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탐험대3>, 조세호, 남창희, 김주호가 아쉬운 까닭

 

조세호씨 왜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 안 나오셨어요?’ 최근 유행하는 조세호 소환놀이를 빌어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3>의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넘쳐난다. 이 프로그램의 초창기 멤버이고 조세호 특유의 억울한 표정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도 없다. 게다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어 조세호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지는 탓이기도 하다.

 


'렛츠고 시간탐험대(사진출처: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과거의 한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역사적 사료에 근거한 역사 체험을 리얼하게 하는 독특한 버라이어티쇼다. 제작진들을 자못 진지하게 역사 체험을 그려내려 하지만 그것을 체험하는 출연자들은 죽을 맛이다. 아직 추운 날씨에 지푸라기 깔아놓은 감옥에서 잠을 청해야 하고,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내야 하며, 심지어 엉덩이를 까고 곤장을 맞기도 해야 한다.

 

사실 누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슬랩스틱적인 웃음을 주지만 그래도 예능 프로그램이 그것을 다 담아낸다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난점을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역사 체험이라는 고증을 내세워 넘어선다. 고주원이 사극에서는 장을 맞을 때 옷을 입고 맞는다고 주장했을 때, 실제로 하의를 발목까지 내려놓고 곤장 맞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은 자의 검안을 위해서 엉덩이를 까고 항문을 검사하는 대목도 사실 그저 평범한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다루기 어려운 장면이다. 당시 검안 기록대로 충실히 재연한다는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독한 설정과 장면들이 가능해진 것. 이때 사체로 등장한 김주호는 실제로 엉덩이를 내놓은 채 방송을 해야 했고 그것 때문에 주변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찌 보면 재연이 들어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그래서 역사 체험 설정으로 들어갔을 때 그 출연자들의 리액션이 핵심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대로 리액션을 받아줘야 예능이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다큐가 되어버린다.

 

새로 시작한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는 초창기 멤버였던 장동민, 유상무, 김동현과 함께 새 멤버로 한상진, 고주원, 장수원이 투입되었다. 한상진은 시작할 때 서슴없이 흙을 입에다 털어 넣는 모습으로 의지를 다졌지만 사실 스스로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상황에서 강물에 뛰어들 때 했던 말처럼 그다지 큰 역할을 한 게 없어보였다.

 

고주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머슴 캐릭터로 자리하면서 심지어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엉덩이까지 까는 하드캐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웃음의 리액션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장수원 역시 마찬가지다. 특유의 로봇 리액션이 있지만 그것도 <배우학교>의 출연 때문인지 과거 같은 예능의 느낌과는 조금 달라진 면모가 묻어난다.

 

사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니 새로이 들어온 멤버들이 적응하는 데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조연으로 여기 저기 김주호가 출연하고는 있지만 그의 존재감도 아쉽고 조세호나 남창희 같은 초창기 멤버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사실 장동민과 유상무는 최근 여러 논란들 때문에 프로그램에 짐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그들의 한결같은 리액션들은 이제 조금 식상해진 느낌이다. 왜 기존 멤버를 살리려 했다면 조세호, 남창희, 김주호가 아니라 장동민, 유상무였을까. 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에 유일하게 아쉬운 대목이다

이경규를 보면 예능의 흐름이 보인다

 

이경규가 SBS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다. 딸 예림이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마치 이 프로그램이 예림이의 연예인 만들기처럼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이런 오해는 사라졌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아빠의 삶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물론 그 아빠를 보는 시선은 딸의 시선이지만.

 

이경규(사진출처:KIBS)

하지만 필자를 더 놀라게 만든 건 이런 기대와 우려가 아니라 이경규의 행보 그 자체였다. 사실 이경규는 KBS <남자의 자격> 이후에 그리 주목되는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못했다. SBS <힐링캠프>는 이미 토크쇼 트렌드가 사라진 현재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종영된 KBS <가족의 품격>은 지상파에서의 집단 토크쇼를 선보였지만 역시 한계를 보였다. 그런데 그가 다시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확실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경규는 MBC <일밤>과 함께 버라이어티쇼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개그맨이었다. 당대에 이경규는 스튜디오 안에서 하는 토크쇼에서도 펄펄 날랐고, ‘양심냉장고몰래카메라’, ‘이경규가 간다같은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프로그램에서도 확고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버라이어티쇼가 고개를 숙이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열리자 이경규는 다시 이 새로운 트렌드에 뛰어들었다.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MBC <무한도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했다. 하지만 이경규는 KBS <남자의 자격>으로 다시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에도 안착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열린 리얼리티쇼 트렌드 속으로 그는 들어오고 있다.

 

그가 예능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트렌드에 따라 변화해왔다. 과거 버라이어티쇼 시절에는 말 그대로 캐릭터를 보여줬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절에는 그 캐릭터에 진정성을 얹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아빠를 부탁해>라는 리얼리티쇼에서는 그간 우리가 몰랐던 그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서 버럭대던 그의 캐릭터는 온데간데없고 딸 예림이와 보내는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친숙해져가는 그 과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그리고 다시 리얼리티쇼로 적응해가는 이경규의 모습을 보고 있지만 이 예능인이 왜 독보적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실 이런 적응력을 보이는 예능인은 거의 없다. 최고의 MC로 추앙받는 유재석, 강호동도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가고 리얼리티쇼가 열리는 지금 현재, 이런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닌가.

 

물론 지금 당대로서는 이경규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훗날 우리 시대를 회고하게 된다면 분명 이경규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존재감은 독보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토록 급변하는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자기만의 영역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그의 행보는 많은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런닝맨> 100회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획을 긋다

 

<런닝맨>이 벌써 100회를 맞았다. 게임 하나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00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런닝맨>의 게임은 기존 예능에서 흔하게 했던 가위바위보나 스포츠, 퀴즈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펙터클과 장르적인 스토리텔링, 여기에 스파이라는 고도의 심리전이 결합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게임의 즐거움은 투자한 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좀 더 복잡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게임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은 부담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세련된 게임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단순한 게임을 하게 되면 장소만 바꾼 게임 버라이어티의 반복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7월 한 쇼핑몰에서 시작한 <런닝맨>은 월드컵 경기장, 과천과학관, 서울타워, 세종문화회관 등등 장소를 바꿔가며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임을 펼쳤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도시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간을 시골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바꿨을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 하지만 이것이 오해였다는 것은 차츰 미션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밝혀졌다.

 

이른바 ‘방울 미션’의 시작은 <런닝맨>의 추격전에 긴박감을 부여했고 유르스윌리스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름표가 부착되면서 게임 캐릭터들의 이른바 ‘생명’이라는 아이템이 생겨났고, 그 이름표 안에 스파이 같은 또 다른 숨겨진 정체를 부착함으로써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있었던 유재석의 스파이 물총 미션은 <런닝맨>의 게임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에 미션을 둔 심리전이 시작되었다.

 

스파이 미션은 더블 스파이 미션 같이 더 복잡한 단계로도 넘어갔고 ‘셜록 홈즈’나 ‘좀비 특집’ 같은 장르적인 소재와 연결되면서 게임의 스토리성을 강화시켰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이나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은 이 스토리성이 판타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런닝맨>이 장르적 스토리를 게임에 활용하면서 생겨난 가상과 현실의 접목은 실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장르의 진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 버라이어티의 확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아이템에서 볼 수 있듯이 장르와 게임 버라이어티의 접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1박2일>이 <무한도전>이 시도했던 여행 버라이어티를 가져와 확대 발전시킨 것처럼, <런닝맨> 역시 <무한도전>의 게임 버라이어티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런닝맨>이 열어 놓은 가장 큰 공적은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다. 홍콩이나 대만, 북경에서 벌어졌던 <런닝맨>을 통해 수많은 해외 팬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닝맨>이 이렇게 예능 한류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이유는 그 소재와 방식이 해외 팬들에게도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들이 배경이 되고 그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새로운 게임들이 벌어진다. 우리나라가 가진 특수성이 바탕에 깔리고 게임이라는 보편성이 겹쳐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술한대로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런닝맨> 100회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만큼 <런닝맨>은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게임의 영역을 넓혀왔고 이제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능으로 자리했다. 사실 100회를 버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렇게 잘 달려온 <런닝맨>이 앞으로 잘 달려가기 위해 남겨진 숙제가 있다. 그것은 이 재미있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끊임없이 진화해가면서도 지나치게 마니아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자리하면서 제작진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 고민의 흔적은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이 출연함으로써 세대적인 폭을 넓히려 했던 철원에서의 미션에서도 드러나고, 최근 박지성 특집에서도 드러난다.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말 예능으로 자리한 이상 이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저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공간이나 일의 공간으로 치부했던 공간들을, 한바탕 놀이의 공간으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런닝맨>은 프로그램 외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모쪼록 일에 중독되어 살아왔던 이 사회에 잠시나마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기를.

 

<런닝맨이 지금껏 달려온 길>

2010 7 11 첫 방송 쇼핑몰에서의 게임

7 18 월드컵 경기장 황금돼지 찾기

8 1 과천과학관에서 벌어진 과학관이 살아있다 . 송지효의 존재감(게스트)

8 8 지형지물 이용 게임

8 15 서울타워

8 22 세종문화회관 방울소리. 런닝볼. 유르스윌리스의 존재감.

8 29 서울 역사 박물관

9 5 놀이동산 로맨스 게임, 방울소리

9 12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월요커플의 태동

9 18 서울중앙우체국. 평온개리를 속여라(심리전)

9 26 잠실종합운동장. 서울디자인축제. 두뇌중기를 속여라

10 3 sbs방송센터

10 17 보라매 안전체험관. 도둑잡기

10 24 지하철 차량기지 지하철 스캔들? 송지효, 송중기

10 31 지하철에서 용산 대형쇼핑몰까지

11 7 한양여대

11 21 부산 크루즈

11 28 남산 한국의 집

12 5 기상청

12 12 광명역 지하철 미션

12 19 마트. 초대형 장난감 매장,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12 26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기원. 심형래 출연

1 2 신년특집

1.9 만화박물관 코스프레쇼

1 16 종로 대형악기상가. 게스트 찾기 미션

1 23 예술의 전당

1 30 초대형 찜질방. 김병만 출연

2 6 해양테마파크. 유재석 vs 김종국 단체 미션

2 13 국립국악원. 승리 출연

2 20 겨울 속 여름휴가

2 27 파주출판단지 W교육기업. 오피스 올림픽

3 6 서울 전역. 인천국제공항. 추격전(추노).

3 13 홍대 앞

3 20 캠핑 미션

3 27 캠핑 3종 경기

4 3 초대형 쇼핑몰. 박예진 출연

4 10 대형종합병원. 유재석 물총 스파이 미션

4 17 서울 풍물시장. 소녀시대 윤아 써니 출연

4 24 프랑스 문화체험 마을. 짐승돌 닉쿤, 택연 출연

5 1 초대형 도서관. 박중훈. 이선균 출연

5 8 런닝맨 최강자전

5 15 스펙터클 전국 횡단 레이스

5 22 광고회사 미션

5 29 광고회사 직원들과 함께

6 5 대형문고 미션

6 12 대형문고 본사

6 19 외규장각 의궤, 국립중앙박물관

6 26 북서울숲. 여왕 미션

7 3 태국편 시작

7 10 태국편. 사라진 돈가방을 찾아라

7 17 서울-경주 주사위 레이스

7 24 경주. 런닝맨 헌터 최민수 이름표 붙이기 미션

7 31 여의도. 보스 지키기 대작전

8 7 짝꿍 레이스. 걸 그룹과 삼촌 팬

8 14 짝꿍 특집 2탄. 무서운 누님들

8 21 제주도. 신세경 차태현 출연

8 28 제주도 추격전

9 4 홍대 놀이터, 대학로. 힙합 특집 스파이 미션

9 11 트루 개리쇼

9 18 북경편 시작

9 25 북경편 - 송지효 스파이 출연

10 2 일산. 소녀시대와 쌍쌍 레이스

10 9 소녀시대와 레이스

10 23 용산에서 논산까지 주사위 레이스, 추격팀과 미션팀 대결

10 30 전국 순회 레이스

11 6 김수로 박예진 출연

11 13 지석진, 이광수 스파이 미션. 더블 스파이

11 20 런닝맨 헌터 최민수

11 27 손예진, 박철민, 이민기 출연

12 4 왕비레이스, 오연수 출연

12 11 홍콩편. 성룡 미션

12 18 홍콩편. 구룡의 전설

12 25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

1 1 한류아이돌과 함께하는 산수레이스

1 8 여수. 런닝맨 킬러 지진희, 김성수, 주상욱, 이천희 출연

1 15 여수 2탄. 아이유 합류

1 22 천하통일 레이스, 초한지 미션

1 29 셜록홈즈 미션 윤도현, 김제동 출연. 지석진 스파이 미션

2 5 미녀삼총사 미션. 고아라, 임수향, 효민 출연

2 12 개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기억력 미션

2 19 부산 대형백화점. 스파이 레이스

2 26 부산 명소. 보따리 미션 오지호 출연

3 4 런닝맨 vs 빅뱅

3 11 런닝맨 vs 빅뱅

3 18 런닝맨 선수권 대회. 하지원 출연

3 25 화성. 첫사랑 미션. 한가인 출연

4 1 제주도. 런닝맨 코드. 정재형, 보아 출연

4 8 제주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4 15 철원. 런닝맨 형님들.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 출연

4 22 송도. 돌아온 유임스본드

4 29 인천 차이나 타운. 짜장면 미션

5 6 서바이벌 레이스

5 13 걸그룹과 함께 하는 웨딩레이스

5 20 박지성 미션

5 27 박지성 vs 런닝맨 초능력 축구

6 3 박지성 스파이로 변신

6 10 인천. 좀비특집

6 17 서울 부암동. 왕 특집 임금레이스

6 24 100회 특집


RPG로 진화한 '런닝맨', 어디까지 갈까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 그 시작은 미미했다. 그저 도시 공간에서 팀을 나눠 익숙한 게임을 벌이는 그런 버라이어티쇼라고 생각됐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이라는 것이 이미 스튜디오형 게임 버라이어티쇼나 '1박2일',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등에서 시도됐던 야외형 게임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런닝맨'은 끊임없이 공간에 맞는 게임을 진화시켰고, '스파이'라는 개념을 넣어 제작진과 출연자들 간의 두뇌싸움을 시도하더니, 급기야 RPG(Role-playing game)로까지 발전시켰다. '런닝맨' 초능력자 특집은 그 결과물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하하,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는 유재석, 분신술(?)을 사용할 수 있는 개리, 육감으로 모든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김종국,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지석진, 모든 이들의 능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송지효 그리고 데스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이광수. SF, 판타지에서나 봤을 법한 캐릭터들이 총출동한 초능력자 특집은 이제 이 끝없이 진화하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또 한 번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지금껏 게임 버리이어티쇼에서 캐릭터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게임은 그저 승패를 떠나 그 과정이 재미있게 된다. 즉 캐릭터들 사이에 관계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초능력자 특집은 RPG게임에서 우리가 캐릭터를 정하면 그 독특한 능력이 자신의 캐릭터가 되듯이, 이제 이 게임 버라이어티가 캐릭터 또한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캐릭터의 시발점은 어찌 보면 런닝맨 출연자들의 등판에 붙인 이름표, 죽게 되면 나타나는 저승사자들(?), 그리고 게임에 활용됐던 통신수단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 이름표는 그저 출연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승패를 위한(떼면 죽는) 도구로 활용되었지만, 차츰 그 이름표 뒤에 '스파이' 같은 비밀 캐릭터를 덧붙임으로써 RPG의 단계로 넘어오게 되었다. 초능력자 특집은 이 이름표를 활용한 캐릭터의 무한 확장 버전이다. 즉 개리가 갖고 있는 분신술은 사실 똑같은 '개리' 이름과 복장을 한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해 개리를 보호하는 콘셉트이고, 죽어도 다시 되살아나는 지석진은 이름표 안에 두 개의 이름이 더 붙어 있어 하나를 떼어도 두 개의 '생명'이 남는 콘셉트다.

여기에 시간을 되돌리는 하하나 공간을 되돌리는 유재석 캐릭터는 게임에서 죽게 되면 나타나는 저승사자들의 새로운 활용법이다. 중간에 게임을 하다가 시간을 되돌리면 저승사자들이 나타나 1시간 뒤의 상황으로 캐릭터들을 되돌려놓는 식이다. 또 육감을 활용하는 김종국은 그간 게임에 활용되었던 전화기와 무전기의 새로운 해석이다. 사실 통신수단이라는 것은 감각의 확장이 아닌가.

RPG 게임을 도입하자 스토리는 더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모두가 허무하게 죽게 된 상황에서 하하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사용하자 다시 모두 되살아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이 게임의 반전 요소 역시 이렇게 부여된 캐릭터를 통해 더 강화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만일 이 RPG 게임적인 요소가 앞으로 적절히 활용된다면 '런닝맨'은 좀 더 복잡하지만 훨씬 더 흥미로운 게임 버라이어티를 구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 RPG 게임은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지만, 이것을 TV예능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실제 인물들이 하는 것은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게임이 만일 '런닝맨' 초기에 시도되었다면 대중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대중들은 '런닝맨'의 게임은 물론이고 그 캐릭터 개념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초능력자 특집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을 겪은 후에 나온 결과물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도대체 이 놀라운 게임 버라이어티쇼는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사실 게임 버라이어티에서 진화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게임은 한 번 진행되고 익숙해지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반복적인 느낌을 계속 상쇄시켜주기 위해서는 진화가 필요하다. 물론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을 도전하고 있는 '런닝맨'은 그래서 마치 '무한도전'이 취하고 있는 끝없는 형식 실험의 게임버전을 보는 것만 같다. '런닝맨'이 '무한게임도전'처럼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강심장'은 귀가 없고 '승승장구'는 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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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사진출처:SBS)

'강심장'은 화려하다. 일단 MC가 강호동과 이승기다. 누가 뭐래도 현재 대세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매번 달라지는 게스트들이 10여 명에 달하고, 이른바 바람잡이처럼 게스트 속에 앉아 추임새를 넣거나 이야기를 들춰내는 역할을 하는 고정 출연자도 이특, 신동, 김영철, 김효진, 정주리 등 다수다. 게다가 집단으로 출연해 이른바 토크 배틀을 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수위도 상당히 높다. 또 중간 중간에는 출연진들이 보여주는 춤과 끼의 경연도 곁들여진다.

반면 '승승장구'는 '강심장'과 비교하면 밋밋하다. 최근 제목에서 김승우라는 이름을 떼고 형식에도 변화를 주었지만 이 변화된 형식은 과거의 것들, 예를 들면 '우리 빨리 물어'나 '우리 지금 만나'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밋밋한 것들이다. 스타의 특별한 인생을 담은 단어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당신의 사전'이나 궁금증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을 읽는 '당신은 왜' 같은 코너는 굳이 형식이라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미한 것들이다.

사실 겉으로만 보면 단연 화려한 '강심장'이 주목된다. 실제로 시청률에 있어서도 '강심장'이 늘 '승승장구'를 앞서있다. 물론 최근 들어 그 격차는 많이 줄었다.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던 '강심장'이 10%대 초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승승장구'는 게스트에 따라 진폭은 있지만 거의 10% 시청률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률은 '강심장'이 앞서 있지만 호감도 측면에서 보면 '승승장구'의 선전이 눈에 띈다. '강심장'이 정체된 느낌을 주는 반면, '승승장구'는 조용하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왜 시청률과 호감도가 비례하지 않고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강심장'의 매력은 그 '말하는 입'에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 후 쏟아지는 기사들 같은 화제성으로 가늠할 수 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다더라'는 기사들은 실제로도 꽤 희소성 있는 토크들인 경우가 많다. 토크 경쟁이 과열되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이런 장치 덕분에 평상시에는 듣기 힘들었던 연예인들의 뒷얘기가 술술 풀어져 나오게 되는 건 '강심장'의 강점이다. 여기에 강호동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토크 밀당을 하며 게스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말 그대로 쏙쏙 뽑아 먹는다.

하지만 바로 이런 출연진들의 입담이 마치 경연장처럼 펼쳐지는 형식은 프로그램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저마다 무기가 될 수 있는 강한 이야기 하나쯤은 속에 품고 있기 마련인 그들은 뭔가 주목받기 위해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사생활까지 드러낼 수 있는 쇼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있다. 대개의 집단 토크쇼들이 그러하듯이 여러 명이 앉아있어 마치 진열대 위의 상품처럼 보여지는 게스트들의 모습은 토크쇼가 이른바 '대화'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볼 때,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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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사진출처:KBS)

'강심장'의 토크가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은 이 형식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진열대 같은 스튜디오 공간에 앉아 앞을 보고 있고 저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보여지는 리액션은 한 프레임에 들어오기보다는 편집된 형태로 보여진다. 편집된 리액션 영상의 인위적인 개입은 물론 짧은 순간이지만 대화로서는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 된다. 이것은 사실 대부분의 집단 토크쇼들이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집단 토크쇼는 토크쇼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버라이어티쇼에 가깝다. 토크보다는 쇼에 더 집중한다는 얘기다.

'강심장'이 입이라면, '승승장구'는 귀다. '승승장구'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는 거기 앉아 있는 MC들의 경청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경규가 출연해 MC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각자의 단점들을 지적했던 것처럼, 이들은 뭔가 특별한 끼나 순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승승장구'의 MC들은 이경규의 지적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정도로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안다. 무언가 제동을 걸지 않고 마음껏 얘기하게 만드는 그 분위기만큼은 '강심장'에 없는 '승승장구'만의 미덕인 셈이다. 심지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는 듯한 MC들은 그러나 그 충실히 귀가 되는 자세를 통해 게스트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이것은 사실 토크쇼의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다.

'승승장구'의 형식이 밋밋하고 시청률도 떨어지지만 호감을 갖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 '들어주는 귀'에 있다. 한편 '강심장'이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자꾸 보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그 '말하는 입'에 있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승승장구'는 입이 없고(?), '강심장'은 귀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대의 토크쇼지만 너무나 다른 성향을 보이는 '강심장'과 '승승장구'. 그것이 그 프로그램만의 특성이 되겠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상대방의 장점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고 여겨진다.

버라이어티가 꾼 꿈, 어떻게 현실이 됐나

그 누가 쇼는 그저 쇼일 뿐이라고 했던가. ‘무한도전’이 말도 안 되는 포크레인과 삽질의 대결을 벌이던 시절에, 쇼는 그저 쇼일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무런 맥락도 의미도 없이 그저 쇼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쇼 프로그램이 실제로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봅슬레이를 빌려서 경기에 출전하던 국내 봅슬레이의 열악한 상황을 감동적인 도전을 통해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현재 올해 벤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놓은 한국 봅슬레이팀은 그 누구보다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한 레스토랑에서 메뉴 런칭을 선보이기도 하고, 불황에 힘겨워하는 음식점들을 기습공격(?)해 무한 매출을 올려주기도 한다. 그들에게 도전은 이제 쇼이면서 동시에 현실이 되기도 한다.

‘1박2일’은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여행 버라이어티를 통해서 국내에 숨겨진 여행지들을 발굴해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여행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으며, 캠핑 열풍 같은 여행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해외 관광객들 중에는 ‘1박2일’을 보고 국내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1박2일’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도시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골에 대한 따뜻한 향수와 정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 연장선 상에 있는 ‘청춘불패’ 역시 마찬가지. 강원도 홍천의 유치리라는 동네에 정착해가는 걸 그룹 아이돌들의 모습을 통해 도-농 간의 소통의 과정이 훈훈한 감동까지 전해주는 이 버라이어티는, 실제로 이 자그마한 동네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유치리라는 동네에 사는 이장님이나 로드리(동네 이장님 친구 분의 애칭)를 마치 우리 동네 어르신처럼 가깝게 느끼게 됐다. 걸 그룹 아이돌들이 찾아간 상점에는 일부러 찾는 관광객들이 생길 정도. 한쪽 벽에 붙여진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은 쇼와 현실의 공존을 잘 보여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보다 실제적인 꿈을 꾸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위한 ‘꿈의 구장’을 건립하는 것이 그것. 이들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5개 지역을 찾아가 야구장 부지를 타진했다. 야구장 건립은 100억 대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꾸고 있는 그 꿈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이너들이 광대로 딴따라로 폄하되던 시대, 쇼는 여흥의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펀(fun)이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추동력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쇼는 여흥을 넘어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이제 국회나 상아탑에서의 심각한 고민과 진지한 토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꿈을 꾸고 그 꿈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을 때, 사회는 어떤 변화를 허락한다. 스튜디오의 폐쇄된 공간 속에서 여흥거리만을 고민하던 버라이어티쇼들. 이제 스튜디오를 벗어나면서 이들은 현실 속에서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 꿈은 조금씩 현실을 바꿔가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꿈들을 버라이어티 속에서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골 버라이어티 전성시대, 그 의미는?

이른바 ‘시골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되었나. ‘무한도전’은 일찍이 2006년 농촌체험을 소재로 그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07년에는 ‘비(?) 특집’을 통해 비 내리는 논에서의 한바탕 몸 개그를 선보이며 농촌을 버라이어티쇼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2009년 ‘무한도전’의 벼농사 특집은 1년이라는 긴 기간으로 기획되어 실제로 농사를 짓는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6시 내고향’의 예능 버전이라고 불리는 ‘1박2일’은 전국 각지의 농촌과 어촌을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하룻밤의 해프닝을 리얼로 다룬다. 이 프로그램을 ‘6시 내고향’과 비교하는 것은 그 방영 시간대가 주중에 하는 ‘6시 내고향’과 같은 6시대이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속에 담기는 것들도 그 시골의 특산품이나 명물, 명소들이기 때문이다.

시골에 대한 주목은 이후 등장한 ‘패밀리가 떴다’의 본격적인 시골 버라이어티쇼로 이어진다.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이라는 공간을 쇼의 공간으로 바꾸면서 다양한 게임들을 마당에서 펼쳐 보여주었다. 스튜디오를 벗어난 공간으로서의 시골은 현장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게임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시골에서 리얼로 벌어지는 1박2일 간의 해프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들 ‘시골 버라이어티쇼’는 주로 남성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에서 여성 멤버를 투입하면서 독특한 심리관계가 주는 재미를 선보이자, 이제는 더 이상 ‘시골 버라이어티’에 성별은 중요한 것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들의 아낌없이 무너지는 그 모습은 ‘시골 버라이어티’ 특유의 시골스런 모습과 대비되면서 주목되었다. 이효리가 몸빼바지를 입고 눈곱 낀 생얼을 카메라에 가감 없이 보여주고, 박예진이 그 가녀린(?) 손으로 거침없이 닭을 잡는 모습은 시청자를 열광케 했다.

그러니 신비로운 소녀 이미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걸 그룹들이 시골에 가지 말란 법이 있을까. 새로이 시작된 ‘청춘불패’는 소녀시대의 유리, 써니, 카라의 구하라, 포미닛의 현아,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선화가 시골의 집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생존(?) 버라이어티쇼라고 볼 수 있다. 화장실조차 없어 스스로 화장실을 만들던 이들이 구덩이의 간격을 맞춰보기 위해 자세를 잡는(?) 장면은 ‘청춘불패’가 보여주는 시골 버라이어티의 지점을 정확히 그려낸다.

이처럼 버라이어티쇼가 시골로 가게 된 것에는 먼저 연예인 리얼리티쇼가 대세가 된 지점과 시골이라는 공간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연예인들이 몸빼 바지를 입고 시골에서 노동을 하는 모습은 그들의 불편한 모습 자체로 날 것의 웃음을 준다. 이른바 세련됨과 인공적인 치장을 걷어낸 뒤, 신비주의가 무너지는 그 지점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골이라는 야외공간이 갖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리얼리티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카메라의 동원을 통한 리얼한 순간의 포착은 이처럼 넓은 야외공간 속에서 빛을 발한다. 스튜디오가 갖는 좁은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1박2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골의 야생 속으로 뛰어드는 강한 리얼리티를 선보인다. 즉 계곡이나 바닷물로 입수하거나 갯벌 속에서 진창에 뒹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골이라는 공간은 의미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유리하다. 버라이어티쇼는 점점 어떤 스토리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도달해있고, 그 스토리는 이제 웃음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의미까지를 요구하고 있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체험을 통한 조명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시골의 때 묻지 않은 환경(자연환경은 물론이고 그 곳을 사는 분들의 순박함까지)이 때 묻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물론 시골이라는 공간이 너무 쇼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지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이들 버라이어티쇼들은 쇼가 갖는 재미의 측면과 함께 늘 이 시골이라는 공간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것이 이 공간에 빚져 인기를 얻고 있는 버라이어티쇼가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버라이어티쇼가 주목하는 시골에 대한 가능성을 관계부처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으며, 또 실제로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시골 버라이어티쇼가 물론 그 프로그램의 성격상 시골의 사정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대중들에게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날것의 순박함이 넘치는 자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쩌면 시골 버라이어티쇼는 그 쇼적인 기능 이상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집단 버라이어티 토크쇼의 시대, '세바퀴'가 보여주는 것

토크쇼에서의 고정 게스트의 집단화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시도되었던 김용만의 '브레인 서바이버'는 집단적으로 게스트가 출연해 퀴즈를 풀며 토크도 하는 형식으로, 퀴즈쇼와 토크쇼가 적절히 접목된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었다. 당대 이 코너의 인기는 '코미디 하우스'에서 정준하가 자신을 두 번 죽이며(?)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노브레인 서바이버'로 이어졌다.

현재 토요일 예능의 최강자로 '무한도전'의 아성마저 위협하는 '세바퀴'는 이 '브레인 서바이버'가 보여준 퀴즈쇼와 토크쇼의 결합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세바퀴'는 이 형식에 아줌마의 수다를 결합하고, 퀴즈에 있어서 설문을 통한 공감 포인트를 부가했으며, 토크만이 아니라 몸 개그적 요소까지 마련함으로써 명실공히 토크쇼와 퀴즈쇼, 개그쇼까지 두루 겸비한 버라이어티쇼로 자리매김했다.

실로 버라이어티쇼가 대세인 요즘, '세바퀴'를 그 중 하나의 버라이어티쇼로 치부하기는 쉽다. 하지만 '세바퀴'에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공기가 있다. 그 공기 속에는 무엇이든 들어가면 뒤섞이고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그 무언가가 도출되어 나오는 기이한 힘이 있다.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수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가 신변잡기처럼 나오다가, 갑자기 즉석에서 그 가수를 무대로 끌어내 노래하게 만들고, 그 노래에 맞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줌마들과 아이돌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만드는 그 공기.

'세바퀴'에는 다양한 장르와 세대와 성별과 소재 같은 구분되어지는 어떤 것들이 한 공간에 모여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며 하나로 융화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퀴즈쇼 형식은 여기서 실로 중요하다. 퀴즈가 단순히 의외의 답을 통한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로 대변되는 전 세대와 성별의 공감대를 모색하기 위한 문제제기로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연상녀를 사귈 때 가장 좋은 것은?' 하는 설문의 가장 많은 답으로 '푸근하고 이해심이 많다'가 제시되면 곧바로 MC는 젊은 아이돌에게 연상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다.

아이돌이 자기의 얘기를 하는 순간(사적인 이야기), 그것은 또한 설문과 맞닿으면서 공적인 이야기로서의 울림을 갖는다. 여기에 다양한 연령대의 게스트들이 질문과 답변을 종횡으로 집어넣으면 이야기는 더 큰 울림을 갖게 된다. 공감의 폭이 그만큼 커진다는 이야기다. '세바퀴'가 갖는 퀴즈 토크쇼의 매력은 '야심만만'이 초창기에 시도했던 설문 토크쇼와 닮은 구석이 많다. 다른 점은 그 설문 내용에 대응하는 게스트들이 집단화됨으로써 더 다양한 사적이야기가 폭넓은 공감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집단 토크 시스템이 갖는 경쟁적인 구도,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입담, 아저씨들의 능수능란한 대응,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까지 소화하는 쇼의 장 등등. '세바퀴'의 성공요인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요인들 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전 세대를 공기처럼 아우르는 공감대가 이 퀴즈토크쇼에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세바퀴'의 성공을 그저 집단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대세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대본이 보여주는 시트콤에 가까운 ‘패떴’

리얼 버라이어티를 두고 마치 대본이 부재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물론이고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는 대본이 있다. 대본의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최근 방송작가협회에서 발행되는 잡지, ‘방송문예 12월호’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의 ‘강골마을편’ 대본이 게재되었다. 이 잡지는 방송작가들과 예비생들을 위한 콘텐츠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매번 방송 프로그램의 대본을 부록처럼 수록해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소개된 ‘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이 구성 대본 이상의 디테일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주어진 상황(이것은 사실 모든 대본들이 가진 것이다)과 그 상황에서의 대사까지 각 캐릭터별로 자세하게 적혀져 있다. 대본에는 처음 패밀리가 집을 찾아갈 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 내용은 물론, 갔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응대까지 적혀져 있다. “이따 밤에 닭들 뒤에 돌아다니니까 한 마리 잡아서 먹어!”하고 할아버지가 얘기하면 윤종신이 “근데 저희가 잡아서 먹어야 되는 거죠? 못 잡으면 못 먹는 거죠?”하고 묻는 식의 대사들이다.

물론 대본이 제시하지 않는 대사와 행동도 있다. 예를 들면 닭을 요리하는 과정은 ‘못 잡으면 진짜로 못 먹습니다. 열심히 잡아주세요’정도의 미션제시로 끝난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각자 캐릭터들의 반응은 정해진 멘트의 분위기를 따른다. 초반부터 유재석과 이효리의 국민남매 관계설정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때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던 이효리가 죽비로 유재석의 ‘X침’을 놓는 장면 역시 대본에 예시되어 있는 바다. 이것은 두 사람의 유난히 친한 관계를 위해 설정된 것들이다.

물론 대본대로 딱딱 맞춰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 세세한 대본이 말해주는 것은 ‘패밀리가 떴다’가 하나의 시트콤처럼 철저히 꾸며진 상황과 지시된 리액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란 점이다. 이것은 또한 ‘패밀리가 떴다’만이 가진 판타지의 이유가 된다. ‘패밀리가 떴다’는 가상 버라이어티쇼에서 출발했던 것이며,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인 것처럼 오인되면서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던 것이다. 상황극이 리얼리티처럼 보일 때, 즉 시트콤이 진짜처럼 보일 때, 그것은 가장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반면 ‘1박2일’의 대본은 ‘패밀리가 떴다’처럼 세세하지 않다. 미션 제시를 팀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강호동의 대사가 구체적으로 주어져 있을 뿐, 팀원들은 거기서 나름대로의 애드립을 쳐야 하는 대본이 거기에 있다. 즉 캐릭터 설정은 각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하나의 목적과 방향성은 정해져 있으되 그 가는 방식은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다큐멘터리를 닮았다. ‘1박2일’의 리얼리티는 따라서 늘 보고싶은 것을 보여주는 쪽으로만 움직이지는 않게 된다. 그것은 분명 리얼이지만, 때론 적나라한 상황 자체를 보여줘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대본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때문에 실망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이 주는 말랑말랑한 가상현실의 판타지에 매혹되는 반면, ‘1박2일’이 보여주는 리얼함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가 TV를 통해 원하는 것이 그저 보여지는 리얼함이 아니라, 보고싶은 리얼함이라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요즘처럼 쳐다보기 싫은 현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더욱 TV를 통해 망각적이고 퇴행적인 판타지를 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이것은 버라이어티쇼의 경우일 뿐이지만, 거기서 우리가 TV에서 원하는 것을 유추해볼 수는 있는 일이다. 그리고 요즘 TV에서는 그것이 드라마든 예능이든 실제로 상당부분 이 유추에 맞아떨어지듯, 퇴행하거나 판타지 편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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