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시즌2 예고한 ‘팬텀싱어’, 어떤 숙제 남겼나

프로듀서 윤종신이 술회했던 것처럼 “조기종영만 하지 말자”고 제작진이 얘기했던 프로그램이지만, JTBC 오디션 <팬텀싱어>는 일찌감치 시즌2를 예고해놓았다. <팬텀싱어>는 그 파이널 무대를 마치면서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예고를 통해 못을 박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그만큼 기대했던 것과 달리 <팬텀싱어>가 얻은 성과는 컸다. 시청률은 2%대에서 시작해 5%까지 치솟았고 프로그램은 갈수록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 선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과 프로그램에 혼신을 다하는 열정이었다. 이들이 정성껏 준비하고 부른 노래들은 시청자들의 귀를 넘어 마음을 어루만졌고 입소문은 속삭임에서 함성으로 커져갔다.

파이널에 오른 12명의 면면을 보라. 이번 <팬텀싱어>의 우승을 한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의 고훈정은 뮤지컬 배우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살려 노래를 극적으로 구성하고 프로듀싱하는 팀의 리더로서 능력을 발휘했고, 성악가 김현수는 음악에 클래식한 품격을 세워주었으며, 손태진은 감미로운 바리톤의 매력을 새삼 시청자들에게 알게 해주었고, 이벼리는 연극인으로서 그저 노래가 아닌 몰입을 통한 연기를 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2등을 한 인기현상 팀은 거의 운명에 가까운 커플(?) 백인태, 유슬기는 성악 베이스로서의 이태리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었고 여기에 항상 안정감을 주는 바리톤 박상돈과 이번 <팬텀싱어>로 모창가수가 아닌 자기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낸 원킬 곽동현이 있었다. 3등을 했지만 흉스프레소 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남성 4중창의 진수를 보여준 팀이었다. 꽃미남 외모는 물론이고 가창력,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고은성과 역시 뮤지컬배우로서 록커 같은 고음까지 가능한 백형훈, 남성적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바라톤 권서경, 흑소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테너의 매력을 보여주는 이동신이 그들이다. 

물론 이 12명의 파이널 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팬텀싱어>를 빛낸 얼굴들은 그 외에도 넘쳤다. 중학생이지만 놀라운 카운터 테너로 노래에 어떤 신비감까지 만들어줬던 이준환군. 뮤지컬배우로서 남다른 끼와 가창력을 선보였던 박유겸, 꽃미남의 외모에 특유의 저음의 매력을 들려준 류지광, 괴물성량의 성악가 최용호와 미성의 짜잔형 정휘 등등 그들은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했어도 <팬텀싱어>의 진정한 주역들이었다. 

<팬텀싱어>가 이제는 식상해졌다는 오디션을 통해서도 이처럼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갖고 있는 대단한 기량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대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의 기량들이 4중창으로 자신들의 장점들만을 모은 데다, 무엇보다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그 열정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여기에 뮤지컬배우, 성악가들이 합류하면서 지금껏 여타의 오디션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움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오디션의 성공비결이다. 특히 이태리 뮤직은 <팬텀싱어>를 통해 새롭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이미 시즌2를 예고할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기대감이 한껏 올라간 만큼 남은 아쉬움과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파이널 무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 겪던 음향 문제를 남겼다. 라이브 방송은 음향 보정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존 녹화방송이 들려줬던 음향만큼의 음악적 질을 선사하지 못했던 것. 그간 귀호강 프로그램으로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이러한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의 떨어지는 음향 문제는 <팬텀싱어> 시즌2의 큰 숙제로 남았다. 

또한 진행자들의 문제 역시 <팬텀싱어>의 오점으로 남았다. 전현무와 김희철은 녹화방송에서는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희미했고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는 진행이 무대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냉엄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높은 품격의 무대들과 전현무, 김희철이라는 MC들의 성격이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었고, 특히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서 성의 없어 보이는 시상은 심지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팬텀싱어>는 놀라운 기량을 가진 출연자들의 정성스런 무대를 통해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반향을 얻었다. 하지만 그 성과만큼 남은 숙제들은 더 많아졌다. 시즌1이 남긴 숙제들을 해결하고 시즌2는 더 멋진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틱한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열었고 그 세계의 매력은 이미 우리네 대중들의 가슴 깊이 새겨졌으니.

<쾌도난마>, 출연만 하면 논란이 되는 이상한 방송

 

장윤정 가족에 이어 이번에는 정준호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도대체 무슨 마가 끼었길래 출연자마다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걸까.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찾아간 연예병사들에 대해서 정준호는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며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준호는 “젊은 친구들을 실수 하나로 평생 가슴 아프게 한다는 것이 연예인 입장에서 가혹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쾌도난마(사진출처:채널A)'

후배 아끼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이건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얘기다. 남자와 혈기왕성한 나이 그리고 안마시술소의 조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다가(그렇다면 혈기왕성한 남자들은 안마시술소를 찾는 게 당연한 일인가), 여기서 언급한 ‘남자’는 일반인이 아니고 군인이다. 자신도 있다는 경험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일까. 그저 안마시술소에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물론 이것은 아마도 정준호의 후배 아끼는 마음이 과해 나온 실언이었을 지도 모른다. 또 연예병사 제도를 그저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해서 유지하는 것이 군인들을 위해서도 좋다는 소신을 얘기하다 불현듯 튀어나온 돌발 발언이었을 수 있다. 정준호의 개념 문제일 수 있겠지만, 생방송이라는 환경은 늘 이런 위험성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앵커의 역할이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나왔을 때 그것을 적절히 중화해주거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잡아주는 것.

 

과연 박종진 앵커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 이상한 건 박종진 앵커는 중재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용서가 참 없는 나라다. 사회적으로 용서를 해주는 게 있고, 잘못하면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 리모델링을 하고 가야 하는데 다 때려 부수는 정책인 것 같다.” 연예병사 폐지 문제에 대해서 뜬금없이 ‘용서가 없는 나라’를 운운하는 것도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은데, 아예 앵커의 입에서 ‘때려 부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면 그것은 감정을 의도적으로 싣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이것이 앵커로서 과연 할 말일까.

 

장윤정 어머니와 동생을 출연시켜 마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듯 자극적인 폭로를 일삼고는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는 막가파식의 방송은 그래서 방통위로부터 중징계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중징계든 뭐든 상관없이 논란을 의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논란이 될 만한 방송을 몰랐을 리도 없고 논란이 되어도 또 다른 논란거리를 찾는 건 그래서 시청률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거나 혹은 화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논란이 될 만한 것들도 방송에 올리는 이 프로그램의 위험성이다. 특히 시사문제에 있어서 어떤 균형을 잡기 보다는 자극적인 일방의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논란을 의도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게다가 어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증언까지 일방적으로 방송한다는 것은 차라리 폭력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정의 편집과정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완충지대가 전혀 없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언제 어떤 발언으로 일파만파 사건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연예병사 관련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전혀 사안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하게 이야기를 던진 정준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변명을 해도 생방송이라는 특징을 그토록 방송을 많이 해온 정준호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채 폭주하는 <쾌도난마>라는 방송의 책임이 없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연자들이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이상한 방송 <쾌도난마>.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장윤정 가족을 난도질한 <쾌도난마>, 과연 적절했을까

 

갈수록 가관이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전혀 게이트키핑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프로그램의 소개란에 들어가면 ‘쾌도난마(快刀亂麻)’의 뜻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얽힌 사물이나 비꼬인 문제들을 솜씨 있게 처리한다는 뜻. 그 칼을 손에 들고 나선 인물이 박종진이다.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선 프로그램이 아니다. 인상 쓰게 만드는 사회적인 모순과 행태들에 대해 풋 하고 웃어버릴 수 있는 그런 솔직한 대담, 신개념 시사토크를 박종진이 이끈다.’

 

'박종진의 쾌도난마(사진출처:채널A)'

과연 이 프로그램은 설명처럼 헝클어진 문제를 솜씨 있게 처리했을까. 오히려 손에 든 방송이라는 칼로 한 사람의 가족사를 난도질한 것은 아니었을까. 과연 생방송으로 장윤정의 남동생과 어머니를 출연시킨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풋 하고 웃어버릴 수’ 있었을까. 먼저 시사 프로그램에서 왜 장윤정의 가족사를 소재로 삼았는가가 의문이다. 그것이 과연 그토록 시사적인 이야기였을까. 혹 그저 자극적인 소재로서 장윤정의 가족사를 방송에 올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장윤정이 <힐링캠프>에서 인정한 것들에 대해서 그 남동생과 어머니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은 마치 막장드라마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자극적이었다. 남동생 장경영씨는 “장윤정의 억대 빚은 자신의 사업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차트로 지난 10년 간의 지출내역과 통장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장윤정이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으려 했고, 사람을 시켜 죽여야 엄마와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 장경영씨의 대목이나, "딸을 위해 내가 스스로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장윤정 어머니의 말은 한 가족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심지어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 있는 카카오톡 내용의 공개는 실로 이 프로그램이 자극을 위해서는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조차 별 거리낌 없이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심지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장윤정과 장윤정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 사이에 놓여진 갈등은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를 떠나 그저 개인의 가족사일 뿐이다. 가족 간의 갈등에서 어떻게 누구 한 사람의 잘못만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누군가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그것은 결국 그 가족을 파탄으로 만들 뿐이다.

 

한 가족의 내밀한 갈등을 서로 부추기고 끄집어내 그 끝장을 보는 행태를 우리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를 통해 보곤 한다. 심지어 드라마 같은 허구에도 대중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그것이 결국 가족의 파탄을 바라보게 만드는 가학성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진실을 다뤄야 할 시사 프로그램이 굳이 파헤치지 않아도 될 누군가의 가족사를 난도질하는 것이 막장드라마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물론 이 프로그램은 장윤정 또한 출연시키려고 했다며 편파방송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굳이 가족 간의 싸움을 생방송 무대에 올리려 했다는 그 선정성이다. “전화주면 언제든 출연시키겠다”는 말에 대중들이 분노하는 건 그 때문이다. 특히 방송 마무리에 박종진 진행자가 던진 멘트는 이 프로그램의 기막힌 성격을 드러내준다. “오늘 어머님하고 동생 이야기를 들으셨는데 이 얘기가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장윤정 씨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이 말은 애초부터 방송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 절차 자체가 없었다는 자기고백인 셈이다. 과연 이게 방송이 할 일인가.

 

사실이 아니면 방송을 내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설혹 사실이라고 해도 방송 프로그램의 힘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윤리적으로 방송에 적합한가를 고민했어야 한다. 뭐든 시선을 잡아끌어 화제가 될 수 있으면 일단 던지고 보는 방송 행태는 카더라 통신과 전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런 막장드라마식의 방송으로 왜 대중들이 피로를 느껴야 하는가. <쾌도난마>는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심지어 한 개인의 가족사에까지 칼을 휘두르는 막장드라마를 재연해 보여주었다.

국카스텐과 소향,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나

 

역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가수였다.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가 초반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수들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롭게 투입되었던 백두산, 박미경, 이은미, 정인, 이수영, 박상민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가수들이다. 백두산의 김도균은 <탑밴드>의 심사위원이고 유현상은 각종 예능을 통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이은미는 <위대한 탄생2>의 멘토였고, 이수영과 박상민, 박미경 역시 그다지 새롭다고는 할 수 없는 기성가수들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정인이 그간 방송에 많이 보이지 않은 얼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여기에 시즌1에서 아쉬웠던 가수들이 합류했다. 김건모, 김연우, 이영현, 박완규, 정엽, JK김동욱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의 합류는 시즌1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가수2>의 가수들이 변화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만들었다. <나가수>라는 무대가 가진 특성 중 하나는 그간 평가절하 되거나 방송이 조명하지 않았던 절정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의 재조명에 있다. 그런데 이미 알려진 가수들이 무대에 서게 되면서 그 감흥이 반감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기성가수들이 벌이는 듯한 대결에 <나가수>의 팬들이 고개를 돌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재발견이 핵심인 <나가수>에서 이미 알려진 가수들은 제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다시 발견되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확인’이었으니까.

 

기성가수들을 세운 후, <나가수2>가 중점을 들였던 것은 형식적인 변화다. 즉 생방송을 시도한다거나, 청중평가단과 재택평가단이 함께 하는 투표 방식, 연말 ‘올해의 가수전’을 향해 매달 ‘그달의 가수’를 뽑는 방식. 하지만 이 형식 실험들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특히 생방송은 가수들의 음악적인 기량까지 제대로 보일 수 없는 장애로 등장하면서 결국 녹화방송으로 전환되었고, 문자투표도 폐지되었다. 올해의 가수전을 향해 그 달의 가수를 ‘탈락’시키는 방식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은 <나가수2>의 가장 큰 틀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나가수2>가 이처럼 형식에 몰두하게 된 것은 시즌1에서의 수많은 논란과 잡음 때문이었다. 이른바 ‘재도전 논란’은 경연 형식의 공정성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을 얘기해주었고, ‘막귀 논란’ 역시 투표 시스템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을 드러내주었다. 이밖에 스포일러의 문제도 골칫거리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논란은 그 무대에 서는 가수에 대한 ‘캐스팅 논란’이었다. 특히 옥주현과 적우에 대한 캐스팅 논란은 그 논란 자체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었는가를 떠나서 그 무대에 어떤 가수가 서느냐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가수2>가 형식에 몰두하면서 그다지 새롭게 여겨지지 않는 기성가수들을 무대에 세운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나가수>라는 무대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무대를 통해 놀라운 가수가 재발견되는 그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잦은 형식 변화가 가수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해온 무대가 그만큼 조명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임재범처럼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지만 방송에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인물을 찾기 힘들었으며, 그저 발라드만 부르는 것으로 알았지만 사실은 엄청난 끼를 숨기고 있었던 이소라 같은 가수가 안보였던 게 문제였다. 박정현이나 김범수 같은 얼굴 없던 가수들이 얼굴을 찾는 드라마틱한 무대가 없었던 것.

 

하지만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초반 가수들의 세팅이 효과적이지 못했지만 교체 선수들(?)이 선전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국카스텐과 소향이다. 이들이 첫 무대에 올라 모두 기라성 같은 기성가수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대중들은 <나가수>라는 무대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꿈꾸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인디음악이 국카스텐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CCM의 디바로서 그 가스펠적인 감성을 대중적으로 선보이는 소향이 부각되었다. 지금껏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무대들이 국카스텐과 소향에 의해 보여졌던 것. 그것도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과의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 이들의 음악은 그 반향도 클 수밖에 없었다. 국카스텐이 첫 무대에 불러 1위를 차지했던 ‘한잔의 추억’은 중장년층들에게는 이런 멋진 곡이 예전에도 있었다는 자부심을 부여했고, 젊은 층들에게는 이 곡을 이렇게 멋들어지게 부르는 젊은 밴드가 있다는 자랑거리를 만들었다. 이 낯설음과 익숙함, 중장년세대와 젊은 세대의 접점이 바로 <나가수>의 매력인 셈이다. 이것은 소향이 휘트니 휴스턴의 ‘I have nothing’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의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결국 음악이고 결국 가수의 재발견이다.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이 절정의 가수들을 경연이라는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다. 연말까지 계속 경연을 이어가야 하는 <나가수2>는 아직 보여줘야 할 무대가 많이 남았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캐스팅에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간 방송이 보여주지 못했던 가수들을 장르 불문하고 이 무대를 통해 대중들과 공감하게 할 때 <나가수2>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아직 반등의 기회는 남았다.

<나가수2>,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의 두 번째 생방송은 첫 번째 그것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첫 번째 생방송이 너무나 어수선하고 생방송이라는 부담감이 지나치게 프로그램을 짓눌렀었다면, 두 번째 생방송은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느낌이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은 매끄러웠고, 출연자들은 훨씬 담담해졌다. 당연히 무대도 안정감이 있었다. 과도한 부담감이 음악 자체를 질식시킨 듯했던 첫 번째 생방송과는 달리, 두 번째 생방송은 그래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가수>가 가진 본 모습을 비로소 찾은 느낌.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파격적으로 인피니트의 '내꺼 하자'를 선곡한 박상민은 특유의 걸쭉한 창법으로 아이돌과는 또 다른 흥겨운 무대를 선보였고, 조덕배의 '꿈에'를 부른 정엽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가성 창법으로 노래가 담은 감성을 제대로 전해주었다. 박완규는 박인수의 '봄비'를 절규하듯 토해내 그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전하는 진한 울림을 느끼게 해주었고, 발라드의 신 김연우는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담담하지만 단단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고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부른 김건모는 특유의 편안함으로 노래 자체가 주는 감동을 잘 전달해주었고,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부른 정인 역시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개성 있는 무대를 연출해주었다.

 

선곡에 있어서 록에서 발라드까지 장르도 다양했고, 그것이 단지 고음 지르기 같은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다소 잔잔하게 부른 김건모가 상위권에 들어간 것은 <나가수2>의 무대가 좀 더 다양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나가수>에서 가장 불편한 지점은 바로 '가창력 뽐내기'식의 경연으로 치닫는 상황일 것이다. 노래를 잘 한다고 뽐내는 식으로 흘러가게 되면, 자칫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이 소외될 때가 생긴다. 관객들과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 소소하지만 그 작은 소통이 주는 감동을 전할 때 <나가수>는 비로소 제목에 걸맞게 가수라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가수2>의 두 번째 생방송은 첫 번째 생방송이 보여준 불안감을 상당부분 떨쳐 내주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결국 경연이라는 서바이벌의 지점을 상당 부분 지워낸 데서 온 결과이다. 역시 경연은 MC들의 진행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다. 이은미는 그런 점에서 <나가수2>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진행은 첫 생방송보다 더 안정적이었고, 가수들의 노래 한 곡 한 곡에 저마다의 의미를 더해주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또 노홍철도 특유의 긍정적인 분위기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더해주었다. 다만 박명수의 조금은 과도해 보이는 질문들은 무대를 준비하는(오르기 전부터 감정몰입을 하는) 가수들과는 조금 어색한 지점이 있다. 특히 "긴장했냐?"고 자꾸 부추기는 듯한 질문은 가수들을 진짜 긴장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나가수2>는 결국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MC들의 역할도 그것을 어떻게 하면 최대치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시청률은 첫 번째 생방송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그것이 두 번째 생방송이 첫 번째 것보다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두 번째 생방송은 <나가수2>의 가능성을 보게 해준 무대였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가수의 정체성이란 다양한 노래들이 갖고 있는 감동적인 요소들을 대중들에게 최대치로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경연과 생방송의 부담감이 그것을 해주지 못한다면, 이런 장치들은 본래 목적과는 달리 음악 자체를 질식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가수의 정체성은 그저 '노래 잘 한다'는 것이 아니라(그래서 1등을 했다는 둥), 듣는 이들과 음악적인 소통을 제대로 해낸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결국은 음악이다. <나가수2> 두 번째 생방송이 보여준 가능성은 그것을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나가수2>, 신들의 축제 한다더니...

 

신도 없었고 축제도 없었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무대라기보다는 검투사들이 한 명씩 올라와 벌이는 스포츠에 가까웠다. 애초 <나는 가수다1>이 '신들의 전쟁'이었다면,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는 '신들의 축제'라고 했지만, 이것은 더 지독한 전쟁이었다. 생방송이라는 칼날 위에 선 가수들은 잔뜩 긴장해 제대로 노래할 수조차 없었다. 음정은 불안했고, 심지어 음 이탈도 있었다. 더 지독해진 경쟁으로 인해 신들은 평범한 인간으로 추락했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여타의 생방송 오디션들과 비교해도 이들의 무대를 신들의 무대라 상찬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예를 들어 <보이스 코리아>의 생방송과 비교해보면 <나가수2>의 생방송이 가진 허술함은 단번에 드러난다. <보이스 코리아>의 아마추어들의 무대가 더 폭발력 있고 완성도 있게 여겨지는 건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하나는 그만큼 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를 갖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나가수2>처럼 과도한 긴장을 피하게 하여 가수들 저마다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나가수2>는 이 두 가지 중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당연히 <나가수1>에서처럼 방송이 끝나고 나면 폭풍처럼 몰아치던 음원 돌풍도 잠잠한 편이다. 첫 경연에서 최고의 가수가 된 이수영이 부른 이선희의 노래 '인연'이 차트에 홀로 올라와 있을 뿐, 가수들이 부른 노래에 대한 화제도 별로 없다. 오히려 음원차트 10위권에 올라온 <탑밴드2>에서 장미여관이 부른 '봉숙이'란 노래가 더 화제다. 대중들이 생방송 무대에서 겨우 치러진 완성도 떨어지는 거친 라이브를 굳이 찾아서 들을 까닭이 있을까. <나가수1>의 진짜 성공은 시청률이 아니라 음원 돌풍이라는 실제 시장에서의 반향에 있었다고 볼 때, 이것이 <나가수2>의 성공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지점이다. 결국 가수들을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었던 무대는 <나가수2>의 노래마저 잠식한 셈이다.

 

가수들이 이 정도니 MC들은 오죽할까. 가수들의 불안한 음정만큼, MC들의 불안한 진행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첫 단독 MC로 선 박명수는 발음 실수를 연발했고, 너무 쉴 새 없이 멘트를 날리는 바람에 가수들의 응답마저 편안하게 이끌어낼 수 없었다. 노홍철 역시 비슷한 특징을 보여서인지 프로그램은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대 앞과 무대 뒤를 오가며 실시간으로 나눠지는 MC와 가수들 사이의 대화는 툭툭 끊어지기 일쑤였고, 심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방송사고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가수2>의 이번 첫 번째 생방송이 만들어낸 긴장감은 가수들의 놀라운 실력대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방송사고에 가까운 완성도 부족에서 생겨난 것이다.

 

모든 것이 첫 생방송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가수2>의 새로운 시스템을 두고 볼 때, 가수들의 무대는 좀체 편안하기가 어려워질 듯하다. 가장 기대되는 가수와 가장 안타까운 가수를 뽑아 둘 다 탈락시키고 가장 기대되는 그 달의 가수를 연말결선으로 붙이는 방식은 부분적으로만 보면(순위 발표를 모두 하지 않는 것) 가수를 배려한 듯 보이지만, 전체 흐름으로 보면 끝없는 경쟁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총 12명이 6명씩 나뉘어 상위그룹 3명씩과 하위그룹 3명씩 이른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전을 펼치는 이 구조는 상위그룹의 대결은 누가 1등이 될 것인가를 보는 편안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하위그룹의 대결은 이미 하위로 떨어진 상태에서 또 누군가는 탈락을 겪게 되는 이중의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최고의 1인 역시 탈락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위그룹 또한 편안하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 불안하기만 한 생방송에서 치러진다.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사하기는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가수2>가 '신들의 축제'를 벌인다고 했을 때만 해도, 서바이벌의 생존경쟁보다는 음악이 우선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된다고 했을 때부터 불안감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생방송은 결국 리얼리티는 강화하는 반면, 최고의 음악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도 있다. 거의 완벽한 리허설을 통해 프로그램의 짜임새를 만들고, 가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대한의 편안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MC들 역시 준비되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나가수2>의 첫 생방송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나가수2>가 굳이 '신들'을 운운하는 음악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프로그램의 질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생방송이 갖는 장점(스포일러 방지, 실시간 투표참여 등등)이 있지만 그것이 음악 예능의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음악 자체의 질을 떨어뜨리게 한다면 결코 장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일부 팬덤에 의한 인기투표의 양상을 띠고 있는 실시간 투표참여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나가수2>의 첫 번째 생방송은 안타깝게도 신도 없고 축제도 없는 무대가 되었다. 그것이 단순히 첫 번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친 날것의 경쟁 구도가 갖는 이 하드코어적인 상황의 불편함은 제아무리 베테랑 가수들이라고 해도 쉽게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나가수2>는 좋은 가수들이 선별된 만큼 좋은 음악을 최대치로 듣는 무대여야 한다. 좋은 가수들을 살벌한 무대 위에 올려놓고 벌벌 떠는 모습을 즐기는 악취미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김영희 PD가 생방송을 고집하는 이유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새로 돌아온다. 김영희 PD는 굳이 '나가수' 시즌2가 아니라 '나가수2'라고 지칭했다. 그만큼 기존 '나가수'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매 달 두 명(이 달의 가수와 가장 아쉬운 무대를 보인 가수)씩 하차하고 연말에 '이 달의 가수'들이 모여 '올해의 가수'를 뽑는 식으로 경연방식이 달라졌고, 중간점검 방영분이 사라지고 대신 경연 가수들을 늘림으로써 계속해서 가수들의 무대를 볼 수 있게 했으며, 매니저도 개그맨이 아닌 실제 매니저가 투입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일 것이다. 과연 생방송은 '나가수2'의 묘수가 될까.

 

 

김영희 PD(사진출처:MBC)

생방송은 여러 모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점 때문에 그렇다. 하나는 음향이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다. '나가수2'를 '신들의 제전'이 아니라 '신들의 축제'로 김영희 PD가 부른 이유는 '경연 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음향이다. 무대의 감동이 고스란히 TV로도 전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실제 무대와 TV는 그 자체로 편차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보정 '작업'이 있어야 오히려 더 생생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생방송은 무대에서 직접 보는 것이라면 그 이상 좋을 게 없겠지만, TV로 본다면 자칫 감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스토리다. '나가수'는 무대 자체의 힘도 중요하지만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스토리도 그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녹화 방송을 통해 무대 아래의 이야기들을 구성하는 것은 어쩌면 무대 위의 감동을 더 강렬하게 만들 수 있는 진짜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하게 되면 이런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기가 곤란해진다. 물론 그만큼 기민하게 움직이고 포착함으로써 순발력을 매번 발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생방송은 어설프게 했다가는 '나가수'의 무대가 가진 흡인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아마도 이런 문제는 다시 연출을 맡은 김영희 PD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영희 PD는 이런 난점들을 알면서도 왜 굳이 생방송을 하려 하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그런 생방송의 난점들을 뛰어넘는 것이 '나가수2'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가수'는 그간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패턴이 정형화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것을 뛰어넘으려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생방송은 그런 점에서 '나가수2'가 하나의 도전 목표로 세워둔 신의 한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방송을 하게 되면 일단 '나가수1'이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그 하나는 스포일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대한 이른바 '막귀 논란'이다. 실시간에 이뤄지는 방송은 그 자체가 스포츠 중계처럼 생생하게 전해짐으로써 보다 더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고, 또 재택평가단이 실시간으로 평가에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무대와 방송 사이에 놓여진 평가의 간극도 상당부분 메워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생방송의 음향과 스토리의 난제를 뛰어넘었을 때,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즉 생방송인데도 더 생생한 무대를 제공한다면 "역시 나가수2"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생방송의 리얼 스토리를 제대로 운용한다면 오히려 녹화방송의 패턴화된 틀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다. 결국 생방송이라는 난제는 김영희 PD가 던지는 도전이자 묘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가수2'에 대한 기대감은 어쩌면 김영희 PD가 스스로 설정한 이 도전에서 비롯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동이 사라진 생방송, 왜?

'K팝스타'(사진출처:SBS)

'K팝스타' 생방송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만큼 예선에서 보여준 참가자들의 기량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감성의 이하이, 자유자재의 고음을 선사하는 박지민, 끝없는 아이디어로 아티스트라 불린 이승훈, '수펄스'라는 놀라운 여성4인조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던 이미쉘,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오뚝이 이정미, 예선 막판에 깜짝 반전을 보여준 김나윤, 맑고 깨끗한 목소리의 백아연 등 누구 하나 기대를 갖게 하지 않는 참가자가 없었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무려 120분으로 파격 편성된 'K팝스타' 생방송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이하이의 노래는 평이하게 들렸고, 노래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승훈의 무대는 어딘지 아마추어적인 인상을 만들었다. 기대했던 이미쉘도 시원스런 무대를 볼 수 없었고, 김나윤은 치어리딩의 볼거리에 치중된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박지민의 노래가 밋밋한 생방송 무대에 활기를 주었을 뿐,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아직 경험이 일천한 아이들에게 첫 생방송이 주는 압박감이 너무 컸다는 점이다. 그 심한 긴장감은 치열한 예선에서 보여줬던 자신감 넘치는 무대를 잡아 먹었다. 목소리는 시원하게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했고, 자꾸만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게다가 생방송 무대의 음향은 예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아무래도 라이브 음향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예선에 비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음향 상태는 가뜩이나 주눅이 든 참가자들의 노래를 시청자들이 잘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10명에서 한 명씩 탈락하는 본 무대이기 때문에 사라져버린 기획사 3사의 지원도, 갑자기 달라져버린 무대의 주요한 이유다. 심사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기획사 3사는 참가자들이 무대를 준비하는 것에 관여를 하지 않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무대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무대란 가창력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선곡과 편곡, 그리고 전략이 필요한 곳이 바로 무대다. 뒤집어 보면 기획사 3사의 코디네이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 생방송 무대의 초라함이 보여준 셈이다.

노래 선곡에 있어서도 예선에 주로 팝송이 많았던 점은, 생방송에서 전곡이 가요로 바뀐 상황을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사실 'K팝스타'의 예선이 그 어느 때보다 세련되면서도 글로벌한 느낌을 주었던 것은 그 선곡에 팝송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K팝스타'를 통해 아델이나 비욘세 같은 세련된 팝 보컬들의 노래를 참가자들을 통해 들으면서, 어떤 동질감 같은 걸 그리게 되었다. 하지만 예선 무대보다 최적화되지 못한 생방송 무대에서 갑자기 가요 선곡으로 바뀌면서 이런 환상(?)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한편 생방송 진행에 있어서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다. 진행은 어딘지 맥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고, MC들은 편안함을 주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의 심사는 무난했지만 그 역시 예선 때 보여준 촌철살인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러모로 총체적으로 예선에서의 기대감이 너무나 컸던 반면, 생방송 본무대가 그것을 채워주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몇 달 간의 전체 흐름의 진행에 있어서도 강약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물론 이것은 이제 첫 생방송일 뿐이다. 그만큼 쓰라린 첫 경험을 제대로 했다는 얘기다. 끝없이 올라가던 것을 다시 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어쩌면 이 바닥의 경험은 다시 차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지도 모른다. 어딘지 밋밋하게 들리는 노래의 도입부가 후반부의 빵 때리고 올라가는 절정의 감흥을 주기 위한 것처럼, '박진영 식으로 얘기하면' 이 첫 생방송의 밋밋함 역시 갈수록 무대를 고조시키기 위한 하나의 작전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간 'K팝스타'가 주었던 그 감동의 무대를 다시 생방송에서도 보고 싶기 때문일 게다.

차별성 없는 '위탄2' 생방의 문제

'위대한 탄생2'(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 첫 생방송에 올라온 top12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배수정이나 에릭남 같은 엄친딸 엄친아들은 이미 그 감미로운 목소리만으로도 대중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고, 샘 카터나 푸니타 같은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느낌 있는 목소리들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태극이나 50kg이 있는 반면, 구자명이나 최정훈 같은 늘 기대감을 채워주는 출연자들도 있었다. 그 밖에도 전은진, 정서경, 장성재, 홍동균까지. '위탄2'의 top12는 그 누구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게다가 이들을 멘토링한 다섯 멘토들, 이선희, 이승환, 윤상, 윤일상, 박정현 또한 모두 호감인데다, 실제로 출연자들의 기량을 한껏 높여주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래서 '위탄2'의 멘토링 과정은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점을 확실히 부각시켜주었다. 멘토와 멘티들의 진심어린 모습들은 이미 흔해져버린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생방송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생방송으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위탄'만의 차별성은 사라져버렸다. 문자투표가 가진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긴 '골든 티켓' 제도는 사실상 '슈퍼스타K'에서 썼던 '슈퍼세이브제도'와 다를 것이 없었고, 전문심사위원을 두고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은 '톱밴드'의 심사제도와 유사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연출방식이 '슈퍼스타K'와 거의 같았다. 합숙소에 함께 머무는 참가자들에게 미션이 전달되고, 또 그들에게 옷과 악세사리를 제공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꾸어 스타일링을 하는 과정도 똑같았다. 생방송 진행방식에 있어서 이들의 미션 준비과정이 영상으로 나온 후 무대로 이어지는 방식이나, 심사위원들의 심사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멘토링 과정을 빼고 '위대한 탄생'만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오디션 생방송의 룰과 연출 방식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했다면 적어도 후발주자로서 좀 더 세련되게 진행됐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위탄2'는 오히려 '위탄1'에 비교해서도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 강했다. 적절하게 긴장의 완급을 조절해야 오디션의 맛이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저 급하게 순서대로 나열하면서 지나가는 듯한 진행은, 발군의 참가자들의 빛나는 무대마저 밋밋하게 만들었다. 파업의 여파 때문에 급조되어 MC를 맡게 된 박미선은 그나마 큰 실수를 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멘트를 읽는 인상이 짙었다. 이것은 박미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무리한 캐스팅의 잘못이다. 전체 오디션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MC의 역할은 생방송에서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보면 '위탄2'의 첫생방은 출연자들만 고군분투한 무대가 되었다. 특별한 기교보다는 마치 '직구 승부'를 하는 듯한 구자명의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노래나, 마치 울랄라세션을 연상시킬 정도로 발랄한 무대를 연출한 50kg의 '노란샤쓰의 사나이' 같은 노래 자체가 주는 감흥이 있었기에 그나마 '위탄2'의 무대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단순한 형식만으로는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할 정도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형식이 되었다. 굳이 '멘토제'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면 생방 역시 그 멘토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좀 더 과감한 연출과 룰을 세울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top12의 훌륭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연출과 진행에서 밋밋함을 보인 '위탄2' 첫생방은 그래서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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