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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어하루’, 상투적인 스토리에 지쳤다면 이만한 드라마가 없다 마치 작가의 머릿속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MBC 수목드라마 는 평범한 학원물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갑자기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은단오(김혜윤)는 엉뚱한 상황 속에 자신이 옮겨져 있는 걸 발견한다. 여기서부터 이 드라마는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학원 로맨스물의 틀을 깨기 시작한다. 그 곳이 사실은 현실이 아닌 순정만화 속 세상이라는 게 밝혀지고, 딸깍 소리와 함께 다른 상황에 들어와 있는 걸 자각하게 된 건 은단오(김혜윤)에게 의식이 생겨서란다. 조금은 황당한 설정이지만, ‘비밀’이라는 제목의 만화 속에서 은단오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역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드라마는 동력을 갖게 된다. 사실상 만화작가가 그려나가는 남녀주인공인 오남주(김영대)와 ..
‘멜로가 체질’,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도전 결코 실패 아닌 건 JTBC 금토드라마 은 한 마디로 미스터리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클리셰를 훌쩍 뛰어넘는 재기발랄하고 의미심장한 대사들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청률은 급상승한 마지막회조차 1%대에 머물렀다. 심지어 1.0%로 자칫 1% 밑으로 떨어질 뻔한 회도 두 차례나 있다. 올해 영화 으로 1천만 관객을 훌쩍 넘긴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도전. 어째서 시청률은 화답하지 않은 걸까. 우선 전제해야할 건 시청률과 완성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말드라마가 30% 시청률을 낸다고 해도 모두 완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지 않듯이 시청률 1%짜리 드라마라고 해도 완성도가 낮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률은 대중성의 잣대일 뿐..
'같이 살래요' 뻔한 상투성, 유동근·장미희 연기까지 이상하다주말극은 이 상투성을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또 결혼반대 코드에 뻔하디 뻔한 뒷목 잡게 만드는 악역 캐릭터다. 다만 KBS 주말극 가 다른 게 있다면 그 결혼 반대하는 대상이 부모가 아니라 자식이라는 점이다. 효섭(유동근)과 미연(장미희), 둘 사이는 핑크빛이고 그래서 결혼까지 오가고 있지만, 이 둘을 미연의 아들 문식(김권)은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 반대하는 이유가 황당하다. 결국 미연의 재산 때문이라는 것. 문식은 그래서 몰래 친부를 만나고 미연과의 재결합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의 주말극에서 늘상 나오던 상투적인 장면인 부모가 자식 결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설정을 거꾸로 뒤집어 자식이 부모 결혼에 간섭하는 이야기...
가 진짜 하려던 이야기 KBS 는 왜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까.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에, 가난하다 못해 처절한 여주인공과 최고의 위치에 선 한류스타, 게다가 시한부 설정까지 들어 있으니 이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를 그저 그런 틀에 박힌 멜로 심지어 신파로까지 여기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우리네 드라마 시청자가 첫 회만 보면 그 끝을 쉽게 예측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니 의 초반부는 ‘함부로’ 그저 그런 멜로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 하려던 진짜 이야기들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이경희 작가가 왜 틀에 박힌 설정들과 이야기들을 끌어왔고, 그것을 어떻게 뒤집으려 하는가 하는 의도가 조금씩 보이..
, 상투성을 깨는 하명희 작가의 좋은 시선 병원에서의 직진 로맨스와 3각 4각 멜로, 병원 권력을 잡기 위한 대결 구도, 수술대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인에 의혹을 품고 그 진짜 이유를 찾기 위한 추적. SBS 가 다루는 소재들은 의학드라마에서 늘 봐오던 것들이다. 로맨스야 심지어 가운 입고 연애한다는 비판까지 들을 정도로 많이 나온 소재이고, 권력 대결은 이후 의학드라마의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소재다. 여기에 죽음의 사인을 추적하는 이야기 역시 그리 새롭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는 이처럼 어찌 보면 상투적인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전혀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 들어가면 신선한 느낌마저 준다. 예를 들어 이미 홍지홍(김래원)과 유혜정(박신혜)이 서로 좋은 감..
김우빈, 수지라 가능한 의 옛 감성 시한부 선고를 받은 까칠한 톱스타 남주인공,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가난한 여주인공, 남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부모와 얽혀 원수지간이 된 남녀, 일주일간의 계약연애 등등. KBS 에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너무 익숙한 설정들과 클리셰들이 가득 하다. 익숙한 설정과 클리셰는 그만큼 극적 상황들을 손쉽게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상투성 때문에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익숙한 극적 상황과 상투성은 향후 드라마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를 쉽게 예측하게 만들기도 한다. 까칠한 톱스타인 신준영(김우빈)과 가난한 여주인공인 노을(수지)은 악연으로 얽혀있지만 함께 다큐 작업을 하면서 가까워질 테고, 그렇게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
, 소지섭, 신민아 아니었으면 어쩔 뻔 예뻐지고픈 욕망, 잘 빠진 몸매, 멋진 훈남들. KBS 가 포인트로 잡고 있는 건 여성들의 로망이다. 강주은(신민아)은 거기에 딱 맞는 캐릭터. 한 때는 대구비너스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고대의 비너스처럼 살이 쪄버려 오래도록 사귀어온 남자친구에게 차이기까지 한 인물. 게다가 가족도 영 그녀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아이를 가졌다며 살림을 차리려는 남동생에게 가게라도 차리라며 통장을 내미는 그녀다. 요즘의 시청자들이 완벽한 스펙과 외모와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는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어 한다면, 그녀는 거기에 어느 정도 부합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역변한 몸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린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럼..
이 배워야할 게스트의 정석 게스트의 정석이 있다면 아마도 이번 에 출연한 추성훈과 김동현이 아닐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간 김준호의 빈 자리를 채우러 온 추성훈과 다리를 다친 김주혁의 대타로 온 김동현은 게스트라는 느낌 없이 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아니면 두 사람의 타고난 예능감 때문일까. 두 사람의 출연은 잠시 자리를 비운 김준호를 긴장시킬 만큼 빈 구석이 전혀 없었다. 추성훈의 장점은 그저 표정 하나, 근육 하나를 통해서도 느껴지는 위압감에서부터 나온다. 본래 숟가락으로 병뚜껑을 따는 건 손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추성훈이 하면 그건 거의 힘으로 해내는 일이 된다. 실제로 숟가락을 휘어버리는 괴력을 보여주고, 뚜껑을 따다가 잘 안되자 그냥 힘으로 뜯어내는 듯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