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가 그리는 지옥 속의 행복 찾기

“은행부행장이었다가 지금은 모텔에 수건 대고 계시고, 자동차연구소 소장이었다가 지금은 미꾸라지 수입하고 계시고, 제약회사 이사였다가 지금은 백수, 알지 형이랑 나는 청소. 야 좋겄다. 너는. 여기 네가 좋아하는 망가진 인간들이라.”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망가진 게 좋다”며 쫓아다니는 최유라(나라)에게 박기훈(송새벽)은 그렇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고 보면 정희네라는 선술집이 풍기는 분위기가 그랬다. 아저씨들이 몰려오는 그 집에서는 ‘망가짐’의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한 때는 잘 나갔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한참을 망가져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그들. 술 마시는 걸로 전쟁을 하면 무적일 거라며 호기롭게 웃으며 술을 마시지만 그게 어딘가 짠하게 다가오는 그들이다. 

그러니 “망가진 게 좋다”는 말이 박기훈에게는 마치 ‘나보다 못한 인간이 있다’는 걸 그들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좋다는 뜻으로 다가왔을 게다. 하지만 유라는 정색하며 그런 뜻이 아니라 자신은 거기 있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봐 두려워하며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그게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구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망가져서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 것. 이 ‘행복론’은 어쩌면 <나의 아저씨>가 그리려는 세계일 것이다. 드라마는 좀체 밝은 희망이나 행복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건 아저씨들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선술집에서 장사하고 그 곳에서 사는 정희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때 돌아갈 집이 없이 괜스레 아저씨들과 선술집을 나선다. 집을 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퇴근 기분을 내지만 그는 결국 빙 돌아서 다시 선술집으로 돌아온다. 돌아가려 해도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삶이 그가 겪는 현실이다.

박동훈(이선균)은 아내가 자신의 후배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지만 정작 그가 하는 건 후배에게 아내와 조용히 헤어지라고 엄포를 놓는 일이다. 박동훈, 박기훈, 박상훈(박호산)의 엄마 변요순은 자식들이 세상에서 겪는 일들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살기 위해 청소일을 하는 것도 그런데 건물주에게 아들이 무릎까지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본 이 엄마는 애써 활짝 웃으며 아들을 맞는다. 그 눈에는 아프게 흘러내리지도 못하는 눈물이 숨겨져 있다.

이지안(아이유)은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낮에는 회사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찌꺼기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가 봉양해야 하는 할머니 봉애(손숙)는 돈이 없어 요양원에서 쫓겨나 하루 종일 그 어두운 방안에서 누워 자그마한 창으로 들어올 달을 보고 싶은 게 소망이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망가져 있다. 그리고 지금도 망가져 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들은 살아간다. 정희네 같은 술집에서 술 한 잔에 아픔을 털어내면서 오히려 웃는다. 박동훈이 말하듯 그들이 사는 곳은 지옥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벌도 받다 보면 왜 받는지 알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문득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묻는다. 자신을 왜 뽑았냐고. 박동훈은 이력서 특기란에 써놓은 ‘달리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무슨 특기가 ‘달리기’냐고. 그러자 이지안이 말한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박동훈과 아저씨들이 망가져가고 있는 사이, 이 청춘은 투명인간처럼 되어버렸다. 박동훈이 이지안에게 건배를 제안하며 “행복하자”고 한 마디 던지는 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그리고 그건 이 드라마가 그려나가는 세계다. 지옥 속의 행복 찾기.(사진:tvN)

'아저씨' 이선균·이지은, 24살 차이 멜로 괜한 걱정이었나

박동훈(이선균)은 형 박상훈(박호산)과 동생 박기훈(송새벽)과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팍팍한 중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년퇴직 후 자신의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리고 있다는 박상훈.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재취업은 아파트 경비 자리 얻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박기훈은 영화 감독이 꿈이지만 만년 조연출로 늙어가고 있다. 한 때는 주목받기도 했었지만 그 후로는 영화판에서 마모되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건축구조기술사라는 그럴 듯한 직업을 갖고 있는 박동훈은 나아 보이지만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무게가 온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퇴근 해 혼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게 유일한 휴식이지만 그의 아내는 그가 다니는 회사 대표이사 도준영(김영민)과 불륜 중이다.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들의 위기로 시작한다. 박상훈이 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저씨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말하듯, 아저씨들은 퇴직 후 사업에 망하고 재취업도 못한 채 심지어 경조사에조차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절망하고 분노한다. 돈이 없어 동생 박동훈에게 손을 벌리는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런 형이 큰 일을 낼까 걱정이라며 엄마 변요순(고두심)이 박동훈을 찾아와 가게라도 내주자며 5천만 원 대출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던 차에 마치 운명처럼 그에게 뇌물 상품권 5천만 원이 퀵으로 잘못 배달된다. 경쟁관계에 있는 도준영(김영민)이 박동운 상무(정해균)를 물 먹이려 보낸 돈이지만 배달사고가 난 것. 결국 도준영은 박동훈을 희생양 삼으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아저씨들의 위기만큼 처절한 청춘의 위기가 겹쳐진다. 그 청춘은 박동훈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알바생 이지안(아이유)이다. 무슨 일인지 사채업자에게 심지어 두드려 맞아가며 돈을 갚아나가고 있는 이 청춘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양원 비용이 없어 청각장애에 운신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다. 음식점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이 버리고 간 음식을 챙겨와 역시 사무실에서 훔쳐온 믹스 커피와 함께 먹는 게 그의 유일한 휴식이다. 불조차 켜지 않는 집에서 꾸역꾸역 음식 같지도 않은 음식을 입안에 구겨 넣고, 달달한 믹스 커피를 꼭 두 봉씩 녹여 마시는 삶. 그에게 꺼져있는 불처럼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박동훈에게 잘못 배달된 뇌물 봉투를 우연히 보게 된 이지안은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그 뇌물을 훔치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접근한다. 뇌물 봉투를 받고 당황한 박동훈이 대충 서류철과 함께 책상에 구겨 넣어둔 걸 안 이지안은 그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신 후 그가 집에 간 사이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 그 뇌물 봉투를 꺼내간다.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닌 혹독한 현실에 내몰린 청춘 이지안과, 이제 돈도 사라졌지만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된 아저씨 박동훈. 그들의 위기가 격돌한다. 

<나의 아저씨>가 아저씨라는 중년세대와 청춘의 위기를 동시에 병치한 건,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다. 이제 직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아저씨 세대는 아예 취업 전선에 발을 딛지 못하고 있는 청춘 세대들과 현실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건 일자리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지만, 그래서 비롯되는 갈등은 현실의 차원을 넘어서 감정적인 차원으로까지 치닫곤 한다. 

그래서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 세대를 대변하는 박동훈과 그 형제들과, 청춘 세대를 대변하는 이지안이 부딪치면서도 어떤 접점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애초에 24살 차이의 멜로라는 소재 때문에 갖게 되는 어떤 불편함은 그것을 단지 멜로 차원으로만 바라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오해가 아닐까. 어쩌면 <나의 아저씨>는 그 24살 차이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화해하는 드라마일 수도 있으니.(사진:tvN)

‘마더’, 이보영이 진정한 엄마임을 증명한 허율

그 누가 이들이 진정한 모녀 사이라는 걸 부정할 수 있을까.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결국 수진(이보영)은 혜나(허율)와 밀항을 하려는 와중에 미행하는 형사들에 의해 체포됐다. 창근(조한철)은 수진에게 수갑을 채우고 이렇게 말했다. “강수진 씨.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하지만 체포된 수진에게서 혜나는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수진을 엄마라고 부르며 혜나는 “우리 엄마 아프게 하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애타게 부르며 흘리는 눈물은 수진을 체포하는 창근의 마음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는 이 사건을 추적하며 혜나의 친엄마 자영(고성희)이 하는 행동들이 엄마라고 볼 수 없는 비정한 것들이라는 걸 확인한 바 있다. 반면 수진이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도 설악(손석구)으로부터 혜나를 구해낸 사실에 그 진심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수사를 해온 후배 동료는 수진을 잡기 위해 홍희(남기애)를 미행하며 창근에게 이들을 놓아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팀장님도 봤잖아요. 혜나 엄마. 우리가 오늘 강수진 잡으면 혜나는 다시 그런 여자한테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목숨 걸고 도망친 애에요. 진짜 죽을 뻔 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오늘 하루 바보 되고 강수진 놓아주면 안 될까요? 사람들이 다 그러잖아요. 강수진이 정말 애를 아끼는 것 같다고.”

수진의 진심은 우연히 남이섬에서 만나게 된 운재(박호산) 부자와의 인연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운재의 아들과 금방 친해지게 된 혜나 때문에 함께 저녁식사까지 한 운재는 아내가 난소암이었는데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위험하지만 그의 아내는 아이를 위해 기꺼이 함께 모험을 했다는 것. 그렇게 아내는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의 아들은 “엄마의 사랑, 엄마의 용기를” 그냥 느끼고 있다고 운재는 말했다. 

수진은 운재가 한 그 이야기에 용기를 냈다. ‘아이를 위해 기꺼이 함께 모험을 하는 것’이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운재의 아내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혜나의 진정한 엄마로서 수진은 그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혜나에게 솔직하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잘되면 함께 도망칠 수 있지만 잘못되면 자신은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고. 

과거 수진의 엄마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이 경찰에 잡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수진을 보육원에 버리고 가는 모진 선택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수진은 혜나에게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간다면 엄마에게 끝까지 함께 하자고 했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수진은 그렇게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혜나의 마음까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진과 혜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그저 겉으로 드러난 행적대로 수진은 유괴범이 되고 혜나는 그 비정한 친엄마에게 돌아가게 될까. 그간의 행적들을 통해 수진이야말로 진정한 혜나의 엄마라는 사실을 이젠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핏줄이 같다고 엄마가 아니라는 것. 과연 수진은 그 사실을 입증하고 혜나의 진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한 수진의 첫 걸음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결국 진짜 엄마가 누구인가는 그 아이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사진:tvN)

‘감빵생활’ 비하인드가 보여준 슬기로운 제작현장

찍고 있는 공간은 긴장감이 넘치는 감방이지만 제작현장의 분위기는 이보다 따뜻하고 훈훈할 수 없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비하인드가 보여준 제작현장의 이야기는 어째서 이 드라마가 이렇게 기분 좋은 사람 냄새를 풍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로지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그 한 가지의 마음으로 모두가 즐거운 촬영장 분위기를 이어기는 모습. 모든 드라마 제작현장이 더도 덜도 말고 이 드라마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공인 김제혁 역할을 맡은 박해수는 그 얼굴에서부터 이 드라마 촬영이 그에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그는 단역을 해왔던 것에서 지금처럼 계속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며 “한 신 있으면 바들바들 떨었는데.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라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명교수 역할의 배우 정재성은 그게 신기한 일이라며 계속 힘들게 찍다보면 그런 긴장감이 사라지며 진짜 연기가 나오게 된다고 말해줬다. 

그런 촬영의 즐거움 때문인지 박해수는 몸이 힘든 장면에서도 사리지 않았고, 또 즐거운 현장을 만들기 위해 춤을 추기도 하는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모습도 보여줬다. 물론 현장 분위기를 웃음 가득 채워넣는 장본인은 바로 한양 역할을 연기하는 이규형이었다. 마약 복용으로 들어와 금단현상을 보이는 해롱이 특유의 모습을 연기해내는 이규형은 싸우는 모습이나 박해수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모습을 통해 귀여움 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은 촬영현장에서도 스텝들과 동료 연기자들을 빵빵 터트리는 피로회복제가 되어주고 있었다.

고박사(정민성)가 노래대회에 나가 ‘마이웨이’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음정이 잘 맞지 않는 그를 돕기 위해 무대 밑에서 문래동 카이스트 역할의 박호산이 같이 열창을 해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뭔가 분위기 있어 보이는 얼굴에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반전 웃음을 주는 박호산은 이미 이번 드라마가 낳은 존재감 갑이 된 배우. <슬기로운 감빵생활> 특유의 훈훈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출연자들끼리 서로 다투거나 격투신을 벌이는 촬영이 끝난 후 들려오는 신원호 PD의 “화해하세요!”라는 목소리다. 주인공인 김제혁 역할의 박해수가 왼쪽 어깨를 다치는 장면에서 격투신을 같이 찍은 똘마니 역할의 배우 안창환과 서로 부딪치는 액션 연기가 끝나자, “화해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러자 그들은 서로를 토닥이며 잘 찍었다는 격려를 해주었다.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이규형과 유대위 역할의 정해인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 서로 악을 바락바락 써대며 싸우던 두 사람은 그러나 컷 사인이 나오면 서로에게 미소를 던지는 그 누구보다 끈끈한 사이였다. 특히 유대위라는 살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정해인은 의외로 웃음이 많은 ‘미소천사’였고, 조각 같은 맨몸으로 팔굽혀펴기를 할 때는 멋짐이 터지는 모습이었지만 컷 소리와 함께 부끄러워하는 반전의 배우였다. 

어디든 드라마 촬영현장은 쉬울 수가 없고, 고단하고 힘든 일들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특히 폭염의 더위 속에서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까지 촬영을 하고 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촬영장은 더더욱. 그래서 자칫 사고 위험도 높고 노동 스트레스도 높을 수밖에 없는 곳이 드라마 촬영현장이다. 하지만 그 힘든 촬영현장도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치 감방 생활을 한다고 해도 ‘슬기롭게’ 대처하면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훈훈한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작품에도 묻어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은 결국 좋은 촬영장이 만드는 것이니.(사진:tvN)

매력 캐릭터 전시장 된 ‘감빵생활’, 신원호 PD의 장기

“뜰기로운 감빵땡활” 아마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가 이 드라마의 제목을 발음하면 이렇지 않을까. 잘생긴 중년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 인물이 그 외모와는 완전히 다르게 혀 짧은 소리를 낼 때마다 빵빵 터진다. 그래도 밖에서는 한 가닥 했던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의 혀 짧은 소리 때문일까. 어쩐지 이 캐릭터는 귀엽게 느껴진다. 그가 몇 마디 대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딱딱할 수 있는 감방 분위기는 한층 가벼워진다. 이러니 이 인물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약 복용으로 들어온 일명 해롱이 한양(이규형)은 늘 몽롱한 얼굴로 제혁(박해수)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를 올려다보곤 한다. 서울대 약대 출신이지만 늘 해롱해롱하는 얼굴은 마치 어린 아이 같다. 하지만 정신이 풀려 있는 상태라도 그는 상당한 지적 능력을 갖고 있다. 크로스워드 퍼즐을 하는 그가 맞추는 문제들이 그가 인텔리라는 걸 알게 해준다. 교도소에서 벌어진 도전 골든벨에서 감기약을 먹고 출전한 그가 골든벨을 울리는 장면은 반전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낸다. 그를 면회 오는 애인이 남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성애자로서의 어떤 처연함 같은 느낌이 더해진 이 캐릭터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배임, 횡령죄로 감방에 들어온 고박사(정민성)는 일상이 고소장이나 항의문을 쓰는 것이다. 무언가 처우가 잘못됐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걸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한다. 목공반에서 반장이 교도관과 결탁되어 권력을 휘두르자 그는 반장을 수감자들의 투표로 직접 뽑자고 제안하고 제혁을 후보로 추대해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공정선거를 추구하는 고박사의 노력으로 제혁은 결국 반장으로 추대된다. 어딘지 꽉 막혀 있고 곧이곧대로만 추구하는 답답함이 있지만 이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끄는 건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는 바른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선한 매력.

중대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는 죄로 감방에 들어오게 된 유대위(정해인)는 등장부터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악마 유대위’라 불리며 어딘지 분노에 가득차 있고 폭력적인 인상을 풍기는 인물. 하지만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킨 교도관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면서 어딘지 그가 누명을 썼다는 느낌을 주었고, 결국 그것은 실제로 밝혀졌다. 중대 고참이 저지른 일을 중대원들을 협박해 그에게 뒤집어씌웠던 것. 군인으로서의 딱딱함이 몸에 배어있지만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삶 자체가 파괴된 이 인물에 대해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마음을 조금씩 열어갈 그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는 이유다.

문래동 카이스트부터 유대위까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제혁 말고도 숨은 주인공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저마다 미친 존재감을 보이며 매력적인 면면을 드러내는 방식은 ‘반전 캐릭터’를 통해서다. 감방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주는 어떤 선입견과 편견 같은 게 있기 마련이지만, 알고 보면 저마다의 사연이 숨겨져 있고 그것이 풀어질 때마다 그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일종의 반전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 그러고 보면 주인공인 제혁 역시 반전 캐릭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의 화려함만 보였지만 의외로 감방에 잘 적응하고 또 야구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그의 캐릭터에 점점 빠져들 수 있었다. 

한정된 공간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따뜻하고 매력적인 인물들. 이건 신원호 PD가 일관되게 해온 그만의 드라마 작법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하숙집이나 골목길 같은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거기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매력들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드라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 공간을 감방이라는 곳으로 옮겨왔고, 그 안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무수한 반전 매력의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매번 그의 드라마가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해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와 서인국이 그랬고, <응답하라 1994>의 정우, 유연석, 김성균 같은 배우들이 그랬으며, <응답하라 1988>의 라미란, 안재홍, 류준열, 김선영, 고경표, 박보검, 최무성, 유재명, 이동휘 등이 그랬다. 아마도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이런 많은 미친 존재감의 배우들이 나올 것 같다. 박해수를 비롯해 박호산, 이규형, 정민성, 정해인 등등 벌써부터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배우들이 발견되고 있으니.(사진:tvN)

‘감빵생활’, 공간은 감방이어도 이야기는 종합선물세트

우리는 감방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에 갖는 편견들이 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어딘지 답답할 것 같고 이야기도 수감자들 사이의 대결구도 같은 감방 소재의 장르 안에 머물 것 같다는 것들이다. 하지만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 이것이 한낱 편견이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감방이야기가 이토록 다양한 감정들을 건드리고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주인공 제혁(박해수)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건 어떤 쓸쓸함과 아픔, 슬픔 같은 것들이다. 겉보기에는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로 추앙받던 그가 굉장히 행복할 거라고만 여겨왔지만, 그는 자신의 생일날 교도소에서 차려준 특별한 야구 이벤트(?)에서 자신이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토로한다. 교통사고에 재활치료만 한 줄 알았던 그가 사실은 위암 투병까지 해왔다는 것.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버텨온 자신을 사람들은 ‘노력의 아이콘’으로 추앙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나 힘들어 야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의 울분은 시청자들에게 먹먹함을 주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제혁 같은 ‘세상 제일 재수 없는 놈’이라 스스로를 말하는 인물이 보여주는 슬픈 정서만을 담지는 않는다. 같은 감방에서 지내는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 같은 인물은 진지한 얼굴에서 나오는 혀 짧은 소리로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준다. 그는 그저 진지한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이 캐릭터의 코믹한 설정 하나로 그건 웃음으로 전화된다. 마약을 복용하다 들어온 한양(이규형)은 그 해롱거리는 정신상태가 마치 아기 같은 느낌을 주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제혁의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이런 캐릭터들이 공존하면서 생겨나는 긴장과 이완은 그래서 이 드라마에 다양한 감정들을 균형 맞춘다.

장기수(최무성)와 장발장(강승윤)의 이야기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얼마나 다차원적으로 인물들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를 확인시켜주는 증거다. 처음에는 어딘지 살벌한 느낌을 주었지만 차츰 장발장이 부르듯 ‘아버지’ 같은 자애로운 인물로 다가오는 장기수. 조폭 시절부터 엮인 장발장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부채감 같은 걸 갖고 있는 장기수는 출소를 앞둔 장발장이 자신이 살기 위해 그를 무고한 사실에도 그저 그의 어깨를 툭툭 쳐준다. 장기수는 그래서 이 감방이야기가 가진 어떤 훈훈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장발장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는 제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작업을 나가서도 도둑질을 하는 인물. 그리고 감방 검사에서 시계를 찼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자 그게 자기 것이 아니라 장기수의 것이라 거짓말을 하는 인물이다. 장기수와의 관계에서 마치 부자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지만 결국은 자기 버릇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발장에게서 느껴지는 건 어떤 반전의 감정이다. 물론 그가 그렇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어깨를 두드려준 장기수는 생각보다 더 큰 인물이다. 그가 했던 행동이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 모두 “자기 편하자고 한 일”이라는 것.

그러면서 감방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부정과 그로 인해 사필귀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또한 이 드라마는 빼놓지 않는다. 동료들의 등을 처먹는 작업반장이 가구 만드는 대회에서 1등한 우승자의 상금을 가로채려 한 것이 결국 발각되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통쾌함 같은 걸 선사한다. 

추락하는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제혁이라는 인물과 그 속에서도 웃음을 주는 카이스트나 한양 같은 동료의 이야기, 인간적인 먹먹함과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섬뜩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장기수와 장발장 이야기 그리고 감방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위기와 반전의 이야기까지.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한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감방이라는 공간이어서 어딘가 한정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 아니라, 감방이어서 더 다채로울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내는 역발상. 이것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웬만한 시청자들을 모두 빨아들일 수 있는 저력이 아닐까.(사진:tvN)

신원호 PD의 마법, ‘감빵생활’이 주는 판타지라니

도대체 이 따뜻함의 정체는 뭘까.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다보면 감방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도소는 구치소와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는 엄포에도 불구하고 제혁(박해수)이 지내게 된 감방 안 사람들은 의외로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감방에 처음 들어가게 된 제혁이 보게 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로 라면을 끓여먹는 이야기는 이들의 반전 매력을 드러낸다. 마치 탈옥이라도 할 것처럼 쉬쉬하며 무언가를 공모하던 이 감방사람들은 그러나 그것이 뜨끈한 물에 라면을 끓여먹으려는 ‘작전’이었다는 걸 보여주며 이들이 꿈꾸는 것들이 이런 소소한 것이 주는 행복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 감방의 방장격인 장기수(최무성)는 겉보기에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지만 장발장(강승윤)이 아버지라 부를 만큼 방 사람들을 챙기는 인물이다. 장발장은 닉네임처럼 빵을 훔치다 감방에 들어온 인물이고, 고박사(정민성)는 기업사기 전과로 들어왔지만 고발 고소 전문이다. 카이스트(박호산)는 도박으로 들어왔지만 뭐든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만물박사. 풍기는 포스와 달리 혀 짧은 소리로 ‘신라면’인지 ‘진라면’인지 알 수 없는 말이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그리고 이 방에 들어오게 된 몽롱한 정신으로 할 이야기는 다 하는 나름 귀여운 캐릭터 뽕쟁이(이규형)도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주는 따뜻함의 원천은 이런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소박한 욕망들이다. 마침 방영하는 <영웅본색>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장기수를 위해 카이스트가 한 채널 밖에 나오지 않는 감방의 TV를 어떻게든 건드려 다른 채널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훈훈함을 준다. 결국은 장발장이 슬쩍 해온 리모콘으로 쉽게 채널을 돌려버리지만. 

모가지 밖에 나오지 않는 닭볶음이나 일주일에 한 번밖에 허락되지 않는 온수 샤워를 위해 끝없이 민원을 넣어 상황을 호전시키는 고박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닭요리가 나오고 매일 온수 샤워를 할 수 있게 되는 그 상황만으로도 커다란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이 교도소에 위기상황이 없는 건 아니다. 가구를 만드는 작업실의 반장(주석태)은 제혁에게 처음에는 호의를 베풀지만 제 맘대로 되지 않자 그 어두운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제혁을 성추행하려 하지만 그 때 마침 이 교도소로 오게 된 교도관 준호(정경호)에 의해 불상사를 피하게 된다. 제혁의 오랜 친구인 준호가 애써 힘을 써 이 교도소로 오게 된 건 오로지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교도소가 제혁에게 주는 위기상황과 또 그를 보호해주려는 인물 사이의 적절한 균형과 긴장감이 이 드라마에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그 느낌이 주는 소박함과 훈훈함은, 사회와는 유리되어 있고 살벌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곳에서도 ‘슬기로운’ 방식으로 인간적인 삶을 희구하는 인물들의 따뜻함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감방생활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또한 이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금 보게 되는 것.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좌절되는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감방생활에서 라면 하나를 끓여먹기 위해서, 제대로 된 닭요리를 먹기 위해서, TV의 채널을 돌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또 온수 샤워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그래서 그것이 관철됐을 때 굉장히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어떤 위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도 못하고 가는 건 엄두도 못내는 해외의 유명 리조트 같은 곳을 날아가야 판타지를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감방 같은 뭐 하나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공간에서 아주 소소한 것들을 여럿이 힘을 합쳐 해결해내는 그 장면은 그 어떤 판타지보다도 크게 다가오니 말이다. 역시 신원호 PD답게 감방이라는 차가운 공간조차 사람 사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왜 신원호의 마법이라 부르는 지 알 것 같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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