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었을까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는 두 명의 엄마가 나온다. 한 명은 중소기업을 하며 잘 나가던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층 엄마 양미정(김혜옥)이고, 다른 한 명은 재벌가 사모님인 노명희(나영희)다. 그런데 이 두 엄마들이 모두 이상하다. 양미정은 나타난 서지수(서은수)의 친모인 노명희에게 거짓으로 서지안(신혜선)이 당신 딸이라고 말한다. 너무나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집안 환경 때문에 번번이 좌절하는 자신의 딸이 불쌍해서란다. 

'황금빛 내인생(사진출처:KBS)'

하지만 그건 엄연한 범죄다. 서지안에게도 할 짓이 아니고 진짜 재벌가 딸인 서지수에게도 못할 짓이다. 게다가 이렇게 비뚤어진 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녀는 남편 서태수(천호진)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았다. 결국 그의 무능함 때문에 이 모든 거짓들이 꾸며지게 된 것이라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모성애 때문에 자신이 범죄자가 돼서라도 딸을 재벌가에 보내고 싶었다지만 사실 상식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또 다른 엄마인 노명희 역시 정상은 아니다. 아이를 잃어버리고 겪었을 고통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그녀는 과거를 지우라고 한다. 이른바 품위와 교양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런 모습이 품위 있고 교양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서지안에게 천만 원을 주고 하루에 다 쓰라는 숙제를 내주지만, 그렇게 돈 잘 쓰는 일이 품위 있는 그녀들을 만들어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노명희는 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딸을 잃었던 그 기억을 떨쳐내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잃어버렸던 딸을 다시 찾은 것 그 자체로 행복해하기는커녕, 이런 일이 외부의 가십이 될 것을 더 걱정한다. 오히려 자신이 품위라 생각하는 그 따위 것들을 지키기 위해 딸의 소중했을 과거 따위는 내다 버리라고 한다. 역시 제아무리 모성애 운운해도 이해안되는 엄마다. 

<황금빛 내 인생>이 다루고 있는 건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사회를 가족의 풍경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이 모두 이 수저 계급의 사회 속에서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부모만 이상한 게 아니다. 자식 또한 아버지가 부유하지 못해 결혼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흙수저 가족의 장남 서지태(이태성)가 그 인물이다. 

서지태는 애초부터 결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연애만 추구했지만 오래 사귄 이수아(박주희)가 결혼을 이야기하자 결국 이별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파한다. 친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집안 처지가 그들보다 못하다는 점을 들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것. 하지만 그 정도의 나이에 직장까지 갖고 있고 그래도 유년시절 아버지 덕분에 잘 살았던 그의 처지는 그리 나쁜 게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아버지 탓만 하고 있을까. 

물론 <황금빛 내 인생>이 건드리고 있는 건 이 ‘이상한 사회’ 그 자체다. 태생적으로 모든 게 결정되고, 죽어라 정규직이 되려 노력해도 결국 낙하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그 낙하산을 밀어내는 건 더 높은데서 내려오는 낙하산인 사회. 부모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자식의 삶이 결정되는 사회. 그래서 자식이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보다는 부모 탓을 하는 이상한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어떤 불쾌함과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현실의 비상식 때문일까 아니면 드라마가 이를 상식적으로 그리지 않아서일까. 엄마들은 이상하고 자식들은 부모 탓만 하는 걸 보며 느끼는 불쾌함과 불편함. 그것은 드라마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네 현실 때문일까.

<무한도전>, 11년 달려왔는데 7주 정도야

 

MBC <무한도전>이 정규방송 대신 2달 간 레전드편을 재편집해 내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김태호PD는 굳이 휴식이 아닌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건 이 레전드편이 나가는 와중에도 <무한도전>은 쉬는 게 아니라 회의를 하고 다음 아이템을 준비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김태호 PD는 이 기간을 통해 “<무한도전> 본연의 색깔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휴식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한 데는 또한 김태호 PD가 지금 현재 <무한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시각도 들어있다고 보인다. ‘정상화라는 말은 사실상 지금의 <무한도전>비정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연의 색깔을 찾겠다는 말에도 현재의 <무한도전>이 본연의 색깔을 잃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무한도전>의 팬이라면 누구나 수긍할만한 내용이다. 무려 11년이다. 11년 동안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갖가지 도전들을 해왔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 비해 <무한도전>은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다른 예능이 한 번 촬영해서 내보낼 분량을 <무한도전>은 추가 촬영을 해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했고, 또 시의성을 맞추려 애써왔다. 그러니 한 주에 며칠을 <무한도전>에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을 여기에 매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잘 돌아가는 기계도 쉬지 않고 11년을 돌리면 삐걱대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에는 잠시 멈춰서 기계를 재점검하고 기름도 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처해 새로운 부품을 고민해보는 그런 시간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멈춤 없이 달려가는 건 수명을 줄이는 일이다. 그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저 달리기만 했다는 것.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태호 PD는 강연에서나 혹은 SNS를 통해 에둘러 이런 심경을 토로해왔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건 방송사의 입장도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입장 또한 고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나 팬들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하다. 사실 김태호 PDSNS 등을 통한 심경 토로가 나올 때마다 팬들의 입장은 분명하게 이제는 좀 쉬어도 된다는 입장을 거듭 보여 왔었다. 레전드편을 재편집해서 대신 내보내라는 의견도 이미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대안 중 하나였다. 그러니 굳이 정상화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팬들은 말한다. 쉬어도 된다고. 11년 동안이나 달리고 또 달려왔는데 고작 7주를 쉬지 못하겠냐고.

 

<무한도전>이 갖는 휴지기의 열매는 결국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올 거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것은 또한 시청자들도 잠시 멈춰서 그간의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매 주 해왔던 그 도전들이 그냥 때 되면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고,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뤄져온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 대표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사람들이 나 자체를 터키로 보기 때문에 뭐 하나 잘못하면 나라 이미지가 잘못될 수 있다. 칼날 위를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 했던 에네스 카야의 발언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이런 식의 논란이 터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크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총각행세를 하며 불륜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한 여성이 그간 에네스와 카톡 했던 것을 캡쳐해 올렸다는 그 내용은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일관된 구애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캡쳐한 장면 속에 들어있는 유부남 에네스님. 결혼하신지 몰랐네요.”라는 말 한 마디는 이 모든 걸 연정이 아닌 불륜으로 바꿔버린다.

 

이 충격이 유독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비정상회담>을 통해 보여 왔던 터키 유생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는 한국 사람보다도 더 보수적인 인물로 받아들여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서구인이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그의 반전매력이었다. 개방적인 것만이 옳고 보수적인 것은 그르다는 선입견을 그는 여지없이 깨주는 것으로 대중들의 마음에 자리했다.

 

하지만 그 터키 유생의 이미지와 공개된 카톡 내용은 너무나 정반대의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유생인 척 하면서 뒤로는 불륜을 해온 듯한 그 뉘앙스는 에네스 카야에 대한 그간의 애정만큼 더 큰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 진위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사안이 터졌고 그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의 뜻을 밝힌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이미 이런 논란이 터져 나온 것만으로도 방송 프로그램에 커다란 피해를 입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정상회담>은 그 후폭풍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결국은 각국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소신을 얘기하는 것이 내용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여기 출연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신뢰에서 생겨난다. 에네스 카야 논란은 바로 이 신뢰에 흠집을 낸 것이다. 가장 믿었던 인물이 정반대의 실체를 드러냈을 때 그 영향은 거기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외국인 출연자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

 

에네스 카야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얘기한 것처럼, 이 문제는 방송 프로그램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칫 그가 대표성을 띄었던 형제의 나라 터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까지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정상이 아닌 비정상대표로 프로그램에 나온 것이지만 대중들에게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을 만든 것도 에네스 카야 본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네스 카야는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침묵하고 칩거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간 그를 사랑했던 대중들 앞에 나와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며 모국인 터키의 대표성을 띤 행위는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해야 한다. ‘비정상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 정상에 서게 됐던 그가 비정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그간 해온 대표성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정상회담>,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그들

 

전현무는 <비정상회담>에서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을 패러디해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라고 부른다. 농담 같지만 이 노래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 그것은 아마도 실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문화적 차이와 생각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것일 게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왜 결혼을 주제로 하면서 굳이 홍석천을 게스트로 앉혔는가 하는 점이나,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동성 결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간 점은 <비정상회담>의 이야기 폭이 거칠 것이 없다는 걸 말해준다. 오히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그 지점에 놓여진 이야기 소재는 <비정상회담>이라는 특별한 토크쇼에서는 더 빛을 발하는 것이다.

 

고부갈등을 얘기하면서 터키 대표 에네스 카야와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가 설전을 벌이는 대목은 흥미롭다. 에네스 카야가 무조건 어머니 편을 먼저 들어줘야 한다고 하는 반면, 알베르토는 아내를 지켜주는 게 남편의 의무라며 먼저 아내를 챙겨주고 나중에 엄마랑 얘기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각을 세운다.

 

사실 고부갈등은 <사랑과 전쟁>의 단골소재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첨예한 문제다. 최근 들어 조금씩 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어머니 편인지 아니면 아내 편인지 하는 문제를 두고 어느 게 정상적인가를 질문하는 건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이 안건이 <비정상회담>에 오르자 흥미로운 관점이 생겨난다. 즉 그것이 그 나라의 문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인다는 것. 결국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어느 것이 정답이라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해체시켜버린다.

 

동성결혼에 대한 안건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대중문화 등을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이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여전히 넘지 못하는 편견이 많다. 벨기에에서는 이미 결혼과 입양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동성결혼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벨기에 대표 줄리안의 이야기는 그래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럽이라면 상당히 개방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동성결혼이 캐나다에서는 합법이고, 프랑스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으며, 또 벨기에는 국무총리가 동성애자이고 독일의 외무장관도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낯선 외국의 문화차이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터키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에네스 카야의 증언은 우리보다 어쩌면 더 보수적인 터키의 문화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타르칸이라는 유명한 배우는 해변에서 남자와 손 잡은 장면이 사진에 찍혀 무려 3년 간이나 활동을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문화적 차이를 보이는 그들도 만일 내 자식이라면이라는 가정 앞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즉 힘들겠지만 자식의 선택을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물론 그 와중에도 정말로 슬프지만 지지해줄 수 없다는 에네스 카야의 확고한 이야기는 넘어설 수 없는 문화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걸 말해주었다.

 

바로 이렇게 한 테이블 위에서 서로의 문화적 차이가 토론되고 때로는 격렬하게 설전을 벌이다가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입장을 반복하는 것. 이것이 <비정상회담>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서로가 자기 문화 안에서 정상이라고 우겼던 것들이 다른 문화에서는 비정상으로 바라보이는 것을 한 테이블 위에서 발견한다는 것. 그래서 그것은 결국 문화적 차이일 뿐, 실체적인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건 아니라는 것. 이 다양성의 관점을 마치 문화적 썸을 타듯이 외국인 대표들이 때론 지지하고 때론 반대하며 밀고 당기는 토크쇼. <비정상회담>이 다른 토크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흥미로움과 훈훈함을 주는 이유다.

 

<안녕하세요>, 약간의 배려가 만드는 엄청난 차이

 

지난주에 방영되었던 이른바 ‘집착 오빠’에 대해 쏟아진 논란 때문이었을까. 이번 주 <안녕하세요>에서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고민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자칫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는 일반인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을 출연자들 스스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방송이 가진 위험성 또한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거나, 혹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이번 주에 특히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던 출연자는 살이 쪘다고 자꾸만 구박하는 언니와 엄마 때문에 출연한 고민녀였다. 누가 봐도 멀쩡한 외모를 가진 소녀였지만 그 언니는 “너 진짜 못생겼다”, “돼지 같다”, “짧은 바지 입으면 더러워 보여” 하며 심한 소리를 한다는 것. MC들은 살이 찐 것 같지 않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벗은 걸 못 보셔서 그렇다”며 “딱 봐도 뚱뚱하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이 자매의 엄마 역시 언니와 똑같은 독설을 퍼붓는다는 점이었다. 엄마에게 SNS에 왜 언니사진만 올리고 자신의 사진은 올리지 않느냐고 이유를 묻자 “넌 안 예쁘잖아”라고 대놓고 말했다는 것. 엄마는 단 한 번도 동생의 사진을 올린 적이 없다며 예쁜 언니처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으며 또 직설적으로 살이 너무 쪄서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 방청객들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방송분량만으로는 분명 독설하는 언니와 차별하는 엄마가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질 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방송은 엄마와 언니가 왜 동생에게 그러는지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집안에 가족력이 있다며 살이 쪄서 시누이와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 그래서 살짝 거기에 노이로제가 있다는 것. 엄마와 언니가 동생에게 그러는 것이 사실은 그녀의 건강을 걱저해서라는 것을 밝혀주었다.

 

무엇보다 지난 주 집착 오빠와 확실히 달랐던 점은 마지막에 사연의 주인공과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확인해준 점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자극은 주되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방청객분들한테 이 사연만 놓고 보면 저희 언니랑 엄마만 나쁘게 보이잖아요. 하지만 저희 집안이 좀 직설적인 거든요. 언니도 착해요 엄마도 저를 사랑하시는 거 아니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엄마도 “내가 너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너 아프면 어떡해 엄마가. 알지? 사랑해.”라고 말했고 언니도 “엄청 욕먹을 거 같은데.. 저 동생 안 싫어해요. 저는 야채 안 먹을까봐.”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털어놨다.

 

즉 동생의 사연만을 들려주면 엄마와 언니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충분했던 이야기였지만, 결국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살찌는 것만 폭식하는 동생에 대한 가족의 걱정을 읽을 수 있었던 것. 또한 MC들 역시 이 자칫 자극적으로만 흐를 수 있었던 이야기에 여유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케이윌이라면 언니와 동생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언니보다 주인공이 낫다는 즉석 투표를 해서 108표나 나오자 정찬우는 “감정이 섞였네. 이 사람들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하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만들었다. 또 이영자는 살을 흔들어 멈췄을 때 여전히 흔들리면 비만이라며 이를 즉석에서 시연해 보여주는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물론 이날도 지난 주 출연했던 집착오빠에 대한 비난은 여전했다. 지난주 우승자로 이번 주에도 출연해야 했지만 송은혜씨가 신혼여행을 떠났다는 것. 그런데 이 집착오빠가 그녀와 함께 신혼여행을 간 사진이 공개되자 객석이 술렁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집착오빠와 차별엄마를 다루는 방송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집착오빠가 어떤 공감할만한 소통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차별엄마는 딸과의 소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안녕하세요>에는 MC 네 명이 그 날 출연하는 사연의 주인공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 다른 취향과 습관과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그들이지만 마치 똑같은 옷을 입은 것처럼 우리는 결국 서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안녕하세요>가 지향해야할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집착오빠와는 다른 차별엄마를 다루는 방식, 그 작은 배려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안녕하세요>, 왜 비정상이라 비난받을까

 

초심을 잃어버린 걸까. 공영방송이 이래도 되나 싶다. 여동생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오빠가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후 인터넷은 이 오빠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정신병자’이니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부터 ‘스토커’라는 비난, 오빠가 여동생에게 툭하면 시키는 뽀뽀가 ‘성추행’이라는 얘기까지 나왔고, 심지어 ‘성적인 악플’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내고 있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것.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그도 그럴 것이 방송에 나간 이 여동생에 집착하는 오빠의 이야기는 실로 정상이라 볼 수가 없었다. 동생을 아끼는 마음에서 그랬다고는 해도,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여동생을 매일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여행을 갈 때도 꼭 따라가고 심지어 신혼여행까지 같이 가자는 오빠를 어찌 정상으로 보겠는가. 늘 손을 잡고 다니고 툭하면 뽀뽀를 요구하는 것에다 ‘사랑해’라는 말을 안 하고 전화를 끊으면 다시 건다는 건 도에 지나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혼하기로 한 예비신랑과 이 오빠가 썼다는 계약서에는 동생은 평생 자기 것이며 같이 살 것이고 언제든 데리고 놀러 갈 수 있다는 식의 내용까지 들어 있었다. 오빠가 아니라 부모도 이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동생은 울먹거리며 오빠가 자신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자신의 미래를 꾸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오빠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관객의 투표에서 150명 중 132명이 ‘고민이다’를 눌러 우승자가 됐을 때 오빠의 표정은 심지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남의 가족 일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내막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타부타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미 방송을 통해 방영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이 사적인 이야기를 공론화하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오빠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는 대중들은 하등 잘못된 것이 없다. 정상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방송에서 보여진 인물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따라서 이것은 방송이 아예 내놓고 한 사람을 전 국민적인 비난 앞에 내놓는 행위나 다를 바가 없다. 그 사람이 제 아무리 비정상적이고 잘못됐다 해도 그 어찌 보면 사적인 문제들을 온 국민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실로 방송이 할 짓이 아니다. 흔히 인터넷에서 누군가 찍은 동영상이 올라와 ‘○○녀’, ‘○○남’이라 불리며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일과 이것이 무에 다를 게 있을까.

 

물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다양성의 차원에서 보여주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들 사이에 어떤 화해와 소통의 물꼬를 터주자는 <안녕하세요> 애초의 기획의도는 잘못된 것이 없다. 하지만 이 기획의도대로 하려면 좀 더 신중한 접근과 편집이 필요하다. <안녕하세요> 같은 특이한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자칫 자극적으로 경도되기 쉬운 위험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안녕하세요>가 그나마 안전하다 여겨졌던 것은 가족이 출연해 가족애라는 틀 안으로 특이한 이들을 껴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난받을 만한 이들도 뒤늦은 참회의 모습으로 오히려 소통의 감동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동생에 집착하는 오빠의 이야기에는 그런 부분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소통은커녕 오히려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오빠가 여동생에게 보여준 리액션의 전부였다. 그러니 이 편집된 방송에서 대중들의 비난여론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이 날 방영된 또 다른 사연 중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마치 하인처럼 시키는 부모 이야기 역시 자극적인 소재였지만 그나마 비난여론이 덜했던 것은 마지막에 엄마가 딸의 고충을 이해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통해 둘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소재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도무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불편한 내용들은 그대로 방영되면 당사자들을 공론의 질타 속에 던져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민을 들어준다는 빌미로 어쩌면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 마구 풀어헤침으로써 결국 그 당사자들의 비난을 먹고 자라는 프로그램이라면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방송이 시청률을 위해 일반인들을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좋은 기획의도는 자칫 잘못된 방송을 통해 ‘다른 것’이기 때문에 비난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녕하세요> 제작진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왕가네 식구들>, 비정상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

 

드라마를 보면서도 공분이 생긴다? <왕가네 식구들>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가 늘 그러하듯이 <왕가네 식구들>에도 여지없이 찌질함의 극치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울화통 캐릭터가 등장한다. 딸 차별하는 엄마 앙금(김해숙)과 정신병자에 가까운 사치와 과시욕으로 살아가는 첫째 딸 수박(오현경)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왕가네 식구들(사진출처:KBS)

엄마와 딸이 세트로 거의 정신병에 가까운 막장 짓을 해대니 다른 가족이 정상적일 수가 없다. 이앙금의 차별로 둘째 딸 호박은 늘 구박당하는 자신에 익숙할 만큼 피해의식에 절어 있다. 먹을 거 안 사먹고 지독하게 돈을 모아 집을 샀지만 엄마와 언니는 축하해주기는커녕 비난만 한 가득이다. 마침 수박네가 사업에 망해 힘겨워하는데 혼자만 살 궁리한다는 것. 이름이 벌써 수박과 호박이니 이건 아예 작가가 대놓고 차별하겠다 선언한 캐릭터들이나 마찬가지다. 호박에 줄 간다고 수박이 안 된다는 얘기.

 

수박의 남편 민중(조성하)은 사업에 실패해 택배 사업에 뛰어들어 돈 몇 만 원 벌려고 달동네를 허리가 부러지도록 뛰어다니지만, 아내 수박은 이런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채를 빌려 3백만 원이나 하는 유모차를 사고 초라한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모텔에서 지낸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하라고 장인 왕봉(장용)이 말하자 민중은 운동장에 드러누워 오열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수박 때문에 남편도 정신병자가 되기 일보직전이다.

 

이런 민중에게 장모라는 사람은 보듬어주기는커녕 차라리 헤어지라는 막말을 해댄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여자를 아내로 둔 왕봉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게다가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감선생님이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이런 가족을 보며 막막한 생각밖에 더 들겠는가. 그나마 이 가족의 버팀목으로 서있는 자신이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고민은 아무에게도 토로하지 못한다. 그 역시 언제 쓰러질 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인물이기는 마찬가지.

 

한편 허세만 가득한 호박의 남편 허세달(오만석)은 장모의 차별대우를 똑같이 받아오면서 아내가 집을 사자 기고만장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진 않았지만 이 캐릭터는 장차 조강지처 호박을 놔두고 바람이 날 모양이다. 호텔 상속녀 은미란(김윤경)이 대놓고 들이대기 때문인데, 왜 그녀가 허세달에게 그러는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결국 호박의 뒤통수를 치는 불륜 행각으로 대국민 울화통을 터트리려는 캐릭터라고 밖에.

 

<왕가네 식구들>은 정상이 아니다. 엄마가 정상이 아니니 자식들이 정상일 리 없고, 그들과 가족으로 얽힌 인물들이 제 아무리 정상적으로 살아보려 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온 가족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빠져들게 되는 것. 실로 한 가족에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진 이가 있을 때 그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그 관계가 타인까지 비정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어떨까. 시청자들에게 일일드라마가 주말드라마 같은 가족드라마들은 일종의 유사가족 관계를 형성한다. 집에서 온가족이 둘러 앉아 이들 가족드라마를 보면서 때론 공감하고 때론 혀를 차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갈등 없는 가족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것도 어느 정도다. 정신병에 가까운 인물들이 끊임없이 울화통을 터트리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 속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신병적인 양태를 극단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는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모여 있는 시간에 왜 KBS 같은 공영방송이 이런 비정상적인 가족의 행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물론 훈훈한 가족이야기만을 그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대중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가족의 문제도 표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차츰 진행되면서 어떤 갈등의 해결이나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에서 결과가 정상적이라고 해도 과정 대부분이 비정상적이라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물론 백분 양보해서 이런 가족들도 분명 실제로 있을 것이다(아니 어쩌면 많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에 연어족, 갱거루족, 처월드, 편애, 학벌지상주의 등을 예로 들며 이것이 2013년 현실적인 가족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진짜 현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획의도에 적혀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가 ‘현실에 지치고 피곤한 우리들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 통쾌한 웃음과 진한 감동’을 주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혹 이것은 명분일 뿐 시청률이 진짜 목표는 아닌지. 살기도 힘겨워 죽겠는데 공영방송의 드라마마저 심지어 공분의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BLOG main image
더키앙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by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337)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126)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달력

«   2018/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3,020,498
  • 260449
textcubeget rss

더키앙

더키앙's Blog is powered by Tistory.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더키앙 [ http://dogguli.tistory.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