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 떠나는 MBC, 시대 역행하는 조직문화

 

방송은 물론이고 모든 사업의 영역에서 유능한 인력의 유출은 두 배의 손실을 만들어낸다. 즉 그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그 조직이 갖는 손실이 하나고, 그 인력이 경쟁사로 옮겨가 그 조직을 키워내면서 생기는 손실이 그 둘이다. 그러니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MBC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 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 경영진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이 인력의 문제만을 놓고 봐도 MBC는 어마어마한 위기 앞에 놓여있다. 모든 것들을 사업과 연결하여 수익성만을 높이려는 경영적 마인드가 당장의 수치를 높여놓는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능한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건 그 어떤 조직보다 창의적이어야 하는 방송사로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최근 <아빠 어디가>를 연출했던 김유곤 PD<우리 결혼했어요>, <세바퀴> 등을 연출했던 전성호 PD가 사표를 던졌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를 위시해, <애니멀즈>를 연출했던 손창우 PD, <나 혼자 산다>, <진짜사나이>를 연출한 문경태 PD, <아빠 어디가> 시즌1을 연출한 강궁 PD가 모두 MBC를 떠났다.

 

사실 그나마 MBC의 인력들이 제 자리에 남아있던 분야가 예능이었다. 이미 알다시피 지난 김재철 사장 시절에 교양, 시사 PD들이 철퇴를 맞아 자리를 잃고 이상한 사업부로 밀려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일들이 벌어진 바 있다. 그 결과 지금 현재의 MBC 교양국은 아예 그 형체가 희미해져 버렸다. 교양국 PD들은 자부심을 잃은 지 오래다. 좋은 프로그램들이 나올 리 만무다. 그런데 최근에는 예능국 PD들마저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지상파의 약진이나 적극적인 러브콜, 그리고 중국시장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MBC의 조직문화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고민들을 하고 있는 마당에 MBC 조직은 더 수직적 조직문화를 공고히 하고 있는 느낌이다. PD들이 무언가를 도전하기보다는 경영진의 압력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 그러니 PD들의 이탈은 당연해진다.

 

하지만 MBC 경영진의 생각은 정반대인 듯하다. 철저히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듯, 이 모든 것을 돈 문제로 치부하는 것. PD들의 이탈이 개인적인 포부나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는 이적료같은 돈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돈 문제보다 더 심각한 건 능력이 있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부조리한 시스템과 경직된 조직문화다.

 

MBC는 최근 몇 년 간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영방식으로 인해 많은 걸 잃었다. 먼저 교양과 시사 나아가 뉴스 프로그램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한 때는 드라마 왕국이라고까지 불렸던 그 명성이 어쩌다 막장드라마의 산실이라는 얘기까지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예능 PD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되고 있다.

 

항간에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만일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없었다면 MBC 예능 역시 일찌감치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가 MBC의 소유이고 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김태호 PDMBC를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는 건 MBC가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아닐까. 시대에 역행하는 조직문화로 좋은 인재들이 나가는 것을 막기는 어렵지 않을까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드라마 혈전, 시청자들에겐 복

 

명품드라마를 넘어 인생의 드라마라고까지 얘기됐던 <시그널> 효과였던가. <시그널>이 끝나자 tvN 드라마들 거침없던 질주는 주춤해진 느낌이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기억>3.8% 시청률(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9%까지 떨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tvN 월화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6.8%까지 시청률을 냈던 것에 비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3.3%에서 시작해서 1.4%까지 곤두박질쳤다.

 


'대박(사진출처:SBS)'

<시그널><치즈 인 더 트랩>의 놀라운 선전, 또 지난해 주목받은 <두번째 스무살><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tvN 드라마는 지상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의 위상은 한두 드라마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흐름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억><피리부는 사나이>의 성적은 아쉽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기억>이다. 이 드라마는 완성도와 디테일이 놀랍고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도 상당히 진중하다. 최근 들어 이만큼의 성취도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 채널의 드라마가 제대로 존재를 드러내려면 대중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아쉬운 작품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어울리는 작품이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정서 같은 것들이 이 작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게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볼거리가 아닌 정서적인 몰입이 드라마의 관건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피리부는 사나이>의 추락은 당연해 보인다.

 

tvN 드라마처럼 비지상파의 약진 때문에 지상파가 위기감을 느낀 건 분명하다. 이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상파 주말드라마들의 토요일 시청률은 뚝 떨어졌다가 일요일에는 다시 오르는 이른바 퐁당퐁당(?)’ 시청률이다.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시청률표를 보면 <시그널>의 영향이 얼마나 극적인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그런거야><시그널>이 방영됐던 토요일 시청률에서는 뚝 떨어졌지만 일요일 시청률에 피치를 올리면서 서서히 회복했다. <시그널>이 끝난 후 <그래 그런거야>는 이제 10% 시청률을 넘겼다. 물론 여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철의 토요일이 지상파 콘텐츠들에게는 춘궁기가 된다는 요인도 섞여 있지만 tvN 드라마들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시그널> 종영 후 주춤하는 사이, 지상파 드라마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KBS <태양의 후예>가 주중드라마로서는 예외적으로 30% 시청률을 훌쩍 넘겨버렸고, 월화드라마들의 대전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새삼 지상파 드라마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연달아 사극을 편성한 SBS <대박>과 박신양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그리고 <대조영>에서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같은 대작드라마로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50부작 <몬스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것.

 

최근의 이런 드라마 라인업들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반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해졌다. 물론 tvN 드라마들이 가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완성도의 장르 드라마들이 늘 비슷비슷한 소재와 장르들만 반복해온 것처럼 여겨지는 지상파드라마와 비교되며 긍정적인 성취를 거두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맞대응하듯 지상파드라마들 역시 기대할만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혈전은 우리네 드라마의 체질을 더 튼튼하게 해줄 것이니.

<응팔>이 만든 만만찮은 파장, 향후 드라마 판도는?

 

예능 드라마? 한 때 이 이상한 조어의 드라마는 드라마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에게는 비하의 대상이었다. 드라마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너무 가볍게도 느껴지고 어찌 보면 만화 같기도 한 이 근본 없는(?) 드라마에 예능 드라마라는 어설픈 이름을 붙인 것에도 아마도 그 비하의 의미는 어느 정도 들어있었다고 여겨진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응답하라> 시리즈 이야기다. 처음 <응답하라1997>을 신원호 PD가 만든다고 했을 때 필자 역시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시트콤일 것이라 섣불리 예단했던 적이 있다. 예능 PD가 드라마를 한다는 걸 어떻게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과거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했던 경력을 떠올리며 <응답하라1997> 역시 시트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섣부른 예단은 첫 회가 방영된 후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그건 시트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존 드라마 문법을 따르는 드라마도 아니었다. 드라마와 예능 사이 애매모호한 경계를 밟고 있는 <응답하라1997>은 그러나 성공적이었다. 2012년에 <응답하라1997>이 방영된 후 3, <응답하라1988>은 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가 결코 드라마 바깥에 놓여진 돌연변이가 아니라 어찌 보면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취향 때문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드라마들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올해 드라마 판도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지상파의 고민과 비지상파의 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들은 기존 플랫폼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새롭게 적응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MBC는 기존 지상파 주 시청층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다. 그래서 익숙한 자극적인 코드들을 버무려 주말드라마 헤게모니를 만들었다. MBC 주말드라마는 그래서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잃은 것도 만만찮다. 결코 미래지향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그 선택이 MBC 드라마의 위상을 깎아먹은 것이다.

 

SBS는 이른바 복합장르라는 새로운 드라마의 틀을 만들어내며 이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기존 지상파의 헤게모니를 이어가려 노력했다. 현재 하고 있는 <리멤버 아들의 전쟁> 같은 복합장르의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냄새를 보는 소녀> 같은 SBS가 시도해온 일련의 복합장르의 실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KBS는 이런 변화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본래 지상파 드라마 헤게모니의 핵심이랄 수 있었던 가족드라마, 일일드라마, 정통사극 안에 머물렀다. 그나마 올해의 성과라고 하면 <프로듀사> 같은 예능과 드라마의 접목을 통해 탄생한 작품 정도일 것이다. KBS 드라마의 부진은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지상파 플랫폼의 힘과 새로운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고민하며 이런 저런 선택을 하고 있을 때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그 틈새를 통해 비상했다. JTBC는 작년 <밀회>를 통해 확고한 드라마의 강자임을 증명했지만 올해는 <송곳> 이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변화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일이다. JTBC는 지상파와의 차별점으로 정통드라마를 주창해왔지만 올해는 <라스트><디데이> 같은 장르물의 실험을 시도했다. 물론 그 장르물이 성취를 갖지 못했지만 정통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점은 역력해보였다.

 

비지상파 드라마의 비상을 전면에서 이끈 건 다름 아닌 tvN이다. tvN<응답하라1997>의 성취에 이어 끊임없이 예능적인 성격을 가진 드라마들과 영화적인 드라마들을 공격적으로 포진해왔다. 작년 <미생>이 드라마 전체에 파장을 일으킨 것은 물론 그 원작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올해 <오 나의 귀신님>이나 <두 번째 스무 살>이 모두 7%대의 시청률을 낸 것은 tvN표 드라마의 지속적인 투자가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점은 모두가 인정하듯 <응답하라1988>이다. 이 드라마는 마치 비지상파 드라마의 상징처럼 세워져 있고, 또한 지상파 본방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케이블과 종편이 새롭게 등장한데다 모바일이나 IPTV 시청이라는 새로운 시청패턴이 등장하고 있는 혼돈기에 이 드라마는 하나의 대안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응답하라1988>의 구성이 너무 허술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기존 드라마 문법 안에서 이 드라마를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응답하라1988>은 예능의 좋은 유전자들을 가져와 드라마에 이식한 작품이다. 마치 예능이 그러하듯이 캐릭터가 선명하게 세워져 있고 매회 한 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마치 한 편의 완결된 영화처럼 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시트콤적인 구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응답하라1988>은 시트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지함과 무게감을 갖고 있다.

 

이렇게 캐릭터를 선명하게 세우고 매회 끊어지는 에피소드로 구성하게 되면 드라마 전편을 굳이 다 보지 않아도 중간 중간에 들어와 충분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틀이 가능해진다. 마치 <12>을 몇 주 못 봤다고 해서 다음 회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한 회 분량의 에피소드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이야기들로 짧게 짧게 끊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이른바 한 회를 다 보지 않아도 이른바 짤방을 통해서도 충분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응답하라1988>은 현재 1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게다가 이만한 화제를 매일 같이 쏟아내는 드라마도 없다. 지상파도 내기 힘든 시청률과 화제성. <응답하라1988>은 현재 플랫폼 변화와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 속에 혼돈에 빠진 드라마계의 새로운 대안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예능 드라마라고 비하했던 이들 드라마들은 이제 향후 드라마계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PD시대로 바뀐 예능, 그래도 유재석이다

 

9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연말을 맞아 조사한 올해를 빛낸 개그맨’ 1위에 유재석이 올랐다. 올해만이 아니라 4년 연속 1위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3%가 유재석을 꼽았다고 한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물론 개그맨을 뽑는 것이니 그 중에서 유재석을 넘어설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유재석은 매년 해왔던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단 두 차례(2010년 강호동 2011년 김병만)를 제외하고 전부 1위를 차지해왔다. 심지어 2010, 2011년에도 유재석이 단 몇 프로 차이로 2위에 랭크되어 있으니 사실상 거의 매년 부침없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유일한 개그맨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띠는 건 2위에 이국주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4위에 김준현(SNL코리아), 6위에 정형돈(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 7위에 박나래(코미디빅리그), 9위에 신동엽(SNL코리아, 마녀사냥, 수요미식회)이 나란히 들어 있어 예능에서 지상파보다 비지상파(tvNJTBC)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된 건 다분히 과거 스타 MC 파워에서 이제는 스타 PD 파워로 예능의 지분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상당부분 드러내는 일이다. 비지상파가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대거 비지상파로 거처를 옮긴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유재석도 강호동도 어떤 PD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있다. 그들이 최근 나란히 JTBC 예능의 문을 두드린 건 이런 변화를 잘 말해준다.

 

중요한 건 이처럼 스타 MC 시대가 저불고 대신 스타 PD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의 존재감이 그 어떤 개그맨들보다 강렬한 한 해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았던 <무한도전>에서도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든 <런닝맨>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스타MC들의 새로운 위치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통해 이제 지상파와 다름없는 비지상파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게 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유재석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졌던 장면들은 <런닝맨><무한도전>에서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출연자들을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하나하나 배려해가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그 놀라운 진행 능력이었다. <런닝맨> ‘100 vs 100’ 특집은 무려 200명이나 되는 출연자들이 체육관에 모여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는데, 자칫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템을 유재석은 발군의 진행능력으로 살려냈다. 또 방송국 PD들을 잔뜩 모아놓고 했던 <무한도전> ‘무도드림자선 경매쇼에서도 이런 유재석의 진행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확실히 스타 MC의 파워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재석은 의기소침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10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20을 보여주는 격이다. 그를 유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저 허명만이 아니라는 걸 그의 올해 남다른 도전이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무도>도 힘들다, 지상파 예능 시즌제 안하면

 

“2008년부터 TV 플랫폼을 벗어나 영화, 인터넷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건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문제는 <무한도전>의 시즌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아이템을 해결할 수 없더라.” 지난 달 25일 김태호 PD는 서울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시즌제를 언급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이건 김태호 PD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지상파 예능 PD들은 오래 전부터 줄곧 시즌제를 외쳐왔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시즌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지금의 지상파 예능의 편성 시스템으로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존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에 맞추기 위해 반복적인 노동에 노출되다 보면 애초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힘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제작진도 또 시청자도 어떤 휴지기를 통한 재충전의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시즌제의 문제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PD가 바로 나영석 PD. 그는 KBS를 떠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으로 PD가 쉴 틈 없이 달려옴으로써 너무 고갈되어버린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CJ로 이적한 후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를 시즌제로 구성해 톡톡한 효과를 거뒀다. 만일 이 프로그램들이 시즌제가 아니라 매주 방송으로 편성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프로그램의 소비속도는 빨라졌을 것이고, 그 신선한 느낌도 사뭇 상쇄됐을 것이다.

 

이처럼 예능 PD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시즌제에 대한 김태호 PD의 언급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금껏 시즌제가 아닌 매주 편성으로 버텨냈던 지상파 예능이 어느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알다시피 최근 한 2년 동안 지상파 예능들은 JTBCtvN 같은 비지상파 예능에 그 주도권을 놓친 지 오래다. JTBC<비정상회담>이나 <썰전>, <냉장고를 부탁해>, <히든싱어>가 각각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고, tvN<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집밥 백선생> 등등의 예능 프로그램들 역시 하나의 트렌드를 세웠다. 지상파들은 뒤늦게 보조를 맞추기 위해 쿡방을 따라하거나 외국인 트렌드를 끼워 넣는 모습을 보였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에서 주도권이 빼앗긴다는 건 치명적이다. 예능의 헤게모니를 떠나 그것은 방송사의 위상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다. 실제로 JTBCtvN이 이른바 ‘5대 방송사(지상파 3사와 함께)’를 새로운 방송사의 틀로 제시할 수 있었던 데는 상당부분 이들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들의 지분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인식들은 지상파 관계자들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시즌제를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앞의 이익 때문이다. 이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마어마한 광고 완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말 예능의 경우는 방송사의 경영지표가 좌지우지될 정도로 광고 매출이 중요하다. 그러니 잠시 쉬고 간다는 건 언감생심 마음먹기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콘텐츠란 그 자체의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장기적인 인기를 이어갈 수 있고 그래야만이 광고 매출도 보다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다. 지금의 주말 예능을 보라. 그나마 KBS<12>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복면가왕>, <진짜사나이>, SBS<런닝맨>같은 프로그램이 버티고는 있지만 그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뜨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방송 사고들은 이러한 매주 편성의 노동강도가 결국은 콘텐츠에 무리를 주고 있다는 징후처럼 보인다.

 

물론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즌제가 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스튜디오형 예능으로 JTBC<냉장고를 부탁해><비정상회담>, <썰전> 같은 프로그램이나 tvN<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들은 매주 편성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히든싱어><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같은 파괴력이 있는 대작(?)들은 시즌제가 프로그램의 파괴력을 훨씬 높여준다.

 

이것은 <무한도전>이나 <12>도 마찬가지다. 무려 10년이다. 10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해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시청자들도 달라지고 있고 방송 트렌드도 시즌제에 더 맞춰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변화 속에서 당장의 이익 때문에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자칫 방송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고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 많은 인재들 또한 유출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들은 나영석 PD의 승승장구를 눈 여겨 보고 김태호 PD의 고민에 귀기울여야할 때다



tvN에 이어 JTBC, 강호동의 행보에 담긴 의미

 

이번엔 JTBC. 강호동이 JTBC 예능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JTBC에는 <무릎팍도사>를 함께 했던 여운혁 PD가 있다. 그는 이미 <썰전> 같은 JTBC 예능의 아이콘을 만들어낸 PD. 한동안 고개 숙였던 강호동이라도 당연히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강호동과 여운혁 PD의 조합이 어떤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신서유기(사진출처:tvN)'

물론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었지만 이미 강호동은 나영석 PD와 함께 tvN에서 <신서유기>를 찍은 바 있다. <신서유기>는 누적 조회 수가 5천만 건을 넘기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에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강호동의 진가가 발휘됐다는 점이다.

 

인터넷 플랫폼이 낯설어 어떤 얘기를 해야 할 지 고민하는 모습이나 옛날 방식의 웃음 만들기를 여전히 보여주다 다른 출연자들에게 옛날 사람으로 불리는 굴욕을 당하는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주었고, 길거리에서 틈만 나면 쭈빠지에(저팔계)!”를 외치는 모습도 역시 강호동 다운 웃음이었다.

 

지상파만을 고집하던 톱 MC들이 비지상파로 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굳건히 지상파를 고수하고 있었던 이들이 유재석, 강호동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재석은 JTBC<슈가맨>으로 합류했고, 강호동 역시 tvN을 거쳐 이제는 JTBC로의 입성을 앞두고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다채널화되는 시대고, 게다가 좋은 콘텐츠라면 지상파든 비지상파든 이제 대중들이 찾아본다는 것이 이미 몇몇 성공적인 예능 프로그램들로 증명된 바 있다. 그러니 유재석이나 강호동도 이제 지상파 비지상파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지상파를 떠난 비지상파의 PD들은 어찌 보면 이들 유재석, 강호동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들이 아닌가. 지상파에서 유능한 PD들은 어느새 상당부분 비지상파로 빠져나간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tvN<신서유기>가 그랬던 것처럼 만일 JTBC에서도 강호동이 살아난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 지상파 예능의 안일함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지상파가 이런 저런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 형식이 너무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 거꾸로의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강호동이 JTBC에서 예능을 새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반응이 영 시원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것은 강호동에게 꽤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즉 지상파에서도 비지상파에서도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은 강호동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MC파워보다는 제작진의 파워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그 성패를 온전히 강호동이 지고 간다는 건 어딘지 억울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호동이 아닌가. 강호동의 JTBC행은 그 성패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JTBC 가는 유재석, tvN 가는 강호동

 

유재석이 FN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1인 기획사로 잘 해오고 있던 그가 왜 기획사와 손을 잡았을까. 혹자는 이것이 순전히 돈의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을 들여다보면 그가 왜 1인 기획사를 유지하지 않고 좀 더 큰 기획사와 계약을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사진출처:SBS)'

한때 그와 쌍벽을 이뤘던 강호동은 일찌감치 SM C&C와 전속계약을 했다. ‘보다 체계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했다고 한다. 물론 그는 다시 예능으로 복귀하면서 그 연착륙을 하기 위해 기획사의 지원이 절실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틀에서 바라보면 일찌감치 시작된 방송 콘텐츠 산업의 변화가 더 중요했을 것이다.

 

방송사를 중심으로 하던 콘텐츠 비즈니스는 언젠가부터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SM C&C가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콘텐츠 프로듀싱 사업으로 확장을 꿈꾼 건 그래서다. 방송사들은 과거 몇몇 스타 MC들을 섭외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성패를 다퉜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 속에서 강호동과 유재석이 쌍두마차를 끌었던 건 당시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스타 MC들만 쥐고 있으면 지상파들은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시청률을 거둬가곤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복귀한 강호동은 투입되는 프로그램마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것은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유재석은 기존 프로그램들인 <무한도전><런닝맨> 정도에서 지속적인 힘을 발휘했지만 그 역시 <나는 남자다> 같은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스타 MC를 쥔 지상파가 헤게모니를 장악하던 시대는 그렇게 조금씩 지나갔다.

 

지금은 방송사로 대변되는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 여기서 새로이 떠오르는 이들은 스타 MC가 아니라 제작진이다. 나영석 PD나 김태호 PD 같은 제작진은 이제 콘텐츠 중심의 시대에 주역으로 떠오른다. <삼시세끼>가 성공한 것은 출연자들 때문이 아니다. 똑같은 아이템을 다른 PD에게 맡겼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무한도전>에서 김태호 PD를 빼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얘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성공시킨 건 몇몇 스타 출연자들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박진경, 이재석 같은 젊고 감각적인 PD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JTBC<썰전>에서부터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일련의 예능들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플랫폼의 힘 때문이 아니라 맨 파워였다. 맨 파워는 거꾸로 플랫폼에 힘을 실어주었다.

 

유재석이 FNC와 전속계약 체결을 하기 몇 달 전 JTBC에서 프로그램을 할 거라는 소식은 그가 지금의 예능 판세를 정확히 읽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지금은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콘텐츠를 잘 만드는 맨 파워가 있다면 플랫폼, 즉 방송사는 지상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중요한 일이 아니다. 유재석은 JTBC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거기 소속된 유능한 PD들과 그들의 콘텐츠 제작능력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나영석 PD가 강호동, 이승기는 물론이고 과거 <12>의 얼굴들이었던 인물들을 끌어 모아 <신서유기>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과거처럼 강호동을 끌어와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라며 내려온 오더를 PD들이 수행하던 지상파의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나영석 PD가 중심에 있고 그가 기획하는 콘텐츠 속에 강호동과 이승기를 끌어 모은 형국이다. 콘텐츠가 우선이고 그걸 제작하는 PD가 중심이다. <12>이 과거 지상파의 플랫폼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 영향력이 있다) 프로그램이었다면, <신서유기>는 이제 플랫폼과 상관없이 콘텐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건 유재석도 강호동도 이제는 지상파에만 스스로 묶어놓았던 족쇄를 풀었다는 점이다. 지상파건 비지상파건 상관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비지상파쪽으로 모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이미 지상파에서 유능한 제작능력을 보였던 PD들은 상당부분 JTBCtvN으로 옮겨갔다. 이명한 PD를 주축으로 나영석, 신원호, 신효정, 고민구 같은 PD들이 tvN으로 옮겨 맹활약하고 있고, 김시규 PD를 중심으로 여운혁 PD, 임정아 같은 PD들이 JTBC 예능의 승승장구를 이끌고 있다.

 

결국 콘텐츠 중심주의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맨 파워다. 지상파는 이미 상당한 맨 파워를 비지상파쪽에 빼앗긴 상태다. 유재석도 강호동도 비지상파로 행보를 넓히고 있는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이런 맥락에서 유재석의 FNC 전속 계약의 의미를 재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 MC 중심으로 흘러가던 시절에야 1인 기획사를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의 흐름에서는 혼자 서 있는 건 외로울 수밖에 없다. 강호동이 얘기했듯이 좀 더 체계적인 매니지먼트가 필요해진다.

 

콘텐츠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협업이 필요하다. 또 콘텐츠가 지향하는 건 국내만이 아니다. 유재석의 전속 계약은 그래서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나누던 플랫폼 시대에 누리던 스타 MC들의 지위가 이제는 콘텐츠 속에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실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만일 지금처럼 지상파가 콘텐츠를 리드해나가지 못한다면 제작진은 물론이고 출연자까지 더 많은 엑소더스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드라마대신 쿡방?

 

주중 10시는 지상파들이 구축해 놓은 드라마 시간대다. 지상파에 이 시간대가 갖는 의미는 크다. 3사가 경쟁을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암묵적으로 밤 10시 드라마를 보는 시청패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공고하게만 여겨졌던 주중 10시 시간대의 드라마 시청 패턴에 조금씩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물론 시청률 추산방식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중 드라마 시청률은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고, 이제 10% 넘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MBC <화정> 같은 사극의 시청률을 보라. 과거 MBC의 월화 사극 시청률이 20% 이상 심지어는 40%를 넘겼던 걸 생각해보면 이제 10% 남짓에 머물러 있는 이 사극의 시청률은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다.

 

흥미로운 건 이 살짝 열려진 틈새로 비지상파들이 대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비지상파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JTBCtvN이 일제히 저녁 940분대를 예능으로 공략하고 있는 건 주목해볼 일이다. JTBC는 이 시간대에 <냉장고를 부탁해>, <백인백곡 끝까지 간다>, <유자식 상팔자>, <님과 함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배치했고, tvN<촉촉한 오빠들>, <집밥 백선생>, <수요미식회>, <한식대첩>, <삼시세기>를 편성했다.

 

940분대를 비지상파가 예능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는 건 다분히 10시 지상파의 드라마 시간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0시 드라마 시청 패턴을 예능으로 바꾸려 시도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런 공략은 최근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월요일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확고한 자기 존재감을 만들어내고 있고, 화요일은 tvN <집밥 백선생>이 단 몇 회만에 시청자들의 열광을 얻어내고 있다. 주목할 것은 최근 쿡방 열풍이 이 비지상파의 940분대 예능을 강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화로 이어지는 쿡방에 이어, 수요일은 <수요미식회>가 있고 목요일은 <한식대첩> 그리고 금요일은 믿고 보는 나영석표 쿡방 <삼시세끼>가 있다.

 

이러한 쿡방 라인업은 그 자체로도 이 시간대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왠지 그 시간이 되면 쿡방을 하나 정도 봐야할 것 같은 욕망을 부추기는 것. 물론 이 트렌드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트렌드로 채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있다.

 

예능이 점점 방송 콘텐츠에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는 점도 이런 비지상파의 940분대 예능 공략에 힘을 얹는 일이다. 과거에는 드라마가 그 방송국의 위상과 연결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그 방송국의 이미지가 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이를테면 tvN은 나영석 PD의 예능이 그 방송국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려주고 있다.

 

과연 이러한 비지상파의 선전포고는 실제로 주중 지상파 드라마 시청패턴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 확연히 두드러진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는 반면, 비지상파 예능은 조금씩 반등하는 그 흐름이 많은 걸 얘기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여러분들은 어떤가. 여전히 드라마인가. 아니면 예능인가.

 

예능의 판세 어떻게 비지상파로 가게 됐을까

 

유재석은 왜 JTBC 파일럿 프로그램에 출연결심을 했을까. 사실 지금껏 지상파에만 죽 눌러 있었던 유재석이 JTBC 출연을 결심했다는 건 하나의 사건이다. 생각해보라. 케이블 채널이 개국한 지 그토록 오래되었지만 유재석은 한 번도 케이블을 기웃거린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는 지금 이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을까.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사진출처:SBS)'

이것은 지금의 방송 환경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재석의 선택은 비지상파가 방송 콘텐츠의 새로운 강자로서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이고, 반대로 지상파는 그만한 위기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처럼 지상파 비지상파를 나눠서 얘기하는 것도 그리 온당한 건 아니다. 비지상파라고 해도, 종편에 JTBC와 다른 종편들 이를테면 TV조선이나 채널A 같은 방송사는 천양지차다. tvN이나 Mnet 같은 몇몇 케이블 채널을 빼고 나면 다른 채널들은 거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건 지상파니 비지상파니 하는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플랫폼 위에 어떤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이 있느냐는 것이고, 그런 콘텐츠들을 만들어낸 이른바 스타 PD들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유재석의 JTBC 행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보인다. 그는 JTBC 행을 했다기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곳에 자신을 세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콘텐츠만 좋다면 그것이 지상파든 비지상파든 심지어 인터넷 방송이라고 하더라도 마다할 일이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콘텐츠가 플랫폼과 무관한 건 아니다. 아니 사실상 지상파 콘텐츠들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은 지상파가 갖는 한계가 작용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즉 지상파가 갖고 있는 시청층은 최근의 매체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면이 있다. 연령대가 금 높고 충성도는 높지만 트렌드 변화에는 민감하지 않다. 그러니 이 타깃에 맞춰진 콘텐츠들은 조금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유재석은 KBS에서 <나는 남자다>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토크쇼를 시도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갖지는 못했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지상파와는 약간 맞지 않는 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재석이라고 하더라도 대단한 시청률을 가져가기 어려운 스튜디오물인데다 지상파라는 틀에서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만일 이런 토크쇼를 비지상파에서 했다면 어땠을까. 지상파에 비해 높지는 않아도 꽤 괜찮은 시청률과(비지상파로서는) 호평을 가져갔을 가망성이 높다.

 

이런 차이는 지금 현재의 지상파 콘텐츠의 위기가 단지 프로그램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구조적 문제라는 걸 말해준다. 게다가 괜찮고 유능한 PD들이 거의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는 건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사실 콘텐츠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이 얼마나 맨 파워를 보여주느냐가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 JTBCtvN이 예능에서 펄펄 날고 있는 이유는 KBSMBC의 잘 나간다는 PD 인력들이 모두 이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위기다. 물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콘텐츠들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것이 과거의 지상파 영광을 부활시켜주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현재 변화해가고 있는 트렌드에 어느 정도 발을 맞추고 있다는 위안이 있을 뿐이다. 과거의 시청률표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면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방송 권력의 축은 상당 부분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유재석은 비지상파나 JTBC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방송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일이다. 지상파 비지상파가 뭐 그리 중요한 일이랴. 콘텐츠만 잘 나올 수 있다면 거기에 최적화된 인물이 그걸 선택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물꼬를 확 열어젖힌 유재석의 선택. 그것이 향후 어떤 새로운 변화들을 가져올지 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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