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

나이가 들어도 어쩌면 저렇게 신사일 수 있을까. 신사동에서 한 끼 함께 할 집을 찾아 나선 JTBC 예능 <한끼줍쇼>에 출연한 배우 김용건은 아마도 ‘신사’로 정평이 난 그 면면 때문에 섭외된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아재개그가 입에 철썩 달라붙은 김용건이 여러모로 신사동의 신사로는 딱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영하 10도를 오가는 겨울 날씨에 골목길을 떠돌며 한 끼 밥을 청하는 일은 젊은 사람들도 쉬운 일이 아닐 게다. 하지만 김용건은 연거푸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무엇보다 여러 사유로 거절하는 집 주인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알아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것이다. 

<전원일기>에 20년을 출연했고, 최근에는 <품위있는 그녀>에 출연해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지만, 자신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기꺼이 “하정우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였다. 어딘지 쓸쓸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는 그러면서도 “그게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고 말해 자식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지막까지 시도를 멈추지 않았지만 결국 실패해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처지에서도 김용건은 “이것도 좋다”며 긍정적인 말을 내놓았다. 물론 그게 너무나 슬퍼 보인다는 이경규의 한 마디가 진심일 수 있지만, 김용건은 신사로서의 면모를 끝까지 지키는 ‘품위 있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한편 누나와 두 남동생이 지내는 집에서 한 끼를 함께 하게 된 강호동과 황치열은 남다른 이 남매들의 정 앞에서 뭉클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사연인지 부모 없이 남매 셋이 지내고 있는 그들은 냉동 아구찜에 베이컨 버섯볶음으로 조촐하게 저녁을 차려냈지만 누나가 요리를 하고 동생들이 저마다 저녁차림을 돕는 모습은 그 어떤 집보다 따뜻한 가족의 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이 남매들에게 불쑥 서로에 대한 마음을 물어보자 조금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누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동생들 앞에서 늘 굳건한 ‘제2의 엄마’ 역할을 해온 누나도 순간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삶의 궤적이 비슷해 남다른 공감대를 보이는 황치열과 늘 유쾌함을 잃지 않던 강호동도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아이들 앞에서 조금은 숙연해졌다.

<한끼줍쇼>에 나온 김용건에게 이경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들 하정우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라며 자신의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요청하자 김용건은 선선히 “해줄 때 확실히 도와주라”고 말했고, <한끼줍쇼>에도 나와 달라는 요청에서는 “사람 냄새 사는 프로그램”이라며 여기 나와 한 끼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이 들어도 어른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진짜 어른 김용건이나, 어느 집의 너무나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보이는 남다른 남매의 정에서 느껴지는 ‘사람냄새’. 바로 이것이 <한끼줍쇼>가 주는 훈훈한 재미의 실체가 아닐까.(사진:JTBC)

‘감빵생활’ 비하인드가 보여준 슬기로운 제작현장

찍고 있는 공간은 긴장감이 넘치는 감방이지만 제작현장의 분위기는 이보다 따뜻하고 훈훈할 수 없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비하인드가 보여준 제작현장의 이야기는 어째서 이 드라마가 이렇게 기분 좋은 사람 냄새를 풍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로지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그 한 가지의 마음으로 모두가 즐거운 촬영장 분위기를 이어기는 모습. 모든 드라마 제작현장이 더도 덜도 말고 이 드라마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공인 김제혁 역할을 맡은 박해수는 그 얼굴에서부터 이 드라마 촬영이 그에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그는 단역을 해왔던 것에서 지금처럼 계속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며 “한 신 있으면 바들바들 떨었는데.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라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명교수 역할의 배우 정재성은 그게 신기한 일이라며 계속 힘들게 찍다보면 그런 긴장감이 사라지며 진짜 연기가 나오게 된다고 말해줬다. 

그런 촬영의 즐거움 때문인지 박해수는 몸이 힘든 장면에서도 사리지 않았고, 또 즐거운 현장을 만들기 위해 춤을 추기도 하는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모습도 보여줬다. 물론 현장 분위기를 웃음 가득 채워넣는 장본인은 바로 한양 역할을 연기하는 이규형이었다. 마약 복용으로 들어와 금단현상을 보이는 해롱이 특유의 모습을 연기해내는 이규형은 싸우는 모습이나 박해수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모습을 통해 귀여움 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은 촬영현장에서도 스텝들과 동료 연기자들을 빵빵 터트리는 피로회복제가 되어주고 있었다.

고박사(정민성)가 노래대회에 나가 ‘마이웨이’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음정이 잘 맞지 않는 그를 돕기 위해 무대 밑에서 문래동 카이스트 역할의 박호산이 같이 열창을 해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뭔가 분위기 있어 보이는 얼굴에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반전 웃음을 주는 박호산은 이미 이번 드라마가 낳은 존재감 갑이 된 배우. <슬기로운 감빵생활> 특유의 훈훈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출연자들끼리 서로 다투거나 격투신을 벌이는 촬영이 끝난 후 들려오는 신원호 PD의 “화해하세요!”라는 목소리다. 주인공인 김제혁 역할의 박해수가 왼쪽 어깨를 다치는 장면에서 격투신을 같이 찍은 똘마니 역할의 배우 안창환과 서로 부딪치는 액션 연기가 끝나자, “화해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러자 그들은 서로를 토닥이며 잘 찍었다는 격려를 해주었다.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이규형과 유대위 역할의 정해인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 서로 악을 바락바락 써대며 싸우던 두 사람은 그러나 컷 사인이 나오면 서로에게 미소를 던지는 그 누구보다 끈끈한 사이였다. 특히 유대위라는 살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정해인은 의외로 웃음이 많은 ‘미소천사’였고, 조각 같은 맨몸으로 팔굽혀펴기를 할 때는 멋짐이 터지는 모습이었지만 컷 소리와 함께 부끄러워하는 반전의 배우였다. 

어디든 드라마 촬영현장은 쉬울 수가 없고, 고단하고 힘든 일들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특히 폭염의 더위 속에서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까지 촬영을 하고 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촬영장은 더더욱. 그래서 자칫 사고 위험도 높고 노동 스트레스도 높을 수밖에 없는 곳이 드라마 촬영현장이다. 하지만 그 힘든 촬영현장도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치 감방 생활을 한다고 해도 ‘슬기롭게’ 대처하면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훈훈한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작품에도 묻어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은 결국 좋은 촬영장이 만드는 것이니.(사진:tvN)

일주일 내내, 드라마는 콩 볶는 중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SBS <닥터스>KBS <뷰티풀 마인드>의 성패를 가른 건 무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건 바로 멜로다. 공교롭게도 같은 의학드라마 장르지만 <닥터스>는 멜로가 있고 <뷰티풀 마인드>는 멜로가 없다. 그것도 <닥터스>의 멜로는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대사나 행동들이 적극적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에서 수술은 그 보조자를 누구로 하느냐 마저 멜로적인 구도로 그려진다. 혜정(박신혜)이 홍지홍(김래원)의 수술에 보조로 들어가기로 하자 서우(이성경)는 질투를 하며 자신도 들어가겠다고 요구한다. 또 혜정에게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정윤도(윤균상)는 아예 대놓고 혜정에게 자신의 수술에 들어오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이처럼 <닥터스>에서는 대부분의 사건과 상황들이 멜로로 귀결된다.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와 홀로 서려하고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하는 혜정이 성장해가는 과정은 다름 아닌 홍지홍과의 멜로를 통해서다. 또한 그녀가 의사라는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과정 역시 홍지홍, 정윤도, 서우와 엮어지는 멜로적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향후 아마도 이어질 현성병원의 후계 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 역시 어떤 식으로든 혜정과 홍지홍의 멜로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닥터스>의 성공은 의학드라마의 전문성도 물론 깔려 있지만 다름 아닌 멜로드라마의 달달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KBS <태양의 후예>가 지상파의 시청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도 결과적으로 보면 멜로다. 유시진(송중기)과 강모연(송혜교) 그리고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가 전쟁, 재난 상황 속에서 그려낸 멜로의 힘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강력했다.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난항을 겪던 수목드라마에 다시 두 자릿 수 시청률을 만들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그 힘은 멜로에서 나온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최단기간 4천만뷰를 넘어서며 벌써부터 <태양의 후예>의 뒤를 이을 작품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그토록 주말극에 힘을 실으려 노력했던 SBS가 그나마 성과를 가져온 작품은 <미녀 공심이>. 가족드라마도 복수극, 장르물도 아닌, 어찌 보면 평이해 보이기까지 한 멜로드라마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누가 알았으랴. 안단태(남궁민)와 공심이(민아)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일주일의 피로를 녹이는 중이다.

 

tvN이 월화드라마라는 새로운 편성시간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멜로의 힘이다. <치즈 인 더 트랩>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tvN 월화드라마는 <또 오해영>으로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다.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도 단연 높았던 <또 오해영>은 확실하게 tvN 월화드라마 브랜드를 구축해냈다. 이어진 <싸우자 귀신아>가 첫 회에 4%를 넘기는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이제 믿고 보는 tvN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생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싸우자 귀신아> 역시 외피는 공포물에 코믹을 섞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달달한 멜로라는 점이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박봉팔(옥택연)이 기억을 잃어버린 귀신 김현지(김소현)와 가까워지는 이야기. 박봉팔과 엎치락뒤치락하다 입을 맞추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을 살짝 떠올리게 된 김현지는 그 기억을 되살린다는 이유로 그와 다시 입을 맞추려 한다. 코믹 공포물이 멜로로 귀결되어 가는 증거다.

 

이제 의사가 나와도 귀신을 만나도 그 귀결은 멜로다. 사실 과거 같으면 기승전멜로라는 수식은 비판적인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 않다. 과거 기승전멜로드라마가 비판받았던 건 멜로로 귀결돼서가 아니라 그 과정들인 기승전이 너무 디테일과 전문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멜로 하는 드라마가 문제가 아니라 그 병원의 의사들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상황들이 문제였다는 것. 하지만 <닥터스> 같은 드라마가 보여주듯 요즘은 멜로로 귀결된다 해도 그 안에 병원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멜로로 귀결되는 것이 드라마 다양성의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만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멜로에 집중되고 그것이 계속해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건 그것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멜로 중독을 만들고 있는 걸까.

 

지금의 시청자들이 조금치의 무거움이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건 이미 여러 드라마들의 성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제 드라마는 더 이상 작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고 때로는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기능을 가진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니 보다 직접적인 즐거움을 원하게 되는 것이고,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단연 멜로가 주는 달달함을 원하게 되는 것.

 

이것은 거의 멜로 중독에 가깝다. 직장인들이 하루의 피곤을 맥주 한 잔으로 털어버리듯, 이제 하루를 살아낸 시청자들은 멜로 한 편으로 잠시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그 중독의 대상이 하필이면 멜로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냄새가 나는 장르의 총아가 바로 멜로가 아닌가. 지금의 대중들이 어디에 갈급하고 있는가가 이 멜로 중독이라는 증상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응팔>, 가진 자들이 나누는 서민들의 판타지

 

돈 천 만원을 갚지 않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판에 몰린 김선영. 그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웃 라미란과 이일화는 그것이 마치 제 일이나 되는 듯이 안타까워한다. 라미란은 몇 백만 원은 자신이 꿍쳐놓은 게 있다며 빌려주겠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이 빌려줄 돈 천 만원이 없어 아쉬운 얼굴이다. 그런 그녀에게 김선영은 지금껏 신세져 온 것도 미안한데 그럴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이런 장면은 <응답하라1988>이 갖고 있는 특별한 판타지를 잘 보여준다. 보통의 드라마들이 그토록 많이 그려왔던 판타지란 선망과 동경의 대상을 그리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백화점을 통째로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사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응답하라1988>은 그런 선망과 동경의 판타지를 그려 넣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채워지는 판타지는 돈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진 인간적인 정이다. 이 쌍문동 골목에서 가장 잘 사는 집은 아마도 택이네 집일 게다. 천재 기사로서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는 택이(박보검)와 봉황당이라는 금은방을 운영하는 택이 아버지 최무성은 그러나 전혀 그런 부유한 티를 내지 않는 인물들이다. 이웃의 부러움을 사기는 하지만 선망의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마음 착하고 과묵한 이웃 정도다.

 

최무성이 김선영의 사연을 알게 되고 선뜻 천만 원이 든 통장을 내놓는 장면은 그가 그런 능력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돈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라는 걸 그 장면 속에서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감동적이다. 최무성은 자신이 내주는 천만 원보다 쓰러진 자신을 구해주고, 냉장고가 비면 냉장고를 채워주며 함께 모여 때로는 떠들썩하게 웃을 수 있는 이웃들과 함께 살 수 있게 해준 박선영에게 더 고마워한다. 이런 장면에서 돈이란 저 뒤편으로 밀려난다.

 

집이 넘어가게 생겼는데도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홀로 있는 최무성을 찾아와 살뜰히도 챙겨주는 김선영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그 장면 역시 돈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떡 진 머리까지 감겨주는 모습은 조금은 과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허용되는 건 그러한 정을 드러내는 판타지 역시 강력하다는 걸 말해준다.

 

중국의 바둑대회에 나간 택이를 따라간 덕선(혜리)의 이야기에서도 이런 판타지가 깔려 있다. 국보급 존재인 택이가 대회에서 이기는 그 거창한 이야기보다 <응답하라1988>은 그 뒤에서 묵묵히 몇 시간을 기다려 초밥을 사다 방문에 걸어놓는 혜리의 이야기를 담아 넣는다. 택이가 그 어느 때보다 잘 먹고, 잘 잘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은 혜리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이었다는 것. 그래서 그걸 알게 된 택이가 혜리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설레게 만든다.

 

혹자는 <응답하라1988>의 이야기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가 아니고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결국 드라마가 그리는 것들은 대부분 현실에 부재한 판타지가 아닌가. 그리고 그 판타지란 그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을 환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저런 삶이 어느덧 판타지가 되어버린 현실. 선망이 아닌 사람냄새를 담고 있는 판타지는 그래서 우리시대에는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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