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윌 눈물 통해 다시 드러난 '히든싱어' 비장의 무기

“제 노래로 위로를 받고 감동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뭉클하다. 이렇게 애정해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JTBC 예능 <히든싱어5>에 나온 케이윌은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모창능력자들이 케이윌의 열렬한 팬이었고, 무엇보다 그의 노래로 꿈을 키워 왔으며 삶의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케이윌은 자신의 노래를 그렇게 열렬히 불러주는 팬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하지만 이번 <히든싱어5>의 케이윌편은 1라운드부터 패널들과 관객들을 멘붕에 빠뜨릴 만큼 누가 케이윌이고 누가 모창능력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무대가 펼쳐졌다. 목소리는 물론이고 노래할 때 내는 특유의 습관까지도 모창능력자들은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케이윌로서는 한편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는 잘 넘어갔지만 2라운드는 2표 차이로 간신히 탈락을 면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이 기분 좋은 팬심을 만나는 순간으로 바뀌면서 케이윌은 깊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똑같은 목소리를 내려 노력한 모창능력자들의 팬심이 전해지면서다. 

본래 모창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좋아하지 않으면 그토록 똑같이 따라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세심하게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불렀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케이윌과 구분이 되지 않고, 패널들이 농담처럼 이야기하듯 어떤 면에서는 더 잘 부르는 모창능력자의 진심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정성껏 불러주는 그 노래 속에 이미 그들의 진심이 담겨 있으니.

케이윌을 더욱 울컥하게 한 건 그가 걸어온 길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가수로 데뷔한 케이윌의 행보는 여타의 가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다 아이돌로 채워진 가요계에서 발라드 가수로서 주목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케이윌은 노래하는 무대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원하면 언제든 출연해 즐거움을 주는 가수와 예능인의 일을 병행했다.

“저는 늘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치열한 가요계에서 주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고 생각했고 장르적으로 더 많은 노래에 도전했다. 뭐든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래야 나에게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노래를 해왔다.” 그의 말처럼 그는 주류는 아니지만, 발라드에서 확고한 자기 영역을 만들었다. 그건 독보적인 가창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히든싱어>에 절친인 휘성이 나왔을 때 패널로 출연해 농담처럼 투덜댔던 것이 그저 농담만은 아니었을 게다. 거기에는 부러운 마음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 자리에 자신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목소리를 역대급으로 똑같이 따라 부르는 팬들과 함께. 그러니 눈물이 나올 수밖에.

이번 케이윌편을 보니 어째서 <히든싱어>가 시즌5까지 오면서도 그 뜨거움을 잃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건 단순히 모창대결이 아니라, 그 모창으로 전해지는 팬심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저 노래만 들어도 느껴지는 마음. 가수로서는 그 팬심을 읽어내고 다시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이것들은 <히든싱어>가 모창대결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가 아닐 수 없다.(사진:JTBC)

아이유로 선 공개된 서태지 소격동’, 그 반응은?

 

서태지의 소격동프로젝트가 아이유의 목소리로 선 공개됐다. 노래가 아니라 다른 것들로 계속 이슈가 됐던 서태지인지라, 음악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어디 노래는 얼마나 괜찮은지 들어보자는 조금은 뒤틀린 심사에, 그래도 서태지니 기대된다는 기대감이 얹어져 반응도 양 갈래로 나뉜다.

 

'소격동 프로젝트(사진출처:서태지 컴퍼니)'

그렇다면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은 어떨까. 먼저 늘 새로운 장르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줘 왔던 서태지라는 존재감만큼의 특별한 새로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조용히 읊조리듯 부르는 발라드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팝에서는 이미 여러 가수들에 의해 시도됐던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장르적인 것을 떠나서 음악 자체로만 들어보면 소격동이라는 노래가 담고 있는 독특한 정서 같은 것이 느껴진다. 거기에는 서태지가 예전에 불렀던 발라드들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향수와 추억이 만져진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묻혀진다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트렌디하고 세련된 날카로움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아이유가 먼저 소격동프로젝트의 문을 연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7,80년대의 음악을 불러도 전혀 이물감이 없을 정도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기 식으로 잘 풀어내는 아이유가 아닌가. 아이유가 부르는 소격동은 그래서 마치 이미 예전에 서태지가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듯한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아이유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는 심지어 일렉트로닉이 가진 차가움마저 부드럽고 따스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부조화는 그래서 소격동이라는 곡이 가진 이중적인 특징을 균형 있게 잡아준다. 그 이중적인 특징이란 가벼운 발라드 감성처럼 느껴지면서도 소격동이라는 공간이 주는 시대적 정조가 주는 무거운 비감이 뒤섞여 있는 데서 나온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이 곡의 가사를 거꾸로 들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즉 앞에서부터 들으면 마치 연인이 옛 추억을 되밟는 듯한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지지만, 뒤에서부터 가사를 되짚어보면 과거 소격동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에 대한 시대적 정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음악적 감성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향수와 추억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현재에 되돌아보는 과거란 심지어 시대적 아픔마저도 하나의 그리움처럼 아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치 영화 <써니>에서 시위대가 광장에서 전경들과 부딪치는 80년대의 최루탄 뽀얀 풍경 위에 조이(Joy)터치 바이 터치(Touch by Touch)’가 흐를 수 있는 것처럼.

 

소격동이라는 결과물을 두고 보면 그것이 과거 서태지가 해왔던 파격적인 혁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듣기 좋으면서도 정서를 건드리는 꽤 괜찮은 성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잘못된 홍보 마케팅으로 신곡에 대한 괜한 호들갑이 만들어낸 논란 같은 것이 없었다면, 노래의 발표만으로도 충분히 역시 서태지라는 소리를 들을 법한 곡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괜한 예능 단독 출연 사실로 만들어진 서태지에 대한 논란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게다가 아직 서태지가 부르는 소격동은 발표되지도 않았다. 과연 반전은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 <명량>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말처럼, 서태지는 과연 시끄러운 논란마저 긍정적인 화제로 바꿔낼 수 있을까. 시선은 이제 서태지가 부르는 소격동에 집중되고 있다.

 

브로의 인기를 바라보는 상반된 입장

 

공감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노이즈 마케팅 성공사례일까. 갑자기 등장한 브로의 그런 남자라는 곡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다. 실로 소속사도 없는 무명의 신인가수가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 인기의 뒤안길에 비상식적인 일들로 논란의 중심이 되곤 하는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건 우려 섞인 시선들을 만들어낸다.

 

'사진출처:다날엔터테인먼트'

먼저 콘텐츠만 보면 그런 남자라는 곡은 기존 가요계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몇 가지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첫 번째는 발라드라는 장르와 반전을 이루는 다소 강한 비판조의 가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지 않아도 네 맘 알아주고 달래주는 그런 남자. 너무 힘이 들어서 지칠 때 항상 네 편이 되어주는 그런 남자처럼 평범한 발라드 가사로 시작하지만 갑자기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하며 반전을 만든다.

 

하지만 이 반전의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건 순화시킨 표현(?)으로 이뤄지는 디스다.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는 표현은 약을 먹었니’, 총을 맞았니같은 표현으로 점점 강도를 높인다. ‘우스갯소리를 해도같은 가사는 사실상 앞부분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고 있어 개소리를 해도로 들린다. 절묘한 욕설에 가깝다. 결국 이 노래의 가사는 필터링되지 않기 위해 순화해 쓰는 인터넷 댓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언어와 그 언어에 깔린 정서를 가사로 끌어왔다는 것은 두 번째로 지목되는 참신한 아이디어다. 이 정서란 사실상 억눌린 감정이나, 실제 대면하는 연애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인터넷 같은 매개를 통한 관계에서는 거침없고 때로는 지나친 면마저 갖고 있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대변하는 면이 있다. 물론 여성비하라는 측면이 들어있어 듣는 여성들에 따라서는 불쾌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그런 남자에 이어 나온 그런 여자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그 비슷한 정서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그런 남자의 디스에 그런 여자같은 맞대응곡이 나올 정도로 노래의 가사가 충분한 이슈와 화제성을 끌어낸다는 점이다. 마치 남녀 간의 대결 양상처럼 보이는 이 디스전은 그 자체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만일 이것이 마케팅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면 그런 남자는 저 힙합 디스전의 효과를 발라드를 통해서도 입증해보인 셈이 된다. 물론 여기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런 남자에 비해 그런 여자는 너무 급조한 티가 나고 음악적으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그런 남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은 뮤직비디오다. 어찌 보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을 것 같은 이 뮤직비디오는 메신저 화면에 올라가는 가사내용의 전달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글귀들이 가사로서 채워지고 거기에 일종의 댓글처럼 상대방의 메시지가 올라오는 형식은 이 노래가 인터넷의 소통방식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니 인터넷을 생활 기반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형식이 주는 공감대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꽤 괜찮은 완성도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한 그런 남자라는 곡이 하필 일베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대중들에게 보여지게 됐다는 사실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괜찮은 콘텐츠가 바로 이런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베와의 관련을 모른 채 그런 남자를 먼저 들은 사람이 이 노래에 매료되었다가 곧 스스로 일베임을 밝힌 브로의 몇몇 진술을 알게 되고는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뀌는 일은 가능하고 또 어쩌면 당연하다.

 

제 아무리 성향이 자유라지만 일베가 그간 해왔던 비상식적인 일들을 떠올려보면 그런 남자라는 곡의 가사가 어쩌면 일베 사이트에서 자주 사용되던 타인에 대한 비방과 비난을 가사화했다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이 버젓이 올려지고 심지어 거기에 대해 쿡쿡거리며 웃음을 보내는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따라서 브로의 일베 인증은 향후 이 재능 있는 신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오죽했으면 일베 같은 사이트의 지지를 얻으려고 했겠는가 하는 가요계의 현실을 들여다보게 된다. 엄청난 경쟁 속에서 제 아무리 콘텐츠가 우수해도 일단 주목받지 못하면 사장되어 버리는 것이 현 가요계의 현실 아닌가. 물론 돈 있는 기획사라면 통상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영세한 기획사나 아예 브로처럼 소속사 자체가 없는 신인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걸 그룹들이 생계를 위해 경쟁적인 노출을 하듯이.

 

그런 남자의 인기에는 그래서 인터넷 정서에 민감하게 공감한 한 신인가수의 재능과 함께, 경쟁적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세상에 자신을 알려야 하는 절박함과 그 안타까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공감은 가지만 과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과한 면은 어쩌면 그 절박함에서 비롯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런 가수가 일베의 언저리를 배회한다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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