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세상 사회관계가 박성광·임송 매니저 같기만 하다면

보면 볼수록 가슴이 따뜻해진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배려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의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유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 수줍은 듯 임송 매니저가 ‘정사원’이 된 사실을 말한다. 그러자 마치 자기 일처럼 즐거워하는 박성광은 그걸 축하해주고 싶어 밥이라도 사주려 하지만, 그 제안을 하는 목소리는 조심스럽기 이를 데 없다. 말을 더듬어가며 오늘 저녁에 다른 일 없냐고 조심스레 묻고, 특별한 일이 없다는 임송 매니저에게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말한다.

그 조심스러움에서 박성광이 얼마나 타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인물인가가 드러난다. 사실 자신의 어떤 말이든 이제 새내기 매니저에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의향을 묻는 일도 어떨 때는 그대로 ‘명령’처럼 다가가기도 하는 게 사회생활이 아닌가. 박성광의 극도로 조심스러운 질문에는 그 입장을 한껏 들여다보려는 배려가 담겨져 있다. 

한껏 기뻐하며 그러자는 매니저에게 박성광은 그에게 특별한 날이니 메뉴는 그가 정하라고 한다. 그런데 송이 매니저는 “오빠 드시고 싶은 거”라고 말을 흐린다. 자기보다는 박성광을 더 챙기려는 매니저로서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자 박성광은 이전에 그가 삼겹살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걸 상기하며 역시 조심스럽게 삼겹살 어떠냐고 묻는다. 

삼겹살이라는 말만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송이 매니저. 그런데 박성광이 말하는 그 삼겹살집이 왠지 비쌀 것 같은 게 영 마음에 걸린다. 송이 매니저는 박성광이 그렇게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게 마음이 편치 않단다. 자신이 뭘 대단히 잘한 게 없어서 그렇단다. 나중에 자신이 진짜 잘 하게 되면 그 때 더 좋은 걸 먹겠단다. 결국 송이 매니저가 제안한 곳은 1인당 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의 무한리필 삼겹살집이다.

조금은 값싼 무한리필 삼겹살집이지만, 폭풍 먹방을 선보이는 송이 매니저의 행복한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건 그런 행복한 웃음을 본 박성광이 그걸 기억해둬야겠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매니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늘 웃어야 할 수도 있는 직업이다. 그러니 진짜 행복한 그 얼굴을 기억해두고 되도록 그런 웃음이 나올 수 있게 해주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방송이 나간 후 박성광은 유명해진 임송 매니저에게 자칫 방송 출연이 가져올 상처받을 일들을 걱정한다. 자신이야 연예인이니 그런 일들조차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매니저는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그는 “네가 불행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말해라. 안 해도 된다.”고 말해 임송 매니저는 물론이고 이 방송 분량을 보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을 모두 감동하게 만들었다. 

아직 미숙한 새내기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박성광을 챙기는 임송 매니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인터뷰를 하는 박성광을 위해, 폭염을 뚫고 편의점에서 자양강장제를 사가지고 와 “마시면서 하세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모습이나, 인터뷰 장소로 가는 길과 주차까지 미리 사전답사를 하는 세심함에서 부족해도 그 부족함을 채우기에 충분한 성실함과 배려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임송 매니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 말 한 마디에도 조심하는 박성광의 모습은 더더욱 인상적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타와 매니저 사이의 자칫 ‘권력구도’처럼 생겨날 수 있는 위계는커녕, 사회 선배가 후배를 진심으로 챙기는 마음이 거기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전지적 참견시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숨겨진 비결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사회관계란 그 직급이나 위치에 따라 정해지는 수직적 위계가 대부분이 아닌가. 물론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암묵적인 상명하복의 권력적 체계가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박성광과 임송 매니저의 이야기는 심지어 마치 한 편의 동화나 우화 같은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보기만 해도 절로 훈훈한 미소가 피어나오는.(사진:MBC)

박성광 매니저가 떠올리게 하는 사회초년생 시절

참 이상한 일이다. 뭐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박성광과 매니저 임송의 이야기는 집중하게 된다. 첫 번째 등장했을 때부터 입에 “죄송합니다”를 달고 사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몫에 받았던 송이 매니저. 23살의 나이에 고향인 창원을 떠나 낯선 서울 살이에 서툰 매니저라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느낀 건 ‘예쁜 마음’이다. 보고만 있어도 어딘가 짠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

두 번째 방송분에서도 특별한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박성광을 픽업해 가는 와중에 시작된 점심 메뉴 고민만으로도 시선이 집중됐다. 서로 “뭐 먹고 싶니?”하고 묻는 그 마음들이 훈훈한 ‘결정 장애’를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박성광이 “뭐 좋아하니?”하고 물으면 “오빠가 좋아하는 거요”라고 답하고, 자신이 냉면을 좋아하는 걸 알고 “냉면 어떠니”라고 물으면 혹시 자신을 배려해 선택한 음식은 아닌가 하고 고민하는 송이 매니저. 

결국 전 매니저에게 물어봐 박성광이 수제 햄버거를 좋아한다는 그 말에 따라, 그들은 수제 햄버거집에 간다. 거기서도 뭐 대단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처음 마주 앉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흐르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혈액형이 뭐냐”, “어디 강씨냐” 같은 최악의 질문을 던지는 박성광의 모습이 보여 졌을 뿐이다. 그런데도 어딘가 그 어색함과 거리감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그 어색함과 거리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호감을 가진 이들이 처음 만나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머슈룸 버거를 시킨 송이에게 왜 그걸 시켰냐고 묻자 “버섯을 좋아해서”라는 간단명료한 답변이 나온다. 이름이 송이라 별명이 ‘송이버섯’이었다고 하자, 박성광은 자신은 ‘생강’이었다고 엉뚱한 농담을 던진다. 자기 것도 나눠드시겠냐고 묻다가 박성광이 실수로 콜라잔을 엎자 그걸 다 치우고 나서 송이 매니저는 “자기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한다. 자기가 그런 질문을 던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다. 그러자 박성광은 그게 왜 너의 잘못이냐는 듯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촬영장에 도착한 박성광은 1박2일 간 있는 촬영 때문에 먼저 돌아가는 송이 매니저에게 그 곳에서 키운 고추며 가지 같은 걸 챙겨준다. 서로 먼저 들어가라며 헤어지는 그 모습이 마치 동생을 바라보는 오빠 같다. 하지만 그렇게 일찍 퇴근한 매니저는 집으로 가지 않고 갑자기 일산 호수공원으로 향한다. 매니저로서 기본적으로 잘 해야할 운전과 주차 연습을 하기 위함이란다. 

하루를 망친 듯한 기분에 송이 매니저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다가 눈물을 터트린다. 힘든 서울 살이에 매니저 초년병 생활에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는 송이 매니저에게 엄마는 유일하게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다. 늘 실수를 하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만, 그래도 그걸 극복하기 위해 남몰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회한에 빠져들었다. 

사실 송이 매니저가 대단한 걸 보여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를 보며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미숙했던 과거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이영자의 말대로 뭘 먹어도 소화조차 하기 힘들었던 시절이고,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은 그런 시절, 우리는 막막하고 답답하지 않았던가. 그 공감대 속에서 우리는 송이 매니저가 겪는 아주 작은 일에도 몰입하게 된다. 

박성광은 자신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건 송이 매니저처럼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뒤집어서 보면 실수는 좀 해도 그 좋은 진심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가장 서툰 시기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잘 하고 싶고 열심히 하던 그 예쁜 초심을 가졌던 시기. 어쩌면 우리는 송이 매니저를 통해 우리가 한참 지나왔던 그 때의 초심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사진:MBC)

자존감과 배려를 더한 ‘김비서’의 신데렐라 판타지

엔딩까지 완벽한 판타지다. 그 흔한 결혼 반대하는 재벌가 엄마도 없다. 또 재벌가와의 화려한 결혼에 대한 노골적인 신데렐라도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본 것은 재벌가의 아들이지만 가진 것을 권력 삼지 않고, 서민들과도 잘 어우러지며, 무엇보다 배려심이 많은 새로운 왕자님이었고, 남자를 누구보다 잘 챙겨주고 예쁘고 귀여우면서도 똑부러지게 자기주장은 하는 새로운 신데렐라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새로운 왕자님과 신데렐라의 로맨틱 코미디. 도대체 뻔하고 위험해보이기까지 했던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무엇이 이토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이영준 부회장(박서준)의 엄마인 최여사(김혜옥)는 저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결혼 반대하던 속물 엄마 김미연(길혜연)과 너무나 비교된다. 좀 더 나은 집안과 결혼시키기 위해 모진 짓까지 서슴지 않던 속물 엄마. 너무 지나쳐서 세상에 저런 엄마들이 요즘 어디 있냐는 비판까지 나왔던 캐릭터지만, 아마도 현실의 엄마들을 상당부분 반영한 부분이 있을 게다. 그 엄마와 비교하면 최여사와 그 재벌집안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김미소(박민영)네 가족들을 챙기고 배려한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판타지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보고픈 판타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간에서부터 혼수까지 모두를 최여사가 하겠다고 하자 김미소는 갑자기 “이런 식으로는 결혼 못하겠다”고 말한다. 지나친 배려와 선물이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자 최여사는 오히려 김미소에게 사과한다. 자신이 김미소를 아끼는 마음이 커 마음이 앞서갔다는 것. 혼수까지 다 챙겨주는 시어머니와 그럼에도 자존심을 챙기는 며느리. 물질적 욕망은 물론 정신적 자존감까지 채워주는 판타지다.

최여사가 김미소와 옷을 사러가는 장면에서도 이런 물질적 욕망과 정신적 자존감을 동시에 채워주는 판타지가 등장한다. 옷과 신발과 가방을 사주겠다며 고르라는 재벌가 시어머니가 거기 있는 걸 다 싸달라고 말하는 대목은 물질적 욕망에 대한 판타지를 담고 있고, 그것이 못내 부담스러워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김미소에게서는 자존감에 대한 판타지가 들어 있다. 결국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그토록 선전한 건, 단순한 물질적 욕망만을 담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정신적 자존감까지 채워 당당한 모습으로 사랑까지 쟁취하는 지금의 대중들이 가진 판타지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그 두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이영준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서다. 그는 재벌가의 부회장으로서 일에 있어서 완벽한 일처리를 보여주는 사업가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오랜 시간동안 김미소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숙맥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배려심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완벽한 자신에 빠지는 자아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게 위화감을 주기보다는 우습게 다가온다. 웹툰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지만, 시청자들이 막연히 상상하고픈 그런 인물. 배려심 깊은 왕자님.

또한 김미소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비서로서 부회장을 완벽하게 보필하며 일적으로 성취를 이루면서도 동시에 부회장과의 로맨스까지 쟁취하는 인물이다. 자존감 강한 신데렐라.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래서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가져와 전형적인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러면서도 지키고 싶은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더했다. 현실에 부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커진 그 완벽한 판타지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 수밖에 없었다. 권위와 추종이 쏙 빠진 새로운 신데렐라 판타지다.(사진:tvN)

‘전참시’ 박성광과 23살 매니저, 너무나 보기 좋았던 건

이제 첫발을 내딛은 사회는 얼마나 어려울까.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새로이 등장한 박성광의 매니저는 일한 지 이제 겨우 ‘24일째’라고 했다. 마치 연애라도 시작한 듯, 그 며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벌써 그의 설렘과 두려움, 어려움 같은 다양한 마음들이 읽혀졌다. 

이제 나이 23살. 여자 매니저인데다 창원이 고향이란다. 그러니 본인도 서울 살이에 연예인 매니저라는 직업이 쉽지 않을 터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박성광에게도 마찬가지의 어색함을 갖게 만들었다. 차로 이동하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침묵이 흐르는 그 상황 속에서 박성광은 전날부터 미리 얘기하려 준비했다는 ‘축구 얘기’를 꺼내놓는다. 축구를 잘 모른다는 매니저는 그래도 열심히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늘 입에 “죄송합니다”를 달고 다니는 매니저는 “여자 매니저가 처음이라 저를 너무 어색해 한다”며 “경력이 없어 잘 챙겨드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전지적 참견시점>이 보여준 그의 모습은 그가 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가가 느껴졌다. 집에서 나오는 박성광을 위해 미리 차 문을 열어주고 해맑은 미소로 맞아주며 혹여나 덥지나 않을까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 

하지만 매니저만큼 그를 무뚝뚝하게 툭툭 말을 던지면서도 챙겨주려는 이가 박성광이었다. 주차가 미숙한 매니저를 위해 먼저 내려 주차를 도와주고 잘 할 때는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 박성광이 매니저에게는 “감사”하고 “죄송”하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을 매니저에게 박성광은 “해보면 는다”며 마음을 다독여준다.

방송에 들어가 있는 사이 매니저는 작은 노트를 꺼내 메모를 한다. 일일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는 것. 큰 노트에 적으면 혹여나 들킬까 몰래 몰래 적고 있다는 매니저에게서 그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진다. 방송이 끝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점심으로 뭘 먹고 싶냐고 묻는 박성광에게 그는 “오빠 좋아하는 걸 먹겠다”고 말한다. 박성광은 매니저를 배려하려 하고 매니저는 박성광을 우선 챙기려 한다. 

점심 메뉴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 길을 잘못 들어 한 바퀴를 돌게 되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매니저에게 박성광은 “내가 너무 말을 많이 시켰지?”하고 말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한다. 결국 점심을 미루게 된 상황이 되자 매니저는 “제가 길만 안 잃었으면...”하며 자책하고, 박성광은 “김밥 먹으면 돼”라며 무뚝뚝한 배려를 보여준다. 

좁은 주차 공간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김밥을 사오겠다고 뛰고 또 뛰는 매니저에게서 느껴지는 건 청춘 사회초년병의 ‘잘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결국 늦어 김밥을 먹지 못하게 되고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매니저에게 박성광은 또 쿨하게 “끝나고 먹으면 돼”라고 말해준다. 사회 초년병들에게 배려보다는 질책을 하기 마련인 사회 현실 속에서 이런 배려하는 관계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마치 ‘순수한 동화’를 보는 것 같다고 이영자가 말한 이유다.

방송이 끝나고 엘리베이터에서 김밥 한 개로 공복을 달래는 순간에도 매니저에게 주려다 어색한 듯 “너도 먹으라”고 말하고, 차를 빼오는 데 너무 시간이 걸리자 화를 내기보다는 사고라도 난 건 아닌가 걱정하는 박성광에게서 사회 선배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미안해 하는 매니저에게 “차 빼기 힘들지”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툭 건네는 그 말 속에서도.

<히든싱어> 녹화장에서 만난 전현무는 문득 박성광이 마시는 생수병에 적혀 있는 ‘업소용’이라는 문구를 이상하게 여기며 물어본다. 알고 보니 매니저의 어머니가 식당을 하는데 가끔 싸주시는 반찬과 함께 오는 생수란다. “남의 돈은 쉽게 쓰는 게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에 생수 한 병도 집에서 챙겨온다는 것. 

<전지적 참견 시점>이 처음으로 보여준 박성광과 매니저의 모습은 여자 매니저인데다 사회 초년병 그리고 지방 출신이라는 쉽지 않은 적응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아직 서툴고 어색하며 실수투성이지만 이 두 사람에게서 보이는 건 일의 세계가 가진 차가움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함이다. 바르고 열심히 살려 노력하는 청춘도 또 그 청춘의 실수들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주며 걱정해주는 사회 선배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유다.(사진:MBC)

‘김비서’, 배려 깊어 더 뭉클한 박서준의 사랑법

“왕자님 같아.” 어린 시절 함께 유괴됐다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어린 미소는 그 오빠에게 그렇게 말하며 “결혼하자”고 말한다. 어린 아이의 소꿉장난 같은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겠지만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이 오빠가 했던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진짜 ‘왕자님’처럼 보일 법하다. 무서워하는 어린 미소를 달래주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유괴범을 보지 않게 하려 애쓰던 그 모습.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이영준(박서준)은 바로 그 오빠 ‘왕자님’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백마 탄 왕자님’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재벌가의 부회장이고 그래서 뭐든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미소(박민영)가 비서직을 그만 두겠다고 하자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 즐거운 한 때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왕자님. 

그런데 이 왕자님, 어딘가 다르다. 물론 “뭐가 필요해”하며 뭐든 척척 사주고 해주는 그 허세나 나르시시즘은 비슷하지만, 이영준의 사랑법은 그걸 과시하기만 하는 그런 건 아니다. 그가 그 어린 나이에도 끔찍한 상황 속에서 미소의 눈을 가려주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그의 사랑에는 깊은 배려가 깔려 있다.

유괴된 경험이 주는 트라우마 때문에 꽤 큰 고통을 겪었던 영준은 그래서 어느 날 김미소를 다시 보게 되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그것이 자칫 김미소로 하여금 잊고 지내던 과거 그 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까 저어해서다. 대신 그는 가까이는 두되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미소를 바라보며 남모르게 챙겨주는 방식을 택한다.

외국어가 능숙하지 못해 직장 내에서 어려움을 겪자 영준은 직접 김미소에게 일본어에서부터 중국어까지 공부할 수 있게 과제를 내준다. 직장 상사로서의 명령처럼 내려진 과제지만 사실은 김미소를 위한 배려에서 나온 이영준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영준의 그런 행동이 그저 배려의 차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김미소가 어느 날 그만두겠다고 말하면서 새삼 깨달은 자신의 마음 때문이었다. ‘난 절대 널 놓을 수 없다는 걸 그 때 깨달았어. 난 처음부터 너 아니면 안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과거의 기억이 되돌아오며 얻게 된 충격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김미소에게 하루 더 쉬라고 하지만 그것이 ‘특혜’라며 거부하는 그에게 이영준은 부서 전체가 마사지 체험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것이 김미소 혼자 받는 것이 아니고 전체가 받는 것이니 특혜가 아니라고 했다. 이영준의 배려 넘치는 사랑의 방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왕자님 이야기가 구시대적인 스토리가 되어버린 이유는 당연히 따라 나오는 신데렐라 서사 때문이다. 왕자님이기만 하면 신데렐라가 되게 해주는 그 능력으로 뭐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일방통행적 사랑이 주는 불편함이다. 그런데 이 이영준이라는 왕자님은 어딘가 다르다. 일방통행적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 되는 그런 사랑. 

이런 점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작품이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지 않고,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배려 깊은 남자의 사랑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심지어 남녀 관계 사이에서도 권력구도가 읽히던 시절의 사랑이 아닌, 아픈 경험을 함께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배려가 묻어나는 그런 사랑이야기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는 읽혀진다.(사진:tvN)

‘꽃할배’, 어르신들의 즐거운 여행 어째서 감동일까

이순재는 ‘직진 순재’답게 늘 맨 앞에 서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어르신들의 여행에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서진이 따른다. 그 뒤로 신구와 박근형, 김용건이 걷고 맨 뒤에 백일섭이 뒤따른다.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이 걷는 속도는 다르다. 어르신들이라 저마다의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는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500미터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의미 깊게 담아낸다. 심지어 드론촬영으로 공중에서 내려다 본 풍경까지 더한다. 그렇게까지 담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걷는 속도로 걷지만 그것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그 안에서 오가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이순재는 맨 앞을 걸어가면서도 뒤 따르는 동생들(?)이 잘 따르고 있나 궁금하다. 이서진은 더더욱 조바심이 생긴다. 걷는 속도에 따라 일행이 나눠져서 통솔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무엇보다 맨 뒤에 오는 백일섭이 신경 쓰인다. 중간을 걷는 신구와 박근형은 앞서가는 이순재를 따라가면서도 뒤에 오는 백일섭을 돌아본다. 김용건은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멈춰서 백일섭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같이 걷기도 한다. 서로의 걷는 속도는 달라도 그들은 서로를 마음으로 챙긴다.

베를린에서 동서독 통일의 현장을 둘러보는 일은 걷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백일섭은 자전거 투어를 할 거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것이 진짜 즐거워서이기도 하겠지만 걷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는 걸 다른 일행들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엿보인다. 박물관 앞에서도 들어가지 않고 그 앞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 시간을 보낸다. 

어르신들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 베를린의 같은 곳을 가도 그 여행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이순재가 박물관 구석구석을 다 다니며 ‘알쓸신잡’ 뺨치는 지적 호기심을 드러낸다면, 신구는 그 곳의 숨결을 읽어내려 한다. 박근형이 그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려 한다면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를 이서진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순재는 학구파, 신구는 감성파, 박근형은 낭만파,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고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선생님들 구경하시는 거 계획 짜는 사람”이라고.

이렇게 저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또 자기 색깔이 확실하지만 어르신들은 부딪치는 면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기 속도를 먼저 체크하고 타인의 여행 방식을 배려한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는 이순재와 신구를 일찌감치 나온 김용건과 박근형이 들어가지도 않은 백일섭과 함께 농담을 하며 기다린다. 심지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서진이 지하철에서 탑승구를 못 찾아 헤매고 내릴 역을 지나와 돌아가도 오히려 그런 일이 처음이라 “신난다”고 말하며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신구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자 대뜸 같이 나선 김용건이 쉽게 찾아지지 않자 계속 농담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그건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신구를 편하게 하기 위한 농담이다. 간신히 버스 시간에 맞춰 돌아오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더라구”하며 그래서 싸게 했다고 농담을 던지는 김용건은, 피곤할 수 있는 여행에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 날 아침 백일섭이 중대발표라도 하듯 30분 일찍 자기가 먼저 출발하겠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함 같은 것마저 느껴진다. 서로의 속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속도를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폐를 끼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그래서일까.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꽃보다 할배>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뭉클함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여행 중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어르신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하나에서도 남다른 마음이 느껴진다.(사진:tvN)

‘효리네 민박2’, 이효리의 무엇이 주변을 빛나게 할까

신기할 정도로 빛난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 직원으로 합류한 임윤아는 물론이고, 단기 직원으로 합류했다 떠난 박보검도 이상할 정도로 더 빛나는 느낌이다. 물론 타고난 외모를 가진 소녀시대 멤버로서도, 또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배우로서도 주목받았던 그들지만 <효리네 민박2>는 지금껏 그들이 해왔던 색깔에 새로운 색깔 하나씩을 더 채워 넣어준 듯 새로운 매력들이 빛난다. 

임윤아의 <효리네 민박2> 합류 소식은 불안한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건 아무래도 톱 아이돌 걸 그룹의 얼굴이었으며, 연기자로서도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는 그의 다소 화려한 모습이 <효리네 민박2> 특유의 소탈함과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을 임윤아는 효리네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여 주인공처럼 머리를 질끈 묶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주방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며 어디로도 차를 타고 나갈 때면 나서서 운전대를 잡는 그 모습은 우리가 그간 임윤아의 반쪽만을 보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이상순이 서울에 일을 보러갔을 때 그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준 것도 임윤아였다. 몸살기가 있는 이효리를 일찍 쉬게 하고 박보검과 손님들을 척척 챙기는 임윤아는 우리가 그간의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당차고 어찌 보면 기댈 수 있을 만큼 의지가 가는 그런 인물. 그래서 이상순 대신 단기 직원으로 들어왔던 박보검도 임윤아에게 의지하는 면이 있었고, 이효리는 아예 대놓고 “이젠 윤아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윤아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어떤 의지가 가는 신뢰감의 매력을 또 하나의 색깔로 채워 넣었다면, 박보검은 훈훈한 외모만큼 싹싹하고 배려 깊은 모습으로 이효리, 이상순은 물론이고 손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새로운 색깔을 얻었다. 현실감 없는 완벽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먹방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먹는 걸 즐기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힘든 허드렛일을 나서서 챙긴다. 이효리의 눈에 하트가 생기고 그 모습에 이상순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단지 그가 잘 생겨서만이 아니다. 그만큼 보여지는 따뜻한 인성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서다. 

떠나는 마당에 이별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탐조부자와 예비신혼부부에게 일일이 문자로 아쉬움을 전하고, 마지막까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박보검에게 이효리가 “보검아 사랑해”라고 외친 건 물론 농담이 섞인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떠나고 난 후 그 부재에 느껴지는 커다란 빈자리는 그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도대체 <효리네 민박2>의 무엇이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시즌1의 아이유도 더 빛나게 만드는 걸까. 그것은 어찌 보면 <효리네 민박2>의 편안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일상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들은 저 TV 속에서 내려와 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고 그러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들의 진면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효리네 민박2>가 가진 매력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효리가 가진 특별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제주도 자연에 폭 파묻혀 지내는 그 일상의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그의 삶이 바로 이 프로그램 전체를 채워 넣는 공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그 속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가 남다른 호감을 갖게 만든다. 직원이든 손님이든, 유독 더 빛나게 보이는 이유, 그건 마치 폭설이 지나고 나오는 햇살처럼 존재들을 비춰주는 이효리가 거기 있어서다.(사진:JTBC)

배우는 게 더 많았던 ‘윤식당2’, 우리도 이들처럼 살려면

저들의 아름답고 여유 넘치는 삶을 바라보다 보면 자꾸만 우리네 삶이 눈에 밟힌다. 우리는 어째서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tvN 예능 <윤식당2>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걸 확인하는 건 바로 이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만 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볼 뽀뽀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이들이 남이 아니라 마치 가족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이웃이라서가 아니다. 그건 타인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달라서다. ‘윤식당’이라는 음식점이나 거기서 일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그들에게는 완전한 타인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식당’을 찾아온 그들에게서 배타적인 시선은 거의 느낄 수가 없다. 그것보다는 반가운 얼굴들이고, 타국의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는 것에 설레는 모습들이다.

떠나는 길에 꽃집 아주머니가 말했듯, 어느새 ‘윤식당’ 사람들은 가라치코의 이웃이 되어 있었다. 걸어서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에 있는 식당 사람들은 ‘윤식당’에서 회식을 한 후 친구처럼 스스럼없어졌고, 헤어질 때는 한국에 꼭 놀러가겠다는 말을 건넸다. 동네 카페 주인분도, 정육점 사장님도 모두가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들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따뜻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아이를 살뜰하게도 챙기고 아내에게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가정의 행복이 최우선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또 “돈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들처럼 살지 못하는 걸까. 마지막 날 윤식당을 찾은 한 손님의 이야기에서 그 이유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손님은 한국이 세계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고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손님은 “말도 안돼. 완전 끔찍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대기업에 다들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 곳에서 하루에 12시간씩 일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난 조금 일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거든”이라는 그의 말에서 새삼 느껴지는 건 우리가 얼마나 경쟁적인 삶에 내몰려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치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가라치코 사람들의 행복이 가능한 건 우리와는 달리 ‘경쟁적이지 않은 삶’을 그들이 살아가고 있어서다. 당장 누군가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런 삶의 환경 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여유 있는 삶을 꿈꿀 수 있을까. 그리고 다름 아닌 그러한 경쟁적인 삶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이미 충분하다고 해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박차에 박차를 가하는 이른바 글로벌 기업들이다. 일이 그걸 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 하지 않으면 더 불행해질 것 같은 경쟁적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생존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사회에서 가라치코 같은 삶을 어떻게 꿈꿀 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분노와 갈등들이 어떤 해결점이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 분노와 갈등이 더 첨예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경쟁적인 삶’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윤식당2>는 물론 가라치코 마을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그들이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행복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반추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어째서 저런 삶을 현실이 아닌 하나의 판타지로서만 봐야할까.(사진:tvN)

‘어서와’의 성공, 영국친구들을 보면 그 답은 출연자다

어쩌면 이토록 훈훈할 수 있을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영국친구들이 한국여행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건 ‘배려’와 세대차가 전혀 없는 격의 없는 우정이다. 제임스의 친구로 초대된 이들은 데이비드, 앤드류 그리고 사이먼. 흥미로운 건 데이비드의 나이가 65세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나이가 있으니 생각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을 보면 전혀 나이 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씨에 겨울산행을 하기 위해 북한산을 찾은 이들은 보통 사람들도 쉽지 않은 산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데이비드는 중간 중간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 섰고 가끔 미끄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걱정이 없었던 건 앤드류가 바로 뒤에 딱 달라붙어 혹여나 미끄러지면 받쳐주려 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정상까지 오른 후 내려온 데이비드는 이런 산행은 처음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건강 상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지만 데이비드는 그래도 모험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그러니 앤드류와 사이먼이 있어 든든하게 한국의 산행을 마친 것이 얼마나 보람 있게 느껴졌을까. 

산행 후 잠시 몸에 이상을 느끼자, 앤드류와 사이먼은 제 일처럼 데이비드를 걱정했다. 일단 일정을 접어두고 숙소에 데이비드가 잠시 쉬게 해준 뒤, 그들은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강남의 VR체험을 했다. 그 때 마침 받은 사이먼의 장교시험 합격 소식은 깨어나 다시 그들과 합류한 데이비드도 자기 일처럼 기쁘게 만들었다. 데이비드는 축하주를 건배하며 사이먼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이먼 같은 인재를 영입한 영국군도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 

다음 날 이어진 제임스 투어에서 이들은 인제로 모험여행을 떠났다. 격의 없이 어린 아이들처럼 서로를 놀려먹으며 즐거워하는 제임스는 앤드류에게 처음 번지점프를 경험하게 해줬고, 인제에서 나오는 최고의 한우를 친구들에게 맛보게 해줬다. 그리고 이어진 야간스키. 처음 스키를 탄다는 앤드류는 의외로 빠른 습득력을 보였지만 중급 코스에서는 자주 넘어졌다. 그러자 스키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가 나서 앤드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듯한 그 훈훈한 장면은 고스란히 산행에서 데이비드의 뒤에서 늘 대비하고 있던 앤드류를 떠올리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배려심, 그리고 나이 차가 얼마나 나든 격의 없이 농담을 던지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영국친구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장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연배가 있어도 아이처럼 자신을 낮춰 그들과 어우러지는 친구가 되어준 데이비드나, 그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또한 그의 나이를 배려해 사려 깊게 행동하는 앤드류와 사이먼. 이들의 풍경이 이토록 훈훈하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우리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라서가 아니었을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를 던지며 우리에게 처음 소개됐던 영국친구들은 무엇이 진짜 ‘젠틀맨’인가를 이번 여행을 통해 보여줬다. 배려와 예의 그리고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 영국친구들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인기가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그건 한국여행과 리액션만이 아니라, 그 여행을 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사진:MBC에브리원)

‘쌈’, 욕먹을 캐릭터조차 공감하게 만드는 안재홍 연기력

타고난 배려심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오지랖일까.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김주만(안재홍) 대리가 장예진(표예진) 인턴을 대하는 태도는 한편으로는 공감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가 난다. 6년 간을 거의 사실혼 관계로 지낸 조강지처 백설희(송하윤)가 있지만 끝없이 대시하는 장예진에게 철벽을 치지 못한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접촉사고를 당한 장예진이 도움을 요청하자 김주만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물론 사고를 낸 상대 남자들에게 당할 위기에 처한 여성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김주만의 입장은 어찌 보면 ‘회사 동료’로서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도움을 주고 굳이 집까지 그녀를 바래다주고 다리를 저는 그녀를 부축해 문 앞까지 데려다주다가, 문 앞에 가득 쌓인 택배박스를 힘들게 옮기려는 그녀를 그냥 보지 못하고 도와주는 모습은 너무 과하다.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김주만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다. 사실 6년 전 그가 백설희와 가까워지게 된 이유도 바로 그런 타인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배려심 때문이었다. 같은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백설희를 도와주다가 결국 연인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됐던 것. 

그래서 김주만은 자신에게 대시하는 장예진의 모습에서 당황스럽게도 자꾸만 6년 전 백설희의 모습이 겹쳐지는 걸 발견한다. 그는 백설희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추신수가 출전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본다. 그런 그에게 백설희가 서운함을 드러내자 그는 말한다. “6년을 만났는데 어떻게 눈만 보고 있어. 무뎌지는 거지.”

김주만과 백설희의 관계는 <쌈마이웨이>의 이제 막 1일을 선언한 고동만(박서준)과 최애라(김지원)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서로 눈만 쳐다봐도 꿀 떨어지는 고동만과 최애라의 관계가 보는 이들마저 가슴 설레게 만든다면, 김주만과 백설희의 관계는 그 달달했던 시간들이 지나간 쓸쓸함을 담는다. 어쩌면 고동만과 최애라의 그 죽고 못사는 관계도 6년 정도가 지나고 나면 김주만과 백설희처럼 데면데면해질 지도 모른다. 

그래서 <쌈마이웨이>가 담아내려 하는 건 지금 막 스파크가 터지는 사랑의 시작점만이 아니다. 그것은 나아가 그 사랑이 어떻게 시련을 맞게 되고 그럴 때 우리들은 어떤 노력과 결정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들까지다. 김주만과 백설희의 관계는 그래서 이 달달한 청춘 로맨스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들은 과연 이 고비를 잘 넘어갈 것인가. 

주목할 건 이 김주만이라는 현실 남친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는 안재홍이라는 배우의 발견이다. 물론 <응답하라 1988>에서 ‘봉블리’라 불리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주목받은 배우였지만 확실히 이번 <쌈마이웨이>는 그가 가진 연기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욕먹을 캐릭터’지만 그것조차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쌈마이웨이>는 현실이 부여한 어떤 틀에 박힌 길에서 소외되어 ‘쌈마이’ 취급을 받아도 ‘마이웨이’를 걷는 건강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니 김주만이라는 캐릭터에게서도 <청춘의 덫> 식의 틀에 박힌 변심이 아닌 무언가 이들만의 해결책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하고 묻던 <봄날은 간다>의 대사가 아닌 <쌈마이웨이>만의 길을 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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