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공심이>, 허술해도 시청자들 사로잡은 건 캐릭터

 

우리는 어째서 이 조금은 허술한 드라마에 빠져들었던 걸까. SBS <미녀 공심이>는 스토리만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결코 후한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는 산만하고, 개연성도 그리 탄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안단태(남궁민)와 공심(민아)이 서로 사랑해가는 그 알콩달콩한 이야기와 안단테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고 그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메시지로 뭉쳐지기보다는, 그저 병렬적으로 놓여져 드라마의 긴장과 이완을 만들어내는 기능적인 면에 머문 면이 있다.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안단태와 공심의 로맨틱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자칫 멜로가 반복되면 생겨날 수 있는 느슨함을 과거를 추적하는 안단태의 이야기를 통해 조이려고 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 이 긴장감을 만들어내려는 기능에 충실한 안단태의 과거 추적 이야기는 조금 허술한 면들이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절대 악으로 그려지는 염태철(김병옥)이 후반부에 이르러 안단태와 석준수(온주완)의 공조로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느낌을 주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녀 공심이>는 이런 허술함과 단점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SBS 주말극으로서는 최고의 성과를 내놨다. 마지막회를 한 회 남긴 19회는 무려 14.8%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병훈 감독의 사극인 <옥중화>와 동시간대 방영되어 이런 정도 성적이라면 가성비로는 이미 <옥중화>를 앞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안단태 연기를 한 남궁민의 연기 저력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첫 연기 도전을 선보였던 공심 역할의 민아는 꽤 괜찮은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그것이 연기력을 운운할 정도는 아닐 것이지만, 적어도 민아가 보이는 연기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그래서 연기에 대해 호감을 갖게 만든 것만으로도 그녀로서는 큰 성과일 것이다.

 

이렇게 된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이다. <미녀 공심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드라마는 공심이라는 조금은 소외되었지만 늘 밝은 모습으로 건강한 웃음을 주는 캐릭터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인권변호사 안단태라는 서민적인 호남 캐릭터가 더해져 공심과 만들어가는 케미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장면들이었다. 캐릭터들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연민 그리고 공감이 다소 스토리는 허술했을지 몰라도 이 드라마에 기꺼이 몰입하게 만들었던 것.

 

<미녀 공심이>라는 제목으로 공심이란 캐릭터를 중심에 세워두고 그 여주인공 역할로 민아를 세운 건 다소 모험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대단히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 연기력에 대한 불안감을 얘기했지만, 민아는 이 역할을 연기라기보다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담는 것으로 소화해냄으로써 오히려 더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어설프게 남 흉내 내기보다 훨씬 더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결국 이건 민아에게는 연기자로 가는 첫 걸음으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드라마로서도 민아가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선택이 되어 주었다. 민아가 가진 본연의 매력이 다소 능숙하진 않아도 그 진심을 투박하게나마 전달하려 했던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이 다소 어설퍼보여도 답답한 현실에 서민들을 위로하는 그 진심만은 분명하게 보인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그 진정성과 일맥상통하는 면이다. <미녀 공심이>라는 작품과 민아는 그래서 그렇게 비슷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일주일 내내, 드라마는 콩 볶는 중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SBS <닥터스>KBS <뷰티풀 마인드>의 성패를 가른 건 무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건 바로 멜로다. 공교롭게도 같은 의학드라마 장르지만 <닥터스>는 멜로가 있고 <뷰티풀 마인드>는 멜로가 없다. 그것도 <닥터스>의 멜로는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대사나 행동들이 적극적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에서 수술은 그 보조자를 누구로 하느냐 마저 멜로적인 구도로 그려진다. 혜정(박신혜)이 홍지홍(김래원)의 수술에 보조로 들어가기로 하자 서우(이성경)는 질투를 하며 자신도 들어가겠다고 요구한다. 또 혜정에게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정윤도(윤균상)는 아예 대놓고 혜정에게 자신의 수술에 들어오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이처럼 <닥터스>에서는 대부분의 사건과 상황들이 멜로로 귀결된다.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와 홀로 서려하고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하는 혜정이 성장해가는 과정은 다름 아닌 홍지홍과의 멜로를 통해서다. 또한 그녀가 의사라는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과정 역시 홍지홍, 정윤도, 서우와 엮어지는 멜로적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향후 아마도 이어질 현성병원의 후계 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 역시 어떤 식으로든 혜정과 홍지홍의 멜로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닥터스>의 성공은 의학드라마의 전문성도 물론 깔려 있지만 다름 아닌 멜로드라마의 달달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KBS <태양의 후예>가 지상파의 시청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도 결과적으로 보면 멜로다. 유시진(송중기)과 강모연(송혜교) 그리고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가 전쟁, 재난 상황 속에서 그려낸 멜로의 힘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강력했다.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난항을 겪던 수목드라마에 다시 두 자릿 수 시청률을 만들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그 힘은 멜로에서 나온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최단기간 4천만뷰를 넘어서며 벌써부터 <태양의 후예>의 뒤를 이을 작품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그토록 주말극에 힘을 실으려 노력했던 SBS가 그나마 성과를 가져온 작품은 <미녀 공심이>. 가족드라마도 복수극, 장르물도 아닌, 어찌 보면 평이해 보이기까지 한 멜로드라마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누가 알았으랴. 안단태(남궁민)와 공심이(민아)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일주일의 피로를 녹이는 중이다.

 

tvN이 월화드라마라는 새로운 편성시간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멜로의 힘이다. <치즈 인 더 트랩>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tvN 월화드라마는 <또 오해영>으로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다.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도 단연 높았던 <또 오해영>은 확실하게 tvN 월화드라마 브랜드를 구축해냈다. 이어진 <싸우자 귀신아>가 첫 회에 4%를 넘기는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이제 믿고 보는 tvN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생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싸우자 귀신아> 역시 외피는 공포물에 코믹을 섞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달달한 멜로라는 점이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박봉팔(옥택연)이 기억을 잃어버린 귀신 김현지(김소현)와 가까워지는 이야기. 박봉팔과 엎치락뒤치락하다 입을 맞추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을 살짝 떠올리게 된 김현지는 그 기억을 되살린다는 이유로 그와 다시 입을 맞추려 한다. 코믹 공포물이 멜로로 귀결되어 가는 증거다.

 

이제 의사가 나와도 귀신을 만나도 그 귀결은 멜로다. 사실 과거 같으면 기승전멜로라는 수식은 비판적인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 않다. 과거 기승전멜로드라마가 비판받았던 건 멜로로 귀결돼서가 아니라 그 과정들인 기승전이 너무 디테일과 전문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멜로 하는 드라마가 문제가 아니라 그 병원의 의사들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상황들이 문제였다는 것. 하지만 <닥터스> 같은 드라마가 보여주듯 요즘은 멜로로 귀결된다 해도 그 안에 병원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멜로로 귀결되는 것이 드라마 다양성의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만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멜로에 집중되고 그것이 계속해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건 그것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멜로 중독을 만들고 있는 걸까.

 

지금의 시청자들이 조금치의 무거움이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건 이미 여러 드라마들의 성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제 드라마는 더 이상 작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고 때로는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기능을 가진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니 보다 직접적인 즐거움을 원하게 되는 것이고,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단연 멜로가 주는 달달함을 원하게 되는 것.

 

이것은 거의 멜로 중독에 가깝다. 직장인들이 하루의 피곤을 맥주 한 잔으로 털어버리듯, 이제 하루를 살아낸 시청자들은 멜로 한 편으로 잠시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그 중독의 대상이 하필이면 멜로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냄새가 나는 장르의 총아가 바로 멜로가 아닌가. 지금의 대중들이 어디에 갈급하고 있는가가 이 멜로 중독이라는 증상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굿와이프> 나나, 연기돌 혜리와 민아 뒤 이을까

 

이게 과연 나나가 맞나? 아마도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에 로펌조사원으로 여주인공인 김혜경(전도연)을 돕는 김단(나나)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법 하다. 지금껏 무대 위에서나 혹은 뮤직비디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봐왔던 나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굿와이프(사진출처:tvN)'

혹자들은 그녀가 나나가 아닌 베테랑 연기자인 줄 알았다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것. 실제로 그녀는 이 로펌에 오래도록 근무한 느낌이 묻어나는 능숙함이 엿보였다. 우리가 방송을 통해 알던 나나라면 조금은 낯가리고 어딘지 예쁜 척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최근 들어 나나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세계최고미녀. 미국의 연예매체 TC 캔들러가 그 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00선의 순위를 매겨 공개하는 자리에서 나나는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 매체가 그렇게 공신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 선정기준도 모호해 나나의 세계최고미녀수식은 논란까지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나나가 원했던 일일까.

 

<굿와이프>에서 나나는 마치 그딴 수식어는 잊어버리라는 듯 지금껏 보여 왔던 이미지와는 생판 딴 모습을 연기했다. 조금치의 머뭇댐이 없는 시원시원한 성격에, 돌려 말하는 법 없는 직설어법을 보여주는 김단은 말 보다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캐릭터다. 그와 함께 일하게 된 혜경(전도연)과는 남편 이태준(유지태) 때문에 인연이 깊다. 이태준에게 해고당해 로펌조사원을 일하게 된 그녀는 혜경과 이태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으로 공감대를 이룬다.

 

김단은 요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걸 크러시의 느낌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외모 갑, 인맥 갑, 눈치 갑이라는 그의 캐릭터 설명에서 드러나듯이 그녀는 못하는 게 없는 인물이다. 예쁜 외모로 짐짓 애교를 섞어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고, 자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소송의 상대편인 검사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구해오는 인물이다. 일을 위해서는 남자와 만나주기도 하는 그녀는 거꾸로 일에 비해 남자는 그리 중요하게도 여기지 않는 면면을 보여준다. 게다가 목적을 위해서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상관치 않는 모습도 그녀의 캐릭터를 멋지게 만드는 요소다.

 

혜경이 남다른 공감 능력과 두뇌 회전을 통해 맡는 사건의 핵심을 찾아낸다면, 김단은 그것을 입증해내거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몸으로 뛰어 성과를 내는 인물이다. 그녀들이 이태준을 둘 다 싫어한다는 점은 공감대이면서도 두 사람의 묘한 동료의식을 만들어낸다. 어떤 면에서는 남자와의 사랑보다는 일에서의 성취를 더 원하는 두 사람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의기투합하고 시스맨스의 느낌마저 준다.

 

최근 들어 여성 아이돌의 연기 도전이 의외의 성과를 보이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혜리가 그렇고 <미녀 공심이>의 민아가 그렇다. <굿와이프>의 나나 역시 그런 연기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단 2회가 지났을 뿐이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최소한 세계최고미녀따위의 수식은 지워낸 연기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악역에서 코미디까지 남궁민의 연기지

 

도대체 그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고 지독스럽던 그 악역의 얼굴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SBS <미녀 공심이>의 안단테를 연기하는 남궁민에게서 바로 이전 작품인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남규만을 떠올리는 건 어렵다. 흔히들 꿀 떨어진다는 표현의 달달한 멜로 연기는 물론이고, 마치 개그 프로그램의 한 대목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신을 망가뜨려 웃음을 주는 코미디 연기도 일품이다.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사실 어찌 보면 <미녀 공심이>라는 작품은 어색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상당 부분 많이 껴안고 있다. 마치 시트콤처럼 너무나 가볍게 나가다가도 안단테가 가진 유괴되어 타인에게 키워진 그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들어가면 드라마는 갑자기 무거워진다. 공심이(민아)와 둘이 만들어가는 알콩달콩한 멜로가 나오다가도 과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이 누구인가를 파헤치는 장면으로 넘어가면 복수극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한 마디로 <미녀 공심이>는 연기자로서는 감정 선이 널뛰듯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초반부에는 동체시력을 가진 안단테의 액션 연기도 들어 있었다. 그는 남다른 시력으로 불량배들의 공격을 일시에 척척 물리치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도 마치 우스꽝스런 중국영화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코믹함을 슬쩍 넣는 여유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조금은 과장된 코미디로서 이 작품의 기조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조금은 느슨할 수 있는 작품의 얼개를 납득시키게 만들 만한 연기들이었다.

 

남궁민의 상대 역할인 민아는 물론 현장의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본인 능력의 200%를 해내고 있지만, 역시 상대역인 남궁민의 리드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민아를 안단테를 사랑하는 공심이 역할에 몰입시키고 때로는 함께 코미디 콤비가 된 듯 웃음을 주는 상황을 완성하는 데도 남궁민의 천연덕스런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 정도면 <미녀 공심이>라는 작품의 의외로 강한 힘은 남궁민이라는 연기자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리멤버> 이전에 남궁민은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강렬한 악역 연기로 주목받았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스릴러 장르는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갑질 하는 사회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이 스릴러 장르를 통한 복수극에 강력한 힘을 실어 줬기 때문. 하지만 최근 들어 스릴러 장르보다 주목되는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제 현실을 깨치는 판타지보다는 조금은 사적일 수 있지만(그렇다고 드라마가 사회적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 행복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리멤버>에서 <미녀 공심이>로 넘어오는 남궁민의 연기 변신 과정은 하나의 트렌드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이 배우가 가진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그는 이제 어떤 트렌드가 필요로 하는 연기도 척척 해내는 만능 연기자로서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필자는 남궁민을 만난 자리에서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남다른 몰입이 연기자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의외로 남궁민은 몰입만큼 중요한 게 시청자가 그걸 바라볼 때 어떻게 느낄까 하는 그 계산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즉 자신만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를 한다고 좋은 연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연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이 이야기는 남궁민이 그 극악한 갑질 재벌3세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것과 이제 서민들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공심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것이 그가 가진 연기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악역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까지 향후 그가 열어갈 새로운 연기의 영역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녀 공심이>, 그 힘의 원천

 

사실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가 이 정도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남자 주인공 안단테(남궁민)와 외로워도 슬퍼도 씩씩한 캔디형 여자 주인공 공심(민아)의 밀고 당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캐스팅도 화려하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물론 남궁민처럼 악역으로 확고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연기자가 떡 하니 서 있지만, 이런 주인공 역할이 부담됐을 민아는 영 불안한 캐스팅이었다.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게다가 경쟁작은 사극의 명장 이병훈 감독의 <옥중화>였다. 로맨틱 코미디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극성을 가진 사극으로서 <옥중화>는 그래서 첫 회부터 17.3%(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해 5회 만에 20%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 때부터 <옥중화>는 조금씩 시청률이 떨어지더니 16%대까지 하락했다. 반면 <미녀 공심이>의 시청률 상승곡선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첫 회 8.9%(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계속해서 조금씩 오르더니 최고 시청률 13.6%를 찍었다. 결국 시청자들이 <옥중화>에서 <미녀 공심이>로 이동해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면 도대체 대작 사극 앞에서 이 작은 소품처럼 여겨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무엇이 이토록 놀라운 반전을 일으키게 한 것일까. 사실 이 드라마의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나다거나 혹은 소재가 참신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떤 드라마들보다 크다. 공심이라는 소외된 청춘의 캐릭터는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갈증을 제대로 건드리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고, 심지어 갑질 하는 진상고객에게 뺨을 맞기도 하는 수모를 겪는 캐릭터. 게다가 집에서도 잘 나가는 언니와 늘 비교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운이 좋아 비서로 채용되기도 하지만 스타유통그룹의 재벌3세 준수(온주완)가 관심을 보이자 그 엄마인 염태희(견미리)에 의해 하루아침에 잘려버리는 그런 인물이기도 하다. 씨를 심고 물을 열심히 주는데도 잘 자라지 않는 꽃을 자신에 빗대어 왜 열심히 하는데도 안되냐고 그녀가 안단테에게 토로하는 장면은 그래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안단테가 결국은 스타유통그룹의 남순천 회장(정혜선)이 그토록 찾고 있는 친손자임이 밝혀졌고 그래서 실제로는 재벌3세인 그와 공심의 사랑은 마치 신데렐라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녀 공심이>는 이 지점에서 안단테의 출생의 비밀이나 공심이의 신데렐라 성공 스토리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런 거창하고 물질적인 신분 상승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껏 해오듯 공심이에 대한 소박한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안단테나 재벌3세인 준수가 공심에게 하는 호의는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다. 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공심이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고 소주 한 잔을 하거나, 웃긴 사진을 일부러 찍어 보내거나 하면서 그녀를 한 번 웃게 해주려 노력한다.

 

그들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3각구도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틀에서 늘 보이던 그런 갈등들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준수와 안단테가 사실상 형제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걱정하는 장면은 멜로의 전형적인 대결구도의 틀에서나 재벌가의 상속을 두고 벌어지는 권력의 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그것들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결양상이라면 이 청춘들은 거기서 벗어나 순수하게 서로를 위로해주고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따뜻한 위로 하나면 충분했다는 걸 <미녀 공심이>는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을 바꾸거나,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그런 거창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하고 투박해도 진심어린 위로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 <미녀 공심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놀라운 힘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인다

동체시력, 기시감, 요즘 로코 남주들의 흔한 능력들

 

tvN <또 오해영>에서 남자주인공 도경(에릭)의 직업은 음향감독이다. 그는 사소한 음향조차 그저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는 프로다. 직원들은 쓸데없이 예술 한다고 투덜대지만 실제로 그가 만들어낸 음향은 확실히 작품을 더 빛나게 만든다. 술을 마시다가도 그 술집의 소리가 갑자기 좋다며 음향기기를 가져와 녹음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상의 소리들을 담기 위해 무시로 녹음기를 틀어놓는 그는 이 일에 푹 빠져 있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가난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른바 로맨틱 코미디의 금수저는 아닌 캐릭터다. 금수저는커녕 그의 엄마는 그의 앞길을 막는 존재다. 억누르지 못하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식에게 손을 벌리고 또 스폰서에 가까운 남자를 여전히 찾아다닌다. 남자주인공은 직업적으로는 행복해보이지만 가족사는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다 가진 남자들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남자주인공도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그걸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자주인공인 오해영(서현진)과 관련되어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보는 능력이다. 처음에는 기시감으로 시작하지만 차츰 이 능력은 도경이 오해영과 가까워지는 장치가 된다. 그녀를 걱정하게 되고 그녀가 위험에 처할까봐 그녀를 찾아 헤매게도 만든다.

 

사실 능력이라기보다는 장애에 가깝다. 그것이 그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그가 가진 장애이자 능력은 묘하게도 그가 가진 매력이 된다. 그것은 그 능력(?) 때문에 그가 타인인 오해영에 대해 자꾸만 신경을 쓰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타인에 대해 보이는 관심은 그래서 도경의 진짜 숨겨진 매력이다. 왜 이런 특징을 <또 오해영>은 굳이 남자주인공의 매력으로 집어넣은 걸까.

 

SBS <미녀 공심이>의 남자주인공 단태(남궁민)는 인권변호사다. 변호사라고 하면 로펌에 들어가 돈 많이 버는 그런 직업으로 많이 그려져 왔지만 <미녀 공심이>에서 단태는 변호사이면서도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뛰는 그런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공심(민아)의 집 옥탑방에 들어와 월세를 사는 인물이다. 그가 현실적으로 공심을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단태에게도 남자주인공으로서의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동체시력이다. 동체시력 때문에 폭력배들과의 싸움에서도 그는 여유롭게 그들을 물리치고 공심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능력인지 장애인지는 애매모호하다. 그가 동체시력을 갖게 된 건 그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어린 시절 목격하게 되면서다. 그 끔찍한 장면들은 무의식 속 기억 저편에 묻혔고 대신 동체시력이라는 능력을 갖게 된 것.

 

<미녀 공심이>에서 재벌3세인 준수(온주완)는 공심의 로망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단태가 실제로 그녀를 남모르게 사랑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 모든 걸 가진 재벌3세는 여전히 로망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남자주인공과의 대비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또 오해영>의 도경이 소리를 듣는 사람이고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과, <미녀 공심이>의 단태가 남이 못 보는 걸 보는 사람이고 가난한 서민들을 돕는 인권변호사라는 점은 이들의 매력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얘기해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봐주고 그것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공감해주는 능력이 있는 남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로맨틱 코미디에서 현실적인 능력은 남자주인공의 중요한 자질이 아니다. 그것은 물론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판타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로맨틱 코미디는 훨씬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재벌3세 같은 인물을 통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더 이상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시대라고들 말한다. 그러니 한때 결혼과 사랑을 통해서라도 꿈꾸던 신데렐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더 현실적인 사랑을 꿈꾸고 그 안에서의 행복을 느끼길 원한다. 가난해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는 그런 남자. 다른 사람들은 다 모르고 무시해도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그런 남자. 지금의 현실은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주인공들을 훨씬 더 현실적으로 만들고 있다

<미녀 공심이> 재미의 8할은 남궁민과 민아의 캐릭터

 

사실 SBS 주말극 <미녀 공심이>는 뻔한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최근 그토록 많이 등장했던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적인 틀을 갖고 있다. 외모도 스펙도 별로라고 생각하는 공심(민아)이라는 캐릭터가 사실은 미녀라고 불릴 만큼 예쁘다는 것이고, 그래서 재벌3세인 준수(온주완)도 또 멋진 인권변호사인 단태(남궁민)도 그녀의 매력에 빠진다는 것.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공심과 대척점에 있는 여자 캐릭터 공미(서효림) 같은 캐릭터가 있어 여우 짓을 하는 것 역시 전형적이다. 준수가 재벌3세라는 사실을 알고 공미는 공심에게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심이 받아야할 호의를 슬쩍 가로채는 모습을 보인다. 자매지만 변호사가 되어 로펌에 들어간 공미는 외모도 스펙도 공심과는 비교된다. 하지만 어째 하는 짓은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이 비교되는 캐릭터들이 서로 엮이는 로맨틱 코미디는 <그녀는 예뻤다> 이후, 최근 <또 오해영>에서도 반복되는 틀이다. 여기에 <미녀 공심이>는 두 가지 익숙하지만 이른바 먹히는 드라마 코드를 집어넣었다. 하나는 출생의 비밀이고 다른 하나는 서민들을 돕는 인권 변호사의 법정 드라마다. 하지만 이런 코드들도 이미 어느 정도는 그 이야기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단태가 바로 남회장(정혜선)이 애타게 찾고 있는 잃어버린 손주라는 것. 또 이 인권변호사 단태는 타인을 돕는 일을 일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것.

 

이야기 틀이나 구성이 특별할 게 없는 <미녀 공심이>지만 그것을 의외로 강하게 만드는 건 캐릭터다. 제목이 보여주고 있듯 이 드라마는 이 땅의 무수한 공심이들을 위한 헌사다. 평범해 보이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눈에 드러나는 스펙은 없어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간다. 우연하게 준수를 만나게 되어 덜컥 비서가 된 공심은 이 일이 너무 낯설지만 마음만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녀에게서는 일에서 어떤 사심 같은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공심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녀가 전혀 예쁜 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 좋으면 좋다, 아프면 아프다, 나쁘면 나쁘다고 말하는 캐릭터다. 준수 같은 멋진 남자 앞에서 호감을 드러내고, 사실 그녀가 귀여워 짓궂게 구는 단테에게 투덜대지만 쓰러진 그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만큼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는 그에 대한 호감이 숨겨져 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걸걸한 목소리에 늘 억울함을 항변하는 듯한 말투는 어느새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주는 진심과 귀여움이 뒤섞인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런 공심에게 공심씨는 아무 것도 꾸미지 않은 것이 제일 예뻐요라고 말해주는 단태라는 캐릭터가 그 어떤 백마 탄 왕자님보다 멋지게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단태는 이 땅의 많은 공심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그런 남자주인공이다. 늘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인권변호사지만 누가 진짜 예쁜가 그 진가를 알아볼 줄 아는 인물. 그래서 그녀를 위해 그녀가 몰라주더라도 뭐든 해주려는 그런 캐릭터.

 

결국 이야기 구조가 뻔해 보이는 <미녀 공심이>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건 공심과 단테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공심을 연기하는 민아는 새로운 발견이다. 캐릭터가 좋은 탓도 있지만 민아는 그 연기 경험이 없어도 순수한 매력으로 공심이를 200% 연기해내고 있다. 그녀를 든든하게 받아주는 남궁민이야 본래 연기 베테랑이니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 드라마 재미의 8할은 이 두 인물이 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외로 강한 <미녀 공심이>, SBS 주말극의 기지개

 

SBS <미녀 공심이>의 반응이 심상찮다. 그간 MBC 주말극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지만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SBS 주말극이 <미녀 공심이>라는 드라마로 인해 의외의 힘을 얻고 있다. 첫 회 8.9%(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한 <미녀 공심이>3회만에 10.7%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애초에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소품으로 여겨진 <미녀 공심이>가 이토록 큰 반응을 얻어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역시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성 캐릭터다. 공심(민아)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이다.

 

공심이란 캐릭터에서 떠올리게 하는 인물은 tvN <또 오해영>의 그냥 오해영(서현진) 캐릭터다. 다른 드라마고 또 그 드라마의 이야기도 확실히 다르지만 이 두 캐릭터들의 설정만큼은 유사한 점이 있다.

 

첫째, 스스로를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캐릭터들이고 그래서 항상 비교되고 위축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둘째, 그 비교대상으로서 이른바 예쁜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또 오해영>에서는 예쁜 오해영(전혜빈), <미녀 공심이>에서는 공심이의 언니인 공미(서효림)가 그들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쁘지 않다 말하는 캐릭터들이 훨씬 드라마 상에서는 예뻐 보이고, 넷째 이들 드라마에는 도경(에릭)이나 안단태(남궁민), 석준수(온주완) 같은 멋지지만 진짜 예쁜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봐주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 예쁜 캐릭터와 못난 캐릭터들은 사회적으로도 비교된다는 점이다. 그냥 오해영과 예쁜 오해영은 회사 내에서 부하직원과 상사의 관계로 비교되고, 공심이와 곰미는 집안에서 구박덩어리와 집안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 비교된다. 이 점 역시 이 두 드라마가 멜로의 틀을 살짝 벗어나 사회적인 메시지로 확장되는 여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흥미로운 건 금수저 흙수저 비교대상이 있는 멜로 구도에 사회적 메시지가 살짝 얹어진 이들 드라마들이 모두 시청률에 있어서 드라마틱한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멜로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단 몇 회 만에 입소문이 나면서 시청률이 급상승한다. 입소문에 의한 반응이기 때문에 화제성은 더 크고 그건 다시 시청률로 이어진다.

 

물론 <미녀 공심이><또 오해영>과는 다른 독특한 지대를 갖고 있다. 그것은 남자 주인공인 안단태(남궁민)가 무료로 억울한 사람들을 변호해주는 인권변호사라는 점이다. 이 점은 <미녀 공심이>가 가진 사회적 의미가 부각되게 해준다. 게다가 이 미스테리한 인물인 안단태에게는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있어 향후 어떤 지점에서는 이것이 드라마에 폭발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여러모로 당대의 대중정서와 관계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너무 무거운 이야기는 피하려 하고 현실 그 자체를 드러내기보다는 현실을 살짝 잊고 판타지에 빠지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실 자체를 떠나는 이야기는 아예 관심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또 오해영>이나 <미녀 공심이>가 의외의 열광을 얻어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드라마들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의 경쾌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멜로와 코미디 이면에 이를테면 스펙사회 같은 사회적 메시지가 깔려 있다. 현실에서는 소외되던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서는 사랑받는 그 이야기는 의외로 강력하다. <미녀 공심이>가 그간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SBS 주말극을 구원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여자사람친구 특집, 이게 바로 <1>만의 묘미

 

KBS <프로듀사>편집의 이해’, ‘러브라인의 이해’, ‘예고의 이해같은 부제가 달린 것처럼, 이번 <12> ‘여자사람 특집에 부제를 붙인다면 캐스팅의 이해정도가 되지 않을까. 설명이 필요 없는 귀여움의 끝을 보여주는 박보영과 문근영, 그리고 걸스데이 민아. 웃음과 경륜(?)을 책임지는 신지와 김숙, 게다가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까지. 본래 캐스팅이란 이처럼 섭외되는 순간 모든 이야기들이 준비될 때 완벽해지는 법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들의 등장은 <12>로 보면 별 것도 아닌 상황들을 특별하게 만들어버렸다. 오프닝에서 그녀들이 등장할 때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이 그랬고, 첫 등장부터 삶은 계란과 날계란 중 하나를 골라 상대방의 얼굴에 깨는 익숙한 복불복마저 그녀들과 함께 하자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금남의 지대처럼 여겨져 온 <12>에 들어온 여자 사람캐스팅의 파괴력은 이처럼 컸다.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게스트들의 출연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의 재미 또한 살려 놓았다. 오빠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드는 박보영은 계란을 아메리카노로 바꾸는 협상을 하면서 유호진 PD와 묘한 설렘을 만들어냈다. 마치 <프로듀사>에서 PD와 아이돌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를 보는 듯, 유호진 PD가 오히려 살짝 웃으며 박보영에게 양해를 부탁하자, 그걸 보던 신지는 PD끼 부린다고 꼬집었다.

 

한 번도 예능에 제대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문근영은 의외의 승부욕을 드러내며 점점 문대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복불복 게임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승패에 속내가 숨겨지지 않는 표정을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은 역시 예능 경험이 없어 오히려 더 리얼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헤어롤을 말고 함께 차 안에 앉아 천상 여자인 모습을 보여준 민아와 박보영은 마치 친자매 같은 훈훈함이 묻어났고, 테크노 여전사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극강 동안 이정현과 정준영의 오누이 같은 관계나 신지와 김종민, 김준호와 김숙의 끈끈한 관계는 웃음과 함께 <12>만이 가진 그 정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놀이공원에서 펼쳐진 복불복에서도 이런 <12>만의 훈훈한 정서들은 별 거 아닐 수 있는 장면들마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했다. 어찌 보면 이제는 누가 복불복으로 밥을 먹고 누구는 굶게 되는가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12>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여자 게스트들의 등장은 이 익숙함을 흥미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2>은 예전부터 외부인물들이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더 시너지가 만들어지곤 했다. 이를 테면 일반인들이 100여명씩 출연하곤 했던 시청자와 함께 하는 <12>’이나 외국인 근로자 특집, 박찬호 같은 특급 게스트 특집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게스트의 투입은 새로운 리액션들을 보여준다. 결국 <12>의 웃음은 복불복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복불복에 이은 리액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소금물을 마시게 되는 복불복도 늘 하던 기존 멤버들이 하는 것보다 박보영이 마시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복불복의 과정을 통해 게스트가 점점 고정 MC들과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그래서 호스트와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그 지점은 <12>만의 가족적인 재미를 가능하게 해준다. 박보영과 문근영, 민아, 신지, 김숙 그리고 이정현이 출연한 여자사람 친구 특집은 <12>만이 가진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그리고 그것은 게스트를 손님이 아닌 주역으로 만들어내는 <12>만의 리액션 웃음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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