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짐꾼 이서진 없다면 ‘꽃보다 할배’ 가능했을까

“미쳤지? 미쳤어.” 이서진이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자 나영석 PD가 짓궂게 몰아댄다. 이동하는데 특히 힘겨운 <꽃보다 할배>였다. 지하철 타는 곳을 잘못 찾아가 되돌아 나와야 했고, 내리는 곳을 잘못 알아 다시 급하게 타야 했으며,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돌아가야 했으니 나영석 PD의 짓궂은 한 마디는 무안해할 이서진을 위한 질책이었을 게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 하던 이서진은 그제서야 머쓱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상황을 넘겼다. 어르신들은 질책을 하기보다는 허허 웃으며 그런 실수가 오히려 “재밌다”고 해주셨다.

그런 이서진이 ‘고장났다’고 제작진들이 말했지만,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을 통해서 보니 그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한 차례 실수를 해서 어르신들을 힘겹게 했으니 자신은 더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중앙역까지 가는 지하철표를 사는 것 하나만 봐도 이서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한 차례 해봤던 경험이라 혼자서라면 쉽게 했을 테지만 그만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못내 그를 긴장하게 하지 않았을까. 이서지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에 맞춰 간신히 표를 끊는 긴박감을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 여정은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또 다른 어르신들을 든든히 챙겨주는 조력자로서 이서진에게는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용건은 그래도 막내로 더 어린 사람이 와서 이서진을 도와야 하는데 자신마저 부담을 지워준 것 같다며 몹시 미안해한다. 다른 어르신들이야 이서진의 역할이 얼마나 큰 가를 여러 차례 여행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김용건은 처음 겪는 일이라 그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무겁게 느꼈을 것이다. 

프라하에 도착하자 또다시 이서진의 고행(?)이 시작됐다. 숙소까지 가야 하는 일이 그에게는 ‘대모험’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택시로 이동한다”는 말에 반색하는 백일섭이었지만, 택시 타는 곳을 잘못 나와 다시 찾아가야 했고, 그 곳에서도 콜택시로 예약을 해야 택시를 잡을 수 있어 연실 전화를 하며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혼자라면 별 일도 아니겠지만 어르신들 모두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두 대의 택시를 간신히 잡아 숙소까지 모두 무사히 도착하게 했지만, 이제 또 예약한 아파트먼트의 키를 받으러 가야 하는 길이 멀었다. 그런데 찾아간 그 곳에서 예약한 아파트먼트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로 나뉘어 있고, 주소조차 택시를 내린 곳에서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이서진은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 한 아파트먼트는 포기하고 겨우겨우 찾아간 다른 아파트먼트. 다행히도 그 곳의 숙소는 꽤 넓고 쾌적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여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어르신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편안한 숙소를 찾아내고 그 곳까지 가는 이 모든 일들이 <꽃보다 할배>에서는 대모험이었다. 그런데도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이제 보니 나영석 PD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웃으며 일처리를 척척 해낸 프로 짐꾼 이서진 덕분이었다. 이서진이 호텔 키를 받으러 갔을 때 어르신들이 “이서진 없으면 이 여행 안돼”라고 했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이 아니라서 이서진의 용돈(?)을 받아 어르신들이 각자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그 과정에서도, 이서진의 부재가 가져온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없으니 식사 주문 하나 하는 것도 영 쉽지가 않았던 것. ‘젊은 짐꾼’ 하나 더 붙여서 이서진도 좀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어르신들이 이야기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이서진은 늘 툴툴대고 조금 엉뚱하게 되어버린 일 앞에서도 “내 잘못 아냐”라고 얘기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들과의 여정에서 사실 굉장히 힘겨운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꽃보다 할배>가 쉽지 않은 여정에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숨은 힘이 아닐까. 실로 어르신들 말대로 이서진이 없다면 이런 여행도, 이 프로그램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사진:tvN)

‘꽃할배’, 어르신들의 즐거운 여행 어째서 감동일까

이순재는 ‘직진 순재’답게 늘 맨 앞에 서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어르신들의 여행에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서진이 따른다. 그 뒤로 신구와 박근형, 김용건이 걷고 맨 뒤에 백일섭이 뒤따른다.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이 걷는 속도는 다르다. 어르신들이라 저마다의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는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500미터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의미 깊게 담아낸다. 심지어 드론촬영으로 공중에서 내려다 본 풍경까지 더한다. 그렇게까지 담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걷는 속도로 걷지만 그것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그 안에서 오가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이순재는 맨 앞을 걸어가면서도 뒤 따르는 동생들(?)이 잘 따르고 있나 궁금하다. 이서진은 더더욱 조바심이 생긴다. 걷는 속도에 따라 일행이 나눠져서 통솔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무엇보다 맨 뒤에 오는 백일섭이 신경 쓰인다. 중간을 걷는 신구와 박근형은 앞서가는 이순재를 따라가면서도 뒤에 오는 백일섭을 돌아본다. 김용건은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멈춰서 백일섭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같이 걷기도 한다. 서로의 걷는 속도는 달라도 그들은 서로를 마음으로 챙긴다.

베를린에서 동서독 통일의 현장을 둘러보는 일은 걷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백일섭은 자전거 투어를 할 거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것이 진짜 즐거워서이기도 하겠지만 걷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는 걸 다른 일행들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엿보인다. 박물관 앞에서도 들어가지 않고 그 앞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 시간을 보낸다. 

어르신들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 베를린의 같은 곳을 가도 그 여행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이순재가 박물관 구석구석을 다 다니며 ‘알쓸신잡’ 뺨치는 지적 호기심을 드러낸다면, 신구는 그 곳의 숨결을 읽어내려 한다. 박근형이 그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려 한다면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를 이서진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순재는 학구파, 신구는 감성파, 박근형은 낭만파,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고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선생님들 구경하시는 거 계획 짜는 사람”이라고.

이렇게 저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또 자기 색깔이 확실하지만 어르신들은 부딪치는 면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기 속도를 먼저 체크하고 타인의 여행 방식을 배려한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는 이순재와 신구를 일찌감치 나온 김용건과 박근형이 들어가지도 않은 백일섭과 함께 농담을 하며 기다린다. 심지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서진이 지하철에서 탑승구를 못 찾아 헤매고 내릴 역을 지나와 돌아가도 오히려 그런 일이 처음이라 “신난다”고 말하며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신구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자 대뜸 같이 나선 김용건이 쉽게 찾아지지 않자 계속 농담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그건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신구를 편하게 하기 위한 농담이다. 간신히 버스 시간에 맞춰 돌아오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더라구”하며 그래서 싸게 했다고 농담을 던지는 김용건은, 피곤할 수 있는 여행에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 날 아침 백일섭이 중대발표라도 하듯 30분 일찍 자기가 먼저 출발하겠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함 같은 것마저 느껴진다. 서로의 속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속도를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폐를 끼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그래서일까.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꽃보다 할배>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뭉클함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여행 중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어르신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하나에서도 남다른 마음이 느껴진다.(사진:tvN)

모이기만 해도 훈훈한 ‘꽃할배’, 김용건이 있어 즐겁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지난 2015년 3월 그리스여행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2013년 7월 첫 방송된 후 매년 방영됐었기 때문에 이 3년 간의 공백은 아쉬움이 컸다. 더 이상 <꽃보다 할배>가 시즌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 배낭여행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무릎과 허리가 아파 걷는 것도 영 불편했던 백일섭 같은 어르신에게는 더더욱. 

다행스럽게도 그 3년의 공백 동안 수술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백일섭은 돌아왔고, 워낙 건강했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다만 짐꾼으로 늘 함께 해왔던 이서진이 이제 자기도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하다고 말하는 게 우스우면서도 조금 짠해질 뿐.

그런데 이번 <꽃보다 할배>에는 ‘신의 한수’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막내’가 투입됐다. 그 막내는 다름 아닌 연예계에 대표적인 신사로 알려진 김용건이다. 이미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용건이지만, <꽃보다 할배>는 그에게 더더욱 각별한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가는 형들이(?) 모두 젊은 날부터 동고동락해온 분들이기 때문이다. 

김용건의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신사다운 모습은 공항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가장 먼저 도착해 형들을 기다리고, 한분씩 올 때마다 커피를 직접 사다 주는 모습은 그에게 얼마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심지어 이서진에게도 커피를 사다주는 김용건에게서는, 젊은 세대들과도 나이 차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백일섭은 김용건과 50년 지기 선배였다. 방송을 같이 하면서 친구처럼 자신을 챙겨줬다고 한다. 그래서 첫 만남부터 그들은 아무런 이물감도 없이 어우러졌다. 이서진은 지난 여행에서 늘 걷는 게 불편해 뒤처지곤 했던 백일섭이 이번 여행에서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김용건이 함께 하게 되면서 이서진은 훨씬 든든해졌다. 김용건이 알아서 백일섭을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도 되고 못가면 다음 생에 가면 된다”고 말하는 백일섭이 숙소를 찾아갈 때 뒤처지게 되자 김용건이 이 대목에서 “마이웨이를 깔아줘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방송으로서도 백일섭을 챙기는가를 잘 보여줬다. 이서진은 솔직히 예전에는 백일섭의 뒤처짐이 다른 어르신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신도 나이 들어간다는 의미를 알게 된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거다.

어쩌면 유쾌한 기분과 웃음이야말로 힘겨울 수 있는 여행도 즐겁게 만드는 청량제가 아닐까. “싱거운 소리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라 ‘건건이’로 불린다는 김용건은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다. 예고편에서 슬쩍 나온 것이지만, 지하철에서 내릴 역을 지나쳐온 이서진에게 “지나온 거야? 그럼 후진하라고 해”라고 말하는 대목에게서는, 힘든 상황도 유쾌한 농담으로 한바탕 웃고 넘어가게 해주는 김용건의 진가가 보였다. 함께 다시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꽃보다 할배>. 막내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이 여행은 더더욱 유쾌해졌다.(사진:tvN)

<공조> 유해진의 구수함, 현빈을 빛나게 한다

 

만일 유해진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이렇게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영화 <공조>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형사물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멋진 액션은 거의 배우 현빈의 몫이다. 그리고 그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 북한 특수부대 형사 림철령의 온 몸을 던지는 액션을 말 그대로 그림처럼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수한 모습의 유해진이라는 존재감을 벗어난 <공조>라는 영화는 어딘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사진출처:영화<공조>

<공조>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영화 <쉬리>에서부터 <베를린>까지 북한 특수부대 출신들이 살인무기같은 이미지로 그려져 액션장르의 새로운 캐릭터로 자리잡아온 것처럼 <공조> 역시 철령이라는 상상불허의 북한에서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온 형사를 중심에 세워두고 있다. 그리고 이 인물과 파트너가 되어 공조수사를 펼치는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위조지폐 동판을 갖고 탈북해 남한으로 들어온 차기성(김주혁)을 추적한다.

 

림철령과 강진태라는 파트너 구성은 한 쪽은 액션을 다른 한 쪽은 웃음과 인간미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많은 브로맨스형 형사물을 떠올리게 한다. <투캅스>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하고, 외화 중에는 <리셀웨폰>의 멜 깁슨과 대니 클로버를 떠올리게 한다. 즉 형사물 액션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이 하나의 볼거리로 제공되지만 동시에 거기에 담겨지는 코미디적이고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또 하나의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물론 현빈의 안구정화 액션들은 보는 이들을 시원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주목되는 게 유해진의 너스레 연기다. 만일 현빈의 액션만으로 채워졌다면 <공조>는 어딘지 비현실적인 형사물이 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유해진의 인간미가 더해지면서 현실감을 갖게 됐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생계형 형사 진태의 모습은 말도 안되는 액션을 보여주는 현빈 뒤에서 슬쩍 슬쩍 끼워 넣어주는 추임새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한다.

 

이 영화는 그래서 액션만이 재미요소의 전부는 아니다. 철령이 공조수사를 하면서 함께 지내게 되는 진태 가족들과의 이야기는 코미디 그 이상의 깨알 같은 재미들을 만들어낸다. 진태의 아내로 등장하는 배우 장영남과 처제 연기를 한 임윤아는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인 유해진이나 현빈 만큼 영화에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낸다. 웃음은 물론이고, 가족이 만들어내는 어떤 따뜻함 같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것.

 

유해진은 확실히 대체불가 연기자가 됐다는 걸 <럭키>이은 <공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거 <전우치> 같은 작품에서도 전우치만큼 재밌는 초랭이라는 역할을 연기해 주목받은 적이 있고, 비교적 최근작인 <그 놈이다> 같은 작품에서는 코미디만이 아닌 스릴러까지 그의 연기 폭이 넓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공조>는 현빈 같은 배우 옆에서도 자기 색깔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연기자라는 걸 다시금 증명해줬다.

 

유해진 만큼 잘생긴 미남배우들과의 브로맨스를 다양하게 연기한 배우가 있을까. 물론 영화는 아니지만 tvN <삼시세끼>에서 차승원과 호흡을 맞춘 유해진이 그렇고, <전우치>에서 강동원 옆에 서서 해학을 담당했던 유해진이 그렇다. 이번 <공조>에서는 현빈과의 브로맨스가 그 어떤 작품들보다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된다. 그가 아니었다면 도무지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았을 따뜻함 같은 것들을 심지어 형사물에서 느끼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아이리스2>, 이 쿨한 액션에 냉담한 까닭

 

현란할 정도로 화려하다. <아이리스2>의 액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숲 속에서의 추격전이나 헬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그 자체로 압권이다. 절권도로 단련된 장혁의 맨손 액션 역시 볼만하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나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첩보전은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에 가깝다. 170억 대작이라는 말이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아리리스2>는 그 압도적인 액션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리스2'(사진출처:KBS)

그런데 그것뿐이다. 그 화려한 액션을 빼놓고 보면 <아이리스2>는 드라마로서 갖춰야할 많은 요건들을 놓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액션 이면에 담겨져야 할 인물들 사이의 감정 선이 잘 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치명적인 결함이다. 주먹 하나를 내지르고 총 한 방을 쏘는 것에 그 인물들 사이에 어떤 내적 감정이 덧붙여지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무용에 가까운 동작에 머물고 만다.

 

대표적인 사례로 첫 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수연(이다해)이 총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그렇다. 그녀를 사랑하는 정유건(장혁)이 그 바로 앞에 있었다는 사실에서 이 총격 장면은 꽤 강한 감정을 이끌어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수연과 정유건 사이에 그럴 듯한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총격 장면은 그다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그 안에 인물의 감정이 잘 보이지 못하는 점 때문에 그 화려함이 그저 볼거리에 머물게 되는 셈이다.

 

지수연과 정유건의 멜로 라인이 너무 상투적이라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두 사람은 이미 사랑하는 관계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같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상투적인 대화 정도로는 그들의 사랑이 특별해보일 수가 없다. 또한 아이리스의 킬러인 김연화(임수향) 역시 그 액션은 화려하지만 <아이리스> 전작에 나왔던 김소연이 했던 멜로가 얹어진 액션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론 액션 첩보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반드시 멜로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인공이 어떤 분노나 사랑 같은 강력한 욕망을 갖고 있어야 그 행동의 목표와 추동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멜로 같은 요소는 중요할 수 있다. 지금 정유건은 그 욕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드라마 작법으로서는 기본적인 캐릭터의 결함을 갖고 있다. 개인적인 욕망이 드러나지 않는 정유건의 행동은 그래서 그저 국가의 부름에 따라 살고 죽는 기계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자칫 남북관계나 핵미사일 같은 거대담론만 반복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보고 싶은 것이지, 남북관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아이리스 같은 그림자 정부가 만들어내는 국가 간의 분쟁에 대한 담론은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미 너무 많이 반복된 코드이기 때문에 식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라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적어도 볼거리가 풍부하다면 블록버스터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 현재 상영되고 있는 <베를린>은 그 단적인 사례다. 물론 <베를린>에는 인물들 사이에 감정이 잘 녹아들어 있는 액션이 특별한 첩보물을 보여주고 있지만 어쨌든 그 압도적인 볼거리가 주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베를린>이 만약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좀 더 드라마적인 변용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영화로 제작된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드라마 <7급공무원>이 그래도 선전을 하는 이유는 적어도 이 작품이 드라마로서의 흥행 요건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7급공무원>은 첩보 액션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멜로와 코믹에 치중함으로써 드라마라면 기대하게 될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감정 선을 잘 끄집어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리스2>의 경우는 <7급공무원>도 아니고 <베를린>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양새다.

 

<아이리스2>의 액션은 쿨하지만 그 쿨한 액션만으로는 드라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기가 어렵다. 이것은 이른바 블록버스터 드라마라고 하는 일련의 작품들이 대부분 실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즉 볼거리에 치중하다가 제대로 된 스토리나 캐릭터(와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외면을 받게 되는 것. 제 아무리 17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고도 <아이리스2>의 그 쿨한 액션에 냉담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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