치에서나마 그 아이를 지켜본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요.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못 참겠어서.” 염상수가 아이에게 다가가자 아이는 비로소 엷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런 모습은 그가 한정오가 과거 당한 성폭행 사건 이야기를 듣는 대목에서도 두드러진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한정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대신 그의 옆을 지킨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는 한정오의 말에 그는 “너무 슬퍼서”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는다. 그 힘겨운 일을 이겨낸 것에 “대견하다” 말하고 싶지만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겠다고. 염상수의 그 말에 한정오는 속에 있던 그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이 “시원하다”고 말한다. 미투(me too)와 위드유(with you)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염상수의 캐릭터는 한 마디로 말해 힘들지만 진득하게 포기하지 않는 그런 인물이다. 자신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무슨 일을 해도 그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계속 그 일을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렇게 진득하게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정오가 잘생긴 사수 최명호(신동욱)를 좋아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염상수가 한정오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 것도 이런 캐릭터 때문이다. 한정오는 대놓고 “너랑은 친구”라고 선을 그었지만, 염상수는 자신은 자신의 사랑을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래서 눈앞에서 최명호와 한정오가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면서도 염상수는 한정오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싫다는데 달라붙거나 연적이라고 최명호에 대놓고 악감정을 품는 그런 진상은 아니다. 일은 일대로 공조하면서도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일편단심의 마음을 갖는 염상수는 늘 한정오를 살피고 챙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결국 한정오의 마음에까지 닿는다. 최명호가 여전히 죽은 옛애인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정오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고, 점점 염상수가 제대로 된 경찰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정오는 그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현장에서 얼굴에 칼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주폭들과의 실랑이에 온 몸이 멍투성이로 파스를 바르며 살아가는 염상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성장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찰로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뛰어다녔던 그가 어느 순간 “이 사건 종결시켜 더는 선량한 피해자들 안 생기게 하겠다”고 말하는 인물이 되고 있었던 것. 한정오는 바로 그런 염상수의 진실 된 마음을 보게 된 후, 애정이 담긴 손을 내민다.

염상수의 성장담이 담긴 드라마지만, 흥미로운 건 그 역할을 연기하는 이광수의 배우로서의 성장이 그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많이 노출되며 배우로서의 면모를 많이 보여주지 못했던 그다. 하지만 간간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번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로 눈도장을 찍더니 이번 <라이브>에서는 제대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꽤 오래 전 사석에서 만났던 이광수의 모습은 수줍어 말 한 마디를 제대로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과연 이 친구가 배우로서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라이브>에 출연하고 있는 이광수를 보면 확실히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이 보인다. 거기 등장하고 있는 염상수라는 인물이 그러하듯이, 그 역시 꾸준히 노력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진득하게 포기하지 않고.(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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