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왜 첫사랑의 시간을 유예시켰을까

SBS 새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는 주인공의 죽음과 부활로부터 시작한다. 고등학생이었던 성해성(여진구)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12년 후 학교 옥상에서 깨어나는 것. 그러니 이 드라마의 장치는 최근 들어 빈번히 장르물에서 활용되는 바로 그 타임슬립이다. 12년을 뛰어넘어 과거의 그녀 정정원(이연희)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을 다시 만남으로써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사진출처:SBS)'

물론 이 타임슬립이 갖는 장치적인 힘은 크다. 12년 전 죽었던 인물이 다시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 때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자책해온 그의 첫사랑 정정원이 갖게 될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반가움 같은 것들이 극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사랑뿐만 아니라 그토록 친했던 친구들과, 그의 죽음 이후 뿔뿔이 흩어져버린 가족들과의 만남 또한.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건 그러한 특이한 타임슬립 설정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고교시절 성해성과 정정원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그 시골길에 담겨지던 푸르름과, 등하교하며 간간히 휴식을 취하던 넉넉한 품을 가진 나무 밑 평상이 주는 한가로움, 호젓한 강이 보이는 자그마한 마을이 주는 따뜻함 그리고 무엇보다 그 순수했던 시절 불쑥 핫도그를 뺏어먹는 소녀와 부끄러움을 느끼는 소년 사이에 오가는 설렘 같은 것들이 더 시선을 끈다. 

그 풍경은 마치 <너의 이름은>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세계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12년이 흘러 다시 마주친 성해성과 정정원이 둘 사이를 갈라놓는 듯한 기찻길 양편에 서서 기차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그런 장면이나, 타임슬립이 벌어질 때 마치 로켓이 솟구치듯 무언가 하늘을 향해 긴 꼬리를 남기며 날아가는 그런 장면들은 <너의 이름은>에서 모티브를 얻은 느낌을 준다. 물론 그것은 그 첫사랑을 이제 막 느끼는 순수한 시간이 주는 낭만적이고 몽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시 만난 세계>의 타임슬립은 그래서 그 장치적인 극적 효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수했던 시절의 아름다움을 다시 되새기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여겨진다. 12년 후 나이 든 정정원이나 친구들은 저마다 그 세월만큼의 때가 묻어 있고 그래서 과거의 그 시점은 한 때의 추억일 뿐 돌아갈 수 없는 세계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세계 그 모습 그대로를 갖고 12년 후의 세계로 들어온 성해성으로 인해 어떤 변화를 겪지 않을까. 

특히 정정원의 삶에서는 과거 성해성의 죽음에 대한 자책이 묻어난다. 요리사가 꿈이었던 성해성 대신 그녀가 별 재능은 없어 보이는 요리사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다시 돌아온 성해성으로 인해 정정원은 그 자책의 삶을 벗어나 자신의 순수했던 삶의 시간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성해성과 정정원의 다시 시작되는 풋풋한 첫사랑의 과정들은 그래서 그 자체로 순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된다. 

흔히들 첫사랑은 각색된다고 말한다. 실제 벌어진 사건보다 더 미화된 채 기억에 담아진다는 것.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나이 들어가며 본래 갖고 있던 그 순수의 세계를 더 이상 믿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 경험이 얼마나 소소했던 간에(어쩌면 그렇게 소소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첫사랑을 강렬하게 기억하는 건 그 때 실제로 모든 것들이 그토록 예민했을 정도로 순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만난 세계>는 그래서 12년 후로 돌아온 소년이 다시 만나게 된 세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거꾸로 그 세계에서 이제는 나이 들어버린 이들이 12년 전의 순수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다. 각박한 세상에서 살면서 누구나 더 강렬해지는 욕망은 바로 그 때의 그 시간들로 돌아가고픈 것일 게다. <다시 만난 세계>는 그 욕망을 첫사랑을 유예시키는 판타지로 재현해냄으로써 우리에게도 잊고 있던 그 시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준다.

<도깨비>의 로맨틱 코미디, ()도 되돌리는 힘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그 후가 궁금해지고,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그 이후를 원하는 대로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상상은 개연성과는 상관없다고 해도 왠지 믿고 싶어지고 그랬으면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그렇다. 결국 도깨비 김신(공유)은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의 도움(?)으로 자신의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 사태를 이런 비극으로 만든 간신 박중헌(김병철)을 베어버리고는 자신은 신탁대로 무()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결말은 시청자도 또 작가도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9년이라는 시간을 이승과 저승 사이를 헤매는 도깨비 김신의 고행이 이어진다. 그 사이 지은탁은 도깨비와의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성장해 방송사 라디오 PD가 되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슬픔이 문득 문득 눈물로 차오르고, 자신이 과거에 했던 메모들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마음을 건드려 삶이 버티기 힘들어질 때 지은탁은 기도하듯 촛불을 켜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시청자도 원하고 작가도 원하며 또 그 이야기 속 캐릭터들도 원하는 기적이 합의된다. 김신은 9년 간을 떠도는 처절한 고행을 거쳤지만 그가 돌아온 건 그와 지은탁이 과거에 썼던 일종의 갑을계약서 때문이다. 눈 오는 날 부르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계약. 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김신은 자신이 이라며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를 갑의 횡포라고 말한다.

 

비극에서 희극으로. 어찌 보면 웃음이 나오는 심지어 황당하게도 느껴지는 코미디적인 상황 전환이지만 이상하게도 <도깨비>에서는 이런 이야기 전개가 그리 불편함을 준다거나 뜬끔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거기에는 작가와 시청자 사이에 일종의 공모가 들어가 있다.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와 그를 무()로 되돌릴 수 있는 칼을 뽑을 운명으로 나타나 그와 사랑에 빠지는 도깨비 신부의 이야기는 그 상황 설정 자체가 비극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새 이야기 속에 푹 빠져버린 시청자들은 작가가 그 비극을 해피엔딩으로 바꿔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마치 지은탁이 무로 돌아간 김신을 다시 부르는 것처럼.

 

물론 이런 식의 비극에서 희극으로 넘어오는 이야기 전개를 자연스럽게 해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련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도 없이 김은숙 작가는 그 특유의 노련미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상황을 반전시킨다. 그것이 가능해진 건 그녀의 양 손에 없던 것도 나타나게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리는 두 개의 초가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로맨틱이고 다른 하나는 코미디.

 

도깨비 김신을 다시 돌아오게 한 힘은 바로 그가 지은탁과의 애절한 사랑을 다시 이어가길 바라는 로맨틱한 바람이 그 원천이다. 시청자들은 절절하고 아픈 그 사랑이 늘 풋풋하고 웃음이 피어나던 그 달달한 관계로 돌아가길 원한다. 시청자들은 작가가 들고 있는 이 로맨틱이라는 초의 불을 껐고 그 순간 김신과 지은탁의 관계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갑작스런 상황 전환의 어색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또 다른 초인 코미디. ‘의 귀환. 갑자기 나타난 김신의 입에서 툭 던져지는 그 농담 같은 유머는 진지하고 절절한 상황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게 말이 돼?”하고 묻는 진지함에 뭘 그리 심각해?”라고 어깨를 툭툭 쳐주는 듯한 농담.

 

로맨틱과 코미디. <도깨비>는 그래서 바로 이 로맨틱과 코미디가 가진 마법적인 힘들을 제대로 구현해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김은숙 작가를 왜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이라고 부르는 지도 긍정할 수 있는.

<도깨비>,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동시에 껴안고 걸어가는

 

tvN 드라마 <도깨비>는 그 앞에 쓸쓸하고 찬란하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을까.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점에 서서 다시 처음을 돌아보니 도깨비라는 캐릭터는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쓸쓸하지만 또한 찬란하게 스러진다. 그의 가슴에 꽂힌 검이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면서 가슴 한 켠에 꽂고 살아가는 쓸쓸함과 찬란함을 표징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그 검이 뽑히는 날 누구나 쓸쓸하고 찬란하신 죽음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여타의 드라마였다면 죽음은 그 이야기의 끝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도깨비>는 죽음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이미 그들은 여러 차례 죽었었다. 김신(공유)과 김선(유인나)은 이미 왕여(이동욱)의 지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바 있고, 그들은 다시 태어나 새로운 관계로 얽혀진다. 전생의 삶은 그렇게 이생의 삶으로 인연을 이어간다. 이 이야기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도 하다. 김신의 죽음은 도깨비로의 부활로 이어지고 그 부활은 다시 도깨비신부를 만나 무()로 돌아가는 또 다른 죽음의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져버린 도깨비는 그것으로 끝일까. 마치 마지막 회처럼 몰아친 한 회였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도깨비가 캐나다의 한 레스토랑에서 봤던 지은탁(김고은)이 누군가를 부르는 그 장면은 그래서 그 시작을 알리는 복선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다른 남자인 듯 질투를 보이는 도깨비의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어쩌면 그녀가 부르는 그 남자는 다시 시작된 삶을 살게 된 도깨비 자신이 아닐까.

 

<도깨비>가 흥미로운 건 쓸쓸하고 찬란하신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수식어를 달은 것처럼 희극과 비극이 겹쳐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살아나고 도깨비 신부를 만나는 그 과정은 삶의 행복이 묻어나는 희극이지만, 그 행복의 끝은 결국 도깨비의 가슴에 꽂힌 칼을 신부가 뽑아내는 비극이다. 여기에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투영되어 있다. 삶이 찬란할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그 끝인 쓸쓸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죽음이 드라마 속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드라마의 극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깨비>의 시청률이 15.5%(닐슨 코리아)까지 상승할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의 이런 독특한 이야기 구조 덕분이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밝고 경쾌한 이야기에 매료되면서도 거기에 서서히 드리워지는 죽음의 그림자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도깨비의 죽음이라는 극적 상황을 보여주지만 또한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상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여지를 남겨 놓는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 드라마 시청자들은 그 끝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민감하다. 그래서 엔딩을 암시하는 무언가가 등장할 때마다 기대감과 불안감을 드러낸다. 그런데 <도깨비>는 이 둘을 동시에 껴안고 끝을 향해 걸어간다. 도깨비의 죽음은 과연 새드엔딩일까. 그건 다시 벌어질 해피엔딩의 시작은 아닐까. 이 둘 사이에서 줄타기 하듯 걸어가는 <도깨비>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다시 살아 돌아오길 더더욱 간절히 기원하며. 이러니 다음을 기다리는 한 주가 900년 같다는 말이 나올 밖에.

<웃찾사>도 빠질 수 없다, 민심 담은 풍자 개그

 

대통령이 인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제 아무리 친하다고 사적인 감정으로 청와대를 마음대로 출입을 시켜 인마? 그건 절대 안 되는 거여. 그거는.” 아마도 마침 채널을 돌렸는데 이 대사를 듣게 됐다면 SBS <웃찾사>가 현 시국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줄 알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건 내 친구는 대통령이라는 한 코너에서 청와대 구경 좀 하자는 친구 김진곤의 말에 대통령 역할인 최국이 안된다며 던진 대사일 뿐이다.

 

'웃찾사(사진출처:SBS)'

물론 이런 콩트 설정을 통해 이 코너가 풍자하려는 이야기는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에둘러 풍자한 것. 신랄한 풍자는 계속 이어진다. 게이트볼 구장 지으려는데 돈이 모자란다며 사장님들한테 돈 좀 모아서 도와달라는 김진곤의 말에 최국은 또 발끈한다.

 

아주 큰일 날 소리하고 있어 지금. 대통령이 어떻게 대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해가지고 게이트볼 구장을 만들어 이 자식아. 그건 대통령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여 인마. 세상에 그런 대통령이 어딨어?” 최순실이 나서서 대기업들을 상대로 엄청난 자금을 모았던 현 정황이 결국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뉘앙스가 이 대사 속에는 담겨져 있다.

 

게다가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0만 촛불의 이야기가 역시 개그의 소재가 된다. 같이 온 친구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소개하면서 김진곤은 그가 광화문 옆에서 양초를 판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쩍 던져 넣는 수십 만 개가 팔린댜. 이래도 되나 싶게 팔린댜.”라는 대사 속에는 은근한 촛불에 대한 지지가 담겨 있다.

 

피날레는 최국이 자신의 심정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채워진다. 김범수의 지나간다를 개사해 최국은 마치 지금 현재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하듯 노래한다.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상황의 끝을.” 그리고 노래 너무 못부른다는 친구의 한 마디에 빼놓을 수 없는 국민 유행어를 덧붙인다. “음치란다. 이러려고 내가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드네?”

 

살점이라는 코너는 영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하면서 현 시국의 문제를 풍자로 담아냈다. 김구라 흉내를 내는 박종욱의 진행으로 이어진 이 코너에서 황현희는 한국인이 뽑은 100선의 영화를 이야기 하며 시류를 반영해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가씨><말 타는 아가씨>, <미녀는 괴로워><그녀는 괴로워><검사외전><검사 외저래>로 바꿔야 된다는 것. 그저 말장난 개그처럼 보이는 내용들도 시국이 담기자 더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바뀐다.

 

황현희와 함께 나온 김정환은 영화를 소개한다면서 시국을 환기시키는 기묘한 방식의 풍자 개그를 던진다. <킹스스피치>왕인데 연설을 잘 못해 그래서 얘가 연설하는 걸 도와주고 고쳐주는내용이라고 하고, 애니메이션 <라푼젤>공주가 성 안에 갇혀 있어요. 외부랑 단절되어 있어요. 유일하게 왔다 갔다하는 게 마녀예요라고 설명한다. 또 영화 속 명대사라며 <테이큰>에서는 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딸만은 건드리지 마라.”라는 대사를 또 <광해>에서는 뭐라구요? 왕이 두 명이라구요?”라는 대사를 소개한다. 짐짓 본인은 모른 척 하지만 이를 듣는 박종욱과 황현희가 이건 안 된다며 화들짝 놀라는 장면들이 관객들을 빵빵 터트린다.

 

사실 <웃찾사>의 이런 풍자개그는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이를테면 <LTE뉴스>가 그렇고, <뿌리 없는 나무>, <역사 속 그날> 같은 코너들이 그렇다. <내 친구는 대통령> 같은 코너 역시 훨씬 이전에 만들어졌다 내려진 것이지만 이번 시국에 맞춰 부활했다. <LTE뉴스>도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의 시국이 워낙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코너들까지 되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방식은 <개그콘서트> 역시 시도해볼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때 꽤 많았던 현실 공감과 직설적인 시사 풍자 코너들이 부활한다면 그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졌던 <개그콘서트> 역시 어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한번쯤 참고해볼만한 점이 아닐 수 없다

KBS 시스템에 최적화된 <12>만의 강점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서 PD가 가진 위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스타 PD가 나올 정도로 프로그램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그 색깔이 완전히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태호 PD 없는 <무한도전>을 생각할 수 있을까?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12>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명한 PD가 처음 시작했고 나영석 PD가 꽃을 피운 <12>은 두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최재형 PD와 이세희 PD가 했던 시즌2는 시청률도 빠졌고 화제성도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유호진 PD가 새로 진영을 꾸려 시작한 시즌3부터 <12>은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유호진 PD가 일선에서 뒤로 물러나고(그렇다고 아예 빠지는 게 아니라 기획에 참여한다고 한다), 대신 유일용 PD 체제로 바뀌면서 또다시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유호진 PD가 워낙 잘 하고 있던 터라 이런 교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체제를 또 바꿔 새롭게 시작한 <12>을 보면 전혀 위기감을 느끼기 어렵다.

 

방학식 콘셉트로 유일용 PD가 선보인 초등학교에서의 게임은 가벼운 몸 풀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의외로 괜찮은 느낌을 주었다. 단순 게임이라면 조금 식상했을 테지만, 이 게임들에는 일종의 추억 같은 정서적인 면들이 깔려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어른들에게 주는 그 정서란 그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일 게다.

 

그래서 철없는 복장(?)으로 차려 입고 등교(?)한 출연진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서 벌인,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게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정서적인 동감 위에 여학생으로 분장한 험상궂은(?) 스텝들은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주었고, 역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출연진들은 게임에 몰입해 다른 멤버를 혹독하게 물에 빠뜨리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어진 도시락 먹기 게임 역시 그저 게임이 아니라 옛 추억을 환기시켰다.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수업 시간에 도시락 까먹기를 게임화 한 것. 선생님으로 등장한 박영진은 걸릴 때마다 출연진의 귓불을 잡아당기며 마치 <개그콘서트>의 콩트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고, 그럴 때마다 역시 베테랑 개그맨답게 김준호는 엉뚱한 변명으로 우스운 상황극을 연출했다.

 

즉 유일용 PD로 체제가 넘어왔지만 그 정서적인 느낌은 유호진 PD 때와 달라지지 않음으로써 그 연속성이 유지되었다는 점은 PD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별로 주지 않았다. 이것은 어쩌면 KBS의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물론 스타 PD를 키우지 않는다는 이 시스템의 약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인력이 바뀌어도 프로그램은 공고히 굴러가는 시스템의 강점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PD들에게는 자칫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KBS의 많은 PD들이 다른 방송국으로 이동한 데는 이처럼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국이 만일 이런 PD들의 공적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이처럼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12>에서만큼은 이 KBS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한 느낌이다. 김주혁이 빠지고 새로 윤시윤이 들어오는 것에 있어서도 <12>은 큰 충격이 없었다. 이번 유호진 PD가 빠지고 유일용 PD로 바뀌었지만 역시 <12>은 공고하다. 물론 이 시스템의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보완해나간다면 오히려 이건 KBS만의 저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작가의 역량은 어떻게 최대치로 발휘되는가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기억>은 아마도 박찬홍 감독-김지우 작가 콤비의 인생작이 아니었을까. 이토록 시작부터 끝까지 얼개가 갖춰지고 완성도도 높은데다 대중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은 결코 쉽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콤비가 만들어낸 <부활>, <마왕>, <상어> 3부작의 총아가 모두 결집되어 있는 듯한 작품이 <기억>이다. <기억>은 복수극의 틀에서조차 벗어나 사회에 현실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사회극이면서도 동시에 한 가장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는 휴먼드라마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인생작을 작가들이라고 늘 내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억(사진출처:tvN)'

사실 <시그널>이라는 작품이 tvN에서 방영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을 때도 이것이 김은희 작가의 인생작이 아닐까 여겨진 면이 있었다. 장르물의 대가라는 건 이미 지상파에서 그녀가 해온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는 감지된 바 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했던 그녀의 작품들이 좋은 기획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구성에 빈틈이 많이 보이거나 일관된 메시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하나의 완성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시그널>은 마치 억눌렸던 예술혼이 터져버린 듯 거침이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완성도와 통일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장르물이 갖는 재미를 소화하면서도 그 안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이러니 <시그널>을 보며 시청자들이 인생의 작품이라고 얘기했던 것일 게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김은희 작가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물론 인생작이라고 해서 그걸로 작품의 성장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기서부터 어떤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시그널>에 이어 <기억>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갖게 되는 건 그래서 tvN이라는 채널의 무언가가 이들 작가들로 하여금 인생작을 뽑아내게 하는 힘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도대체 이토록 역량 있는 작가들에게 tvN은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자율성이다. 자신이 애초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끝까지 다 밀어 붙일 수 있게 하는 자유. 물론 그렇다고 기획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기획의 방향성이 갖춰지면 역량을 최대치로 뽑아낼 수 있게 하는 자율성은 작가들이 흔들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는 작품을 그려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것은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지상파의 드라마들이 상당히 기획에 휘둘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들어서 중국의 영향으로 많은 드라마들이 사전 제작되고 있지만, 우리네 드라마들은 지금껏 실시간 제작이 그 현실이었다. 그러니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대본이 수정되거나 심지어 새로운 작가가 투입되고 나아가 작가가 교체되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하게 생겨났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경우 메인작가인 이향희 작가를 제외하고 무려 5명의 작가가 교체되었다고 한다. 과거 개연성 없는 전개로 호화캐스팅에도 초라한 성적을 냈던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은 작가가 교체된 후 기획PD가 작가로 참여하는 파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물론 작품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도를 넘어 시청률을 만들기 위한 간섭으로까지 나아가게 되면 작품은 사라지고 상품만 남겨지게 될 것이다. 작가가 애초에 생각했던 작품이 이리저리 휘둘리다 엉뚱하게 끝나버리는 결과가 생기는 것. 이것은 작가에게도 또 시청자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최근 tvN에서 방영된 일련의 드라마들, 이를테면 <시그널>이나 <기억> 같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 작가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 제작 인력이 투입되어 대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연출의 공적이 있지만, 그래도 작품의 근간이 되는 작가 역량이 100% 발휘되는 드라마 제작 환경이 주효한 면이 있다.

 

시청자들도 달라졌다. 그저 시청률이 높다고 시청자들이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 상업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 결과로 돌아오지도 않는다. 시청자들은 좀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언제부턴가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인생작을 내는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지상파 떠나는 PD, 단지 돈 때문이겠나

 

예능 PD들에 이어서 드라마 PD까지? KBS 드라마국 소속인 함영훈, 전창근, 김진원 PD들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심지어 현재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태양의 후예> 이응복 PD까지 KBS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응복 PD의 거취는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지만, 함영훈, 전창근, 김진원 PDJTBC로의 이적을 두고 계약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한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함영훈 CP<태양의 후예>를 프로듀싱 했고, 전창근 PD<부활>, <직장의 신>, <가족끼리 왜 이래> 등을 연출했으며, 김진원 PD<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너를 기억해>, <참 좋은 시절> 등을 연출했다. KBS 드라마들 중 괜찮은 반응을 보였던 드라마들을 연출했던 PD들이다.

 

JTBC는 작년 말부터 드라마 파트를 보강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JTBC드라마는 <밀회> 같은 작품을 내놓으며 성과를 보여 왔지만 지난 한 해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아마도 유능한 드라마 PD들을 영입하게 된 건 JTBC가 보다 탄탄한 시스템을 갖춰 좋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KBS는 지난 종편과 케이블로 예능 PD들이 대거 빠져나간데 이어 제2엑소더스가 아니냐는 얘기가 돌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현재의 예능에서 tvNJTBC가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던 건 KBS에서 이적한 예능 PD들이 두 채널에서 각각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tvN의 이명한 사단(이하 나영석, 신원호, 신효정, 고민구 등)이 있었다면 JTBC의 김시규 사단(김석윤, 이동희, 윤현준 등)이 있었다. 물론 JTBC는 여기에 MBC 출신의 여운혁 사단(성치경, 임정아 등)이 더해져 있지만.

 

이러한 엑소더스가 생겨날 때마다 가장 많은 PD들이 움직이는 곳은 단연 KBS. 물론 최근 중국행 이슈로 인해 MBC의 신정수 PD와 강궁 PD 그리고 문경태 PDMBC를 떠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김영희 사단에 합류했고, SBS에서 <>을 만들었던 남규홍 PD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예능과 드라마 모두를 통틀어 그 유출된 인력의 규모로 보면 단연 KBS가 가장 많다.

 

PD들의 이런 엑소더스를 항간에서는 적지 않은 이적료 때문이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다. 지상파의 방송 제작 시스템이 가진 어떤 한계가 PD들이 이탈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나영석 PD의 경우 지상파가 지금껏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시즌제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그 어떤 것보다 컸다고 한다. 즉 매주 방송을 쉬지 않고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이 PD를 소모품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tvN에서 나영석 PD는 보란 듯이 시즌제 시스템을 운용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드라마의 경우엔 지상파라는 플랫폼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 보다는 기성의 문법들을 반복하게 만든다는 점이 그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tvN이나 JTBC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새로운 시도가 상대적으로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tvN 드라마들이 드라마 문법이라기보다는 영화 문법을 가져와 승승장구하고 있고, 나아가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예능과 접목된 참신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JTBC 드라마들에도 참신한 자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JTBC가 드라마 인력을 새로이 영입하는 건 당장의 단기적인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JTBC드라마 시스템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더 괜찮은 조건을 찾아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로서는 그 이전에 이렇게 이탈하는 PD들의 문제를 단지 그런 조건으로만 봐서는 또 다른 이탈이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지상파의 인력 시스템이 지금의 변화하는 콘텐츠 시대에 여전히 적절한가 하는 점검이다. 시즌제, 사전제작제가 말해주듯이 PD들이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또 그들이 어떤 성과를 냈을 때 확실한 보상시스템 또한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제3, 4의 엑소더스는 막을 수 없다.

<위대한 유산>의 호평,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혹평

 

부활의 김태원은 연주를 끝내고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자폐를 갖고 있는 아들과의 음악을 통한 교감. 밴드와 함께 한 연주는 여전히 서툴렀지만 적어도 김태원에게는 기적 같은 연주로 기억될 것이었다. 자폐를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무려 15년 동안이나 피하다시피 해왔다는 아들이었다. 하지만 짐으로 생각했던 아들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위대한 유산(사진출처:MBC)'

랩퍼 산이 역시 울컥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중단시켰다. 힘겨운 이민 생활에서 오래도록 청소원으로 일해오신 아버지. 너무 힘겨운 삶 때문에 한 때는 엇나가기도 했던 아버지를 미워했다는 산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학교에서 하는 청소 일을 도우며 산이는 아버지가 겪었을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변명을 하기보다 사과의 말을 먼저 전하는 아버지를 보며 산이는 아버지가 타지에서 겪었을 외로움을 공감했다.

 

에이핑크 보미는 365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를 잠시 쉴 수 있게 해드리고 그 일을 대신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님들과의 약속 때문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가게 문을 여는 부모님. 보미 앞에서 그토록 강한 모습만 보여 왔던 엄마가 살짝 눈물을 보였을 때 보미는 결코 쉽지 않으셨을 그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어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유산이 재산 같은 것일까. <위대한 유산>에서 김태원은 아버지와 행복했던 기억을 아들에게 유산으로 주고 싶어 했고, 산이와 보미는 아마도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삶 자체가 커다란 유산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위대한 유산>의 감동은 그것이 억지스럽게 짜낸 것이 아니라 진짜 날것의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는 건 그래서다.

 

반면 노홍철의 복귀작으로 이미 방영 전부터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던 또다른 MBC의 추석 파일럿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왜 호평보다 혹평을 더 듣게 되었을까. 자숙 중이었던 노홍철과 여행작가 태원준,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 모델 겸 배우 송원석, 대학생 이동욱이 함께 1인당 18만원으로 20일간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콘셉트. 사실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진 콘셉트를 거의 대부분 예능으로 차용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혹평이 쏟아진 건 단지 노홍철의 복귀를 둘러싼 이견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잉여라는 제목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출연하는 출연자들이 과연 잉여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그 진정성의 문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진짜가 아닌 잉여라는 콘셉트를 가장한 듯한 출연자들의 면면은 실제로 그들의 힘겨운 유럽 일정조차 공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세상에 자칭 잉여라고 강조하는 진짜 잉여가 있을까. 하지만 서로 자신이 잉여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진짜 그런 처지에 놓인 청춘들에게는 어찌 보면 씁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렇게 잉여라는 타이틀로 자숙 후 첫 복귀 방송을 한 노홍철이 향후 방송에 버젓이 출연하는 모습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결국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그 진정성의 실패로 인해 즐겁게 웃으며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위대한 유산>MBC가 추석을 맞아 내놓은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의 성과가 되었지만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그 진성성의 결여로 인해 혹평받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 두 프로그램의 성패는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성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걸 잘 말해주고 있다



<복면가왕>, 복면을 쓰고도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복면가왕>7대 가왕도 결국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에게 돌아갔다. 항간에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 누가 나와도 클레오파트라의 복면을 벗기기는 어려울 거라는 것. 실제로 이번 무대에서 그가 부른 부활의 사랑할수록은 관객과 연예인 패널들을 모두 감탄하게 만들었다. 잔잔히 시작해 폭풍처럼 몰아치는 클라이맥스의 고음까지 클레오파트라는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노래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클레오파트라의 정체는 이미 99%가 김연우라는 심증이 거의 확증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에는 그가 <복면가왕> 무대에서 부른 노래와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를 비교하는 증거들이 넘쳐난다. 물론 1%의 변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연우라는 생각을 갖고 클레오파트라의 노래를 들어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쯤 되면 복면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복면의 효용가치는 대중들이 이미 그 정체를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존재한다. 얼굴을 드러내고 부르는 모습은 또 다시 가수가 이전에 갖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자, 심증 99%가 김연우라고 해도 노래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가정을 해보자. 만약에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면 그는 왜 <나는 가수다>의 첫 무대에서 초고속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을까. 그는 당시도 지금도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다. <나는 가수다>에서 그의 무대를 보던 임재범은 그가 더 소리를 지를 수 있는데도 내지 않는다며 대단한 가수라고 그 가창력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첫 출연에서 급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유는 역시 그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음까지도 말끔하게 뽑아내는 그 놀라운 가창력은 거꾸로 무감정하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여러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그는 지금 현재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는 조금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호주에서 벌어졌던 탈락가수들의 재도전 무대에서 칼을 갈고 나온 김연우가 1등을 하자 거기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도 했던 것 역시 그에 대한 비뚤어진 편견과 선입견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에서 복면을 쓰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는 지금 클레오파트라가 하고 있는 것처럼 오롯이 가창력만으로 연전연승을 하지 않았을까. 이건 실로 복면의 마법이 아닐 수 없다. 복면 하나 씌워놓았을 뿐이지만,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정일 뿐이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는 건 아직까지 추정에 불과하니 말이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것은 김연우라는 가수에게는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선입견과 편견을 지우기 위해 복면을 썼고, 오로지 가창력만으로 그 편견을 뚫고 본인이 김연우라는 걸 일찌감치 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그는 복면을 벗지 않고도 가창력만으로 자신을 드러낸 유일한 가수가 되지 않을까. 만일 그가 김연우라면 말이다. 아마도.



유호진 PD의 몰카는 왜 특별할까

 

<12> 유호진 PD가 또 멤버들에게 당했다. 1주년을 맞아 미스에이 수지를 데려오라는 미션에 엉뚱하게도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 이수지를 부른 출연자들은 그녀에게 유호진 PD를 전화로 속여달라고 요청했다. ‘황해에서 보이스피싱을 했던 그 경험(?)이라면 충분히 그를 속일 수 있을 거라는 것. 실제로 그녀는 수지의 소속사인 JYP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를 사칭해 유호진 PD에게 항의전화를 했고 거기에 그는 깜박 속아 넘어갔다.

 

'1박2일(사진출처:KBS)'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해 그 날의 미션을 정산하면서 차태현을 통해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게된 유호진 PD는 특유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황당해했다. 출연자들은 유호진 PD가 당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12>은 이명한 PD부터 나영석 PD 그리고 최재형 PD 등을 거치면서 PD들이 출연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여러 번 연출해왔다. 그런데 역시 당하는 PD로서의 백미는 유호진 PD. 이상한 일이지만 그가 당할 때면 오히려 그만의 매력이 묻어난다.

 

사실 유호진 PD라는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도 <12> 시즌1에서 신입PD로 들어온 그가 강호동에게 몰래카메라를 당했던 순간부터였다. 마치 싸움이 벌어진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 강호동과 다른 출연자들 사이에서 유호진 PD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여줘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간 <12> 시즌3PD로서 메가폰을 잡게 되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이 반색한 건 그 때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유호진 PD의 무엇이 그가 당하는 일종의 몰래카메라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몰래카메라를 통해 그에게서 보이는 어떤 빈 구석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PD라는 위치는 무언가를 지시내리는 의 입장에 서기 마련이다. 따라서 출연자에게 더 집중하고 애정을 갖기 마련인 시청자들에게 자칫 잘못하면 그 갑의 지시는 탐탁찮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호진 PD는 다르다. 물론 PD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미션의 결과에 따라 복불복 벌칙을 수행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몰래카메라를 통해 드러나는 모습은 그런 단호함과는 사뭇 다른 인간적인 냄새가 묻어난다. 또한 그가 프로그램을 걱정하고 출연자들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묻어난다. 1주년을 맞아 출연자들끼리 촬영하라고 카메라를 건네주고도 마치 강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그것이 못내 불안해 미행을 붙이는 것에서도 그런 마음은 묻어난다.

 

유호진 PD<12>의 수장으로 앉힌 서수민 PDPD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성이라고 말하며 유호진 PD의 따뜻한 성품을 얘기한 적이 있다. 독하게 PD로서 뭔가를 밀어붙여도 그에게서는 인간미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서수민 PD의 이 말은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얘기해준다.

 

요즘처럼 제작진들까지 드러날 정도의 리얼로 가는 예능 환경에서 PD의 성품이나 성향은 프로그램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콘텐츠에 대한 호감은 바로 그걸 만드는 이의 성품에서 비롯되는 일일 수 있다. 나영석 PD표 예능에 그의 깐족대길 좋아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속내가 드러나듯, 유호진 PD<12>에도 그만의 소시민적이면서도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왠지 모르겠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유호진 PD의 그 성품. 바로 그것이 어쩌면 <12> 새로운 시즌의 1주년을 부활로서 받아들이게 한 진짜 요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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