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투어’, 김생민 만큼 돋보이는 박명수

tvN <짠내투어>는 여러모로 최근 ‘짠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생민을 중심으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넘쳐나고, 그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른바 ‘욜로’를 주창하며 어떤 여행의 판타지를 건드렸다면, <짠내투어>는 보다 현실적인 여행이 주는 공감대를 추구한다. 

3박4일의 여정동안 김생민, 박나래, 정준영이 각각 하루씩 일정을 스스로 짜서 여행을 하고 이를 평가해 최고 점수를 받은 이가 마지막 날 ‘스몰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혜택으로 제공하는 방식. ‘짠내’를 아예 내놓고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의 여행은 저마다 달랐다. 

아끼고 아끼는 걸 여행에서도 당연하게 지켜가는 김생민의 첫 날이 곤궁해도 오히려 체험 하나하나의 가치를 더 느끼게 해주는 여행이었다면, 박나래의 둘째 날은 저렴한 비용에도 가성비 높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정준영의 마지막 날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도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짠내투어>는 그 제목에서 묻어나듯 김생민이라는 캐릭터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이도 아닌 김생민이 출연하는 <짠내투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관심을 가진다. 실제로 박나래가 데려간 선술집에서 얼마나 먹었는지 계산을 잘 못하는 박나래와 달리 김생민은 척척 먹은 걸 계산해내는 모습으로 다른 출연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껴야 한다’는 사실을 아예 생활의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해도 너무 한다”는 식의 웃음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짠내투어>에서 김생민만큼 중요하게 보이는 인물은 박명수와 박나래다. 김생민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담당하고 있다면 박명수와 박나래는 상황을 웃게 만드는 양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명수는 예능 9단으로서의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이 ‘짠내’나는 여행에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이런 야외 예능 자체가 낯선 김생민에게는 그 특유의 캐릭터에 대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아껴도 너무 아끼는 그를 핀잔주다가도, 때론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한 끼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박나래가 미슐랭 별을 받은 집을 찾아가기 위해 2시간이나 열차를 갈아타는 와중에 박명수는 끝없이 투덜댐으로써 그 생고생을 웃음으로 바꿔놓는다. 그러다가도 막상 그 음식점에서 맛을 보고는 2시간을 찾아올 만하다고 솔직한 찬사를 보낸다. 

박명수는 김생민에게는 핀잔과 칭찬을 반복해 이 프로그램에 적응하게 해주고, 개그계 후배인 박나래에게는 계속 구박을 주면서 코미디적인 합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준영에게는 뭘 해도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는 모습으로 박나래와 비교시키며 웃음을 준다. 이런 밀당은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건 김생민, 박나래, 정준영이 투어를 짜는 역할이고, 박명수는 그걸 평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일 수 있다. 결국 박명수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여행의 평가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심축에서 박명수가 다른 출연자들을 놓고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면 실로 자유자재라는 느낌을 준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늘 2인자를 자처했다. 한 번은 1인자 역할을 부여받은 적이 있지만 잘 적응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유재석을 앞세운 2인자 역할이 자기 자리라는 걸 확인시켜주곤 했다. 하지만 적어도 <짠내투어>를 보면 박명수가 유재석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 위치나 프로그램에 따라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걸 효과적으로 해내는 모습. 김생민식의 여행을 담는 <짠내투어>지만 박명수의 진가가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타인의 삶 체험 ‘내방안내서’, 관찰카메라의 새로운 변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스님은 “멈춰야 할 것은 바로 나”라고 말했다. 책 출간 이후 너무 많은 일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는 것. 혜민스님은 SBS 10부작 예능 프로그램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이하 내방안내서)>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바로 그 ‘멈춤’의 의미를 다시금 꺼내놓았다. 그러니 <내방안내서>는 그렇게 잠시 멈춘 이들이, 그래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체험할 시간들을 담았다. 

'내방안내서(사진출처:SBS)'

<내방안내서>의 아이디어는 ‘집 바꿔 지내기’라는 콘셉트에서 나왔다. 사실 유명한 외국의 예술가들이 오래 전부터 해왔다는 이 새로운 형태의 여행은 최근 들어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를 모델로 하는 새로운 전 세계 홈스테이식 숙박형태로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해진 호텔이 아니라 누군가 실제로 사는 공간에서 살아본다는 것이 그저 주마간산식 여행과는 다른 진짜 체험으로서의 여행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내방안내서>의 백시원 PD 역시 에어비앤비를 통해 다녀온 여행이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방안내서>는 이 색다른 여행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담았다. 지금껏 관찰카메라는 그 주체가 확실히 한 방향으로만 정해져 있었다. 즉 여행을 하는 관찰카메라는 그 여행자의 시선으로 체험하고 관찰을 기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방안내서>는 서로의 방을 바꿔 지내본다는 점에서 관찰카메라의 주체가 쌍방향적이다. 이를테면 박나래가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인 스쿱 데빌의 집에서 지내며 그가 살던 공간을 체험하고 여행한다면, 반대로 스쿱 데빌과 그의 친구 살람이 박나래의 집에 머물며 서울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내방안내서>는 그래서 관찰카메라들이 그토록 많이 보여줬던 여행기를 담으면서도 그저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았던 방주인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따라서 서로 바꿔서 일상을 살아보는 그들은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너무나 익숙해져 특별할 것 없었던 그 삶이 타인의 눈을 통해 새로워지는 걸 확인할 수도 있다. 혜민스님의 표현방식으로 하자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바꿔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인 셈이다. 

물론 혜민스님은 너무 일이 많아져 정작 자신을 쉴 수 없게 된 사실을 토로하며 “스스로 멈추기 위해” 이 특별한 여행에 참여하게 된 것이지만, 이렇게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보는 것이 주는 불가의 의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타인이 들어와 내 공간에서 사는 모습을 통해 어쩌면 나는 내 자신의 삶을 다시금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정반대로 타인의 삶 속에 들어가 보는 것으로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을 지도.

최근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폭발적인 인기로 확인하게 된 외국인들의 우리 문화 체험기 역시 타인의 눈으로 들여다본 내 삶을 관찰한 프로그램이었다. <내방안내서>의 한국에 온 스쿱 데빌과 살람의 모습은 그래서 마치 이 프로그램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다른 점은 그들이 다름 아닌 집을 바꾼 박나래의 집에서 머문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방안내서>는 여행 관찰카메라의 진화를 보여줬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 걸음 더 나간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은 서로 다른 삶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얘기하던 혜민스님도 이제 ‘바꾸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타인의 삶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방안내서>는 그래서 타인에게 내 방을 안내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내 삶을 관조하는 재미와 의미가 의외로 크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꽃게춤에 야오밍? <12>이 보여준 장도연의 매력

 

tvN <코미디빅리그> ‘여자사람친구라는 코너에서 장도연은 양세찬의 군대 동기(?)로 나온다. 본래는 남자였는데 여자가 된 인물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이런 설정은 장도연을 거침없게 만든다. 박나래 능가하는 분장 개그는 기본이고 춤을 춰도 여자라면 민망할 수 있는 동작조차 과감하게 보여준다. 워낙 과감하게 드러내서인지 그 동작들은 불편함이 아니라 오히려 시원함을 선사한다. 여자가 뭐 어때서?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그녀는 MBC <라디오스타>에 처음 출연했을 때도 여지없이 꽃게춤을 춰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만들었다. 웃음을 주기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겠다는 그 자세에서는 남녀의 성별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그녀가 가진 개그에 대한 생각을 읽어내게 한다. 박나래와 함께 다시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 그녀는 스스로를 박나래에 묻혀버린 개그우먼으로 소개하면서 그 날의 분위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온전히 박나래를 그날의 주인공으로 세운 그녀는 선배로서의 박나래에 대한 깍듯한 예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는 남자들과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센 여자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여성적인 면이 묻어난다. KBS <12>여자친구특집으로 떠난 남이섬 여행에서의 그녀가 그렇다. 처음 등장에서는 이마로 날계란을 깨뜨리는 모습으로 개그우먼의 면면을 보여줬지만 데프콘과 커플이 되면서는 달달한 관계를 연출해 보여주기도 했다.

 

남이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공에 세워진 짚라인을 타면서 그녀는 두려움에 데프콘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남이섬에 들어와서는 그의 등에 업혀 <겨울연가>의 한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 둘이 사귀라고 부추기자 어딘지 어색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은 그 수줍음 때문에 오히려 더 풋풋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가장 로맨틱한 커플로 선정된 두 사람은 서로의 새끼손가락에 커플 반지를 끼워주며 설레어했다.

 

장도연은 사실 미녀 개그우먼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인물이다. 외모로만 보면 왜 개그우먼을 했을까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 차라리 그 늘씬한 키와 몸매로 모델을 하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그녀는 대신 <개그콘서트>에서 패션 NO.5’라는 코너에서 우스꽝스런 복장을 한 채 모델워킹으로 걸어 나와 관객들을 웃기는 걸 선택했다. 멜로드라마에 들어가면 남자들을 심쿵하게 만들 수 있는 외모지만 그녀는 대신 <코미디 빅리그>에서 군대동기(?)’ 양세찬에게 사정없이 들이대는 캐릭터를 연기해 웃음을 주었다.

 

개그우먼에게 미모는 어쩌면 넘어야 할 산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못생김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 아니라 예쁜 모습이 과감한 표현을 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예쁜 개그우먼들은 더 과감하게 자신을 망가뜨리려 애쓰는 지도 모른다. 장도연이 그토록 심한 분장 개그를 시도하고 민망할 정도로 과감한 춤을 보여준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망가짐을 연기하는 개그우먼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12>이 슬쩍 보여준 것처럼 어떤 일상으로 돌아오면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누구보다 여성스러운 그녀의 모습에서 오히려 그 매력의 원천이 개그우먼에 대한 그녀의 애착과 노력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소외되던 개그우먼들, 올해 반응 심상 찮네

 

MBC <라디오스타>에 나온 박나래는 박감독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부여받았다. 그녀와 함께 나온 양세찬, 장도연, 양세형을 아낌없이 챙기고 밀어주는 모습 덕분이다. 그녀는 개인기를 선보이려는 동료 개그맨들에게 어떤 건 좋고 어떤 건 별로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 감이 웃음으로 여지없이 증명되자 김구라는 박나래가 감이 좋다며 그녀를 그들에게 사인을 주는 감독 캐릭터로 세웠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박나래는 이른바 대세 개그우먼이다. 그녀 스스로도 밝히듯 <라디오스타>에 나온 이후 대박이 났다. 물론 그녀가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별의 별 분장을 다 하고 나오는 그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뿐일 것이다. 스스로를 구단주라고 밝힌 김구라는 대놓고 박나래를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대중들의 마음 그대로다. 박나래처럼 그간 꾸준히 노력해왔고 또 동료 개그맨들을 챙기는 개그우먼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박나래는 이국주와 <코미디 빅리그>에서 의견 대립으로 갈등을 빚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국주의 존재감이 다시 드러났다. 그녀 역시 박나래와 함께 아낌없는 분장개그를 선보이며 특유의 흥과 파이팅으로 대중들의 박수를 받는 개그우먼이다.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모습은 이국주의 가장 큰 매력. 그녀가 <나 혼자 산다> 같은 마치 금남의 지대처럼 여겨져 온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자리했다는 건 올해 심상찮은 개그우먼들의 기지개를 예감하게 만든다.

 

최근 <님과 함께2>로 윤정수와 가상부부를 맺으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숙도 그 연장선에서 주목되는 개그우먼이다. 연차로 보면 김숙은 유재석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고참이다. 하지만 지금껏 예능에서 중심으로 들어와 본 적이 거의 없다. 가끔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활약하며 특유의 독특한 존재감을 보인 적은 있지만 지속적인 열광으로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님과 함께2>에서 김숙은 확실히 자신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윤정수와 척척 호흡이 맞는 개그맨 커플(?)의 재미도 재미지만,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윤정수를 개그우먼의 방식으로 챙겨주는 김숙의 모습에서는 따뜻한 마음씨까지 묻어난다. 4차원이고 심지어 돌아이라고 불리지만 그녀가 밉기는커녕 호감을 주는 이유다.

 

JTBC <아는 형님>에서 한번 다뤄졌던 것이지만 개그우먼들은 개그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능에 설 자리가 없었던 게 현실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체력을 요하는 야외 버라이어티의 득세가 그렇고, 여지없이 망가져야 하는 상황도 그렇다. 또 일상 영역 속에서도 육아나 요리 같은 권위 해체의 소재 역시 남자들이 훨씬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예능 현실도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가 없었던 이유다.

 

그래서 설 자리가 가끔 때 되면 불러주는 커플 콘셉트 소재의 게스트 정도거나, 이제는 점점 힘이 약해져가는 스튜디오 토크쇼의 게스트 정도였다. 그래서일 것이다. 개그우먼들이 그 소외받던 위치에서 벗어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또 주목받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아낌없는 지지의 마음을 갖는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올해 박나래, 이국주, 김숙 같은 그간 숨겨져 있던 개그우먼들이 더 많이 발굴되길 기대하게 되는 것은.

<라스> 박나래, 웃음을 위해 그 누가 이만큼 할 수 있을까

 

완전 골퍼 다리예요.” 등장과 함께 뜬금없이 박나래에게 던진 김구라의 요청에 그녀는 골프 스윙을 보여주고는 손으로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역시 박나래다. 등장부터가 남다르다. 조금 어색할 듯도 싶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뭐든 웃음으로 살려낸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MBC <라디오스타>에 박나래가 다시 나온 건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던졌던 양세찬에 대한 짝사랑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이 날 방송에는 박나래의 옆에 박나래의 남자, 제대로 똥 밟은(?)’ 양세찬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연적(?) 설정으로 장도연이 그리고 그 옆에 이 모든 사건(?)을 목격해온 양세찬의 형 양세형이 앉아 있었다.

 

박나래가 등장과 함께 골프 세리머니로 웃음을 주자 김구라는 그녀의 웃음을 자판기에 비유하며 “(동전을) 넣으면 커피가 나온다고 즐거워했다. 대세 개그우먼답게 병신년이 잘 어울리는 여자 연예인 미녀개그우먼 박나래입니다라는 인사 한 마디에도 기분 좋은 웃음을 주는 그녀였다.

 

김구라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박나래에게 윤종신이 설에 인사 한 번 가라고 하자 아예 그 자리에서 테이블 위에 올라 세배를 올리는 모습은 웃음을 위해서는 거리낌이 없는 그녀의 진심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사실 제 아무리 개그우먼이라고 해도 여자로서 감추고 싶은 것들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 날 박나래는 양세찬을 짝사랑했던 그 에피소드들을 모두 도마 위에 올려도 괜찮다는 쿨한 모습이었다.

 

박나래가 좋아한다는 말에 똥 밟았다고 했다는 양세찬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그녀는 유쾌하게 받아주었다. 심지어 나는 똥이에요라고 말하고, 그걸 웅변으로 풀어보라는 김구라의 요청에도 피하는 일이 없었다. 결국 박나래의 이런 자세가 그 날 나온 양세찬, 절친인 장도연 그리고 양세형까지 존재감을 만들어내게 해주었다.

 

특유의 19금 개그는 그녀가 의도하지 않아도 캐릭터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장도연이 김구라에게 호감을 표하는 모습을 슬쩍 보이자 서로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부추기는 와중에 박나래가 아무 뜻 없이 저런 사람들이 잘해요라고 툭 던진 말이 19금으로 해석되어 큰 웃음을 주었다. 오해라며 여자한테 잘 한다는 뜻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 당황한 모습마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녀였다.

 

양세찬과 혹시 결혼하게 되면 박나래가 술 취해 동그랑땡 부치는 모습이 너무 꼴불견일 것 같다며 웃음을 준 양세형의 이야기에도 그녀는 심지어 그 모습을 막간 콩트로 보여주기도 했다. 양세형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빵빵 터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박나래가 쿨하게 자신을 모두 이야기의 도마 위에 올려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일 그녀가 이 모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자칫 잘못하면 그 상황 자체가 불편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박나래가 스스로 이를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자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또한 유쾌한 방송이 가능해졌다.

 

<무한도전>에 깜짝 출연했던 잭 블랙은 대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그 모습은 웃음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했다. 코미디언의 진심이 거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라디오 스타>에서 보인 박나래의 모습은 마치 그 웃음을 위해 뭐든 다 받아주는 잭 블랙을 연상시켰다. 이러니 잘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세 개그우먼이라는 말이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걸 그녀는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무도> 예능총회, 모두가 마음껏 터트릴 수 있었던 까닭

 

<무한도전>이 예능총회를 통해 하려던 것은 현재의 예능 트렌드를 분석하고 향후를 전망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막상 총회가 열리고 패널로서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윤종신은 물론이고 서장훈, 김숙, 윤정수, 김영철, 박나래 등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불이 붙었다. 그 기화 역할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경규다. 그는 호화롭게(?) 준비된 자신만의 왕좌(?)에 앉아 거침없는 호통과 버럭으로 빵빵 웃음을 터트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로 그간의 공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대선배지만 이제는 조금씩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걸 소재로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은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하나의 설정인지 애매한 선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쿡방이 대세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김성주의 이야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나아가서는 요리사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농담까지 거침없이 던지고, 광희가 김제동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이 <힐링캠프>에서 잘렸다며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일침을 놓고 자기 같은 A급 대신 (서장훈, 광희 같은) FD급을 왜 쓰냐고 독하게 쏘아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사방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쏘아대자 총회는 그 힘을 받아 활활 타올랐다. 오디오가 너무 시끄러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이경규의 공격을 직접 받은 패널은 거기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웃음을 만들어냈다. 들어오면서부터 서장훈과 김영철에게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불만이라고 이경규가 쏘아대자 그들의 존재감이 오히려 살아나게 되는 식. 윤정수는 특히 이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빈 자리가 많으니 신경 좀 써달라는 얘기에 그런 부탁은 추잡스런 일이라고 이경규가 일축하자 윤정수는 콩트로 이경규에게 선배님 저처럼 절박한 상황 겪어 보셨어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국 예능 총회는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러하듯이 본래의 취지를 살짝 벗어나 자신들의 불만 토로와 자기 PR을 하는 장이 되어버림으로써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과열됨으로써 자칫 싸움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경규의 멘트는 역시 예능 대부답게 빵빵 터졌지만 그것은 자칫 막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정확히 짚고 들어와 그 균형을 맞춰준 인물이 역시 유재석이었다. 그는 이건 예능총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재차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고 보면 이 쟁쟁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나와 마구 이야기들을 쏟아낼 때 그걸 정리해주거나 혹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때로는 멘트의 기회를 줘서 꿰다 논 보릿자루가 되지 않게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 많은 역할들을 배후에서 한 인물이 바로 유재석이다. 한없이 뜨거워진 예능 총회에서 <무한도전>의 다른 인물들 이를 테면 하하나 광희는 거의 말을 섞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과열 양상에 감히 뛰어들기가 버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능총회는 그 중심에서 웃음의 동력이 된 이경규는 물론이고 윤정수, 김숙, 김구라, 윤종신 등 참여한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예능감을 뽐낸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배후에서 조율하고 조정해준 유재석이 없었다면 자칫 논란의 소지를 안을 수도 있는 자리였다. 유재석 특유의 균형감각과 타인의 캐릭터를 쏙쏙 끄집어내주는 그 진행방식이 총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실로 ‘2016년 패널 유망주라고까지 꼽힌 이경규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고, 왜 유재석이 유느님이라 불리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PD시대로 바뀐 예능, 그래도 유재석이다

 

9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연말을 맞아 조사한 올해를 빛낸 개그맨’ 1위에 유재석이 올랐다. 올해만이 아니라 4년 연속 1위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3%가 유재석을 꼽았다고 한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물론 개그맨을 뽑는 것이니 그 중에서 유재석을 넘어설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유재석은 매년 해왔던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단 두 차례(2010년 강호동 2011년 김병만)를 제외하고 전부 1위를 차지해왔다. 심지어 2010, 2011년에도 유재석이 단 몇 프로 차이로 2위에 랭크되어 있으니 사실상 거의 매년 부침없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유일한 개그맨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띠는 건 2위에 이국주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4위에 김준현(SNL코리아), 6위에 정형돈(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 7위에 박나래(코미디빅리그), 9위에 신동엽(SNL코리아, 마녀사냥, 수요미식회)이 나란히 들어 있어 예능에서 지상파보다 비지상파(tvNJTBC)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된 건 다분히 과거 스타 MC 파워에서 이제는 스타 PD 파워로 예능의 지분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상당부분 드러내는 일이다. 비지상파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대거 비지상파로 거처를 옮긴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유재석도 강호동도 어떤 PD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있다. 그들이 최근 나란히 JTBC 예능의 문을 두드린 건 이런 변화를 잘 말해준다.

 

중요한 건 이처럼 스타 MC 시대가 저불고 대신 스타 PD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의 존재감이 그 어떤 개그맨들보다 강렬한 한 해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았던 <무한도전>에서도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든 <런닝맨>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스타MC들의 새로운 위치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통해 이제 지상파와 다름없는 비지상파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게 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유재석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졌던 장면들은 <런닝맨><무한도전>에서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출연자들을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하나하나 배려해가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그 놀라운 진행 능력이었다. <런닝맨> ‘100 vs 100’ 특집은 무려 200명이나 되는 출연자들이 체육관에 모여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는데, 자칫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템을 유재석은 발군의 진행능력으로 살려냈다. 또 방송국 PD들을 잔뜩 모아놓고 했던 <무한도전> ‘무도드림자선 경매쇼에서도 이런 유재석의 진행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확실히 스타 MC의 파워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재석은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10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20을 보여주는 격이다. 그를 유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저 허명만이 아니라는 걸 그의 올해 남다른 도전이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개콘>의 대항마로 떠오른 <코빅>, <웃찾사>

 

<개그콘서트>10%대 이하의 시청률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는 예고됐던 일이다.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화제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어 이미 여러 차례 위기론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굵직한 간판스타 개그맨이 배출되지 않은 점도 그렇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건 <개그콘서트>처럼 소비 속도가 빠른 예능에는 치명적인 일이 되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즉 지금껏 <개그콘서트>가 독점하듯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처럼 자리한 것이 코미디 전체에도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개그콘서트>에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긴장감을 갖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는 것이 코미디 전체의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공개 코미디 전성시대에 <개그콘서트><웃음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개그야>가 삼국지를 이룬 것처럼, <개그콘서트>가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웃찾사><코미디 빅리그>는 이제 새로운 개그삼국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말로 시간대를 옮겨 본격적으로 <개그콘서트>와 대결을 벌이고 있는 <웃찾사>역사 속 그날이나 뿌리 없는 나무같은 오래도록 자리한 코너는 물론이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남자끼리’, ‘불편한 복남씨’, ‘내 친구는 대통령같은 코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웃찾사>가 배출한 개그맨들에 집중도도 높아졌다. “재훈 재훈으로 유행어를 만든 남자끼리의 이은형이나 배우고 싶어요에 이어 이야로 새로운 개그의 영역을 열어가는 안시우, ‘백주부TV’에서 빅마마 분장으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는 홍윤화 등이 그들이다.

 

<코미디 빅리그>는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해 조금은 강한 코미디들이 시도되면서 꽤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기서 배출된 이국주나 박나래, 장도연 같은 개그우먼들이 예능에서 맹활약하면서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조금씩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너들도 꽤 탄탄하다. ‘여자사람친구의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장도연의 연기나, ‘중고나라에서 매번 새로운 인물로 깜짝 분장을 하고 나타나 큰 웃음을 주는 박나래, ‘깝스의 황제성이나 깽스맨의 양세형 그리고 작업의 정석같은 코너에서는 개그맨 뺨치는 관객들이 매주 등장하는 등 그 웃음의 강도도 역시 높다.

 

<웃찾사><코미디 빅리그>가 이처럼 최근 들어 그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건 어쩌면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개그콘서트>가 조금씩 내준 자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그콘서트>에 위기론이 자주 언급되는 건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고 <웃찾사><코미디 빅리그>까지 새로운 개그의 전성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공개 코미디가 경쟁시스템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처럼, 이제 개그 프로그램들 역시 새로운 경쟁 체제 하에서 상생의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니.



개그맨들의 산실 <개콘> 왕국, 어쩌다 흔들리게 됐을까

 

KBS <개그콘서트>에서 일부 개그맨들이 제작진과의 불화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은 사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게 없는 내용이다. 잔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런 것도 사실 <개그콘서트>에서는 늘 있던 일이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한때 <개그콘서트>를 이끌었던 박준형과 정종철이 MBC <개그야>로 옮긴 적이 있었고, ‘달인코너로 장기간 인기를 끌던 김병만도 SBS <키스 앤 크라이>를 시작으로 <정글의 법칙>으로 빠져나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개그콘서트>는 굳건했다. <개그콘서트>에서 스타가 된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로 이동해도 새로운 신인 스타들이 탄생해 그 자리를 메웠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도 아닌 몇몇 개그맨들이 이동을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는 건 왜일까. tvN <코미디 빅리그>와의 미팅? 그것은 <코미디 빅리그>가 모든 방송국 출신 개그맨들에게 열려있고 또 쿼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개그맨들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달라도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돈독한 사이다. 현장에서 늘 만나기 마련이니까.

 

중요한 건 이런 이야기가 나온 시점이다. 지금 현재 <개그콘서트>는 한 마디로 위기다. 시청률 20%를 훌쩍 넘기던 시절은 고사하고 이제는 10%를 유지하는 것도 간당간당하게 되었다. 만일 이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빠져버리게 된다면 <개그콘서트>의 추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안 좋은 건 화제성조차 과거만 못하다는 점이다. 확실한 한 방이 있는 코너가 잘 나오지 않고 있고 따라서 <개그콘서트>를 전면에서 이끌어가는 이른바 간판 개그맨이 눈에 띄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한 때 <개그콘서트>에는 이름만 들어도 화제가 됐던 김준현, 김원효, 허경환, 양상국 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개그콘서트>에서 보이지 않게 됐다.

 

<개그콘서트>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에 지목되었다. 프로그램 시간이 너무 길고 그러다보니 과거처럼 팽팽한 느낌이 사라졌다. 똑같은 코너들이 그 주에 조금씩 상황만 바꿔 유행어를 날리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코너들의 교체 시기도 한없이 늘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제 때 제 때 코너를 교체해줬어야 신구 코너들이 조화롭게 굴러갈 수 있는데 그게 교체시기를 놓치다보니 이제는 한두 개 새로운 코너를 집어넣어도 <개그콘서트>가 달라진 느낌을 주지 못하게 됐다. 물론 새 코너도 이렇게 되면 생각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결국 <개그콘서트>가 이런 위기에 빠지게 된 건 스타 가능성이 있는 개그맨들이 없어서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부족해서도 아닌 시스템 운용과 인력관리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의 이탈 조짐은 결국 관리의 부실에서부터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위기는 KBS 예능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개그맨들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개그콘서트>에서 실력을 보인 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같은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 그러려면 KBS가 개그맨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을 포진하고 있어야 하지만 최근 KBS 예능은 <12>을 빼놓고는 그리 선전하지도 주목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개그맨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던 <인간의 조건>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소소한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KBS에 개그맨들이 미래를 꿈꾸고 운신할 폭이 점점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언급된 <코미디 빅리그>를 보면 너무나 상황이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 자리를 잡은 장동민이나 이국주가 tvN은 물론이고 타 방송사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은 개그맨들에게는 또 하나의 워너비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박나래와 장도연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다면 과연 최근 <개그콘서트>에서는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개그맨들이 있었던가.

 

tvN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매력도 개그맨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들의 선전은 개그맨들이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 연계 프로그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꿈꾸게 만든다.

 

<개그콘서트>는 지금껏 KBS 예능 프로그램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 여기서 배출된 개그맨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포진되어 KBS 예능을 다채롭게 해왔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해도 결코 가볍게 바라볼 수 없는 면이 있다. 단지 코너 몇 개 바꾸고 개그맨들이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스템 정비와 인력관리, 방송분량 조절 같은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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