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탐정’, 귀신은 어떻게 스릴러로 부활했을까

KBS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문제작이다. 너무나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줘 막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전소름을 일으키는 새로움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는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회 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다일(최다니엘) 사망하는 이야기가 담겨진 드라마다. 주인공의 죽음. 그래서 유령이 된 자가 사건을 수사해간다는 이야기. 이만큼 파격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전개는 일종의 트릭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충격적이면서도 당혹스럽다. 1회 첫 장면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질척한 땅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이다일의 모습은 누군가 생매장시키려 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나온 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2회에 가면 그렇게 빠져나온 이다일이 자신이 나온 흙더미 속에 제 손이 삐죽 나와 있는 걸 바라보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그건 살아나온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었고, 그가 이제 유령이 되었다는 걸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실종된 어린 아이들을 추적하던 이다일이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감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일을 저지른 자가 그 집에서 일하던 유치원 교사 찬미(미람)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다일은 결국 찬미가 휘두른 망치에 맞고 쓰러지고 땅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고 찬미 역시 스스로 목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이야기의 겉면은 그래서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자주 보며 공분하기도 하는 ‘악마 같은 어린이집 교사, 원장’ 이야기를 그대로 닮았다. 도대체 저게 사람이냐고 우리가 분노했던 그런 뉴스의 이야기. 

하지만 <오늘의 탐정>은 그것이 단지 이야기의 겉면일 뿐이라고 다시 이야기를 반전시킨다. 결국 찬미를 조종하는 미스터리한 귀신 선우혜(이지아)가 있었다는 것.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도 또 스스로 자살을 한 것도 모두 선우혜의 조종이 배후에 있었다. 이것은 <오늘의 탐정>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다일은 군인이었을 때 군 내부에 있었던 자살 사건이 자살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다일의 모친 역시 집 욕조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지만 알고 보면 그 뒤에도 조종자 선우혜가 있었다. 

드라마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들 스스로 벌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뒤에 그들의 마음은 건드리고 움직이게 만드는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귀신 선우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 방식이 주목된다. 그것은 선우혜가 주는 두려움이 사실은 그들 각자가 갖고 있던 죄의식이나 꾹꾹 눌러둔 분노의 감정 같은 것들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다일의 모친에게 나타난 선우혜는 그가 이다일의 짐이 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살을 선택하게 만들려한다. 물론 모친은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선우혜라는 귀신의 조종이란 어찌 보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저마다의 죄의식이나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 안의 죄의식, 분노 같은 걸 상징하는 선우혜 같은 귀신이 저지르는 범죄(?)를 가정해서 이 드라마가 단 2회 만에 이다일을 죽은 귀신으로 만든 이유가 납득된다. 선우혜 같은 귀신을 막을 존재는 결국 귀신이 된 이다일 같은 존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다일은 그래서 역시 동생을 잃게 된(그 역시 자살했지만 그 뒤에는 선우혜의 조종이 있었다) 정여울(박은빈)과 손을 잡고 선우혜가 벌이는 사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즉 이다일과 선우혜라는 두 명의 귀신이 있는 것이고, 이다일과 소통하는 정여울과 선우혜를 돌보는 남자간호사(전배수)가 있다. 귀신의 존재를 빼고 나면, 정여울이 탐정 한상섭(김원해), 형사 박정대(이재균) 그리고 법의관 길채원(이주영) 같은 인물들과 함께 자살로 위장된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된다. 드라마적 상상력은 이 사건들 이면에 귀신들이 있었다 상정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 자살사건들은 이다일과 선우혜의 대결구도로 그려진다.

<오늘의 탐정>은 결코 대중적인 드라마라 보긴 어렵다. 일단 그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컬트적이기 때문이다. 소름은 돋는데 도대체 저게 무슨 이야기지 하며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워낙 사회에 벌어지는 흉흉한 사건들이 많아서 더 이상은 공포가 되지 못했던 귀신의 존재를 스릴러 장르와 엮어내며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살인사건 이면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게다가 이런 설정은 우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저히 사람이라면 저런 짓은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그런 사건들이 너무 자주 뉴스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이 드라마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분노나 죄책감, 미움, 혐오 같은 것들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귀신이 저지를 법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사진:KBS)

‘골목식당’, 백종원의 분노만큼 화나게 만드는 전시행정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은 대전시 중앙시장에 위치한 청년몰. 그 곳의 음식을 맛본 백종원은 또 분노했다. 유명 햄버거집보다 낫다고 자처하는 햄버거는 패티에서 소고기 냄새가 확 났다. 이유는 냉동된 간 소고기를 받아 패티로 만들어 내놓기 때문이었다. 언제 나온 건지도 모르는 그 소고기로 만든 패티가 신선할 리 없고 그러니 냄새가 안날 턱이 없었다. 게다가 빵도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었다. 냉동실에 넣어뒀던 걸 꺼내 쓴다고 햄버거집 사장은 말했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 

같은 집에서 나온 프라이드치킨은 조금 큰 닭을 쓴데다 튀기는 시간을 잘 못 맞춰 살이 덜 익어 있었다. 닭다리의 힘줄을 꺼내 눌러 보여주는 백종원은 그 색깔이 붉은 색이 나오면 덜 익은 것이라고 했다. 닭다리가 그 정도니 더 두꺼운 가슴살이 제대로 익었을 리 없었다. 안을 열어보니 역시나 덜 익어 있었다.

초밥대통령을 자처하는 경력 17년 초밥집은 그 문제가 더 심각했다. 17년 장사를 해서인지 잘못된 습관이 배어있었다. 알탕을 끓이기 위해 냉동된 알을 녹이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 물에 손을 닦고, 알탕 양념장을 그 때 그 때 맞춰 한다고 했지만 간을 본 숟가락을 다시 넣어 간을 봄으로써 자신의 타액이 그 속에 들어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알탕은 국물을 우려낸 것이 아니라 수돗물을 받아서 끓였고, 초밥을 만들 때 살짝 찍어 쓰는 물은 손가락을 닦는 물로 변질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고춧가루를 뜨는 숟가락은 닦은 지 한 달이나 되어 정체모를 검은 때가 빡빡 닦아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붙어 있었다. 백종원이 ‘초밥대통령’이라는 말 쓰지 말라며 지적한 건 당연해 보이는 처사였다. 

막걸리를 제대로 연구했다는 막걸리집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젊은 입맛에 맞춘다며 맑게 나온 막걸리는, 막걸리 특유의 걸쭉한 맛이 없었고 곁들여진 안주들은 전혀 특색이 없었다. 그냥 수돗물로 막걸리를 직접 담근다는 점주에게 백종원은 물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하면 수질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같은 막걸리에 백종원이 정수기물을 타자 그제야 술 같은 맛이 난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물 하나를 바꿔도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그 막걸리집도 막걸리를 보존하는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 보존 냉장고에 얼음이 붙어 있었던 것. 그걸 ‘얼음막걸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놔두면 얼음이 녹아 막걸리가 점점 밍밍해진다고 백종원은 지적했다. 당연한 지적이고 당연한 분노지만 이번 대전 청년몰의 상황을 보니 거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였다. 그건 애초부터 손님들이 찾기 힘든 곳에 세워진 청년몰이라 기획부터 뒤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음식을 더 철저히 준비해서 손님을 끌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애초 손님들이 찾지 않아서 관리 자체도 어렵게 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이 청년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냉동 소고기를 받아 패티로 만들어 썼을까. 손님들을 속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버리지 않고 놔뒀을까. 초밥집 사장님도 혼자가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조금은 더 신경 써서 주방관리며 음식의 질에 대한 부분을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만일 손님이 많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순환이 되는 정도였다면 굳이 막걸리 보관을 하는데 있어 얼음이 얼 정도로 보관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장사가 잘 안 되는 집들의 ‘변명’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잘 되는 집만 잘 되고 안 되는 집은 계속 안 되는 이유도 들어있다. 결국은 여유가 있어 그만큼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더 오래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집들만이 성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비싼 입지를 가진 음식점이 더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년몰을 활성화한다는 정책은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충분히 공감할만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들이 쓰이지만 그것이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이 사업에서 최우선으로 지정되는 장소는 ‘고용 산업 위기 지역 내에 소재한 전통시장 및 상점가’다. 그러니 청년실업과 지역 활성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취지를 앞세우고 있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애초에 잘 안 되는 곳에 미숙한 청년들이 들어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도 보인다.

대전 청년몰을 보면 그 위치 자체가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적한 중고책 타운을 지나서 한복-원단 시장 옆에 붙어 있으니 청년몰 특유의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백종원은 애초에 이 장소를 보고는 “전국에 청년몰이 있지만 최악의 입지”라며, “정말 생뚱맞은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딱 한 테이블 손님이 찾는 청년몰에서 음식과 주방관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일까. 물론 그만한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한 청년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전시행정의 문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사진:SBS)

‘검법남녀’, 망자의 목소리를 통해 분노하게 된 건

70대 노인이 집에서 잠을 자다 사망했다. 누가 보면 호상이라고도 할 만한 상황. 하지만 자식들의 모습이 어딘가 수상하다.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비용 문제로 병원을 옮기고, 사인은 ‘심근경색’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알고보니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은 보험금 특약사항이어다. 결국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식들이 서둘러 ‘심근경색’을 주장했던 것. 하지만 ‘심근경색’이라고 사인을 쓸 수 없다는 의사가 사인불명을 선언하자 시신은 결국 법에 의거해 부검을 하게 됐다. 

그런데 부검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노인의 발목에 결박흔이 드러난 것. 노인은 넥타이로 발목이 묶인 채 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텅 비어 있는 위는 노인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생활해왔다는 걸 말해줬다. 노인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노인과 함께 살았던 차남이 구속되었고 그가 전자화폐 투자로 모든 돈을 날려버렸다는 사실이 나왔지만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평소 치매를 앓고 있어 묶어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

차남은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그 집에서 발견한 쥐와 고인에게서 동시에 복어독이 발견되면서 횟집을 운영하는 며느리가 용의선상에 올랐다. 며느리는 사업 실패로 시아버지에게 집을 팔아 돈을 융통해달라 했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복어독을 좋은 약이라며 갖다 주었던 것. 하지만 복어독 역시 사인은 아니었다. 치사량이 아니었던 것이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가 다룬 70대 노인의 사망사건은 이 드라마가 우리네 현실을 다루는 독특한 방식이 담겨져 있다. 법의학을 소재로 삼고 있는 이 드라마는 매 회 사체 부검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사체들이 몸에 남긴 흔적으로 전하는 말들이 아프고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사체를 해부하고 있지만 사실을 우리 사회를 해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주판알만 튕기는 자식들. 고인에 대한 애도가 아닌 보험금에 반색하는 자식들. 어떻게든 조의금을 더 받아낼까를 고민하고, 받아낸 조의금을 서로 자기 거라고 가져가려 싸우는 자식들. 만일 그 아버지가 자식들의 이런 모습을 안다면 얼마나 큰 상처일까. 그것은 어쩌면 죽음보다도 더 큰 아픔이 아닐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법의학에서 이 말은 틀렸다. 법의학은 죽은 자의 말을 듣는 학문이다. 그래서 사체 해부라는 어찌 보면 눈으로 보기 힘든 과정들이 실로 엄숙하고 경건하게 다가온다. 치매를 앓고 있었지만 발목이 묶인 채 방 안에서 넋을 놓고 앉아있는 이 아버지가 느꼈을 회한의 목소리를 법의학은 듣는다. 혹여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을 수 있는 망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바로 법의학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검법남녀>는 그래서 긴박한 사건들과 드러나는 증거에 따라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이야기가 그려지지만, 그 밑바탕에 한 사람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만큼의 무게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깔아두고 있다. 남편의 학대에 못 이겨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여인과, 1등만을 외치는 성적 사회에 짓눌려 신음하던 학생, 그리고 방에 감금되다시피 있으면서도 자식들 사진을 옆에 두고 있던 노인이 망자가 되어 그 사연을 전한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돈 계산만 하는 자식들의 이야기에 씁쓸함을 넘어 분노하게 되는 건 그 안에 우리네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다.(사진:MBC)

백종원의 분노, ‘골목식당’ 아닌 ‘먹거리 X파일’ 보는 줄

어쩌다 보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먹거리 X파일>이 되어버렸다. 새로 시작한 뚝섬의 골목식당 네 군데를 찾은 백종원은 음식은 차치하고 음식 관리나 조리에 있어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음식점을 둘러보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족발집에서 파는 점심메뉴 볶음밥은 삼겹살이 제대로 익지 않아 고기에서 냄새가 났고, 족발 육수는 양파망을 사용해 우려내고 있었다. 경양식집 역시 겉치레를 번지르르했지만 요리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걸 지적했지만 주인은 “엊그제 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직접 냉장고에서 고기들을 꺼내놓고 “절대 엊그제 산 고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샐러드식당은 가격 대비 새로움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소스들조차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사서 쓰고 있었다. 역시 제대로 보관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어에서는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장어집은 문제가 아닌 게 없을 정도였다. 8천원에 한 마리라고 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여겼지만 알고 보니 그 장어는 수입산 바닷장어였고 그래서 가시가 세서 먹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또 수입산 바닷장어로 따지면 한 마리에 8천원은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다른 곳은 같은 장어 두 마리에 1만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준다는 미역국은 고기가 잔뜩 들어있었지만 맛이 없었다. 알고 보니 실제 미역국에는 고기가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 시식을 한다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 했다. 또 생선이나 장어를 주문을 받아 그 때 그 때 조리를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초벌한 걸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전자렌지에 돌려서 내놓는다는 걸 알게 된 백종원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며 “가게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실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줬던 건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에 걸맞는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음식을 잘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후미진 ‘골목’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게 되는 그런 곳에, 백종원이 경험으로 얻은 음식점의 노하우를 전수해 그 골목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뚝섬편에서 ‘골목’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들어가 버렸다. 그것보다는 기본 자체가 되지 않은 음식점들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가 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백종원이 분노하며 말하는 기본은 식재료 관리 같은 ‘위생’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똑같이 공분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적인 전국 식당의 위생 점검과 불시 점검 시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건 그래서다. 자신들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방송만 타면 잘 될 거라 믿는 것일까.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굳이 이렇게 기본기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소재로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심지어 위생 점검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먹거리 X파일> 같은 프로그램의 고발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그 뚝섬 소재의 음식점들이 사연을 보내 이뤄진 방송이지만.

음식점들의 기본을 점검하며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의미는 충분히 있을 게다. 하지만 자칫 우려되는 건 본래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려던 바와는 사뭇 다르게 고발에 가까운 자극을 의도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이런 기본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방송을 담보로 굳이 도와줘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사진:SBS)

'라이브', 배종옥의 한숨에 깊이 공감하는 까닭

술만 마시면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하지만 정작 그의 아내는 남편의 폭력을 부인한다. 당장 아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폭력 때문에 고등학생인 아이들은 집으로 들어가는 걸 두려워한다. 그들에게 집은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가 아니다. 도망치고픈 지옥일 뿐이다. 이제 신입경찰 한정오(정유미)는 어떻게든 설득해 그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이라도 지켜주고 싶지만,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부인하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가 최근 보여주는 사건들은 사실 너무 끔찍해 계속 들여다보기가 힘들 정도다. 피해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들은 피해사실을 숨긴다. 피해사실을 꺼내놓아도 당장 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그 집에 들어가기를 꺼리는 이 아이들은 산에 갔다가 연쇄 강간범에게 강간까지 당한다. 언니는 돌에 맞아 쓰러지고 동생은 묶인 채 성폭행을 당한 것.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도 피해사실을 부인한다. 집에서도 그러했듯이 피해사실을 말하고 신고해도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걸 연거푸 경험하고는 이내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다. 

한정오는 그 강간사건이 남 일이 아니다. 자신도 과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괴한들에게 성 폭행을 당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그 피해사실을 숨겼다. 그저 기억을 지워내려 몸을 씻고 또 씻었을 뿐이다. 강간사건을 겪은 자매들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는 동생의 몸을 씻어주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피해사실이 사라지거나, 기억이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한참 세월이 지났어도 한정오는 여전히 그 날의 그 기억을 하나도 지워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실종된 줄 알았던 아이는 친구 집에 숨어 있었다. 알고 보니 양아버지가 아이의 몸을 만졌다는 것. 그게 싫었던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아이의 친구는 자기 집에 그를 숨겨주었다. 결국 양아버지는 붙잡혀 수사를 받게 됐지만 그는 과거에도 성추행 사건에 연루가 되었지만 폭행 흔적이 없다며 집행유예로 풀려났었다. 강남일(이시언)의 말대로 “만진 것 자체가 폭행”이지만 처벌은 받지 않게 되었던 것.

가해자는 버젓이 살아가고 피해자는 힘겨워하는 현실은 경찰들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이제 정년퇴직을 한 달여 남긴 이삼보(이얼)는 지역 유지의 아들이 촉법소년들을 사주해 벌인 폭력에 깊은 상처를 얻었다. 그건 몸에 난 상처보다 경찰 말년에 갖게 된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 결국 지구대가 전부 나서서 폭력을 저지른 촉법소년들과 유지의 아들까지 잡았지만, 그 아버지는 자신이 누군지 아냐며 오히려 으름장을 놓았다. 

어린 아이들이니 선처해달라는 가해자 쪽의 변호사의 회유에 이삼보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은 끝까지 간다는 것. 그래서 가해자가 그 죄에 대한 대가를 받게 할 거라고 했다. 그러자 그 지역 유지는 자신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맞섰다. 그런데 이삼보는 오히려 그 유지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아이가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경찰인 자신들도 그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면서, 그러니 세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것에 아이가 분노했을 거라고. 적어도 아버지만큼은 아들의 그 손을 잡아주라는 것이었다.

이삼보는 그렇게 그 아이의 입장을 이해했지만, 그러면서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사적인 감정 때문에, 복수심으로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진짜 따뜻한 이삼보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 사건의 끝은 어떻게 될까. 가해자는 처벌을 받게 될까. 피해자의 상처는 제대로 아물 수 있을까. 어찌 된 일인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어버린 분통터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단지 이건 감정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도대체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또 다시 생겨날 피해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숨기게 되자, 오히려 강간범에 의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안장미(배종옥)의 한숨이 더 깊은 공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tvN)

‘라이브’, 이제 홍일지구대 사람들이 달리 보인다

“열라 목숨 걸고 처맞고 일해도 결국에는 그런 놈들 한두 명 때문에 우리 경찰들 다 싸잡아서 비리경찰, 짭새, 양아치 경찰 소리하는 거 한두 번 들어?”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서 은경모(장현성)는 오양촌(배성우)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부사수였던 이주영(장혁진)이 도박단과 성매매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눈이 돌아버려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던 오양촌을 나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양촌의 분노는 공감할만한 일이었다. 그래도 한때 함께 일 해왔던 부사수였기에 배신감이 더 컸던 것이다. 게다가 이주영은 오양촌의 사수가 사고로 죽었을 때 오양촌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증거물이었던 블랙박스를 감사실에 넘기지 않았던 전적이 있다. 결국 오양촌은 이주영을 챙기기 위해 지구대로 강등되는 걸 감수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 배신감이 얼마나 더 컸겠는가.

<라이브>에서 오양촌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 같은 존재다. 그는 사수를 잃었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고, 아내 안장미(배종옥)의 요구에 의해 결국 이혼까지 했다. 젊은 시절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이순재)는 이제 힘이 다 빠져 마치 사죄하듯 엄마의 병실을 다니는 것이 일과가 됐다. 결국 아버지는 눈물을 머금고 엄마의 연명치료를 끊어버리려고까지 한다. 그것이 자신들 마음 편하려고 하는 짓일 뿐이라고 한탄하며.

알 수 없는 분노가 가득하고, 모든 일들이 꼬여버린 듯한 상황이 바로 오양촌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은경모는 그에게 아픈 이야기를 쏘아댄다. “네가 경찰 레전드라고? 야, 웃기지 마. 넌 아무 것도 아냐. 내가, 동료가 의지할 수 있는 놈도 아니고 안장미가 남편으로서 의지할 수 있는 놈도 아니고, 너는 그냥 동료, 여편네 걱정이나 시키는 성질 더러운 덩치 큰 애새끼야. 알아?”

그래서 화가 가득한 이 인물에게 어떤 불편함을 느끼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들여다볼수록 이 인물이 가진 아픔이나 분노에까지 공감하게 된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뒤틀어져버린 세상의 많은 이들이 어쩌면 ‘분노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든 경찰 이삼보(이얼)가 앙심을 품은 고등학생의 사주에 의해 촉법소년들이 벌인 폭력에 가차 없이 당하는 장면은 단적이다. 

이제 나이 들어 대적할 힘이 없어 두들겨 맞은 일을 이삼보는 애써 숨기려 한다. 이제 시보로 부사수가 된 송혜리(이주영)에게조차 그는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늙은 사수’ 때문에 사건다운 사건을 맡지 못한다는 송혜리의 푸념에 발끈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과거처럼 혈기 넘치는 젊은 경찰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핸드폰에는 송혜리를 ‘내 마지막 시보’라고 적어놓는 그 마음이 저릿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라이브>가 보여주는 경찰의 모습은 우리가 늘 봐왔던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삼보처럼 나이 들어 두들겨 맞는 경찰의 모습이 그렇고, 오양촌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강등되는 경찰의 모습이 그러하며, 안장미처럼 경찰생활이 가진 특징 때문에 가정적이지 못한 남편을 이해하면서도 같이 살아가는 경찰이 그렇다. 하는 일들도 엄청난 강력 사건만이 아니라 밤이면 주폭들에 의해 벌어지는 시비를 말리느라 온 몸에 멍이 드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어딘지 거칠고 현실에 적응을 못하며 날뛰는 듯 보이는 오양촌의 분노와 상처가 불편하면서도 점점 공감하게 된다. 물론 은경모가 말하는 것처럼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게 진정한 레전드 경찰의 모습이겠지만,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에서 어떤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진다. 바로 이 지점이 <라이브>가 그리려는 있는 그대로의 경찰의 모습이 아닐까. 늘 상 아픈 사건들을 들여다봐야 하는 그 직업적 특성상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아픔과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이들이라는 것.(사진:tvN)

'아르곤', 김주혁의 소신과 열정은 어째서 무시될까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을 보다 보면 알 수 없는 답답함과 분노감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아르곤’이라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처한 상황과, 그 안에서 그 누구보다 소신을 지키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들이 어쩐지 제대로 평가받기보다는 오히려 핍박받는 위치에 서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아르곤(사진출처:tvN)'

HBC에서 보도의 중심은 메인 프로그램인 ‘뉴스9’이다. ‘아르곤’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서 특종을 해왔지만(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잦은 소송과 사과방송까지 하게 되었고 결국은 자정 시간대로 밀려난다. ‘아르곤’이 이렇게 된 것은 그 프로그램이 의미와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소신을 지키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성역 없는 취재를 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김백진(김주혁) 앵커. 그는 재난보도에서 ‘뉴스9’이 정치적 목적으로 섣부르게 현장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보도한 것을 백업 보도하지 않는다. 대신 그 보도가 편향되었다는 걸 알고는 이를 바로 반박 보도함으로써 방송사의 경연진들에 눈총을 산다. 팩트에 근거한 진실보도보다 방송사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그들의 판단 때문이다. 

그는 말기암 판정을 받아 ‘뉴스9’을 물러나게 된 최근화(이경영) 앵커의 자리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그의 라이벌로 사사건건 그의 발목을 잡는 유명호(이승준) 보도국장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지만 유명호가 벌써 국장 자리에 오르게 된 건 진실보도에 대한 소신을 지키기보다는 정략적인 보도를 통해 오로지 출세의 길로만 달려온 덕분이다. 

유명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과거 ‘아르곤’이 했던 종교계 비리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건을 다시 끄집어온다. 그 종교단체가 갑자기 김백진을 지목해 소송을 벌인 것. 알고 보면 그것도 유명호가 뒤에서 꾸며낸 계략이었다. 소신 보도의 길을 걷다보니 많아진 소송 건들을 건드려 ‘뉴스9’ 메인 앵커 투표에서 그의 표를 깎아내려 했던 것. 결국 소신을 지키려 하는 이가 출세를 향해 달리는 이들에 의해 핍박받는 현실을 우리는 <아르곤>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소신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김백진 같은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리더와 함께 뛰고 또 뛰는 ‘아르곤’의 기자와 작가들은 그의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 똑같이 핍박받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래서 마침 회사를 나가려 결심한 육혜리 작가(박희본)는 김백진 앵커의 소송을 취하하게 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려 한다. 물론 이 사실을 안 김백진 앵커가 그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걸 분명히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연화(천우희) 같은 시용기자라는 특수한 계약직이 만들어진 것도 결국은 저런 출세만을 위해 달리는 유명호 같은 인물들 때문이다. 유명호는 자신을 지지하는데 사인을 하지 않은 이연화에게 계약직이라는 위치를 상기시키며 은근히 협박을 한다. 그것이 그들이 시용기자라는 특수한 계약직을 만들어 이용하는 방식이다. 

<아르곤>은 사실 드러내 놓고 지금 현재 공영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의 문제를 끄집어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르곤>이 그리고 있는 그 대결구도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공영방송 언론이 처한 상황을 가늠해낼 수 있다. 사실 소신을 지키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기자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소금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잘 되는 현실이 아니다. 오히려 사익을 추구하는 이들이 더 잘 되는 현실. <아르곤>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분노의 원천은 이렇게 우리네 현실과 맞닿아 있다.

'추격자'도 그랬는데 왜 '브이아이피'만 문제 삼느냐고?

영화 <브이아이피>는 북한에서 내려온 고위급 자제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져왔다. 누아르 장르를 표방하는 만큼 피가 튀는 총격전이나 칼부림은 심지어 미학적 액션으로까지 담아진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이었던 <신세계>가 그러하듯이 이 작품이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이러한 폭력이 난무하는 누아르를 통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북한의 외교적 관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사진출처:영화 <브이아이피>

연쇄살인범을 잡았지만 북한의 고위 정보를 가진 그에게서 그 정보를 빼내기 위해 그를 보호하는 미국 측에 의해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 누가 권력을 쥐느냐에 따라 연쇄살인범이 버젓이 일가족을 처참하게 유희를 위해 살해해도 아무런 처벌을 하지 못하는 북한의 비뚤어진 권력 체계. 그 안에서 피해를 보는 건 북한이든 남한이든 평범한 서민들인 상황. 이건 마치 사드 배치와 미사일 위협의 갈등 사이에서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가는 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정세를 압축해 보여주는 듯한 흥미로움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누아르에 덧댄 현실적 정경들 같은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브이아이피>는 비뚤어진 여성에 대한 의식을 담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연쇄살인범이 저지르는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여성 살해 장면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데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그저 살인이 아니라 유희에 가깝기 때문에 특히 관객들은 왜 저런 장면이 저렇게 적나라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중이다.

사실 폭력적인 장면이 수반되기 마련인 누아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소재로 다뤄진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추격자>도 그랬고, <살인의 추억>도 그랬다. 그러니 그 장면만으로 섣불리 이 영화가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의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왜 그런 장면이 굳이 들어가야 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과연 <브이아이피>는 적절한 답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추격자>나 <살인의 추억>의 경우 이 여성 피해자들이 더 이상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형사들의 간절함 같은 것들이 등장한다. 즉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과 동정 그리고 그런 일들을 벌이는 살인자에 대한 공적인 분노 같은 것들을 영화가 그 정서적 기저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이아이피>는 이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형사나 국정원 요원도 또 북한에서부터 내려온 보안요원도 분노하는 건 이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것 때문이 아니다. 대신 동료가 죽음을 당한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사적 분노가 더 크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야기의 동력이 브이아이피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굳이 그토록 잔인한 여성 피해자에 대한 묘사가 왜 필요했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영화가 중반 이상을 지나고 나면 여성 피해자에 대한 감정보다는 저들끼리의 대립에 의한 감정이 더 전면에 등장한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가서 연쇄살인범이 최후를 맞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남는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 그 불편함은 처절하게 당한 피해자가 있지만 그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이 피해자를 소외시키고 대신 저들끼리의 액션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데 머무른다.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나아가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관점이 투영되었다고 느끼는 건 바로 이 소외된 피해자라는 지점 때문이다.

‘알쓸신잡’, 유시민이 분노한 시대착오적 낙화암 소개 

“지금 여러분이 이용하고 있는 이 강은 백마강으로 낙화암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의자왕 20년에 백제가 당나라로 하여금 멸망할 때 적군의 노리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여 이렇게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치마폭에 얼굴을 감싸고 백마강에 몸을 던져 정절을 지켰다는 이야기처럼 우리 민족사의 여인들은 백의민족이며 정절을 중요시하는 순박한 여인들로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tvN <알쓸신잡>이 떠난 여행에서 낙화암을 둘러보는 유람선에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의 내용에 유시민은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이야기 자체가 무려 1500년 간이나 ‘가짜 뉴스’로 내려오며 진짜 역사적 사실인 양 굳어져 가고 있던 사안이 아닌가. 역사란 팩트 그 자체가 아니라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인정하는 일이다. 이렇게 달라진 역사관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낙화암을 둘러싼 의자왕의 이야기가 여전히 승자들의 윤색에 의해 지금까지도 그대로 믿어지고 있다는 건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유시민은 사실 ‘백마강’이라는 이름 자체도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며 ‘조룡대’ 이야기를 꺼냈다. 용을 낚았다는 뜻을 가진 조룡대 이야기는 사실상 당시 당나라 장수였던 소정방의 관점으로 기술된 신격화된 무용담으로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는 것. 무왕이 용이 되어 지킨다는 그 강에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해서 그 용을 낚았다 해서 조룡대란다. 그래서 그 강의 이름도 백마강이라는 것. 어떻게 이런 식의 신격화된 해석들이 지금까지도 안내판에 버젓이 담겨 그 곳을 찾는 이들이 읽게 내버려두고 있게 된 것일까. 

소설가 김영하는 기분 나쁜 일이지만 점령군 장군에 대한 숭배는 늘 있어왔던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맥아더 장군을 신으로 숭배하는 일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 정재승은 그래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로 농담을 섞어 아픈 현실을 꼬집었다. 과거에 역사로 기술되었다고 해도 현재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그것이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덧붙였다. 

그런데 저 낙화암에 대한 유람선에서의 안내방송에 담긴 건 단지 역사적 사실의 왜곡 문제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등장하는 ‘정절’ 이야기와 ‘백의민족’ 게다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리 남자들은 퍽이나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소개는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여성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나 먹힐 이야기가 지금도 버젓이 안내방송에 나오고 있다니...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네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조금만 생각하면 거기 담긴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지만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조차 되지 않고 지나치는 것.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내버려두니까 있는 대로 그냥 흘러가는 거야. 누가 문제제기를 해야 바뀌어지지.”

<알쓸신잡>은 이런 사안들을 이미 저 강릉의 오죽헌에서도 발견한 바 있다. 신사임당의 이야기는 거의 없고 율곡의 이야기로만 가득 채워진 안내판. 조금 있는 신사임당 이야기도 그저 율곡의 어머니로서만 기록된 글들. 세상은 이미 바뀌었는데 그 세상 안에 들어차 있는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은 여전하다. 그 일상에 가득한 문제들을 계속 끄집어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은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나가야 할 중차대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인문학을 그저 고전을 읽고 이해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인문학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고전들이 현재에 어떻게 적용되고, 그래서 현재의 문제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까지 적용될 때 비로소 그 인문학은 효용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 <알쓸신잡>이 그 많은 인문학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의 문제들을 직접 발로 경험하며 끄집어내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 그래야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

‘품위녀’ 김선아, 통쾌한데 불편한 이유는 뭘까

저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강남의 부호들로서 뭐든 사고 싶은 건 사고 하고 싶은 건 하는 그들이다. 그들이 사는 집 자체가 서민들에게는 현실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문을 통과해 들어가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되는 대저택에, 도대체 방이 몇 개인지도 알 수 없는 집안. 게다가 그 집에서 주인들을 위해 일하는 아주머니들.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가 보여주는 강남의 부호들이 사는 모양은 보통의 서민들에게는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게다가 이 걱정 하나 없이 살아갈 것 같은 이들이 하는 짓들을 보면 가관이다. 불륜은 마치 공기처럼 퍼져 있고, 심지어 공공연히 아내에게 내놓고 내연녀 이야기를 하는 남편도 있다. 아는 언니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고 자신의 레지던스에서 상습적으로 불륜을 저지르고, 딸의 미술선생과도 바람이 난다. 마치 일반적인 삶은 이제 지겹다는 듯 탈선은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니 이 세계 속으로 들어간 박복자(김선아) 같은 흙수저의 서민이 가진 알 수 없는 분노와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욕망을 채우려는 그 모습들에 시청자들은 양가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편으로는 저 위화감을 주는 세계를 파괴해가는 박복자의 행각에 통쾌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녀가 저지르고 있는 그 범죄가 주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건 그나마 이 세계에서 어떤 자신만의 룰을 지키고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아진(김희선)이라는 인물 때문이다. 모두가 불륜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욕망을 분출하며 살아갈 때 그녀는 그 선을 넘지 않는다. 모두가 집안일을 해주는 아주머니들을 하녀처럼 부릴 때 그녀는 그 분들의 자녀의 생일선물을 챙겨준다. 물론 그것 역시 그녀가 가진 허영일 수 있다. 자신은 충분히 가졌지만 또한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박복자에 의해 우아진의 세계가 깨져버리는 이 구도는 아마도 <품위 있는 그녀>가 의도하고 있는 자본화된 사회의 부박함을 잘 드러낸다. 이름처럼 박복한 여자의 도발로 인해 그 우아한 세계가 깨져갈 수 있는 건 이 모든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안태동 회장(김용건)이기 때문이다. 우아진은 박복자에게 멈추라고 했고, 급기야 “나가야 한다”고 명했지만 어느새 안태동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복자는 그 이야기를 듣지 않는 존재가 된다.

돈줄이 모든 권력의 중심이 되고 그 중심을 쥐는 것으로 이 시스템의 권력을 쥐게 되는 박복자는 그래서 이제 우아진을 비롯한 그 집안을 장악하는 새로운 실세로 등장한다.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고 지극히 비정상적인 사건이지만 그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이 공고한 시스템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드라마는 말해준다. 박복자에게 느끼는 동정과 분노는 이 시스템의 을로서 갖게 되는 이중적인 감정이다.

이로서 드디어 만들어진 우아진과 박복자의 대결구도는 그래서 흥미진진해진다. 시청자들은 때론 박복자의 도발 앞에 우아진이 그녀의 욕망을 멈추게 해주길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우아진의 그 위화감을 주는 세계가 박복자에 의해 깨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미 드라마 초반에 등장한 바 있다. 박복자의 죽음. 그것은 욕망의 끝을 말해주면서 동시에 파괴된 우아진의 세계를 말해주는 일이다. 그것은 한 개인의 비극이지만 또한 우리 사회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는 이 대결구도가 가진 흥미진진함과 그 안에서 인물들이 일으키는 동정과 분노의 양가감정의 힘에 의해 팽팽하게 흘러간다. 그러면서 그 대결구도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축소판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낸다. <품위 있는 그녀>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가져가는 독특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566)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35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3,127,176
  • 212689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