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없는 동안, ‘불후’와 ‘3대천왕’은 뭐하나

토요일 저녁을 채워주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정상화’를 선언하며 재정비에 들어간 지 3주가 지났다. 그 자리를 <사십춘기>가 채웠다. 생각만큼 높은 시청률은 아니어도 권상우와 정준하의 블라디보스토크 가출여행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마흔을 넘긴 중년의 나이에 낯선 블라디보스토크의 여행은 말 그대로 개고생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빛났고, 그들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 따뜻했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 계속 부딪치기 일쑤였지만 그것이 예능적인 재미를 주었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그러니 단 3회를 하며 이 정도의 화제와 호평을 끌어낸 <사십춘기>는 괜찮은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권상우와 정준하 본인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여행이 되었고, 그 여행은 중년 혹은 중년을 맞을 시청자들도 공감할만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적으로 봐도 흥미로운 중년 커플(?)을 잘만 캐스팅하면 충분히 주중에 포진할만한 기획이 아닐까 싶다. 

반면 <무한도전>이 없는 시점에 경쟁 프로그램인 KBS <불후의 명곡2>나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은 어떤 면에서는 기회였다고도 볼 수 있다. 늘 <무한도전>의 화제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무한도전>의 공백기에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 모두 이렇다 할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에서 보면 <불후의 명곡2>가 11.7%(닐슨 코리아)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선두로 나섰지만 다시 10.9%로 떨어지며 소소해지고 있다. <무한도전>과 경쟁할 때 나왔던 시청률이 9% 후반대였던 걸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오히려 6.9%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6%까지 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불후의 명곡2>가 올랐을 때는 떨어지고 떨어졌을 때는 오르는 시청률 곡선을 그렸다. 

이 시청률표가 말해주는 건 <무한도전>이 없는 빈자리에서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늘 보던 고정적인 시청층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 

즉 <무한도전>의 빈자리에 편성된 <사십춘기>가 6%대 시청률에 머물렀다는 걸 떠올려보면 빠져나간 시청층은 아예 이 시간대에 TV 앞을 떠났다고 예측해볼 수 있다. 그 시간에 <무한도전>을 빼고는 무언가 강력한 콘텐츠 파워나 유인이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불후의 명곡2>나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동시간대의 프로그램이 가진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굉장히 새롭다거나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저 틀어놓고 보기에는 적당할 정도의 그런 프로그램. 그래서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보기는 하지만 별 화제는 없는 프로그램. 관성적인 시청.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TV 시청패턴은 과거의 본방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 선택적 시청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스마트한 미디어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그저 틀어놓는’ 정도의 프로그램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프로그램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현재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틀어놓는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시청자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져간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이 없어 ‘볼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주말에 <무한도전>이 없으니 비로소 보인다. 지상파 주말 예능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도전을 하지 않는지.

주말예능,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KBS가 챙긴다?

 

역시 플랫폼으로서의 KBS의 힘이 작용한 걸까. KBS <해피선데이>(12.9%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이 MBC <일밤>(10.1%)을 압도했다. 한동안 <아빠 어디가><진짜사나이>로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MBC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다 <12>이 새 진용을 짜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제자리를 잡게 된 KBS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직 그 승패가 확실히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KBS <해피선데이>의 약진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을까.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MBC로서는 <나는 가수다>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빠질 법하다.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낸 <나는 가수다>는 결국 무수한 논란으로 내려졌지만 이 비슷한 형식을 가져와 KBS적으로 버무려 만들어낸 <불후의 명곡2>는 호랑이 없는 산중의 왕좌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아빠 어디가>와 유사한 육아 예능을 가져와 같은 시간대에 맞불을 놓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상승세가 심상찮게 여겨진다.

 

<아빠 어디가>가 최저가 배낭여행과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장윤정-도경완 카드에 이어 송일국과 세 쌍둥이를 연거푸 내놓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해외여행을 하는 <아빠 어디가>가 일상을 떠나 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철저히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일상 밀착형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더 주목을 끌고 있는 것.

 

항간에는 KBS가 지금껏 보인 이런 포맷 따라 하기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KBS 같은 공영방송에서 새로운 형식을 창출해내지는 못할망정 타 방송사의 잘 나가는 형식을 가져와 KBS적인 변용을 통해 승부를 내는 건 도의적으로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KBS의 이 전략은 의외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해도 KBS라는 공영방송의 플랫폼이 훨씬 시청률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전부 KBS라는 방송 플랫폼 프리미엄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새롭게 등장한 장윤정-도경완 커플의 이야기는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까지 보여주는 과감함은 물론이고 생명과 부모가 보여주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선사했다. 또한 철인의 이미지를 가진 송일국이 세 쌍둥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 역시 새로운 재미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계속 해서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찾아내고 있다는 건 어딘지 정체된 느낌의 <아빠 어디가>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와 짝을 이룬 <진짜 사나이>가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고 대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짝인 <12>이 승승장구 하는 것도 MBC 주말 예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MBC는 그래도 주말 예능의 경쟁에 들어 있다가 지금은 아예 배제되어버린 SBS <일요일이 좋다>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순식간이다. 주말 예능 경쟁은 어찌 어찌 하다보면 승기를 놓치게 된다. <나는 가수다>가 그랬듯이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KBS가 가져가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인가. MBC는 지금 한때의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 저물자 스타 MC들은

 

<무한도전>은 카 레이싱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최종목표는 다카르랠리. 그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송도에서 벌어지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 참가한다는 것. 그간 한동안 뜸했었던 장기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도한다는 얘기에 벌써부터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런데 왜 하필 카 레이싱이었을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과거 <무한도전>F1 레이싱에 도전했다 결국 포기했던 일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당시 이를 포기하게 됐던 것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최소 6개월 간 일주일에 3-4일씩 운전연습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연습과정은 별로 재미가 없어 방송분량은 2회 정도밖에 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아이템이 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당시 유재석은 열심히 경주를 하다 막판에 차가 뒤집어지고 몇 바퀴 구르는 상황까지도 상상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결국 김태호 PD가 포기한 것은 출연자들의 안전과 현실적이지 못한 방송 분량 때문이었다. 다시 카 레이싱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퍼뜩 든 생각이 바로 F1 특집이었다. 물론 F1과 이번 카 레이싱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도전 자체가 굉장한 강도의 아이템이라는 사실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는 <무한도전>이 최근 시청률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KBS <불후의 명곡2>SBS <스타킹>에 가끔씩 시청률이 역전되는 상황은 제 아무리 시청률 따윈 상관없다고 외치는 <무한도전>이라도 의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최근 <런닝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느낌을 주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관찰 카메라를 내세운 일반인 참여형 리얼리티쇼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스타 MC들이 주축이 되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가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한때 이 리얼 버라이어티 체재의 쌍두마차였던 유재석과 강호동이 위기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 유재석이 기획사의 매니지먼트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유재석과 강호동이 각각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그 밑바탕을 들여다보면 이 새로운 예능 환경에서 이들이 어떻게 적응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 있다.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나 강호동의 <별바라기> 모두 특징적인 것은 거기에 일반인들의 자리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예능 참여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소통이 방송에도 적용되면서 일반인들의 의견을 참여시키는 것은 이제 예능의 기본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관찰 카메라가 보여주는 일반인 참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저 옵저버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카메라 안으로 들어와 연예인 출연자들과 나란히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결국 유재석과 강호동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은 이렇게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에서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들이 일반인 출연자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타 MC 몇몇이 전반에서 이끌어나가던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와 일반인들이 함께 참여해 관찰카메라가 만들어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체제는 확연히 다른 환경을 제공한다. 과연 유재석과 강호동은 이 달라진 환경을 적응해낼 수 있을까. 새로운 시험대가 이들 앞에 펼쳐지고 있다.

<꽃할배> 뜬다고 <꽃할매>도 될까

 

공영방송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KBS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인 <마마도>는 누가 봐도 그 기획이 <꽃보다 할배>에 기댄 것이 명백하다. 이미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나영석 PD에게 팬들이 그 할매 버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나영석 PD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전국노래자랑(사진출처:CJ E&M)'

이런 시점에 KBS가 중견 여성 연예인들의 여행기를 예능으로 담겠다고 선언하는 건 너무 치졸한 일이다. 물론 <꽃보다 할배>와는 다르게 하겠다고 하지만 나영석 PD 역시 할배를 할매로 바꾼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선택했을 게다. 그러니 이런 선언과 변명은 나영석 PD로서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상파가 케이블을 흉내 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슈퍼스타K>가 대성공을 하자 MBC에서 <위대한 탄생>을 비슷하게 시도했지만 결국 몇 회의 난항을 거듭하다 폐지하고 말았다. 이것은 케이블과 지상파 사이에 놓여진 시청자들의 성향과 취향에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지상파가 얼마나 거기에 맞게 프로그램을 최적화시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그게 가능해진다면 타 방송사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가져다 약간의 아이디어만 바꾸는 것으로 꽤 성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KBS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꽤 많이 성공시켰다. <1박2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무한도전>의 한 아이템이었던 것을 가져와 여행 버라이어티로 특화시켜 대박을 냈다. 물론 이 경우는 창조적인 해석과 심도 있는 접근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 그건 누가 봐도 <나는 가수다>의 아류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나는 가수다>가 전면에서 리스크를 모두 껴안으며 했던 시행착오들을 <불후의 명곡2>는 상대적으로 피해가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버텨내는 힘이 KBS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인 지는 모르겠으나 PD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는 <화성인> 같은 조금은 취향이 특이한 이들을 조명하는 케이블의 자극적인 방송을 KBS 버전화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토크쇼로서는 이례적으로 성공작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녕하세요>는 점점 지상파의 틀을 벗어나 케이블의 자극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어떨 때는 <화성인>의 가족버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KBS 같은 거대조직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은 결여된 채 타 방송사에서 했던 성공작들을 가져와 적당히 공영방송화 버전으로 풀어내는 식의 방송을 기획하고 있다는 건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로서는 실로 화가 날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방송 행태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KBS의 PD들에게는 의욕 자체가 꺾일 일이다.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긴 하겠지만 그 어떤 PD가 남이 했던 아이템을 가져와 적당히 변형시키는 일을 하고 싶겠는가.

 

즉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라는 <마마도>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공분을 일으키는 것은 그 프로그램 하나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껏 KBS가 먼저 선도적인 입장에서 무엇을 했던가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위상을 가지려면 먼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콘텐츠 경쟁력은 참신한 기획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어디서 본 듯한 프로그램을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방식은 KBS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

KBS 연예대상 신동엽을 보면 지금 예능이 보인다

 

결국 KBS 연예대상 트로피는 신동엽에게 돌아갔다. 물론 <개그콘서트>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을 정도로 KBS 예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하다. 김준호가 대표해서 이 상의 수상 소감을 말하며 “시청자가 뽑아준 상이 사실상 연예대상 아닙니까?”라고 던진 말은 그저 농담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아닌 한 개인에게 돌아가는 연예대상의 대상 감으로는 역시 신동엽이 제격이었다.

 

'KBS 연예대상'(사진출처:KBS)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연예대상이 단지 그 해에 최고의 사랑을 받은 예능인만을 의미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예능 트렌드와 그 트렌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 질문의 답으로 신동엽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은 최근의 예능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쉽게 긍정할 수 있을 게다.

 

강호동과 유재석으로 양강 구도를 이루던 시기에 예능 트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였다. 하지만 이 트렌드는 올해 들어 점점 그 힘이 약화되는 양상이다(물론 <무한도전> 같은 늘 새로운 프로그램처럼 기획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예외지만). 대신 그 트렌드를 메우게 된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변화된 트렌드 위에서 신동엽은 확실한 자기만의 능력을 펼쳐낼 수 있었다.

 

<키스 앤 크라이>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의 변형 프로그램에서 차츰 특유의 쇼 진행능력을 보여주더니, <불후의 명곡2>를 만나서는 아예 펄펄 날았다. 순서를 추첨하는 공 하나 뽑는 것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뽑아내는 능력은 역시 신동엽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출연자와 밀고 당기는 멘트로 적당한 긴장감과 이완을 통해 웃음을 뽑아내는 특유의 힘은 한때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로 자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신동엽을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세웠다. 달라진 트렌드에는 달라진 능력이 요구되는 법이다.

 

오디션 이외에 또 하나의 새롭게 자리한 트렌드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엄밀히 말하면 오디션도 이 범주에 드는 것이지만)이 점점 많아졌다는 점이다. 결국 연예인만큼 어떤 정보가 사전에 주어지지 않은 일반인들 속에서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MC들에게 요구되었다. 이 부분에서도 신동엽은 이미 준비된 MC였다. <러브 스위치> 같은 프로그램에서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신동엽은 제 물 만난 물고기였다. 그러니 <안녕하세요>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토크쇼에서도 그는 누구보다 편안하게 쇼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밖에 올해 또 하나의 트렌드를 얘기하라면 19금 개그와 콩트 코미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분야에서도 역시 신동엽은 자타공인 1인자다. 그가 던지는 특유의 19금 토크는 어른들은 이해하고 아이들은 이해 못하는 기묘한 선 위에 서 있는 특징이 있다. 지상파의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19금 토크가 무리 없이 던져질 수 있는 건 바로 그런 균형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SNL 코리아>처럼 아예 19금 프로그램에서는 좀 더 과감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과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그리고 19금 개그와 콩트 코미디라는 최근의 새로운 일련의 트렌드들을 한꺼번에 주욱 나열해 보면 왜 신동엽이 지금 현재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KBS 연예대상이 올해의 결과를 상찬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년을 기약하는 자리로 봤을 때, 그 양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인물로 신동엽은 가장 좋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해 KBS 연예대상은 가장 잘 균형 잡힌 시상을 했다고 보여진다. 먼저 프로그램으로서 최고의 영예는 KBS 예능의 사실상 중추역할을 해온(이것은 이번 연예대상 프로그램 자체가 결국은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에 의해 거의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개그콘서트>에 주어졌고, 한 MC로서의 최고의 영예는 새로운 트렌드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갖고 떠오르는 인물인 신동엽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새로운 예능 트렌드 변화가 가져온 신동엽 전성시대는 KBS 연예대상을 통해서도 드러난 셈이다.

KBS 연예대상 누가 될까

 

올해 KBS 연예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과거처럼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이 펄펄 날았던 시절이라면 그 후보가 거의 명쾌하게 보였을 게다. 하지만 시즌2로 들어온 올해 <해피선데이>는 어느 정도 정착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두 프로그램에서 상을 준다면 <1박2일>은 이수근이,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가 제격이다. 하지만 올 한 해의 KBS 연예대상으로서 이 두 후보의 존재감은 과거에 비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해피투게더'(사진출처:KBS)

강호동은 아예 활동 자체가 없었고, 유재석 역시 <해피투게더3>가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니 어찌 보면 늘 연예대상을 받아가던 후보들이 올해는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른 예능 프로그램과 거기서 주목할 연예대상 후보는 누가 있을까.

 

올해 KBS 예능에서 단연 으뜸은 <개그콘서트>다. <개그콘서트>는 전체 예능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면서 KBS 전체 예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실 위기 상황에 있던 <해피투게더3>를 그나마 버티게 해준 것도 새롭게 투입된 <개그콘서트>의 김준호, 최효종, 김원효, 정범균, 허경환이 만들어낸 활력 덕분이다. 또 <남자의 자격>에서 김준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도 마찬가지 영향이다. 게다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서 방영된 <인간의 조건>은 김준호, 김준현, 박성호, 허경환, 양상국, 정태호가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작년처럼 프로그램에 대상을 주지 않는다면(작년에는 <1박2일>팀이 대상을 받았다) <개그콘서트>에서 수훈 갑은 당연히 김준호가 될 것이다.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감수성’, ‘꺾기도’, ‘갑을컴퍼니’ 등 여러 히트 코너들에 계속 출연하고 있고, 그 와중에서 <남자의 자격2>에 투입된 데다 올해는 <인간의 조건>까지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개그맨들의 매니지먼트회사인 코코엔터테인먼트를 차려 후배들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는 점은(결국 이들이 <개그콘서트>를 만든다) 그가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만한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또 한 명 존재한다. 바로 신동엽이다. 그는 올해 KBS 예능에서 성공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두 프로그램, 즉 <불후의 명곡2>와 <안녕하세요>의 MC를 맡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신동엽의 가치가 주목되었던 해이기도 했다. 그만이 갖고 있는 19금 토크의 진가가 하나의 블루오션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프로그램에서는 분위기만 살짝 풍기는 정도였지만 그것이 가진 힘은 분명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신동엽과 김준호를 나란히 놓고 보면 KBS 입장에서는 김준호쪽에 더 기울어지는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김준호는 역시 예능인 사관학교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개그콘서트>의 수훈 갑인데다, 여타의 KBS 예능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동엽처럼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많이 하기보다는 KBS맨의 모습이 더 보인다는 점도 플러스 알파 요인이다.

 

물론 이수근,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모두 최고의 기량을 가진 예능인들이다. 하지만 올해의 KBS 예능만을 놓고 본다면 김준호의 활약을 무시하기가 어렵다. 과연 김준호는 올해 연예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받는다면 그것은 끝없이 진화해가고 있는 예능 속에서 그 기본인 개그가 가진 가치를 재조명해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어느 때보다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신동엽 어떻게 대세가 됐나

 

요즘 대세는 누가 뭐래도 신동엽이다. 그는 달라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의 최전방에 서 있다. 물론 그의 개그 스타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다만 달라진 트렌드로 인해 그 개그 스타일이 빛나고 있는 셈. 신동엽이 대세가 된 형국을 표현하는 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는 것만큼 적확한 것도 없을 것이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였던 시절은 강호동과 유재석이 그 대세의 자리를 꿰찼다. 물론 이 변화의 시점에 고개를 숙인 이들도 있었다. 탁재훈이 그랬고, 김제동이 그랬으며 김용만도 그랬다. 물론 신동엽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콩트 능력을 바탕으로 그 위에 스튜디오 예능에서의 발군의 애드립과 진행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스튜디오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진행보다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대처능력이 더 필요해졌다. 물론 절정의 애드립을 가진 말 개그보다 그저 진정성이 묻어나는 땀을 보여주는 것이 더 주목을 받았다. 물론 신동엽은 이 시기에 개그 자체보다는 사업에 열중함으로써 주목받지 못한 경향이 있었지만, 만일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도전했다고 해도 그다지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또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무대 형식이 많아지면서 진행 능력을 가진 MC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를 통해 김성주 아나운서가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신동엽은 <키스 앤 크라이>, <불후의 명곡2>를 통해 MC로서의 능력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저 노래 순서를 뽑는 그 단순한 동작 하나에서도 그는 특유의 긴장감과 웃음을 만들었다. ‘MC 신’이라고도 불리고 순서가 적힌 볼을 뽑는 손을 ‘신의 손’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저 성이 신 씨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함해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신동엽은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안녕하세요> 같은 지상파의 대표적인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는 tvN의 <러브스위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 특유의 밀당 토크를 선사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가진 다양한 뉘앙스들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독특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마도 신동엽이 최고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19금이다. 사실 ‘19금’이라는 말에는 잘못된 편견이 들어 있다. 마치 야하고 노골적인 성담론이 대부분이라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9금은 말 그대로 ‘어른들의 농담’이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딸이 걱정돼 엄격한 통금시간을 정한 엄마에게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행동은 낮에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식으로 던지는 농담에는 어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웃음의 코드가 있다.

 

즉 신동엽이 던지는 19금 개그는 아이들과 함께 들어도 그다지 부담감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들은 이해 못해서 저게 무슨 소린가 하지만, 그걸 이해하는 어른들은 키득댈 수 있는 그런 농담. 이렇게 어른들끼리만 공유된다는 내밀함은 신동엽이라는 존재를 더 친숙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SNL코리아' 같은 내놓고 19금을 표방한 프로그램은 예외적이다. 하지만 그가 'SNL코리아'를 고정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지상파를 통해 그만의 특별한 19금 개그를 듣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적절한 수위조절과 표현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일반인 참여가 많아지며, 또 소재로서 어른들을 위한 19금 소재가 막 열리고 있는 이 시점은 분명 신동엽을 위한 시간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그를 단지 ‘19금’이라는 틀에 가둬 보는 시각은 어딘지 부족하다. 그는 그 이상이며, 어찌 보면 그는 지금껏 아이들 개그에 맞춰 웃어야 했던 어른들에게 그들에게 맞춘 웃음을 선사하는 거의 유일한 개그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러모로 신동엽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전현무를 보면 KBS가 보인다

 

하나도 놀랍지 않다. 전현무가 KBS에 사의를 표명하고 프리선언을 한다는 기사가 나왔고, KBS측이 아직은 모른다며 그걸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전혀 놀랍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간 전현무가 KBS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었던가를 떠올려보라. 제아무리 직원이라도 또 당사자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이리 저리 프로그램에 투입되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다른 MC들이 몇 백만 원의 출연료를 받아갈 때 자신은 달랑 몇 만 원을 받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이가 있을까.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물론 돈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전현무가 아나운서에서부터 시작해 토크쇼 게스트, 버라이어티쇼, 음악 프로그램, 퀴즈쇼, 라디오까지 전방위적으로 투입되는 과정이 적절하다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매니지먼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전현무는 급격하게 소비된 측면이 없지 않다. 매니저가 없는 전현무 입장에서 그것을 해줄 수 있는 곳은 KBS 뿐이다. 과연 KBS가 전현무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물을 제대로 관리했을까.

 

만일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라면 <생생정보통> 같은 교양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최후의 보루처럼 아나운서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디오나 퀴즈쇼 같이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투입되기 보다는 한두 개의 굵직한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또 <남자의 자격>이나 <불후의 명곡2>에 투입되는 과정처럼 그저 들어가라 해서 들어가야 하는 땜빵용 캐스팅은 피해야 마땅하다.

 

전현무는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과 이정진이 빠져나가면서 들어오게 되었고, <불후의 명곡2>에서는 김구라를 대체하는 자리에 들어오는 가시방석에 그것도 녹화시작 단 몇 시간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프로그램 투입은 전현무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전현무는 애매한 정체성의 혼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나운서라는 직함은 갖고 있으나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은 없는 그를 아나운서실이 반길 리 없고, 그렇다고 예능인들이 KBS 직원인 그를 같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전현무의 고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현재 전현무가 초반과 달리 비호감과 호감의 가운데서 줄타기를 하게 된 것은 스스로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댈 데가 없다 보니 함께 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고 그럼에도 자기 분량을 채우려다보니 이기적으로 비춰진 면이 있다. 이것은 애초에 예능을 바랐던 전현무가 그만큼 준비는 덜 되어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그가 프리 선언을 한다고 해도 불안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구성원들과 함께 풀어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전현무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현무가 가진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KBS의 인력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SBS가 개국했을 때나 최근 종편이 개국했을 때 KBS에서 유독 인력의 유출이 많았다는 것은 직원 개개인에 맞춰진 인력 운용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 속에서 부속물처럼 움직이게 되어 있는 KBS의 인력 운용 체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인력이 빠져나가도 언제든 그곳을 다른 인력으로 채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은 KBS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엿보인다. <1박2일>의 시즌2를 맡게 된 최재형 PD나 <남자의 자격2>를 맡게 된 정희섭 PD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의도치 않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

 

전현무가 프리 선언을 하건, 아니면 KBS에 잔류하건 그건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또 프리 선언의 성패 또한 본인의 몫이다. 잘 될 수도 있고 잘 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전현무가 처한 상황이 KBS라는 조직이 그에게 일정부분 부여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전현무가 프리 선언을 한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조직이 직원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데 직원이 어떻게 그 조직에 끝까지 남아있겠는가.

<불후2>,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최대치

 

어쩌면 이렇게 소박하고 단출할 수가 있을까. <불후의 명곡2(이하 불후2)> 현철편에서 소냐가 부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얘기다. 아마도 이 편곡은 그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쏟아져 나온 곡들 중 가장 소박한 곡일 게다. 샘리의 기타가 유일한 반주였고 그 위에 소냐 역시 특별한 기교를 얹지 않은 곡이었으니. 하지만 이 가장 소박하고 단출한 곡은 결국 관객은 물론이고 가수들,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감동하게 만들었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그것은 진정성의 힘이었다. 현철이 부르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아내 혹은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고정관념에 묶여있었다면 소냐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 전 ‘할머니를 위한 편지’라고 전제함으로써 이 곡에 소냐만의 진심을 담았다. 어머니가 일찍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해외 입양을 기다리던 중 손을 내밀어준 할머니. 그런데 친구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놀림을 당해 원망했던 할머니. 그리고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될 무렵 떠나신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편곡은 이 노래를 소냐의 진심으로 해석하게 만들었다.

 

노래에 담긴 진심이 있으니 다른 것이 뭐가 필요할까. 소냐는 고음을 지르는 창법도 화려한 퍼포먼스도 필요 없었다. 그저 낮게 읊조리듯 가사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것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기실의 가수들은 모두 소냐에게 공감했고 에일리는 눈물을 흘렸다. 관객들도 울었고 이 노래의 주인인 현철도 눈물을 흘렸다. 소냐의 무대는 그 어떤 자극도 목청대결도 아닌 진심 하나를 얹은 것이었지만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물론 이현과의 대결에서 소냐는 떨어졌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소냐가 준 감동은 승패와는 상관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승패에 집착하는 오디션이라면 이런 무대가 가당키나 한 것이었을까. 이것은 <불후2>만이 가진 힘이자 가능성이다. 승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사라진 무대이기 때문에 소냐는 그 무대를 ‘할머니를 위한 편지’로 만들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음악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이런 부담은 사라지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열의가 가득한 무대는 <불후2>만의 경쟁력이다.

 

홍경민은 ‘사랑은 나비인가봐’를 갖고 동요 ‘나비야’에서부터 김흥국의 ‘호랑나비’까지 다양한 나비 노래를 마치 메들리처럼 이어 붙여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고, 울랄라세션은 ‘사랑의 이름표’를 강렬한 갱스터 힙합으로 해석해 전혀 다른 느낌의 무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슈퍼주니어의 려욱은 신동, 은혁과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혀 다른 ‘봉선화 연정’을 들려주었다. ‘내 마음 별과 같이’로 원곡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낸 인피니트의 성규나, 폭풍성량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청춘을 돌려다오’를 부른 이현, 또 특유의 카리스마로 부르는 에일리의 ‘싫다 싫어’는 또 어떻고.

 

이들은 오디션을 경쟁한다기보다는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무대의 한계치를 실험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보니 그 무대 하나하나가 음악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속삭이듯 부르지만 그 진심에 울게 되는 소냐의 무대나, 군무의 퍼포먼스가 한없이 즐거워지는 슈퍼주니어의 무대, 또 재치와 자신감으로 새로운 해석의 묘미를 전하는 홍경민의 무대 등등. 그들의 무대는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의 최대치를 끄집어낸 것들이었다. 아마도 현철이라는 이름과 그 트로트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조차 그 속에 담긴 가사들을 다시 음미하게 되는 무대가 되지 않았을까.

 

재해석이 극대화된 즐거움, 이것은 <불후2>가 <나가수>의 짝퉁에서 청출어람이 된 이유다. <나가수>가 최고라는 음악적인 위치에 도취되어 있을 때, <불후2>는 스스로를 낮추고 음악이 대중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나가수>가 보여준 절정의 가창력 앞에 대중들은 고개를 숙였을지 모르지만, <불후2>의 즐거움 위에서 대중들은 함께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오디션이라는 경쟁시스템. 도대체 음악에서 경쟁이나 순위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이제 음악을 제대로 듣게 된 대중들은 경쟁 그 자체보다 음악이 주는 보다 많은 즐거움을 원한다. 청출어람 <불후2>는 그런 점에서 <나가수2>가 보여주는 한계와 문제점에 이제는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나가수2>의 박명수, <불후2>의 전현무

 

<나는 가수다2>의 박명수와 <불후의 명곡2>의 전현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성가수들이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MC라는 것이고,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고 있는 이 두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비판받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또한 내외적인 문제들과 겹쳐서 심지어 '위기'라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점이다. 박명수는 그의 캐릭터의 근간을 세워주고 있는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하면서 힘겨워졌고, 전현무는 초반 밉상 캐릭터가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비호감으로 돌아서고 있다는데서 어려워졌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박명수와 전현무는 모두 네거티브 이미지를 쓰는 예능인들이다. 박명수는 특유의 버럭 캐릭터를 구축하고 나이나 성별을 넘어서 전천후로 공격하는 특유의 개그 스타일을 갖고 있다. 전현무 역시 깐족을 넘어서 밉상 캐릭터를 통해 이른바 '미운 짓'으로 웃음을 주는 스타일이다. 네거티브 방식을 쓰는 개그는 그것이 캐릭터로 포장될 때 용인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실제 진심이라면(진심처럼 느껴진다면) 그 개그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박명수의 이 네거티브를 중화시켜주고 그것을 캐릭터화 해주는 존재는 유재석이다. 그래서 박명수는 유재석과 함께 콤비를 맞출 때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 <무한도전>은 그런 점에서 박명수에게는 캐릭터 이미지의 텃밭과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생겨난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에서의 공격형 개그 역시 그의 독특한 캐릭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최근 <무한도전> 장기 결방은 박명수의 이런 중화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버렸다.

 

그런 그에게 <나는 가수다2>의 MC는 더 무거운 짐을 얹은 셈이다. 박명수가 버럭 캐릭터를 유지하려면 그것을 상대방이 받아주어야 하는데, 알다시피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수들은 그런 여유가 없다. 그들이 오로지 생각하는 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자신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박명수가 툭툭 던지는 공격형 멘트는 호응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렇게 뚝뚝 멘트가 끊기기 시작하면 토크는 썰렁해진다. 당연히 진행은 덜컥거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박명수의 이미지가 배려 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 상 가수들이 최대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당연할 텐데, 박명수가 툭툭 던지는 멘트들은 몰입을 방해하는 인상을 준다(실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결국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박명수는 도움을 주기보다는 방해꾼의 이미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방해꾼의 이미지는 <불후의 명곡2>의 전현무도 마찬가지다. 김구라가 잠정 은퇴한 그 빈 자리를 채우게 된 전현무는 출연한 가수들이나 음악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이야기를 툭툭 던지거나, 난데없는 자신의 개인기를 선보임으로써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즉 이 대기실에서 주목되어야 할 이들은 가수들이어야 하는데, 전현무 스스로 자신을 주목시켜려 노력하는 인상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것은 김구라가 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전현무에게 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김구라는 토크쇼 같은 데서 개인기를 선보이는 MC들(여기에는 박명수도 들어있다)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MC는 오로지 게스트와의 관계에서만 존재해야지 스스로 자신을 부각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연한 얘기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가수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을 돋보이게 하고 그날의 노래를 더 기대하게 하는 방식으로 토크가 이어져야지 당장 개인기로 자신이 웃기려는 건 프로그램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가수다2>의 박명수나 <불후의 명곡2>의 전현무, 두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말하는 입이 아니라 듣는 귀다. 자신의 멘트를 조금 더 하려는 욕심보다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배려의 마음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이 두 프로그램에서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박명수나 전현무가 제 위치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치고 들어가는 공격형 멘트나 깐죽댐으로서 웃음을 주는 밉상 짓과 함께, 때론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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