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문제는 사전제작이 아니라 완성도다

KBS 월화드라마 <화랑>은 결국 7.9%(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지상파 경쟁에서 꼴찌를 기록하며 쓸쓸히 종영했다. 사실 시작부터 그리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첫 회 시청률 6.9%. 100% 사전 제작에 중국과의 동시방영 등을 내걸었던 작품인지라(물론 이건 틀어져버렸지만) 기대감이 높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청자들은 그리 반색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식어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화랑(사진출처:KBS)'

혹자는 <화랑>의 추락의 이유로 사전제작이 가진 한계를 지목한다. 일정 부분 그런 면이 없는 게 아니다. 즉 문제가 초기에 발견됐을 때 100% 사전 제작 드라마는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화랑>의 경우 만일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첫 회 시청률이 6%대가 나왔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대본 수정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화랑>은 안타깝게도 100% 제작이 완료된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사전 제작 드라마의 한계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사실 <화랑>의 이야기구조를 보면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느슨하게 드라마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화랑>은 안지공(최원영)의 아들 막문(이광수)이 죽자 대신 그의 친구인 무명(박서준)이 그가 되어 살아가면서 차츰 화랑으로 거듭 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신라의 골품제도라는 틀이 있고 천민 출신인 무명이 실력으로 다른 화랑들의 귀감이 된다는 이야기는 금수저 흙수저로 얘기되는 현재의 청춘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태생으로 결정되는 계급 시스템과 대결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졌을까. <화랑>은 이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악역들이 제대로 서지 못했고, 그러니 이 주인공이 대결구도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주제의식도 잘 드러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니 이야기는 소소해지고 틀에 박힌 멜로가 빈자리를 채웠다. 여기에 천민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본래 성골이었다는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면서 시스템과 대결하는 문제의식은 퇴색해버렸다. 결국은 잘난 출생이 숨겨져 있었다는 귀결은 얼마나 허탈한 이야기인가. 

주인공인 선우가 이렇게 제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드라마의 또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삼맥종(박형식)은 어미이지만 이상하게도 아들을 왕으로 즉위시키지 않고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왕비 지소(김지수)로 인해 전혀 캐릭터가 전면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왕이면서도 왕임을 밝히지 못하는 그 설정 때문에 늘 뒤편에 숨어 있게 됐던 것. 이런 캐릭터는 마지막에 진짜 자신이 왕이라는 게 밝혀지는 그 순간 잠깐 주목되지만 그 과정들에는 대부분 묻히게 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문제는 사전제작으로 인해 수정을 할 수 없었다는 점도 컸지만, 애초에 만들어진 작품이 너무 안이했다는 걸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의 설정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게 구성됐고, 드라마의 전개과정은 너무 느슨했으며 애초의 주제의식도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사실 이건 사전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 드라마가 가진 완성도 부족의 문제라고 해도 될만한 사항이다. 

연달아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라, 마치 그 사전제작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전제작 시스템은 어쨌든 과거 쪽대본 시절을 떠올려 보면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제작 환경이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사전제작을 제대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들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그 자체가 리스크일 수 있다. 그러니 그럴수록 더 많은 사전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대본, 그리고 촬영 후 갖는 1차 편집본 등등 단계별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면 사전제작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화랑>의 쓸쓸한 종영은 그래서 사전제작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완성도 부족이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화랑’과 ‘미씽나인’, 어째서 소외됐을까

지상파 방송3사의 드라마 경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애초에 기대작이었던 작품은 의외의 실망감을 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은 갑자기 주목받는다. 어째서 이런 배반과 반전이 생겨난 걸까. 

'화랑(사진출처:KBS)'

월화드라마는 애초에 KBS <화랑>이 확실한 주도권을 가질 것처럼 여겨진 바 있다. 100% 사전 제작되어 중국 한류를 넘보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을 미소년들이나 아이돌처럼 해석하기도 하고, 당대의 골품제도를 현재의 금수저 흙수저라는 청춘들의 현실로 그려낸 것도 기대를 자아내게 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미지근해지고 있다. 애초에 하려던 이야기가 자꾸만 멜로 쪽으로 기울고 무엇보다 드라마 전체를 꿰뚫는 간절한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화랑>이 주춤하는 동안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펄펄 날아 시청률 수위를 차지해버렸다. 

여기에 같은 시간대 새로 시작한 MBC <역적>이 호평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화랑>에 대한 화제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피고인>과 <역적>의 대결처럼 보이는 월화드라마의 구도 속에서 <화랑>은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 것. 

이런 흐름은 수목드라마 경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의 독주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KBS <김과장>이 시청률을 앞지르는 놀라운 반전을 기록했다. 물론 <사임당>이 계속 이 흐름에 끌려갈지는 알 수 없다. 향후에도 <김과장>과 <사임당>의 대결구도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MBC <미씽나인>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다. 애초에 MBC는 <미씽나인>이라는 본격 생존 장르물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네 드라마로서는 새로운 장르의 시도로서 그 자체로도 어떤 가치가 있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인도 생존기라는 낯선 이야기가 마니아적인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목되었다. 여기에 <사임당>과 <김과장>의 대결구도라는 악재까지 끼어들게 된 것이다. 

요즘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는 걸 발견하곤 한다. 과거에는 드라마가 첫 회에 어느 정도 시청률을 내면 그 흐름이 유지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첫 회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경향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제 아무리 재밌고 기대를 하게 했던 작품도 몇 회가 지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면 가차 없이 채널이 돌아간다. 

유명 배우가 캐스팅 됐건, 엄청난 제작비를 투여했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결국 관건이 되는 건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임당>을 이긴 <김과장>이나 <화랑>을 눌러버린 <피고인>이나 <역적>을 보면 확실히 지금의 시청자들의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만큼 보는 눈이 높아져 있다는 것. 

안타깝게도 <화랑>과 <미씽나인>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타 방송사들의 대결구도 속에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이 또한 끝이 아니라는 건 지금의 시청자들의 조변석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제든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끌어 오기만 한다면 반전은 가능하다. 물론 한 번 꺾인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중국발 사전제작, 정서 다르고 고치기도 어려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KBS <구르미 그린 달빛>과 동시간대 사극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이준기를 비롯한 강하늘, 홍종혁, 남주혁, 백현, 지수 같은 꽃미남들이 줄줄이 배치되고 여기에 아이유까지 들어가 화려한 라인업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성공한 드라마의 리메이크로서 그쪽 자본이 들어와 100% 사전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단연 월화 사극대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 예측됐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런 높은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달의 연인> 1회는 의외로 너무 심심했고 SBS가 초강수로 연속 방영한 2회는 후반부에 이르러 액션 장면이 들어가며 약간의 긴장감이 만들어졌을 뿐 전체적으로 너무 느슨한 전개를 보였다. 제 아무리 시선을 잡아끄는 캐스팅과 김규태 감독 같은 영상미학을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 있어도 시청자들을 한 순간에 몰입시킬 수 있는 긴장감 있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전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가기가 어렵다.

 

결과는 역시 시청률에서의 참패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SBS<닥터스>를 방영할 때까지만 해도 8.5%(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닥터스>가 끝나고 <달의 연인>과 맞붙으면서 무려 두 배에 해당하는 16% 시청률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달의 연인>은 첫 회 7.4%, 29.3%를 기록했다. 물론 이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줄 순 없지만 어쨌든 두 사극의 대결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이 압승을 거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의 연인>이 이처럼 선전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을까. 모든 걸 속단하긴 이르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역시 중국발 사전제작의 함정이다. 사전제작은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좀 더 나은 제작환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네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전검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결국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사전제작이란 그쪽의 정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사전검열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요소들도 있고, 무엇보다 그들이 만족하는 방향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이렇게 한 번 통과된 제작방향은 중간에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어 바꾸고 싶어도 결코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달의 연인>에서 이상하게 여겨진 것은 첫 회가 너무 우리나라 드라마답지 않게 느슨한 전개를 보였다는 점이다. 만일 이 작품이 중국발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분명 바뀌었을 대목이다. 이를테면 2회 후반부에서 정윤을 살해하려는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왕소(이준기)의 대결을 1회 앞부분으로 당겨 먼저 보여주는 방식 같은 편집의 묘를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구르미 그린 달빛>이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달의 연인>도 대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에 발이 묶여버린 사전제작은 결코 이미 만들어진 <달의 연인>을 바꿀 수가 없게 되었다.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이런 실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건 의외로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역시 고전하게 된 까닭은 중국발 사전제작의 함정 때문이라 판단된다. 이 작품 역시 사전심의를 통과하면서 굳어져버린 내용들을 후반부에 보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물론 방영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더더욱 대처 자체가 어려웠다. 만일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중반부터 반응에 대처해 충분히 괜찮은 결과의 반전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중국발 사전제작은 <함부로 애틋하게>처럼 물론 중국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국에 맞춰져버린 사전제작은 국내에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이 될 수 있다. 한 때 <겨울연가>로 촉발된 일본 한류로 인해 일본의 자본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한류를 추구했던 드라마들이 톱스타들을 캐스팅하고도 연전연패했던 일들이 있었다. 일본 자본의 입김에 의해 톱스타 누구를 캐스팅하면 투자금이 들어오던 시절, 오히려 그로 인해 일본 한류는 점점 시들해져갔다. 최근 우리네 드라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발 사전제작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함정.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태양의 후예>, PPL 없인 힘든 현실인 걸 감안하더라도

 

사실 우리네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PPL 없이 드라마를 찍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지금 최고의 주가를 날리고 있는 KBS <태양의 후예>라도 애초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화투자배급사인 NEW가 합류하면서 300억이었던 제작비를 130억까지 낮추었지만 그래도 국내 여건상 이 정도 규모는 블록버스터에 해당한다. 그래서 NEW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중국, 일본 등 16개국에 판권을 팔아 제작비의 절반을 그리고 KBS가 투자한 회당 제작비와 PPL로 나머지를 충당했다고 한다. 여기서 PPL로만 채워진 액수가 약 30억 원이라고 한다.

 


'태양의 후예(사진출처:KBS)'

따라서 130억이라는 제작비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그 순간 이미 회수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드라마는 시작부터 치고 나가 단 몇 회 만에 마의 시청률 30%를 넘어섰다. 중국의 아이치이에서 동시 방영된 이 드라마의 클릭 수는 12회 만에 20억 뷰를 넘어섰다. 대박 중의 초대박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기록한 최고 조회수를 넘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가 되었다. NEW측은 애초에 아이치이와 적정 수준 이상의 조회가 일어나면 부가수익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태양의 후예>는 벌써부터 50억 뷰가 예상되는 드라마다. 추가수익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고는 타 프로그램과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면서도 120% 완판이라고 한다. KBS가 본방의 광고 수익으로만 가져가는 게 70억 원에 육박한다. 심지어 주말 재방송까지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재방송 광고 완판이라는 놀라운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벌만큼 번 셈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너무 많은 PPL 때문에 심지어 열혈 팬들조차 몰입이 안 된다는 볼 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사전 제작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PPL 역시 사전에 계산된 대로 들어갔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 PPL 수익으로 담보된 제작비가 있어서 우리가 이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참고 보려고 해도 너무 과한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눈살이 찌푸려진다. 서태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가 차안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에 뜬금없이 들어간 자동 운행되는 자동차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몰입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당연한 일이다. 두 사람의 감정에 집중해야 될 장면이 자동 운행되는 자동차로 시선을 빼앗기게 했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유시진(송중기)이 입에 물고 있는 홍삼도 어색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갑자기 송상현(이승준)과 하자애(서정연) 커플이 자동차 매장을 찾아가 둘러보는 장면은 대놓고 자동차 PPL이다. 여주인공 강모연(송혜교)이 엘리베이터에서 사용하던 그 화장품도 역시 PPL이다. 이러다 보니 뭐든 다 PPL로 보인다. 심지어 북한의 안정준 상위(지승현)가 살아남아 먹는 초코파이도 PPL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이들 PPL들은 어마어마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이치이를 통해 중국에 방영되면서 동영상 포털과 연계된 홈쇼핑을 통해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 천송이 립스틱이 있었다면 <태양의 후예>에는 송혜교 립스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들어간 화장품은 방영 전과 비교해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극중에서 온유가 차고 있는 시계는 드라마 효과에 힘입어 판매율이 8배 증가했고 극중 남자주인공인 유시진(송중기)이 먹는 이른바 유시진 홍삼은 방송 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했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태양의 후예>를 통해 상품이 노출된 PPL들은 중국 시장에서 그만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한류의 경제적 효과라고 상찬하는 목소리들이 벌써부터 경제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별에서 온 그대>가 만든 치맥 문화 하나로 관련 산업들이 얼마나 큰 부가이익을 거뒀던가. 최근 중국의 한 회사가 단체포상으로 보낸 6천 명이 월미도에서 벌인 치맥파티는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이들은 이 치맥 파티에서 무려 3천 마리의 치킨과 45백 캔의 캔맥주를 먹었다고 한다. 이 풍경은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내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경제적 효과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PPL이 있어 이런 규모의 드라마의 제작비가 충당이 되고, 또 그것이 이런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너무 엉뚱한 장면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PPL들을 볼 때면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PPL 없이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건 어려운 현실이라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개연성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일 PPL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스토리 속에 보다 자연스럽게 상품을 녹여 넣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치인트>, 어째서 끝까지 웃을 수 없었을까

 

소통의 실패는 콘텐츠의 실패가 될 수도 있다. 초반부 놀라운 화제를 이끌었던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후반부에 이르러 논란의 논란을 거듭하고 심지어 막장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끝을 맺게 된 건 그 소통의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치즈 인 더 트랩>은 원작자 순끼와의 소통에도 실패했고, 배우 박해진과의 소통에도 실패했으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불편함을 토로했던 시청자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 이윤정 PD가 내놓은 열린 결말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한 결말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엔딩에서 주인공 유정(박해진)이 모든 걸 감싸 안으려는 홍설(김고은)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 그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3년 후 홍설이 보낸 메일을 유정이 열어보았다는 것으로 그들이 다시 만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그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이 아니었다. 물론 원작자 순끼가 원한 결말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째서 좋은 시작을 보였던 <치즈 인 더 트랩>은 끝까지 웃을 수 없었을까.

 

물론 후반부에 가서 여러 문제점들을 도출했지만 사실 초중반까지만 해도 콘텐츠 자체가 그리 큰 흠결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청춘 멜로의 틀 속에 우리네 대학가 청춘들이 겪고 있는 치열한 현실을 투영시켜 놓았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치즈 인 더 트랩>은 청춘 멜로의 겉면을 갖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른으로 표징 되는 유정의 아버지 유영수(손병호)로 인해 심지어 정신병적으로 뒤틀어진 청춘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유정은 아버지로 인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고, 백인하(이성경)는 정신병동에까지 들어가게 됐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이들 청춘이 아니라 유영수라는 어른이라는 것.

 

이것이 이 작품이 의도한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었다. 이 얘기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되려면 유정의 상황이 좀 더 디테일하게 다뤄졌어야 했다. 그가 왜 그토록 모든 걸 안아주고 감싸주는 홍설에게 절실하게 기댈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들이 드라마를 통해 납득됐어야 했고, 그래서 스스로 서지 않으면 계속 홍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유정의 입장이 공감됐어야 했다.

 

이러려면 유정의 이야기가 더 나왔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드라마는 오히려 그 분량이 별로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홍설이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게 되는 건 그런 정도의 충격을 통해서만이 유정이 스스로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드라마가 찬찬히 이야기를 쌓아가며 전개했다면 이런 과잉된 설정은 피할 수 있었을 거라는 점이다.

 

사전제작이 드라마 제작방식에 있어서 궁극의 대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전제작이라고 해도 이번 <치즈 인 더 트랩>의 후반부 논란들을 통해 드러난 허점은 분명 시사 하는 바가 클 것이다. 사전제작은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하고 만일 필요하다면 추가분의 촬영 또한 보완되어야 한다는 걸 이번 사태는 말해주었다. 제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고 해도 소통에서 실패하면 끝까지 웃을 수 없다는 걸 <치즈 인 더 트랩>은 보여줬다

<치인트>, 도대체 이 잡음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잘 나가던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 막바지에 이르러 복병을 만났다.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잡음들이 동시에 터져 나온 것. 그 문제는 두 가지 차원으로 압축된다. 하나는 원작자인 순끼 작가가 제기한 드라마 엔딩에 대한 불편함이고 다른 하나는 시청자들이 제기했던 드라마 주인공 박해진의 분량이 의도적으로 편집됐고 상대적으로 서강준 분량이 많아진 것에 대한 의혹이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먼저 첫 번째 부분은 아직 엔딩이 방영되지 않은 상황이라 확실하게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원작자인 순끼 작가의 불편함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 만큼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즉 아직 끝이 나지 않은 원작을 드라마가 종영한 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작가로서는 원작과 다른 드라마의 엔딩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순끼 작가가 토로한 내용을 보면 어찌 된 일인지 드라마의 엔딩이 원작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이미 순끼 작가가 드라마 제작진에게 원작의 엔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설명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차라리 원작의 엔딩을 얘기하지 않았다면 이런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에 원작자가 다른 엔딩을 요구했다면 드라마 제작자는 충분히 그걸 수용하는 게 예의일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드라마의 엔딩이 나온 이후에야 정확히 논의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치즈 인 더 트랩>에 발생하고 있는 더 큰 잡음은 사실 주인공인 박해진의 분량이 너무 적다는 두 번째 문제다. 한 연예 매체가 입수해 공개한 대본에서는 실제로 대본과 달리 분량이 사라진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물론 김수현 작가나 김은숙 작가처럼 확고한 작가 파워에 의해 대본의 토씨 하나 빼뜨리지 않고 연출하는 상황도 있지만, 드라마는 때로는 연출자 파워에 의해 완성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윤정 PD는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로 주목받아온 연출자다.

 

이런 대본까지 유출되면서 문제가 비화되고 있는 걸 보면 어느 쪽의 이야기가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제작진과 박해진 측이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란 것이 분명해진다. 연출의 의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제작진은 박해진의 분량을 상당 부분 줄였고, 박해진 측은 거기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유정 선배 역할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박해진 쪽에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다를 수도 있다. 배우와 제작진의 갈등은 그 내부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그 실상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 문제들을 촉발시키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반 사전제작제로 찍혀져 이미 촬영이 끝난 상황이라는 점이다. 만일 막바지까지 촬영을 하게 됐다면 이런 문제들은 엔딩이 되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상황이다. 물론 섭섭함이 있다고 해도 엔딩이 된 후에는 이미 지난 일이니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즉 사전 제작이 됨으로써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그 섭섭함이 토로되고 있어 그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잡음은 과연 제작진 때문인가 아니면 배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전제작이라는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점 때문인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좀 더 명쾌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들어 예단하고 속단하는 건 피해야 한다. 아직 엔딩은 방영되지도 않았다. 그것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일지매’가 본 촛불집회

‘610 민주화 운동’의 21주년이 되었던 6월10일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들. 그리고 단 이틀이 지난 12일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는 그 집회의 장면들이 삽입되었다. 취재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 서우진(손예진)과 이순철(진구)은 그 압도적인 장면에 아연실색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같은 날 방영된 ‘일지매’. 용이(이준기)가 억울하게 붙잡힌 동무, 대식(문지윤)을 구명하기 위해 궁 앞에서 벌이는 에피소드 역시 촛불집회를 패러디했다. 막아서고 있는 담을 넘어 들어가 지붕 위에서 억울함을 외치는 장면이나, 왕 앞에 나간 용이가 “바깥에 억울한 백성들이 매일같이 밤을 지새우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하는 장면, 그리고 왕이 “백성들의 억울함을 위해 전면 재수사를 해주기로 했다”고 말하는 장면은 현 촛불집회의 풍경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스포트라이트’같은 경우 드라마 편집에 있어서 후반부에 잠깐 끼워 넣는 것이 무에 어려울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이 장면들은 촛불집회라는 현 시국의 상황이 그만큼 모든 이들의 관심사라는 것을 드라마가 거꾸로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지 드라마가 아주 가까이 있는 현안을 순발력 있게 내용 속에 집어넣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이제 드라마는 급변하는 현실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않으면 자칫 공감의 틀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곧바로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사전제작 드라마로서  ‘사랑해’, ‘비천무’, ‘도쿄 여우비’ 같은 작품들이 잇따라 시청률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은 그 제작시점과 방영시점 사이의 간극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천무’는 이미 4년 전에 제작된 것이고, ‘도쿄 여우비’ 역시 1년 전에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사랑해’는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제작되었지만, 역시 시청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그 점에서 패인을 발견할 수 있다. 즉 100% 사전제작 드라마는 거의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이 올라오고 반영되는 현 시점에서는 이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 멋대로 내용이 들쑥날쑥해지고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실시간 드라마’가 대안이 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50부가 넘는 장편 드라마들의 경우 시의성과 순발력에 의존하다보면 그 완성도보다는 시청률에 경도되기가 쉽다. 또한 쪽 대본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는 이미 ‘왕과 나’에서 사건으로 불거져 나오기도 했고, ‘스포트라이트’의 중간 작가 교체라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니 이제 사전제작도 실시간 제작도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모범답안 같은 걸 이미 제시했던 드라마가 있다. 그것은 ‘연애시대’다. 애초에 100% 사전 제작 드라마를 표방했으나 현실적인 문제가 걸려 60% 정도를 완성한 상태에서 출발한 ‘연애시대’는 그 공감의 시차를 극복하면서도 끝까지 초기에 잡아놓은 틀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저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일단 현재 반 사전제작 드라마가 유일한 대안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 사전제작 드라마에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드라마가 초기에 취했던 기획의도를 기본 뼈대로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의견은 수렴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본래의 기획의도를 버리는 것은 다시 실시간 드라마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중요한 것은 기획의도와 다르게 수렴된 의견에 대해서 드라마가 어떻게 시청자들을 설득해나가느냐는 문제다. 이미 환경은 실시간, 쌍방향으로 가고 있고, 어쨌든 한 시기를 흘러가야 하는 드라마로서는 이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독단이 아닌 설득이며, 무조건적인 반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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