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에서 키스신은 어떤 의미인가

 

멜로드라마에서 키스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혹자는 사실상 멜로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남녀가 키스하는 그 순간의 달달함 때문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멜로드라마에서의 키스는 남녀의 관계가 좋은 감정 이상의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이고, 그로부터 멜로 특유의 행복감이 생겨나는 지점이며 또한 불안감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최근 부쩍 많아진 멜로드라마들에서 키스 장면이 만들어내는 관심거리와 화제는 그 드라마의 인기의 척도처럼 얘기된다. 이를테면 종영한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과 박도경(에릭)이 하는 키스신은 서로 치고 받는 격렬한 느낌을 줌으로써 큰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의 쌓여 있던 감정들과 그것이 풀어내지는 과정을 그런 독특한 키스신이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홍지홍(김래원)과 유혜정(박신혜)이 하는 키스신은 조금 어색하고 서툴러 더 설레는 장면이 되었다. 즉 한 번도 키스 같은 건 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떨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키스신은 <닥터스>가 그려나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주며 성장해가는 그 과정에 잘 걸 맞는 것이었다. 키스신조차 기분 좋은 경험과 배움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W>의 키스신은 작품의 성격에 맞게 맥락 없이자주 벌어진다. 즉 극중 여주인공인 오연주(한효주)가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에게 뜬금없이 키스를 해대는 것. 물론 그 이유는 그녀가 웹툰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려는 목적 때문이지만, 그런 잦은 키스신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되었다. 유머 있고 위트 있는 키스신이 작품의 묘미를 한층 높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KBS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키스신은 자못 비장하다.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 신준영(김우빈)은 자신이 점점 사랑하게 된 노을(수지)을 자꾸 밀어내다가 결국 기습키스를 하게 된다. 이 키스신은 신준영이 참다 참다 못해 내적으로 응축된 그 사랑을 폭발적으로 풀어내는 장면으로서 임팩트가 있게 다가온다.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그 기억을 잃어버린 귀신인 김현지(김소현)가 귀신 보는 박봉팔(옥택연)과 키스를 우연히 하게 됐을 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는 사실 때문에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키스를 하게 된다. 일종의 핑계처럼 보이지만 이런 설정이 의외로 선선히 키스신을 가능하게 해 남녀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장치인 건 분명하다.

 

한편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공감 능력이 없는 이영오(장혁)가 계진성(박소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답변으로서 계진성이 이영오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 없어 사랑의 감정은 물론이고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이영오에게 계진성이 한 걸음 다가가는 의미로서 키스신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멜로드라마에서 키스신은 이처럼 그저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성격과 내용에 맞게 변주된다. 때론 의도적으로 관계를 급진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설정들을 통해 넣기도 하지만, 때론 향후의 폭발적인 힘을 내기 위해 오히려 자제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키스신의 한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멜로드라마의 성격을 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키스신의 반응은 그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를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뷰티풀 마인드><원티드>, 시청률 낮아도 이런 시도해야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는 첫 회 시청률이 4.1%(닐슨 코리아)로 나오면서 큰 충격을 줬다. 애초에 KBS의 기대감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의학드라마인데다 김태희 작가의 대본도 완성도가 높았다.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라는 캐릭터 설정도 참신했다. 하지만 지상파의 벽이 워낙 높았던 걸까. <뷰티풀 마인드>는 시청률이 3%대까지 주저앉았고 물론 올림픽 방송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론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뷰티풀 마인드>가 이런 의외의 상황에 봉착하게 된 건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다. 하필 동시간대에 SBS <닥터스>가 들어온 건 가장 큰 악재라고 볼 수 있다. <닥터스> 역시 좋은 드라마지만 여러모로 같은 의학드라마라는 장르 때문에 <뷰티풀 마인드>와 비교선상을 서게 됐다. <닥터스>는 의학드라마로서의 장르적 성격을 잘 구현해내면서도 동시에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들, 이를 테면 멜로나 가족이야기 그리고 병원 내 권력 투쟁 같은 내용들을 적절히 균형 있게 배분함으로써 훨씬 더 대중적인 선택들을 했다.

 

상대적으로 <뷰티풀 마인드>는 이런 장르적 혼용보다는 오히려 스릴러와 의학드라마 장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편적인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낯설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가치들도 충분하다. 이를테면 이영오(장혁) 같은 문제적 캐릭터를 내세워 싸이코 패스처럼 냉정한 우리네 현실을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내려는 시도는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최근 드라마의 헤게모니는 완성도와 새로운 시도로 무장한 tvN 같은 케이블 채널이 가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시청률은 조금 낮아도(이것도 케이블로서는 높은 것이지만) 이런 드라마들이 계속 시청자들의 눈에 들기 시작하면 지금껏 해오던 지상파 드라마들의 공식적인 문법을 따르는 드라마들은 상대적으로 식상해질 수 있다. <뷰티풀 마인드> 같은 시도들이 당장 시청률은 낮아도 현재의 지상파에서는 꽤 의미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조기종영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 역시 시청률은 결코 높다고 말할 수 없다. 첫 회 시청률 5.9%에서 7%대까지 올랐지만 MBC <W>가 새로 시작하면서 시청률은 다시 5%대까지 떨어졌다.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낮은 건 당연하다. 기대할 멜로도 없고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본격 스릴러 장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괴된 아들을 찾기 위해 범인이 내린 미션을 수행하는 정혜인(김아중)이란 캐릭터는 물론 우리가 다른 장르물에서 봤던 설정일 수 있지만, 이것을 생방송으로 방송해야 한다는 설정은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리얼리티 시대의 방송이 가진 시청률에 대한 집착이나 방송 윤리는 아랑곳없는 자극적인 방송의 생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날카롭게 제기된다.

 

하지만 이렇게 앞뒤가 꽉 짜여진 본격 장르물은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어렵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케이블 채널처럼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들이라면 열광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상파는 지금껏 보편적 시청층을 늘 대상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그래서 이런 시도는 여전히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층을 가져갈 수 있을까. 이미 지상파의 헤게모니는 상당 부분 모바일이나 타 채널들에 빼앗기고 있는 추세다. 지상파도 이렇게 타깃층이 확실한 드라마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뷰티풀 마인드><원티드> 모두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드라마다. 이들 드라마들은 기존의 문법을 따라간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들을 한 드라마이고 그러니 조금 낯설더라도 작품이 가진 성취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드라마들의 시도가 지금은 어렵더라도 훗날 지상파 드라마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자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주일 내내, 드라마는 콩 볶는 중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SBS <닥터스>KBS <뷰티풀 마인드>의 성패를 가른 건 무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건 바로 멜로다. 공교롭게도 같은 의학드라마 장르지만 <닥터스>는 멜로가 있고 <뷰티풀 마인드>는 멜로가 없다. 그것도 <닥터스>의 멜로는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대사나 행동들이 적극적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에서 수술은 그 보조자를 누구로 하느냐 마저 멜로적인 구도로 그려진다. 혜정(박신혜)이 홍지홍(김래원)의 수술에 보조로 들어가기로 하자 서우(이성경)는 질투를 하며 자신도 들어가겠다고 요구한다. 또 혜정에게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정윤도(윤균상)는 아예 대놓고 혜정에게 자신의 수술에 들어오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이처럼 <닥터스>에서는 대부분의 사건과 상황들이 멜로로 귀결된다.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와 홀로 서려하고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하는 혜정이 성장해가는 과정은 다름 아닌 홍지홍과의 멜로를 통해서다. 또한 그녀가 의사라는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과정 역시 홍지홍, 정윤도, 서우와 엮어지는 멜로적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향후 아마도 이어질 현성병원의 후계 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 역시 어떤 식으로든 혜정과 홍지홍의 멜로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닥터스>의 성공은 의학드라마의 전문성도 물론 깔려 있지만 다름 아닌 멜로드라마의 달달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KBS <태양의 후예>가 지상파의 시청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도 결과적으로 보면 멜로다. 유시진(송중기)과 강모연(송혜교) 그리고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가 전쟁, 재난 상황 속에서 그려낸 멜로의 힘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강력했다.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난항을 겪던 수목드라마에 다시 두 자릿 수 시청률을 만들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그 힘은 멜로에서 나온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최단기간 4천만뷰를 넘어서며 벌써부터 <태양의 후예>의 뒤를 이을 작품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그토록 주말극에 힘을 실으려 노력했던 SBS가 그나마 성과를 가져온 작품은 <미녀 공심이>. 가족드라마도 복수극, 장르물도 아닌, 어찌 보면 평이해 보이기까지 한 멜로드라마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누가 알았으랴. 안단태(남궁민)와 공심이(민아)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일주일의 피로를 녹이는 중이다.

 

tvN이 월화드라마라는 새로운 편성시간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멜로의 힘이다. <치즈 인 더 트랩>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tvN 월화드라마는 <또 오해영>으로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다.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도 단연 높았던 <또 오해영>은 확실하게 tvN 월화드라마 브랜드를 구축해냈다. 이어진 <싸우자 귀신아>가 첫 회에 4%를 넘기는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이제 믿고 보는 tvN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생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싸우자 귀신아> 역시 외피는 공포물에 코믹을 섞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달달한 멜로라는 점이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박봉팔(옥택연)이 기억을 잃어버린 귀신 김현지(김소현)와 가까워지는 이야기. 박봉팔과 엎치락뒤치락하다 입을 맞추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을 살짝 떠올리게 된 김현지는 그 기억을 되살린다는 이유로 그와 다시 입을 맞추려 한다. 코믹 공포물이 멜로로 귀결되어 가는 증거다.

 

이제 의사가 나와도 귀신을 만나도 그 귀결은 멜로다. 사실 과거 같으면 기승전멜로라는 수식은 비판적인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 않다. 과거 기승전멜로드라마가 비판받았던 건 멜로로 귀결돼서가 아니라 그 과정들인 기승전이 너무 디테일과 전문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멜로 하는 드라마가 문제가 아니라 그 병원의 의사들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상황들이 문제였다는 것. 하지만 <닥터스> 같은 드라마가 보여주듯 요즘은 멜로로 귀결된다 해도 그 안에 병원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멜로로 귀결되는 것이 드라마 다양성의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만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멜로에 집중되고 그것이 계속해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건 그것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멜로 중독을 만들고 있는 걸까.

 

지금의 시청자들이 조금치의 무거움이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건 이미 여러 드라마들의 성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제 드라마는 더 이상 작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고 때로는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기능을 가진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니 보다 직접적인 즐거움을 원하게 되는 것이고,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단연 멜로가 주는 달달함을 원하게 되는 것.

 

이것은 거의 멜로 중독에 가깝다. 직장인들이 하루의 피곤을 맥주 한 잔으로 털어버리듯, 이제 하루를 살아낸 시청자들은 멜로 한 편으로 잠시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그 중독의 대상이 하필이면 멜로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냄새가 나는 장르의 총아가 바로 멜로가 아닌가. 지금의 대중들이 어디에 갈급하고 있는가가 이 멜로 중독이라는 증상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뷰티풀 마인드>, 시청률로 결코 폄하될 수 없는 수작

 

도대체 진정한 의사란 어떤 존재를 말하는 걸까.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의 질문은 진지하고 통렬하다. 이영오(장혁)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우리가 흔히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장애를 가진 인물. 이 드라마가 이런 문제적 인간을 병원의 의사로 세운 까닭은 분명하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인 이건명(허준호) 현성병원 센터장까지 괴물이라 부르는 그지만, 과연 진짜 괴물은 무엇인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의사라는 직업은 이중적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직업이기에 환자의 고통을 공감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술대 앞에서는 한없이 냉정해져야 한다. 수술대 앞에서 아무런 감정을 갖지 않는 이영오가 다른 의사들보다 출중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대단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수술 중 환자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수술이 틀리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이영오의 모습은 그 인간적인 감정이 결여된 의사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타인의 고통 앞에 연민과 동정 그리고 나아가 공감을 느끼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병원이라는 시스템은 저 사이코패스처럼 무감정하게 돌아가기도 한다. 신약 개발이 환자를 살리기 위함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함으로 변질될 때, 그 곳은 병원이 아니라 사업체가 되고, 환자는 생명이 아니라 매출액으로 표시되는 수치가 된다. 병원이 시스템으로만 기능할 때 그건 사이코패스와 다름없는 무감정한 괴물이 된다.

 

물론 의사들은 사람이다. 그래서 환자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실감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레지던트 3년차 양성은(동하)은 이식할 심장을 제 때 가져가기 위해 병원까지 꽉 막힌 도로를 뛰어가고, 이시현(이시원)은 심장 이식을 앞둔 환자에게 튼튼한 심장을 주겠다며 희망을 품지만, 수술 중 이식할 심장에 감염이 있다는 걸 알고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절망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에서 뜨거운 심장을 갖고 일하는 의사들과 달리, 저 꼭대기에 있는 현성병원의 수뇌부들은 환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현성병원 이사장 강현준(오정세)에게 중요한 건 돈 벌이뿐이고, 그를 동조하는 기조실장 채순호(이재룡)는 임상실험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죽어나가도 그다지 감정이 없다. 오로지 권력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라는 게 밝혀지고 결국 현성병원에서 내쫓긴 이영오는 다르다. 그는 사이코패스지만 어떻게든 인간적인 감정을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바디 시그널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려 하고,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려 한다. 어떻게 하면 보통 의사들처럼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한다. 이영오가 사이코패스지만 오히려 가장 인간적으로 보이는 건 그래서다.

 

그는 계진성(박소담)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렇게 가게 된 어촌마을에서 이웃에 사는 고부를 통해 병변이 아닌 환자를 봐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바디 시그널만이 아니라 그 환자의 생명 자체를 염두에 둬야 비로소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그래서 그는 자신이 누구냐는 질문에 의사 이영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인간적인 감정 역시 이중적이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래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만드는 욕망이기도 하다. 마취과 의사 김윤경(심이영)은 자신의 자식을 살리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다. 인간적 감정이 고통의 공감을 넘어 파국적인 욕망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아무런 감정 자체가 없는 이영오는 그래서 이 의사와 병원이라는 이중적인 세계의 리트머스지 같은 존재로 서 있다. 그의 감정 없는 모습이 사이코패스라며 그를 병원 밖으로 몰아내지만, 정작 병원 시스템은 더더욱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인다. 의사들은 심지어 아버지까지 그의 이런 장애를 괴물이라 말하지만, 그들은 때론 그보다 더 괴물 같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뷰티풀 마인드>3.5%(닐슨 코리아)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평가 절하될 수 없는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의학드라마로서 이처럼 통렬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이처럼 따뜻한 사이코패스의 성장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 있었던가

<뷰티풀 마인드>, 어째서 박소담이 모든 짐을 떠안아야 할까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 KBS가 걸었던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 시청률에 4.1%(닐슨 코리아)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불안감을 갖게 했던 드라마는 5회에 급기야 3.5%까지 추락했다. 마침 동시에 출격한 의학드라마 <닥터스>의 승승장구는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을 더욱 뼈아프게 만들었다.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이러한 추락의 원인으로 박소담의 연기가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 일정 때문에 뒤늦게 합류함으로써 드라마 시작 전부터 시끄럽더니 막상 드라마가 시작하자 좀체 박소담에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물론 드라마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박소담에게 어색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기력 논란을 얘기할 정도는 아니고 또한 이 드라마가 추락한 그 모든 짐을 박소담이 떠안아야 한다는 건 어딘지 억울할 일이다.

 

먼저 분명해야 할 것은 이건 박소담의 연기보다 계진성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문제가 더 크다는 점이다. 어째서 이름을 계진성이라고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뭐든 쓸 데 없어 보이는 것까지 파고들어가 수사한다는 반어적인 의미의 진상 캐릭터는 갈수록 진짜 진상 캐릭터로 굳어져 가는 인상이다. 이 캐릭터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교통과 순경이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라.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수사하는 그녀는 거의 강력계 형사가 해도 될 만한 사건이다.

 

교통과 순경이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니,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계진성은 그래서 끊임없이 오판을 한다. 그녀는 이영오(장혁)를 의심한다. 그가 수술한 환자의 죽음이 그의 살인이라고 의심하고, 그가 수술하다 역시 죽게 된 병원장의 죽음 역시 그의 소행이라고 오판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드러나는 건 그녀가 너무나 쉽게 오판하고 현혹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런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가 있을까. 계진성은 이영오와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야 할 여자 주인공이다. 매력이 철철 넘쳐서 드라마의 사건 전개가 다소 느슨하다고 해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민폐로 일관하는 행위로 캐릭터의 매력을 뚝뚝 떨어뜨릴 수 있을까.

 

계진성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호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여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민폐 캐릭터로서 극의 갈등을 만드는 인물 정도로 기능할 뿐이다. 여자 주인공이 이처럼 제대로 서지 못하면 그 상대역으로서 남자 주인공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는 그 캐릭터와 관계를 맺어가는 남자 주인공도 매력적으로 만들어낸다. 결국 <뷰티풀 마인드>의 추락은 계진성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데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박소담은 그런 점에서 보면 피해자에 가깝다. 박소담의 평범한 얼굴은 최근 드라마의 경향에서 훨씬 대중들을 몰입시키고 공감시킬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얼굴에 민폐 캐릭터는 몰입은커녕 비호감 이미지까지 갖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건 전적으로 제작진의 잘못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는 이야기의 묘미만큼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인물들이 곳곳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그러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심지어 그 여파를 연기자들마저 떠안아야 하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닥터스>의 박신혜-김래원, <운빨>의 류준열-황정음

 

지상파들의 드라마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tvN 드라마의 급성장이 주는 자극은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고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끝없이 추락할 거라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캐스팅이다. 누가 캐스팅되었고, 그 연기자가 얼마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또 팬덤을 갖고 있는가는 드라마의 성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월화드라마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SBS <닥터스>는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3<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2009<미남이시네요>로 확실한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넌 내게 반했어>, <상속자들>을 거치면서 배우로서의 색깔을 점점 채워나간 박신혜는 이번 <닥터스>에서는 조금은 반항적이면서 여성들도 선망할 멋진 걸 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혜정이란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착하고 밝은 소녀로서의 이미지만 보여왔던 그녀의 이런 변신은 <닥터스>라는 어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의학 성장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상대역으로 등장한 김래원은 <천일의 약속><펀치> 같은 다소 무거운 캐릭터의 옷을 벗어버리고 따뜻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홍지홍 역할을 선보이고 있다. 교사이자 의사 역할인 극중 홍지홍의 모습은 김래원의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기의 면면들을 끄집어내주기에 충분했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서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가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은 이 멜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닥터스>와 경쟁작으로 동시에 시작된 <뷰티풀 마인드>는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여겨지지만 아쉽게도 장혁과 박소담의 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장혁이 하는 공감 제로의 의사 역할은 쉽지 않은 것이다. 때론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때론 아픔이 느껴지는 그 면면들을 연기해내야 한다. 하지만 장혁에게서는 여전히 <추노> 대길이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또한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소담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우에 대한 호감도나 몰입은 <닥터스>와의 대전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힘을 좀체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수목드라마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추락해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미니시리즈 편성시간대로 자리해있는 수목드라마가 이처럼 10% 시청률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가 처한 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운빨로맨스>가 그마나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류준열과 황정음이라는 두 배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운빨로맨스>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초반의 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이야기들도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상당부분 사라져버렸고, 대신 심보늬(황정음)와 제수호(류준열)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것은 스토리의 힘이라기보다는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배우들의 팬덤과 그들 팬덤이 요구하는 장면들을 충족시켜주는 데서 나오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의 힘이라는 것이다.

 

종영한 <국수의 신>이나 새롭게 시작한 <원티드> 모두 스토리의 힘을 강조한 작품들이지만 캐스팅의 힘만으로 보면 <운빨로맨스>를 이기기가 어렵다. <국수의 신>은 주인공 천정명보다 악역인 조재현의 힘이 더 많이 느껴진 드라마로 종영했고, <원티드>의 김아중은 엄마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그리 강하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운빨로맨스>의 선전은 그나마 황정음과 류준열에게서 기대되는 캐릭터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고 있고, 그들이 또한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생겨났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캐스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까닭은 작품의 편차가 압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평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렇게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작품 선택이 그만큼 신중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갈수록 더 드라마의 성패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 KBS드라마가 고민해야할 것

 

<태양의 후예>의 저주인가? 심지어 KBS 드라마의 부활이라고까지 얘기됐던 그 분위기는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삽시간에 잦아들었다. 후속작으로 기대했던 <국수의 신>10%를 넘기지 못하고 7%대에 머물러 있다. 월화의 시간대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최고 시청률 17.3%(닐슨 코리아)까지 내며 종영했지만 후속작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뷰티풀 마인드>는 고작 4%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국수의 신(사진출처:KBS)'

물론 드라마라는 것이 다 예상한 대로 잘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의 경우는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은 의외의 결과를 보인 작품들이다. 잘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이 그만한 호응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은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것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걸 말해준다.

 

<국수의 신>은 복수극이다. 복수극에서 역시 중요한 건 악역이지만, 또한 그만큼 중요해지는 게 그 악역을 뛰어넘고 고구마 전개를 사이다로 풀어내주는 주인공의 역할이다. 이 드라마에서 악역 김길도(조재현)를 맡은 조재현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눈 하나 까닥 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 희대의 악역 캐릭터는 조재현의 묵직한 연기가 얹어져 드라마 전체의 힘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무명이(천정명)는 그만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 통쾌함을 선사하는 복수극의 진면목이 느껴져야 하는데, 어째 김길도에게 이리 저리 휘둘리는 인상이 짙다. 천정명의 연기도 조재현만큼의 존재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수의 신>은 악역의 힘으로 흘러가는 드라마가 되었다. 너무 어두운 이야기들은 결코 요즘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통쾌함을 기대했건만 잦은 패배와 복수에 대한 다짐만 반복되는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지치는 건 당연지사다.

 

<뷰티풀 마인드> 역시 완성도는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다. 공감 제로의 천재외과의라는 설정은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적 설정 속에서도 공감과 소통이 인간의 증명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메시지를 담아낸다. 하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의학드라마에 스릴러라는 장치를 넣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 섬뜩함마저 느껴지게 만드는 반전 스토리는 물론 흥미진진할 수 있지만, 이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의학드라마라는 틀을 통해 보고 싶어 하는 건지는 미지수다. 최근 시청자들은 소름끼치는 이야기보다는 좀 더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에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뷰티풀 마인드>에서도 연기의 문제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주인공인 이영오 역할의 장혁은 늘 연기가 비슷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이 드라마에서도 듣고 있다. 상대역할인 계진성(박소담)은 캐릭터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박소담은 영화에서는 대단한 연기를 보였지만, 드라마에서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면이 묻어난다.

 

결국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도 괜찮은 완성도의 이야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외면 받는 상황이다. 게다가 KBS라는 플랫폼의 충성도 높은 시청층들이 이러한 스릴러 장르물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감안해보면 이들 드라마들이 왜 힘을 내지 못하는가 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드라마들은 작품의 내적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대중들의 정서다. 즉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완성도와는 별도로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간만에 <태양의 후예><동네변호사 조들호>로 부활의 단초를 잡은 KBS드라마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것은 KBS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지만.

<뷰티풀 마인드> 장혁, 싸이코 패스 같은 현실을 닮은 까닭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주인공 이영오(장혁)는 현성병원에 부임한 천재적인 신경외과의사다. 하지만 그는 또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감정 중추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타인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한 마디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공감 능력이 부재한 의사라는 사실은 섬뜩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의사가 메스를 들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 칼끝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없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그것은 수술이라기보다는 마치 사이코 패스가 칼을 들고 인간의 몸을 해부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영오는 아버지이자 의사인 현성병원 센터장 이건명(허준호)으로부터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즉 타인의 감정을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등을 통해 읽어내는 이른바 감정 훈련을 받은 것. 그래서 이영오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며 그가 어떤 마음 상태인가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감정은 못 느끼지만 타인의 마음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 것.

 

공감 능력의 부재는 최근 우리네 사회가 갖고 있는 많은 강력범죄들 속에서 발견될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하지만 <뷰티풀 마인드>의 이영오는 어째서 이런 위험천만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그것은 이 의학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중대한 메시지를 이 캐릭터가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감 능력이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점점 공감이 아닌 성공이나 실적에 더 치열해진 사이코 패스 같은 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영오는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수술을 아무런 감정적 동요도 겪지 않고 성공시킨다. 아버지 이건명조차 손을 부들부들 떨며 긴장했던 수술. 정치인의 공개수술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병원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그 수술에서 이영오는 무심한 마음으로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수술을 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수술을 성공시킨 이영오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이미 알아버렸어요. 내 의사로서의 재능은 텅 비어 있는 마음이라는 거.”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하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그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건,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기능적으로는 더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이건명의 아들에 대한 노력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걸 말해준다. 그 위험천만한 텅 빈 마음은 때론 의외로 냉철한 수술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생명에 대한 아픔과 고통을 인지하지 않고 하는 수술만큼 위험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이영오라는 인물이 가진 이 양면성을 통해 현재 우리네 사회를 해부한다. 실로 돈이 있다면 사람의 목숨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게도 여기지 않는 사이코 패스 같은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 부유해보일지 몰라도 그 안은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이영오는 그 공감 능력 없는 수술로 성공할지 몰라도 그것이 야기하는 결과는 생명에 대한 간과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뷰티풀 마인드>가 추구하고 있는 건 이 이영오라는 인물에게 꼭 필요한 아름다운 마음을 어떻게 부여하고 그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과현 이영오는 장애를 극복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생명을 살려내는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병원에 이익을 가져다 줄 성공과 실적만을 추구하는 무심한 의사가 될 것인가. 이 질문이 현실에 던지는 울림이 큰 것은 우리 사회가 저 공감 능력이 부재한 이영오라는 인물을 빼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대작이지만 볼 게 없는 월화드라마, <백희>가 채웠다

 

땜방드라마의 반전. KBS 월화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에 붙는 수식어다. <백희가 돌아왔다><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후속작인 <뷰티풀 마인드>가 미뤄지면서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편성된 드라마다. 4부작으로 작은 규모의 드라마지만 의외로 첫 방송부터 반응은 폭발적이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첫 회에 9.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냈다. ‘4부작 땜방드라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록이다.

 

'백희가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그 첫 번째는 월화드라마들이 너무 소소해지며 볼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종영한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빼고 24부작 SBS <대박>이나 50부작 MBC <몬스터>는 대작드라마이면서도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다. <대박>은 이야기가 너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숙종 대의 역사를 재해석한 것이지만 허구가 너무 과하고 전개도 개연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현재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힘은 최민수, 전광렬, 장근석, 여진구 같은 연기자들의 호연 덕분이라고들 말한다.

 

<몬스터>는 아예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무려 50부작이고, <기황후> 같은 쟁쟁한 작품을 해온 장영철 작가의 작품이지만 어쩐지 너무 만화적인 느낌을 주는 드라마다. 흔한 복수극의 틀에 적당한 멜로를 섞고 있지만 이런 어정쩡한 이 드라마의 위치는 그 색깔을 명확히 내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야기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장영철 작가지만 현실성이 별로 없는 이야기들의 나열은 시청자들이 왜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4부작과 50부작. 그 틈바구니에서 고작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가 선전한 것은 어쩌면 그 ‘4부작이라는 한계가 오히려 작품을 더 신선하게 만들어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최근 솔솔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50부작 드라마의 무용론이다. 이런 장편들은 과거 연속극의 형태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한층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느슨하고 질질 끌고 가는 드라마로 인식되고 있다. 16부작이면 충분히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를 굳이 50부작으로 늘리다 보니 드라마도 늘어진다는 것.

 

그런 점에서 4부작이라는 틀은 거꾸로 한계가 아닌 기회가 되었을 수 있다. 덩치가 작기 때문에 군더더기 따위는 과감하게 쳐낼 수밖에 없고 전개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괜스레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고는 질질 끌고 다니는 방식도 불필요하다. 섬월도판 맘마미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백희(강예원)의 딸 옥희(진지희)는 섬월도에서 만난 세 아저씨, 범룡(김성오), 종명(최대철), 두식(인교진)을 만나 누가 아빠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식으로 아빠 찾기를 보여준다. 굳이 출생의 비밀어쩌고 하는 지지부진한 전개 따위는 없다.

 

4부작의 틀은 또한 그 규모 때문에 편성되지 못했던 중소규모의 이야기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동네 개들이 뭐했는지까지 다 아는 작은 섬마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것도 시골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적어도 16부작이나 심지어 20부작, 나아가 50부작 드라마들이 갖는 스케일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작게 느껴지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시골의 작은 이야기들은 의외로 신선하다. 그동안 큰 규모의 편성 속에 도시를 소재로 하거나 심지어 글로벌한 이야기들이 드라마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규모가 작을 뿐, 그렇다고 가치가 작다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4부작을 취하고 있는 <백희가 돌아왔다>24부작, 50부작 사이에서 더 빛날 수 있었던 것.

 

<백희가 돌아왔다>가 보여준 선전은 그래서 이 한 편의 드라마의 성공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깊다. 중소규모의 드라마들이 상업적인 잣대 때문에 편성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그 많은 작지만 가치 있는 이야기들과 소재들을 소외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편드라마들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그 어떤 말보다 <백희가 돌아왔다>가 보여준 한 편의 선전이 더 효과적인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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