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의 유승호, 아이와 어른 그리고 남자

 

<태왕사신기>에서 어린 담덕 역할을 할 때 유승호에게 슬쩍 보인 얼굴이 있다. 그저 가녀리고 순수한 얼굴로만 알았던 그 소년에게서 어떤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의 카리스마가 숨겨져 있다는 것. 그 후로 <선덕여왕>의 김춘추는 유승호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연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욕망의 불꽃><공부의 신>은 이 양갈래 길에 서 있는 유승호를 각각의 이미지로 끌어냈다면 <보고싶다>는 드디어 유승호가 어른의 얼굴을 드러냈던 작품이었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사진출처:SBS)'

군 제대 후 <상상고양이>를 선택했다는 것이 못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지만,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이제 본격적인 유승호의 연기자로서의 행보가 시작됐다는 걸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간 아이와 어른 사이 그리고 슬쩍 슬쩍 보이던 남자의 얼굴이 <리멤버>에서는 느껴진다. 서진우라는 캐릭터가 그 세 가지 얼굴을 끄집어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로 점점 기억을 잃어버린 채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수로 수감돼 있는 아버지 앞에서 유승호는 아이의 얼굴로 돌아간다. 간간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아버지와의 추억 속에서 유승호는 여전히 남아 있는 소년의 얼굴을 보여준다. 아버지와 함께라면 아무 걱정도 없던 아이의 얼굴. 그것은 아마도 유승호가 다른 배우와는 확연히 다른 강점 하나를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세월이 빗겨간 듯한 그 동안의 얼굴에서는 순수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 순수의 얼굴이 5년의 세월을 거쳐 복수의 칼날을 숨긴 어른으로 돌아온 유승호에게서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복수를 위해서는 뭐든 할 것 같은 그 모습은 아이 같던 얼굴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더 살벌하게 느껴진다. 변호사로 돌아온 그는 더 이상 과거 진실을 좇던 아이가 아니다. 진실도 이겨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걸 알게 된 것. 복수를 위해 조금씩 남규만(남궁민)에게 접근해가는 그 얼굴에서는 유승호가 저 <태왕사신기> 때 살짝 보여줬던 그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래서 변호사로 돌아온 서진우는 과거 한 아버지의 아이 같던 시절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다 그 아버지의 무고함을 풀어주기 위해 변호사가 된 이인아(박민영)에게 냉혹할 정도로 달라진다. 그런데 술 취해 쓰러진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그 단란한 가족을 보며 다시 그 아이 같은 얼굴을 보여주는 그에게서는 언뜻 남자의 얼굴이 드러난다. 아마도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리멤버>는 그래서 남자 유승호의 모습을 제대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키지 않을까 싶다.

 

한 배우의 얼굴에서 세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가 그것도 전혀 이물감을 주지 않고 공존한다는 건 연기자로서는 굉장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순간적으로 아버지 앞에 아이 같은 얼굴을 드러내며 눈물을 쏟아내면서 그 아버지를 그리 만든 세상을 향해 복수의 날을 세우는 어른의 얼굴을 보여주고, 또 냉철한 이면에 숨겨진 따뜻한 연심을 동시에 표현한다. <리멤버>는 어찌 보면 유승호라는 배우에게 최적화된 캐릭터를 부여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어쨌든 이제 유승호는 더 이상 아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아잇적의 순수함을 모두 지워버린 것도 아닌 어쩌면 그 모든 걸 자연스럽게 갖추게 된 배우로서 우리 앞에 서고 있다. <리멤버>라는 기억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가 그간의 유승호라는 배우의 성장들을 기억하게 해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그 세 가지 얼굴 뒤에는 또 얼마나 많은 얼굴들이 가능성으로 존재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스케치북>이 보여준 음악이 가진 또 다른 역할, 위로

 

그들은 모두 검은 정장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노래를 불렀다. 관객의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관객이 아예 없기 때문이었다. 악기 또한 피아노나 현악기 몇 개만을 사용했다. 자극보다는 편안한 위로와 진심을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화려함과 자극을 떼어내자 오롯이 가사 한 줄 한 줄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6주 만에 돌아온 <유희열의 스케치북>. ‘작은 위로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그건 큰 감동이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사진출처:KBS)'

이러면 안 되지만 죽을 만큼 보고 싶다-” 절제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반주 없이 시작된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 가슴을 울렸다. 김범수의 절절한 목소리에 집중된 노래는 가사가 주는 힘을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어쿠스틱 버전으로 불려진 2NE1‘Come back home’ 역시 추모의 의미가 더해지자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해외 공연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위로가 되고 싶다며 한 달음에 달려온 2NE1의 그 진심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김윤아가 특유의 읊조리듯 절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야상곡도 특별한 의미가 더해지자 그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흐느끼는 것처럼 들렸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동생을 위해 만든 노래라는 ‘Going home’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그 가사는 힘겨운 현실에 위로와 작은 축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제이 레빗이 부른 조용필의 친구여는 먼저 간 그들을 향한 아련한 그리움을 담았다. 기타 선율과 멜로디언 위에 살짝 얹어진 노래는 한 소절 한 소절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며 마치 구름이 흘러가듯 헛되고 속절없는 삶의 무상함 속에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히 표현했다.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2NE1그리워해요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저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는 이 노래는 마치 떠나는 혹은 떠나간 이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위로처럼 읽혔다. 윤종신, 조정치, 김동률 등 뮤지션들이 위로받는 가수 Kyo(이규호)가 부르는 영원한 길이나 뭉뚱그리다는 중성적인 이미지에서 나오는 나직한 미성으로 듣는 이들에게도 역시 위로를 전해 주었다. 피아노 한 대에 의지한 채 담담히 눈을 감고 부르는 제이레빗의 웃으며 넘길래나 김범수의 지나간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이 가진 또 다른 역할과 힘을 보여주었다.

 

가수들 역시 자신들이 힘겨울 때 위로받았던 노래를 소개했다. 김윤아는 신디 로퍼의 ‘Two colors’를 김범수는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2NE1의 민지는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을 또 제이 레빗은 영화 <모던타임즈>의 수록곡인 ‘Smile’을 소개했다. 위로받았던 노래가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 그것이 노래의 또 다른 힘이 아닐까.

 

김범수는 작은 위로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에 기꺼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제가 지금 해야 될 일은 노래로 여러분들을 위로해야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희열은 약은 사람의 몸을 고칠 수 있지만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고칠 수 있어라고 했다는 루시드 폴의 말을 인용했다. 새삼 가사가 주는 메시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그 마지막은 가사 없이 피아노와 현악으로만 채워진 유희열의 추모곡 엄마의 바다로 채워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작은 위로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보여준 건 음악의 또 다른 힘이었다. 무려 6주 간이나 결방된 이 프로그램이 말해주는 것은 음악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다. 음악은 흥을 돋우는 것만큼 한을 위로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추모와 애도의 뜻을 담은 작은 위로는 그래서 그 편견을 깨는 시간이기도 했다. 힘겨운 삶과 현실을 보듬어주는 것. 그것 또한 음악의 얼굴임을.

<보고싶다>, 멜로가 사회적 메시지를 만날 때

 

“높은 담장 밖에서 너는 죄도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어. 하지만 난 아버지 땜에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수연아 사랑하자.. 우린 사랑하자. 더 많이 사랑하자.” <보고싶다>에서 한정우(박유천)가 이수연(윤은혜)에게 키스하며 깔린 이 속 얘기에는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결을 잘 보여준다. 이 대사는 한정우와 이수연의 14년에 걸친 사랑을 압축하면서도, 동시에 이 사랑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보고싶다'(사진출처:MBC)

이수연이 죄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살인자(심지어 실제 살인자도 아니었지만)라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후 그 아버지 세대가 씌우는 주홍글씨는 이제 한정우의 몫으로 다가온다. 이수연이 사망한 것처럼 꾸민 것도, 강형준(유승호)을 절름발이로 만들고 그의 어머니를 정신병자로 만든 것도 모두 한정우의 아버지 한태준(한진희)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드라마 속 거의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바로 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한정우는 “아버지 땜에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한다. 그것은 그 시대의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연에게 “사랑하자”고 한다. 과거 어른들의 굴레 속에서 더 이상 그 자식들이 고통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다.

 

또한 어찌 보면 이수연은 한정우와 엮이면서 자신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휘둘리게 된 이 드라마 속 최대의 피해자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과거의 기억조차 하기 힘든 상처를 다시 바라보고 다시 한정우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걸까. 또 그녀는 자신을 14년 간이나 보살펴온 강형준이 그를 배신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돌변해 그녀에게 살인 누명까지 씌우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이수연은 이렇게 토로한다.

 

“벌 받아야지. 그런데 나한테 해줬던 것처럼만 해줘. 정우야. 나 너 많이 미워했었다. 억울한 데 화낼 데가 없어서 복수해야지 그러구 너 괴롭히기도 했었잖아. 근데 네가 너무 사랑해주니까 미움도 싹 없어지더라구. 상처도 다 나아지고.” 이 드라마는 심지어 살인이 벌어지는 복수를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복수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가 복수를 통해서 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보고싶다>는 그 상처가 진정으로 치유될 수 있는 길은 처벌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한다. 나쁜 기억은 지워내고 좋은 기억을 더 많이 살리라는 것. 이것은 <보고싶다>라는 멜로드라마가 사회적 메시지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인 아픔, 특히 잘못된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고통에서 벗어나는 젊은이들의 처절한 노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으로 읽으면 어른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회와 그 사회에 의해 고통 받는 작금의 청춘들은 이 드라마의 이야기와 조응하는 면이 있다.

 

한정우는 이수연의 발에 난 상처를 보며 묻는다. “아직도 볼 때마다 아파?” 그 상처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아니. 이 상처 보면 아빠 피해 도망치던 기억보다 네가 지금처럼 내 발등 감싸주던 기억이 더 많이 난다.” 그 기억 속에서 어린 한정우는 어린 이수연의 발에 난 상처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이렇게 말해준다. “이제 안 아프지? 안보이니까.” 그리고 손 마술을 한다. “쏴- 지워졌다. 나쁜 기억. 이제 다시 만들면 돼. 좋은 기억.” 고통이나 상처는 그 제공자에 대한 복수로 인해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내는 좋은 기억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고통 없는 좋은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이 드라마는 한정우의 흥미로운 농담으로 그 메시지를 전한다.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끼오- 문간 옆에는 거위가. 꼬끼오- 배나무 밑엔 염소가 꼬끼오- 외양간에는 송아지. 꼬끼오-” 한정우의 농담에 까르르 웃는 이수연에게 그는 이제 진짜 노래를 불러준다.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꼬댁- 문간 옆에는 거위가. 꽥꽥 꽥....외양간에는 송아지. 음메- 도로 위에는 경찰들이 거기서!” 깜짝 놀라는 이수연에게 한정우가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이 노래에는 깊은 뜻이 있어요. 암탉은 꼬꼬댁, 송아지는 음메, 경찰들은 거기서. 다 각자 위치에서 제목소리를 내면서 살자는 뜻이지. 김형사 아저씨가 그러셨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멜로가 존재할까. 남녀 간의 달달한 사랑의 대화 속에서조차 사회적인 메시지가 불쑥불쑥 나오는 멜로라니. 심지어 취조실에서조차 눈물과 감동을 느끼게 하는 <보고싶다>는 멜로드라마이면서 동시에 휴먼드라마이고 또한 사회극의 하나라고 볼만 하다. 흔히 퇴행적인 신데렐라로만 달려감으로써 점점 가치를 잃어가던 멜로드라마는 이로써 <보고싶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되었다.

여진구, 김소현, 박유천, 유승호 그리고 윤은혜까지

 

좋은 작품은 좋은 캐릭터를 만들고, 좋은 캐릭터는 좋은 연기자를 발견한다. <보고싶다>는 딱 그런 작품이다. 주역으로서의 아역(여진구, 김소현)에서부터 성인역(박유천, 유승호, 윤은혜)까지, 그리고 조역이지만 든든한 기둥을 세워주는 중견(송옥숙, 한진희, 전광렬, 김미경)까지 <보고싶다>는 말 그대로 연기 보는 맛이 나는 작품이다.

 

'보고싶다'(사진출처:MBC)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시청자들을 품은 여진구는 <보고싶다>에 와서 더 단단해진 연기의 무게감을 보여주었다. 누가 그를 보고 아역이라고 하겠는가. 김소현과 함께 보여준 풋풋한 멜로 연기는 물론 <해를 품은 달>에서부터 정평이 나 있었던 것이지만, 그녀를 홀로 버려두고 도망친 후 죄책감과 그리움이 뒤엉켜 울부짖는 모습은 여진구만의 아우라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이지만 아이 같지 않은 감성 연기는 앞으로 그가 하는 작품에 여진구 프리미엄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여진구와 함께 절절한 멜로 연기를 보여준 김소현도 마찬가지다. 아역으로서 성인들의 감성까지 울리는 여자배우로 여진구가 <해를 품은 달>에서 함께 연기한 김유정이 거의 유일하다 여겼다면 이제 김소현도 그 자리 하나를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김유정과는 달리 더 갸냘픈 그녀만의 선은 보는 이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이건 김소현이라는 준비된 아역(사실 아역이란 표현이 어설프다)과 함께 여진구라는 든든한 상대역이 서로 시너지를 만든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보통 이런 정도의 아역들의 존재감은 그 바톤을 이어받는 연기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여진구와 김소현의 바톤을 이어받은 박유천과 윤은혜는 놀랍게도 그 감성을 더 깊게 만들면서 아무런 이물감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무려 14년을 미친놈처럼 잃어버린 그녀를 찾아온 그 절절한 그리움은 박유천이라는 몰입 좋은 배우의 깊은 눈빛으로 되살아났고, 상처를 지우려 과거를 지워버렸지만 다시 나타난 그로 인해 옛사랑 앞에 흔들리는 그녀는 윤은혜의 눈물 연기 속에서 절절해졌다.

 

그 둘 사이에 서 있는 해리이자 강형준(유승호)은 분열된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인물이다. 그에게 과거는 지워야할 상처이면서 동시에 복수해야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수연(윤은혜)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돌아서면 차가운 복수와 욕망에 시달리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다. 류승호에게 이런 캐릭터는 이중의 어려움을 만들어낸다. 즉 유승호가 가진 너무 앳된 동안은 진중한 성인역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 위에서 그는 이중성격의 소유자를 연기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이 어려움이 유승호에게서 아역의 딱지를 떼어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수연을 소유하려는 욕망과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그 욕망은 서서히 어린아이처럼 웃는 유승호의 이면에 놓여진 섬뜩함을 기대하게 만든다. 아마도 앞으로 유승호가 걸어갈 연기세계에서 <보고싶다>는 그에게 대단히 중요했던 전기를 제공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이 젊은 배우들이 마음껏 감정의 폭발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바탕을 만들어주는 중견들을 빼놓을 수 없다. 거칠지만 대단히 인간적인 엄마상을 그려내고 있는 송옥숙은 아마도 이 드라마의 반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는 연기자일 것이다. 그가 있어서 맘껏 울 수 있고 어리광부릴 수 있는 박유천과 윤은혜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한진희는 이 드라마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악역이고, 전광렬은 이 어른과 아이들의 대결구도 속에서 어른이면서 아이의 마음을 가지려 했던 어찌 보면 드라마의 주제와 맞닿는 캐릭터를 보여준 연기자다. 물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피해자 어머니 역할의 김미경도 빼놓을 수 없다.

 

<보고싶다>는 바로 이 든든한 중견의 바탕 위에서 젊은 연기자들을 재발견해준 드라마다. 아마도 훗날 제 각각의 연기 영역을 펼쳐나갈 이들은 어쩌면 <보고싶다>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연기 가능성을 최대치로 뽑아내준 이 작품은 그래서 그들의 성장과 함께 훗날 자꾸 더 보고 싶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좋은 연기자는 좋은 작품을 통해 발견된다.

<보고싶다>, 피해자들을 위한 진혼곡

 

“내 딸이 죽었어요. 그놈들은 성폭행을 한 게 아니라 살인을 했습니다. 내 딸이 죽었어요." 결국 성 폭행범을 제 손으로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보고싶다>의 보라 엄마(김미경)가 던진 이 한 마디는 아마도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을 게다. 그녀를 찾아와 그녀에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고맙습니다.”라며 통곡한 또 다른 피해자 수연(윤은혜)의 어머니 김명희(송옥숙)의 절절한 말은 또한 이 땅의 모든 부모가 보라 엄마에게 하고픈 말이었을 게다. "나 대신 해준 건 고맙고, 나 대신 벌 받는 거 같아 미안하고.."

 

'보고싶다'(사진출처:MBC)

<보고싶다>라는 제목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멜로처럼 여겨지게 만들지만(또 멜로가 전면에 깔려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절절한 그리움 속에는 깊은 아픔이 깔려 있다. 성 폭행을 당한 후 살해당한 것처럼 은폐되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수연 엄마 김명희와 수연을 사랑하는 정우(박유천)는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연을 끌어안고 살아온다. 무려 14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은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담벼락에 새기고 또 새겨서 점점 더 선명해진 ‘보고싶다’라는 글자처럼 그것은 긁고 또 긁어서 지워지지 않은 상처처럼 더 깊어졌다.

 

세상이 이토록 끔찍한 데 한가한 사랑타령이 가당키나 할까. <보고싶다>가 우리네 멜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그 많은 신데렐라들과 그만큼 또 많은 변형된 왕자님들을 또 세우지 않는 건 그런 이유다. 거기에는 신데렐라 대신 성 폭행의 후유증으로 과거를 의식적으로 지우고 살아가려는 피해자 수연이 있고, 왕자님 대신 그 피해자 수연을 하루도 잊지 않고 14년 간 그리워하며 찾아다닌 형사 정우가 있다.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조합이 피해자와 형사의 조합으로 바뀌게 된 것. 우리 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법 정의의 문제는 멜로에서조차 끔찍한 현실을 끌어낸다.

 

<보고싶다>가 절묘한 지점은 이처럼 멜로와 사회극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우가 형사로서 범인을 추적하고 또 그 오랜 세월동안 수연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그 과정은 그 자체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사라진 수연을 찾기 위해 정우가 14년 전에 집을 나왔다는 얘기는 그래서 수연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버려진 것이 아니라 지금껏 찾아다녔다는 것. 너무나 아파서 과거의 이수연을 부정하고 조이로 살아가려는 그녀지만, 정우는 그 아픈 기억을 오히려 지워버리려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는 것.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몇 년 감옥 생활을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그 범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피해자 가족들은 얼마나 깊은 절망에 빠질까. 보라 엄마의 “내 딸이 죽었어요”라는 절절한 말에는 그 깊은 상처가 묻어난다. 14년 만에 자신의 딸이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도 그 끔찍한 과거를 묻고 조이라는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딸에게 “그래 난 오늘 너 본적도 없는 거야.”라고 말하며 맨발로 도망치는 수연 엄마 김명희의 애절한 모성애. 그토록 긴 세월을 미친 놈처럼 수연을 그리며 그녀를 찾기 위해 살아온 정우의 마음은 또 어떻고.

 

<보고싶다>는 피해자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누군가는 자살한 딸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누군가는 그토록 그리웠던 딸을 찾고도 그 아픔을 지워주기 위해 기꺼이 딸 앞에서 사라져주며, 누군가는 14년이란 긴 세월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미친 놈처럼 그녀를 찾아 헤맨다. 물론 <보고싶다>는 본격적으로 이 성 폭력이라는 사회 정의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이 문제를 더 절절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은 이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깊은 아픔을 우리 눈앞에 세워두고 공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고싶다>라는 다분히 멜로적인 뉘앙스로 다가왔던 제목은 어느새 그 앞에 성 폭력과 잘못된 법 집행으로 희생당한 무수한 피해자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남은 가족들의 그 지울 수 없는 보고 싶은 그리움을.

<보고싶다>, 주홍글씨와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10cm의 신곡 ‘Fine thank you and you'는 남녀 간의 사랑얘기를 담은 발라드지만 그 가사가 특이하다. ‘너의 얘길 들었어. 너는 벌써 30평에 사는구나. 난 매일 라면만 먹어. 나이를 먹어도 입맛이 안 변해.’ 발라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사지만 이렇게 잘사는 너와 가난한 나 사이의 대비는 ‘I'm fine thank you thank you and you’라는 가사와 엮어지면서 절묘한 정조를 그려낸다. 거기에는 양극화에 대한 이야기가 슬픈 발라드 위에 펼쳐진다.

 

'보고싶다'(사진출처:MBC)

<보고싶다>를 보는 느낌 역시 10cm의 이 노래를 듣는 것처럼 슬프고 아프고 아련하다. 살인자 딸이라는 주홍글씨를 쓰고 이웃과 친구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살아가는 이수연(김소현)에게 어느 날 운명처럼 한정우(여진구)가 나타난다. “살인자 딸 이수연. 우리 친구하자.” 친구라곤 있어본 적이 없는 이수연에게 말을 걸어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심지어 친구가 되자고 말하는 한정우. 그는 다시는 이수연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납치범들에게 잡혀 성폭행까지 당한 이수연을 놔두고 홀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져버린다.

 

14년이 흘렀지만 담벼락에 이수연이 써놓은 ‘보고싶다’는 글자는 한정우에게는 여전히 가슴 한 구석의 생채기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녀를 지키지 못하고 외면했다는 그 상처의 트라우마는 그의 시간을 14년 전에 붙박아 놓는다. 그리고 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지워버린(지워버리고픈) 이수연이 다시 한정우와 마주친다. 그녀는 갈등한다. 과거에 그토록 절절했던 사랑이지만, 그 시간으로 돌아가자니 깊은 상처의 트라우마가 그녀를 가로막는다.

 

그리고 주홍글씨가 또 반복된다. 출소한 성폭행범이 살해당하면서 그녀가 살인용의자가 되는 것. 과거 살인자 딸이라 손가락질 받을 때 “나 아무도 안 죽여”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 아냐.”라고 말하는 이수연에게 한정우는 과거 그녀를 이해해주었던 유일한 사람으로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보고싶다>는 이처럼 한정우와 이수연의 멜로를 전면에 보여주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인자 딸’이나 ‘성폭행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사회적 주홍글씨와 편견을 깔고 있다. 그 편견과 맞서는 인물로서의 한정우이기 때문에 이수연과의 사랑이 의미 있게 되는 것.

 

만일 10cm의 노래를 사회적 발라드라고 할 수 있다면 <보고싶다>는 사회적 멜로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언젠가부터 사적인 멜로 같은 순수 멜로물들이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이른바 사회적 멜로가 대중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경희 작가의 종영한 드라마 <착한남자> 역시 이 부류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멜로의 바탕으로서 비뚤어진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과 사회정의의 문제가 깔려 있다. 착한 남자 강마루(송중기)는 이 사회적 문제들을 멜로를 통해 복수하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어째서 사적인 멜로는 시들해진 반면, 사회적 멜로는 주목받는 것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작금의 대중정서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신데렐라 부류의 사적인 멜로를 허용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이미 우리네 사랑의 문제 역시 어느새 사회적 시스템 속에 갇히게 된 지 오래다. 잘 사는 이들의 사랑은 가난한 이들의 사랑과 다를 수밖에 없고, 거기에는 태생적으로 모든 게 정해져버리는 이 사회적 시스템의 부조리가 깔려 있다. 또 사회적인 문제들(이를 테면 성폭행이나 사회적 왕따의 문제 같은) 역시 멜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긴 본래 모든 멜로는 그 안에 기본적으로 사회적 계급의 문제를 담기 마련이다. 남녀의 살아온 삶이 다를 것이고, 그들을 둘러싼 가족이 또 다를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근 등장하는 이른바 사회적 멜로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듯한 인상이 짙다. <보고싶다>를 더욱 보고 싶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이 절절한 멜로 속에 담겨진 사회적인 메시지들 덕분이다. 그렇지만 발라드를 들으면서도 양극화를 떠올리고, 멜로를 보면서도 사회적 코드를 읽게 되는 이 현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멜로 같은 장르가 사회를 끌어안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보고싶다>의 박유천, 갈수록 물건이 되어간다

 

이건 아역이 아니야. 여진구가 드라마에 나올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해를 품은 달>에서 그가 사라진 연우를 향해 오열할 때 그 감정의 질감은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보고싶다>의 한정우로 돌아온 여진구. 그 연기는 더 깊었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주홍글씨로 따돌림을 당하며 살아가는 수연에게 “살인자 딸 이수연. 나랑 친구하자.”고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미소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보고싶다'(사진출처:MBC)

또 다시는 그녀를 부정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납치범들에게 겁에 질려 그녀를 혼자 놔두고 도망쳤을 때,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영영 사라져 버렸을 때 그녀가 남긴 일기장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한정우(여진구)의 모습을 보며 똑같이 가슴이 먹먹해졌을 것이다. ‘보고싶다’라고 담벼락에 쓰고는 사라져버린 수연을 가슴에서 지워버리지 못하는 한정우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가진 아픔과 그리움의 정조를 깔아주었다. 그 한정우를 연기해낸 여진구는 그런 존재감을 남겼다.

 

그러니 그 역할을 이어받는 박유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아역의 지나친 존재감은 성인역으로의 변신에 때로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니까. 게다가 <보고싶다>는 어린 한정우가 가진 그 그리움과 순수에게 기인하는 아픔이 궁극적인 주제가 되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어른들의 세계의 대결을 그린다. 김성호(전광렬)가 정우에게 자신의 꿈이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했던 말은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한정우의 시간은 14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진구의 아우라를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유천으로 넘어오는 그 과정이 특별한 이물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 건 놀라운 일이다. 박유천은 이제 형사라는 어른의 겉옷을 입은 채 여전히 여진구가 보여줬던 그 어린 한정우의 순수한 아이 같은 그리움과 슬픔을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장르적으로는 형사물이 갖기 마련인 추적과 잠적의 이야기와, 숨겨져 있던 과거 사건의 실체를 풀어내는 추리와 스릴러의 이야기가 겹쳐져 있지만, 그 위에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은 한정우와 이수연의 세월을 뛰어넘는 가슴 절절한 멜로다. 따라서 한정우의 끈질긴 수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따라서 이것은 순수를 잃어버린 세상(사건으로 점철된)을 향한 한 형사의 대결이면서 사랑이 된다.

 

<보고싶다>가 점점 더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이 두 지점이 절묘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정우의 사랑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거기서 아마도 멜로의 차원을 뛰어넘는, 차디찬 세상에 대한 대결의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옛 사랑이면서 어린 순수이면서 따뜻한 정이 넘치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 세상을 꿈꾸고 그것을 방해하는 어른들의 세계와 부딪치며 달려 나가는 인물 한정우. 어린 시절의 강력한 트라우마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순수의 세계를 다시 복원해내는 그 역할을 박유천은 특유의 몰입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여진구가 만들어낸 그 강력한 아우라 속에서도 그 바톤을 이어받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은 박유천이라는 배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이다. 박유천, 이 친구 갈수록 물건이 되어간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414)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203)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3,050,094
  • 981,004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