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집중된 ‘강식당’, 힐링보다는 멘붕 예능

새로 시작한 tvN 예능 <강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작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제주도에서 식당을 열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고, 강식당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어 추첨을 통해 손님을 받는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기존의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들이 주로 호의적인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강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첫 방송. 평일 밤 케이블로서는 높은 5.4%(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당연한 결과다.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의 멤버들. 왼쪽부터 은지원 이수근 강호동 송민호 안재현. 강호동이 들고 있는 것이 ‘강식당’의 시그니처 메뉴 ‘강호동까스’다. CJ E&M 제공<강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나뉘게 된 것도 당연하다. 그건 태생적으로 <윤식당>을 강호동 아니 <신서유기> 버전으로 패러디한 데서부터 안고 있던 숙명이다. <윤식당>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건 그 낯선 타국에서 자그마한 한식당을 연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힐링’ 때문이었다. 장사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덜어내고 음식을 통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 집중했고,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현실 장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장사를 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의 바닷가로 풍덩 뛰어들어 쉴 수 있는 일터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에게 <강식당>은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 방이 보여준 <강식당>의 색깔은 힐링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이 음식점을 열고 직접 요리를 해내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주는 ‘멘붕’이 <강식당> 첫 방이 보여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멘붕이 <윤식당>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윤식당>이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부각시켰던 건 식당 직원(?)들의 갈등이 아니라 더 끈끈해지는 동료애 나아가 유사가족애 같은 것이었다. <강식당>은 시작 전에 새벽 3시까지 고기를 펴는 중노동을 하고, 가게 오픈 첫 날 한꺼번에 들어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슬슬 올라오는 갈등들을 담아냈다. 강호동이 연실 “화내지 말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런 <강식당>의 남다른 분위기를 드러낸다.

<강식당>은 <윤식당>과는 달리 진짜 음식점을 오픈할 때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리얼리티쇼 형태로 잡아낸다. 그러면서 <신서유기>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의 남다른 캐릭터들을 이 멘붕 상황 속에 집어넣어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그들은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 장면들, 이를 테면 평생 음식을 먹기만 했지 만들어보지는 못했다는 강호동이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면이나, 강호동 이미지에 걸맞는 거대한 돈가스를 내놓고 놀라는 손님에게 남기면 우리 형이 다 먹을 거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슬쩍 보여줬듯이 <강식당>은 애초에 실패담을 목적으로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 재료 준비를 위해 쓴 돈이 그 날 번 돈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황당한 웃음이나, ‘사장이 더 많이 먹는’ 이라는 <강식당> 앞에 붙은 수식어가 주는 웃음 속에는 모두 실패가 주는 웃음의 포인트가 담겨져 있다.

이것은 그래서 <윤식당>에서 따온 <강식당>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지칭이 더 어울리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신서유기>가 중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게임을 벌이며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생고생이나 당하는 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라고 할 때, <강식당>은 일종의 음식점 개업이라는 생고생 미션을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강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러 프로그램들의 유전자들을 콜라보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1박2일>의 그림도 있고, <집밥 백선생>도 있으며 <윤식당>도 있고 <신서유기>도 들어 있다. 이것을 ‘퓨전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즐거운 나영석 월드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퓨전이 아닌 ‘복제의 식상함’으로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는 정반대의 느낌을 줄 테지만.(사진:tvN)

신고

간단한데 상상 이상, ‘집밥 백선생’ 매력의 원천

국을 하나 끓이려면 먼저 육수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요리초보자들은 선뜻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게 국을 끓이는 일이다. <집밥 백선생3>가 신혼부부들을 초대해 만든 집밥 콘서트에서 첫 레시피로 내놓은 게 간편한 무새우젓국과 감자새우젓국인 건 그런 부담감을 없애주기 위함이다. 육수를 내기 위한 별다른 재료 없이 무와 새우젓, 감자와 새우젓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나는 국이 가능하다는 걸 백종원은 보여줬다. 

무와 감자를 일단 들기름에 볶아준 후 새우젓을 넣어 그 짭쪼름한 맛을 더해주고 물을 부은 후 액젓, 간장으로 간을 해 내놓는 초간단 레시피였지만 이를 먹어본 신혼부부들은 놀라는 얼굴이었다. “멸치 조미료를 넣은 줄 알았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로. 그러니 이 한 장면으로 많은 요리초보자들은 국을 만들 때의 그 부담감을 단번에 덜어낼 수 있을 게다. 국 끓이는 일이 이렇게 쉬웠어?

집밥 콘서트에서 내놓은 레시피들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전기밥솥에 불린 쌀과 갖가지 재료들과 소스까지 한꺼번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뚝딱 오므라이스와 취나물밥을 만들었던 것. 흔히 전기밥솥은 밥을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마련이고, 오므라이스 같은 요리는 갖가지 재료들을 볶고 비벼 겨우 완성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걸 한 방에 해결해버린다는 건 우리가 갖고 있는 요리에 대한 상식을 깨버렸다. 

물론 이런 요리 레시피가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은 잘 알고 있다. 요리는 레시피가 어려워서 안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 그런 상황들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백종원은 자주 요리 레시피를 선보이면서 특별한 상황을 거기에 부여하곤 한다. 맞벌이 부부가 아침을 챙겨먹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상기해보면, 밤에 잠들기 전 전기밥솥에 재료들을 넣고 예약 취소 버튼을 눌러놓는 것만으로 아침에 오므라이스를 챙겨먹을 수 있다는 그 상황은 요리 욕구를 확 올려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좀 더 고급스런 버전으로 오므라이스에 계란을 입히는 장면도 놀라운 파격을 보여줬다. 먼저 계란을 얇게 펴서 익힌 후 그 위에 밥그릇에 담은 오므라이스를 얹고 마치 보쌈을 싸듯 계란으로 오므라이스를 싸서 접시에 뒤집어 놓는 방법을 쓴 것. 모양이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키친 타올로 덮어 손으로 모양을 잡아주는 팁에는 제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뚝딱 만들어진 오므라이스의 비주얼이 음식점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집밥 콘서트가 보여준 레시피는 김치볶음밥보다 더 쉬운 김치리조토. 김치볶음밥을 똑같이 하다가 물 2컵을 넣고 버터 치즈 소금을 첨가하는 것만으로 김치볶음밥과는 또 다른 리조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레시피 역시 상식을 깨는 레시피였다. 볶던 밥에 물을 붓는다는 걸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나.

집밥 콘서트는 <집밥 백선생>이 가진 매력이 바로 이 ‘간단한데 상상 이상’이라는 ‘가성비’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또한 그걸 구현해내기 위해 기존 레시피가 아닌 기상천외한 상식 파괴의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요리 그 자체보다 요리를 하게 만드는 그 간편하면서도 효과 있는 레시피.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집밥을 챙겨먹고 싶은 이들이라면 매료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사진:tvN)

신고

‘집밥 백선생’,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새로운 볼거리들

tvN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은 어느덧 시즌3 40회를 앞두고 있다. 시즌1이 스페셜까지 합쳐 38회, 시즌2가 36회를 했으니 통산 100회를 훌쩍 넘은 셈이다. 사실 요리 레시피라는 한 가지를 갖고 이렇게 오래도록 예능 프로그램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교양으로서 충분할 수 있지만,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하나만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만큼을 이어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래서 시즌3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살짝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 제자로 투입된 이규한, 남상미, 윤두준, 양세형이 있었지만 결국은 ‘요리 무식자’에서 요리를 알아가는 그 스토리텔링은 시즌1이나 시즌2 그대로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3는 이전 시즌들과는 살짝 다른 면들을 보여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자들의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움이었다.

시즌3 39회에 소개한 돼지갈비를 이용한 갈비탕, 갈비볶음 그리고 육개장을 보면 그 자체가 사실 파격이다. 주로 갈비탕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해먹는 요리법을 응용한 이 요리들은 간편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제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로서는 상대적으로 값도 싸고, 요리도 간편하며, 맛도 그만인 이 요리를 한 번쯤 해보고픈 욕망이 생길 법하다. 

즉 백종원은 이번 시즌에서 상식을 깨는 요리법을 종종 소개해 제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회에 했던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닭칼국수는 물론이고 들깻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너무나 간단한 들깨칼국수 그리고 비빔칼국수도 지금껏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레시피였고, 김밥 하면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단일 재료로도 충분히 맛을 냈던 어묵김밥이나 건새우김밥도 새로운 레시피였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는 요리는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일종의 응용편이라는 점이다. 돼지갈비로 만든 육개장이 가능한 건, 이미 육개장을 해본 그 경험에 돼지갈비라는 재료에 맞는 약간의 응용이 있어서였다. 돼지갈비볶음이 설탕과 양파를 먼저 넣어 충분히 볶아주는 것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다는 건 이미 양파를 충분히 볶았을 때 풍미가 높아진다는 걸 다른 요리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즉 이번 시즌3가 흥미로웠던 건 기존 시즌1,2에서 소개됐던 요리 방법의 그 원리들이 응용됨으로서 더 깊은 요리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하다못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양념으로서 액젓은 이제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백종원의 레시피 응용편만큼 시즌3를 빛낸 건 바로 제자들이다. 물론 시작점에서 양세형은 확실히 다른 제자들보다 요리능력자로서의 면면을 뽐냈지만, 뒤로 갈수록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큼 다른 제자들도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백종원은 자신이 요리를 하기 전에 각자 아이디어를 보태 요리를 내보이라는 미션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김밥을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보라는 주문에 윤두준은 간장계란밥을 응용한 밑간을 한 김밥을 내놨고, 이규한은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 속재료로 만든 김밥을 내놓았다. 이런 응용은 이 프로그램을 하며 배운 요리법들을 김밥이라는 과제에 적용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자들은 단지 먹방과 요리의 성장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에서 제자들이 달라졌던 건 ‘맛 표현’ 부분이다. 양세형이 먼저 나서서 보여줬던 섬세한 맛 표현은 차츰 다른 제자들의 각기 다른 표현방식으로 이어졌다. 사실 눈과 귀로만 백종원식의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식의 맛을 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누구나 맛봤을 기존 음식의 맛을 인용해 그 맛 표현에 활용했다. 마치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맛 설명을 위해 갖가지 묘사들을 동원하듯이.

이런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건 다음 회에 예고된 것처럼 이제 제자들이 백종원을 위해 한 때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다. 그간 배웠던 것들을 응용해 제자들이 어떤 요리를 내놓을까 하는 점이나, 그 요리를 먹고 백종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풍성해진 볼거리로의 진화가 가능했던 건, 역시 제자들이 함께 하는 그 시너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신고

‘집밥’, 신화 버리자 활짝 열린 상상초월 요리신세계

백종원은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할 때부터 자주 했던 말이 “야매”, “우리끼리의 비밀”이었다. 그것은 그가 하는 요리가 가진 파격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요리 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곤 했던 어떤 이미지를 깨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파격이지만 또한 요리를 정석으로만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심리적 저항감이 생기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이것을 ‘야매’라고 낮춰 마치 웃음을 위한 것인 양 포장하곤 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하지만 tvN <집밥 백선생>이 지금껏 해왔던 요리들의 신세계를 돌아오면 그 ‘야매’가 의도치 않게 해온 놀라운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건 우리가 요리하면 생각하는 그 정형화된 이미지를 깬 것이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집밥’의 이미지를 깬 것이다. ‘엄마의 밥상’만을 집밥으로 생각했었다면 <집밥 백선생>은 ‘집에서 먹는 밥’, 즉 누구나 다 해먹을 수 있는 밥을 ‘집밥’으로 새로 이미지화시켰다. 그건 ‘집안일 분담’을 위한 그 어떤 주장들보다 더 강력한 효과가 아닐 수 없었다. 

집밥의 신화를 깬 자리에 들어온 건 상상을 초월하는 요리의 세계다. 식빵을 구워서 잼 발라 먹을 줄만 알았던 우리들은 그걸 밀대로 밀고 돌돌 베이컨과 함께 말아서 구워 마치 롤처럼 잘라먹는 방식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것이야 어딘가의 레시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마트에 가면 1+1의 단골메뉴처럼 나와 있는 양념돼지갈비를 가지고 간단하게 갈비고추장찌개, 갈비된장찌개를 만드는 건 집밥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색할만한 레시피가 아닐 수 없다. 

굴소스가 없을 때 굴소스 비슷하게 만들어 사용하고, 굴전을 만들 때 굴에 부침가루를 조물조물 묻혀 달걀을 넣고 바로 전을 붙여내는 간단함을 보여준다. 값싼 냉동낚지를 사다가 소금으로 빡빡 닦아내고 살짝 물에 데쳐 탱글탱글하게 심폐소생을 해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게를 넣어서 만드는 뿌팟퐁커리를 게살로 뚝딱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맛의 상상을 통해 상식을 깨는 요리가 가능해진 건 모두 그 ‘야매’ 정신 덕분이었다. 

물론 이건 백종원이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닐 것이다. 그는 요리사업가로서 다양한 신메뉴를 개발해온 전력이 있고, 그러니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 노하우가 이러한 상식 파괴 요리 레시피들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가 이것을 혼자 보유하고 개인적 사업으로만 활용하기보다는 방송을 통해 그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집밥’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런 요리의 세계를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캠핑 요리 같은 개념이 아니라 <집밥 백선생>이라는 ‘집밥’의 틀로 묶어놓은 연출의 묘가 한 몫을 차지했다. 

<집밥 백선생>은 현재 시즌3로 33회를 마쳤다. 시즌1이 37부작이었고 시즌2가 36부작이었으니 전체 분량이 100회를 훌쩍 넘긴 셈이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2015년부터 현재 2017년까지 그 2년 간의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그 기간 사이에 우리가 오래도록 갖고 있던 그 ‘집밥’의 이미지가 깨지고 요리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건 이 프로그램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중요한 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고

‘집밥3’, 지금 백종원에게 필요한 건 일반인과의 소통

tvN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 LA특집에서 백종원이 한 요리 중 가장 빛난 건 아마도 한 교민의 가정집에서 한 짠지냉국이 아니었을까. 사실 가장 쉽게 만든 요리가 바로 짠지냉국이었다. 짠지를 그저 잘게 자른 후 물을 붓고 고명으로 파를 얹은 것이 요리의 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냉국을 먹어본 교민은 이내 먹먹해졌다. 오랜 타지에서의 생활로 잊고 있던 고향의 맛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것은 ‘군내’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맛이지만, 나이든 세대에게는 어릴 적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맛이었다. 결코 자극적이지도 또 화려하지도 않은 맛이지만 먹다보면 조금씩 찾게 되는 맛. 느릿느릿 시간을 두고 묵혀져 은근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그런 맛. 짠지냉국이라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한 요리는 그래서 LA특집의 가장 큰 수확물로 남았다. 

그런데 만일 이 짠지냉국을 평소에 <집밥 백선생>이 하던 대로 스튜디오에서 제자들과 만들어 먹었다면 어땠을까. 거기에서 어떤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즉 이 짠지냉국이 어떤 감동을 주는 맛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건, 바로 거기 그 맛이 고향의 맛으로 다가오는 교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맛이란 이처럼 일반화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맛이고 누군가에게는 심지어 싫어하는 군내에 불과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눈물 나는 것. 그것이 맛의 실체다. 

그리고 이것은 <집밥 백선생>이 시즌3까지 이어오며 해왔던 쿡방 전도사로서의 ‘일반화된 맛’이 또한 갖게 되는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간 양념이 과하다는 비판이 가끔 등장하기도 하고, 그래서 양념은 각자 입맛에 맞게 그 양을 조절하라고 굳이 백종원이 얘기를 했던 건 바로 맛의 일반화가 갖는 오류를 넘어서려는 노력이기도 했다. 

‘만능간장’으로 대변되는 백종원 쿡방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쉽게 ‘어느 정도의 맛’을 내는 ‘일반적인 맛의 공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밥 백선생>에 남는 아쉬움은 그 공식이라는 것이 갖는 한계로 인해 비판의 소지 또한 감수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LA특집은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의외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그것은 저마다 다를 수 있는 맛의 체감을 인정하고, 다양한 일반인들과 어우러지는 일이다. 교민이 참여했던 것처럼 일반인들이 가진 맛의 기억과 어우러지는 쿡방. 그래서 백종원이 일반적인 맛을 제안하면서도 그 특수성을 찾아 어떤 맛의 공감대를 추구하는 그런 방식으로의 진화가 가능하다는 걸 이번 LA특집이 말해주고 있었다.

쿡방이 범람하고 레시피 또한 넘쳐나는 시대에 백종원의 신 생존법으로 제시되는 건 그래서 일반인과의 소통이다. 지금껏 스튜디오 안에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일반인들이 사는 현장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거기에 더 다양한 맛의 세계가 존재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맛으로 녹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

'집밥3' 백종원, 주머니 사정 어려운 사람에게 주는 팁

‘마트가기 무서운 물가’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 주부들의 고민은 저렴한 식재료로 어떻게 하면 괜찮은 집밥을 만들어 먹을까가 아닐까. tvN <집밥 백선생>이 시즌3로 돌아와 계속해서 강조하는 있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부담스런 재료가 아니라, 값싼 재료로 의외의 풍성하고 그럴싸한 일품요리들이 가능하다는 것. 두 번의 시즌을 거쳐 이제 본격적으로 ‘응용편’에 들어온 <집밥 백선생3>가 주는 행복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첫 번째 소재로 가져왔던 김치로 이전 시즌에서 이미 보여줬던 ‘김치볶음밥’에 베이컨을 더한 색다른 레시피가 소개되고, 그 기본적인 김치볶음밥의 재료들에 밥 대신 우동을 넣어 또 다른 레시피가 탄생하는 과정은 한 가지 기본을 갖고 여러 가지 음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값싼 돼지고기 사태에 김치와 만능 맛 간장을 곁들여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김치짜글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집밥 백선생> 특유의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레시피의 효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첫 번째 소재였던 김치에 이어 두 번째 소재로 가져온 콩나물의 변신은 확연히 이번 시즌이 지난 시즌과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가를 확인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간단히 데쳐 무쳐먹는 콩나물 무침을 기본으로 콩나물이 가진 바삭한 그 식감을 공유하게 한 후, 지난 시즌에 얼큰하게 해먹어 화제가 되었던 콩나물 불고기를 이제는 아이들 간식으로도 먹을 수 있는 ‘맵지 않은 간장 불고기’로 뚝딱 내놓는다. 

물론 재료로만 보면 얼마 들지 않고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부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고기도 그냥 삼겹살이라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을 냉동 대패 삼겹살로 부담을 줄였고, 여기에 콩나물만 있으면 사실상 가능한 레시피라는 점은 간편하고 저렴하지만 효과는 큰 주부들이 원하는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흥미로운 점은 요리하고 조금 남아 처리가 어려운 콩나물을 ‘콩나물 국밥’의 맛을 연상해 거기 어울리는 재료들을 섞은 후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콩나물전으로 만들어낸 것과, 우리가 찜 요리에서 부재료로 생각해왔던 콩나물만 가지고 콩나물 찜을 선보인 점이었다. 이 두 레시피는 <집밥 백선생3>가 왜 ‘응용편’이라고 얘기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콩나물 국밥을 전 시즌에서 직접 시연해본 시청자라면 거기 들어갔던 새우젓이 의외로 콩나물과 잘 어우러진다는 걸 알고 있을 게다. 그러니 전으로 부쳐내기 전에 새우젓으로 간을 한 콩나물이 이 콩나물전의 핵심이라는 걸 쉽게 응용해낼 수 있다. 또 찜 요리를 먹어봤던 사람이라면 여러 찜 요리에 부재료로 여겨져 왔던 콩나물이 오히려 주재료인 콩나물 찜을 만들어봄으로써 다양한 찜 요리에 이것을 응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거기에 해물을 넣으면 해물찜이 되고, 새우를 넣으면 새우찜이 되는 식이다. 

<집밥 백선생3>가 추구하는 값싼 식재료, 간단한 레시피, 그리고 무한 응용이라는 이 새로운 지점들은 그래서 지금의 서민들에게는 굉장한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닐까 싶다.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좋지 않은 현실에서 적어도 먹는 것만큼만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

요리 만큼 소통, <집밥> 콘서트의 의미

 

이제 시즌2를 조금씩 마무리하는 시간, 왜 하필 <집밥 백선생2>는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콘서트를 선택했을까. 사실 대단할 건 없다. 이미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때때로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왔던 건 오래된 전통에 해당하니 말이다. 거기에는 감사의 의미도 있지만 더 큰 건 소통의 의미다.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미.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음식을 만들어가며 하는 요리 콘서트(?)’ 형식으로 준비된 집밥 콘서트에서는 그래서 백종원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장 많이 했지만 간단한 차이 때문에 제 맛을 내지 못했다는 허경환의 이야기로 파기름을 볶는 노하우를 다시금 되새겨주고, 그걸로 즉석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중국식 파기름 국수를 내놓는다. 아마도 현장 스튜디오에는 파기름 냄새가 가득 채워져 관객들의 식욕을 자극했을 게다. 적은 양이지만 관객들까지 조금씩 맛을 보는 장면은 요리를 통한 공감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마침 집에서 <집밥 백선생>을 따라 만능춘장을 만들었지만 너무 짰다는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똑같은 레시피로 직접 춘장을 볶아 내놓은 짜장면을 시식하게 하는 장면 역시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 가진 양방향 소통의 의미를 더해준다. 그렇게 스튜디오에서 만든 짜장면을 관객들이 돌려가며 한 젓가락씩 맛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

 

사실 이런 풍경은 최근 먹방 쿡방이 많이 등장하면서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거 음식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달라진 풍경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과거의 음식 프로그램들이란 대체로 음식의 전문가라는 이들이 나와 자신의 레시피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음식 프로그램을 보라. 제자들과 함께 만들고 서로 맛을 보며 품평하고 나아가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든다.

 

요리 프로그램이 그 특성상 시청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직접 시연해보는 것까지 이어진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의 진가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스트로 나온 김성은이 남편을 위해 요리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지만 너무 재료가 어렵고 방법도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거기에 그걸 시연할 대상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걸 의미한다. <집밥 백선생>은 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대체할 방법을 알려주고, 복잡할 수 있는 조리 방법을 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요리를 모르던 사람들도 참여하게 만들었다.

 

항상 성공하는 요리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때로는 실패하는 사례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과의 공감의 폭을 넓힌 것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요리 무식자들이 굳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뜻은 그런 것이다. 그들의 실패사례가 바로 일반 시청자들의 실패사례를 대변해주고 그 원인을 파악해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저 일방적으로 전문적인 레시피를 던져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가 아닌가.

 

<집밥 백선생2>가 그 시즌의 마무리에 즈음에 집밥 콘서트를 통해 보여준 건 바로 소통의 가치다. 제 아무리 좋은 요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걸 배우고 실행할 이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런 프로그램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이제 소통공감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대의 덕목이 되고 있다. 요즘 같은 불통의 시대에는 더더욱.

신고

TV의 비만 차별, 이대로 괜찮을까

 

tvN <먹고 자고 먹고>라는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먹고 자고 먹는것이 콘셉트다. 말레이시아 쿠닷의 한 리조트에서 백종원은 현지 재료들을 사다가 갖가지 음식들을 만든다. 그 산해진미를 온유와 정채연이 만끽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려는 전부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현실을 살짝 벗어나 먹고 자고 먹으러 온 정채연의 가방에서 불쑥 저울이 나온다. 그녀는 실컷 음식을 먹고 난 다음날 저울 위에 올라보고는 마치 굉장한 잘못이라도 한 듯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살찌는 걸 경계해야 하고 따라서 다이어트를 거의 생활화하며 살아가는 걸 그룹 아이돌의 살에 대한 강박을 살짝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슈퍼스타K2016> 첫 회에 출연한 조금 살집이 있어 보이는 참가자 이지은이 제시제이의 노래를 엄청난 성량의 가창력으로 불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을 때 심사위원인 에일리는 엉뚱하게도 살 빼지 마요라고 말했다. 정작 이지은은 살을 빼고 싶다고 했지만, 에일리는 목소리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살 빼지 말라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은 용감한 형제가 왜 예뻐지고 싶다는데 살 빼지 말라고 하냐고 물었고 에일리는 성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짧은 장면 속에서도 TV가 살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들이 묻어난다. 살이 찌면 예쁘지 않다는 편견, 가수는 노래를 잘 하면 되는 것이지만 당연하게 살도 빼야 한다는 편견 같은 것들이 그 장면 속에는 들어 있다.

 

TV가 살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들은 다이어트 강박으로 인한 거식증 때문에 심지어 활동 자체를 잠정 중단한 걸 그룹들 같은 아이돌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있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살은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직업을 가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외모, 세모, 네모기획단이 2016년 상반기 방영된 총 55편의 드라마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드라마 출연자 총 907명 중 외형상 비만인이 25명으로 2.8%에 불과했다고 한다. TV에서 살이 있는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거의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이들 비만인들이 주연으로 캐스팅된 경우는 전체에서 <그래 그런거야>의 노주현,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현 이외에는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미 익숙히 아는 사실지만 주연으로서 살이 찐 배우를 우리는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조사에서는 지금껏 방영된 드라마들 중 이렇게 살이 있는 배우가 주연이 됐던 경우는 <막돼먹은 영애씨><내 이름은 김삼순>이 거의 유일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들의 직업 역시 성공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도 흔치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현실의 반영일까, 아니면 TV가 조장하는 것일까. 적어도 현실의 비만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TV가 비추는 2.8%의 비만인 비율을 현실 반영이라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TV는 살을 빼는 것을 응당 해야 하는 자기 관리의 하나로 내세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 테면 <구르미 그린 달빛>의 뚱뚱한 외모를 가진 명은공주(정혜성)는 다이어트를 통해 극적으로 살이 빠진 모습을 하나의 중요한 서사로 담고 있다. 결국 살은 빼야 할 어떤 것이고, 그렇게 해야 사랑이든 일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전언을 드라마들이 은연 중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에 대한 증오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은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그 강박이 만들어내는 건강에 대한 위협이 더 크다고 한다. 사실 가면을 벗겨놓고 보면 그 안에 자리 잡은 산업적 논리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미디어에 의해 조장된 강박은 결국 두려움을 만들고 그건 갖가지 몸 산업이 움직이는 원천적인 힘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고통스럽게 살을 빼고(그럴 필요도 없는 정도의 살까지도) 그렇지만 쉽지 않은 다이어트에 굴복하기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자기 몸에 대한 혐오를 갖게 된다. 어째서 우리는 우리 몸을 그저 자연스러운 몸이 아니라 바뀌어야 할 몸으로 상정하고 심지어 나아가 혐오의 대상으로 느끼며 살아가야 할까.

 

세계적인 디바인 아델은 특히 여성들의 몸무게에 집착하는 세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제가 플러스 사이즈인데도 성공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음악은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거잖아요. 애초에 겉모습이 무슨 상관이죠?” 살에 대한 편견과 그걸 일상적으로 TV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교육받고 있는 우리들이 경청해야할 일갈이 아닐까

신고

<먹자먹>, 누구나 꿈꾸는 로망을 현실로

 

아무 것도 안하고 오로지 먹고 자고 먹고... <먹고 자고 먹고>는 제목 그대로의 예능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로망. 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풍광의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며 갖가지 음식들을 마음껏 먹는 것. 그것이 이 예능이 추구의 전부다.

 

'먹고 자고 먹고(사진출처:tvN)'

사실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함이 주는 힘은 의외로 크다. 말레이시아 쿠닷의 한 리조트에서 백종원은 그 나라에서 나는 것들을 갖고 이것저것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온유와 정채연은 아이돌로서 늘 신경 쓰던 다이어트 따위는 잊어버린 채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만끽한다.

 

그 흔한 미션 따위도 없다. 그러니 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유일한 것들이다. 백종원이 만들어 먹을 음식을 구상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그걸로 음식을 만드는 그 과정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에게는 전혀 미션이 아니다. 그건 스스로도 말했듯 백종원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기 위해 쫓기듯 지냈던 온유나 정채연은 백종원이 음식을 만들 동안 그저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하며 놀면 그만이다. 그리고 백종원이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는 건 이들이 그토록 하고팠던 로망이다. 그러니 이 예능에 반드시 해야 할 미션 따위는 없다. 그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즐기는 것뿐.

 

사실 <12>이나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자주 해온 미션들이 음식을 주지 않고 굶기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이와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공복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처절한 모습들이 <12>이나 <정글의 법칙>야생의 느낌을 부여했다면, 음식을 만끽하며 즐기는 모습들은 <먹고 자고 먹고>에 휴양과 힐링의 느낌을 부여한다.

 

<12>이나 <정글의 법칙>이 야생에서의 고생스러운 생존을 통해 현실감을 부여한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편안한 리조트에서의 휴양을 통해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단 며칠이라도 맘껏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 스몰 럭셔리와 셀프 힐링이라는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실 어찌 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먹방과 쿡방과 여행 예능의 조합처럼 보인다. 실제로 백종원이 해외 리조트에서 벌이는 쿡방이면서 온유와 정채연의 먹방이고, 휴양지에서 즐기는 여행 예능의 요소들이 이 예능의 전부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조합들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 있는 행복감이 느껴지는 공기다.

 

<삼시세끼>가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안하는 것을 지향함으로써 예능에서 미션이라는 인위적인 요소를 빼놨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과거 굶기던 예능에서 이제는 만끽하는 예능으로 가는 이 흐름은 아무래도 힘겨운 현실에 대한 잠깐 동안의 망각을 꿈꾸는 지금의 시청자들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신고

<집밥 백선생>, 시금치 요리로 보여준 백종원 레시피의 진가

 

대충 대충 하는데 맛있어요.” 김국진의 이 한 마디는 tvN <집밥 백선생>이라는 쿡방의 정체성을 거의 담고 있다. 시금치 요리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시금치 무침이나 김밥 속에 들어가는 시금치 혹은 시금치 된장찌개 정도일 게다. 너무 흔하지만 그래서 너무 뻔해보였던 시금치. 하지만 백종원은 이 뻔한 재료를 갖고 세계 음식 기행을 떠난 듯한 다양한 맛을 선사한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항상 시작은 기본부터. 시금치를 데쳐 간장과 간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후 고소한 깨를 얹어 먹는 시금치 무침. 그 간단한 기본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듣도 보도 못한 시금치 된장 죽이나 동남아풍 시금치 덮밥에 말도 안되는 이태리풍 시금치 토마토 피자 같은 것이 레시피로 제공된다.

 

오죽하면 아이들이 잘 안 먹어 <뽀빠이> 같은 만화를 통해 시금치가 인기 음식으로 소개됐을까. 그만큼 시금치라는 식재료는 어딘지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금치 된장 죽 같은 레시피를 보고 나면 해장으로 이만한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시금치 토마토 피자는 백종원이 말하듯 맥주를 부르게 만드는 레시피다.

 

마치 수학 공식을 배워 차츰 응용으로 나가듯 <집밥 백선생>의 음식 레시피들은 처음에는 기본 공식으로 식재료 특유의 맛과 향 그리고 특징을 이해한 후 응용으로 들어간다. 시금치의 경우 살짝 데쳐주면 그 거해 보이던 양이 한 줌으로 줄어드는 특징과 특유의 채소가 주는 건강한 느낌이 특징이다.

 

어려울 것 없어요.” 백종원이 입에 거의 달고 다니는 이 말대로, 또 김국진이 대충대충 하는데 맛있다.”는 말처럼, 그의 레시피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게 강점이다.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하루 종일 음식을 갖고 씨름하는 건 여러모로 부엌에 들어가지 못하는 큰 장벽을 만든다. 하지만 백종원은 냉장고에 흔한 기본 재료 몇 개를 갖고 슥슥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요리의 세계를 알려준다.

 

또한 본 재료가 없으면 포기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 요리자들의 습성이지만, 백종원은 그 맛을 대치할 수 있는 걸 알려준다. 이를테면 동남아풍의 맛을 내기 위해 피쉬 소스가 없다면 액젓을 사용해도 된다고 알려주고, 새우 패이스트가 없다면 건새우를 잘라 그 맛을 내면 된다고 한다. 하다못해 피자 빵을 직접 만들 필요 없이 만두피만으로 퀘사디아도 만들고 피자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건 요리 무식자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선다. 보다 간편하고 보다 쉬우면서도 그 맛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요리라면 주부들도 눈이 가기 마련이다. 그 뻔하고 흔했던 시금치 한 단이 이토록 그럴싸한 고급진 요리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건 있어빌리티의 세계에서는 흘려보낼 수 없는 귀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대충 하는 데 맛있는 요리. 시청자들이 <집밥 백선생>에 빠져드는 이유다

신고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178)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396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7/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2,878,852
  • 657655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