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우리들이 들여다봐야 하는 까닭

늘 봐오던 풍경이라고? 그래서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고? MBC 새 교양 파일럿 프로그램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늘 봐오던 풍경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던 시댁의 풍경이 어째서 그리도 이상한가를 보여준다. 

우리에게 <사랑과 전쟁>의 ‘불륜녀’ 역할로 많이 알려진 배우 민지영은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에 가는 길에 잠시 들른 친정집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첫 시댁을 간다는 그 부담감에 전날부터 뭘 입고 갈지 고민하고, 새벽부터 메이크업을 했던 민지영. 엄마가 바리바리 싸준 이바지 음식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도대체 이렇게 많이 음식을 준비하며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시댁으로 가는 딸을 보며 엄마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왜 눈물을 흘렸는가는 시댁에 도착한 후 민지영이 금세 체감하는 그 공기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치 남자들이 있는 공간과 여자들이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는 유리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시댁은 이상한 풍경이었다. 남자들이 두런두런 모여 술판을 벌이기 시작할 때, 며느리들(시어머니도 며느리다)은 음식 준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시어머니는 첫 날은 그렇게 일하는 거 아니라며 며느리를 밀어내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어찌 시어머니가 동분서주하는 걸 보고만 있을까. 

이런 상황은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의 명절 풍경에서는 더더욱 충격적으로 보여졌다. 남편이 일을 나가 임신 8개월의 무거운 몸에 어린 아들을 안고 무거운 짐까지 들고 홀로 나서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시댁으로 가는 길 보채는 아들을 달래가며 운전을 하는 모습이라니.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이런 일을 혼자 감당한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명절이니 제사니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하지만 시댁에 어렵게 도착했을 때 시아버지는 손주만 덜렁 안고 들어가 버렸고, 앉아 쉴 틈도 없이 바로 부엌에서 전을 부치는 박세미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많이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명절 음식들. 먹는 사람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그걸 차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역이었겠나. 그러면서 “세상 좋아졌다”고 말하며 과거와 비교하는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며느리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과연 진심으로 좋아졌다 생각할 수 있을까.

시댁 식구들이 다 모여 함께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지만 며느리는 이방인이었다. 시누이는 그토록 챙기면서 어째서 며느리는 그렇게 부릴까. 보채는 아이 챙기며 음식 준비하고 시댁 식구들 심부름 하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 며느리는 임신 8개월이었다.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남편은 생각도 없이 자신이 사왔다는 술을 꺼내 자랑을 늘어놓고, 어렵게 잠을 청하자마자 새벽부터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깨운다. 제사상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제사가 끝났으면 일찍 친정으로 보내주면 좋으련만 시댁 식구들은 어떻게든 더 붙잡아두려 혈안이다. 억지로 윷놀이 하는 걸 지켜보며 웃는 척 하고 있지만 며느리의 마음이 어디 편할 수 있을까. 어째서 며느리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사람이 이토록 없을까. 시어머니도 한 때는 며느리가 아니었던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일상처럼 치부되어 왔던 시댁의 풍경을 관찰자 시점에서 다시금 들여다본다. 그랬더니 드러나는 건 이 풍경에 담긴 놀라울 정도로 ‘이상한’ 일들이다. 남자들이라면 이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어떤 일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그 문제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러려니 했지만 그걸 확인해보니 더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며느리의 일상. 그 일상에 깊이 공감하며 같이 아파하는 시간은 그래서 굉장히 가치 있는 일로 다가온다.(사진:MBC)

‘달콤한 나의 도시’, ‘연애시대’를 꿈꾸다

불륜이나 신파 없이 금요일 밤의 드라마를 채울 수 있을까. 한 때 이 질문의 답은 ‘없다’였을 지도 모른다. 일찌감치 금요일밤의 트렌드를 장악해버린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강력한 불륜 앞에 그 어느 방송사의 드라마도 대적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8시 뉴스를 방영하고 곧바로 9시부터 그것도 2회에 걸쳐 파격 편성된 SBS의 드라마들이 성인드라마(거의 불륜이 많은)를 연달아 기획해왔던 이유는, 그 금요일이란 시간대 때문이었다.

한 편에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버티고 서 있었고, 다른 한 편에는 주5일 근무제로 공백이 된 안방극장의 젊은 시청층 대신 남게된 중장년층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이제 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본격적인 변화의 기류는 새로 시작한 금요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부터 비롯된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이제 31살 도시 직장여성들의 솔직 담백한 연애담을 담고 있다. 여기서 키워드는 제목에서 보이듯이 ‘도시’와 ‘연애’다. 이 제목만으로 언뜻 떠오르는 건 바로 최근에 영화화된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미국 드라마다. 여기에는 뉴욕이라는 도시와 거기서 생활하는 네 명의 여성들의 연애담이 등장한다. 대신 ‘달콤한 나의 도시’에는 세 명의 여성, 오은수(최강희)와 남유희(문정희), 하재인(진재영) 이렇게 세 명의 여성의 이야기들이 중첩된다.

중요한 것은 ‘도시’라는 키워드다. 그것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시티’가 뉴욕의 문화적 트렌드를 기본 바탕에 깔고 가는 것처럼, ‘달콤한 나의 도시’도 서울로 대변되는 도시의 문화적 트렌드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주로 도시적 공간, 즉 영화관이나 카페, 술집, 혹은 원룸형 집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도시적 감성들을 잡아낸다. 바로 이런 세련된 부분들이 같은 금요일 밤의 연애 드라마라고 해도 질척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드라마가 되는 이유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꿈꾸는 이런 도시적 연애의 감성은 한때 명품드라마로 주목받았던 ‘연애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연애시대’에서처럼 프리미엄드라마를 주창하고, 정이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도시와 여성과 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박흥식 영화감독이 연출을 하고 있다는 점은, 역시 영화인들에 의해 최초로 시도되었던 드라마 ‘연애시대’의 연장선상에 이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첫 1,2회를 통해 판단되는 것은 금요드라마가 이제는 불륜 없이도 된다는 것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31살의 연애담을 담고 있지만 그 표현의 수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진한 딥키스와 처음 만나 하룻밤을 지내는 이야기는 파격적이지만 그것이 무리 없이 읽히는 것은 저 ‘섹스 앤 더 시티’가 무기처럼 들고 나왔던 그 솔직대담함 때문이다. 솔직한 주인공들의 대담한 이야기는, 오히려 감춰지고 숨겨짐으로써 구질구질해지는 멜로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게 해준다.

이렇게 금요 드라마의 중심부에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게 된 것은 그간의 금요일 밤 성인 드라마들이 어떤 한계를 보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불륜드라마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점차 화제에서 비껴나게 된 금요드라마는 잘 하면 불륜에서 연애로, 금요트렌드를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제 2의 ‘연애시대’를 꿈꾸게 되는 것은 가장 비판받았던 금요 드라마를 가장 찬사 받는 명품 드라마 시간대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역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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