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와 생활의 달인

"제가요. 5년 전쯤에 반죽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었거든요. 밀가루 반죽이 바로 제 담당이었는데요, 거기서 일하는 2년 내내 주구장창 반죽만 해대서 말입니다. 이제 반죽에 손만 대면 반죽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된 거죠."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가 팔봉선생(장항선) 앞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는 이 장면에서 떠오르는 프로그램 하나. 바로 '생활의 달인'이다. 아버지에게 배웠던 우아한 빵 동작(?)으로 손가락 끝에 닿는 공기 중의 습기를 체크한다거나, 허공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실내가 건조해서요. 이러면 반죽이 금방 마르거든요."하는 김탁구에게서는 저 '생활의 달인'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달인들의 기가 느껴진다.

김탁구의 달인 포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밀가루 덩어리를 대충 떼어낸 후 "제가 잘라놓은 부위가 대충 500g 정도 되니까 100g씩 5등분을 해보겠습니다."하고 호언장담한다. 어찌 그 무게를 그리 정확히 아느냐는 팔봉선생의 물음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요. 또 한 일 년 넘게 일한 곳이 있었는데요. 거기서는 근수를 정확히 재는 게 생명이거든요. 자르고 재고 자르고 재고 그렇게 일 년 내내 자르고 재다 보니까 저울에 달지 않고도 대충 손으로도 무게를 알 수 있게 된 거죠."

'생활의 달인'에 등장했던 달인들이 그러하듯이 김탁구의 기예에 가까운 기술은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생활에서 비롯된다. 거의 손버릇처럼 만들고 또 만들고 하면서 이제는 척 만져보기만 해도 반죽의 습도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게 되고, 또 대충 잘라도 정확한 양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린 탁구에서 성인 탁구로 넘어오면서 지나가버린 12년의 세월이 단지 탁구가 엄마를 찾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속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빵과 관련된 일을. 딱 한 번 본 것뿐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그 빵 만드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절망적인 시간을 이겨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제빵왕 김탁구'는 이제 2라운드를 시작하고 있다. 1라운드가 김탁구가 살아왔던 평탄치 못한 70년대 막가는 세월을 그려냈다면, 2라운드는 그 세월을 뚫고 성장해온 김탁구가 본격적으로 제빵왕이 되어가는 그 과정을 그린다. 재미있는 것은 김탁구와 구마준(주원)의 빵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대결이다. 구마준이 전 세계를 떠돌며 아버지가 좋아했던 빵들을 교육을 통해 배워왔다면, 김탁구는 그것을 생계와 생활을 통해 배웠다. 이 대결구도는 단순해보이지만 그것이 함의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다. 물론 극적으로 변형되어 상당히 경쾌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거기에는 개발시대에 소외된 우리네 민초들의 삶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기술에 놀라다가 어느 순간 찡한 느낌을 받는 것은 그들을 달인으로 만든 그 시대의 고단함이 거기서 비춰지기 때문이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생활하다보니 달인이 된 그들에게서 우리는 성공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는 건강함을 발견한다. '제빵왕 김탁구'가 어떤 시대극으로서 당대를 살아온 분들에 대한 헌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김탁구라는 캐릭터 자체가 온몸으로 정직하게 그 시대를 뚫고 성장해온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게다.

그러니 어쩌면 한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생활의 달인'이 된 김탁구는, 당대를 건강하게 살아내면서 보잘 것 없는 교육과 위치에도 꿋꿋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성공한 분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표상으로서 김탁구라는 인물의 비범함은 단지 타고난 후각과 기술습득 능력이 아니다. 빵을 만들면서 맛을 경쟁하기보다는 그 빵을 먹을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그를 비범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개발시대를 온몸으로 넘어선 이 땅의 모든 생활의 달인들이 비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빵왕 김탁구'는 지금 그 시대와의 한판 유쾌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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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달인’,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

정경미씨는 양파를 깐다. 1Kg을 까면 100원이란다. 그녀는 좀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양파 까기의 달인’이 되었다. 김송이씨는 부업으로 마스크 팩을 접는 일을 했다. 한 장을 접으면 5원이 남는단다. 점점 속도를 늘린 그녀는 하루에 6천 개 이상을 접는다고 한다. 그녀는 두 달 치 일당으로 냉장고를 새로 구입했다. SBS TV, ‘생활의 달인’을 보면 안다. 달인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달인(達人)’이란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혹은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을 뜻한다(네이버 사전 인용). 하지만 ‘생활의 달인’에는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한 그런 달인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적이고 유달리 정이 많으며 특히 직업의 귀천을 떠나 땀흘리는 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달인들만 등장한다. 그들을 달인으로 만든 것은 생활과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달인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신문배달, 마트 계산, 정류소 청소, 설거지, DVD 봉투에 넣기, 부채 주름에 댓살 넣기, 누룽지 만들기, 밥상 나르기, 수건 접기, 수건 배달하기, 봉투 접기, 은행 까기 등등.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발굴한 달인은 거의 대부분의 일상사에 걸쳐 있다. 어떤 이는 가사 일을 하다가 달인이 됐고 어떤 이는 순대 썰기를 퍼포먼스 수준으로 해내면서 달인이 됐으며, 어떤 이는 3천 평 물류 센터의 옷을 분류하면서 옷을 척척 던져 딱 맞게 상자에 넣는 달인이 됐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 달인들이 하는 일은 이른바 정보화 사회에서는 이제 뒤안길이 된 육체노동이 대부분이다. 덜 배웠고 남들보다 가난하지만 그로 인해 몸으로 하는 한 가지 일에 있어서 묘기에 가름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그래서일까. 모성애로 무장한 천하장사 수준의 힘을 가진 아줌마들이 하는 힘겨운 묘기를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를 볼 때면 그 아름다움에 눈물마저 핑 돌게 된다. 덕분에 여기저기 굵어진 근육과 알통, 그리고 물집과 굳은살로 다 갈라져버린 손바닥을 지닌 그녀들이 카메라 앞에서 수줍은 표정을 지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 중 한 아줌마가 했던 말이 정답이다. “생활에서 나오는 알통은 아름다운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하다 달인이 되어버린 이 ‘생계형 달인들’의 주변에는 가족들이 있다. 좀더 좋은 옷에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시작한 이 달인들의 삶은 그래서 늘 보상받는다. 비누를 곽에 넣는 엄마 옆에서 조막 만한 손으로 어느새 달인 수준(?)으로 곽을 만들어내는 어린 아이의 말이 그것을 대변한다. “이거 만드는데 손 아프지 않아요?”하는 질문에 아이는 “조금 아파요. 하지만 엄만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도와드리는 거예요.”하고 말한다. 이런 아이를 위해서 엄마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생활의 달인’은 생활 속에서 어느새 고단함을 웃음으로, 어려움을 달인으로 극복한 사람들을 위한 헌사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달인에게 과제로 내주는 미션을 통해 노동은 하나의 도전해야할 ‘기예’의 차원으로 격상된다. 그저 낮은 곳에서 궂은 일로 생각하며 살던 사람들 속에서, 달인을 발굴함으로써 그 일이 하찮은 것이 아님을 동료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까지 전해준다.

그러니 ‘생활의 달인’이 재미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숭고한 느낌마저 주는 이유는 바로 육체노동에 대해 프로그램이 견지하고 있는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신기에 가깝게 은행을 까는 달인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20년 동안 은행을 깠는데, 냄새난다고 가족들 모두 창피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지금은 자랑스러워요. 우리 엄마가.” 생활은 달인을 만들고, 달인은 행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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